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재단의 채용 비리 의혹이 또 불거졌다.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이 성남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정규교사 채용 비리 의혹을 확인, 관련자 5명을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도교육청은 지난 1월 문제의 학교에서 채용 관련 비리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2월과 4월 두 차례 감사를 실시한 결과, 2012년과 20142015년 교사 채용 관련 문제지와 답안지를 지난해 파기한 사실을 확인했다. 교육부 지침상 교사 채용 문제지와 답안지는 10년간 보존해야 한다. 도교육청은 이 학교 법인 측에 관련자 징계 등 처분을 요구하고, 문제지와 답안지 파기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 6월 경찰에 고발했다. 교사 채용시의 문제지와 답안지를 파기했다면 뭔가를 숨기고 싶었다는 얘기다. 당연히 비리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특정 연도의 서류만 없앴다. 경찰은 사학재단의 채용 비리가 끊이지 않는 만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도교육청도 사립학교 채용비리 의혹을 철퇴하겠다고 공언했으니 수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강력히 해야 한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5월 평택 태광학원에서 교사 채용 관련 금품수수와 시험지 유출 등의 비리를 적발해 경기남부청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경찰은 지난달 업무방해 및 배임수재 혐의로 태광학원 관계자 10명을 입건했고, 범행을 주도한 행정실장 등 3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또 이들에게 돈을 건네고 정규교사 채용 시험에 합격한 기간제 교사 21명, 그 부모 5명 등을 배임증재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수십억원이 오고간 태광학원의 대규모 채용 비리는 본보 보도를 통해 불공정하고 파렴치한 행태가 드러났다. 이는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사학비리 근절 대책을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도교육청은 사학재단의 잇따르는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해 내년부터 사립교원도 공립교원과 같은 기준의 임용 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사학법인이 도교육청과 협의되지 않은 사립교원을 자의적으로 채용할 경우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고, 교원 채용비리에 연루된 법인 임원에 대해선 임원 승인취소는 물론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이런 특단의 대책에 대해 사립학교법인협의회는 행정권한 남용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채용의 전 과정을 교육청에 위탁해 불편부당한 채용을 막고 공정을 뿌리내리는 정책이라며 사학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일부 사학재단의 채용 비리로 전체 사립재단이 자율성을 잃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업자득이다.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무더위 속에 치러진 2020 도쿄올림픽이 국민들에게 많은 감동과 기쁨을 선사했다. 비록 5회 연속 톱10 목표 달성은 이루지 못했지만 유난히도 무더웠던 이번 여름 현해탄 너머에서 전해온 태극전사들의 활약상에 국민들은 환호하고 감동했다. ▶예년과 달리 이번 올림픽에서 국민들은 메달 획득 여부와 메달 색깔보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더 큰 갈채를 보냈다. 여자배구가 그랬고, 금메달 4개를 따내며 맹위를 떨친 양궁과 유럽 펜서들에 당당히 맞서 선전한 펜싱, 사상 첫 동메달의 여자 체조, 근대5종 등이 그랬다. ▶반면 국내에서 인기를 누린 야구와 축구, 해외 무대서 명성을 떨친 골프는 실망스런 경기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국민적 기대감이 컸었기에 실망감 또한 크게 다가온 탓이다. 이들 종목 구성원이 대부분 프로라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 프로들의 기량이 반드시 세계 일류는 아니다. 골프처럼 세계 정상권이라고 해도 대회 당시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 순위가 뒤바뀌는 게 스포츠다. 정해진 각본 없이 수 많은 이변과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도 스포츠의 매력이다. ▶이를 잘 알기에 국민들의 올림픽 관전문화 또한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좋은 결과만을 원하던 것에서 과정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선수들 역시 이제는 국가대표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올림픽을 즐기고 최선을 다한 것으로 기쁨을 누릴줄 아는 프로다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흔히 프로(professional)라 함은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운동선수에 있어 프로는 수준높은 기량을 펼치며 그에 따른 부와 명예를 함께 거머쥐는 직업선수를 의미한다.