미국이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28년 만에 최대폭의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달에 이어 7월에도 같은 폭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도 예고하면서 ‘물가 잡기’ 총력 대응 방침을 발표했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종전 0.75∼1.00% 수준에서 1.50∼1.75%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연준이 0.75%p 금리 인상이라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빅스텝 직후 0.75%p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으면서 6∼7월에도 0.5%p씩의 금리 인상을 고려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록적인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며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흔들리자 금리를 0.75%p 파격적으로 올리고 다음 달에도 같은 수준의 인상까지 예고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0.75%p 금리 인상안은 0.5%p 인상을 주장한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위원이 찬성했다. 한편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오르며, 1981년 12월 이후 40년 5개월 만에 가장 가팔랐다. 한수진기자
택시를 절취하고 도주했던 50대 승객이 경찰에 붙잡혔다. 평택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A씨를 긴급체포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5일 오후 7시14분께 청북면의 한 도로에서 60대 여성 운전사 B씨가 운행 중이던 택시를 훔치고 달아난 혐의다. 당시 B씨는 승객이었던 A씨가 택시 안에서 횡설수설하며 이상한 언행을 하자 겁이 나 택시에서 하차했다. 이후 A씨는 택시를 직접 몰고 그대로 달아났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택시 위치 추적에 나섰고, 같은날 오후 7시51분께 군포의 한 노상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양휘모·안노연기자
박희진(평택시청)이 제94회 전국역도선수권대회 여자 일반부 76㎏급에서 인상과 용상, 합계를 차례로 석권하며 3관왕에 올랐다. 박희진은 15일 경남 고성 역도전용경기장에서 계속된 대회 7일째 여자 일반부 76㎏급 인상 1차시기서 91㎏을 들어 올려 김희수(광주광역시청·88㎏)를 제치고 우승했다. 이어 박희진은 용상 1차시기서 113㎏을 드는데 성공해 김희수(110㎏)에 앞서며 1위를 차지, 합계 204㎏으로 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박희진은 지난해 제80회 문곡서상천배 대회에 이어 1년여 만에 3관왕에 등극했다. 한편, 여자 일반부 81㎏급서는 김이슬(안산시청)이 인상 3차시기서 108㎏을 들어 올려 장현주(공주시청·107㎏)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김이슬은 용상에서 135㎏으로 준우승했고, 합계서도 김이슬은 243㎏으로 은메달을 추가했다. 이 밖에 남자 일반부 96㎏급서는 강성림(고양시청)이 용상 2차시기에서 187㎏을 들어 우승했지만, 인상(150㎏)과 합계(337㎏)서는 준우승했다. 김영웅기자
얼마 전 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문학산과 승기천 등 인천의 땅 이름 다섯 곳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 이들이 일제(日帝)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제멋대로 지어 붙인 ‘일제 잔재(殘滓) 지명(地名)’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아니어서 그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그 내용이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으로 보내진다니 ‘일제 잔재 지명 없애기’ 같은 이름으로 전국적인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왜 그들 다섯 이름이 뽑혔는지 궁금했다. 진짜 ‘일제 잔재 지명’들이 널려있는데, 하필 그게 아닌 이름들만 고르게 된 이유가 있었을 테니.... 물어볼 기회를 갖지는 못했는데, “아닌 것을 알게 해줬으니 됐다”고 넘기자니 찜찜한 뒤끝이 남는다. 일제 잔재 지명을 없앤다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쓰여 익숙하고, 다른 대상과 연결돼 있는 사례가 워낙 많아서 그렇다. 인천만 해도 연수동·귤현동·송도·효성동 등 일제가 만든 동네 이름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이야말로 ‘일제 잔재 지명’인데 지금 이들을 새롭게 바꿀 수 있겠나. 동구 창영동도 일제가 1936년에 만든 이름인데, 이 때문에 그 이전의 ‘인천 제일 공립보통학교’가 ‘인천 창영 공립보통학교’로 바뀌어 오늘날 창영초등학교가 됐다. 창영동이라는 이름을 이제 바꾸면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창영초등학교의 이름도 그에 맞춰 바꿀 수 있을까. 이런 문제들은 전국 어디서든 생기게 된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중요하고 필요하다. 일제 때 쓰던 용어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꾼 것처럼 성공적인 개명(改名)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문제들도 모두 그렇게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誤算)이다. 또한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싶다면 우선 무엇이 진짜 잔재인지, 그것들이 왜 문제인지부터 제대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해방되고 77년이 지난 이제는 일본에 대한 대응이 이전과는 달라져야 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한다. 좋든 싫든, 일본은 우리와 영원히 얽혀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나라다. 그곳 일부 세력들의 행태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욕 나올 때 욕을 하더라도, 그 한편으로는 일본을 깊이 연구해 그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일본이 우리를 연구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그들에 대해 너무나 백지상태라는 말이 나온 게 어제오늘이 아니다. 