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尹 후보 장모 입건…‘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직접 수사

경기남부경찰청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장모 최씨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직접 수사한다. 경기남부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양평경찰서가 맡아 오던 해당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사안의 중대성과 수사 인력 등 여러 여건을 고려했을 때 지방청 단위에서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날 자료를 넘겨받을 예정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양평군 공흥리 일대 2만2천㎡ 면적에 임대주택을 지으려다 사업을 포기했고, 지난 2011년 7월 민영개발로 변경되며 최씨의 가족회사인 ESI&D에서 해당 부지를 개발해 아파트를 분양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ESI&D가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양평군은 준공 승인이 나기 직전인 지난 2016년 6월 ESI&D에서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실시계획 인가 기간 만료일을 ‘2014년 11월’에서 ‘2016년 7월’로 변경 고시했다. 이 덕분에 ESI&D 측이 이미 인가 기간을 넘긴 상태로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준공을 마쳤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ESI&D 측이 800억원 이상의 분양 수익을 올리고도 개발부담금은 1원도 내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현행법상 토지 개발로 수익을 내면 일부를 개발부담금으로 내야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양평군수가 현재 윤 후보 캠프에 있는 김선교 의원이라며 모종의 관계가 있었을 것이라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경찰은 내사에 착수해 지난 10월 양평군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고, 최근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장희준기자

하남 대규모 택지개발에도 주택보급률 전국 대비 31%p낮아

미사강변도시와 감일공공주택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에도 하남 주택보급률이 전국 평균치보다 30%p정도 낮게 나오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 법률상 오피스텔과 기숙사 등은 주택보급률에 포함되지 않는데다 교산신도시 분양을 신청하려는 위장 주민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8일 하남시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하남 주택보급률은 73.83%(10만1천127호/13만6천965세대)에 그쳐 지난 2019년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전국평균 104.8%보다 30.97%p 낮았다. 경기도평균 101.5%보다도 27.67%p 낮은 수준이다. 시의 최근 3년 동안 주택보급률은 지난 2019년 76.98%(8만9천138호/11만5천792세대), 지난해 72.94%(9만3천932호/12만8천774세대), 지난 10월말 기준 73.83%(10만1천127호/13만6천965세대) 등에 머물렀다. 시의 주택보급률이 전국 및 경기도 평균치보다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주된 원인은 미사강변도시와 감일지구, 위례신도시(하남권역) 등지에 조성된 오피스텔과 기숙사에 입주한 1인 가구 증가로 보고 있다. 주택법에는 오피스텔과 기숙사 등은 주택보급률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법률상 문제로 주택보급률이 전국 평균치보다 낮게 나온데다 현재 추진 중인 교산신도시에 분양받으려는 주민들이 주소만 옮겨놔 보급률이 평균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하남=강영호기자

“친족 성폭력, 처벌 원치 않아” 피해자 합의, 그대로 믿어도 되나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조차 어려운 친족 성폭력 사건(경기일보 8일자 6면)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가해자의 형량을 감경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지법 형사2부는 최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7)에 대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 2012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둘째 딸을 200회 넘게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혼 후 홀로 두 딸을 키우던 그는 수시로 중학생인 둘째를 불러 강간했고, 피해자는 어린 나이에 임신과 낙태까지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지난 2016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법원은 친딸을 4년간 400회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징역 1천503년을 선고했다. 현행법상 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의 경우 7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무거운 죄책에 비해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지 못하지만, 미국의 경우 같은 혐의에 대한 최저 형량이 징역 25년에서 출발한다. 그럼에도 친족 강간죄에 징역 30년이 선고된 건 국내 판례들을 살펴볼 때 비교적 중형이다. 더욱이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까지 밝힐 경우 이는 피고인에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된다. 일례로 지난 10월 의정부지법 형사11부는 아홉 살짜리 딸의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친부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술을 마신 뒤 어린 딸을 수차례 추행했다. 비정한 아버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다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아내로 착각했다는 변명을 늘어놨다. 처벌이 가벼워진 건 피해를 당한 친딸이 탄원서를 낸 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9세 아동의 판단에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달린다. 피해를 당해도 주변의 도움을 구하기 어려운 범죄 특성상 피해자는 가정이 망가질 수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다른 가족들의 회유와 압박에 못 이겨 합의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전문가들 역시 친족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합의는 피해 회복에 초점이 맞춰지는 게 아니라 가해자의 형량 감경에 악용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친족 성폭력의 피해자, 특히 어린 아이들의 처벌불원 의사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본다며 아동은 자기 잘못이 없는데도 다 자기 탓인 줄 아는데, 이를 나쁜 아버지들이 악용할 우려가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촉법소년을 처벌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판단력이 흐린 나이대라고 보기 때문인데, 이는 피해자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그럼에도 어린 아이들의 처벌불원 의사가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이율배반적이라고 부연했다. 양휘모ㆍ장희준기자

