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은 무엇이며, 굴강은 무엇인가? 예나 지금이나 열악한 수군 지위 왜구들의 침탈이 잦은 경상도전라도는 좌우수영으로 2개씩, 충청도는 오천 수영성 하나로 함대사령부가 전국에 5개였다. 수영의 최고 지휘관은 정3품 수군절도사 또는 약칭 수사였는데, 중앙 조정으로 치면 참의, 오늘날의 차관보급이다. 각 수영에는 한어와 왜어 통역을 각 1인씩 뒀다. 수영이 있던 곳은 아직도 지명에 그 흔적이 남아 있으니, 부산 수영만, 전남 해남 우수영 등이 대표적이다. 또 진해 안골포, 여수 등의 굴강동(굴강로) 역시 수영 시설을 지칭한다. 굴강(掘江)은 선박의 정박과 수리보수, 물자 하역 등을 위한 군사 항만시설로, 방파제와 선착장을 겸했다. 그러나 국어사전에는 [명사] 1. 개골창 물이 흘러나가도록 길게 판 내. 2. 성 주위에 둘러 판 못이라 해 역사학계 해석과는 거리가 있다. 국어사전의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오늘날도 그렇지만 전통시대 수군은 지상군보다 열악한 지위였다. 최고위 장교의 TO를 비교해 보자. 지상군이나 수군이나 최고 계급은 종2품, 중앙조정의 참판, 오늘날의 차관급이다. 육군은 종2품인 전업 병마절도사가 8명이었다. 수군은 종2품이 삼도수군통제사 단 1명인데, 임진왜란 이듬해 이순신 장군을 임명한 것이 최초다. 이전에는 정3품 수군절도사(약칭 수사)가 최고위 장교로 경상전라에 2명씩, 충청 1명이었다. 그러나 국난을 극복하는 데는 수군의 활약이 훨씬 컸다. 서해안을 지킨 충청수영성 전성기 수군 8천400명 주둔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성은 해발 400m 야산에 돌로 쌓은 둘레 1천650m의 성이다. 『동국여지승람』에는 높이 11척이라 돼 있는데,『호서읍지』는 15척이라 기록했으니, 후대에 성벽이 보강된 듯하다. 갑오경장으로 폐쇄될 때까지 서해를 방어하는 성의 역할을 해왔다. 성벽 대부분은 내탁법 즉 안에서 쌓았으나, 서벽 일부는 협축법 즉 양쪽 쌓기다. 동서남북 소서 5곳의 성문에 모두 옹성과 문루가 있었으나 모두 없어지고, 홍예문과 부근 100m의 석축만 남았다. 대추나무가 많아 조성(棗城)이라 불리는데, 40㎞ 남짓 떨어진 해미읍성이 탱자나무가 많아 지성(枳城)이라 불리는 것과 대비된다. 해미읍성에는 병마절도사가 주둔해 내포 지역의 방어를 지휘했다. 원래 수영성내에는 영보정(永保亭), 관덕루, 시변루, 능허각 등 주변 바다와 섬을 관측하고 주변 관아들과 통신하기 위한 누정이 여럿 있었다. 전성기에는 병선 142척, 수군 8천400명이 주둔했고, 민가가 700호 이상이나 됐다. 객사 82칸, 벽대청 9칸, 상서헌 9칸, 내외 동헌과 관청고(官廳庫) 각 10칸 등 청사가 38채나 됐으나 지금은 장교청, 진휼청 등만 남았다. 장교청은 장교들이 행정을 처리하고 전략을 논의하던 무고주 5량가,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이다. 동측 1칸은 온돌방, 서측 3칸은 우물마루 대청으로 꾸며 작전회의와 지휘에 편리하다. 종량 위에 화려한 파련대공을 세워 종도리를 받쳤다. 진휼청(賑恤廳)은 춘궁기에 가난한 백성에게 곡식을 꿔주고 가을에 거둬들이는 곳이다. 정면 5칸, 측면 2칸의 홑처마 팔작지붕 건물로, 가운데 2칸에 방을 두고 전퇴를 달고 좌측 1칸은 대청, 우측 2칸은 큰방을 꾸몄다. 성 한 구석,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에 참전했던 명나라 수군장인 계금장군을 기린 청덕비가 있다. 근처 앞바다, 만 입구에는 뾰족하게 깎은 나무말뚝을 물에 잠기게 바닥에 박은 다음 쇠사슬로 연결한 수중 목책(水中木柵)을 둬 적의 접근은 차단했을 것이나, 오늘날 그 흔적은 찾지 못한다. 수중목책은 제포, 영등포, 옥포, 지세포, 조라포, 당포 등 수군의 요충에 두루 설치됐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도 수중목책을 응용한 수중연환 덕분이다. 이탈리아의 수상 도시 베네치아에서는 물속에 나무 말뚝을 박아 세워 수로를 표시한다. 시인들 영보정에 올라 천혜의 미항(美港) 오천항 오천항은 아름답고, 도미부인 솔바람길은 애달프다. 2.5㎞ 떨어진 수영 병사들의 옛 훈련지는 가슴 아리다. 병인박해 때 많은 천주교 신자가 순교해 갈매못성지가 되고, 순교자 5명이 성인으로 시성(諡聖) 됐다. 순교 성지는 대부분 경관이 아름다워 더 처연한데, 갈매못 성지로 접어드는 바닷가 도로는 거의 환상이다. 영보정에 앉아 바라보는 천수만의 일몰은 대한 8경에 꼽을 만하다. 많은 문인이 절경을 감탄하는 시를 남겼으니 이곳 경승은 검증됐다. 다산도 밤늦도록 노닐면서 영보정에서 놀며[영보정연유기(永保亭宴游記)]를 정자에 걸고, 영보정에 올라[등영보정(登永保亭)]와 영보정 앞에서 달밤 뱃놀이하며[정전범월(亭前汎月)] 시 두 수도 남겼다. 영후정자(營後亭子)를 남긴 읍취헌 박은은 17살에 진사, 18살에 과거에 급제한 알려지지 않은 천재다. 20살에 간신 유자광을 탄핵했다가 파직되고 26살에 사형당하니, 하필 연산군 시절이라, 천재도 때를 잘못 만나니 별도리 없구나. 영후정자(營後亭子) 지여박박장비익 누사요요불계봉 북망운산욕하극 남래혜대차위웅 地如拍拍將飛翼 樓似搖搖不繫 北望雲山欲何極 南來襟帶此爲雄 땅은 새가 날개 치며 날아오르는 듯하고 누각은 흔들흔들 매인데 없는 배 같아라 북을 바라보매 운산은 어디가 끝인가 남으로 띠처럼 두른 산세 여기가 제일일세. 