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정책에도 ‘서비스 디자인’이 필요하다

디자인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 중에 UX, UI 디자인을 포함한 서비스디자인이란 단어가 있다. 주로 제품개발에 많이 쓰던 용어인데 지금은 디자인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어 사용하고 있다. UX디자인이란 User Experience라고 하며, 사용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인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어떤 제품이나 시스템, 서비스 등을 직접적, 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는 감정, 행동같은 경험과 느낌을 반영하여 설계하는 것이 UX디자인이다. UI디자인은 User Interface라고 하며, 사용자가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게 하느냐를 중점으로 표현된 디자인으로 잘 만들어진 UI디자인이란 사용자가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사용자가 겪어온 인터페이스 경험을 토대로 버벅거리지 않고 쉽게 이용할 수 있게끔 디자인(계획)된 것을 말한다. 이를 포괄한 개념이 서비스디자인이다. 제품 가치를 높이기 위한 외형을 꾸미는 디자인에 서비스를 더한 것이다. 무형의 경험을 시각화해 유형의 요소로 만들어주는 과정, 소비자의 욕구를 이해하고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는 과정, 서비스를 실행하는 이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과정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서비스 디자인은 사람들이 문제를 겪으면서 느낀 경험과 감성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이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는 고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면 고객은 좋은 기억을 갖고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이다. 디자인(DESIGN)의 어원은 설계하다, 안(案)을 세우다, 계획하다, 밑그림을 그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국가에 있어서 정책(政策)은 정치나 정무를 시행하는 방침으로 결정 사항을 안내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원칙이나 규율을 말한다. 정책과 디자인은 분야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즉, 사용자(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긍정적인 지지 및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정치의 입장에서 발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인 User(국민)의 UX, UI입장에 서비스적인 생각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가 어려움에 처해진 위기일수록 내놓는 대안 정책에 이러한 Experience(경험치)와 Interface(상호소통방식)의 반영치가 높을수록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거 때마다 봉사하는 후보가 되겠다고 목 놓아 유세를 하지만 사용자인 User(국민)의 경험치를 파악하지 못하면 봉사란 공중에 대고 하는 헛발질과 다를 게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적시적소의 유효타인 것이다. 사용자인 User(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조사와 연구, 분석을 통해서 불편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문제점을 찾아내지 않으면 겉으로는 해결된 대안인 것처럼 보이나 사용자인 국민은 불편한 경험을 통해 다시는 그러한 정책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UX와 UI가 잘 조화롭게 반영된 정책을 설계해야만 User(국민)에게 긍정적인 경험과 좋은 미래가치를 선사하는 사회자본의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신뢰의 정부가 될 것이다. 당면한 상황에서 실행 가능한 선택 안을 설정하고 국민적 이익이라는 목표에 실질적으로 부합될 수 있도록 최적의 방책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정책에도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디자인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김희경 인천디자인기업협회 대외협력홍보이사

[사설] ‘5·18 정신’ 폄훼·모욕 못하게 조속한 제도장치를

518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40은 불혹의 나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하여 시비분변을 할 수 있고 감정 또한 적절하게 절제할 수 있는 나이이므로 쉽게 유혹되지 않는 나이임을 의미한다. 잊을 수 없고 되풀이 하고 쉽지 않은 역사지만 늘 5월이면 반복되는 지적사항이 진실왜곡이다. 더는 부적절한 정치적 시각과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마무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518민주화운동은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이 충정작전을 개시하여 전남도청을 점령함으로써 비극적으로 종결된 역사이다. 그러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회복, 보상, 기념사업을 쟁점으로 한 5월운동이 지속되어 관련자 보상관련 법률이 제정되었다. 