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美 대선… 막판까지 접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서로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는 등 개표 후반까지 접전이 펼쳐졌다. 일부 경합주에서 우편 투표 급증으로 개표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3일 오후 6시(한국시간 4일 오전 8시) 투표 종료된 일부 지역부터 개표를 시작했다. 미국 대선은 전국 득표율과 상관없이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미국 50개주 대부분은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정당이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선거 이튿날 오전 6시(한국시간 4일 오후 8시) 미국 언론이 공개한 선거인단 확보 현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213명, 바이든 후보가 238명 등으로 집계됐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 우세(총 선거인단 101명인 6개 경합주에서 앞서)를 보도하고 있지만 당선 확정을 밝힐 만큼 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현장 투표보다 개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우표 투표에서 바이든 후보의 지지층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미국 언론들도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2012년 대선 때는 선거 당일 오후 11시20분, 2016년에는 선거 이튿날 오전 2시20분께 당선인 확정 보도가 나왔지만 이번에는 선거 이튿날 오전 6시가 넘도록 개표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서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당선인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신이 이겼다고 우기는 전례 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0시40분께 입장을 발표하고 우리는 지금 상황에 대해 좋다고 느낀다며 이번 대선의 승리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바이든 후보의 입장 발표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크게 이기고 있다. 하지만 그들(민주당)이 지금 선거를 훔치려 한다며 그렇게 하도록 놔두지 말아야 한다. 투표소가 닫으면 투표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투표를 중단하기를 원한다며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언급해 소송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펜실베이니아가 대선 3일 후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를 유효표로 인정토록 한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이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해석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입장 발표 자리를 갖고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하기도 했다. 여승구기자

[사설] 세금 안내려 외국인으로 국적세탁까지 하다니

세금을 안내려는 자들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지능화 되고 있다.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는 끝까지 추적해 받아낸다는 방침이지만 악의적 체납자들의 교묘함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위장 이혼을 하는 것은 보통이고, 국적을 세탁해 외국인 신분을 유지하는 이들도 있다. 온갖 수법을 동원해 자신의 재산을 숨기고 호화ㆍ사치 생활을 하면서 납세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태는 성실 납세자들에게 상실감을 준다. 경기도가 외국인 신분으로 국적을 세탁한 체납자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도는 지난 310월 국내에 등록된 외국인번호 360만건과 국적이 말소된 체납자를 대조해 신분 세탁 의심자 1천415명을 가려냈다. 이후 추가 확인 작업을 통해 체납상태에서 국내 경제활동을 하는 83명을 적발했다.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은 총 14억6천여만원에 달한다. 도는 17명에게 외국인등록번호로 국내에서 취득한 부동산 등 40여건을 압류했다. 나머지 체납자 66명에 대해선 추가 조사를 통해 매출채권이나 급여 압류 등 후속 조치할 방침이다. 