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위기를 기회로 잡는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필자는 오래 전 원하던 대학에 입학을 못해 힘들어 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 아버지는 어깨를 토닥이며 “인생을 살다 보면 중요한 기회는 적어도 세 번은 온다”고 말씀하셨다. 이탈리아를 방문하게 됐을 때 지인의 권유로 토리노박물관을 간 적이 있다. 그 곳에서 참 많은 보물들을 만났지만 ‘기회의 신 카이로스’ 라는 조각상에 제일 깊은 영감을 얻었다. 제우스신의 아들 카이로스는 앞머리가 무성하다. 그런데 뒷머리는 머리카락이 없다. 그리고 어깨와 발뒤꿈치에는 크기가 다른 날개가 달려있었다. 손에는 저울이 들려있다. 설명을 들으니 “내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누구든지 쉽게 나를 붙잡을 수 있게 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면 붙잡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며, 어깨와 발뒤꿈치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고 저울은 분별하기 위함이며 칼같이 빨리 결단하게 하기 위함이다”라는 것이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잡을 수 없는 것 그것을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기회’라고 보았다. 그러나 인생에는 기회만 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위험한 고난도 온다. 그러므로 위기(危機)라는 말은 위험(危險)과 기회(機會)의 합성어가 된다. 위험과 기회는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소상인들의 도산과 사회망의 붕괴, 그리고 정치판을 휩쓸고 지나간 대선 후유증과 국제정세로 요동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들은 위험한 상황이지만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구약성경 속에 다윗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빠른 출세를 했고 왕의 사위가 됐다. 그러나 장인이었던 사울 왕이 다윗 자신을 죽이기 위해 병사들을 모아 쫓아다니자 원수의 땅 블레셋의 나라까지 치욕스러운 망명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 나라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다윗은 머리에 재를 뿌리고 침을 흘리며 목숨을 부지하고 아둘람 골짜기로 몸을 피한다.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다윗은 동굴속에서 진정한 기회를 배운다. 진정한 성공은 돈과 명예와 권력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누구와 함께 하고 있느냐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다윗에게 다가온 기회는 결국 다윗 자신이 믿는 절대자 하나님이 함께 하심에 있었다. 며칠 후면 작은 여당의 대통령과 거대 야당국회의 힘겨루기 속에서 우리는 희망의 기회를 찾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기회는 지도자들이 한 사람의 국민을 소중히 여기는 애민(愛民) 정신이 살아날 때 얻게 될 것이다. 국민들을 기회의 주체로 존중하고 바라보며 여·야가 진심으로 협치하는 곳에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세계 속에 우뚝 도약할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조상훈 만방샘 목장교회 목사