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들의 경기력과 경기장 안팎 태도가 때론 칭찬을 받기도 했고, 일부는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진정한 프로는 경기장 뿐만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빛난다. 배구 여제 김연경의 리더십, 태권도 이다빈, 유도 조구함의 승자에 대한 예우, 노장 투혼을 발휘한 펜싱 김정환, 양궁 오진혁의 활약, 첫 올림픽 무대에서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세계와 맞선 신예들의 활약이 좋은 예다. 진정한 프로는 스스로 품격과 그 가치를 증명할 때 더욱 빛나는 것이다.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수원지역의 미술사는 어떤 모습이었나. 1980~90년대 각 지역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과 노동자의 모습은 어떠했나. 우리는 그동안 서울 중심으로 기록되고 주목받았던 미술사에서 벗어나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미술사에 대해 탐구할 필요가 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지역, 인천,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벌어졌던 사회참여적 미술운동의 양상을 조망한 전시를 통해 1979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벌어졌던 미술운동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개최됐다. 수원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협력기획전으로 개최한 전시 바람보다 먼저다. 오는 11월7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관에서 진행되는 바람보다 먼저는 41팀의 작가들의 회화, 설치 등 총 189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는 1부 포인트 수원과 2부 역사가 된 사람들로 구성됐다. 전시를 기획한 신은영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수원시의 미술사를 정리하면서 기획하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타지역 미술관에서도 1979년부터 1990년대의 미술사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했다며 서울에 집중된 미술에서 벗어나 들풀같이 퍼진 경인ㆍ경수 지역의 민중 미술을 조명했다고 전시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1부 포인트 수원에서는 1979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수원 미술을 이끌었던 POINT, 時點視點(시점시점), 목판모임 판, 수원문화운동연합, 미술동인 새벽, 노동미술연구소 등 6개의 소집단의 활동을 조명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수원지역에서 미술을 이끌어온 큰 형님과 같은 존재로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던 시기에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존재 이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예술가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당시 개발을 앞둔 고향에서 철거를 저지하는 등의 모습을 담아냈다. 수원 미술의 실천적 동기를 마련했던 이들이었기에 거친 울분이 담겨 있다. 2부 역사가 된 사람들은 수원에서 나아가 경기도 곳곳, 인천, 대구, 광주 등의 지역작가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이뤄졌다. 강요배, 곽영화, 이응노 등 지역 중심으로 발생했던 움직임을 조명하며 1980년대 사회참여, 실천 미술 담론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그렇기에 1부의 작품보다 더 치열하지만 한편으로는 다가올 봄을 꿈꾸는 예술인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억압된 상황에서도 현실을 직시하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가는 의지를 보여준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은 바람보다 먼저는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 당시 미술사를 담아낸 전시라며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미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전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놀아라, 그렇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 의학박사이자 미국놀이연구원의 창시자인 저자 스튜어트 브라운이 하는 솔깃한 이야기다. 