김구철 시민기자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4급 전보 ▲체육진흥부장 유병우 ▲경영지원부장 이상헌 ◇5급 파견 ▲경기도사격테마파크 관리과장 김성훈 경기도체육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를 준비한 경기도 공직자에게 고마움을 전달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세상에 무엇 하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라는 글에서 원팀이 되어 헌신을 다해준 경기도 공직자에게 각별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여러분들과 일할 수 있어 큰 행운이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감사 첫날. 숨 가빴던 하루가 저물어 간다. 처음 하는 국감도 아닌데 오늘 역시 새롭다라며 정말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고도의 팀플레이다. 2천건이 넘는 국회 요구자료를 준비해온 우리 일선 공무원들. 당일 아침 6시까지 밤새워 자료 만들어 보고하느라 파김치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간부 공무원들은 시시각각 세부자료 챙기기 위해 대기하고, 동시에 일체의 불편함이 없도록 도청 곳곳에 담당자가 배치되어 만전을 기한다면서 세상에 무엇 하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크고 중요한 일일수록 더 그렇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이 지사는 내일은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가 기다리고 있다. 꼼꼼히 준비하고 성실하게 답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광희기자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많이 무뎌졌네요ㆍ마스크 수의계약 관련 지적은 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경기일보가 19일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를 경기일보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하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날 경기일보는 국정감사 시작 30분 전인 오전 9시30분부터 방송을 시작, 국정감사 주요 쟁점ㆍ주목해야 할 의원 등을 소개하며 시청자들이 국감을 더욱 쉽고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 의원들의 질문 및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답변, 국정감사장의 분위기 등을 분석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방송을 만들었다. 경기일보의 국정감사 중계는 총 1만5천212명이 지켜봤으며, 2천500여건의 채팅 메시지를 통해 시청자들이 의견을 나눴다. 이날 방송에 대해 아이디 nXXXXX는 질의순서 정하는 법 등 국정감사 뒷이야기를 알게 돼 재미있습니다고 말했고, 아이디 레XXX는 현직기자들이 해설해 줘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고 호평했다. 한편 경기일보는 20일 치러지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도 생중계하며, 오전 9시30분부터 경기일보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경기일보(경기TV)를 검색하면 중계방송을 볼 수 있다. 이광희기자
의왕시와 대한불교 조계종 청계사(주지 성행 스님)가 청계사 도량 안에 신과 함께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문화재 미술체험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행사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천년의 역사가 숨 쉬는 청계사에서 소중한 문화재인 단청과 신중도의 가치와 의미 등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체험학습으로 진행됐다. 컬처앤로드 문화유산활용연구소가 주관한 체험학습은 지난 10일 시작, 5회에 걸쳐 펼쳐졌다. 지난 17일에는 문화재청 심사위원들이 참석해 동반수업으로 진행됐다. 특히 초등학생을 동반한 가족단위로 참석한 20여명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7호인 이연욱 불화장의 지도로 청계사 신중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74호)와 극락보전을 비롯해 청계사 단청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선중흥조 사찰 청계사 성행 주지 스님은 지역 주민 및 어린이, 청소년 등에게 재미있고 즐거운 체험이 될 수 있도록 사찰의 문화콘텐츠를 홍보해 가치를 공유ㆍ확산하겠다고 말했다. 