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사에 감사하라는 경구(警句)가 절실한 경우로는 몸이 아플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평소 건강히 지낼 때는 무심히 지나가던 일들이 감기몸살이라도 걸리게 되면, 그동안 고심하던 주위의 모든 일들이 무의미해지는 느낌이다. 아프지 않은 삶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우리를 괴롭히는 통증 중에서 치통의 괴로움은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알려져 있다. 음식을 섭취하는 기능이 생명유지에는 기본적인 역할을 하며, 치통으로 인한 괴로움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고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게 치과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치통의 극심한 통증으로 시작하여, 입안에 주삿바늘의 찔림, 날카로운 금속성 기구들, 드릴이 돌아가는 소리와 입안의 침과 물을 흡입하는 거친 소리들이 우리들을 괴롭힌다. 더구나 부담스러운 치료비용까지도 첩첩산중이다. 지난 11월14일 국회에서 열렸던 구강건강증진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경제신문 기자는 자신의 지인과의 경험을 서두로 꺼내면서 ‘믿지 못할 치과’의 예화를 들었다. ‘신도시에 막 개업한 치과, 특히 기구와 장비를 많이 설치한 치과’는 방문하면 위험하다는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전하면서 ‘믿을 수 있는 치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치료의 전문성을 떠나서 사람의 마음을 믿지 못하는 것은 살아온 여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터득된 본능적 기술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나 돈이라는 매개체가 개입된 경우에는 더욱 민감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치과의사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고, 그들도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며,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어야 하는 보통의 사람들이라는 사실과 우리 사회를 그래도 이렇게 버텨주는 힘은 이와 같이 보편타당한 사람들이 묵묵히 존재해주는 이유일 것이다. 너무 가격이 싼 음식이나 물건을 한 번쯤 갸우뚱하는 것도 우리 삶의 지혜이고, 수소문해서 같은 품질이면 가격이 싼 것을 찾는 것도 현명한 경제생활의 원칙이다. 그러나 ‘사람이 먼저다’라는 대통령의 말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사이의 ‘신뢰’가 아닐까 한다. 특히나 우리의 몸을 맡기는 의료진과의 신뢰가 무너진다면,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의료계의 자정작용이 우선이라는 점에는 너무도 당연하게 동의하지만, 그 의료진을 불신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치료비를 가격이라는 경제산술적 논리만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믿을 수 있는 치과’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문구만이 유일한 진리라는 말이 있다. 결국 우리 모두의 수고를 통해서 믿을만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최유성 경기도치과의사회 부회장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6·13 지방선거에 나설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경선을 여론조사 50%와 권리당원 조사 50%를 각각 반영해 진행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차기 경기지사 후보군들은 저마다 가진 강점을 앞세워 각기 다른 경선 룰을 강조하고 있어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17일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고위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여론조사 50%·권리당원 조사 50%를 반영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민주당이 경선에 여론조사 50%·권리당원 조사 50%를 반영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은 당규상 국민참여경선의 방법과 반영 비율, 적용 대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현행 당규상 국민참여경선은 선거인단투표, 전화면접여론조사, 휴대전화투표, 인터넷투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되 권리당원은 50% 이하, 일반 유권자는 50% 이상을 포함하게 돼 있다. 여론조사의 경우 안심번호를 활용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안심번호는 휴대전화의 가상번호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만약 일반 유권자 50%에 대한 조사 방식이 여론조사로 확정될 경우 경기지사 출마 예상자 중 인지도가 높은 이재명 성남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시장 측은 경선참여의 벽을 낮춰 가능한 많은 경기도민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권리당원 조사 50%와 관련, 해당 선거지역에 거주하는 권리당원 전원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심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경기지사 후보군 중에서는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전해철 경기도당위원장(안산 상록갑)이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향후 지방선거기획단 차원에서 더욱 세부적인 논의를 거친 뒤 중앙당 및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되면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우일기자
