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들의 재취업 비리가 ‘불공정’ 수준을 넘어 상상을 초월한다. 공정위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8명의 퇴직 공무원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ㆍ기아자동차 등 16개 기업에 압력을 넣어 재취업시켰다. 이 과정에서 전·현직 수뇌부 12명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공정위 퇴직자들의 재취업 조건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퇴직자 대부분은 취업한 대기업들로부터 억대 연봉에 차량과 법인카드는 기본이고, 연봉과 별도의 성과급을 받았다. 대기업 고문ㆍ자문으로 취업한 전관 3명은 사무실이 없었다. 취업 조건이 ‘출근할 필요 없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최대 1억9천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공정위로부터 취업 부탁을 받은 대기업이 서류상 고문 자리를 만들어 월급만 줬다는 얘기다. 공정위의 퇴직 간부 챙기기는 노골적이고 고압적이었다. 운영지원과에서 작성한 ‘재취업 계획안’이 위원장에게까지 보고됐고, 수뇌부가 나서 대기업을 압박했다. 계획안에 ‘고시 출신은 연봉 2억5천만원, 비고시 출신은 연봉 1억5천만원’ 등으로 재취업 조건까지 기업에 제시했다. 수백, 수천억원의 과징금 부과 권한을 가진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등을 근거로 대기업의 ‘불공정 편의’를 봐주며 불법 특혜를 누린 것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하늘을 찌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재취업 비리에 대해 사과하며 조직 쇄신안을 내놨다. 앞으로 퇴직 관료의 재취업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퇴직자의 재취업 이력을 10년 동안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현직자와 퇴직 재취업자가 사건 관련해서 접촉하는 것도 전면 금지했다. 21일에는 공정거래법 개편과 관련해 가격담합, 입찰담합, 시장분할 등의 위반 행위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고, 담합 등에 부과하는 과징금의 최고 한도를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이 공정위 사태와 관련, 불을 끄느라 수선을 떨지만 쇄신방안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담합이나 갑질 조사 등을 통해 기업 위에 군림해온 공정위 공무원 권한이 아직도 막강한데 쉽게 개선되겠는가 싶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 전 5년간 맡았던 업무와 관련된 곳에 3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정년을 앞둔 간부를 기업 업무에서 미리 빼주는 수법으로 법망을 피해 갔다. 퇴직 공직자들의 ‘갑질 재취업’이 공정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정부 각 부처는 퇴직자 재취업 현황을 전수조사해 유사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는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퇴직자가 근무처의 힘을 이용해, 또는 권력자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공기업과 민간업체 등에 부당하게 취업하는 ‘낙하산’ 인사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원고는 암보험에 가입한 보험가입자였다. 매달 2만9천원씩 납부했고 가입금액은 2천만원이었다. 1995년 수원의 한 병원에서 자궁경부0기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계약 내용에 따라 암진단급여보험금 1천만원, 암수술급여보험금 400만원, 9일간의 암입원보험금 180만원 등 1천58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돈 지급을 거부했다. 원고가 보험사의 횡포라 규정했고, 법원에 정식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1996년 10월 29일, 수원지법에서 판결이 나왔다. “원고(보험가입자)의 청구를 기각한다.” 돈을 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보험사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가입자를 우롱하는 계약, 보험금 지급 거부 등이 지탄을 받고 있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했다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결과는 거꾸로 나왔다. 분명히 ‘암’이라고 부르면서도 암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 출입기자 시절 단독 취재였다. 보도 전 담당 판사를 찾아갔다. 그때 들었던 설명이 이랬다. “나도 가입자에게 승소판결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법이 그렇게 돼 있으니 방법이 없다”. 자궁경부0기암은 보험계약상 보험금지급 사유인 암(의학적 표준질병분류상 악성신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했다. 