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를 비추는 ‘희망 등대’_이달의 모범 소방관] 오진숙 용인소방서 소방장

“어린이, 다문화가정 이주자, 장애인 등 안전 취약계층에게 다양한 안전교육을 제공하면서 ‘119안전체험관 운영 담당자’로서의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겠습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본부장 이재열)가 선정하는 ‘2018년 이달의 모범소방관’에 오진숙 용인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안전교육담당 소방장이 선정됐다. 지난 2004년 3월 소방에 입문해 어느덧 소방직에 몸담은 지 14년차가 된 베테랑 소방공무원 오 소방장은 119안전체험관을 운영하며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에게 안전교육을 제공한다.지금까지 총 300회 이상의 안전교육으로 8천여 명의 어린아이들과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장애인 등에게 안전 정보를 알렸다.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안전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 주력하는 오 소방장은 동료들로부터 ‘아이들의 영원한 친구’ 혹은 ‘미소천사’로 불리며 안전문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특히 오 소방장은 어린이집 관계자와 입영장병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 심폐소생술 교육에도 힘을 쏟는다. 직접 연령별ㆍ성별별 다양한 맞춤형 안전교육 프로그램까지 제작하면서까지 용인시 내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 누구나 쉽고 즐겁게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집중한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 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해 다방면의 안전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오 소방장은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볼 때마다 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 소방장은 “앞으로도 안전에 취약한 소외 계층들을 위한 여러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고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성심성의껏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승수기자

유가족들 남동공단 화재현장 방문… 할말잃고 오열

“어떻게 해.” 29일 오전 9시, 버스를 타고 남동공단 화재 사고 현장에 도착한 9명의 희생자 유가족들은 한탄을 금치 못했다. 내 가족의 마지막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나선 현장 방문이었지만, 괴로운 마음을 감출 순 없었다. 현장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가장 먼저 7명의 희생자가 발견된 4층으로 향했다. 공장 내부를 둘러본 뒤 박으로 나온 유족들의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던 창문을 한없이 바라보던 유족들은 희생자 2명이 뛰어내린 공장 뒤편으로 향했다. 경찰의 설명을 듣던 유족들은 여전히 검게 그을린 4층 창문을 바라보다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다. 그러나 이내 곳곳에서 오열 섞인 울음이 터졌다. 더는 현장을 보기 어렵다는 듯 눈물을 닦으며 다른 유가족보다 일찍 자리를 떠나는 이도 있었다. 몇몇 유가족들은 화재 원인이 무엇인지 물었다. 한 유족은 “전선 피복이 벗겨져 있다고 하는데, 자연적으로 벗겨진 것인지 아니면 인위적으로 벗겨진 것인지(말해달라)”라고 했고, 경찰은 “조사를 통해 그런 부분까지 밝히겠다”고 했다. 이날 현장방문은 유가족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구에서 차량을 지원하고, 경찰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동행해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화재 사고에 대한 경찰의 현장 조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경찰은 현장조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관계자들을 소환해 사고 원인 규명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김경희기자

인천전역 150㎜ 안팎 장대비… 공장·상가·도로 등 곳곳 침수

인천 전역에 15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면서 곳곳이 침수되고 도로가 통제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29일 인천시와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총 183건의 폭우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같은 날 오전 7시 27분께 서구 오류동의 한 목재회사가 물에 잠겨 배수지원 작업으로 10t가량의 물을 빼냈고, 오후 12시 41분께도 계양구 효성동 빌라 지하 1층이 물이 차 5t의 물을 펌프로 빼냈다. 또 오전 10시 19분께 계양구 계산동 도로와 오후 12시 12분께 남동구 선학동 도로에는 강풍에 나무가 쓰러졌다. 이에 앞선 28일에도 폭우가 내리면서 서구 오류동의 떡 제조공장과 가좌동의 한 복합상가 지하 1층에 물이 차 소방당국이 배수작업을 벌였다. 특히 영종도 다음으로 많은 비가 내린 강화군에서는 주거용으로 사용하던 컨테이너가 물에 잠기면서 임시 거주 중이던 주민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도로 곳곳도 물에 잠겼다. 동구 황금고개 사거리와 미출홀구 숭의오거리·숭의시장 사거리, 서구 가정로 등은 28일 오후 7시 40분께부터 평균 40분가량 교통이 통제됐다. 계양구 서운동 토끼굴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 50분까지 도로가 통제되면서 인근을 지나는 운전자들이 우회하는 불편을 겪었다. 시와 소방본부는 지역에 따라 30일까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상특보를 바탕으로 피해 방지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피해 현장 조사와 응급복구를 진행하는 한편 호우에 대비한 24시간 상황관리 근무체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집중호우에 대비, 저지대 주변 경계를 강화하고 만일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히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준구기자