연이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경기도의 올 한해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가 올해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집행한 예산은 총 21억 원으로 올해 목표의 40%에 불과했다. 당초 도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과 스포츠 교류 등 다양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해 총 50억 원의 기금을 집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 한해 도가 집행한 기금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 21억 원으로, 이 중 북한에 직접 지원이 이뤄진 것은 지난 6월 외국 민간단체 유진벨재단을 통해 시행된 북한 결핵 환자 지원사업비 5억 원이 유일했다. 나머지의 경우 통일부와 서울시, 강원도와 함께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개성 만월대 유물 특별전’을 개최하기로 하면서 지원한 5억 원을 비롯, 국내 통일기반조성을 위한 통일교육과 대북지원 국제학술회의 개최, 개성공단 입주기업 판로 지원, 중국 교포를 대상으로 한 민족공동체 지원사업, 북한 이탈주민 정착지원사업 등 북한의 의지와 무관한 사업에 집행됐다. 더욱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올해 역시 남북관계가 호전되지 못하면서 도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현재 남아있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은 131억 원이며 도는 이 중 55억 원을 내년에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올해 추진하려다 북한의 거부로 무산된 말라리아 방역지원사업, 개풍 양묘장 사업, 남북 스포츠 교류 등 10여 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북한 귀순 병사 치료과정에서 알려진 북한의 기생충 문제 해결을 위한 구제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내년에는 남북관계가 호전돼 다양한 대북교류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사업을 철저히 준비해 남북관계 개선 때 바로 사업을 추진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는 지난 2004년 평양 식품공장 설비 지원사업을 시작으로 2006년 평양 당곡리 농촌 현대화 사업 등 활발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남북관계가 나빠지며 점차 위축돼 2015년 평양에서 열린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를 마지막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한진경기자
경기도가 4차산업을 대비해 추진 중인 ‘빅파이 프로젝트’가 예산ㆍ사업 대폭 축소 등으로 ‘용두사미’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7일 도에 따르면 도와 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015년부터 미래 신산업으로 주목받는 빅데이터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빅파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민선 6기 핵심사업이자 4차산업혁명 시대 필수과제인 빅파이 프로젝트는 사업 추진 3년여 만에 예산 확보에도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 규모가 갈수록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가 도입된 첫해인 2015년 빅파이 프로젝트에는 총 45억여 원의 출연금이 투입됐지만, 내년도 예산안에는 9억 원가량 줄어든 36억여 원만이 편성된 상태다. 이마저도 현재 도의회 예결위에서 약 2억 원을 삭감, 핵심과제라는 말이 무색하게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빅파이 프로젝트의 중점 사업인 ‘빅데이터 분석사업’의 경우 내년도에는 사업 규모가 절반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도는 11억여 원을 투입해 ▲빅데이터 활용 내ㆍ외국인 관광객 관광패턴 분석 ▲CCTV 우선설치지역 분석모델 확산 ▲119구급차 배치 및 운영 최적화 분석 등 총 10건의 과제를 수행했지만 현재까지 내년도 예산이 7억 원가량만 확보됐기 때문이다. 또 빅데이터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사업 사업비는 6억 6천만 원에서 1억 원이 감액돼 4차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인력 교육에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빅데이터 정책 연구 개발(올해 사업비 3억 원)’과 ‘산학연 데이터협력 네트워크 구축(1억 원)’ 등 사업의 경우 내년도 예산이 단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를 도민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빅데이터 활용문화 확산 사업’도 관련 예산이 3억 원 감소하면서 빅데이터 아이디어 공모전 등 각종 행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도 관계자는 “빅데이터 사업 대부분이 방대한 양의 자료를 확보하면서 많은 사업비가 필요하지만 예산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사업별 규모는 줄어들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기도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한글학회가 1947년에 펴낸 큰사전에는 경기도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조선 십 삼 도의 하나. 