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유통상가… 정부·지자체 지원 법적근거 마련해야”

경기도 유통상가단지 내 소상공인 수만 명이 상권 활성화 정책의 사각지대에 내몰린(본보 11월 20일자 1면) 가운데 원인이 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에 모호하게 규정된 전문상가단지의 정의 탓에 문제가 발생한 만큼 개념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27일 여의도 중기중앙회 제1대회의실에서 유통상가 육성 및 지원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전국 유통상가 관련 협동조합 이사장과 업체 대표, 교수 등이 참석해 현재 관련 법의 문제로 유통상가는 지원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발제를 맡은 김현순 숭실대학교 교수는 유통상가는 소상공인이 집적한 곳임에도 정의규정이 모호해 소상공인 지원제도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상가단지는 전국적으로 약 81개가 분포한 것으로 추정되나 대다수가 산업단지 개발과 함께 조성돼 노후화 등 문제를 겪고 있다며 현행법에 시설현대화 사업 지원은 전통시장에 집중, 영세 소상공인들이 입주한 단지임에도 지원사업에 참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모호하게 규정돼 있는 전문상가단지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이를 전통시장법에 따른 지원대상으로 포함해야 할 것이라며 전문상가단지 지원 규정의 범위를 넓혀 중앙부처와 각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영균 광운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이영윤 시화유통상가사업협동조합 이사장 ▲김만균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승창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조필재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이날 세미나를 통해 마련된 의견을 토대로 유통상가 육성을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를 정리해 정부에 전달하고 관련 법 개정과 정책 시행을 독려할 것이라며 유통상가의 실태 파악과 업계 의견 수렴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희기자

우울증 대학생 상담 신청했더니… “3개월 기다려라”

취업 준비로 우울감에 시달리던 경기도 내 한 사립대 4학년 L씨(25)는 최근 교내 학생상담센터에 문의했다. 그러나 센터에서 돌아온 답은 내년 2월까지 상담 예약이 꽉 차있어 당장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L씨는 1회에 10만 원에 달하는 사설 상담을 3회 받다가 경제적 부담으로 그만뒀다. 고향에 가족, 친구들과 헤어져 홀로 기숙사에 살고 있는 대학생 J씨(20)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받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상담센터를 찾았지만, 역시나 3개월 후에나 상담이 가능했다. 경기도 내 20대 우울증 환자가 5년 사이 2배나 증가하면서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본보 4일자 7면) 가운데 대학교 내 상담센터가 인력ㆍ예산 부족으로 학생 상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학교 상담센터 의무화를 통한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대학교도 최소 상담원 수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도내 대학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도내 위치한 A 대학 학생상담센터의 가장 빠른 상담예약일을 문의한 결과, 약 3개월 뒤인 내년 2월10일로 확인됐다. 심지어 내년 4월까지는 거의 모든 상담이 찬 상태였다. 학생상담센터는 학생들의 우울ㆍ불안증세와 대인관계, 취업 등 어려움에 대해 전문 상담원과 일대일로 상담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가들은 학교ㆍ직장 내 상담센터를 활용하는 것은 청년 우울증을 초기에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수요를 맞추기에는 상담인력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사립대는 정부의 아무런 지원이 없는 탓에 대학에서 상담원 인건비 등 모든 운영 비용을 부담해야해서다. 대학상담협회장인 이상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개인상담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최소 학생 1천200명 당 전임상담원 1명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재학생이 1만6천여명인 A 대학에 배치된 전임상담원은 5명에 불과하다. 재학생 3천300명 당 상담원 1명꼴이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국립대와 비교했을 때 더 두드러진다. 한 국립대 학생상담센터의 경우, 이곳 재학생은 접수 후 평균 1주 이내에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모든 재학생을 대상으로 상담을 제공하는 센터를 포함해 인문대, 공과대 등 단과대 별로 자체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이상민 회장은 이 같은 문제를 대학교 상담센터 의무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 초ㆍ중ㆍ고등학교 내 상담센터는 법으로 의무화 돼 있는 반면, 대학교는 이러한 법이 전무하다며 대학교도 상담센터를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한다면 정부의 예산 지원도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해령기자