이번 일제 잔재 지명 문의에 답하면서 문득 우리가 일본에 대해 여전히 해묵은 감정만 너무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정작 필요한 일에는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누그러지면서 해외 여행도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도 내달에는 신규 면세사업자 선정을 위한 경쟁 입찰에 나선다. 이런 가운데 관세청이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 절차를 바꿔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 공사는 물론 면세점 업계까지 혼란스러워 한다는 소식이다. 면세 사업자 선정 절차 변경 요구의 요지는 결국 관세청이 더 큰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이 그런 문제로 티격태격할 때인가. 현재는 인천공항공사가 경쟁 입찰을 통해 면세점 사업자 한 곳을 선정하면 관세청이 이 사업자에 대한 특허 교부 심사를 한 뒤 특허를 내준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이 면세점 사업자가 인천공항공사와 임대차 계약을 하는 구조다. 관세청은 이를 바꿔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 사업자 경쟁 입찰을 통해 단수가 아닌 복수의 사업자를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이 복수의 사업자에 대해 특허 심사를 해 최종 한 곳을 선정하겠다는 뜻이다. 또 관세청이 먼저 면세점 특허 심사를 통해 사업자 한 곳을 선정하면 이 후 공항공사가 수의계약으로 임대차 계약을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관세청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 및 특허를 주는 고유 권한은 관세청 특허심사위원회가 가지고 있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지금은 인천공항공사가 사실상 특허권을 행사하는 셈이어서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이 같은 요구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는 모양이다. 인허가 기관인 관세청이 인천공항공사의 공항 내 시설 임대 절차에 전적으로 개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내 시설은 인천공항공사 소유인데도 자칫 관세청이 공항 내 임차인을 지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관세청이 요구한 사전 특허심사의 경우 면세점 입찰 과정에서 해외 사업자를 제외해야 해 국제입찰 관련 분쟁의 소지도 있다. 공항 운영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렇다. 공항공사와 관세청이 역할을 나눠 진행해 왔던 기존의 절차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 않느냐는 것이다. 관세청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 과하게 개입하는 게 적절하냐는 의견도 있다. 국제 항공 분야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는 최근 세계적인 추세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 혁신을 국정의 큰 지표로 삼고 있다. 모처럼 활기를 모색하는 관련 업계까지 혼란스럽게 하고 자칫 밥그릇 다툼으로 비칠 수도 있는 불필요한 논란이다.
전국 최초로 경기도에서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첫발을 뗐다. 농촌기본소득은 농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농민기본소득과 달리 특정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이 지급 대상이다. 나이, 소득을 가리지 않고, 외국인도 포함한다. 경기도가 고안한 이 사업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추진했던 기본소득 정책의 일환이다. 7월 취임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도 농촌기본소득을 농어촌 4대 공약의 하나로 채택했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은 농촌 인구 유입, 주민 삶의 질 향상, 농촌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농촌지역 주민 개인에게 매달 15만원(연간 18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앞으로 5년간 지급한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공모를 통해 연천군 청산면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도는 지난달 30일 청산면 주민 3천452명에게 3~4월분 농촌기본소득 10억여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다. 이달 30일에는 5~6월분 10억여원을 추가 지급한다. 실거주 요건 등 자격요건이 미비한 244명은 제외됐다. 예산은 매년 약 62억원이 투입되는데 경기도와 연천군이 7대3 비율로 분담한다. 연천군은 경기도내 대표적인 인구 감소 지역이다. 군의 전체 인구는 2016년 말 4만5천907명을 고점으로 매년 감소해 최근 4만2천명대까지 떨어졌다. 청산면 인구도 2017년 말 4천159명에서 지난해엔 3천895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농촌기본소득 사업 대상지로 선정 후, 올해 5월 말 기준 4천172명으로 277명(7.1%) 증가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본격적인 기본소득 정책 시행에 앞서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효과를 살펴보는 사회실험이다. 실업자나 빈곤층 등 특정 집단이 아닌 한 지역의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기본소득 정책과 다르다. 특히 경기도 농촌기본소득은 소멸위기에 처해 도시와 격차가 심해지는 농촌지역을 위한 전향적인 정책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는 시범사업을 통해 주민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효과가 입증되면 2단계 사업 대상을 26개 면으로, 최종엔 101개 전체 면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농촌기본소득에 대해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많은 재원이 필요한데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다. 사업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있다.