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용인시장 “계엄 문제에 묻힌 농민 피해 지원책 강구해야”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계엄 여파로 뒤덮인 정국을 뚫고 폭설 피해 농민들을 챙겨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사화훼단지를 비롯한 용인 지역 농가들이 폭설로 큰 피해를 입은 상황(경기일보 12월4일자 10면)에서 공직자들이 혼돈을 수습하고 민생을 챙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5일 시에 따르면 이 시장은 정부에 폭설 피해 복구를 위해 피해가 큰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재난지원금 신속 지원, 폭설 피해 농가·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등을 촉구했다. 특히 용인에서는 지난달 27~28일 내린 폭설로 인해 3천여동에 달하는 비닐하우스와 축사, 버섯재배동 등이 대거 파손돼 개별 농가 차원에선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피해 규모가 큰 상황이다. 용인 지역 누적 적설량은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47.5cm로 파악됐다. 4일 오후 5시 기준 용인 지역 1천292개 시설채소·화훼류 농가의 비닐하우스 2천638동, 144개 축산·양어 농가의 축사와 양식장 275동, 38개 버섯재배·조경수 임가의 80개 버섯재배 및 조경수동 등 총 2천993동의 시설이 무너졌다. 또 가금류 23만4천마리, 어류 8만3천미 등이 폐사해 321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1개 농가가 참여한 백암 포도작목반에선 전체 재배면적의 73%인 4만1천319㎡(1만2천500평)의 포도밭이 완파됐다. 또 97개 소상공인업소의 지붕이나 천막이 파손돼 8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159개 중소기업의 공장이나 창고 등 가설건축물이 붕괴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간이 지날 수록 피해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이에 시는 현장조사, NDMS(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 입력에 행정력을 총동원 하고 있다. 시설·인명 피해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원을 받으려면 NDMS 입력이 필요해서다. 이와 함께 농협을 비롯해 풍수해보험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들도 조사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또 이 시장은 정부가 특별재난지역 선포, 재난지원금 지원, 금융지원 등을 서둘러 줄 것을 촉구했다. 시에서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려면 국·도비가 먼저 결정된 뒤, 4차 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또 시에서는 피해 복구를 위한 시설물 철거 비용 기준이나 재난지원금 상한액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제도 개선 역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재난지원금 상한액이 5천만원으로 고정돼 있는 데다 그 속에서 반영되는 철거 비용 역시 10%로 제한돼 현실과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시는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피해 농가를 지원할 방침이지만 시의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정부와 정치권이 지혜를 모으고 농협, 시민 자원봉사단체, 기업의 도움도 필요하다”며 “계엄 후폭풍이 모든 것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 다른 모든 현안들이 국회와 정치권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지만, 민생은 민생대로 살려야 하는 것이 모든 공직자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화옹지구 선정 철회해야"…화성시의회 특위, 결의문 채택