또한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한 가해자 다수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루어졌다. 1997년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를 확정한 후 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용서와 화해의 취지로 사면을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여 모두 석방됐다. 피해자는 용서하고 화해의 조치를 하였지만 가해자 당사자들은 반성은커녕 왜곡폄훼하는 언행을 일삼고 있어 새로운 추가적 진상규명이 절실한 상황이다. 518 핵심 가해자인 전씨는 2017년 회고록을 펴면서 헬기사격이 없었다며 진실은 왜곡하면서 고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극우 논객 지만원씨도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을 북한특수군이라고 비방을 일삼고 있다. 나아가 보수야당인 미래통합당소속 국회의원들은 폭동, 종북좌파 등의 해괴망측한 망언을 일삼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조치도 유야무야한 상황이다. 이러한 폄훼와 왜곡은 초기의 진상규명이 미흡한데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이다. 따라서 잘못된 토양을 제대로 정비하여 다시는 독버섯이 자라지 못하게 해야 한다. 다행히 문재인정부 들어 추진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12일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진상규명에서 또 다른 시행착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국민이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출범하기까지 미래통합당은 보수진영에서 폄훼논란의 핵심인 이동욱 전 기자와 차기환 전 판사를 추천한 것을 잊지를 말아야 한다. 다행히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6일 당 일각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모욕에 대해 사과했다. 그리고 일부 보수야당의 원로들이 광주를 방문하고 거듭 사과를 하였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사과로 망언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에 적극 협조하고 발포자를 색출하여 처벌하여야 한다. 또한 21대 국회에서 518역사왜곡 처벌법을 제정하고 헌법에 518정신을 담는 개헌작업에 초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이 두 과제는 518정신 이 더 크고 깊은 민주주의로 승화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사설] 국민은 건물 임대료 인하로 고통 분담 / 공공은 각종 요금 인상으로 고통 전가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준 국민의 희생정신은 놀랍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며 불편을 감수했다. 상행위 자제에 기꺼이 참여하며 손실도 참아냈다. 참 다양한 분야의 희생정신이 표출됐다. 그중에 임대료 인하 릴레이도 있었다. 건물 임대자들이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인하했다. 일부에서는 아예 한 푼도 받지 않는 임대업자들도 있었다. 물론 모든 임대업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다. 그럼에도, 공동체 정신을 보여준 다수의 선행으로 남아 있다. 그 기간 지자체나 정부의 역할도 컸다. 경기도는 도민 1인당 10만원씩의 재난 소득을 지급했다. 시군도 10만~40만원을 지역 여건에 따라 지급했다. 지역 화폐화된 이 돈은 가계와 시장에 소중한 활력소가 됐다. 정부의 재난 지원금도 지급된다. 가구별로 차이가 있지만 역시 소중한 경제 지원책이 될 듯하다. 단순히 돈을 준다는 의미를 넘는다. 위기를 극복하는 지방 정부 및 중앙 정부의 역할을 실천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다수 국민이 고마워한다. 그런데 공공요금이 모두 올랐다. 경기도가 공개한 지방공공요금 조사 결과가 있다. 통상 두 달 전 인상 수치를 정리하는 통계다. 이번 결과는 3월치다. 6대 공공요금이라고 일컬어지는 요금이 1년 전에 비해 모두 올랐다. 도시가스(516MJ)는 8천68원에서 8천362원이 됐다. 상수도(20㎥)는 1만1천389원에서 1만1천574원이 됐다. 하수도(20㎥)는 8천331원에서 9천102원이 됐다. 쓰레기봉투(20ℓ)도 556원에서 569원으로 올랐다. 또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교통 요금도 올랐다. 버스는 성인 현금 기준으로 1천300원에서 1천500원이 됐다. 택시는 중형 기준으로 3천원에서 3천800원이 됐다. 이를 두고 코로나 고통을 무시한 인상이라고 일괄적으로 비난할 순 없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에 인상이 결정된 요금들이 있다. 또 수년간 인상 요인을 억누르다 불가피하게 인상한 사정이 있는 항목도 있다. 하지만, 도민이 받아들이는 정서적 반응은 다르지 않다. 사상 최악의 고통을 받고 있는데 지자체가 공공요금 인상으로 곳간을 채운다는 평이 많다. 안 그래도 재난 소득ㆍ지원금 공백을 직접 또는 간접세수로 채울 것이라는 우려를 해오던 터다. 실제로 결과가 그렇다. 재난 소득 지급으로 비워진 시군 재원을 공공요금 인상분이 채워주는 것은 사실이다. 항목이 다르니 뭐니 할 필요 없다. 재정의 입출이 그렇다. 이미 올린 공공요금이다. 내리란다고 내리겠는가. 그런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퍼주기 재정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여간 씁쓸하지 않다. 이제 주차 딱지 무지하게 끊을 것이다라는 시쳇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니 찜찜한 것이다.