[김종구 칼럼] 전국평검사회의도 이제는 권위·구태다

검사를 ‘영감님’이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도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경외(敬畏)였을 게다. 직책에 대한 존경심, 또는 기소독점권에 대한 두려움이었을 게다. 왜 안 그랬겠나. 검사 한 명이 독립된 기관이다. 그런 검사들이 한 자리에 모일 때가 있다. 거기서 동일한 주제를 토론하고 의견을 낸다. 그 자체로 대단한 의미다. 거기서 주는 중량감이 크다. 현안(現案) 당사자들이 받을 압박감도 크다. 검사 위력이 극대화하는 모임이다. 흔치 않은 일인데, 그제 또 열렸다. 철야 회의를 거친 뒤 입장문을 냈다. ‘검수완박’에 대한 검사들의 반박이다. 중요 범죄로부터 국민 보호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수사 과정의 과오와 인권 침해를 바로 잡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범죄 방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선진 민주 국가도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기소 독점을 규정한 헌법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적절한 반박이다. 옳은 법률 해석이다. 검찰의 ‘모임’은 앞서도 있었다. 8일과 18일 전국고검장들이 한 데 모였다. 서울고검장, 수원고검장, 대전고검장, 광주고검장, 대구고검장, 부산고검장이 다 참석했다. 중간 간부인 부장검사 회의도 20일 열렸다. 각급 청을 대표하는 부장검사급 명이 참석했다. 최고위 간부급-고검장-, 중간 간부급-부장검사-, 평검사급 모임이 모두 열렸다. 동일한 현안을 두고 검찰의 각 계층이 다 나선 셈이다. 검수완박에 대한 검찰의 반발·우려가 얼마나 큰 지 엿볼 수 있다. 난 검수완박을 반대한다. 국론 분열이다. 명명부터 그렇다. 여권이 검찰 개혁이라고 말한다. 검수완박이라고 쓰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어딜 봐도 검수완박이다. 개정의 목표가 지향하는 바도 옳지 않다. 원전 등 사건이 검찰에 있다. 현재 대통령이 연관됐다고 얘기된다. 여기서 검찰이 손을 떼라는 개정이다. 대장동 등 사건도 검찰에 있다. 전 대통령 후보가 연관됐다고 얘기된다. 여기서도 손을 떼라는 것이다. 개혁이라고 봐 넘기기 어렵다. 내 눈에만 그렇겠나. 하지만 그 해법을 검사 회의로 보진 않는다. 평검사회의는 더 그렇다. 역대 평검사회의가 남긴 추억이 그렇다. 지금까지 여섯 번 있었고, 이번이 일곱 번째다. 첫 번째 평검사회의는 2003년이었다. 노무현 정부, 강금실 법무 장관 때다. ‘기수 파괴’ 방침에 반발한 회의였다. 2005년에도 있었는데, 검찰 수사의 증거 능력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화근이었다. 2011, 2013년, 2020년 평검사회의도 있었다. 검찰 또는 총장 권한과 관련된 집단 행동이었다. ‘국민을 위하려’라는 전제는 매번 붙었지만 속은 검찰조직 얘기였다. 검사 권한을 줄이거나, 자율권을 줄이려 할 때 모였다. 여섯 번의 평검사회의가 예외 없다. 그러면서 국민 눈에 남은 모습이 있다. ‘검찰은 손해를 보지 않는 집단이다’ ‘불이익 앞에서는 무섭게 뭉친다’. 그렇게 해서 매번 내려진 결론도 있다. ‘결국 통치권도 검찰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검사들은 부인하겠지만, 이게 국민 다수에 남은 전국평검사회의 기억이다. 지금 상대는 국회다. 입법 기관이다. 180석은 국민이 준 힘이다. 그 힘을 쓰겠다는 거다. 거기에 위법은 없다. 이에 맞서는 것도 절차와 국민에 의해야 한다. 평검사회의는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 다분히 위력적이다. 심지어 권위적 구태까지 섞여 있다. 이러니 되레 ‘검수완박論’ 덫에 걸려드는 것이다. 그 숱한 증명이 어제 오늘 댓글에 있다. ‘검찰의 특권 의식이 또다시 시작됐다’ ‘검수완박 해야 할 필요성이 이로써 확인됐다’…. 평검사회의가 원치 않았을 효과다. 율사(律士)가 여전히 다수인 국회다. 국회 설득에 최선을 다했는가. 위헌(違憲)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위헌제청 절차는 준비하고 있는가. 여론(輿論) 다수가 검찰 편에 있다. TV·신문을 통한 설득전은 펴 봤나. 국민 눈에 별로 보이는 게 없다. 그날 입장문에 이런 게 있었다.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겠다.” 맞다. 그렇다면 투쟁의 방식도 2022년 국민 눈 높이에 맞춰야 한다. ‘영감님들’ 1천명 모이는 평검사회의는 아무리 봐도 그런 눈높이가 아니다. 主筆

