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헬기 무기시험 사실 밝혀야” 영평사격장 갈등관리협의회 개최

국방부가 주관하는 영평사격장 갈등관리협의회가 31일 오후 2시 포천시 시정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신임 박재민 국방차관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와 미8군 작전처장 아담스 대령ㆍ민사 참모 배틀 대령, 박윤국 포천시장과 조용춘 시의장, 사격장 범대위 이길연 위원장ㆍ권대남 사무처장ㆍ각 지역 위원장, 대진대 고대유ㆍ소성규ㆍ허훈 교수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영평사격장과 관련한 갈등 사안에 의견을 제시하고 해결책 등을 논의했으며, 지난 상반기 갈등관리협의회 때 논의했던 부분에 대한 보고회도 가졌다. 또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한 군용비행장ㆍ군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보상에 관한 법률안 제정에 따른 논의와 승진훈련장 탁류 산정호수 유입에 따른 산정리 상수도 문제해결 등을 촉구했다. 특히 범대위는 창수면 신흥리 일대에서 A 항공이 무기시험을 해 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국방부에 확인을 요구했다. 이길연 위원장은 무인헬기 훈련과 항공중대 창설 등에 대해서는 주민과 반드시 협의해야 하며, 주민과 상의 없이 진행한 A 항공의 무기시험에 대해서는 국방부가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소음방지 및 피해보상에 대한 법령이 제정되면 지원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포천=김두현기자

김포시 공무원노조, ‘근무중 당구 레슨’ 정책자문관 사퇴 촉구

김포시청 공무원노조가 31일 성명을 내고 근무시간에 당구 레슨을 받아 물의를 빚고 있는 김포시 정책자문관 A씨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할 위치에 있는 정책자문관이 도시철도 개통연기 등 중차대한 시기에 맡은바 소임을 다하기는 커녕 공직자로서 엄수해야 할 최소한의 복무규정마저 무시했다며 공직자에 대한 신뢰 회복과 중차대한 시기 시정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책자문관은 당장 1천300여 공직자와 시민앞에 사죄하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정책자문관은 시장을 보좌하고 정책을 자문하는 역할을 넘어 직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등 마치 의사결정권자인양 행세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하고 근무시간 중 사적 여가시간을 보낸 사안은 도시철도 개통 연기 등으로 불철주야 동분서주하고 있는 시장은 물론 1천300여 공직자를 우롱하고 나아가서는 시민 모두를 배신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유세연 노조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공직사회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시장을 보좌하는 사람들의 처신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안은 결코 흐지부지 넘어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A자문관은 퇴근 후 딱 한 번 당구장에 간적은 있으나 근무시간에 간적이 없다고 근무시간 당구친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포=양형찬기자

안산내 취약계층 대상 태양광 무상 설치 지원

안산시가 지역사회공헌기금 4천만 원을 후원 받아 취약계층을 위한 미니 태양광 무상 설치를 지원한다. 31일 안산시에 따르면 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전력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안산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등과 취약계층 미니태양광 무상설치 협약을 체결하고 에너지 취약가구를 대상으로 미니 태양광 설치 지원에 나섰다. 이번 협약 체결을 통해 시는 임대주택을 대상으로 한 미니 태양광 설치지원 및 유지관리는 물론 태양광 설비 설치 가정의 실질적인 전기요금 감면 효과로 에너지 복지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안산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가는 에너지 복지사업추진 차원에서 에너지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과 사회 나눔 활동을 위한 지역사회공헌기금 4천만 원을 후원했다. 안산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관계자는 지난 2017년부터 3차례에 걸쳐 2천300여만 원을 안산에너지나눔봉사단에 기부하고 있다며 올해는 취약계층에 대한 미니 태양광 무상설치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화섭 시장은 전국 최고의 에너지자립도시 안산을 만들기 위해 민관이 함께하는 좋은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안산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전력자립도 200%, 신재생에너지 비중 30%를 달성하고 따뜻한 에너지 복지로 실현되는 안산시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안산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지난 2012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시대를 대비, 저탄소 녹색사회 세상 구현을 위한 지역공동체로 출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보급을 위해 현재까지 태양광발전소 18개소 2천192㎾를 설치, 운영하는 협동조합이다. 안산=구재원기자