[지지대] 100ℓ 쓰레기봉투 퇴출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정책인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가 시행된 것은 1995년 1월부터다. 종량제 적용 대상 폐기물은 일반 가정과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로, 배출자는 규격봉투를 구입해 이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쓰레기 종량제 규격봉투 값은 지역별로 다르며, 거주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봉투에 담아 버린 쓰레기는 수거해가지 않는다. 환경부의 쓰레기 종량제 10년 평가결과(1995~2004년)에 따르면, 1인당 1일 쓰레기 발생량은 1994년 1.33kg에서 2004년 1.03kg으로 감소했고 쓰레기 수집운반비용 및 매립비용은 약 6조9천239억 원 줄었다. 쓰레기를 배출할 때 버리는 종량제 봉투는 일반적으로 5리터(ℓ)부터 시작해 10ℓ, 20ℓ, 50ℓ, 100ℓ 등이 있다. 100ℓ 종량제 봉투는 환경부 지침상 상한 무게가 25㎏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강제 이행 규정이 아니어서 최대로 압착해 담을 경우 45㎏까지 무게가 늘어난다. 이로 인해 환경미화원의 부상, 안전사고 위험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환경미화원들은 100ℓ짜리 쓰레기봉투를 청소차량에 싣는 과정에서 허리나 어깨 통증을 호소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안전사고 재해를 당한 환경미화원 1천822명 가운데 어깨와 허리 부상이 15%(274명)를 차지했다. 경기도가 환경미화원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쓰레기 종량제 봉투 최대용량을 100ℓ에서 75ℓ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앞서 용인, 성남, 부천, 의정부 등 4개 시가 종량제 봉투 최대용량을 75ℓ로 낮춘 사례를 도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도는 남부권을 시작으로 북부ㆍ동부ㆍ서부권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시ㆍ군 청소담당 과장과 권역별 환경미화원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어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편리함도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어쨌거나 사람이 제일이라며 미화원 잡는 대용량 봉투 상한을 75ℓ로 낮추려 한다고 밝혔다. 도는 민선 7기 출범 이후 환경미화원 등 현장 노동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2018년 9월 광교신청사에 환경미화원을 위한 휴게공간을 기존 설계안보다 4.7배 확장했다. 도 공공기관과 경기도시공사가 시행하는 아파트 단지에도 휴게공간을 설치하도록 했다. 지난해 12월엔 도가 사전 승인하는 30층 이상ㆍ연면적 10만㎡ 이상 민간건축물 사업 계획에 청소원 등의 휴게공간을 반영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마련,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경기도의 근로환경 개선 노력은 박수를 받을만한 행정이다. 행정의 진보다. 이연섭 논설위원

[기고] 코로나 극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함께 뛴다

아름다운 꽃이 만개하고 푸른 잎이 돋아나는 태동의 계절 5월이 왔지만 여느 5월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가족들과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이기에도, 즐거운 마음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요즘이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몇 달 사이에 당연하게만 느껴진다. 코로나19는 사회를 넘어 개개인의 일상 모든 부분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달가운 변화는 아닌지라 출근길에 오를 때마다 마스크를 벗고 다녔던 일상이 늘상 그립기만 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의 그림자가 노동시장에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노동시장의 위축은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끝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막막함을 금할 수 없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2019년 기업체 장애인고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명 이상의 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는 단순노무 종사자(37.9%)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그만큼 