[핫이슈] 코로나19의 잔상, 일상 위협하는 '무법질주' 이륜차

방역 당국이 2년 넘게 이어오던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를 종료하면서 ‘엔데믹’을 향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일상의 변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이륜차’다.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며 배달이 늘어났고 그에 따른 이륜차 운행이 증가하면서 사고 또한 급증한 것이다. 일상의 편리함으로 자리잡은 배달 문화는 앞으로도 확산될 전망. 도로 위 무법자로 변질된 이륜차의 위험성을 분석하고, 무법질주를 안전하게 바로잡을 경찰의 대책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1. 신호등도, 보행자도 무시하는 이륜차…언제 가장 위험할까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륜차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20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륜차 법규 위반 적발 건수는 지난 2019년 4만2천686건에서 2020년 10만3천628건, 2021년 18만954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내 유입의 기점이 된 2020년 들어 법규 위반 사례가 2배 이상 급격히 늘어났고 이후로도 증가세는 계속되는 양상이다. 법규 위반 사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신호 위반’이다. 지난해 기준 5만7천564건(31.8%)이 신호 위반으로, 3건 중 1건의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안전모 미착용, 안전운전 의무 위반, 중앙선 침범, 무면허 등 순으로 집계됐다. 이륜차의 무법질주 속 교통사고도 늘고 있다. 경기남부권 이륜차 교통사고는 지난 2019년 3천382건, 2020년 3천699건, 2021년 3천989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기간 이륜차 사고로 196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만 1만4천607명(중상 3천79명)에 달했다. 이 같은 이륜차 교통사고를 발생 시간대별로 분류하면, 점심·저녁 시간대에 몰리는 양상이 나타난다. 지난해 이륜차 교통사고 3천989건 중 805건(20.2%)은 오후 6~8시에 집중됐다. 이어 600건(15.1%)은 오후 8~10시, 505건(12.7%)은 낮 12시~오후 2시에 발생했다. 해당 시간대는 모두 ‘식사’ 또는 ‘배달’과 밀접한 시점으로, 배달 문화 확산에 따른 이륜차 운행의 급증이 교통사고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륜차의 질주가 비단 보행자만 위협하는 건 아니다. 운전자 본인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실제로 올해 초 성남시 분당구의 봇들사거리에선 신호를 어기고 이륜차로 좌회전을 시도하던 60대 배달원이 맞은편에서 직진하던 승용차에 치여 숨진 바 있다. 일선 교통현장에서 단속에 참여하는 수원지역 경찰서 소속의 한 경찰관은 “오토바이는 후면에만 번호판이 달려 있어 카메라로 추적하는 것도 어려운데, 직접 추적하려 해도 줄지은 차량 틈으로 빠져나가는 탓에 붙잡기 쉽지 않다”며 “무리해서 추적을 하다 보면 되레 사고를 일으킬 위험도 커 현장 단속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2. “이륜차의 안전, 곧 보행자의 안전” 경기남부청, 총력 대응 코로나19가 남긴 잔상 중 하나인 ‘이륜차의 위태로운 질주’를 바로잡기 위해 경찰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우선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3월부터 내달까지 ‘배달 이륜차 사고 예방대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매주 2회씩 배달 이륜차를 대상으로 일제단속을 벌이는 것이다. 아울러 경찰은 상가밀집지역 등 187곳을 질서확립구역으로 선정, 배달대행업체 현황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전년 대비 이륜차 사고 발생과 사망자 수가 함께 늘고 있는데, 경찰은 사망자 중 40%가량을 배달종사자로 추정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주문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배달종사자의 법규 위반과 사고 위험을 높였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기존의 무인카메라 단속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경기남부청은 암행순찰차를 이륜차 단속에 동원하고 교통싸이카, 경찰 기동대까지 집중 배치하며 교통사고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현장 단속과 캠코더를 비롯한 장비를 활용한 단속 또한 확대 병행하면서 전방위적인 단속에 착수했다. 가장 이목을 끄는 건 경기남부청의 ‘교통안전지도’ 제작이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의 교통사망사고 빅데이터를 시각화해 교통안전활동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경기남부청은 지리정보응용프로그램(Q-GIS)을 활용한 이 지도에 이륜차는 물론 모든 교통사망사고에 대한 지역별 분석을 담았으며, 사망사고 다발 구간 등을 표시해 일선 경찰서에 배포했다. 해당 지도를 토대로 교육·홍보와 집중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도로관리청 등 유관기관과 함께 교통안전시설 확충에도 나설 계획이다. 경찰의 빅데이터가 담긴 교통안전지도로 경기남부권을 들여다 보면 집계기간 동안 총 2천198건의 교통사망사고가 벌어져 2천260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이륜차 관련 사고는 311건으로, 이들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320명에 이른다. 또 일례로 수원시의 경우 5년간 159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이 가운데 21명(13.2%)이 이륜차 사고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경수 경기남부청 교통안전계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이륜차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도경 주관으로 주 2회 일제단속과 더불어 31개 경찰서에서 상시단속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륜차 배달원 등이 법규를 준수하며 ‘조금 늦더라도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도록 고객들의 적극적인 배려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이륜차의 번호판 전면부착’을 비롯한 단속 시스템의 개선도 현실화도 시급하다. 내달 취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번호판 전면부착 의무화와 함께 운행기록 장치 설치 시 보험료 할인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장희준기자

