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목숨을 구한 사다리차 기사 한상훈씨 "같은 일 반복되도 구할 것"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긴박함을 느꼈어요. 저도 모르게 사다리차를 올리고 있더라구요. 군포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주민 3명을 구한 사다리차 영웅 한상훈씨(29)를 2일 오전 화재 현장에서 만났다. 한씨는 숨진 근로자 A씨 등이 일하는 인테리어 업체에 창문틀과 창문 등 인테리어 물품을 공사 현장으로 올려주는 사다리차 업체 대표다. 사고 발생 1시간30분 전인 오후 3시부터 현장에 있던 목격자이기도 하다. 그는 사고가 난 세대에 사용될 인테리어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1층에서 대기하던 중 펑하는 굉음과 함께 사고가 났다고 당시 사고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신고 후 12층에 여성 한 명이 있는 것을 목격하고 구조할 사람이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다급히 접었던 사다리를 다시 펴기 시작했다. 한씨의 눈 앞에 15층 창문 틈에서 겁에 질린 듯 두 손을 흔들고 있는 어린 초등학생 남매의 모습도 들어왔다. 한씨의 마음은 다급해져만 갔다. 더욱이 소방당국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당시 살수차만 도착해 이들 주민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한씨뿐이었다. 한씨는 아이들이 다급하게 손을 흔들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들을 구할 수 있는사람이 저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씨는 곧바로 유독가스로 둘러싸인 아파트 12층 내부에서 손을 흔들고 있던 20대 여성을 사다리차에 올려 구조했고, 이후 바로 위층인 15층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남매를 안전하게 지상으로 옮겼다. 한씨는 사다리차 최대 높이가 14층이지만 순간적으로 아이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아 리미트장치를 풀고 15층까지 올라갔다며 위험하지만 같은 상황이 재현되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구조 후 소방대원에 인계된 아이들의 건강은 어떤지 궁금하다고 했다. 김은진기자

[수능 예비소집일] 운동장서 수험표 받고 고사장 출입금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하루 앞둔 2일 경기 지역 수능 고사장별로 수험생 예비소집이 진행됐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예년과 달리 진풍경이 펼쳐졌다. 오전 10시 용인 A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들은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학교운동장에 책상 6개를 나란히 배치했다. A고교는 12반을 6개조로 나눠 1조당 10분 간격을 두고 워크스루 방식으로 수험표와 안내서를 배부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 사상 첫 방역수능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의 안전을 위해 고사장은 입장이 일체 금지됐다. 어깨를 움츠린 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의 수험생부터 컨디션 관리를 위해 털모자에 목도리까지 중무장한 학생 등이 하나 둘 학교 정문을 통과해 모습을 드러냈다. 운동장에 들어선 수험생들은 본인이 속한 반을 찾아 가서 친구들과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 저마다 거리두기를 한 채 줄지어 섰다. 예비소집은 신속하게 진행됐다. 교사들은 수험생에게 짧게나마 수능 잘 보고 와 등의 응원을 하며 수험표와 수능 안내서, 선물꾸러미를 전달했다. 선물꾸러미 안에는 초콜릿과 수능 필수 점검표, 귤 등이 담겨 있었다. K양(19)은 그동안 온라인 수업을 받으면서 제대로 수업에 참여를 못해 조금 불안함 감이 있다며 할 수 있는 데까진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안내서를 전달받은 수험생들은 만일의 감염 우려를 방지하고자 교사들의 통제 아래 신속하게 학교 밖으로 벗어났다. 교내 한켠에서는 160여명의 졸업생들도 수험표를 받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이들은 재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별도로 마련된 장소에서 차례대로 안내서를 배부 받았다. A고교 관계자는 처음으로 워크스루 방식을 통해 예비소집을 진행하다 보니 수험생 통제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른 아침부터 고생한 교사들 덕분에 잘 마무리된 것 같다고 했다. 김현수기자