놀이, 즐거움의 발견(연암서가 刊)을 펴낸 저자는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고 연쇄살인범부터 노벨상 수상자까지 온갖 직업을 가진 6천 명이 넘는 사람들의 놀이 이력을 채록하고 취합하면서 평생을 보냈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젊은 남성들과 음주운전을 하다가 중범죄자가 된 이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놀이의 중요성을 탐구했다. 저자는 찾은 공통점은 뜻밖의 이유에서 나온다. 어린 시절 놀이가 심하게 부족했다는 거다. 책은 놀이가 우리의 문제해결 능력, 적응력, 사회성, 창의성, 지능 등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놀이를 중단하는 것은 죽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우리가 놀이를 중단하는 것은 발달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엔트로피 법칙이 상황을 장악한다. 모든 것이 와해하는 것이다놀이를 중단했을 때, 우리는 죽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놀아야 할까. 어렵지 않다. 일단 운동하며 몸을 움직이고, 삶에 대한 두려운 태도를 버리며 놀이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욕구를 이해하는 사람들과 함께 놀이 환경을 구축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놀이에 대한 중요성과 인간의 생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한 내용이 돋보인다. 정자연기자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화선양위원회가 적멸은 없다(도서출판 그루刊)을 출간했다. 한국문화선양의 3번째 책인 적멸은 없다는 한국문화선양위원회 위원 26명의 작품이 담겨 있다. 이들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바로 알고 지키고 계승해 나가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자 책을 집필하게 됐다. 적멸은 없다는 전통문화 중에서 문학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다. 문학은 인간이 창조한 가장 심원한 예술이며 인간의 갈망을 실현하는 이상이다. 또 이성과 감성이 빚어낸 예지의 결정체이기도 하며 영혼이 서식하는 집합체 역할도 한다. 책은 이러한 문학의 역할을 시와 수필로 풀어냈다. 강외숙 시인은 나무를 주제로 서글픔과 사랑, 유년의 기억을 담아내 솔직하게 표현했다. 김경순 시인은 로그인, 서울 스모그 등 정보가 넘쳐나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사회의 모습을 그려냈다. 또 김동현 시인은 목련 마스크, 죽천횟집 등 4편의 시를 통해 우리 생활에서 익숙하고 친숙한 장면들을 나타냈다. 시 이외에도 김원길, 김이경, 맹기호 작가는 문학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수필을 책 속에 담았다. 맹기호 작가는 상록수를 통해 자신이 겪은 일을 토대로 글을 모르는 타인에게 공감하고 문학의 소중함을 상기시켰다.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문학이고 문학으로 한국을 세계에 전할 수 있다며 누구나 알 만하고 지켜나가야 하지만 소홀히 하기 쉽다. 그렇기에 적멸을 없다를 통해 전통문화를 문학이라는 그릇에 담아 독자들과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를 지켜나가고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김은진기자
멕시코에는 두 곳의 상징적인 가톨릭교회가 있다. 첫 번째는 멕시코 대성당이고 두 번째는 과달루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다. 이곳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개종한 원주민 후안 디에고(Juan Diego)에게 나타난 기적을 기리고자 1709년에 세웠다. 멕시코 대성당은 아스테카 제국의 왕궁과 신전을 파괴하고 누에바 에스파냐를 건설할 때 가톨릭을 전파하기 위해 테노치티틀란 터전에 세운 상징적인 식민지 교회였다. 그러나 과달루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가톨릭이 전파된 지 10년 후 후안 디에고 에게 발현한 성모가 전한 메시지에 따라 세운 교회로 신앙의 중심이자 안식처다. 과달루페 성지에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아스텍 출신 후안 디에고가 1531년 테페익(Tepeyac) 언덕을 지나가다 우연히 성모를 만났다. 마리아는 디에고에게 주교에게 가서 이곳에 교회를 지으라고 몇 차례 전했으나 스페인 출신 주교는 천한 원주민이 전하는 메시지를 믿지 않았다. 성모는 자신이 전하는 메시지를 주교가 믿지 않자 이번에는 디에고에게 바위산 언덕에 올라가 장미꽃을 꺾어오라고 했다. 성모가 말한 곳에 오르자 겨울철임에도 장미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꽃을 꺾어 망토에 싸서 내려온 디에고에게 성모는 주교에게 이 꽃을 전하며 자신의 메시지를 다시 전하라고 했다. 그동안 디에고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던 주교는 망토에 싸 온 자신의 고향 카스티야 장미꽃과 망토에 새겨진 기도하는 성모의 모습을 보고서야 발현을 믿고 그 장소에 성당을 지었다. 이후 태양신을 믿던 많은 원주민이 가톨릭으로 개종했고 디에고도 죽은 후 이곳에 묻혔으며 그는 가톨릭 성인품에 올랐다. 성지는 멕시코시티 북쪽 테페익 언덕에 있다. 프랑스 루르드ㆍ포르투갈 파티마와 함께 세계 3대 성모 발현지다. 과달루페 성지는 멕시코뿐만 아니라 중남미 가톨릭 인에게는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처럼 일생에 한 번은 찾아야 하는 순례지로 생각한다. 박태수 수필가
