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행궁동 벽화마을 ‘달달한 생활공방’ 체험ㆍ전시 인기

수원 팔달구 행궁동 벽화마을에 달달한 생활공방이 있다. 수원문화재단이 수원의 대표적인 원도심이자 명소인 행궁동 벽화마을 골목길에 자리 잡은 오래된 집 4채를 사들여 공예 체험이 가능한 공방과 전시공간으로 꾸몄다. 행궁동 벽화골목에 문화적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마련한 공간으로, 최재이(민화), 권영원(규방공예), 김승연(도예), 이한희(위빙 및 자수), 윤희경(전통염색) 등 5인의 생활공예 작가와 함께하는 상설 체험행사가 인기다. 원데이 클래스 체험 프로그램은 매주 수요일~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며, 체험료는 5천 원부터 2만 원까지 체험 내용별로 다르다. 공예 체험 참여는 인터파크 티켓을 통한 사전예약 또는 현장 접수를 통해 가능하다. 지난 14일엔 5명의 작가와 함께 크리스마스 소품 만들기 이벤트도 했다. 포인세티아 민화, 크리스마스 풍경, 알록달록 스카프, 크리스마스 모빌 및 청ㆍ홍 오너먼트 등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달달한 생활공방 갤러리에선 금~일요일 공방지기 릴레이 개인전도 열린다. 규방공예 권영원의 소소(少昭)전, 도예 김승연의 그릇에 전통을 담다, 민화 최재이의 민화, 행궁밖 나들이전, 위빙 이한희의 얽히다 전에 이어 20일부터 22일까지 자연염색 윤희경의 자연을 품을 천연염색전이 펼쳐진다. 쪽, 감, 홍화 등 자연에서 얻어진 아름다운 색으로 천에 물을 들인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달달한 생활공방은 골목길에서 벽화 구경도 하고 공예체험도 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주말이면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고 전시회도 관람한다. 딱딱한 공간이 아닌, 마을 골목길 정겨운 공간에서의 달달한 체험은 동네도 살리고 문화향유 기회도 넓히는 좋은 프로젝트라는 평가다. 전시 및 체험 문의 (031)241-4108 권오탁기자