‘2019 명사 사랑의열매 달기 릴레이’, 경기일보 신항철 대표이사 사장 참여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이순선)는 27일 경기일보 본사에서 신항철 경기일보 대표이사 사장에게 사랑의열매를 달아주며 2019 명사 사랑의열매 달기 릴레이를 진행했다. 명사 사랑의열매 달기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명사들의 참여를 통해 도내 나눔문화 활성화와 어려운 이웃들에 희망을 전달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희망 2020 나눔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이날 전달된 사랑의열매 배지의 의미는 세 개의 빨간 열매가 나ㆍ가족ㆍ이웃을 상징하며, 나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자는 나눔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강학봉 경기사랑의열매 사무처장은 경기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기가 어려우면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들은 더욱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경기도민들이 따뜻한 온정을 모아 주시 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신항철 대표이사 사장은 매년 사랑의 온도탑을 바라볼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올해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 따뜻한 연말을 맞이할 수 있도록 사랑을 모으는데 경기일보가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현호기자

[법률플러스]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의 해지

우리는 언론과 방송매체를 통해 연예인과 전속사와의 계약 등에 관하여 종종 듣게 된다.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이란 소속사나 매니저가 연예인의 연예업무 처리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예인은 그들을 통해서만 연예활동을 하며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서는 연예활동을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이는 민법에 규정되지 아니한 비전형계약의 하나이다. 비전형계약의 법적 성질은 유사한 전형계약과 민법의 기본법리에 참조해 해석을 하되, 그 계약의 목적과 특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판례는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의 법적 성질은 해당 계약의 목적, 의무의 내용과 성격, 당사자들의 지위, 인지도, 교섭력의 차이, 보수의 지급이나 수익의 분배 방식 등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고 하는바,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러한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민법상 위임계약은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본질상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이를 해지할 수 있다. 물론 위 해지조항은 임의규정이므로 약정에 의해 그 적용을 배제하거나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과는 달리 그 존속과 관련하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결부돼 있으므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하여 그 계약의 해지 가능성을 극히 제한적으로 보는 것도 위 계약이 본질적으로 위임계약의 속성을 지니고 있음에 비추어 부적절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판례는 다음과 같이 기준을 정하고 있다. 즉,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은 성질상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해 고도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그 전속계약에 따라 연예인이 부담하는 전속활동의무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다. 신뢰관계가 깨어졌는데도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는 이유로 연예인에게 그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활동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연예인의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계약당사자 상호간의 신뢰관계가 깨지면 연예인은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의 특성을 잘 고려한 것으로서 적절한 판단으로 보여진다. 임한흠 변호사

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구리시오페라단 신계화 단장, 음악을 매개체로 ‘문화예술의 멋’ 선물

음악을 통해 자아발전은 물론 지역 문화예술 창달에 도움이 되고자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과 구리오페라단을 이끄는 신계화 단장은 어느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단장 겸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는 그는 각종 시 주관 행사는 물론 외부 무대에 출연, 구리시를 대표하는 음악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지난 2013년 구리아트홀이 생기면서 태동했다. 하지만, 모체는 2000년 최초 민간으로 출범한 단체다. 신 단장이 단장직에 오른 때가 2005년임을 감안할 때 무려 15년에 가까운 오랜 시간 동안 단장직을 수행해오고 있다. 이쯤 되면 구리시립합창단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하다. 합창단은 현재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60여 명의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지역 내 각종 음악행사를 물론 정부 주관 외부 행사까지 다수 출연하면서 출중한 음악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의 음악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 단장은 현재 구리시오페라단까지 이끌고 있다. 비록 공식적인 시 지원 단체가 아닌 민간 영역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30여 명의 단원과 함께 오페라의 진수를 구리시민에게 한껏 선사하고 있다. 신 단장이 구리시와 인연을 맺은 지 30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1980년 중반께 가족이 구리시로 이사 오면서 십수 년 동안 구리시민으로서 애환을 함께 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음악이란 매개체로 청소년에게는 문화 예술적 자질 향상을, 또 구리시민에게는 문화 예술의 멋을 맘껏 향유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삶의 보람을 찾고 있다. 신 단장은 내년 합창단 창단이 20년 되는 해를 맞아 특별한 공연을 실현하는 게 꿈이다. 합창단을 졸업한 후 아이들은 물론 후배들까지 잘하고 있어 대견스럽다. 내년에는 해외공연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합창단이 되겠다며 소박한 소망을 내비쳤다. 구리=김동수기자