경기 농민 숨통 트이나…친환경학교급식 이어 ‘공공급식’에 지역농산물 공급체계 마련 추진

경기도가 지역농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기존 학교급식에 이어 공공급식을 통한 지원체계 확립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31일 도와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도는 친환경학교급식 사업을 시행 중인 가운데 도내 비상업적 단체급식이 이뤄지는 국가 및 지자체 지원을 받는 기관ㆍ단체ㆍ시설에도 경기지역 농산물을 공급하는 공공급식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도는 이를 위한 근거 마련과 실태 파악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본격 가동할 전망이다. 우선 사업의 근거는 백승기 농정해양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ㆍ안성2)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공공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31일 입법예고된 해당 조례는 지역농산물을 공공급식 식재료에 우선 공급되도록 공적 조달체계 확립 등 지역농산물 소비 촉진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했다. 이를 통해 단체급식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도민의 보편적인 먹거리 복지를 증진시키며 나아가 지역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도지사로 하여금 공공급식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및 지역농산물을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 가공ㆍ물류 기반 지원 등을 하도록 책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공공급식지원센터의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도 규정했다. 이에 따라 도는 현재 시행 중인 친환경학교급식에 이어 지역농산물은 물론 친환경농산물 소비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재 친환경학교급식 사업을 통해 올해 경기지역 농산물(쌀 제외) 1만 9천141t을 2천190개 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도는 이번 조례가 통과되면 우선적으로 내년 본예산 5천만여 원을 편성해 실태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재 공공급식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어서 이 사업을 통해 공공급식 실태에 대한 데이터 확보는 물론 사업의 규모도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도 관계자 친환경 농산물을 포함한 경기지역 농산물을 광역단위로 공급하는 체계 마련을 위해 내년 준비작업을 위한 예산 편성을 준비 중이라며 도의회에서 조례가 통과되면 빠르면 내년 하반기나 늦으면 내후년에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호기자

'수미네 반찬' 반건조민어맑은탕·반건조민어조림, 레시피는?

'수미네 반찬'에서 김수미는 제자 셰프들과 함께 반건조민어맑은탕과 반건조민어조림 등을 만들었다. 31일 방송된 tvN '수미네 반찬'에서는 가수 앤디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 반건조민어맑은탕&매운탕 쌀뜨물 1.6L를 넣고 끓인다. 가위로 민어의 지느러미를 제거한다. 꼬리를 자르고 3등분 한다. 무 1/3을 정사각형 모양으로 자르고 나서 끓는 물에 다시팩과 함께 넣는다. 된장 1/4 큰술과 양파 1/2개, 애호박 한 개를 반달 모양으로 썬다. 청양고추와 홍고추는 어슷하게, 대파 1대는 큼직하게 썰어준다. 양파와 애호박을 먼저 넣고 민어와 육젓 1큰술, 국간장 1큰술, 어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매실액 1/2 큰술을 넣는다. 매운탕은 고추장 반 큰술과 고춧가루 3큰술, 육젓 1큰술, 된장 1/3 큰술, 국간장 2큰술을 넣어 간한다. 국물 위에 거품을 걷어낸다. 두부 반모는 손가락 두께로 잘라 넣는다. 뚜껑을 닿고 중불로 놓는다. 모시조개와 썰어둔 청양고추와 홍고추, 대파를 넣고 5~10분 정도 끌이면 완성된다. 먹기 전 미나리와 쑥갓을 올려준다. # 반건조민어조림 먼저 무 1/3을 부채꼴 모양으로 두툼하게 자른다. 쌀뜨물 800ml를 붓고 된장 1/3큰술과 다시팩을 넣고 끓인다. 다진 생강 1/4큰술과 다진 마늘 1큰술, 양조간장 2큰술, 국간장 1큰술, 고춧가루 3작은술, 매실액 반 큰술, 후춧가루를 넣고 뚜껑을 닿는다. 감자 1개는 두껍고 넓적하게 3등분, 청야고추 2개와 홍고추 1개, 대파를 반듯하게 썰어준다. 입맛에 따라 단맛을 매실액으로 조절해준다. 3등분한 반건조민어와 감자를 넣고 다시팩을 뺀다. 민어에 국물을 부어준다. 무와 감자가 어느 정도 익으면 민어와 자리를 바꿔준다. 뚜껑을 닫고 충분히 국물을 졸여준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소시지김치볶음과 오징어전, 알배기배추물김치를 만들어 시청자들의 입맛을 자극했다. 장건 기자