평택에 거주하며 서울 강남에 5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외국 국적의 A씨는 6년 전 내지 않은 세금 때문에 강남의 건물과 대지를 압류당했다. A씨는 2013년 9월 평택 거주 당시 부과된 지방세 400만원을 내지 않고 2014년 재산을 처분해 이민을 갔다. 이후 2018년 외국인 신분으로 국내로 돌아와 외국인등록번호를 이용해 서울 신사동에 5층짜리 건물을 취득해 생활하다 경기도에 적발됐다. 체납자 B씨는 2015년 재산세 300만원을 내지 않고 이민을 가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돼 체납액이 결손 처리됐다. 이후 재입국해 성남에 거주하며 외국인등록번호로 분당과 제주에 부동산을 취득해 생활해온 것으로 파악돼 부동산이 압류됐다. 2016년 자동차세, 재산세 등 500만원을 체납한 용인 거주 C씨는 이민 후 외국인 신분으로 한국에 돌아와 의료업 분야 학원을 운영하다 적발됐다. 세금을 안내려 한국 국적을 말소하고 외국인 신분을 가진 사람들은 대한민국에 살 자격이 없다. 그런 사람들이 국적 세탁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버젓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니 황당하다. 이번에 적발된 체납자들은 외국인 신분으로 구입한 부동산 등이 밝혀지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 위법행위를 뿌리 뽑고 공정과세 실현을 위해 모든 법적 절차를 동원, 체납된 세금을 끝까지 징수해야 한다. 비양심적이고 악의적인 체납자들은 세금 징수뿐 아니라 보다 강도높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설] 총기 위협… 차량 포위… 결과 불복...2020 美대선, 애들 볼까봐 무섭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우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마디로 못 볼 선거를 봤다. 자유주의 종주국이 상영한 막장 정치 드라마였다. 흡사 영화에서 볼 법한 난장판이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후춧가루, 스프레이, 총이 등장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시민을 위협한 상황이다. 남북 전쟁 당시 남부군을 이끌었던 리 장군 동상을 막는 장면이었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아이콘으로 여기는 리 장군이다.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추격전도 있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주도한 실력행사다. 캘리포니아 흑인 거주 지역에서도 트럼프 지지자들의 소동이 있었다. 올 4월 초 언론에 크게 보고된 선거 관련 사건이 있었다. 전북지방경찰청이 요란스럽게 수사했던 범죄다. 길거리에 게시된 선거 현수막을 훼손한 일이다. 담뱃불과 라이터로 훼손한 범인이 검거됐다. 아무런 의도 없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로 밝혀졌다. 그래도 범행자는 처벌됐다. 선거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이다. 미국 대선에서 목격한 집단 행위는 가히 충격적이다. 총 위협, 고속도로 추격전. 행여라도 모방할까 걱정이다. 이 모든 혼란의 중심에 정치가 있다. 선거일 전부터 결과 불복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았다. 자체 승리 선언이라는 해괴한 단어도 등장했다. 지지자들에 결과에 저항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선거 당일까지 두 후보의 선동은 계속됐다. 트럼프는 우리가 대승했지만, 그들이 선거 훔치려고 한다고 했고, 바이든은 이번 대선, 우리는 승리 위한 궤도에 올랐다고 했다. 선거일 이후 계속 투쟁하자는 선창을 외친 셈이다. 우리 정치사에 결과 불복은 없었다. 특히 대선 결과 불복은 금기어와도 같았다. 15대 대선에서 진 한나라당이 일부 지역 재검표를 요구했다. 새정치국민회의 측이 대선 불복이냐고 하자 그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18대 대선에서 진 민주통합당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문제 삼았다. 새누리당이 대선 불복이냐고 따졌고 역시 그건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런 우리의 결과 승복 문화가 이번에 못된 걸 배울까 걱정이다. 땅이 너무 메말라 불꽃이 뛸 정도다. 국제위기그룹의 스티븐 폼퍼 정책 담당 선임 이사의 말이다. 대선을 앞두고 칼처럼 대립하는 미국 사회에 대한 평이다. 그 말대로 대선 당일 미국은 초긴장상태에 돌입했다. 매사추세츠주, 앨러배마주, 애리조나주, 텍사스주 등은 주 방위군을 배치했다. 백악관은 경내 주변으로 높은 울타리를 쳤다. 상점들은 쇼윈도우를 합판으로 가려 약탈에 대비했다. 이게 2020년 미국의 모습이다. 세계인이 목격한 가장 미개하고 원시적 선거였다. 충돌, 협박, 선동, 불복. 선거에 없어야 할 모든 추태가 난무했던 선거였다. 트럼프 혹은 바이든, 당선인엔 관심 없다. 이번 선거가 혹시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크게 보였을까 그게 걱정이다.