[법률플러스] 필요비, 유익비 상환청구권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26조 제1항). 여기에서 필요비란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의 보존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말한다.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존속 중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와 관련한 임대차목적물의 보존을 위한 비용도 임대인이 부담해야 하므로, 임차인이 필요비를 지출하면 임대인은 이를 상환할 의무가 있다. 이때 임차인은 필요비를 지출한 즉시 임대인에게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임차인이 필요비를 상환받지 아니한 채 임대인에게 임대차목적물을 반환했다면 그날부터 6개월 내에 상환청구를 해야 한다. 필요비의 예로는 보일러 교체 공사비, 수도 수리비용, 누수로 인한 수리비용 등이 있다. 유익비는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의 객관적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투입한 비용을 말하는데, 임대인은 임대차종료시에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때에 한해 임차인의 지출한 금액이나 그 증가액을 상환해야 한다(민법 제626조 제2항). 임차인의 주관적 취미나 특수한 목적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유익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또한 임차인이 지출한 결과가 임대차목적물의 구성부분이 되어야 하고, 만약 그 부가물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부속물에 해당해 부속물매수청구권의 대상이 된다. 유익비의 예로는 발코니 확장, 중문 설치, 이중창 설치 등이 있다. 유익비는 지출 즉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필요비와 달리 임대차가 종료해야 청구할 수 있고, 임대인이 임대차목적물을 반환받은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청구해야 한다. 필요비와 유익비 상환청구권에 대한 민법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고,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당사자 사이의 특약으로 유익비, 필요비 상환청구권에 대한 포기 또는 제한이 가능하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의 체결 당시 임대차목적물 반환 시에 임차인이 원상복구를 하기로 한다고 약정했다면, 이때에는 필요비, 유익비 상환청구를 할 수 없다. 필요비, 유익비 상환청구권에 대해서는 향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임차인은 필요비, 유익비 관련 비용에 대해 지출 이전에 임대인에게 연락을 하여 필요한 공사에 대한 동의를 받고, 가능하다면 비용부담주체에 대해 협의를 하고 해당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준행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속보] 철거 명령에도 버젓이 불법…수원 한복판서 천막 무단 설치 배짱영업

수원 나혜석거리 한복판에서 파라솔 무단 설치 등 건축법을 위반(2020년11월27일자 4면)했던 음식점이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무단으로 불법 가설물을 설치한 채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일 오후 9시께 팔달구 인계동 나혜석거리 지상 3층의 A음식점. 283㎡ 규모 야외의 공간에는 높이 3m의 6개 대형천막이 18개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었다. 음식점 내부 15개의 테이블을 뒤로 한 채 10여명의 손님은 비닐로 된 천막 안에서 술잔을 기울였으며 천막을 꾸미고 있는 형형색색의 야외 조명을 사진으로 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 천막은 해당 음식점 주인이 가설건축물 사용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설치한 불법 건축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이 음식점은 지난해 11월 대형 파라솔을 설치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러 팔달구의 철거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인근 상인은 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장사도 되지 않는 데 불법으로 설치한 가설물에 손님들이 몰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더욱 힘이 빠진다라며 선량하게 법을 지키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뭐가 되겠는가라고 푸념했다. 이와 관련, A음식점 관계자는 다른 가게들도 천막이나 텐트를 설치한 채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도 철거명령을 받은 만큼 9일까지 천막을 치울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 중심가에서 버젓이 불법 영업이 자행되고 있지만 단속 주체인 팔달구청은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한 차례 불법 영업이 단속된 곳이지만 팔달구청은 지난달 15일 민원을 접수하기 전까지 이를 파악하지 못한 데다 9일까지 철거 명령을 내린 후 인력 부족을 이유로 단 한 차례도 현장점검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팔달구청 관계자는 해당 음식점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위반 행위가 적발된 만큼 철거명령 미 이행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설건축물을 불법으로 설치한 자에겐 건축법 제111조에 따라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정민ㆍ이대현기자