[지지대] 권력기관 개혁... 국민과 함께, 글쎄요

짙은 자줏빛에 향기로운 자두가 고고한 선비를 유혹할 만큼 강렬했을까. 자두의 순 우리말은 오얏이다. 옛말에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고 했다. 남에게 오해받지 않도록 행동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자주 인용한다. 설사 갓을 고쳐 쓴다 해도 그 모습은 멀찍이 떨어진 사람의 눈에 자두를 따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괜한 시빗거리를 만들지 말라는 선비 정신의 가르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 법안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에 당력을 쏟고 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검수완박 법안을 이달 내 국회서 통과시켜 다음 달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하는 일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좌고우면 없이 앞 만 보고 폭주할 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소집, 차수 변경하면서 심사를 강행하고 있다. 원내대표실 백드롭(뒷걸개)도 ‘권력기관 개혁, 흔들림없이 국민과 함께’라고 적었다. 하지만, 왜, 지금? 국민이 의아해한다. 공교롭게도 대선 후 검찰이 권력비리형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수완박의 속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권력형 비리의혹 수사를 원천 차단하는 방탄법으로 오해받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4일 검수완박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보면 반대 52%, 찬성 38%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을 지지해온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뿐만이 아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등도 입장문을 내고 “서둘러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며 속도 조절을 촉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오수 검찰총장과의 면담에서 “국민은 검찰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다...입법도 국민을 위해 해야 한다”고 밝혔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모호한 언어로 보수·진보 진영에 따라 해석도 다르다. 백조는 호수에서 고고하고 우아하지만, 이동할 땐 수면 아래에서 물갈퀴를 젓는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모습이 그렇게 보인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선 1호기 경제성 조작, 대장동 및 성남 FC 후원금 뇌물 의혹 등이 차기 정권의 검찰 수사를 기다린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인가? 6·1 지방선거에 지더라도 나아가 총선에 패배하더라도 검수완박해야하는 절실함이 아닐까. 국민의 의심이 커지는 이유다. 국회 180석을 밀어준 국민을 신뢰한다면 심사숙고하며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김창학 정치부 국장

[사설] 장애인 이용 못하는 전기차충전소, 개선 시급하다

전기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기차는 23만대가 보급됐다. 경기도내 전기차는 2018년 6천383대, 2019년 1만1천750대, 2020년 2만477대로 집계됐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따라 앞으로 전기차와 수소차 등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이 증가한 가운데 전기차 관련 소비자 불만이 크다. 소비자 수요나 정부의 전기차 보급 의지에 비해 차량 이용 편의가 충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소만 해도 많이 늘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관리가 안돼 ‘무늬만 충전소’인 사례도 있어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장애인들에게 전기차 충전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다. 충전기가 너무 높게 설치됐거나, 주차면이 좁아 휠체어 장애인의 이용이 어렵다. 교통약자인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없어 이동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와 한국전력공사, 민간 등이 설치한 도내 충전소는 모두 2만2천503개다. 이 중 교통약자 배려형은 수원·성남·안산 등 7개 시군에 11개에 불과하다. 교통약자 배려형(폭 3.3m, 세로 5m)은 일반주차구역 면적(폭 2.2m, 세로 5m)보다 넓어 장애인과 같은 휠체어 이용자가 차량에서 내리기 쉬운 시설이다. 충전기 터치스크린 높이도 일반형(160㎝)보다 낮게 해 휠체어에 앉아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그러나 이런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충전소는 전체 시설의 5%에도 못미친다. 장애인들은 교통약자 충전소 숫자도 적고 찾기도 힘들어 일반형 충전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일반 전기차 충전소는 이용이 어렵다. 문제는 일반 주유소와 달리 충전소는 모두 무인으로 운영된다. 이는 장애인은 전기차를 타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경기도는 앞으로 계획한 충전소 물량의 최대 30%를 교통약자 배려형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제 실현될 지 모르는 일이다. 그 이전에라도 장애인을 위한 상주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충전 수요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장애인을 고용하면, 일자리 창출과 편의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전기차 충전소의 장애인 불편은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다른 자치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인이 이용가능한 전기차 충전소 지침을 마련하고, 충전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 전까지는 공공근로자를 배치해서라도 불편을 덜어줘야 한다. 충전소의 사후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사설] ‘지금도 업무 과중’이라는 경찰發 의견/검수완박에 가려 있는 중대한 문제다