[사설] 남북 연락사무소 개설은 신중해야 한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취소되면서 이번주로 예정했던 개성공단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가 연기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27일 “새로운 상황에 맞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국회에서 남북 연락사무소는 유엔 제재사항이 아니라고 했고, 외무부는 연락사무소의 대북제재 면제와 관련해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마뜩잖은 듯 보인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남북 연락사무소 개설은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의 합의사항이라며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남북 연락사무소 개설은 성급히 서두를 사안이 아니다. 차제에 우리의 대외 전략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포옹하고 민족을 외쳤을 때만 해도 우리는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일부에서는 다 죽게 된 김정은을 왜 도와주냐는 여론도 있었으나 대세에 묻혔다. 잔뜩 기대했던 트럼프-김정은의 싱가포르 회담에서 이상한 조짐을 보이더니, 시진핑이 끼어들면서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다. 청와대는 남북 연락사무소가 북한 비핵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나 여론은 시큰둥하다. 얼마 전 존 볼턴 미국 안보 보좌관은 미국이 문 대통령의 말을 믿고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했으며, 북한 비핵화를 1년 내에 하기로 한 것도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가 안 되면 우리가 책임지라는 말이다. 북한 비핵화가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과 겹쳐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제 정치학자들의 현란한 용어 구사와 설명에도 국민은 이제 냉정한 국제현실에서 살아남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남북 연락사무소 개설문제도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한반도 평화라는 대명제에 사로잡혀 각론이 없는 길을 가는 형국이다. 시진핑은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북한을 지렛대로 사용하려 하고 있고 북한을 어떻게든 자신의 세력권에 묶어 두려 한다. 북한은 영악하게도 이러한 시진핑의 의도를 이용하면서 체제 유지를 꾀하고 있다. 가히 구한말의 상황과 다름없다. 좀 다르다면 우리가 어느 정도 힘이 있고 미국과 같은 우방이 곁에 있다는 점이다. 섣부른 종전선언 추구나 북한의 주적(主敵) 명시 폐기 같은 사안들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해도 늦지 않다. 우리의 역할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지혜롭게 대처하는 뜻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상주의자란 ‘장미가 양배추보다 향이 좋으므로 더 맛있는 수프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이란 말이 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실로 엄중하다. 목표는 좋지만, 현실감을 가지고 임했으면 한다.

[사설] ‘특혜의혹’ 현덕지구 개발사업, 결국 무산되나

2020년까지 평택시 현덕지구에 들어설 예정이던 대규모 차이나타운 개발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경기도가 28일 현덕지구 사업시행자인 대한민국중국성개발(주)에 대해 시행자 지정을 취소했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성개발이 경기도가 실시계획을 승인하면서 내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사업자 지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시행기간 내 개발 미완료 예상, 토지 보상·자본금 확보 불이행, 시행명령 불이행’ 등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경기도는 2016년 6월 중국성개발에 현덕지구 실시계획을 승인하면서 “2020년 12월까지 사업 완공”을 주문했다. 하지만 사업 완료 28개월을 앞둔 현재까지 토지 매수는 물론 설계 등 아무런 절차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도는 토지보상과 설계, 인프라 구축, 건설 등에 통상 3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2020년까지 사업이 완공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도는 실시계획이 승인된 2016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성개발에 “토지보상금ㆍ자본금을 확보해 사업에 착수하라”며 3차례 사전 통지와 4차례 시행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중국성개발은 사업자금 마련 기한 연장 등 임기응변식 대응만 하고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도는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덕지구는 평택시 현덕면 일대 231만6천㎡에 총사업비 7천500억 원이 들어가는 개발사업이다. 2014년 중국성개발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됐고, 2015년 1월 당초 산업단지 개발에서 유통·관광·휴양·주거 복합개발로 변경됐다. 또 사업 기간이 2018년에서 2020년으로 연장됐고, 공동주택 공급계획도 외국인전용 9천415가구에서 내국인 8천307가구·외국인 1천108가구로 바뀌어 특혜의혹이 제기됐다. 사업시행자에게 유리하게 행정처분이 이뤄지면서 현덕지구 개발사업은 7천500억 원 투자에 4천300억 원 추정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이 됐다. ‘땅 장사’ 특혜의혹에 이재명 지사는 지난 10일 특별감사를 지시했다. 도는 현덕지구가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바뀌게 된 과정과 배경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또한 현덕지구 지정 취소와 더불어 장기간 갈등과 혼란,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을 위한 대책도 내놔야 한다. 현덕지구 사업시행자 자격이 소멸됨에 따라 현덕지구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황해경제자유구역내 다른 사업들처럼 지구 지정이 취소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08년 경기도 관할 포승·향남지구(2천545만㎡)와 충남 관할 송악·인주·지곡지구(2천968만㎡)로 시작된 황해경제자유구역은 현재 포승BIX(208만㎡)와 현덕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구단위계획은 모두 해제된 상태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해 대중국 무역 전초기지이자 환황해권 경제벨트의 거점을 꿈꾸던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지금 초라하기 이를데 없다.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지대] 박남춘 인천시장의 빅데이터 소통