반도의 중앙에 있는 도이니 동은 강원도, 남은 충청 남북도, 북은 황해도, 서는 황해에 닿음. 이곳은 마한 수백 년의 도읍지요, 고구려와 백제가 패를 다투던 곳으로, 뒤에 신라의 땅이 되고, 고려 현종 때에 경기도라 이르고, 조선 태종 13년에 이 이름을 그대로 정함. 지세는 비교적 평탄하여 천류(川流)가 많이 있는 까닭으로, 전야가 열리고 농산물이 풍부함. 면적 1만 3천296평 방 ㎞, 인구 246만 명” ■ 독창적인 사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948년에 남북한이 서로 단독 정부를 세우면서 분단이 고착화됐다. 그러하여 개성이 경기도에 있는 도시였다는 사실조차 망각할 때가 많다. 분단시대가 빚어낸 서글픈 현실이다. 고려 500년 도읍지였던 고도 개성은 조선이 개국하면서 정치적으로 변방이 된 곳이다. 개성 출신의 화담 서경덕(花潭 徐敬德, 1489~1546)은 조선의 독창적인 사상가로 주목을 받았다. 유학의 이기철학을 화담이 독창적으로 정립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살았던 개성이 정치적 변방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이해된다.인류 역사상 최대의 총서라 할 수 있는 청나라의 사고전서(四庫全書)에 조선 학자의 저서 중에서 유일하게 수록된 것이 서경덕의 화담집이다. 퇴계나 율곡의 문집이 아니라 화담집을 실은 것은 물론 내용의 독창성 때문이다. 기(氣)철학자 혜강 최한기(惠崗 崔漢綺, 1803~1877)도 개성 출신이다.최한기는 개성을 떠나 서울로 이주해서 살았고, 양반이지만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고산자 김정호(古山子 金正浩) 같은 중인 혹은 평민 지식인들과 어울렸다. 1834년에 김정호와 함께 세계의 지구도를 만들었고, 김정호가 그린 청구도에 그 내력을 기록해 주었던 동지이자 후원자였다. 이처럼 신분질서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태도가 독창적인 사상을 배태하는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경험을 통한 실천을 강조했던 최한기의 저술은 실학과 과학과 인문정신을 충실히 담고 있다. 그의 철학이론을 담고 있는 기측체의(氣測體義)는 중국 북경에서 출판돼 중국 인사들에게 널리 읽혔다. ■ 경기도의 사상, 안민을 추구하다 경기도에서 빼어난 경세가들이 여럿 배출됐다. 그 가운데 파주 출신의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6~1584)는 학자로서 탁월한 저술을 남겼을 뿐 아니라 정치가로서도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사후에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서인의 종주가 되었으나 율곡이 숨을 거두기 전까지 정성을 쏟았던 문제는 동서로 분열된 사림을 화합하고 대립하는 정치권을 조정하는 일이었으며, 민생과 국방을 살피는 일이었다. 율곡은 탁월했지만 당대에 이해되지 못했던 불운의 경세가였다. 지정학적으로 조선은 국방을 소홀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양반사대부들이 이웃 명나라의 무력에 기대어 자주국방에 소홀한 탓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어야했다.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 일본과 청나라의 침략을 연거푸 받았으나 조선이 망하지 않았던 것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오리 이원익(梧里 李元翼, 1547~1634)은 이러한 난세를 진심과 헌신으로 헤쳐나간 관리였다. 작은 키에 왜소한 몸을 가졌으나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임진왜란 초기에 평안도를 중심으로 군사를 모집하고 훈련시켜 왜군이 점령하고 있던 평양성을 탈환하고, 평안도와 황해도의 서원과 향교에 ‘서검재(書劍齋)’를 설치하여 유생들을 군사지휘관으로 육성했다. 이러한 공로로 정승에 오르고 사도도체찰사(경상전라충청강원)로서 민생을 돌보며 전쟁을 지휘했다.전후에는 경기도에서 최초로 대동법을 시행(1608)하여 민생안정[安民]을 꾀하는데 주력했다. 선조 광해 인조 3대에 걸쳐 영의정을 지냈으나 이웃들이 그가 정승을 지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정도로 청렴하고 검소하게 살아 백성들은 물론 인조의 존경을 받았다. 광명시 소하동에는 인조가 이원익의 청렴한 삶과 고결한 정신을 높이 사 하사한 집 ‘관감당’이 있다. 율곡 이이가 구상해 오리 이원익이 시작한 대동법은 잠곡 김육(潛谷 金堉, 1580~1658)이 완성했다. 김육의 헌신과 뚝심이 없었다면 ‘조선 최고의 개혁법’이라 불리는 대동법은 실행되지 못했을 것이다. 김육의 결단은 젊은 시절 정치권에서 밀려났을 때 가평 잠곡에 들어가 화전을 일구고 숯을 구워 팔면서 백성들과 함께 생활했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기득권층인 양반사대부들의 온갖 방해를 뚫고 끝내 대동법을 실현한 그를 숙종은 “마음을 다해 나라에 헌신했다”며 칭송했다.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736)과 풍석 서유구(徐有, 1764~1845)는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이다. 정조의 명을 받아 정약용이 설계한 수원 화성은 위대한 정신이 빚어낸 도시이다. 조선시대의 국왕은 고기들이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물과 같은 존재였다. 물론 이러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자각한 임금은 많지 않다. 아무튼 이러한 정조가 있었기에 박제가, 정약용, 서유구 같은 개혁적인 실학자들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서유구와 정약용은 여러모로 닮았다. 