[지지대] 이래저래 국민이 피곤하다

1983년 9월 1일 새벽 2시 7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대한항공(KAL) 007여객기는 정상루트 통과지점인 캄차카 앞바다의 니피(북위 4941, 동경 12919)를 통과하였다고 도쿄 국제통신국 나리타 관제소에 타전한다. 이 비행기에는 승객 246명과 승무원 23명 등 269명이 타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 시간 조금 못된 3시 12분. 정상 항로를 벗어나 소련의 사할린 근처 영공에 들어선 KAL기를 추적 중인 소련 전투기 조종사가 대한항공기를 육안으로 발견하였다고 지상기지에 무전 연락한다. 이후 소련 전투기는 지상기지와 조준을 맞추어라등의 3차례에 걸쳐 교신을 주고받았다. 몇 분 뒤 기수를 사할린 상공으로 트는 KAL기에 미사일을 발사한 소련 조종사는 명중하였다. 목표물을 파괴하였다며 지상기지에 타전했다. 격추된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은 전원 사망했다. 소련 정부는 사건 발생 8일 만에 자국 영공을 침범한 KAL기가 착륙 유도에 불응해 취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참담한 뉴스를 접한 국민은 할 말을 잊었다. 이날 사할린의 차가운 바다에 떠있는 승객들의 유품과 비행기 잔해는 텔레비전을 보는 국민을 분노케 했다. 이에 앞서 1978년 4월 20일. 소련은 파리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KAL 707여객기를 자국 영공 침범을 이유로 전투기를 띄워 미사일로 공격했다. 다행히 KAL기는 왼쪽 날개가 파손된 채 무르만스크 남쪽의 얼음호수에 비상착륙했지만, 이 과정에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 110명 중 2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19년 7월 23일 오전 9시 1분. 러시아 항공우주 방위군 소속 조기경보기 A-50이 대한민국 동해 독도 영공을 두 차례 7분간 무단 침범했다. 타국의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무단 침범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영공침범 이틀 뒤인 25일 우리 군 당국이 러시아 정부에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전달했다. 돌아온 답변은 영공 침범은 없었다. 참 뻔뻔한 오리발 외교다. 경제가 어려운데다 국회 정쟁으로 열을 받는데 일본 갈등은 깊어가고 북ㆍ중ㆍ러까지 흔들어대니 이래저래 국민은 피곤하다. 김창학 경제부장