조선 제14대 선조 때 왜군의 공격으로 나라가 풍전등화 처지에 몰렸다. 때마침 명나라 이여송 장군이 원군을 이끌고 조선에 도착했다. 선조는 절체절명(絶體絶命)에 나타난 원군인 만큼 조선 최고 음식 중 하나인 문어를 명나라 장수들에게 대접했다. 하지만 명나라 장수들은 문어 먹을 엄두조차 못 냈다고 한다. 다리 넷 달린 것은 식탁 빼고 모두 먹는다는 중국인이지만 못 먹는 음식도 있었던 것이다. 손님을 초대해 놓고 자기가 좋아하는 그릇인 접시와 호리병에 음식을 각각 담아 내 손님이 먹지도 못했다는 이솝 우화의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가 된 격이다. 민선 7기 박남춘 인천시장이 올인하고 있는 빅데이터 소통이 관심을 끌고 있다. ‘박남춘 표’ 빅데이터의 핵심은 시민이 체감하는 신뢰와 효율성이다. 정확한 빅데이터 자료를 활용한 시민 우선 소통으로 시민이 필요하고, 편리한 정보와 행정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인천 시민만큼은 이솝 우화의 주인공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박 시장은 28일 ‘인처너카드 연계 시책발굴 보고회’에서 IC카드 사용이 어려운 노인들의 복지사업에 인처너카드를 연계하는 방안을 질타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을 인처너카드로 대체하는 방안도 IC카드 단말기를 사용하지 않는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했다. 접시나 호리병 음식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대안으로 IC카드나 애플리케이션에 익숙한 청년 관련 사업과 ‘인처너카드’ 연계를 제안했다. 적재적소 정책을 통한 시민 편의와 효율성 극대화를 요구한 것이다. 박 시장은 빅데이터 기반의 행정 시스템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정확한 빅데이터 없이는 효율적 시정이 불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미 인천시를 비롯한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행정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 수요자인 시민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작동하는 ‘시민 편 빅데이터’는 신선하다. “시민이 반응하지 않는 소통은 의미가 없다.” ‘박남춘 표’ 빅데이터 소통을 지켜 볼 일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문화카페] 전문가의 역할