[천자춘추] 금강산관광 재개 시 고려 사항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월 23일,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를 내렸다. 관광 사업은 경제제재 하에서 북한에 매우 유용한 외화벌이 수단이며,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김 위원장의 최대 치적 사업 중의 하나이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특구를 개발해 관광 부국을 꿈꾸는 북한으로서는 답답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강산관광을 아무런 조건과 대가 없이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제 더는 남측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식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내년 4월 15일에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완공해 중국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제특구ㆍ개발구를 통해 외자유치로 경제 재건하려는 북한으로서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남측 시설의 일방적인 철거는 핵ㆍ미사일 문제 미해결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치명적인 불량국가로 낙인찍힌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그의 철거 주장은 남한과의 단절이 아닌,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관계 정립과 발전 모색(리모델링) 요구에 대한 역설적인 표현일 수 있다. 우리 정부도 금강산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금강산관광 재개에서 몇 가지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 관광객 피격 사건과 관련한 3가지 전제조건이 해결돼야 한다. 진상 규명은 물론, 특히 재발방지와 신변안전보장 등 법 제도화가 필요하다. 둘째, 몰수ㆍ동결된 남측 재산의 원상회복과 국제특구법 제정에 따른 현대의 독점사업권 훼손에 대한 복원이 요구된다. 또한, 남측의 인명과 재산 보호, 각종 현안 협의 등 금강산 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금강산관리위원회(가칭)와 같은 남북공동관리기구 설립도 필요하다. 셋째, 북한의 핵ㆍ미사일 문제로 인한 관광사업 성사 가능성 여부와 대북 경제제재의 완화ㆍ예외 인정 획득 노력이다. 관광 자체는 제재 사항이 아니나 실제 사업 추진과정에서 대부분이 관련되며, 재개에 대한 국내외 여론도 매우 중요하다. 끝으로 추진주체들의 사업능력 약화에 따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개발사업자인 현대는 물론, 대북 투자 1~2세대의 기업도산과 은퇴로 대북 투자에 대한 관심과 여력이 많이 축소됐고, 국내기업에 대한 해외주주들의 지분 증가로 현재의 불안정한 남북경협 구조하에서는 투자결정에 상당한 제약이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금강산관광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 평화의 상징이었다. 관광 재개로 금강산에서 평화캠프, 마라톤대회, 자전거 국토순례 등을 통해 줄어드는 청년들의 통일ㆍ북한에 대한 관심도 커지기를 희망한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삶과 종교] 이 해를 떠나보내며, ‘큰 눈’을 기다린다

한 해가 또 저물고 있다. 11월부터 12월에는 각종 송년회가 있다. 어느 해인들 그렇지 않은 해가 없었겠지만, 지난 한 해엔 참 크고 작은 많은 일이 많았다. 생각해야 할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을 때, 마음이 떨리게 마련이다. 마음이 떨리고 지혜를 구해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마다 지혜를 구하는 방법이 다를 것이다. 나는 최근의 좋은 책들과 오래된 고전들을 읽으며 지혜를 구한다. 그 가운데 장자(莊子, 기원전 369?-286)와 원효(元曉, 617-686) 이야기에 나오는 지혜를 소개하고자 한다. 장자의 제물론(齊物論)은 여러 현상을 가지런히 볼 수 있게 해줘서 좋다. 보통 우리는 유한한 관점, 즉 늘 자기관점에서 바라보기 마련이다. 그것들이 사회적 통념이라 하더라도 각자의 한계를 가진 관념일 수밖에 없다. 상대적인 옳고 그름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이 있는 곳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는 곳에 바로 생명이 있게 마련이다. 가능한 곳에 바로 불가능이 있고, 곧 불가능한 곳에 바로 가능이 있게 마련이다. 그 무엇 때문에 옳기도 하고 또 그르기도 하며, 그 무엇 때문에 그르기도 하고 또 옳기도 한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언제나 변화하고, 변화의 과정에서 여러 국면을 가지게 마련이다. 동일한 사물이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고, 달라진 국면마다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장자의 해법은 좀 더 고차적인 입장에 서라는 것이다. 그래야, 무궁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한을 초월한 고차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물에 대한 여러 가지 면을 더 많이 보고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효는 부처님이 열반하신 이후 생겨난 많은 불경의 가르침은 부처님의 하나의 소리가 중생의 인연과 상황에 따라 여러 소리로 분화되어 이해된 것으로 이해한다. 중생들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상황에 따라 부처님께서 가르침의 내용을 다양하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원래 부처님의 가르침은 하나인데, 그 많은 불경이 생겨나고 그 많은 가르침이 생겨난 까닭을 이렇게 이해한다. 글을 모르고 농사만 짓는 사람들에게는 볏단을 가지고 예를 들어 설명하고, 글을 읽고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에게는 글에 나온 내용을 가지고 예를 들어 설명했기 때문에 다양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을 대기설법(對機說法)이라고 한다. 또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수준과 인연에 따라 다양하게 이해하고 이론들을 정립하다 보니, 많은 이론이 생겨난 것이라고 이해한다. 이것은 시절인연(時節因緣)에 따른 이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이론들과 주장들은 그 시절인연에 따른 그 나름대로 다 일리(一理)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다양한 주장들이 그 일리만을 강조하고 고집하면 다툼이 생기지 않겠는가. 그 어느 시대보다 자유와 평화 그리고 인권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도 다양한 주장들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주장들이 모두 존중받으려면, 각각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고집은 한계에서 나온다. 고집을 거두기 위해서는 한계를 뛰어넘어, 큰 눈이 열려야 한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나무들은 잎을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잎을 떨구고 있다. 그것은 잎에서 볼 때는 죽음이지만, 나무 자체로 볼 때는 삶이다. 봄이 오면 이 나무들은 잎을 다시 돋우고 키울 것이다. 겨울에 나무가 잎을 떨구고 있다고 해서 죽은 것이 아니다. 그것도 삶이다. 가을, 겨울, 봄, 여름에 맞는 나무의 삶이 있는 것이다. 김원명 한국외대 철학과 교수