[사설] 10년 표류끝 본궤도 오른 화성 국제테마파크

세계적인 테마파크와 휴양ㆍ레저시설을 갖춘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이 드디어 첫발을 내딛는다. 10여 년간 투자자를 찾지 못해 두 번이나 무산됐던 사업에 신세계그룹이 나서면서 재시동이 걸렸다. 경기도와 화성시, 한국수자원공사, (주)신세계프라퍼티, (주)신세계건설이 지난 30일 경기도청에서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표류하던 대형 프로젝트가 재추진된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화성 국제테마파크는 약 4조6천억 원을 투입해 화성시 남양읍 신외리 송산그린시티 내 418만9천100㎡(약 127만 평)에 조성된다. 테마파크는 놀이기구 중심의 어드벤처월드, 휴양워터파크 퍼시픽오딧세이, 공룡알 화석지와 연계한 공룡테마 쥬라기월드, 키즈파크 브릭&토이 킹덤 등 4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여기에 객실 1천 개 규모의 호텔, 스타필드 쇼핑몰, 골프장에다 주거단지(공동주택 6천283, 단독주택 530세대)도 들어선다. 세계적 수준의 복합 리조트형 테마파크를 갖춘 관광도시가 기대된다. 도와 화성시, 수자원공사는 관광단지 지정 및 조성계획 승인 등 인허가를 마치고 2021년부터 부지조성 공사를 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2026년 1단계 개장과 2031년 그랜드 오픈이 목표다. 경기도는 화성 국제테마파크가 일본, 중국, 싱가포르의 세계적인 테마파크와 경쟁하고 아시아 최고를 지향하는 글로벌 테마파크로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1만5천명의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11만 명의 고용 유발, 연간 1천900만 명의 관광객 방문 등으로 지역경제와 국내 관광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년 넘게 투자자를 찾지 못해 중단위기를 맞았던 사업이 본격 추진돼 천만다행이다. 도와 화성시는 인허가 등 신속한 행정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2007년 처음 추진된 이 사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유니버셜스튜디오를 본 뜬 테마파크를 추진하다 두 번이나 무산된 만큼 이번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게 협력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이었지만 무산됐던 사업이다. 이를 문재인 정부에서 재추진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와 관광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화성 국제테마파크가 조속히 착공될 수 있게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테마파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신설되는 신안산선 노선에 테마파크 역사를 반영하고, 개장에 맞춰 해당 구간(원시테마파크)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가 나서고 이재명 지사가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것은 화성 국제테마파크가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도 늘리고, 관광산업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는 우리 사회의 절박한 문제다. 필요하면 규제도 풀고 인허가 절차 신속 처리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인천시론] 일본과의 경제전쟁, 말이 아니라 실력이다

명량해전에서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이긴 이순신은 그날 일기에 이렇게 쓴다. 천행(天幸)이었다. 하늘이 도운 것이다. 조수의 흐름을 이용한 이순신의 탁월한 전략이 성공했는지 왜군이 겁을 먹었는지 여하튼 승리했다. 이순신이 일기에 천행이라고 쓴 것은 그만큼 힘든 전투였고 천하의 이순신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순신 승리의 결정적 요인은 함포에 있었다고 말한다. 조선 배에는 함포가 있었고 일본 배에는 없었다. 일본의 조총은 조선 수군의 총통에 비하면 파괴력이나 사정거리가 게임이 되지 않았다. 고려 말 최무선이 중국으로 건너가 화약과 대포 제조기술을 배워온 것이 결정적 도움을 줬다. 지금 이런 옛이야기를 살펴보는 것은 전쟁에서의 승리는 열정과 구호만으로는 얻어지지 않으며 오랜 기간 준비한 실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이 위자료를 내라는 대법원 판결을 지켜야 한다는 우리 입장과,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일본 입장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타협점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시작된 후에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국제무대에서의 여론전과 일본의 대화 거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제외로 제2탄의 경제보복이 예정돼 있다. 국내에서도 반일본 분위기가 극에 달해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행 취소 등 끝이 보이지 않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내놓는 친일-반일 프레임은 사안을 해결할 본질이 되지 못한다. 국민을 반일 경제 전쟁에 동원하려면 전쟁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본과는 어떤 관계로 가려는지 명확히 설명해 줘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무기가 무엇인지, 그 무기로 일본을 이길 수 있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협상론을 가르치는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한일 경제 전쟁의 핵심은 입장(Position)과 이해관계(Interests)를 분리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물론 주요 관련국인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뭔지, 이해관계가 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이 전쟁을 해결할 수 있다. 입장을 바탕으로 협상하면 답이 나오지 않지만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협상하면 해결책이 보인다. 지금 청와대는 이번 전쟁을 통해 과거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불법으로 만들어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배상금을 받아 일제로부터 피해를 받은 분들의 한을 풀어주고, 우리가 10배 이상 피해를 보더라도 일본에 본때를 보이자는 입장으로 보인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경제 전쟁은 과거의 땅따먹기 전쟁과 다르다. 땅따먹기 전쟁은 고정된 파이를 가지고 누가 많이 먹느냐는 전쟁이고 파이가 고정돼 있지 않은 경제 전쟁은 이긴다고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다. 전쟁 과정에서 죽는 것은 우리 기업과 근로자, 나아가서 불쌍한 국민들뿐이다. 그런 손실을 감수할 정도의 명분이 있는 전쟁이어야 국민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또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근거도 확보해야 한다. 이순신도 천행으로 12척의 배로 싸워 이길 수 있었다. 지금의 지도자가 12척의 배로 따라오라고 하면 절대 따라가지 않는다. 지도자는 12척의 상황을 만들면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간 선조와 조정 대신들은 역사의 죄인이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사설] 시대착오적 편 가르기는 한일 경제전쟁서 필패다