여전히 장애인들의 일자리가 코로나19 같은 재난이나 사회적 위기에 취약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관내 지역 현장 제조업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동종업계의 30% 이상은 인력 구조조정을 감행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고 사업체 폐업을 고려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장애인 구직자가 취업성공패키지 훈련참여 시 수당 인정범위를 확대했으며, 장애인 고용장려금 임금지급 기초일수 확대 및 장애인 고용장려금 지급을 분기 단위에서 월 단위로 하여 사업주들이 장애인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또한 내방하는 장애인 및 사업주들의 안전을 위해 고객 상담 공간을 1일 2회 소독하여 코로나19에 대해 안전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위와 같은 지원책들이 장애인과 사업주 모두 힘든 시기를 견뎌내는데 일말의 힘이 되기를 바란다. 새뮤얼 스마일즈의 자조론에서 언급된 모든 국가는 그에 걸맞는 정부를 가진다라는 말은 사회가 성숙하려면 그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의 성숙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인 혼란 속에서 우리 국민들의 선진적인 의식과 현명한 대처는 선명히 빛을 발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지만 훌륭한 국민들 있기에 언젠가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공단 창립 30주년 가장 의미있는 큰 과제는 이기자 코로나19 지키자 장애인 일터라는 슬로건 아래 앞으로도 장애인 고용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현 시간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에 묵묵히 분투하고 계시는 각 지역 의료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진혁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북부지사 대리

[천자춘추] 마음 앓이와 가짜 악소문

가슴팍이란 배와 목 사이의 앞부분 판판한 쪽을 말한다. 트로트 가사에 묘사하고 있으나 흉금(胸襟)을 털어놓는다 에서는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화병(火病)은 분하고 원통함이 불길처럼 솟아올라(鬱火울화) 몸과 마음에 흠집을 남기고 여러 낌새로 나타나는 증후군 마음 아픔이지만 미국에서는 한국문화 관련 성냄과 놀람(憤怒분노)의 여러 낌새로만 설명하고 있다. 울화통은 마음 앓이이지만 울화가 치민다 울컥, 울끈, 울커덕 등에서 보듯 빽빽할 울 자를 쓰고 있다. 다른 나라에는 이런 한자를 쓰지 않는 것으로 보아 울은 솟구치는 마음을 나타내는 순 우리 말로 보인다. 마음 앓이와 울화통의 통(痛)은 가슴팍 속에서 일어나 밖으로는 솟구치는 마음의 아픔이다. 그 원인 중 하나가 근거 없는 악소문이다. 가짜 악소문을 인터넷에 풀어놔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울화를 치밀게 한다. 본인의 노력으로 악소문을 없애거나 소송으로 바로잡기도 하지만 이미 피해가 눈덩이 번진 뒤라 수습될 때는 효과는 별로이다. 견디다 못해 극단적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에 비해 악성 부호 좀살이(바이러스)를 만들어 인터넷을 마비시키거나 필요한 소식만 빼내 가는 속임수도 있다. 원래는 암호 풀이에서 시작하였지만 풀이한 암호를 가지고 속임수로 발전시킨 것이다. 2차 대전 때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상륙지점을 인근 칼레항으로 속여 주력군을 노르망디가 아닌 칼레로 유인하였으며 미국은 태평양 전쟁에서 왜국 해군의 공격 목표가 미드웨이 섬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도 유명한 일화이다. 이에 비해 아예 없는 일을 그럴싸하게 참말처럼 꾸미고 이를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말소리 속임수가 있다.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라 하는데 1996년 미국에서 거짓부호를 통해 속임수를 썼지만, 지금은 전화 속임수가 대부분이다. 또 순서를 정해 놓은 순번 방을 차려 놓고 성 학대 사진으로 호기심을 끌면서 돈을 뜯어내는 성 사진 속임수도 나타났다. 놀랍게도 미성년자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이런 속임수들은 처음에는 암호 해독의 좋은 일에서 시작되어 부호나 문자로 속이는 헤살이(해커) 속임수로 발전하다가 슬기 전화(스마트폰)가 나타나면서 말소리와 문자와 사진으로 발전해 나갔다. 동네 두리 돌림 소문(에피데믹스)의 수준에서 지금은 온세 돌림 소문(인포데믹스)이 되었다. 미디어는 중립이지만 쓰는 이의 마음에 따라 부작용과 속임수도 달라진다. 마음 앓이, 가슴팍 아픔 그리고 말소리 속임수는 모두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마음씨를 바로 잡아야 미디어도 건전하게 발전하는 것이다. 진용옥 경희대 명예교수심곡서원장의