단재 신채호의 반려자인 박자혜는 1895년 12월11일 경기도 고양군 숭인면 수유리(현 서울특별시 도봉구 수유동)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중인 출신의 박원순이다. 일찍이 어머니가 사망해 어린 나이에 궁궐의 견습나인(일명 아기나인)으로 입궁, 10여 년 동안 궁중생활을 했다. 궁궐 생활을 위해 예의범절과 더불어 전통적인 학문을 받을 수 있었다. 일제 강점으로 대한제국이 망하면서 궁궐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상궁 조하서의 도움으로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 기예과에 입학ㆍ졸업할 수 있었다. 이 학교는 엄귀비가 사족의 자녀를 교육하기 위한 현모양처주의를 표방했다. 이어 조선총독부의원 부속 의학강습소 간호부과를 입학ㆍ졸업해 조산부가 됐다. ■언변 능하고 간호부 독립운동 주동한 자일제의 주목 박자혜가 조선총독부 부속병원의 조산원으로 근무하던 중이던 1919년 3ㆍ1운동이 일어났다. 그는 이필주 목사와 연락을 취하면서 이 병원 조산원과 간호원들로 조직된 간우회의 회원들과 함께 유인물을 배포했다. 병원에 부상 환자들이 줄을 잇자 부상자들을 치료하던 과정에서 민족의 울분을 절감했다. 그는 3월10일께 비밀리에 간우회원들을 규합해 독립만세 시위운동을 주도했다. 이어 같은 병원 동료들과 김형익 등 한국인 의사를 규합하고 시내 국ㆍ공립 병원 직원들의 동조를 얻어 태업을 주도하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다행히도 병원장의 신병인도로 풀려나게 됐다. 일제의 감시보고서인 사찰휘보는 박자혜에 대해 평소 과격한 언동을 하는 언변이 능한 자, 조선총독부 의원 간호부를 대상으로 독립만세를 외치게 한 주동자로 명시하며 주목하고 있었다. 더 이상 국내에서 활동하기 어렵게 되자 박자혜는 중국으로 떠났다. ■단재와 부부이자 동지로서 인연을 맺다 베이징에서 박자혜는 옌진대학(현 베이징대학 전신) 의예과에 입학했다. 1920년 봄에 15세 연상인 독립운동가 신채호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단재와 만남에 대해 훗날 다음과 회고했다. 검푸르던 북경의 하늘빛도 나날이 옅어져 가고 만화방초가 음산한 북국의 산과 들을 장식해주는 봄 4월이었습니다. 나는 연경대학에 재학 중이고 당신은 무슨 일로 상해에서 북경으로 오셨는지 모르나 어쨌든 나와 당신은 한평생을 같이하자는 약속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듬해 아들을 낳고 다시 1922년 둘째를 임신했으나 경제적 궁핍으로 아들과 함께 귀국했다. 임신한 아이는 태어나지 못했거나 유아기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박자혜는 서울 인사동에 박자혜 산파를 개원해 생계를 모색했다. 조산부는 교사나 은행원 등 여성전문적인 직업으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임산부들은 출산을 산파에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활이 매우 궁핍했다. 서울로 돌아와 산파소를 개업했으나 일제의 감시와 방해로 개점휴업인 상태였다. 수시로 찾아와 온갖 방해를 일삼았기 때문에 영업을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당시 동아일보에는 산파소 경영난에 대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열 달이 가야 한 사람의 손님도 찾아오지 않아 산파소 간판을 달아 놓은 것이 도리어 남에게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러니 아궁이에 불 때는 날이 한 달이면 사오일이라. (중략) 산파소 간판이 걸린 초가집 대문을 넘어 문턱에 들어서자 부엌도 마루도 없는 한 칸 방에 박자혜가 앉아있었다. 부인의 얼굴을 차마 바라보기 어려웠다. ■노점상 하며 독립운동 지원끝내 독립 못 보고 병사(病死) 그는 생계를 위한 풀장사나 참외장사 등 노점상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머니로서 자녀를 기르고, 동지로서 중국에 있는 단재의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국내 지사들과 연락해 해외에서 밀입국한 후 활동하는 독립운동가들을 돕기도 했다. 1924년 정의부가 결성됐을 무렵엔 군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정의부 요원이 국내로 파견되었을 때 보천교 북(北)방주 한규숙을 중개해줬다. 1926년 12월에는 나석주의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 투척을 안내하는 등 독립지사들의 연락과 편의를 제공했다. 나석주는 서울 지리에 어두워 박자혜의 안내로 성공할 수 있었다. 이듬해 신채호와 베이징에서 재회해 셋째 아들을 임신ㆍ출산했다. 1928년 신채호가 일경에게 체포되니 책과 옷 등을 구입해 보내주며 옥바라지를 했다. 때로는 뤼순 감옥에 있는 단재에게 하소연 섞인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 할 수 없으면 고아원에 아이들을 보내라는 답장만 있었을 뿐이다.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에도 절망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그러다가 단재는 국조보감과 서양역사책을 사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책값이 50원에 달하는 거금으로 여사는 안재홍에게 부탁했으나 사서 보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편지는 거의 오지 않았다. 1934년 신가정 기자는 부군은 옥중에, 신산(辛酸)한 새해맞이, 신채호 부인 박자혜 여사 방문기에서 당시 곤궁한 상황을 담담하게 밝혔다. 1936년 신채호가 옥사하고 나서 첫째 아들 신수범은 경성실업학교를 중퇴하고 해외로 떠났다. 