[지지대] 말 한마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Good words cost nothing(고운 말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口禍之門(구화지문,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다) 말 한마디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그때그때 다르겠지만 말 한마디는 중요하다고, 선조들은 속담과 고사성어를 통해 전해준다. 더욱이 도움이 필요하거나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의 따듯한 말 한마디는 가뭄 속의 단비로 다가올 수 있다. ▶최근 수원의 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다가 보이스피싱에 관한 얘기가 화두가 됐다. 70세가 넘은 여사장님은 오전에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아 하마터면 큰 봉변을 당할 뻔 했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과는 연고가 없는 서울시 금천구 얘기를 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어 경찰에 확인을 했고, 다행히 보이스피싱을 당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행들과 함께 천만 다행이라는 위로의 말을 건냈지만, 사장님의 푸념은 이제 시작이었다. 보이스피싱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졸이며 경찰에 전화를 했는데, 경찰은 보이스피싱 맞는것 같네요. 그래도 피해 안봤으니까 됐네요라고 했단다. 위로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고 했다. 다만 너무나 무성의한 경찰의 한마디는 자신의 가슴에 비수가 꽃힌 듯 괴로웠다고 한다. ▶지난 주 한 어르신이 소상공인 새희망 자금 신청을 위해 수원시 장안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사업자등록증 등 각종 구비 서류들을 하나도 갖추지 않은 것은 물론 잔뜩 긴장까지 했다. 다행히 이를 담당하던 기간제근로자의 도움으로 모든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몇일 후 센터에 떡이 돌려졌다. 상황은 이렇다. 도움을 받은 어르신은 그 날 기간제근로자로부터 받았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친절에 대해 아들에게 얘기를 했다. 제가 도와드릴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한 마디가 너무 고마웠나보다. 마침 인근에서 떡집을 하는 아들은 고마움을 떡을 돌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며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 요즈음이다. 이명관 사회부장

[경기만평] 에라 모르겠다…

[문화카페] 관객 없는 극장은 가능할까

극장을 뜻하는 시어터(Theater)는 고대 그리스 야외극장의 객석에서 유래했다. 오늘날 실내극장도 그리스 야외극장에서 비롯됐다. 주로 도시, 즉 폴리스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던 고대 그리스 야외극장 형태가 로마중세르네상스바로크시대를 거치면서 실내로 들어와 자리 잡았고, 이게 오늘날 실내극장의 일반적 모습으로 굳어졌다. 수 천 년의 이 변천과정에서 변하지 않은 세 가지 요소가 있다. 객석과 무대, 무대장치가 그것. 그리스 야외극장의 세 가지 요소를 지금 극장에 대입하면 이렇다. 일단 객석은 그대로 객석인데, 실내로 들어오면서 배우들의 연기공간인 무대와 무대장치에 변화가 있었다. 무대는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에서 연기공간인 스테이지로, 스케네라는 고정된 무대장치 공간은 무대와 그 안의 다양한 무대 변환 시스템으로 한 몸을 이루었다. 오늘날 실황 연주자들의 반주 공간인 오케스트라 피트는 과거 연기공간이었던 오케스트라의 흔적. 르네상스 이후부터 오케스트라는 연기 공간이 아닌 음악 연주단체(오늘날의 교향악단)의 의미로 어의가 바뀐다. 이 장구한 서양 극장 역사에서 극장이 객석, 즉 테아트론(theatron)이라는 말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깊이 되새겨볼 만한 일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극장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객석의 관객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관객 없는 극장은 존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극장이 무대를 필수로 한 공연예술의 심장이라면, 그 현장에서 심장의 박동을 울리는 주인공은 관객이다. 현장과 관객, 극장이 삼위일체를 이루어야 공연은 완성된다. 코로나19라는 몹쓸 괴질이 퍼지면서 극장폐쇄가 속출했다. 다중이 모이는 곳이니 극장은 이런 때 어떤 극단적 처방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어보나마나다. 