'블랙독' 서현진, 웃겼다가 울렸다가…'단짠' 성장기 공감

'블랙독' 서현진의 '단짠' 성장기가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7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극본 박주연 연출 황준혁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얼반웍스) 2회 시청률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가구 평균 4.4% 최고 5.3%를 기록,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에서도 평균 2.2%, 최고 2.7%로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호응을 이어갔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 닐슨코리아 제공) 이날 방송에서는 개학 첫날부터 실수 연발에 진땀 나는 첫 수업까지, 신입 기간제 교사 고하늘(서현진)의 교사생활이 다이내믹하게 그려졌다. 사립고등학교의 개학 첫날 풍경은 물론, 우리가 몰랐던 선생님들의 현실은 유쾌하면서도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신입 기간제 교사 고하늘은 개학 첫날부터 만만치 않은 미션과 부딪혔다. 한눈에 봐도 '고단수'의 포스를 풍기는 한 학부모(서정연)가 입시상담을 위해 진학부를 찾은 것. 얼떨결에 홀로 학부모를 상대하게 된 고하늘은 학교와 학원에서 상담받은 내용을 비교해서 입시전략을 세우는 것을 권유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자 애를 썼다. 이를 알고 달려온 진학부장 박성순(라미란). '척하면 척' 도연우(하준), 배명수(이창훈) 선생과 함께 진학부의 노련한 팀워크로 학교를 신뢰 하지 않는 깐깐한 학부모와 입시상담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나름 성실히 상담을 진행했다고 생각한 고하늘. 하지만 "진학부는 정확히 뭐 하는 부서입니까?"라는 박성순의 한 마디에 실수를 깨달았다. "진학부는 최전방 공격수 같은 건데 시합도 하기 전에 다른 팀 칭찬이나 하고 앉았으니"라는 박성순의 일갈에 고하늘은 뼈아프게 자책했다. 진학부의 일원이 되고 싶으면서도, 자신조차 학교의 시스템보다는 학원을 믿었던 고하늘. "마음이 앞섰던 거다. 저 안으로 얼른 들어가고 싶어서"라는 고하늘의 담담한 내레이션은 진학부의 일원으로 성장해갈 그의 앞날을 응원하게 했다. 한편, 고하늘은 '내년에도 학교에 있을 거냐'는 학부모의 질문에 김영하(태인호) 선생님을 떠올렸다. 내년에도 가르쳐달라는 자신들의 물음에 답을 잇지 못했던 선생님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치열한 사립고에서 '1년짜리 기간제 교사'로 살아남기로 다시 마음을 다잡는 고하늘의 모습은 씁쓸한 현실을 속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새내기 교사 고하늘의 '웃픈' 적응기는 계속됐다. 신경전을 벌이며 묘한 라이벌 관계에 있는 3학년부와 진학부에 속한 고하늘. 3학년부 송영태(박지환) 부장의 방해로 진학부 회의에 늦어버린 고하늘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고, 배명수는 박성순 부장에게 사정을 잘 설명하라고 조언했다. 바람 잘 날 없는 고하늘에게 최대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이 구역 또라이'로 통하는 국어교사 김이분(조선주)과 교과 파트너가 된 것. 서로 교과과정을 맞춰야 한다며 고하늘이 만든 수업자료들을 대놓고 달라거나, 수업내용을 일방적으로 고치라는 등 그야말로 고하늘은 '멘붕'에 빠졌다. 선을 넘는 김이분의 행동에 박성순이 나섰다. 수업자료를 고치라는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고하늘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도 조직 사회야. 신입에 기간제면 수업도 그렇고 무조건 튀지 않는 게 좋은 거다"라며 다그쳤다. 이 모든 걸 듣고 있던 박성순이 고하늘을 대신해 전화를 끊어버렸고, 이에 분노한 김이분이 진학부로 쫓아왔다. 박성순은 "내가 받았는데 실수로 끊었네. 쏘리"라며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었고, 김이분은 꼬리를 내리고 돌아갔다. 진상에 대처하는 걸크러시 박성순의 사이다 한방이 통쾌함을 안기며 '라미란 홀릭'에 시동을 걸었다. 이어 박성순은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소신에 따라 교사는 독자적으로 수업할 권리가 있다"며 고하늘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수업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닌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했다. 학교에 남아 수업자료를 들여다보던 고하늘은 수업 방식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살얼음판 같은 사립고에서 혹독한 성장통을 겪는 고하늘이지만, 좌절하기보다 소신껏 문제를 해결하고 한 발씩 나아가는 모습은 공감과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모든 게 서툰 새내기 교사지만, '학생'들을 위한 그의 진심은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수업 진도에 맞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라던 박성순의 조언에도 "이게 학생들을 위한 게 아니면 어떡합니까?"라고 반문하던 고하늘. 그의 진심은 박성순을 비롯한 진학부 선생님의 마음을 열었다. 특수한 룰을 가진 그들만의 전쟁터에서 진정한 선생님이 되기 위해 직진하는 그의 앞날을 시청자들 역시 응원하게 했다. 무뚝뚝하지만 위기 앞에선 누구보다 적극적인 멘토가 되어주는 진학부장 박성순부터, 고군분투하는 고하늘을 한 발짝 옆에서 지켜보다가 불쑥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츤데레' 도연우, 고하늘이 주눅들 때마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든든하게 챙겨주는 배명수까지, 마음을 열어가는 진학부의 훈훈한 '찐' 케미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여기에 고하늘을 통해 진학부장 박성순을 골탕 먹이려는 3학년부 송영태와의 신경전과 '대치고의 또라이' 고하늘의 교과 파트너인 김이분, 대치고 기간제 채용 비리 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교무부장 문수호(정해균)와 교감 이승택(이윤희) 등 선생님들의 다양한 모습과 현실적 갈등이 어우러지며 시간을 '순삭'했다. '블랙독'은 매주 월, 화요일 밤 9시 30분 방송된다. 장영준 기자