규장각에서 일했던 것이나 초계문신에 뽑혀 정조의 직접적인 가르침을 받았던 사실부터 민생을 구제할 방안을 찾기 위해 힘써 노력하다가 정조가 서거하면서 고난의 긴 세월을 견뎌내야 했던 것도 동일하다. 18년 동안 유배를 살았던 정약용처럼 서유구도 비슷한 시기 정계에서 밀려나 18년 동안 경기도 광주에 은거하며 저술에 몰두했던 것이다. 정약용 사상의 진수는 ‘1표2서’로 불리는 저술에 들어 있다.특히 경세유표에는 낡은 조선을 새롭게 만드는 개혁방안을 제시한 책이다. 1894년에 동학혁명이 일어났을 때 전봉준을 비롯한 동학지도자들이 미륵불에서 얻은 비결이 바로 경세유표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을 정도다. 실생활에 필요한 학문에 힘썼던 서유구는 “경서에 뿌리를 두고 역사에 의거한 문장으로 경제 실용의 학문에 정력을 다 바쳤다”는 평가를 들었다. 경세치용에 주력했던 정약용과는 달리 이용후생에 집중하여 농업과 공업을 중심으로 한 실용의 학문에 헌신해 임원경제지라는 백과전서를 완성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추구한 학문의 궁극적 지향은 안민(安民)이다. ■ 경기도, 통일과 번영을 여는 기회의 땅 경기도의 사상과 사상가를 살펴보면서 자주 맞닥뜨린 단어는 ‘지리(地利)’였다.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 하는 문제는 누구의 아들로 태어났느냐 만큼이나 한 존재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대륙과 해양을 잇는 한반도의 허리이자 서울과 지방 사이에 경기도가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조건을 가졌기에 경기도는 늘 역사의 중심무대로 활기를 띠었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한반도의 근현대의 역사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프랑스의 침략전쟁인 병인양요(1866)와 미국의 침략전쟁인 신미양요(1871)를 겪었으나 완강하게 쇄국을 고집하던 조선도 결국 일본의 무력에 굴복해 강화도조약(1875)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개항 이후 제국주의 열강들의 먹잇감으로 위협을 받던 조선은 끝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였고, 미소의 대립 구도에 말려들면서 국토가 분단된 지도 70년이 넘었다. 이처럼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존재’로서의 한반도와 서울과 지방의 ‘사이에’ 위치한 경기도는 닮은꼴이다. 1934년 식민지 치하, 경기도 경찰국의 감시를 받고 있던 성서조선(1927년에 창간되어 1942년에 강제 폐간된 잡지)에 두 편의 글이 실렸다. 하나는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발표 당시의 제목: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이며, 다른 하나는 김교신의 조선지리 소고라는 글이다. 함석헌은 한국사를 살피면서 신은 과연 한민족에게 어떤 사명을 주려고 이처럼 거듭 고난을 주시는가라는 고통스런 질문을 던졌다. 반면 김교신은 조선지리 소고에서 한반도의 앞날을 이렇게 전망했다. “조선의 역사에 편안한 날이 없었다함은 무엇보다도 이 반도가 동양 정국의 중심인 것을 여실히 증거 하는 것이다. 물러나 은둔하기에는 불안한 곳이나 나아가 활약하기에는 이만한 데가 없다. …동양의 온갖 고난도 이 땅에 집중되었거니와 동양에서 산출하여야 할 바 모든 고귀한 사상, 동반구의 반만년의 총량을 큰 용광로에 달여 낸 엑기스는 필연코 이 반도에서 찾아보리라.” 한반도는 방어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살기 어려운 땅이지만 진취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너무나 활동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에서 경기도의 지정학적 조건을 성찰하면 경기도의 시대적 역할과 사명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김영호 한국병학연구소
“평택대가 수도권 제일의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 학교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11일 평택대학교 총장직무대리로 취임한 유종근 전 전북지사는 취임 소감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현재 평택대는 조기흥 전 총장의 법적인 문제 등으로 교수와 학생, 교직원 간 갈등을 빚고 있다. 지역사회도 이에 동참, 재단이사회 해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유 총장직무대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학생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이 없는 학교는 존재할 수 없는 만큼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유 총장직무대리의 설명이다. 다음은 유 총장직무대리와의 일문일답. -교수회, 학생, 지역대책위가 출근 저지운동 및 재단이사회 해체, 직무대행 취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지역대책위 등이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만큼 이사회가 정당하게 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 외에는 학교 행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할 계획이다. 학교 행정에 잘못이 있다면 결과에 따라 시정조치를 할 계획이지만 지금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대응책을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지침에 따라 과거의 잘못은 인정하고, 고칠 수 있는 부분은 고치겠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적법하고 투명하게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다. 도지사 시절에도 직원들의 의견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학교 정상화에도 교수, 학생,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겠다. -학교 활성화 대책은. 