안양 만안 경부선 중간역 타당성 재조사 마무리…여전히 경제성 낮아

안양시가 수도권 전철1호선 안양역과 명학역 사이 중간역 신설을 위한 사전타당성 재조사를 2년여만에 마무리했다. 그간 중단과 재개 등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경제성 지표인 B/C(비용 대비 편익) 값이 여전히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사업추진에 험로가 예상된다. 시는 8일 경부선 중간역(가칭 행정타운역) 신설 관련 사전타당성조사 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용역은 안양 만안구를 지나는 수도권 전철 1호선 안양역과 명학역 2.3㎞ 구간 중간 역사 신설 타당성을 다시 한번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앞서 지난 2015년 이뤄진 1차 용역에선 B/C 값이 0.44로 조사돼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는 달라진 여건변화을 고려, 1차 용역 이후 결정된 안양7동 주변 공공기관 이전부지 등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이용수요 증가를 종합적으로 검토ㆍ반영코자 용역을 재추진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립종자원, 식물검역본부, 동화약품 등 각종 부지개발을 비롯한 재개발ㆍ재건축사업들이 다수 반영됐다. 아직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안양6동 구 농림축산검역본부 부지 5만6천여㎡ 개발계획(가칭 행정업무복합타운)도 포함되면서 이번에는 경제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한층 고조됐었다. 하지만 결과값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역사 신설을 바라는 만안 주민들로서는 실망감이 클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행정타운역 신설을 위한 추진동력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안양=한상근ㆍ노성우기자

노자를 현대 감각으로 풀어낸 '노자와 평화' 발간

노자를 현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풀어낸 <노자와 평화>가 출간됐다. 이번에 출간된 <노자와 평화>는 어린이ㆍ청소년 책 작가 장주식, 서예가 사농 전기중이 여강길에서 만나 함께 펴냈다. 노자 도덕경 81장(도경 37장, 덕경 44장) 중 도경 37장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다. 원전의 내용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현대의 일상생활에서 만나고 발견되는 노자의 ‘평화’ 사상을 담은 게 특징이다. 저자들이 문학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과 우리가 처한 현실을 노자를 통해 낭만적으로 풀어낸 점이 특히 돋보인다. 장 작가는 1994년 어린이를 위한 장자 이야기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로 첫 책을 펴냈다. 1999년 <그리운 매화 향기>로 제2회 어린이문학상, 2008년 <토끼 청설모 까치>로 제29회 한국어린이도서상 저작부문으로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여주 지역에 상흔을 남긴 구제역 이야기를 담은 2019년에 출간한 <소가 돌아온다>가 3판 인쇄를 찍어내는 등 인기를 끌었다. 내년에는 청소년 소설 <제로>와 걷는 사람들을 위한 책 <북한강 걷기>를 출간할 계획이다. 서예가 사농 전기중 작가는 조부 때부터 물려받은 서예에 대한 전문성과 창의력으로 ‘경기으뜸이’에 선정, 경기도문화상을 수상했다. 여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크고 작은 행사에서 전통서예의 생활화에 힘쓰고 있으며, 다른 예술분야 작가들과 협업한 서예 퍼포먼스 등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특히 매년 한글날마다 세종대왕과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를 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여주시 능서면 번도5리 들판에 주민들과 함께 만든 한글서예작품 574점을 전시한 ‘나랏글 574전’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지난 3일엔 <노자와 평화> 북 콘서트가 여주 여성회관에서 열려 이항진 여주시장과 박시선 시의장, 김선교 국회의원과 문인 다수가 참여하며 성료했다. 여주=류진동기자