[이주의 신간 소개]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 外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 /김태권 著 / 한겨레출판 刊 『불편한 미술관』, 『십자군 이야기』 등을 펴낸 만화가 김태권의 신작. 고기를 먹으면서도 왜 고기 먹는 게 불편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책이다. 고대 신화를 비롯해 다양한 종교와 역사 속 인물을 빌어 인류 문명에 깃든 육식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평소 관심 있었던 빅데이터를 이용해 곱창의 곱의 의미를 추적하고, 외국에서 말하는 한국식 코고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함께 들려준다.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치킨을 통해 공장식 축산의 문제부터 육식의 대안점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1만5천500원 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 / 석정연 著 / 산지니 刊 계약직 사서로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한 저자가 6년 동안 경험한 현장의 실태에 관해 풀어낸 에세이집. 노동 현장의 모습과 학교와의 불공정한 계약 실태를 책으로 옮겼다.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재능기부로 독서지도 수업을 하던 저자는 학교 측에서 도서관 사서 도우미를 권유받았다. 자격증까지 따서 정규직이 될 꿈을 꾸지만, 결국 학교는 애초 말과는 달리 계약을 해지한다. 저자는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지를 널리 알리고 싶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값 1만5천원. 조선회화실록 /이종수 著 / 생각정원 刊 미술과 역사를 넘나들며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하는 저자가 실록과 회화를 나란히 놓고 읽는 조선사를 표방하며 펴낸 책이다. 건국부터 망국에 이르기까지 500여 년에 이르는 조선 역사를 시대순으로 요약한 27개 장마다 시대를 대표하는 그림을 선정해 소개한다. 역사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산수화에도 시대의 희로애락이 담겼다. 세조 대에 왕실 불화로 제작된 관경십육관변상도는 아들의 반란으로 폐위, 유폐된 인도 왕비에게 부처가 불국정토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는 이야기. 당시의 피비린내 나던 시국과도 관련있따. 역사를 담은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값 1만8천원.

광기의 시대, 개인이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까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왕들에게만 시식가가 있던 게 아니다. 아돌프 히틀러 에게도 비밀리에 운영했던 시식가들이 있었다. 히틀러의 시식가이자 유일한 생존자였던, 실존인물 마고 뵐크의 고백을 바탕으로 한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문예출판사刊)이 국내에 출판됐다. 식탁 위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산해진미들. 식탁에 앉은 여성들 앞엔 진귀한 음식이 담긴 접시가 하나씩 놓여 있다. 그러나 식당 안엔 극도의 긴장감만 돈다. 누구도 식기를 들지 않고 음식을 바라만 본다. 이내 그녀들의 뒤를 지키고 있던 군인들이 식사를 종용하고, 그제야 억지로 음식을 떠먹는 여성들과 비워져 가는 접시의 음식들. 침묵의 식사가 끝나고, 여성들은 그대로 공포의 한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생과 사를 가르는 60분이 지나야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시식에 이용된 여성들은 아리아 혈통의 여성들이었다. 남편들은 전쟁에 차출돼 생사 여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날마다 독살감별사로 살아야 했다. 역시나 전쟁의 광풍 속 또 다른 피해자들이었다.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실존 인물 마고 뵐크는 70년간 비밀로 간직했던 이야기를 공개하면서 식사 후에는 살았다는 기쁨에 개처럼 울어야 했다고 말했다. 마고 뵐크는 전쟁이 끝난 후 평화를 얻지도 못했다. 같이 히틀러의 음식을 감식했던 여자들은 모두 처형당했고, 그녀는 독일 장교의 도움으로 유일한 생존자가 됐지만, 소련군에게 잡혀 14일간 성폭행을 당했다. 히틀러가 시킨 일을 하면 음식을 먹다 죽고, 히틀러를 추종해도 전쟁 종결 후엔 나치 추종자란 명목으로 죽어야 한다. 히틀러에 반대하면 그 역시 죽음뿐이다. 책엔 두 가지의 평범함과 하나의 악이 등장한다. 하나는 시대의 격류에 쓸려가는 힘없는 인간의 평범함, 다른 하나는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인 아이히만에게서 발견한 악의 평범성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악이라 부르기 충분한 일을 스스로 자행하는 이들이 있다. 시대의 격류에 휩쓸리며 자신의 생존을 결정할 수 없는 개인은 존엄성을 지킬 수 있었을까. 책은 힘없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 죄가 되는 광기의 시대에 어떻게 인간이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지를 묻는다. 공포 속에서도 살고자 하는 인간의 생존 욕구뿐 아니라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까지, 제2차 세계대전의 단면과 이면을 균형 있게 다뤘다. 작가 로셀라 포스토리노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이탈리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캄피엘로 비평가상 외에도 유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값 1만4천800원 정자연기자