마침 전국의 극장들이 현명하게 대처하여 극장을 중심으로 심각한 전파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방역엔 성공했으나, 극장 중심으로 돌아가야 할 공연산업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전시공간을 매개로 하는 시각예술 분야도 어려운 형편은 매 한가지이다. 그 사이 극장마다 발 빠르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확충하는 등 침체를 벗어나려는 노력에 몰두했다. 이때다 하고 일각에서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여기에 미래가 있는 양 호들갑이다. 놀라운 기술 발달 시대에 공연이 기술과 만나 영역을 넓혀나가는 일은 더 오랜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 하지만 현장 관객 없이 공연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정재왈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

[아름다운 강산 ‘산山 내川 들野’ 나들이] 소래포구

소래포구는 조업을 하는 어선이 드나드는 수도권 유일의 재래포구다. 인천의 대표관광지로, 당일 어획한 신선한 수산물이 소래포구어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소래포구어시장은 새우, 꽃게, 홍어, 농어, 광어, 낙지 등 다양한 수산물과 깊은 맛을 내는 젓갈로 유명하다. 수산물의 발효식품인 젓갈의 기원은 삼국시대나 통일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젓갈이 보편적인 우리의 음식이 되었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찾아 볼 수 있다. 900년 전인 고려 인종 1년(1123년)에 발간 된 이 책속에는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상용하던 음식이 젓갈이라는 기록이 나온다. 이것은 젓갈이 국가의 의례음식, 궁중음식 그리고 일반국민의 상용음식으로 사용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음식이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면서 자랑스러운 우리만의 고유음식으로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겠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여러 지방에는 젓갈을 위시, 모든 수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시장이 여러 곳 있다. 그 시장들 중에서 450여 점포가 모여 있는 소래포구어시장은 경기도와 인천, 서울 등 수도권 2천만명의 시민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경인선의 완전한 개통으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하루의 나들이 길로 다녀올 수 있는 어시장이다. 아픈 과거를 담고 있는 관광지 소래포구어시장의 젓갈, 관광객들의 발길 끊이지 않아 인천광역시 남동구는 소래포구어시장 뿐만이 아니라 둘러 볼만 한 곳이 참으로 많다. 남동구는 도시와 농촌 그리고 어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다채로운 매력의 고장으로, 도심속의 푸른 숲과 해양생태공원 등의 녹지가 50%를 넘는다. 인천대공원과 소래포구 등 생태관광도시의 면모를 갖춘 이곳은 김장철, 김장용 새우젓 구입을 위한 나들이길만이 아니더라도 찾아가 볼만한 충분한 대상들이 산재해 있다. 소래포구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19~2020 한국인이 꼭 가 봐야 할 한국관광100선에도 선정되어 있다.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 11번지, 소래포구는 아픈 과거를 담고 있는 관광지다. 일제치하의 1930년대 후반,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화약의 원료인 양질의 소금을 수탈하기 위해 철도를 건설하면서 소래포구의 발전사가 시작되었다. 해방후, 귀향한 실향민들이 무동력선 한 두 척으로 새우를 잡고 젓갈을 만들어 수인선열차와 경인선열차를 이용, 새벽부터 인천과 수원 그리고 부평과 서울 등지로 새우젓을 이고 지고 나가 팔면서 소래사람들의 삶은 꾸려졌다. 예나 지금이나 소래포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젓갈이다. 그 중에서도 소래에서 나는 좋은 소금과 오래 축적된 그들만의 노하우가 만들어낸 새우젓은 수도권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들이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김장철이 되면 양질의 새우젓을 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 시장으로 몰려 든다. 소래역사관, 아련한 추억속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소래포구 나들이길, 소래역사관에서 소래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맙다. 