[김도균 칼럼] 코로나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삶의 위기는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갈등이 쌓임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위기를 위기로 보는 사람이 있고 위기는 기회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찰스 다윈은 변화가 빠른 시기에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종도, 똑똑한 종도 아닌,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라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고 그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코로나 변화의 물결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나 자신의 중심 잡기이다. 운동을 잘하려면 중심 잡기, 즉 자신의 몸을 최대한 낮춰 중심을 잡는 자세를 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무게 중심이 위에 있으면 쉽게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에 순발력과 안정성을 키우고 재빨리 반응하고자 최대한 몸을 낮추어 중심을 잡는다. 각자에게 맞는 중심을 찾아서 변화에 적응하고 대처해야 한다. 둘째, 수비 위주의 경기는 아무리 잘해봐야 비기지만 공격적인 경기는 승리를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공격적인 아이디어와 행동을 시도해야만 한다. 이제는 코로나와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으므로 이와 연계한 목표 설정과 행동 그리고 활동을 해야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무관중 중계 오픈을 통해 전 세계에 K-Sports를 보여 주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낸 프로야구와 KLPGA처럼. 셋째, 성장에서 지속가능성으로 키워드를 변경해야 한다. 중단없는 경기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경기의 투명성과 안전, 그리고 윤리의식이 높아져야 지속 가능해지는 것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지속가능성은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으로 만들어야 우리의 삶이 더욱 튼튼하고 행복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넷째, 긍정적 자세로 바꾸어야 한다. 얼마나 오래 할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보람있게, 의미 있게 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마치 우리 얼굴 모양은 선택할 수 없지만, 표정을 조절할 수 있는 것처럼 주어진 환경에서 내 마음의 자세는 선택할 수 있다. 헨리엣 앤 클라우저는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똑똑하고, 가장 총명하고, 가장 부유한 사람에게 큰 승리는 오지 않는다. 큰 승리는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자세가 큰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다. 다섯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부분 문제는 복합적인 상황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개개인이 아니라 조직인 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치 톱니바퀴가 하나의 연합체가 되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하나가 아닌 전체를 보고 인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섯째, 위기를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문제와 해결점을 찾아내야 한다. 과거에만 갇혀 있는 사람은 현재를 살아갈 수 없고 그저 과거만을 소비하면서 자멸하는 것처럼 환경과 주변 사람을 원망하는 어리석음에 빠지면 안 될 것이다. 자신의 집착 때문에 변화의 물결을 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조고각하(照顧脚下) 자신의 발아래를 잘 살펴보라. 남을 비판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하며, 조그만 일에도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말라는 뜻처럼 변화 속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의 순간, 변화의 순간에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위기는 더 위기가 되고 기회는 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경기도의 성곽과 능원] 3. 남한산성