청계사는 미술체험에 이어 천자문 목판을 활용해 인쇄하는 문화체험을 다음달 14일과 21일, 28일 등 5회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의왕=임진흥기자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의 연세대에 대한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으면서 시의 단호한 대처를 지역사회가 요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인천시의회 임시회에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건립에 대한 질의응답에서 박남춘 시장의 답변이 그 발단이다. 박남춘 시장은 세브란스병원 건립무산을 우려하는 지적에 연세대의 병원 건립 의지를 최대한 신뢰하고 있다라고 밝히면서 연세대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연세대가 지역사회에 약속한 여러 사업이 번번이 번복되고 지체되는 가운데 시정의 최고 책임자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다. 연세대에 대한 인천 시정의 분위기는 혁신돼야 할 사항이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이 알면서도 적극 대처를 못 하고 눈치만 살피면서 지역사회의 질타를 임기응변으로 회피하는 모습이 매우 낯설지 않은 서글픈 현실이다. 10년 동안 병원 건립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단호한 대처 없이 11공구에 추가로 부지를 배정하였다. 배정한 11공구 부지에 용적률 상향과 용도변경 등을 요구해 주상복합용지의 주거용지 비율을 10%로 올려 주기도 했다. 불공정하고 특혜시비까지 안고서 추진한 국제캠퍼스 2단계 조성사업 중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은 현재 약속이행이 불투명하다. 지역사회의 강력한 요구로 2024년까지 개원을 약속했으나 설계를 지체하는가 하면 뒤늦게 체결한 건축설계 계약 내용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럼에도 인천시장이 나서서 시의회에서 공개적으로 신뢰 발언을 하고 옹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시의회를 중심으로 연세대에 대한 단호를 조치를 주문하면서 약속이행을 촉구했지만, 번번이 번복되는 것은 더 용납돼서는 안된다. 병원 건립을 담보로 한 연세대의 양치기 소년놀음에 끌려가는 인천 시정에 단호한 혁신적 조치가 필요하다. 단지 정치적인 수사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법적이고 실무적인 구속력을 갖추고 실천할 수 있는 보완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는 안전조치를 확실하게 마련해야 과거 불이행의 악순환을 단절시킬 수 있다. 연세대가 약속한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은 지역의 최대 현안으로써 정치적인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조속한 약속이행에 매진해야 한다. 담당 실무자들이 정치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말고 도시 행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시정의 기반과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해야 할 때다. 시정의 최고 책임자인 시장의 애매한 입장으로 실무자들의 재량권을 넘어 눈치를 보게 하는 행정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인천시장의 단호한 결단을 기대한다.
정부는 지난 7월14일,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자해 디지털 뉴딜그린 뉴딜을 중심으로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350만개 일자리 창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238만개 일자리 창출)와 유사한 사업 방식이라는 점에서 볼 때 NewDeal이라 부르기엔 과거 정부의 방안과 차별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지금의 한국판 뉴딜은 철학과 방향에 대한 충분한 사회화 과정보다는 엘리트 관료 중심의 톱다운(Top Down)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화, 자동화 등 노동절약형 기술진보에 따른 노동과 고용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사회적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100세 삶이 보편화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시대 도래에 따른 대응책도 미흡하다. 좋은 노동과 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인구변화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혁신과 성장 동력에 초점이 맞춰진 까닭이다. 