화성시의회 수원 군공항 화성시 이전 반대 특별위원회가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 화성 화옹지구 선정을 규탄하고 나섰다. 특별위는 5일 오전 9시30분께 의회 대회의실에서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 화성시 화옹지구 선정 규탄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흥범 위원장과 김영수 위원장 등 특위 소속 위원들과 시 군공항대응과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화옹지구 일원은 이미 2017년에 국방부에서 일방적으로 선정한 수원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였으나 화성시민의 강력한 항의로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라며 “경기도의 화옹지구 후보선정은 수원시의 최대 현안사업인 수원군공항을 화성으로 이전하기 위한 사전 포석작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 15개 공항 중 10개 공항이 적자인 상황인데 이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경기국제공항은 전문가의 비판 등으로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이미 동력을 잃었다”며 “공항건설은 중앙정부 권한으로, 어떠한 권한도 없는 경기도에서 첨단산업 중심 공항경제권 구축을 공약하는 것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별위는 경기국제공항 건설부지로 화옹지구를 선정한 경기도에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하며 선정 철회를 정중히 요청한다”면서 “시민과 함께 군공항 이전과 경기국제공항 화성건설을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8일 경기도는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비전 및 추진 방안 수립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 화성 화성호 간척지, 평택시 서탄면, 천시 모가면 등을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로 선정했다. 경기도의 후보지 선정 이후 화성지역에서는 수원군공항화성이전반대범시민대책위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범대위와 송옥주 화성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수원군공항 화성이전 및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 대응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타당성 등을 지적하고 추진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 ‘2024 경기도 저출생 극복 사회연대회의’ 제2차 정기회의 개최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가 주관하는 ‘2024년 경기도 저출생 극복 사회연대회의’ 제2차 정기회의가 지난 4일 경기여성비전센터 나혜석홀에서 열렸다. ‘경기도 저출생 극복 사회연대회의’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사회 각계각층의 협력과 사회적 연대 강화를 목표로 하며, 도내 교육·언론·경제·종교·보건의료·시민사회계 등 15개 기관이 함께한다. 저출생 극복 사회연대회의 위원 및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제2차 정기회의에서는 참여기관별 올 한해 추진했던 저출생 대응 관련 사업 실적을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는 올해 ▲인구주간 부부공감 소통 특강 ▲저출생 대응 인식개선 캠페인 ▲경기100인의 아빠단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간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각 참여기관들도 저출생 대응 인식개선을 위한 성과들을 나눴으며, 저출생 대응 인식개선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권오수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 본부장은 “앞으로도 사회연대회의 활성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인구문제에 대한 도민들의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교재 경기도조정협회장, 2천만불 수출탑 수상

안교재 경기도조정협회장이 ‘제61회 무역의 날’을 맞아 2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중견 무역업체인 (주)유연에이에프 대표이사인 안 회장은 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61회 무역의 날 기념 시상식에서 해외 시장 개척과 수출 확대에 기여한 공로로 2천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안 회장은 2011년 100만불 수출탑을 처음 받은 이후 2013년 300만불, 2020년 700만불 수상 등 꾸준한 성장을 통해 지난해 1천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이어 1년 만에 2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누적액 1억불 이상의 수출 증대를 통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주)유연에이에프는 자체 생산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제품을 수출해 K-브랜드의 우수성을 일본, 중국 등에 널리 알려 지난해 대한민국 국가산업 공헌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 회장은 “내년 회사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뜻깊은 상을 받아 기쁘다. 국제 정세와 국내 상황이 어렵지만 전 직원과 함께 노력해 지속적 성장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토록 하겠다. 많은 도움을 주신 주위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지난해 3월 통합 경기도조정협회 3대 회장에 취임한 안 회장은 첫 해 1억5천만원의 사재를 들여 경기도 조정 발전을 위해 힘썼다. 올해도 외국인 코치 초빙과 생활체육대회 개최 등 2억원 가까운 출연으로 우수선수 육성과 생활체육 저변 확대에 적극 발벗고 나서고 있다. 황선학