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하면서 사용처를 청산면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홀몸노인 가구가 대부분인 작은 농촌마을이라 사용처가 적고, 타 지역 병의원이나 약국 등에선 쓸 수가 없어 연천군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기도의 농촌기본소득이 인구소멸, 고령화, 소득 양극화 등 농촌들이 겪고있는 문제 해결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농촌을 살려보려는 또 하나의 실험이 위기에 직면한 농촌의 대안 정책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기도 민선8기 ‘김동연號’가 보름 뒤면 출범한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에게 거는 도민들의 기대가 크다. 글로벌 경제 위기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민들은 민생경제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김 당선인의 경륜, 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당선인 역시 진영과 이념을 뛰어넘어 오직 민생 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체육계 역시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7기 때 민선 도체육회장 취임 후 도·도의회와의 극심한 갈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었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도의 특정감사 결과 22건의 위법 부당행위가 적발되면서 도의회는 지난해 도체육회 사무처 운영예산 40억원을 삭감했다. 4개 체육시설과 도청 직장운동부 관리 위탁사업 등 8개 주요 사업을 도가 직접 추진토록 했다. 체육회장이 거리로 나가 1인 시위로 맞대응했다. ▶이에 체육계는 지난 6·1 지방선거를 주시했다. 도체육회는 지난 5월 18일 ‘경기지사 후보 초청 경기도체육인 한마당’을 열어 각 후보들에게 체육계 현실을 설명하고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이 행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행사와 특정 후보 지지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증언도 잇따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동연 당선인이 도체육회장에게 전화한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자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도체육회는 앞으로 도와의 관계가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했지만, 당선인 캠프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다르다. 의례적인 도 단위 기관장에 대한 인사를 과대 해석해 여론화 하고 있는데 따른 불쾌감을 밝히기도 했다. 자꾸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다. ▶상당수 체육인들은 도지사 당선인의 인품과 체육에 대한 남다른 식견 등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했던 것을 잊은 채 성급하게 여론몰이를 하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자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지사가 취임도 하기전 자의적으로 예단하고 성급하게 해석해 여론화하기 보다는 순리적으로 관계를 풀어가는 접근 방식이 필요한 때다.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지난 13일에 대법원은 자녀가 어머니를 따라 성과 본관을 바꾼다면 어머니의 종친회 가입도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혹 양성평등을 외면하거나 이 문제에 관심이 없어 딸은 종친회에 가입할 수 없다고 알던 사람들도 한번 주목했으면 한다. 이제 확실히 종친회도 부계혈족의 단체가 아니게 됐다. 하지만 종친회 구성원들의 대부분인 60대 이상 남성 임원들과 회원들도 충격이 크지 않고, 2005년 호주제 폐지 때의 일부 선배들처럼 개탄하지도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오히려 종친회가 의도와 다른 구태의 이미지를 벗는 계기가 되리라 전망하지 않을까 한다. 이미 2005년에 우리는 13일의 판결을 예비했다. 당시에 논란이 없지 않았으나 여성단체들의 주장을 배척하지 않고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헌법정신에 의거하여 뒤늦게나마 기존 호적법을 가족관계등록법으로 개정하기에 동의했던 것이다. 호주에서 개인으로 작성 기준을 변경했고, 무엇보다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게 했으며, 필요에 따라 입양과 혼인 등 관계증명을 따로 제공받을 수도 있게 했다. 그래서 이 판결이 이슈가 되는 건, 애초의 부계 성과 본관을 어머니 쪽으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종친회 가입까지 시도하였으며, 지난 개정을 포함해 해당 종친회가 두루 검토한 끝에 가입을 사절하자, 종원 자격을 부여해달라며 그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웃이 우리의 한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이 현실화는,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그리 낯설지 않다. 조선 후기 이후에는 이행이 축소되었지만 부모의 유산 분배에서 자녀 구분 없는 균등이 원칙이었고, 자녀가 여러 제사를 분담하거나 특정 제사는 윤번으로 담당하기도 했다. 또 그 원칙에 따라 ‘외손봉사(外孫奉祀)’를 인정했던 것이다. 이번 판결과 외손봉사는 우선 보기에 다르다고 하겠지만 권리와 의무 승계의 양성평등이란 본질은 동일하다. 그러고 보니 종친회란 결국 세대를 이은 한 가정의 확대가 아닌가. 공동 조상의 유업을 계승하고 돈목을 도모한다는 취지도 동일하다. 21세기 현재에도 외손봉사 전통을 잇는 유명 무명 가문들이 산재한다. 여전히 부계 선조의 묘소처럼 수묘하고 제사를 봉행하며, 선대 외가의 천선사업에 부조하기도 한다. 가문의 이런 전통을 유래한 당시 사정을 가문의식의 한 정체성으로 유지하며 모계를 존중하는 정서를 지피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판결을 외손봉사와 겹쳐 보며 환영한다. 우리 시대에도 다시 이렇게 가문의 모계도 조명하면서 아직 미진한 양성평등에 작으나마 이벤트가 되었으면 한다. 2002년부터 도산서원 상덕사의 향사에 여성이 참여할 수 있고, 이후 퇴계의 기제(忌祭)에도 여성의 참사가 가능하다. 부인의 내조 없이 남편의 공업(功業)이 없다는 견지에서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대리하여 2018년에 우당 이회영의 부인 이은숙(1889-1979) 여사와 석주 이상룡의 손자 이병화의 부인 허은(1907-1997) 여사에게, 2019년에는 석주의 부인 김우락(1854-1933) 여사에게 신산했던 내조 그 자체를 구국의 공적으로 인정하여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는 사실도 이 기회에 한번 상기했으면 한다. 김승종 시인•前 연성대 교수