역사를 한두 사건이나 한두 인물의 이야기로 단순화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한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이나 인물은 있는 법이다. 남한산성의 역사는 역시 병자호란이다.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당시 중국 대륙은 농경국가인 한족의 명(明)에서 유목민족인 여진의 청(淸)으로 주인이 바뀌고, 일본은 140년 전국시대가 끝나고 도쿠가와 막부 정치가 시작한 직후였다. 조선은 건국 200년을 지나면서 사화와 당쟁, 잦은 반정과 역모 조작 사건, 임진왜란으로 국력이 소진된 상태였다. 중국, 일본은 청년 국가인데, 조선만 말기 국가였다. 병자호란과 남한산성 지도자의 차이도 컸다. 청나라는 태조 누루하치, 태종 홍타이지, 섭정 도르곤 3대에 걸쳐 영웅이 집권하지만, 조선은 무능할수록 왕위에 더 가까웠다. 연산부터 중종, 인종, 명종, 선조, 광해를 거쳐 인조까지 광해군 외에는 대부분 방탕하거나 병약했고, 아니면 의심증후군에 우유부단했다. 홍타이지는 자신의 역량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황위를 계승한 명민한 황제였지만, 인조 이종(李倧)은 서인의 반란에 얹혀 왕위에 오른 발언권 없는 우둔한 왕이었다. 국가와 지도자 모두 뒤지니 전쟁 전에 이미 승부가 나 있었다. 홍타이지는 중원 전쟁을 지원할 3만 병력과 전마 3천 필 요구가 거부당하자 조선을 침공했다. 조선군은 한양으로 직진하는 청군의 후미를 교란하지도 않았고, 조선 조정은 강화 몽진도 늦었다. 인조가 삼전도에서 항복한 것은 남한산성에 비축된 양식이 바닥난 50일 만이었다. 한반도의 대륙군에 대한 항쟁 기간은 점점 짧아진다. 기원전 2세기 고조선은 한나라군에 2년을 버티고, 고구려는 수, 당과 200년 간 항쟁해 대부분 이겼고, 7세기 백제는 임존성을 근거로 4년간 부흥 운동을 펼쳤다. 8세기 통일신라는 당나라 10만 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문약하다고 평가된 고려조차 세계제국 몽골에 근 20여 년을 버텼는데, 전주 이씨의 17세기 조선은 변방국 청나라군에 두 달 못 돼 항복했다. 아들 소현세자를 의심한 인조 소설이든 연극이든, 영화든 명칭이 무엇이든 모든 드라마는 위기 상황에서 인간 군상이 드러내는 갈등 구조를 묘사함으로써 성립한다. 갈등이 심각할수록 극적 효과는 크다. 병자호란은 드라마 배경으로 최고다. 떠오르는 청과 기울어가는 명, 젊고 기민한 청과 늙고 느린 조선의 대비는 구조적 모순이다. 발언권 약한 왕과 목소리 높은 서인 조정, 주전파와 주화파는 조선 갈등의 큰 틀이다. 이상과 현실이 괴리될수록 간신의 발호와 영웅의 비운은 더더욱 대비되니, 조선의 갈등은 더욱 복잡하면서 구체화된다. 무능한 부왕 인조와 명석한 장남 소현세자, 요사스런 총희(寵姬) 조 소용과 충직하나 경계 받는 세자빈 강빈, 중앙의 권간(權奸) 김자점 대 변방의 용장(勇將) 임경업. 그러나 조선은 갈등조차 모두 국운을 해치는 방향으로 해소한다. 인조는 소현세자가 영민해 왕위를 위협할 가능성을 경계했고, 후궁 조 숙원(趙淑媛)은 이를 부추겨 소현세자 부부와 아들 삼형제를 모두 죽인다. 얼마 후에는 중앙의 권간 김자점이 변방의 용장 임경업을 죽인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안타까운 이야기는 소설 임경업전으로 재구성됐다. 김자점과 임경업의 대비는, 중국 송나라의 간신 진회(秦檜)와 충신 악비(岳飛) 장군을 연상케 한다. 악비는 오늘날에도 관우와 함께 중국 민중의 절대적 숭앙을 받지만, 오늘날 조선조 임경업을 기억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너무나 허전하다. 그나마 효종 즉위후 김자점과 조 숙원이 역모를 꾀하다 죽는 반전이 있어 최소한의 위로를 준다. 호란 당시 주전파의 핵심 김상헌도 안동 김씨요, 청군의 밀정 노릇을 한 권간 김자점도 안동 김씨다. 같은 뿌리에서 나서 자랐다 해서 같은 줄기나 잎은 아니다. 신라 문무왕 때 첫 축성 『고려사』와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백제 온조왕 13년에 산성을 쌓고 남한산성이라 부른 것이 처음이라 기록돼 있고, 택리지는 백제 온조왕의 고도라 소개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신라 문무왕 때 한산주의 주장성이 현재의 남한산성으로 비정된다. 광주산맥 주맥에 낮이 긴 산 일장산이 있고, 남한산성이 산 능선을 병풍처럼 둘렀다. 주봉인 해발 497.9m의 청량산을 중심으로 북의 연주봉(467.6mm, 동의 만월봉(502m)과 벌봉(515m), 남의 여러 봉우리를 연결해 8㎞ 성벽을 쌓았다. 자연석 큰 돌을 아래, 작은 돌을 위에 얹은 석성이다. 바깥은 경사가 급한데 안은 완만해, 적의 접근은 어려우나 방어와 농성에 유리하다. 봉암(蜂巖), 한봉(漢峰), 신남(新南) 등 외성 셋과 옹성 다섯이 연결되어 하나가 뚫려도 다음 방어망이 기다린다. 원성 성벽의 안쪽 둘레는 6천290보로 17리 반이고, 바깥 둘레는 7천295보로 20리 95보며, 동서남북 4대문과 4장대를 세우고 옹성과 치성 각 5곳, 포루 7개, 암문(暗門) 16개를 냈다. 내부 면적은 15만 9천859평. 우물 80, 샘 45 등을 설치하고 매염처(埋鹽處), 매탄처(埋炭處)를 파서 소금과 숯을 비축했다. 안에 수어청을 두고 행궁 73칸, 하궐 154칸 합해 궁궐 227칸을 짓고, 종묘 건물로 사용할 좌전(左殿), 사직을 옮길 우실(右室), 객관(客館)인 인화관(人和館)도 갖추었다. 관아를 앉히고, 창고를 들였는데, 지금 남은 건물은 동ㆍ남문과 서장대(將臺), 지수당, 몇 안 된다. 4대문과 수어장대를 비롯한 남한산성 일대는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김구철 시민기자(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천시, 현대·오티스 등 엘리베이터 업체 무더기 등록취소 처분