[문화인] 아이들의 ‘책 놀이터’…김포 코뿔소 책방, 여고은 대표

과거 책방에서 받은 힐링을 나누고 아이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책방을 운영하게 됐다. 책 한 권씩 직접 읽고 좋은 책을 선정해 손님들에게 소개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며 책과 친근한 공간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김포에서 코뿔소 책방을 운영 중인 여고은 대표(36)의 이야기다. 코뿔소 책방의 책방지기는 여고은 대표와 그의 아들 은우군(8)이다. 책방을 운영한 지 이제 1년 조금 넘었지만, 여 씨가 아들과 함께 직접 고른 책, 믿고 읽는 책들이 가득해 이미 단골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책방에선 왠지 장난쳐서도, 소리를 크게 내서도 안 될 것 같지만 이 곳은 예외다. 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넘실댄다. 특히 은우군의 친구들이 책방을 자주 찾아 운양동의 아이들은 책방과 책에 대한 거리감이 없다. 여 대표는 “책방에 오는 손님들에게 은우가 직접 좋아하는 책을 소개해주기도 하며 종이 접는 법을 알려주기도 한다”며 “아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만큼 제가 직접 아이들을 모아두고 책을 읽어주는 ‘그림책 선생님’이 될 때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부터는 아이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 ‘그림책으로 숲 배우기’와 ‘그림책 저자와의 북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림책으로 숲 배우기’는 그림책으로 숲을 소개하고 직접 숲에 나가 숲 선생님과 함께 체험하고 자연에서 뛰어노는 활동이다. 여 대표는 “학교와 학원만 다니는 아이들은 계절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른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숲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알도록 하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책과 자연을 만지고 눈으로 보면서 책방에 오는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그림책 저자와의 북 토크’는 그림책 저자가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서로 소통하며 책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고자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좋은 동화책이 나올 때마다 그림책 작가를 섭외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그림책 작가는 아이들의 친구로 자리 잡았다. 코뿔소 책방에 아이들만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코뿔소 책방이 생긴 이후 인근에 책방이 많이 생겨나게 됐다. 여 대표는 지역 주민들에게 책 문화를 알리고자 ‘우리동네책문화협동조합’을 설립해 플리마켓을 진행하기도 하며 어른들을 위한 ‘저자와의 북 토크’도 운영하고 있다. 6곳의 책방지기가 모여 책을 읽고 논의를 한 후 소개해주고 싶은 작가를 소개해 책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여 대표의 바람은 책방을 통해 책과 친근한 문화를 널리 퍼트리는 것이다. 온라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어릴 적부터 책과 책방에 익숙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다. 여고은 대표는 “아이들이 책방에 오는 것을 꺼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와 책을 고르고 읽었으면 한다”며 “책방을 통해 책과 가까이하는 문화가 오래 지속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4-④

