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고인 돈은 썩는다

성천상은 JW중외제약 창업자인 고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계승하려 만들었다. 올해 수상자인 백영심 간호사는 30년 가까이 아프리카 중에서도 최빈국인 말라위에서 의료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아이들을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에 월급을 아껴 모은 돈으로 초등학교를 세웠다. 200병 상 규모의 최신식 종합병원과 간호대학 설립도 주도했다. ▶2012년 이태석상, 2013년 나이팅게일 기장, 2015년 호암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할 일을 한 것뿐이라며 언론 인터뷰조차도 거절해 온 그가 상을 받은 이유는 명료했다. 이태석상을 준다고 할 때 마침 간호대학이 문을 열었는데 상금을 받으면 구급차와 간호대학 버스를 살 수 있었다. 호암상 상금 3억원은 현지에 도서관 건립비로 썼고, 성천상 상금 1억원도 현지 중ㆍ고등학교를 짓는 데 쓸 예정이다. ▶주요 직책을 맡을 법도 한데 여전히 시스터 백으로 불리는 건 평생 현역으로 남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왕진 가방을 들고서는 마을을 돌며 피부 질환자부터 말라리아 환자까지 다양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성천상을 받으러 한국에 왔을 때 입고 있던 남방과 면바지는 국제 구호품 시장에서 1달러를 주고 산 것으로 희생적인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은 9월의 상인에 일제강점기 독립 자금을 지원한 최준(1884~1970) 선생을 선정했다. 경주 최부자로 알려진 그는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원칙을 세우고 소작인들의 소작료 부담을 절반으로 줄였다. 재물은 분뇨와 같아서 한 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사방에 뿌리면 거름이 된다며 해방 후에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5만원권 지폐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상용 현금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늘어서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줄어 은행에 맡길 돈이 없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카카오게임즈까지 올해 신규 상장 종목에 모였던 일반 청약증거금이 150조를 넘었다. 5만원권 지폐를 집안에 쌓아둔 사람들이라면 고인 돈은 썩는다는 최준 선생의 말을 되새겨 볼 일이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사설] 시화호 흉물 송전철탑, 철거하고 지중화해야

대단위 간척사업으로 건설된 시화호 한가운데 들어선 송전철탑이 흉물스럽다. 2004년 완공된 송전철탑은 육상구간을 포함해 총 137개로 39㎞에 걸쳐 있다. 시화호에는 51개의 송전철탑과 고압송전선이 15㎞에 설치돼 있다. 경관 저해 차원을 넘어 시화호 관광자원화의 걸림돌이고, 철새 서식환경 위협 등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준다. 한국전력공사가 설치한 송전철탑은 설치 전부터 지중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시화호를 가로질러 송전철탑을 설치토록 했다. 2001년 산업자원부와 한전은 장기적으로 송전철탑의 지중화 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조건 하에 설치를 합의했다. 시화호 및 주변지역을 이용한 관광ㆍ도시계획 등이 수립될 경우 송전철탑으로 인해 받을 지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는 조건도 첨부했다. 조건부 승인으로 설치된 시화호 내 송전철탑은 지금도 변함없이 서있다. 송전철탑 준공 이후 시화호 인접 안산화성시흥시에서 지중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한전은 설치승인 조건인 장기적인 지중화 방안 검토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설 장소 선정이 어렵고, 지중화 등에 1조원 이상 비용이 든다는 이유를 들며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최근 시화호 주변에 관광지 조성 등 각종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송전철탑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자원공사와 인근 3개 지자체가 서해안 관광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수립, 추진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 시화호 내 시흥 거북섬과 안산 방아머리 2곳을 국가 거점형 마리나항만으로 지정했다. 이에 안산시는 방아머리를 포함한 시화방조제 일대 14만4천여㎡에 마리나항, 레저 선박 계류시설, 호텔, 빌리지 등을 갖춘 대규모 해양관광단지를 2023년 말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수자원공사와 화성시는 시화호 남측간석지 55.64㎢에 화성 송산그린시티를 2030년까지 조성, 수도권 서해안 벨트 거점지역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이에 지자체들은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안산ㆍ화성ㆍ시흥시와 수자원공사는 시화호 송전철탑 지중화 등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민 숙원인 시화호 송전철탑을 철거하고, 시화호 유역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마련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안산시의회는 지난 8월26일 안산 시화호 유역의 지속가능발전 계획 수립을 위한 특별위원회 등 범시민추진단을 구성했다.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시화호를 두 동강 내며 관통하는 송전철탑이 철거돼야 한다. 한전은 지중화에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성공 선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로 송전철탑 지중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한전은 안전성, 경관 훼손, 생태계 위협 등의 문제를 야기하는 시화호 송전철탑을 철거하고 지중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문화카페] 한예종 이전의 조건들

서울 석관동에 본부가 있는 한예종의 정식 명칭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이다. 투박한 정식 명칭 대신 흔히 한예종으로 불린다. 인터넷에서 한예종을 검색하면 국립 특수대학교 4년제로 뜬다. 4년제 국립대학이란 말과 다르지 않은데 굳이 학교라고 할까. 그냥 대학교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기 쉽지만, 이 학교라는 이름에 한예종의 자부심과 지향이 담겼다. 한예종은 종합대학의 단과대에 해당하는 여섯 개 원(院)으로 구성됐다. 종합은 단과대의 종합체인 종합대학처럼 여러 원을 모았다는 의미. 그런데 대학교가 아닌 학교다. 설립 당시부터 기존 대학의 보편적인 체제와 교육 목표를 좇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예종은 실기전문교육기관이다. 기존 대학의 예술교육이 학문적인 영역에서 예술을 탐구한다면, 한예종은 직업 예술가 양성이 목표. 이론보다 실기를 숭상한다. 중세 이후 도제식 교육으로 직업 예술가를 양성하는 서양의 컨서바토리를 참고했다. 그로부터 개교 30년을 목전에 둔 한예종의 현재는 어떤가.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임동혁,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영화 기생충의 박소담 등이 이곳 출신이다. 관성적 대학예술 교육을 탈피한 학교가 예술한류의 산실로 성장한 것이다. 현재 세 곳 살림을 하는 한예종이 몇 년 안에 이전한다고 한다. 뿔뿔이 흩어진 교사를 한 데로 모은 통합 캠퍼스를 그리고 있는데, 명문 반열에 오른 이 학교를 유치하려는 지자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나의 일터인 고양시도 유치를 강력히 희망하는 지자체 중 한 곳. 몇 해 전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설문조사에서 서울잔류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하니 언감생심은 아닐까. 그럼에도, 한예종 이전과 관련, 관계자들에게 몇 가지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첫째, 통합성이다. 흩어진 학교를 한데 모아 교육 효과를 배가하려면 너른 교사와 기숙사 등 학생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각 원 간 분야(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융복합의 협력 환경을 만드는 데도 넉넉한 시설 공간은 필수다. 지자체의 이런 공간 제공은 탈(脫)서울의 이점 중 하나다. 둘째, 연결성이다. 학교 교육이 지역 내 인프라와 어떻게 연결되느냐 하는 문제다. 한예종이 실전에 강한 프로페셔널 육성을 목표로 관습을 타파해 성공했다면, 학교의 이전 문제에서도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건 아닐까. 셋째, 확장성이다. 이미 배출한 인재들이 증명하듯, 앞으로 한예종의 무대는 세계다. 국립예술기관으로서 통일시대의 예술교육에도 대비하려면 한예종의 통합 캠퍼스가 반드시 서울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싶다. 정재왈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

[포토뉴스] 가을 무르익는 강화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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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제17회 한우(바자회) 전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