둘째 아들 신두범은 1942년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박자혜 역시 유일한 희망인 조국의 독립도 보지 못한 채 평생의 회한을 뒤로하고 1943년 10월16일에 병고로 홀로 셋방에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조산부가 된 박자혜는 독립운동가의 아내로서 살림살이와 자녀 양육 외에 독립운동의 후방 지원, 일경의 끊임없는 감시와 폭력을 겪어야 했다. 정부는 박자혜에게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못다 이룬 꿈이 저승에서나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이 남겨놓고 가신 비참한 잔뼈 몇 개를 집어넣은 궤짝을 부둥켜안고 마음 둘 곳 없어 하나이다. 작은 궤짝은 무서움도 괴로움도 모르고 싸늘한 채로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당신은 뜻을 못 이루고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시더니 왜 이렇게 못난 주제로 내게 오셨습니까. 분하고 원통하지 않으십니까? 당신의 원통한 고혼은 지금 이국의 광야에서 무엇을 부르짖으며 헤매나이까? - 가신 임 단재의 영전에 중. 뤼순감옥에서 순국한 뒤 화장된 단재 유골은 부인과 장남 등에 의해 열차로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역에서 잠시 지인과 만난 뒤 곧바로 운구돼 고향인 귀래리에 암장됐다. 1941년에야 한용운과 오세창 등이 묘표비를 세웠고, 2008년 5월에 영당 뒤 현재의 위치에 묘역이 조성됐다. 지인 홍명희는 단재의 고혼도 외롭게 돌아와 고향에 깃들었지만 부인 박자혜의 삶과 죽음 역시 그러했다. 단재 묘소에는 부인의 위패만 묻혀 있을 뿐이다. 서울에서 쓸쓸히 병사한 뒤 화장돼 한강에 뿌려졌기 때문이다. 한편 과묵하고 대쪽 같은 단재도 박자혜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이른바 부부 십계명은 이러한 사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제1계 : 남편 되는 이, 밖에서 불편했던 얼굴로 집안 식구를 대하지 마시오. 제2계 : 남편 되는 이, 무단으로 나가 자거나 밤늦게 돌아오지 마시오. 제3계 : 남편 되는 이, 자녀가 있는 곳에서 아내의 허물을 책하지 마시오. 제4계 : 남편 되는 이, 의복에 대해서 잔소리를 하지 마오. 제5계 : 남편 되는 이, 친구의 접대로 아내를 괴롭게 하지 마오. 제6계 : 아내 되는 이, 남편의 부족한 일이 있으면 조용히 권고하고 결코 군소리 하지 마시오. 제7계 : 아내 되는 이, 물건이 핍박해도 소리 내기를 절도 있게 하시오. 제8계 : 아내 되는 이, 남편이 친구하고 이야기할 때 뒤에서 엿보지 마시오. 제9계 : 아내 되는 이, 함부로 남편에게 의복 구하기를 일삼지 마시오. 제10계 : 아내 되는 이, 항상 목소리를 크게 해 역하게 하지 마시오. 김형목 ㈔선인역사문화연구소 연구이사
여야 유력 대권주자 간 양자 가상대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오차범위 내 근소한 차이를 보여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윤 전 총장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전 전 대표의 지지율은 오차 범위 밖의 차이를 보였다. ■ 양자 가상대결1 (윤석열 vs 이낙연) 국민의힘 윤석열 전 총장과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간 양자 가상대결 조사에서 윤 전 총장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38.3%로, 25.6%의 지지를 얻은 이 전 대표와 오차 범위 밖인 12.7%p 차이가 났다. 윤 전 총장은 인천의 모든 권역에서 이 전 대표와 지지율 차이를 보였다. 윤 전 총장은 중동서구강화옹진군에서 36.3%, 미추홀연수남동구 41.8%, 부평계양구에서 34.7%의 지지를 받아 이 전 대표와 각각 10.3%p, 18.3%p, 6.1%p 차이가 났다. 연령별로는 40~49세에서 31.3%가 이 전 대표를 지지했고, 24.2%는 윤 전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모두 윤 전 총장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 양자 가상대결2 (윤석열 vs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전 총장과 민주당 이재명 지사 간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윤 전 총장이 38.5%, 이 지사가 36.6%의 지지를 받으며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령대별로는 지지율 차이가 극명히 드러났다. 윤 전 총장은 2030 젊은 층과 60대이상 노인층에서, 이 지사는 40~50대 중장년층에서 각각 많은 지지를 받았다. 윤 전 총장은 18~29세 36.2%(이 26.1%), 30~39세 37.5%(이 27%)의 지지를 얻었고, 60세 이상에선 56.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이 지사는 40~49세 56.2%(윤 21.5%), 50~59세 47.5%(윤 34%)를 얻었다. 성별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 근소한 접전을 펼쳤다. 윤 전 총리는 남성 42.5%와 여성 34.5%, 이 지사는 남성 39.6%와 여성 33.7%의 지지를 받았다. 거주지역별로는 이 지사가 중동서구강화옹진군 36.3%(윤 35.3%), 부평계양구 40.8%(윤 35.8%)의 지지율을 보였다. 