아스테카 문명을 대표하는 태양의 돌(Aztec Sun Stone)은 달력과 우주관을 기록한 거대한 원형 석조물이다. 아스텍 달력이라고도 하는 이 돌은 목테수마 2세가 1479년에 만들어 마요르 신전에 바쳤으나 에스파냐 침략자가 이곳을 점령한 후 유적을 파괴할 때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앞 소칼로 광장에 파묻었다. 태양의 돌은 그 후 270년도 넘게 땅속에 있었으나 1790년 12월17일 광장 터 고르기 작업 중에 발견함으로써 당시 세계 이목이 쏠렸고, 이 돌은 지름 3.58m, 두께 0.98m, 무게 25t에 달하는 거대한 석조 유물로 고대 아스텍 사람들의 역법(曆法)과 신앙적 우주관을 담고 있다. 태양의 돌은 원반 형태의 큰 바위를 맷돌처럼 다듬고 질서 정연한 구획 안에 신비로운 상징을 정교하게 조각해 아스텍의 수준 높은 문명을 표현하고 있다. 돌에 조각된 부조의 아름다움과 색채의 조화는 고고학적 가치를 떠나 미학적 예술성도 메소아메리카에서 가장 독특하고 인상적인 작품으로 평가한다. 태양의 돌에는 다양한 상징을 나타내는 문양이 새겨 있다. 석판 한가운데 혀를 내민 인물의 상징은 현세를 창조한 제5의 태양신이고, 두 손을 양쪽으로 내밀어 쥐고 있는 것은 인간 심장으로 인신공희를 상상할 수 있다. 제5의 태양을 둘러싼 네 개의 네모 안에는 제1시대 야수 재규어ㆍ제2시대 바람의 신 케찰코아틀ㆍ제3시대 불의 신 틀랄록ㆍ제4시대 물의 여신 찰치우틀리케 문양이 각각 조각돼 있다. 이 표현은 현세가 오기까지 지난 과거 4개 시대는 야수와 태풍, 화재와 홍수로 멸망하였다는 것을 상징한다. 바깥쪽에 사각형을 둘러싸고 있는 원 안에는 아스텍의 한 달을 상징하는 20개의 칸이 있고, 그 속에는 그날을 상징하는 동물과 식물 등을 그려 놓았다. 이 그림은 그날을 점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가장자리에 있는 원은 시간을 표시한다. 여섯 개의 원 안에 새겨진 기호와 상형문자는 안토니오 레온 이 가마(1792), 알렉산더 폰 훔볼트(1816), 에두아르도 셀레르(1904), 헤르만 바이어(1923), 엔리케 후안 팔라시오스(1943) 등이 연구했다. 그러나 태양의 돌에 남겨진 신들에 대한 기호와 상형 문자 해석은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현세인 제5 태양의 상징은 지진으로 무너진다고 주장하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2012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종말론이 아스텍 역법에 유래하였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제5 태양이 지배한 세계는 1519년 4월 21일 에르난 코르테스가 아스텍을 점령함으로써 이미 무너졌기에 이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 박태수 수필가

[기자노트] 사과의 자세

사회부 김정규 6개월 전 화성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로 일하던 중년 여성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휴게실 벽에 달린 옷장이 떨어지며 그를 덮친 것이다. 이른 아침 죽음의 급식실로 향하기 전 좁디 좁은 휴게실에서 잠시 숨을 돌리던 참이었다. 의사가 내린 진단은 경추 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 조리실무사가 몸을 뉘인 병원 앞에서 그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의 목소리에선 절망이 짙게 묻어났다. 아픈 아내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무력감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듯했다. 교육 당국의 대처는 어땠을까. 경기도교육감은 사과 한 마디 없었다. 교육장도 사과하지 않았다. 교장은 피해 당사자 대신 남편을 찾아갔다. 이마저도 사고가 벌어진 지 3개월이 지나서였다. 교장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무언가를 건넸다. 돈봉투였다. 당신들은 정말 나쁜 사람입니다 진심으로 미안했다면 아내를 치료하는 담당 의사라도 찾아가서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게 순서 아닙니까 마음 대신 돈을 꺼내보인 교장에게조리실무사의 남편은 이렇게 분을 냈다고 한다. 한사코 거절하는 남편을 등진 교장은 교육가족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사고를 당한 조리실무사의 급여 계좌에 무작정 돈을 넣었다. 한 학교의 책임자가 보여준 사과의 방식이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게 있다. 지나간 시간은 돈으로 되돌릴 수 없고 잃어버린 건강도 마찬가지다.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도 그렇다. 모든 게 망가져버린 절망 속에 누워 있는 조리실무사를 만나 정말 미안하다 한 마디를 건네는 게 그리 어려웠을까.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가 학생들의 끼니를 책임지다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런 게 경기교육이 가르치는 사과의 자세인가. 김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