[기고] 家家戶戶 안전한 겨울나기

손자병법에「無恃其不攻(무시기불공) 恃吾有所 (시오유소) 不可攻也(불가공야)」, 적이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믿지 말고 적이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잘 갖추어진 나의 대비태세를 믿어라라는 구절이 있다. 적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을 믿지 말고, 언제 와도 좋다는 준비가 되어 있음을 믿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칫 오지 않음을 믿고 싶어 하고 준비 없음에 대하여 천연스러울수록 한번 재난을 만나면 그 순간 피해망상적인 사람이 된다고 한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것도 오지 않음을 믿는 부류이다. 할 일을 다 해 놓고 어떻게 되겠지, 즉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면 좋겠지만, 아무 준비도 없이 그저 우연이나 요행을 믿는다면 결국 큰 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며칠 전 입동이 지났다. 날씨는 금방 추워질 것이고 매년 그러했듯이 각 가정에서는 전기 난방용품 등의 사용이 증가할 것이다. 참고로 전기장판, 히터 등은 편리성에 비해 취급사용상 부주의로 인한 화재 사고가 빈번하다. 2018년 7명 사망, 11명 부상자를 낸 국일고시원 화재의 원인이 전열기 발화였고 같은 해 1명이 사망한 광명시 단독주택 화재의 원인은 전기장판 발화였다. 경기도 화재통계를 보면 연중 하루 평균 화재는 34.1건인 반면 겨울철 하루 평균 건수는 38.3건으로 약 12%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 5년간 겨울철 연평균 인명피해는 256명(사망 31, 부상 226명)이었다. 화재 발생건수와 그로 인한 인명피해 점유율이 매우 높다. 그래서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불조심 강조의 달로 정해 각종 화재예방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친다. 화재예방 의식이 높아지고 생활화될 때 비로소 화재로 인한 피해를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일상생활 속에서 화재예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살펴보자. 화재위험 3대 겨울용품인 전기히터장판, 전기열선, 화목보일러 사용 및 관리방법은 안전관리기준에 따라야 하고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보일러 주변에 가연물을 두지 않고 주기적으로 청소하며 전기장판은 접어서 보관하지 않고 장시간 외출 시 꼭 전원을 꺼두어야 한다. 또한 전기기구를 사용할 때 문어발식 사용은 절대 금물이다. 그리고 모든 가정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여야 한다. 화재 초기에 소화기 1대는 소방차 1대 이상의 효력을 발휘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초기 화재 진압에 매우 중요한 소방시설이며 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단독경보형감지기는 화재 발생을 인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신속한 대피가 가능하여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화재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은 일단 접고 자칫 불이 난다고 해도 문제없게끔 준비를 하자. 이런 연후라면 家家戶戶 안전한 겨울나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임국빈 군포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