윤 전 총장은 미추홀연수남동구에서 42.1%(이 34.3%)를 기록했다. ■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인천지역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이재명 지사 29.9%, 이낙연 전 대표 20.7% 등으로 나타났다. 이어 박용진 의원(6.2%),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4.2%), 정세균 전 국무총리(3.8%), 김두관 의원(1.9%) 등이다. 적합한 후보가 없다는 대답은 24.6%, 잘 모름은 8.6%다. 연령별로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양분화했다. 이 지사는 40~49세 46.5%, 50~59세 37.3%, 60세 이상 25.2%로 이 전 대표와 오차범위 밖으로 차이가 났다. 이 전 대표는 18~29세 27.8%, 30~39세 22.1%를 기록했다. 특히 인천에선 모든 권역과 성별에서 이 지사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다만, 중동서구강화옹진군 3.7%p, 여성은 2.3%p차로 접전 양상을 보였다. ■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전 총장이 28%로 우위를 점했다. 이어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14.8%,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12.4%, 국민의힘 최재형 전 감사원장 6.4%,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6.2%, 국민의힘 원희룡 제주도지사 4.3%,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3%, 국민의힘 안상수 전 인천시장 1.2% 등이다. 윤 전 총장은 연령별로도 고른 지지를 받았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60세 이상에서 44.5%, 50~59세 22%, 40~49세 18.5%, 30~39세 25.8%, 18~29세 22.6%를 기록했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자의 절반이 넘는 59.2%가 윤 전 총장을 가장 적합한 대선 후보로 꼽았다. ■국정 평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잘못한다는 응답이 53.4%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이 중 매우 잘못한다는 34.5%, 잘못하는 편은 18.9%를 기록했다. 매우 잘함은 25.1%, 잘하는 편은 17%로 응답자 중 42.1%가 국정 운영을 잘한다고 평가했다. 연령별로는 40~49세에서 잘한다 60.9%, 잘못한다 37.9%를 기록했다. 50~59세에서는 잘한다 50.2%, 잘못한다 47.2%로 나타났다. 나머지 18~29세, 30~39세, 60세 이상은 잘못한다가 각각 50.6%, 62.6%, 65.9%로 높게 나타났다. 권역별로는 잘못한다는 평가가 중동서구강화옹진군(50.3%), 미추홀연수남동구(56.6%), 부평계양구(51.5%) 등 전 지역에서 50%를 넘었다. ■ 지지 정당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각 30.2%, 29.4%로, 0.8%p 차이의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이어 열린민주당은 7.5%, 국민의당 7.3%, 정의당 5%, 기타 3%, 없음 14.9%, 잘모름 2.8%로 나타났다. 특히 성별로 지지정당은 대조를 이뤘다. 남성은 국민의힘 지지자가 33.1%로 더불어민주당(29.4%)보다 많았고, 이와 반대로 여성은 더불어민주당(30.9%)이 국민의힘(25.8%)보다 지지율이 높았다. 지역별로는 중동서구강화옹진군(32.5%), 부평계양구(32.5%)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가 많았고, 미추홀연수남동구는 국민의힘(31.7%)이 더불어민주당(27.3%)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60세이상과 30~39세에서 국민의힘을 더 많이 지지했고, 18~29세, 40~49세, 50~59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높았다. 김민이민수기자 이번 조사는 경기일보의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2021년 8월14일부터 8월16일까지 사흘간, 인천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유선RDD 30%+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70% 방식, 성, 연령, 지역별 비례할당무작위추출)를 실시한 결과이며, 표본수는 801명(총 통화시도 2만3천559명, 응답률 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임.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오차보정방법 : [림가중]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값 부여(2021년 7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기준)