‘현직 경찰’이라고 밝힌 글이 주목을 끌었다. 지난 1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현직 경찰인데 현재 검수완박을 누구보다 반대하는 건 경찰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현재 경찰의 업무 과중을 설명했다. “지금도 수사권 조정 이후 불필요한 절차가 너무 많아져 업무 과중으로 수사 지연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업무 과중의 실상도 밝혔다. “현재도 수사관 한 명 당 자기 사건을 50~200건씩 가지고 있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로 본인 인증을 해야 글을 작성하거나 댓글을 쓸 수 있다. 그래서 현직 경찰이 쓴 글이라고 언론은 추측한다. 통상적으로 ‘검수완박’의 수혜자는 경찰로 해석된다. 현실적으로 검찰로부터 넘어올 수사 권한이 커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글은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측의 논거로 활용됐다. ‘수혜자로 여겨지는 경찰까지도 검수완박을 부담스러워한다’로 인용됐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차원에서 이 문제를 본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업무 부담이다. 우리가 앞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경찰이 자체 조사한 자료가 있다.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을 조사한 통계다. 2020년 55.6일에서 2021년 64.2일이 됐다. 8.6일 늘었다. 그 사이 변화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사건 처리 기간이 지연된 직접 계기가 수사권 조정인 것이다. 당연히 경찰은 ‘잘하려다 보니 늘어났다’고 해석한다. 그렇더라도 사건 처리가 늘어지고 있다는 현실은 달라지는 게 없다. 더구나 여기엔 구조적이고 준비 안 된 이유가 있다. 바로 경찰 수사력에 대한 제도적 지원책이다. 수사 기관의 전문성은 제도적으로 뒷받침 돼야 한다. 경찰에 권한을 주려면 그에 맞는 제도도 맞춰줬어야 했다. 그게 부족했고, 그 부담을 경찰이 그대로 떠 안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설문을 했다. 소속 변호사 1천55명에 물었다. 758명(71.8%)이 ‘경찰의 법률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민변 등 여러 기관 조사에서도 비슷했다. 수사의 주체는 검·경이다. 당사자는 국민이다. 검수완박되면 사건은 모두 경찰로 간다. 경찰의 수사 능력 제고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국민 입장에서는 수사 주체보다 이게 중요하다. 그런데 작금의 관심은 수사 주체 뿐이다. 앞선 ‘현직 경찰’도 이런 점을 하소연 한 것일 게다. 수사권만 토론하지 말고, 수사제도도 개선해달라는 요구였을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 현장의 소리에 귀 여는 집단이 없다. ‘넘기자’ ‘넘기지 말자’의 싸움만 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지연이 8.6일 늘었다. 검수완박하면 또 얼마나 사건 처리가 늘어날지 걱정이다.