프랑스의 단면을 보면 대단히 허술한 사회다. 지하철이야 입구에 승차권을 넣고 들어가지만 길거리를 달리는 전차는 승차권을 확인하는 이가 없다. 차를 타고나서 가운데 기둥에 놓인 검표기에 직접 표를 넣고 검표를 한다.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생각에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물론 정기권을 가진 이는 이 과정마저 건너뛴다. 주차딱지를 끊었다. 장애우 전용 표시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차를 세웠는데 한 시간 남짓 돌아보고 오니 적잖은 금액의 벌금 고지서가 붙어 있다. 난감해하니 프랑스에서 제법 오랜 기간 거주한 지인은 그냥 찢어버리라고 한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사면이 있는데 주차 벌금은 그때 다 사면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란다. 사회 구조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니냐고 하니, 그러한 면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시스템은 돌아간다고 한다. 그 이유는 1% 내외의 전문가가 검증하고 책임을 지는 구조이니 그들이 믿고 따른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해외연수가 도마에 올랐다. 연수를 위한 일정을 작성하고, 방문지를 선택하고, 연수보고서까지를 여행사에 위탁한단다. 직무를 위한 연수지 선정은 당연히 해당 업무를 잘 아는 담당자가 정할 것이고, 방문할 기관의 선정이나 면담대상을 정하는 것도 업무에 기반을 두는 것이 상식일텐데 이를 외부에 위탁하는 것이 스스로를 믿지 못해서일까. 외국을 가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음식이다. 개인차가 있으니 누구는 익숙지 않은 음식으로도 충분히 버티지만 누군가는 도저히 입맛을 살리지 못해 가방 한 켠에 챙겨온 고추장과 라면이 등장한다. 일단 개인차라고 해두자.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한식을 접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예외 없이 산낙지와 홍어가 등장한다. 그리고는 한국 음식이 낯선 이들이 당황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음식을 삼키지 못하면 제대로 먹을 줄 모른다고 하고, 어찌어찌 한입 삼키는 이를 보면 한식을 잘 이해하는 것처럼 대접한다. 그럼에도 이방인들이 보여주는 것은 한국 음식에 대한, 한국의 식문화에 대한 존중이다. 문화의 우월성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은연중에 우리 문화가 옳고 우월하다는 생각을 부지불식간에 하고 있다. 그들이 진정으로 한식이 입맛에 잘 맞다기보다는 한국문화에 대한 배려와 이해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해와 관심으로 전문성이 살아난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자문회의를 가면 많은 전문가들이 모인다. 너무 많이 모여서 한마디씩만 해도 한두 시간을 훌쩍 넘겨버린다. 사회자는 이후에 잡힌 식사시간을 지키기 위해 간단히 요점정리를 요구하고, 이러한 상황에 이골이 난 전문가들은 시간 맞추기 위해 말을 아끼고, 기념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누고…. 진짜 자문이 필요한 걸까, 이 많은 사람들이 같이 모였다는 사진이 필요한 걸까. 참여와 실천이 없이는 경험이 생기지 않는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경험을 쌓기 위해 연수도 가고, 여행도 간다. 익숙지 않은 음식도 먹어봐야 하고…. 어찌 보면 상당히 단순한 문제인데 왜 우리는 그냥 사진만 찍고 마는 걸까. 김상헌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삶과 종교] 나가사키 수녀원 지붕 위에 떨어진 원자탄