'검사내전' 2회 시청률 5%…이선균vs정려원, 전쟁의 서막

'검사내전' 형사2부 새 식구로 합류한 정려원의 등장이 평화롭던 이선균의 일상에 균열을 만들었다. 과거부터 악연으로 엮인 두 검사의 본격 대립이 시작된 것. 지난 17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극본 이현 서자연 연출 이태곤 크리에이터 박연선 제작 에스피스, 총16부작) 2회에서는 십여 년 만에 진영지청 형사2부에서 만난 검사 이선웅(이선균)과 차명주(정려원)가 임금체불 사건에 의견 대립을 보이며 전쟁의 서막을 올렸다. 특히 학부 시절에는 선웅이 선배였지만, 연수원 기수로는 명주가 선배인 꼬여버린 '족보' 등 좋지 않았던 과거사가 함께 드러나면서 이들의 전쟁이 쉬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 앞으로의 전개에 흥미를 높였다. 검사 생활 11년 내내 승승장구했던 스타 검사 명주가 지난 첫 방송에서 309호 앞을 서성인 이유가 드러났다. 그가 진두지휘했던 2000억대 보험사기 사건의 피의자가 차관 장인이었고, 그 결과 남해안 끝자락에 위치한 지방 도시 진영으로 사실상 좌천된 것. 차명주의 발령 소식에 진영지청 검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당장 사표를 내고 유명 로펌에 들어가도 아쉬울 게 없는 그가 왜 "자존심도 버리고, 패기도 버리고" 고분고분하게 '검사들의 유배지'까지 왔는지 의문을 자아냈던 것. 형사2부 식구들이 명주를 호기심과 어색함이 뒤섞인 눈으로 주시한 가운데, 선웅에겐 명주의 존재 자체가 떨떠름했다. 남들은 단순히 졸업 동기로만 짐작하는 명주와의 기억이 썩 좋지 않았던 것. 과거 몇 번이나 자신을 무시하는 듯 보였던 명주의 시선과 대꾸들이 수치스러운 기억으로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 화가 올라오는 자신과 달리 명주는 '이선웅'이라는 이름조차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듯 행동했고, 선웅은 더욱 약이 올랐다. 거침없는 명주의 행보는 형사2부에도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출근 이틀째, 부장검사 조민호(이성재)에게도 일언반구 없이 회의를 소집하더니 형사2부 사건 절반을 배당받겠다는 것도 모자라, "각 방에 갖고 계신 2개월 이상의 미제 사건들, 다 제가 받아 가겠습니다"라고 선언했기 때문. 그 이유를 조목조목 나열하며 "제가 없던 진영지청과 제가 온 뒤의 진영지청이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마지막 어퍼컷까지 날린 당당한 태도에 팀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재배당된 사건들에 대해 기수가 제 밑인 검사들의 요약지를 요구했는데, 이것이 선웅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말았다. 가뜩이나 자신의 사건이 사전 논의 없이 명주에게 재배당돼 불쾌했던 선웅이 연수원 기수는 선배지만 엄연히 학부로는 후배인 명주가 요약지까지 요구하자 분노한 것.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듯 영상조사실로 명주를 불러냈지만, 결국 정곡만 콕콕 찔러대며 몰아붙이는 명주에게 "차검사 나 싫죠? 내가 다 알아요. 근데 뭐 나도 상관없어요. 나도 차검사 싫어하니까!"라고 외치는 흑역사까지 남기고 말았다. 다소 유치한 공방전으로 막을 올린 두 사람의 관계는 '정수실업 임금체불' 건이 엮이면서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임금체불로 사장을 고소한 피해자 김영춘(손경원)이 가족의 병원비 때문에 고소를 취하하려 했지만, 정수실업의 상습적인 임금체불을 뿌리 뽑기 위해 선웅이 합의를 막고 있었던 상황. 하지만 명주는 재배당받자마자 합의로 사건을 종결시켰고, 이에 화가 난 선웅은 "차검사는 비싼 옷 입고 좋은 신발 신고 살아서 잘 모르겠지만, 여기 형사부 사건들, 간단해 보여도 누군가의 생존과 직결된 사건들입니다"라고 따졌다. 그러나 명주는 그의 항의에 코웃음 치며 "곱게 자란 도련님이 생존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러세요"라고 받아쳤고, 선웅은 폭발했다. 명주의 입장은 달랐다. 정수실업을 기소하는 것보다 가족의 병원비와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적은 돈이라도 절박한 피해자가 우선이라 판단한 것. "차검사는 검사로서의 철학이 있긴 합니까?" "이검사님은 사건 처리 기준부터 다시 세우시죠"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싸움은 조민호 부장의 등장으로 막을 내렸고, 그날 밤 관사에 돌아온 선웅은 명주와의 악연이 시작됐던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과거 대학 시절, 아프리카에 다녀온 경험을 이야기하며 선후배들에게 기아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해 "정기후원을 같이 하자"라고 했던 선웅에게 "재수 없어. 사는 게 지옥인 사람들이 아프리카까지 가야 눈에 보이나"라며 받아쳤던 명주. 그때에도 "누가 곱게 자란 도련님 아니랄까봐"라는 말을 남겼다. 그 순간, 선웅은 명주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바야흐로 진영지청 형사2부를 뒤흔들 전쟁의 서막이었다. 한편 이날 방송은전국 5%, 수도권 5.1%를 기록하며 순항을 이어갔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장영준 기자