세계 보건기구의 질병 기준까지 검토했지만 가입자를 보호할 근거는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판결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기자가 주목했던 건 담당 판사다. 방희선 판사가 내린 판결이다. 방 판사는 당시 법원 내에서 대표적 진보 성향 판사였다. 시국사범에 대한 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했다. 영장 기각 이후 시국사범을 즉시 석방하지 않은 경찰관을 직접 고발했다. 그랬던 방 판사였기에 ‘보험사 승소’ 판결이 더 어색해 보였다. 그때 방 판사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앞으로 (자궁경부0기암과 관련된) 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 그 법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 ▶어느 쪽이 옳았을까. 보험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0기암’도 암이라고 믿은 가입자들은 선량한 피해자다.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해 줘야 한다. 반면, 보험금 지급은 계약 내용과 의학적 정의에 따라야 한다. 그 결과가 ‘0기암’은 암이 아니라고 정의된다.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 없다”고 판결해 줘야 한다. 방 판사는 후자를 택했다. 그러면서 ‘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판사 힘도 법률 밑에 있음을 그때 알았다. 김종구 주필
▲ 이시형 외교부 산하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KF) 본부가 서귀포 이전을 완료했다. 10년 전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이전 결정 과정에서 제주도가 국제평화의 섬, 국제교류의 메카를 꿈꾸며 유치한 기관 중 하나인 KF가 제주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밀집돼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포함한 지방 균형발전 정책은 피할 수 없는 대안이나, 이전에 따른 비용과 비효율을 극복하고, 취지를 살리려면 이전기관과 지자체간 창의적인 협력이 지속해야만 한다. KF는 1991년 설립 이래 세계 100여 개 대학에 한국어, 한국 관련 학문을 강의할 수 있도록 교수직이나 교수 요원을 지원하고, 도서관에 자료를 제공하며, 영국박물관 등 28개 박물관에 한국실(Korea Gallery)을 설치했다. 인적교류를 통해 거의 모든 나라에 한국의 친구들을 만들고, 1.5트랙 대화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외국의 여론주도층 인사들에게 우리 외교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한국 문화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왔다. 2016년 발효한 공공외교법에 따라 KF는 공공외교 수행기관으로 지정될 만큼 이 분야에서 독보적 전문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공공외교란 세계에 한국의 문화, 역사, 정책 등을 두루 알려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향상시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Portland Communications와 미국 남가주대학(USC) 공공외교센터는 매년 주요국 소프트파워 역량을 평가하는데, 최근 발표한 2017년도 순위에서 한국은 20위를 차지했다. 우리의 소프트파워가 근래 상당히 향상되고는 있지만, GDP, 무역, 군사력 등 하드파워 역량이 세계 10위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공공외교의 첨병인 KF의 역할은 여전히 막중하다 하겠다. 막중한 국가적 과업을 수행하는 KF의 서귀포 혁신도시 이전 계획이 확정된 후 지금까지 서울을 떠날 수 없어 부득이 재단을 떠난 직원도 적지 않아 종합적인 역량의 누수도 만만치 않다. 이전기관 전례에 비추어 제주 근무 초반 재단을 떠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서울과 제주의 차이는 대체로 상상할 수 있었으나, 제주시민이 느끼는 멀고 먼 서귀포는 새로운 발견이며, 심지어 서귀포 구시가지와 혁신도시가 있는 신시가지 간의 여러 가지 차이는 외지인으로서 알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전 기관의 일반적 어려움에 더해 KF의 일상사인 해외출장이 ‘서귀포-제주-김포-인천-해외’와 그 역순으로 전개되면서 여러모로 추가부담이 예상된다. 고위급 방한초청인사의 관리, 주한외교단과의 협업, 외교부와의 회의 등 서울에서 전개되는 업무를 위해 한 주에도 두세 차례 서울을 오가는 간부직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도 전처럼 쉽지만은 않게 되었다. 제주 이전에 따라 복합적 도전에 직면한 KF에게 부여된 임무는 분명하다. 첫째, 여느 이전 기관과 마찬가지로 재정적·시간적 추가비용을 감내하면서도 업무의 질은 개선하고 그 양은 확대해야 한다. 둘째, 지방에 정주하면서도 공공외교 전문기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국가사업의 주체라는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셋째, 정체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지역 내 다양한 기관들과 협업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면서 지방이전의 취지에 부합하는 새로운 업무영역을 개척해야 한다.이시형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前 주OECD대사