의정부 100일간 사랑 릴레이 배턴잇기 훈훈

의정부시가 추진하는 ‘100일간 사랑릴레이 배턴잇기’가 쌀쌀한 연말 의정부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100일간 사랑릴레이 배턴 잇기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이뤄지는 의정부시의 대표 나눔 운동으로 2010년부터 시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업무협약을 맺고 매년 벌이고 있다. 모금된 기부금품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연계해 관내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사회복지시설 및 단체에 전달된다. 5일 의정부시에 따르면 10월21일 김동근 시장의 100만원 기부를 시작으로 개인 및 단체와 기관들의 따뜻한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는 10억원 목표를 초과 달성한 11억9천만원을 모금했다.올해 목표는 12억5천만원이다. 경기 침체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과 물품 후원은 매년 늘어나는 기적을 이뤄내고 있다. 버들개초 학부모회는 최근 손뜨개 목도리 81개를 기탁하며 ‘100일간 사랑릴레이 배턴 잇기’에 동참했다. 버들개초 학부모회는 2021년 손뜨개 목도리 50개 기탁을 시작으로 해마다 이웃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유연주 학부모 회장은 “올해도 100일간 사랑릴레이에 동참해 기쁘다”며 “지원이 필요한 주민들이 손뜨개 목도리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의정부시지회는 지난 10월 이웃돕기 기금 마련을 위해 개최한 ‘2024년 사랑의 나눔장터’의 수익금 400만원을 기부했다. 의정부지역건축사회도 ‘100일간 사랑릴레이 배턴 잇기’에 동참해 성금 400만원을 기부했다. 의정부지역건축사회는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2013년부터 매년 백미 기증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녹양배드민턴클럽도 성금 100만원을 기탁하며 100일간 사랑릴레이 배턴을 이었다. 녹양배드민턴클럽은 2020년부터 꾸준히 성금을 기탁하고 있다. 최명현 녹양배드민턴클럽 회장은 “성금이 생계가 긴급한 가구를 위해 쓰이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기탁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의정부2동 통장협의회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중앙효요양병원도 각각 성금 50만원을 기부해 ‘온기나눔 사랑의 패딩 지원 사업’을 통해 어려운 형편의 초중생들에게 전달했다. 김동근 시장은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우리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 주고 계신다”며 “촛불이 방 하나를 환하게 비추듯이 우리의 작은 기부가 모여 의정부시 전체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00일간 사랑릴레이 배턴잇기’는 내년 1월28일까지 계속된다.

모히건 인스파이어, 프로골퍼 박성현과 공식 후원 계약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프로골퍼 박성현 선수와 스폰서십 마케팅 계약을 했다고 5일 밝혔다. 인스파이어는 최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이그제큐티브 보드룸에서 마이클 젠슨 인스파이어 최고마케팅책임자, 박성현 선수 등이 참석해 스폰서십 조인식을 했다. 이번 스폰서 계약에 따라 박 선수는 앞으로 1년간 KLPGA, LPGA, LET 투어 등 출전하는 모든 국내외 대회에서 인스파이어 로고를 부착한 모자, 우산, 수건 등을 사용한다. 또 인스파이어가 추진하는 여러 마케팅 활동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박 선수는 LPGA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해 통산 18승을 거둔 대한민국 프로 골퍼다. 