일본의 경제 보복은 한일 경제전쟁으로 가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친일파, 매국노 등 시대착오적인 편 가르기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 1871년 미국 함대의 강화도 침범으로 대원군은 전국에 척화비(斥和碑)를 세웠다. 서양 오랑캐가 쳐들어오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친하자는 것이고, 화친의 주장은 나라를 파는 것이라 새겼다. 얼마 되지 않아 일본에 나라를 뺏겼다. 위정자가 척화비 대신 국력을 키웠다면 비극의 역사는 없었을 것이다.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멀쩡한 국민을 토착 왜구친일파라며 일본에 팔아넘기고, 종북친북이라며 북한에 팔아먹고 있다. 진영끼리 나뉘어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상대방을 못 죽여 안달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당연히 위정자의 책임이다. 국가의 분열을 이대로 두고 볼 일이 아니다. 링컨은 성서의 말을 자주 인용했다. 분열하는 집은 결코 설 수 없다고. 친일파, 매국노도 모자라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대기업에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회사가 일본 업체를 1위로 띄워 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비판하고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은 국내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데, 대기업이 안 사주는 게 문제라고 했다. 대통령도 일본의 협력에 안주하고 변화를 적극 추구하지 않았다고 쓴소리를 보탰다. 세계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각국에서 최적의 품질과 성능의 소재와 부품을 가져다 쓴다. 공급 체인망의 전 공정을 다 갖춘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애플이 미국산 반도체를 쓰지 않는 이유로 트럼프가 타박한 일은 없다. 글로벌 분업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자 말로는 잘 싸우라면서 너희들이 잘못이라는 대기업 원죄론이다. 밖의 창보다 안의 비수가 더 무섭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52시간제 졸속 시행, 검찰 수사의 일상화, 법인세 인상, 말뿐인 규제 완화 등등. 이게 오늘 우리 기업인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다. 소모적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 무엇보다 누가 이번 한일 갈등으로 이득을 얻는지 냉정히 따져보자. 전쟁에서 이기려면 3배의 공격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싸워 이길 자신이 없으면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한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공식 제안해야 한다. 일본이 거부하면 국제적 명분이 생기고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광복절을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회담 전제 조건으로 우리 정부가 대법원 판결은 어쩔 수 없다고만 고집하면 해결은 어렵다. 정부가 나서서 일본의 징용기업, 한국 기업(일본의 청구권 자금으로 출범한 기업)이 갹출해 기금을 만들고 부족하면 우리 정부가 보충해서 해결할 테니 일본도 협조하라고 주문해야 한다. 여론전도 친일파도 죽창가도 불매운동도 해법은 아니다. 우리의 실력을 제대로 알고 정책을 펴야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