또 화재 참변이 발생했다. 전자부품 공장에서 불이 났고 9명의 소중한 인명이 희생됐다. 불이 난 시각은 21일 오후 3시43분으로 대낮이었다. 화재 발생 건물도 공장 4층으로 그다지 높지 않은 층고다. 화재 진압까지 걸린 시간은 45분으로 결코 긴 시간이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런 큰 인명 피해가 났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화재 발생 원인이 여러 가지로 추정된다. 우선 공장 4층 중앙 부분 전자회로기판 검사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이 나자 내부에 있던 부품들이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를 내면서 4층 전체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화재에 취약한 발화성 물질이 많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층별로 갖추도록 한 방화 소화장치가 없었거나 작동되지 않았음을 의심하게 한다. 숨진 근로자들이 발견된 장소가 그렇다. 5명은 전산실에서, 2명은 식당에서 발견됐다. 아무리 급속하게 번진 불길이라도 4층 전체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다. 숨진 근로자 가운데 여성 2명은 건물 아래로 투신해 숨졌다. 건물 창문을 통해 구조를 기다렸으나 유독가스에 견디지 못해 1층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입에 담기도 끔찍한 장면이지만 대낮 화재 현장에서 목격된 현실이다. 유사시 1층으로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이 있기는 했는지 한탄스럽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번 참변의 첫 번째 의구심은 공장 내부의 방화 소화법 준수 여부로 모아야 할 듯하다. 45분 만에 진화된 과정에 소방당국의 문제는 현재까지는 딱히 확인되지 않는다. 결국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취해야 할 시설 내 장치, 장비, 조치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무엇보다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인재라는 말도 쓰기 지친다. 사람의 잘못으로 사람이 상하는 일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화재 참변 때마다 각가지 문제가 제기되지만 또다시 그런 참변이 똑같은 원인으로 반복되곤 한다. 안전 불감증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것인가. 어렵게 살아가며 생계를 꾸려가던 공장 근로자들이었을 텐데, 너무 어이없고 기가 막힌다.
김서영(24·경북도청)이 아시안게임 수영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서영은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수영장에서 열린 제18회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경영 여자 개인혼영 400m 결승에서 경기초반 레이스를 주도하며 선두권을 유지한 끝에 4분37초43의 기록으로 올 시즌 세계랭킹 1위 기록 보유자 일본의 오하시 유이(4분34초58)에 이어 2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김서영은 이날 자신이 보유한 한국기록(4분35초93)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전날까지 동메달 2개를 획득한 우리나라 수영에 처음으로 은메달을 선사했다.이광희기자
유동수oneshot1222@kyeonggi.com
고려 초기인 10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양평지평리삼층석탑은 경기도유형문화재 제180호로 소재지는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지평의병로 107(지평리 502-2번지)이다. 양평군 지제면 지평리 지제초등학교 교정에 세워져 있는 이 석탑의 출토 위치는 인근에 있었던 사지로 알려져 있다. 석탑의 부재는 대부분 없어지고 현재는 탑신석 1개와 옥개석 2개만 남은 것을 새로이 조립하면서 2ㆍ3층 탑신석은 새로 만들어 넣었다. 그리고 3층 옥개석 위에는 부도의 상륜부로 추정되는 팔각노반석이 놓여 있다. 각 면에는 여래상이 조각돼 모두 양련의 연화좌 위에 결가부좌한 자세로 앉아있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문화재청ㆍ경기문화재연구원 제공
김동진 일·가정균형 정책은 양육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현재 법이나 제도는 수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상당 수준의 법제화가 이루어졌으며, 이제는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보육 서비스 이용 아동 수는 크게 증가하였으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이용률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을 기준으로 육아휴직급여를 받는 남성은 8천463명으로 전체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5만 89명 중 16.9%를 차지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년 사이 5.5%p 늘어났다. 이런 현상들은 법이나 제도의 긍정적 개선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어 고무적이다. 