1945년 8월 11일 오전 11시 30분, 미군 B-29 폭격기가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탄은 수녀원 지붕 바로 위의 300여 m 상공에서 터졌는데, 일본인들은 그 지점을 ‘폭심지(爆心地)’라고 부른다. 그러나 폭발순간 지상에서는 시속 1천 km 이상의 강력한 화풍(火風)과, 2천도 이상의 고열로 건축물들이, 심지어, 탱크나 대포를 제작하던 대규모 군사시설의 대들보를 받치고 있던 직경 1m 내외 굵기의 철골 기둥들도 엿처럼 녹아서 구불구불하게 휘어져 쓰러져 있는 것을, 1985년 1월 초, 필자와 김남수 주교의 방문 시에도 보게 하고 있었다. 원자탄이 폭발하던 순간 10만여 명에 가까운 나가사키 시민들이 원자 화염으로 불에 타서 재가 되었다. 폭심지에 있던 수련원에는 16세 전후의 수련 수녀들 10여 명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일본과 세계 인류가 범하는 죄악을 보상하기 위하여 거룩한 번제물(燔祭物)로 하느님께 봉헌되었으니, 마치 베들레헴에 예수 아기 탄생 후, 헤로데 왕의 근위병들이 예수 아기 대신으로, 무죄한 3살 아래 아기들 약 20여 명이 제물로 참살되었듯이! 천주교회는 이 순결한 어린 아기들을 지난 2천 년 동안, [어린 순교자들]로 공경하고 있다. 하느님께 바치는 번제물은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처럼, 천주 성자께서 바치던 어린양같이 무죄하고 순결한 제물이어야 할 것이다.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폭발하는 동안, 나이 어린 지원 수녀들 7명은 선배 수녀 2명과 함께 점심 도시락 벤또를 받아 가지고, 정부에서 시키는 소나무 죽은 가지 꺾으러, 일찍 나가사키를 출발하여 내륙으로 약 12km 떨어진 미쯔야마(三峰山)에 가서 나무하는 바람에 원폭을 면하였다. 그러나 폭심지 본원에서 선배 수녀들과 함께 원자탄 화염에 싸여 하느님께 바치는 인류의 번제물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었음을 한하였다. 불행히도 지금 핵전쟁이 나면, 우리 신부 수녀들은 성당과 수도원 지붕에만은 핵폭탄이 떨어지지 않게 해주시도록 하느님께 기도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들이 사는 주택과 학교와 병원과 시장거리와 장병들의 군부대에는 핵폭탄이 떨어지지 말고, 그 대신 성당과 수도원 지붕에 떨어지도록, 진심으로 하느님께 기도하고 자청하며 대기해야 할 것이다. 1945년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아시아에서 최악의 최대 규모 전투는 미군의 오키나와 상륙작전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일본 육·해·공군에서 선발된 특전사는 물론, 가미가제 자살특공 전투기도 2천여 대를 동원하여, 밀고, 밀리기를 거듭하였다. 양국 군의 전사자가 섬 민간인들을 포함하여 30여만 명이나 되었다. 마침내 일본군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였고, 일부 생존자들은 포로가 되었으며, 미군이 승리함으로써, 임시 군용비행장을 해변에 마련하였다. 비핵화는 정치, 경제, 외교, 무기, 등의 문제 이전에, 핵보유 집단의 사상 문제며, 국제외교 간 신뢰 문제다. 남한에 설치했던 전략 핵무기는 1975도에 이미 260여기(?) 모두 철거하여,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핵을 버렸으나, 아프리카와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의 일부 국가들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다’, ‘천체 위성 제작, 실험이다’, 하는 발표로, 지난 25년간 10여 차례 이상 U.N.과 미국은 거짓에 속고 있는 줄을 알면서도, 설마 전쟁까지야 하랴? 하며, 군사적 대응을 피하고 미루는 동안 일부 국가의 핵무기 증강은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세계를 속이며, 약속을 어기고, 승리할 수는 없다. 무엇을, 얼마큼,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를 서로가 다 잘 알고 있다. 다만 여기에 고의적인 약속 이행 미달이나, 의도적인 이탈은, 현대화한 나가사키 비극의 처참한 현상이 우리들 앞에 전개되는 것을 어느 편도 피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게 될 것이다. 변기영 천주교 몬시뇰

[천자춘추] 농업, 새로운 시도와 관심이 필요할 때

올해는 유달리 농사짓기가 어려운 해다. 연초에는 냉해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여름에는 가뭄과 폭염이 이어져 수확이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태풍과 폭우로 다시 농심을 차게 만들었다. 마치 재해에 관한 모든 것을 다 경험하는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후의 변화와 극단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인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후진국은 공업화로 중진국은 가능하지만 농업과 농촌의 발전이 뒷받침이 되지 않는 나라는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농업의 안정적 생산만이 식량안보를 담당하고 다가오는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 연초에 일본의 농촌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고구마 주산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체험장소였다. 인근이 고구마 생산을 단지화하고 그 가운데 생산, 체험(교육), 유통(외식) 등 고구마에 관한 모든 것을 폐교를 활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형태가 일본의 많은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이 가격보완과 생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생산 이후의 산업으로 안정된 수입과 생활을 유지하려는 다각도의 노력이 엿보이는 현장이었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이라는 정부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진전이 있다. 그러나 실제상황은 일반 농가가 이 사업을 하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많은 농가의 단지화와 상호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농업의 다수는 노령 인구이며 생산에 전념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제조와 유통에 대하여서는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요즘의 경제는 소비와 유통을 고려하지 않은 생산은 결국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기 마련이다. 농업인은 자식과 손자들이 먹지 않는 농산물은 더 이상 판매되지 않는다는 단순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가공, 제조에 좀 더 고민과 선택이 필요하다. 소비자에 친근하고 수요가 충분한 것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어려운 부분은 이겨내기 위하여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동일 작목을 가격 걱정하지 않고 매년 심을 수 있는 지역 단지화를 유도하여야 보다 효율적인 융복합사업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농업은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생사 귀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의 경쟁력을 논하기에 앞서 농업의 위기가 국가 전체의 위기로 다가올 수도 있다. 도시민들도 소비자로서 권리와 아울러 농업과 농촌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등 관심을 지속하여 한다. 올해처럼 기상이변에 가격이 오르는 것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저변에 있는 생산기반과 그 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재형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