뛰어난 장타력으로 지난 2016년 국내 시즌 7위를 거두며 다승왕을 차지했다. 2017년에는 LPGA 투어에 데뷔해 신인상과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쥐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박 선수는 “폭 넓은 고객층과 소통하며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는 인스파이어와 함께 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보내준 관심에 보답할 수 있도록 투어와 매 경기에 집중,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클 젠슨 인스파이어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인스파이어의 첫 프로 골퍼 후원을 박 선수와 함께 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박 선수가 투어에서 최강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여러 스포츠 분야와의 협업으로 인스파이어의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2024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37.이천시립월전미술관

엉거주춤 날개를 벌리고 머리를 떨군 백로의 모습이 측은해 보인다. “1979년에 그린 ‘오염지대’란 작품인데 경제개발로 환경 문제가 심각했던 당대의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입니다. 이처럼 월전 선생님은 현실 비판적인 면모를 선구적으로 보여준 분입니다.” ‘오염지대’ 바로 옆에 똑같은 모습을 한 백로가 벼랑 위에 앉아 있는 그림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은 젊은 작가가 이번 전시에 맞춰 새로 그린 것입니다. 이런 작품을 ‘방작(倣作)’이라 하지요.” 장준구 학예실장이 안내해 주는 월전 장우성(1912~2005)의 작품세계는 깊고도 넓었다. 1970년대에 사회 문제를 화폭에 담았던 화가가 한국 화단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7일 개막전을 여는 이천시립월전미술관(관장 장학구)의 기획전 ‘시정화의(時情畫意), 월전을 그리다’에서 만난 월전 장우성 화백의 작품에서 시대의 아픔에 반응하는 지식인의 고민이 가득하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다산 정약용 선생의 초상을 그린 월전의 새로운 면모를 만나는 시간이 즐거웠다. ■ 시정화의, 월전을 그리다 동서미술문화학회와 함께 기획한 ‘시정화의時情畫意, 월전을 그리다’는 월전이 한국 화단에 끼친 영향력의 깊이와 넓이를 잘 보여준다. 7일 오후 2시에 열리는 특별 강연의 주제가 ‘월전 장우성과 현대 한국 화단’이다. ‘한국화의 변화: 월전 이전과 이후’(김상철 동덕여대)와 ‘선면화의 세계와 월전 장우성’(이인숙 경북대), 그리고 장준구 학예실장의 ‘월전의 작품, 다시 읽기’는 이를 확인해 준다. “이번 전시에 강유림 작가(단국대·미술학박사)를 비롯해 마흔아홉 명의 작가가 참여합니다. 참여 작가 대부분은 미술학 박사학위 소지자입니다.” 월전은 작품 ‘광란시대’에 자신을 반아자(半啞子), 즉 ‘반벙어리’라 소개한다. 10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 같은 이 작품 속에도 작가의 문제의식이 짙게 투영돼 있다. 젊은 작가 11명이 참여한 ‘제2회 후속세대 기획전: 시정화의, 월전을 그리다’에서 만난 월전도 선구적이다. 자동차 행렬이 길게 이어지는 그림은 여백의 미를 중시하는 동양화지만 바탕이 검은색이다.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젊은 작가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살피는 것도 재미있다. 놀랍게도 월전은 이처럼 실험적인 작품을 이미 오래전에 선보였다. 거리를 질주하는 버스가 위태롭다. ‘아슬아슬’이란 제목이 붙은 이 그림에 20년이 지난 그림이지만 2024년의 한국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 한국화의 대가 신문인화를 개척하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한국화의 발전과 월전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2007년 문을 연 미술관이다. 2005년 서거한 월전의 유지대로 이천시는 2007년 6월 재단법인 월전미술문화재단과 유족으로부터 월전의 유작 및 월전미술관 소장품 1천532점을 기증받아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을 개관했다. ‘물의 다리’를 지나면 펼쳐지는 둥근 마당은 그의 호 ‘월전(月田)’에 등장하는 보름달이 연상되는 공간이다. 두세 달에 한 번꼴로 특별전과 기획전이 열리는 1층의 기획전시실 2실과 2층의 상설전시실에는 월전의 작품과 고미술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상설전시실 입구에 월전의 주먹을 쥔 오른손과 펼친 왼손의 모형 및 초상화가 여러 점 전시돼 있다. 월전의 섬세한 손과 초상화에서 조선 선비의 고결한 기품이 느껴진다. 위당 정인보 선생에게서 한학을 수학한 월전은 한시와 서예 실력까지 두루 갖춘 특별한 화가였다. 월전이 무척 아꼈던 ‘목필통’과 작품의 바탕이 된 스케치도 여러 점 보인다. 1949년 그린 ‘한국의 성모자상’에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느껴진다. 