용인 할미산성서 돌성벽 관통한 삼국시대 수로 확인

삼국시대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용인 할미산성(경기도기념물 제215호)에서 석축(石築돌로 쌓음) 성벽을 관통해 낸 물길인 수구(水口) 유적이 확인됐다. 용인시와 한국문화유산연구원(원장 현남주)은 용인 할미산성 남동쪽 성벽 구간 발굴조사를 통해 지난 2004년 조사에서 흔적을 찾은 수구가 추정 길이 4m인 계단형 시설물임을 파악했다고 18일 밝혔다. 물이 들어가는 입수구는 너비가 32㎝, 높이가 23㎝이며 형태는 사각형이다. 바닥에 넓적한 돌을 계단식으로 깔아 물이 성벽 바깥으로 흐르도록 했다. 수구는 성벽 바깥쪽 기초부 기준으로 3m 높이 지점에 있다. 현재 남은 수구 유적 길이는 약 2m이며, 물이 빠지는 출수구에는 흐름을 계곡 쪽으로 유도하는 낙수받이 성격의 석재를 설치했다. 한국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는 "배수로 바닥면과 옆쪽 벽 사이 공간은 작은 돌과 점토를 이용해 채웠다"며 "물이 수로를 따라 잘 흘러가 성벽에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입수구 앞쪽으로는 땅을 깎아 물이 모아두는 집수(集水) 구간을 조성했다"며 "집수 구간 바닥에는 굵은 모래와 점토층이 50㎝가량 켜켜이 쌓였다"고 덧붙였다. 수구를 살펴본 백종오 한국교통대 교수는 "할미산성 수구는 삼국시대 석축산성 수구의 시원적 형태로 볼 수 있다"며 "낙수받이 축조 방법과 잔존 양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은 수구가 있는 성벽의 건축 기법도 확인했다. 성벽 바깥쪽 기단부에 너비 80㎝, 높이 30㎝인 보강시설을 마련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성벽 안쪽에서는 구들 시설을 갖춘 수혈(竪穴구덩이) 주거지 4기도 발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