특히 기술혁신에 따른 일자리 소멸과 고용불안은 더 이상 부차적으로 다뤄져서는 안 될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를 무시한 채 과거의 경제 전략을 답습할 경우 정보통신, 스마트 인프라 등의 기술력을 확보한 대기업은 수혜를 받겠지만 대다수의 고용을 책임지는 중소기업의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는 기술진보에 의한 일자리 소멸을 지켜보고 있다. 무인 자동 물류 항만으로 추진 중에 있는 인천시와 부산시의 항만 SOC 디지털화, 스마트 해운물류가 그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불공정한 대우와 임금체계를 개혁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판 뉴딜을 통해 경제사회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좋은 노동을 유지하고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의 성패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열려있는 일자리의 창출과 사각지대가 없는 사회복지제도 구축에 달려 있다. 이 모든 일은 1차적으로 저임금 노동과 고용의 불안정성을 강요받고 있는 현재의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독일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과 독일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독일은 2012년 첨단기술전략인 Industry 4.0을 발표하였으며, 궁극적인 목표로 기존 공장자동화(Factory Automation, FA)를 넘어선 전 국가의 스마트 공장화(Smart Factory)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독일정부는 가속되는 디지털화 과정에서 무엇보다 먼저 좋은 노동의 유지와 강화를 고민했다.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미래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고,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노사정이 함께 법체계,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그 합의 결과를 노동 4.0 백서에 담아 발간하는 등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하지만 기술 혁신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한국판 뉴딜사업은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기술 혁신과 노동복지정책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사회구성원의 공동의 비전이 빠진 뉴딜사업은 한계를 들어 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또 다시 과거 압축개발성정시대처럼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오현순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소장
초침이 지나가듯 빠른 세상 속에서 아침을 맞이할 때마다 신조어가 생성되고 또 사라진다. 시류로 볼 때 베이비붐이 끝난 직후인 70년대 생을 X세대, 80년대부터 2천 년대 초반 태생을 Y세대, 그리고 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Z세대라 한다. 아울러 꼰대 세대로 치부되고 있는 해방 전후 세대와 베이비붐세대의 별칭은 어떤 신조어로 바뀌었을까. 커피 문화가 발달한 세태를 반영하듯 모든 기준을 본인과 연관하여 나 때는 말이야라는 훈육조의 언사로 시작한다 해서 라떼세대라 한다. 그렇다면 라떼세대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어떤 공헌을 했을까. 이들도 한때는 무지갯빛 희망과 꿈을 꾸는 젊은 시절이 있었지만 많은 시련의 아픔을 겪은 세대들이다. 일본에 나라 잃은 설움을 체험 했으며 강제노역과 부역, 농작물을 공출로 뺏기는 수모를 겪었다. 해방 이후에는 민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피를 흘렸던 세대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나라의 지도자를 잘못 만난 것을 탓하지 않고 산업화 과정의 선봉자였으며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이들에게는 항상 노동력을 부역이라는 이름으로 나라에 헌납했다. 6ㆍ25전쟁 전후 복구사업과 산림녹화를 위한 사방공사에 동원됐고 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이라는 미명 하에 마을 길 확장사업에 농지와 노동력을 무상 제공했으며, 세계 최빈국 우리나라를 오늘날 경제 대국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다. 60대 연배들 역시 초등학교와 중학교시절 실과 과목의 실습이란 명목으로 모내기에 동원되고 벼와 보리 이삭줍기, 송충이잡이, 싸리 씨와 잔디 씨 채취 등 아동 노동에 시달렸으며 80년도에는 민주화운동의 초석을 다진 세대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로한 나이에도 젊은 세대들이 기피하는 농수축산업과 중소제조업체의 생산 라인, 경비, 미화원 등 산업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경제의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나라 걱정을 한다. 