더는 유령 아이 없게... ‘보편적 출생신고’ 외치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에는 ‘아동의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 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실에서는 아이들의 출생등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쓰고 있지만, 한국인이 아닌 아이들이 있다. 심지어 출생기록이 존재하지 않아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보편적 출생신고제’다. 현행 법제의 빈틈을 메우고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출생신고는 한 아이가 태어나 세상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중요한 첫 걸음이다 ■ ‘출생등록될 권리’ 인정... 변화의 시작 지난 2020년 6월 8일 대법원이 의미있는 판결을 내놨다.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일본에서 난민 지위를 받은 중국 국적의 아내가 본국에서 필요한 서류를 발급 받지 못해 아이의 출생신고를 못하고 있던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인정한 점이다. 재판부는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 될 권리’를 가지고 이러한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며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분명 환영할만한 판결이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출생등록권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관련 시민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이같은 한계를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우리 사회의 아동 인권에 대한 인식 변화의 이정표인 셈이다. ■ ‘산 넘어 산’ 출생통보제의 운명은... 현행법상 어머니에게 주민등록번호, 외국인등록번호 또는 의료급여관리번호가 없으면 출생사실의 통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렇게 배제된 아이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신용카드를 만들지도,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지도 못한다. 이에 아동으로서의 기본적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 출생사실은 알려야 한다는 ‘출생통보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지난 3월 2일 ‘출생통보제’를 골자로 하는 ‘가족 관계의 등록에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내놨다.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공이 넘어갔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올해 안으로 ‘출생통보제’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료계의 거센 반대 여론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료계는 자신들이 출생신고를 해야하는 행정기관이 아닌데, 행정업무를 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며 “하지만 저희는 (의료기관에서) 출생신고서를 발급해줄 때 혹은 건강보험공단에 보험료를 청구할 때 전산작업을 한 번 더 해주면 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츨생통보제로 이득을 얻는 아이들이 많을지, 피해를 입는 아이들이 많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출생등록, 가장 기초적인 권리 보호 장치 국가의 출생등록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출생통보제’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출생 등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여러가지 제도를 통칭하는 개념이 ‘보편적 출생신고’다. 즉, 출생통보제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혹시라도 우리가 놓친 아이는 없는지 파악해 지역사회 전반을 보듬는 아동보호체계를 ‘보편적 출생신고제’라 할 수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현재 논의 중인 출생통보제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설령 출생이 통보되더라도 이주아동은 국내에서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특히 난민 신청자 자녀의 경우 본국과 접촉할 수 없고 난민 지위 심사 결정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출생 등록이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다. 법무부는 지난 2월 국내에 거주하는 미등록 외국인 아동에 대한 체류자격을 확대했다. 기존에는 미등록 외국인 아동이 체류자격을 받기 위해 한국에서 태어나 15년 이상 살면서 학교에 재학 또는 졸업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6~7년만 살면서 학교에 다니면 체류자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6세 이하 아동은 제외되고 부모에게 최대 3천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예지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는 “출생등록은 법적으로 한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고 시민적·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를 보호하는 가장 기초적인 것”이라며 “국적 여하를 불문하고 아동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는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영준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