일·가정균형 정책은 개인과 사회에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출산으로 인한 사회활동의 단절을 최소화하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또한 자녀를 잘 양육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보육서비스,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노동시간, 그리고 자녀양육 비용 지원 등이 있다. 즉 일·가정균형 정책의 발전은 부모의 사회적 활동을 보장하고, 자녀 양육을 용이하게 지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핵가족화가 진행됨에 따라 가족관계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남성의 육아 참여와 가족의 재구성에 대한 수용이 함께 요구되고 한다. 현대 가족생활의 변화는 남성들로 하여금, 육아나 가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수행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정책 역시 남성과 여성 모두를 지원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책은 그동안 큰 성장과 변화를 가져 왔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제도적 측면에서 출산 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의 개선에 주로 집중되어 왔으며, 실제로 일·가정 균형 지원의 핵심요소인 노동시간이나 유연근무제도는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휴가나 휴직제도에 집중하고,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에 편중되어 있어,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보는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문제는 일·가정 균형정책의 시행과 확산에 중요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여성이슈로만 부각될 소지가 있다. 그리고 제도와 현실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생애 전반에 걸쳐서 원스톱 지원체계가 이루어져야 하며, 사회적 인프라를 조성(세대 간의 양극화를 뛰어넘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하여 협치로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하고 확산하는 과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친가족문화 환경조성 및 확산과 관련한 정책은 일·가정 균형 지원을 위한 중요한 실행기반임에도 현재까지는 전반적인 범주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추진되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가장 핵심요소인 보육정책과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신속히 보완하여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맘 편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친양육 환경조성이 확산되고 정착되어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김동진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본부장
변평섭 기원전 로마는 3세기에서 2세기, 로마는 지중해 지배권을 놓고 라이벌 카르타고와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특히 카르타고는 유명한 코끼리 부대로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공격한 한니발장군이 있었다. 이때 로마의 레굴루스라고 하는 장군이 전쟁 중에 카르타고군의 포로로 잡혔다. 카르타고는 레굴루스장군을 석방하면서 로마에 가서 원로원으로 하여금 카르타고와 평화조약을 맺고 전쟁을 끝내도록 설득하라고 했다. 그러나 로마에 돌아온 레굴루스장군은 원로원에서 ‘우리는 카르타고군과 평화조약을 맺으면 안 된다. 그것은 그들의 계략에 빠지는 것이다’라고 연설한 후 다시 자신을 포로로 잡았던 카르타고군영에 들어가 장렬하게 죽고 말았다. 어쩌면 로마 원로원은 평화를 원했고 그것을 레굴루스가 명분있게 설득하는 연설을 해 주길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떳떳이 소신을 밝힌 뒤 다시 적군의 포로가 돼 죽음을 택한 것이다. 참 멋진 군인이다. 진정 로마가 위대했던 건 이와 같은 군인의 충성심, 애국심이 뭉쳐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전에 없이 우리 군에 대한 뉴스가 쏟아질 때마다 로마의 레룰루스 장군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다 국방의무를 거부했던 사람까지 나서 군을 이러쿵저러쿵하는 걸 보면 ‘이걸 어찌하나’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또한 북한의 핵은 아직도 안갯속인데 우리의 방위태세는 마음씨 좋은 이웃집의 울타리같이 되는 건 아닌지 찜찜하다. 2012년부터 1천600억 원이나 들여 개발한 우리의 중거리 지대공 요격미사일 ‘철매 II’ 양산 물량을 대폭 축소하는걸 검토한다는 보도는 더욱 그런 불안을 가중시킨다. 