인천의 민심은 대통령선거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는 인천의 최다 득표자 모두 대통령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인천시민이 꿈꾸는 리더의 모습은 항상 국민들이 바라는 리더와 일맥상통했다.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은 현재 4차 산업혁명 등 기회와 코로나 팬데믹 등 위기가 서로 공존하는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그야말로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내년 3월9일에 열리는 제20대 대선은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기회를 살리고 위기를 극복하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리더를 선택하는 일이기에 모든 국민의 관심이 내년 대선으로 쏠리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다가오는 내년 대선과 관련해 바로미터로 불리는 인천의 민심을 살펴봤다. 내년 대선의 후보 선호도에 대한 인천시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각각 24.9%와 24%를 기록하며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창간 33주년 특집으로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인천시에 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 801명을 대상으로 8월14일부터 8월16일까지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과 이 지사 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0.9%p에 불과했다. 이어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16.1%,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5.5%, 국민의힘 최재형 전 감사원장 5.4%,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4.4%, 민주당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4.3%,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3.4%, 민주당 정세균 전 국무총리 2.7%, 민주당 박용진 의원 0.5% 등이다. 기타 인물은 1.6%, 없음과 잘모름은 각각 4.3%, 2.8%다. 인천을 3개 권역으로 나눠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윤 전 총장이 부평계양구, 미추홀연수남동구, 중동서구강화옹진군 권역에서 각각 20.3%, 28.3%, 24.1%를 얻었다. 이 지사는 각각 26.9%, 23.2%, 22.6%를 기록했다. 또 윤 전 총장과 이 지사는 연령별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크게 대조를 보였다. 윤 전 총장은 60세 이상에서 가장 높은 41.8%를 얻었고, 이 지사는 40~49세에서 가장 높은 39.2%를 받았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접전 양상은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역시 그대로 드러났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30.2%와 29.4%의 지지를 얻으며 오차범위 내인 0.8%p의 차이만 보였을 뿐이다. 이어 열린민주당 7.5%, 국민의당 7.3%, 정의당 5%, 기타 3% 등이다. 없음과 잘모름은 각각 14.9%, 2.8%다. 김민이민수기자 이번 조사는 경기일보의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2021년 8월14일부터 8월16일까지 사흘간, 인천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유선RDD 30%+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70% 방식, 성, 연령, 지역별 비례할당무작위추출)를 실시한 결과이며, 표본수는 801명(총 통화시도 2만3천559명, 응답률 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임.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오차보정방법 : [림가중]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값 부여(2021년 7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기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조직적으로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세력이 있다는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재명 지사에 대해 계속해서 악성 댓글을 작성해온 아이디 6개를 추적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이 지사의 지지자 A씨는 이 지사를 깎아내리고 이낙연 의원을 칭송하는 댓글 50여개가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있는데, 매크로(자동반복) 프로그램을 쓴 것으로 의심된다며 매크로를 사용했다면 포털사이트에 대한 업무방해이니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최근 댓글을 작성한 아이디 6개를 특정하고 해당 계정들의 개인정보 항목에 한국인 이름과 중국 휴대전화 번호가 기재된 것을 확인됐다. 다만 문제의 아이디에 대한 IP주소를 추적한 결과, 국내로 확인된 장소의 거주자들은 댓글과 무관한 것으로 파악돼 해킹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또 아이디 개인정보 항목에 있는 중국 휴대전화 번호를 추적하기 위해 중국 공안 측과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양휘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