연두색 당의를 입은 마리아의 품에 안긴 어린 예수의 옷은 한국의 아이들이 입는 색동옷이다. 동물원 우리에 갇힌 원숭이를 관람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시대를 풍자한 ‘유인원도’(1984년), 무분별하게 수입된 외래종이 이 땅의 주인인 토종을 몰아내는 ‘황소개구리’(1998년), 이익을 위해 부끄러움을 모른 세태를 꼬집은 ‘개싸움 1, 2’(1998·2001년), ‘광란 시대’(2001년)는 여든을 넘긴 노장의 작품이다. 휴대전화를 든 젊은 여성을 그린 ‘단군일백오십대손’(2001년)이나 ‘광우병에 걸린 황소’(2001년), ‘낚시를 문 고기’(2003년) 같은 작품을 보노라면 시대의 고민에 응답하려는 지식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고아한 멋이 느껴지는 한글서예 작품도 여러 점 만날 수 있다. ‘태산이 높다 해도’(1998년), ‘나모도 아닌거시’(1999년), ‘이 몸이 죽어가서’(2003년) 같은 작품은 학창 시절에 배운 시조를 다룬 것이기에 더욱 반갑다. ‘현충사봉인충무공이순신영정초본’과 ‘집현전학사도초본’ 같은 특별한 내력을 가진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도 크다. “월전 장우성 화백은 평생을 한국화의 새로운 형식과 방향을 모색해 우리 화단을 이끈 한국 미술계의 거장입니다. 동양 고유의 정신과 격조를 계승하며 현대적 조형기법을 조화시킨 ‘신문인화’의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 광복 이후 새로운 미술의 형성과 발전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월전은 시서화(詩書畵) 전통 문인화의 높고 깊은 세계를 내적·외적으로 일치시킨 경지에 이른 현대 화단의 마지막 문인화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월전의 작품은 아산 현충사에 소장된 ‘충무공 이순신 영정’을 비롯해 수많은 국내외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백두산 천지도’(국회의사당), ‘한국의 성모와 순교복자’(로마 바티칸 교황청박물관), ‘절규’(국립현대미술관), ‘청춘일기’(삼성미술관 리움), ‘새안(塞雁)’(영국 대영박물관), ‘홍매’(프랑스 문화부), ‘회고’(독일 쾰른 시립박물관), ‘심청도’(일본 후지미술관) 등이다. 복도에도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다. 은관문화훈장과 금관문화훈장(2001년)을 살펴본다. 그의 그림이 그려진 도자기도 여러 점 만날 수 있다. ■ 월전, 한국화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매우 부지런하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미술관이다. 2024년 ‘용(龍)’과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를 비롯한 기획전과 ‘명경지수-맑고 고요한 월전의 풍경’과 ‘달과 별의 인연: 성천이 간직한 월전의 그림들’ 같은 상설전을 연달아 열었다. 제11회 월전학술포럼 ‘문인화의 전파와 확산’, ‘종교와 예술의 만남, 쉬운 우리 불화 이야기’를 비롯해 ‘이천달빛탐험’과 ‘달빛모래놀이’를 같은 프로그램과 ‘학부모를 위한 교과서 속 문화재 이야기’와 도슨트 양성 아카데미 ‘한국화 재료로 그리는 인물 그림’ 같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6일부터는 ‘달빛美클래스: 이천의 옛 미술’이 진행된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는 안평대군 이용과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신사임당, 흥선대원군의 서간(書簡)과 한석봉, 송강 정철, 자하 신위, 추사 김정희, 김삿갓 같은 대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물론 단원 김홍도의 ‘쌍치도(雙雉圖)’와 겸재 정선의 ‘월송정(月松亭)’, 연담 김명국의 ‘신선도(神仙圖)’ 등도 소장하고 있다. 중국 청나라 문사들이 조선의 역관 오경석에게 선물했던 김농의 ‘매화’는 한중 문화 교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귀환 소장품이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한국화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월전 선생은 한국 미술이 점점 서구적 미감과 표현 방식에 잠식돼 가던 상황에서 전통 시대 미술의 정수인 문인화(文人畵)를 현대적으로 계승함으로써 한국 화단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습니다. 문학, 그림, 글씨가 하나로 어우러진, 표현적인 문인화에 사실성과 조형성을 더한 새로운 한국화를 개척한 것입니다.”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설봉산 자락에 안긴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축복받은 미술관이다. 미술관 곁에 이천시립박물관을 비롯해 이천세라피아 한국도자재단이 자리 잡고 있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