인천시가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를 불법으로 하도급한 현대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유),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등 승강기 대기업 4곳에 대해 등록취소 처분을 했다. 이들 승강기 대기업은 이번 시의 행정처분에 불복, 전면 소송전으로 사안을 확대하고 있다. 18일 시에 따르면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등 승강기 대기업 4곳에 승강기 안전관리법 위반을 적용해 승강기 유지관리업 등록취소 처분을 통보했다. 이번 행정처분은 오는 6월 15일부터 적용한다. 이들 승강기 대기업의 2019년 기준 승강기 신규설치 시장 점유율은 83.5%, 승강기 유지관리 시장 점유율은 56.3%에 달한다. 시는 이들 승강기 대기업이 인천의 승강기 1만여대에 대한 유지관리 업무를 하도급한 것으로 보고 관련 검토 끝에 이번 행정처분을 결정했다. 앞서 시, 행정안전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지난 2019년 10~12월 정부 합동조사를 통해 이들 승강기 대기업이 지난 2013년부터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를 중소 협력업체에 편법탈법적으로 하도급해온 사실을 적발했다. 조사 결과 이들 승강기 대기업은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를 수주하면서 하도급을 숨기기 위해 협력업체에 공동수급협정서를 작성하게 하고 유지관리 업무를 일괄 분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승강기 대기업은 승강기 유지관리로 발생하는 매출액을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분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5~40%를 떼고 기성대가를 지급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특히 시는 이들 승강기 대기업이 사실상 업무지시와 실적관리 등 원청업체의 지위와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승강기 안전관리법 42조는 도급계약을 맺은 승강기의 유지관리 업무를 다른 유지관리업체 등에게 하도급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이를 어긴 하도급 기간이 6개월을 넘으면 승강기 유지관리업을 등록해준 시도지사가 등록취소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다만 발주자가 서면 동의를 했을 시에는 유지관리 업무의 50% 이하를 하도급할 수 있지만, 협력업체에 유지관리 업무를 일괄 분담한 이번 사안과는 별개라는 게 시의 판단이다. 이를 두고 이들 승강기 대기업은 시의 행정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엘리베이터 설치와 유지관리 업무를 모두 맡기도 어렵고, 공동수급이 아니면 중소 협력업체의 일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시의 등록 취소 처분이 내려지자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진 현대엘리베이터는 곧바로 시를 상대로 한 집행정지 소송과 등록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인천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오티스엘리베이터도 이미 같은 내용의 소송을 냈고, 나머지 승강기 대기업 2곳 역시 관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의 소송에서 시의 행정처분이 확정되면 승강기 유지관리를 둘러싼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승강기 대기업이 직영(직접계약)으로 유지관리하는 인천 내 엘리베이터만 하더라도 전체의 약 20%인 8천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행정처분 등에 대해서는 법에서 정한 절차 내에서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고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며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자세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오티스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이번 행정처분 사안은 당국과 업계 간의 승강기 유지관리 공동수급 계약 형태에 대한 법적 해석이 달라 발생한 문제라며 고객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기관들과 논의를 이어나가는 한편, 사안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민강우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