[함께하는 인천] 한일관계 변화된 현실에서 봐야

찬반양론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여전히 민감하며 제한된 시각만이 용인된다. 일본도 세계정세도 크게 변했다. 한일관계는 현 일본의 실제 모습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소련이 군사적 완충지역이라 생각한 우크라이나의 변화를 이유로 침공을 감행, 전쟁을 벌이고 있다. 남북 관계의 변화가 중러에 적대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한반도는 우크라이나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서방세계가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공감하면서도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하지 못하는 것은 관계 설정의 미비 탓이다. 국가안보를 위한 선택은 현실적 문제이다. 현 북한의 중러와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한국은 한미, 또는 한미일의 관계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안보가 일본을 배제한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희망하지만, 미국은 한미일의 협력 속에서 설계하려는 태도이다. 아니면 중러와 협력하여 미일과 대항하는 선택이다.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태도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국과 상관없는 일이니, 미일을 버릴지언정 중러를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취하는 한국에 대한 태도에서 한중간에 공정한 관계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북한의 핵 개발이나 미사일 발사는 차치하고 중러가 세계 최고의 군사 강국을 지향하며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에 대처할 방법이 한미일의 협력뿐이라면 한미일의 관계는 공고히 할 수밖에 없다. 유사시 한국의 대 북중러 대응에 필요한 현실감각이 요구된다. 원죄가 있지만, 일본에 대한 견해는 현 일본을 제대로 보고 내놓는 합당한 것이어야 한다. 현재의 일본을 한국이 지향하는 국가관에 비추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이 한국을 호시탐탐 노리며 침략을 감행할 위험한 나라인지, 자유민주주의 시장원리에 반하여 함께 하기 어려운 나라인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사회를 함께 공유할 수 없는 일본, 일본인이라면 배척함이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관계 개선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한국이 일본과 깊은 협력관계를 선택한다고 하여 과거를 잊는 매국 행위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역사를 기억한다며 한국을 둘러싼 모든 나라를 적대국으로 만들 수는 없다. 역사의 교훈은 과거 속에 매몰되어 현실감각을 잃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든 한미 동맹관계의 변화든 미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변화된 세계질서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현실적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대목이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문화카페] 첼리니의 소금 그릇

벤베누토 첼리니(1500-1571)는 르네상스 시대 대표적인 조각가이자 금세공사였다.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첼리니의 이름을 지금까지 유명하게 만든 것은 소금 그릇 때문이다. 1543년에 제작된 <황금의 소금 상자>는 순금으로 조각된 소금 그릇으로 프랑스 왕에게 헌납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30㎝가 안 되는 이 금세공품은 한쪽에는 벌거벗은 바다의 신과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여인이 배치된 형태인데, 그 세부의 정교함과 아름다움은 누구라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소금은 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한 음식물이다. 원시 수렵시대에서 농경시대로 접어들면서 야생 동물의 고기 대신 농사를 통해 생산된 곡물이 인간들의 주 식량원이 됐다. 그러나 야생동물들의 고기에는 풍부한 소금이 있었지만 곡물에는 소금이 없었다. 그래서 인간은 생존을 위해 소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됐다. 특히 내륙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가들에게 소금은 국가의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물품이었던 것이다. 고대 국가들의 흥망성쇠도 바로 이 소금 때문으로 소금은 최초의 국제적인 무역 상품이 됐다. 이탈리아 작은 어촌 마을인 베니스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상업 도시가 된 것도, 17세기 세계 경제를 지배한 네덜란드의 성공도 바로 이 소금 때문이었다. 또한 소금은 부패를 방지하는 특성 때문에 믿음과 신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배신자 유다 옆에 소금 그릇이 엎어져 있는데, 이것은 바로 배신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첼리니는 미켈란젤로의 뒤를 이은 위대한 조각가로 평가받았지만 살인, 강도, 여성 편력 등 개인의 생활사는 엉망진창이었다. 특히 말년에 그러한 내용을 솔직하게 기록한 자서전을 발간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첼리니의 자서전에 감동해 독일어로 번역을 햤고 첼리니를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칭송했다. 자유분방한 그의 삶이 마치 천재의 비사회적 전형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후대에 첼리니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가 제작되기도 했다. 최근에 첼리니의 소금 그릇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03년에 비엔나박물관에 전시된 소금 그릇이 도난당한 것이다. 당시 100만 유로의 현상금을 걸고 소금 그릇을 찾으려고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는데, 2006년 비엔나 북쪽의 숲속에서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소금 그릇이 발견됐다, 이후 미술관 측이 소금 그릇을 보험에 들었는데 보험금이 대략 800억원 정도였다. 첼리니는 르네상스 전성기에 살았던 사람으로 이전 세대가 하지 못했던 더 흥미롭고 비범한 것을 만들려고 했다. 르네상스 시대 에술가들은 당시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에서 예술가라는 새로운 사회적 지위를 정립해야 하는 부담감(-책을 많이 읽어 고전에 대한 상당한 지식도 가지고 있어야 했다-)과 선배들인 중세 장인들의 방랑벽과 방탕한 생활 습관을 벗어나지 못한 애매한 상황이 바로 첼리니의 생애인 것이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