이 미사일은 북한의 스커트노동미사일에 대응할 우리의 매우 중요한 방어수단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불과 며칠 전에는 믿었던 해병대의 마리온 헬기가 어처구니없게 이륙 직후 추락, 장병 5명의 목숨을 앗아감으로써 국민들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다 군복무 기간의 단축, 병력 감축… 이렇게 ‘감축’이 안심해도 좋은 것일까. 물론 지금 남북 분위기가 4ㆍ27 정상회담을 계기로 호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분위기가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란 또 어느 상황에 변할지도 모른다. 공산주의의 본질이 또한 그래 왔었다. 필요에 따라 옷을 바꿔 입기도 하고, 눈물과 미소를 마음대로 연출해 내는 게 그들의 전술이요 전략이다. 그래서 믿을 것은 완전한 국방력이다. 북한은 지금도 그렇지만 상황이 유리해지면 주한미군 철수를 더욱 강력하게 주장할 것이다. 그때에 트럼프같은 거래의 명수가 잘못 악수를 두게 되면 우리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세계 1차대전으로 독일의 프랑스-벨기에를 잇는 서부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졌었다. 참호 속에서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되고 팔 다리가 잘려 나가는 등 그 참상은 말할 수 없었다. 이때의 상황을 글로 쓴 것이 E.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In Western nichts Neues). 1928년 이 책이 나오자 25개 국어로 번역되고 영화화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의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현장의 참상을 수기에 남기고 죽는 순간에도 사령부의 그날 보고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것. 정말 우리 ‘서부전선’ 이상 없는가? 결코 이상이 없어야 하기에 묻는 말이다. 변평섭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 신경화 최근까지도 가장 중요한 경찰의 임무는 범죄자의 검거와 범죄예방이었기 때문에 모든 사건에 존재했던 피해자의 고통을 공감하거나 피해회복을 돕는 일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러나 인권과 피해자 보호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경찰청은 2015년을 ‘피해자 보호 원년’으로 선포하고 피해자전담경찰관 제도를 마련, 적극적으로 피해자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찰청은 위기개입 상담관을 채용하여 피해자의 심리적 회복을 돕고, 모든 지역경찰·수사부서 팀장을 ‘피해자보호관’으로 지정, 피해자 특성에 맞는 상담과 조치를 함으로써 사건초기부터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강력범죄 피해자와 성·가정폭력 피해자가 야간 조사를 받을 경우 여비를 지급하고, 갈 곳이 없는 피해자에게는 임시숙소를 제공하며 피해자 등이 보복범죄 우려가 있는 경우 스마트워치 제공 및 CCTV 설치, 맞춤형 순찰 등 신변보호제도를 운영 중에 있다. 범죄 피해자를 가장 최초로 접하는 경찰은 피해자의 상황과 필요를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어 피해자 보호의 골든타임에 있다. 사건초기 경찰의 피해자보호 활동은 환자에 대한 응급조치와 같아서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과 회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개정(‘18.4.17)으로 ‘범죄피해자 보호’가 국가경찰의 임무로 명시됨에 따라 경찰청은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업무절차를 개선하며 피해자 보호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적극적인 의지와 달리 현재 우리나라의 범죄피해자 지원체계에서 경찰단계의 신속한 피해자 지원은 어려움이 있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에서 기금의 운용주체를 법무부 장관으로 규정하고 있어 사건초기 경찰단계의 기금활용은 극히 제한적이다. 경찰청에 배정되는 기금은 전체 기금(843억)의 1.2%(2017년 기준)에 불과한 실정이며, 2018년 배정액은 11억9천500만 원으로 전년대비 1억2천400만 원 증액되었을 뿐이다. 이로 인해 일선 경찰서에서는 임시숙소 사용 비용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거나,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의 수량 부족으로 제때 기기를 지급하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고자 현재 법무부 산하 ‘범죄피해자보호위원회’를 총리 산하로 이관하는 ‘범죄피해자보호법’개정이 추진 중에 있다. 이를 통해 현행 법무부ㆍ검찰 중심의 범죄피해자 보호체계를 경찰과 자치단체 중심으로 분권화시켜 피해자 지원의 적시성을 극대화하고 지원을 위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업체계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조속한 법 개정을 통해 보다 신속하고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체계가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신경화일산서부경찰서 청문감사관실 경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