소래역사관은 급속한 신도시개발과 도시화로 사라져가는 소래의 모든 것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보존하고자 2012년 6월 29일에 개관한 인천광역시 남동구 최초의 공립박물관이다. 소래역사관은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소래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추억이 된 옛 모습들을 생생하게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놓았다. 소래포구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소래염전과 소래갯벌을 떠올리게 한다. 소래역사관에서는 소래어촌의 생활풍습과 어구 등 어촌문화와 생활상을 사진으로 볼 수 있으며, 소래염전의 유래와 소금생산과정등도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소래염전 소개 코너에는 소금창고가 있고 소금밀대 밀어보기와 여러 가지 소금체험도 해 본다. 여기에 수인선 협궤열차가 등장한다. 박물관안 소래역대합실에 들어선다. 소래지명의 유래와 조선의 해양방비책을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수인선의 건설과정을 볼 수 있고 모형으로 만든 협궤열차도 타 본다. 문화해설사의 소래포구의 형성과정과 소래어시장의 현황설명을 듣고 시각과 후각을 즐겁게 자극하는 바다내음과 식욕까지 돋구는 젓갈내음을 맡으며 소래포구어시장을 둘러 본다. 소래포구어시장에 인접한 바닷가에는 2001년 4월2일 인천광역시문화재자료 제19호로 지정된 장도포대지(獐島砲臺址)가 있다. 적의 포격을 방어하고 아군의 사격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세운 포대(진지)로 댕구산 포대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인 1877년(고종 14) 일본이 서해안 개항지를 물색하자 고종은 인천을 개항 후보지로 요구할 것에 대비해 인천 연안에 화도진(花島鎭)을 설치했다. 그 무렵 소래에도 포대를 설치한 것이 장도포대지로 1878년 8월 어영대장 신정희(申正熙)로 하여금 화도진과 연희진을 착공하게 한 뒤 이듬해인 1879년 7월에 준공하였다. 짙은 바다내음 바다와 갯벌을 끼고 걷는 매력의 길 등산(登山)의 개념을 산정상을 오르는 것 만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산 정상을 오른다는 등정(登頂)주의였다. 등산인구가 계속 늘어나자 인식을 달리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산 정상만이 아니라 오르는 산길, 둘레를 걷는 길도 등산의 개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바로 등로(登路)주의의 발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1천950m) 정상 오르기 뿐만 아니라 한라산이 바라 보이는 제주도 바닷가를 일주 하는 코스(둘레길)를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전국 각지의 산 주변들에는 둘레길이 생기게 되었다. 인천에도 둘레길이 있다. 아직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인천둘레길은 총 16개의 코스, 연장길이는 114.6㎞이다. 계양산과 원적산을 비롯해 문학산과 청량산 등 인천을 대표하는 산들은 인천시민들에게 청량제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 왔는데, 이제는 산의 정상이 아닌 둘레길로 더 가까이 시민들과 호흡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인천은 수많은 공장들의 굴뚝에서 뿌연 회색빛 연기를 뿜어내는 공업도시로만 인식되기 쉽지만, 인천둘레길로 바다와 갯벌, 강물과 나무들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16개의 둘레길 코스 중 인천대공원의 호수공원이 시발점인 6코스 소래길은 장수천과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이어진다. 자전거까지 자유롭게 탈 수 있는 이 코스에는 습지원과 수목원, 목재문화체험장과 캠핑장, 애견놀이터까지 있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은 1970년대까지 전국최대 천일염 생산지, 옛 소래염전의 터다. 소래포구에서 소래철교, 해오름공원과 해넘이다리, 남동유수지와 저어새섬으로 이어지는 7코스 해안길에서는 뻘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이 지역은 1933년 소래염전개발과 1937년 수인선 개통으로 형성된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1970년대 새우젓을 위시해서 젓갈과 꽃게 등 해산물시장으로 인기를 누려 왔고 1974년 인천항 내항의 완공으로 바다의 시장, 파시(波市)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갯벌을 끼고 걷는 둘레길은 일상에서는 쉽기 만나기 힘든 매우 즐거운 매력의 길이다. 글=우촌 박재곤 / 사진=중목 최수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