지방자치법 개정안, 국회 행안위 소위 통과… 대도시 등에 대한 특례 인정

대도시 등에 대한 특례 인정 조항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1소위 문턱을 마침내 넘었다. 사흘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극적으로 합의안을 마련,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개정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3일 열리는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일사천리로 넘어설 경우 오는 9일 본회의 처리도 가능해진다. 행안위 법안1소위는 2일 회의를 열고 특례시 조항 등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 형태 다양화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 인력 도입 ▲지방의회 의장에게 인사권 부여 ▲주민자치회 설치 ▲대도시 등에 대한 특례 인정 등 핵심 쟁점 논의가 이뤄졌다. 최대 난제였던 대도시 등에 대한 특례 인정 문제는 이른바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의 중재안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에 따라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실질적인 행정수요, 국가균형발전 및 지방소멸위기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이 지정하는 시군구에 특례를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특례시 명칭은 수원고양용인창원 등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만 쓸 수 있다. 이와 함께 시도의회 뿐만 아니라 시군구의회에 지방의회 정책지원전문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의장의 인사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방정부 자율성 확보를 위해 행정입법으로 자치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만 이견이 큰 주민자치회 설치 문제는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전환점을 맞은 데는 경기지역 정치인들의 숨은 노력이 원동력이 됐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염태영 수원시장은 30년 지방자치사의 성과를 외치며 지방자치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 당초 광역의회를 대상으로 했던 정책지원전문인력 도입 및 의장 인사권 등이 기초의회로까지 확대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 수원 정치권의 맏형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5선, 수원무)은 지난달 24일 열린 당정 협의에서 행안위 법안1소위 위원들을 맨투맨으로 설득하자고 제안, 5개 지역구 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특히 김승원 의원(초선, 수원갑)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한병도 소위 위원장을 설득해 소위 통과의 쐐기를 박았다. 용인에선 지난 20대 국회 행안위 여당 간사로 지방자치법 개정 협상을 담당했던 민주당 김민기 의원(3선, 용인을)이 뭍밑 설득전에 가세했다. 김민기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특례시 내용 등이 담긴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가장 먼저 대표 발의했다. 또 행안위 법안1소위 소속인 민주당 김민철 의원(초선, 의정부을)은 협상이 결렬 위기에 처할 때마다 위원들을 설득해 성과를 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오를 전망이다. 법사위에선 여당 간사인 민주당 백혜련 의원(재선, 수원을)이, 본회의 안건 상정 단계에선 대야 협상 실무자인 민주당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재선, 수원병)가 각각 중책을 맡게 된다. 송우일기자

[포토뉴스] 군포 아파트 화재 현장 감식

군포 아파트 화재서 우레탄캔 용기·시너통 발견…공사 현장 ‘안전 무방비’

11명의 사상자를 낸 군포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인 폴리우레탄 캔 용기와 시너 통이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난로에서 발생하는 열기에 인화성 물질이 닿아 일어난 폭발이 화재 원인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소방 등 관계기관들은 2일 군포시 아파트 화재 현장 브리핑에서 불이 난 아파트 12층에서 시너통과 부탄가스보다 조금 더 큰 폴리우레탄캔 용기 20여개가 있었다며 전기난로도 현장에서 함께 발견돼 열기에 가까이 있다 보니 폭발이 있을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재 당시 권상기실 아래층 비상구 개폐장치는 작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화재 감도에 따라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날 화재로 추락사한 34세 박씨의 유족들에 따르면 사고가 벌어진 12층 공사 현장에서는 별다른 안전 조치나 관리감독이 없던 무방비 상태였다. 박씨의 삼촌 P씨는 업체 사장의 말로는 안전교육이 전혀 없었고, 매일 오전 6시30분에 나와 새벽 2시까지 일하는 등 노동 강도가 심했다고 했다. 또 유족들은 업체가 근로자들에게 우레탄 등 인화성 물질을 사용하는 공사 현장에서 난로를 쓰지 말라고 구두 경고만 했을 뿐, 사실상 별다른 감독 조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P씨는 업체 사장은 난로를 쓰지 말라고 했는데 외국인 근로자가 들고 간 것 같다고 말했다. 말로만 경고가 아니라 현장에서 관리자가 감독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격분했다. A 업체는 비상연락망조차 없어 신원 조회가 돼도 유족들에게 연락이 닿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박씨의 예비신부 B씨는 오후 9시40분에야 경찰로부터 박씨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박씨의 사망 후 약 5시간이 흐른 뒤다. 한편 지난 1일 오후 4시37분께 군포시 산본동 백두한양9단지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아파트 12층에서 5명의 근로자가 노후한 섀시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작업 중 폭발음과 함께 갑자기 발생했다. 불이 난 직후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박씨(34)와 태국인 C씨(38)가 바닥으로 추락, 두개골 골절 등으로 그 자리에서 숨졌다. 정민훈ㆍ김해령기자

[신간소개] 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난 권정생 '들국화 고갯길'

따뜻한 울림을 주는 권정생의 단편동화 들국화 고갯길이 새롭게 재해석 돼 독자와 다시 만난다. 권정생의 단편동화를 그림책으로 펴내는 창비의 권정생 문학 그림책 시리즈 일곱 번째 책으로 1978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발표된 동명의 동화를 새롭게 해석해 그려 냈다. 권정생의 들국화 고갯길은 노동과 평화를 말한다. 워낭 소리에 깃든 애달프고도 숭고한 노동과 전쟁 없는 평화를 권정생만의 따뜻함으로 그려낸다. 책의 할머니 소는 숨이 차오르고 힘줄이 불거지도록 밭을 갈고 짐을 끄는 고된 일조차 하느님이 내려 주신 성스러운 일이라고 여긴다. 고된 노동 끝에 보상처럼 다가오는 순간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아낸 이야기는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이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숭고하고도 애달픈 모든 삶을 향한 권정생의 위로는 화가 이지연의 부드러운 그림과 어우러져 그림책 들국화 고갯길로 완성됐다. 들국화가 모닥모닥 피어나는 늦가을 정취를 담은 서정적인 수채 그림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화가 이지연은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들국화가 모닥모닥 피어나는 늦가을 정취, 노동하는 삶의 애환, 1970년대 후반 우리나라 농촌 풍경 등을 서정적인 수채화로 풀어내어 깊이 있는 감상을 돕는다. 값 1만5천원. 정자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