낡은 손수레에 폐지를 주우며 고달픈 하루를 연명하면서도 대기업 총수들이 구속되는 장면을 보면 안절부절못한다. 재벌가를 걱정 하다니, 좀 아이러니하질 않는가. 그렇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혹여 대기업이 망하면 미래세대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굶주림을 애써 참고 허리띠를 졸라 매며 맨몸으로 부흥시킨 이 나라가 행여 다시 도탄지고(塗炭之苦)의 나라로 전락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잊고 걱정의 세계에서 탈출했으면 좋겠다. 정겸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올해 우리나라는 54일 동안의 장마 지속, 약 852㎜의 엄청난 강우로 1973년 이후 최장기간ㆍ최대강우 장마를 기록했다. 기상의 극값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변동폭이 역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는 것은 더이상 예사롭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낮거나 예측하기 어렵지만 예기치 않게 일어나서 엄청난 사회경제적 파장을 부르는 사건을 블랙스완이라 일컫는다. 이러한 사건이 실제 발생하고 나면 사람들은 사후 원인분석을 통해 끼워 맞추기식으로 확실한 전조가 있었다고 믿으며 나아가 반드시 일어날 수 밖에 없었으며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는 식으로 강변한다. 하지만 다음번의 블랙스완은 여전히 예측하지 못한다. 올해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홍수피해도 마찬가지이다.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며, 피해를 빠르게 복구하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국가ㆍ국민 모두가 도와야 한다. 하지만 모든 피해의 원인을 댐관리를 주관하는 특정기관에 집중하는 것은 피해주민의 분노와 허탈함을 순간 달래줄 수는 있을지언정 이성적ㆍ합리적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 장기적 대비가 없다면 홍수피해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극한 홍수에 대비하기 위한 몇 가지를 제언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하천의 전반적인 개수(改修) 노력이 필요하다. 홍수가 발생하면 댐과 하천이 홍수량을 적절하게 분담하여야 하나, 하천정비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설계홍수량은 대부분 100년 빈도 이하로 다목적댐의 설계홍수량 200년 빈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게다가 하천 제방의 완성 비율인 개수율은 50~80% 수준에 불과하여 계획된 홍수를 충분히 받아내지 못한다. 둘째, 홍수 대비는 구조적 대책과 함께 예경보시스템과 같은 비구조적 대책도 중요하다. 홍수가 예상될 경우 보다 효율적이고 빠른 전파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융합 활용하고 댐과 하천 제방 등 유역 전체에 걸쳐 스마트 관리체계 구축으로 홍수 관련 상황이 국민에게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여러 기관이 수자원 시설과 하천을 나누어 관리하는 여건에서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지부진한 댐 관리 일원화나 댐-하천 관리의 일원화도 적극적으로 고민할 시점이다. 즉,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비단 이번 피해뿐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해 정부가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하느냐 하는 것이다. 물 안전은 국민의 가장 기본적 권리이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점에서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다. 국민이 물 재해로 인해 그 피해를 체감하게 되면 그 정책은 실패한 것이고, 홍수가 발생할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면 성공한 것이다. 이번 홍수피해를 경험으로 삼아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긴 호흡의 치수 정책을 기대해 본다. 강부식 단국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