학자금문제를 비롯해 학교가 교육부 등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 또 학교의 안정화 및 학교의 질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운영할 계획이다. 학교가 붕괴하면 외부 지원도 힘들어지는 만큼 모든 문제 해결은 정상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 이후 정부지원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달라진 평택대를 만들겠다. 특히 평택은 주한미군 이전과 삼성전자 이전 등으로 빠르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서 학교가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게 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늦둥이 아들이 평택대 신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고, 부인도 신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는 하나님의 인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앞으로 더욱 노력해 평택의 발전과 평택대 정상화에 힘쓸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 뇌물수수로 복역한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데,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 경선과정에서 뇌물수수로 혐의로 형을 살았지만 2010년 사면복권됐다. 당시 복역한 것은 정치적인 문제였고, 개인 비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총장직을 수행하는 것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양심에도 부끄러움이 없다. 평택=김덕현ㆍ최해영기자
내구연한이 다 돼 안전이 우려돼온 장암동 의정부시 생활폐기물 자원회수시설을 대보수나 증설하기보다는 자일동 음식물폐기물 자원화 회수시설 단지로 오는 2022년까지 옮겨 증설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17일 의정부시에 따르면 현 장암동 자원회수시설은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7천557㎡ 등의 규모로 하루 200t 처리용량으로 지난 2001년 11월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현재 하루 150t 정도, 지난 3년간 연평균 5만3천t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6여 년 동안 약 70만t 이상을 처리해온데다 시설이 낡고 반입 폐기물이 늘면서 효율성이 떨어지고 안전사고 위험까지 커지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지난해 기술 진단한 결과 앞으로 5년 정도 수명 연장이 가능하나 늘어나는 폐기물을 감당하기 어려워 증설이나 이전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고 발열성 폐기물이 설계보다 1. 3배 늘면서 안전이 우려돼 처리용량의 75% 수준인 하루 150t 정도로 소각량을 줄이도록 권고받았다. 시는 이에 따라 올 7월 자원회수시설 현대화사업 타당성 조사에 나섰고 운영여건을 고려, 시설용량을 하루 220t으로 늘려 신설 이전하는 게 타당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시의회도 지난 8월 자원회수시설 현대화 촉구 건의문을 채택하고 내구연한이 다한 자원회수시설을 대보수하거나 시 외곽으로 이전을 촉구했다. 소각장 주변 호원동 일원 아파트단지 11곳 입주민들도 안전을 위협한다며 이전을 촉구하는 서명작업에 나서는 등 민원도 이어졌다. 시는 현대화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와 주변 환경 영향, 경제성 등을 고려할 때 현 시설의 대보수나 소용량의 소각장을 신설하기보다는 환경 자원센터 내 여유 부지로 이전, 증설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검토에 들어갔다.시는 특히 재정여건을 고려, 책임 운영으로 효율적인 운영ㆍ관리가 가능한 민간투자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내년 상반기 중 입지선정위를 열어 입지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외곽 환경자원센터로 옮겨 환경기초시설을 집적화, 처리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동일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정부지원은 의료계와 소통의 성과를 정리하기 위해 관계자 간담회를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박상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정부지원장은 “올 한 해 의약계 현장의 소리가 정책에 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특히 “올해부터 심사평가원 각 지원으로 이관된 종합병원 심사의 정착도 심사부와 종합병원 실무자 간 Hot-Line 설치, 양방향 열린 소통을 위한 종합병원 청구담당자 설명회 등 소통을 통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정부지원은 올 한해 경기도 북부 34개, 강원도 50개 등 모두 84개 의약단체를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또 강원도 한의사회와 함께한 정선, 홍천 지역 무료진료봉사활동과 같이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데 앞장섰다. 이밖에 요양기관이 자율적으로 적정진료를 하도록 지표연동 자율개선제도 관리항목, 기준 등 변경내용을 알리고 지리적 여건이 좋지 않은 곳은 직접 찾아가 상담했다. 박 지원장은 “내년엔 다양한 협의체를 운영해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도록 하고 지역의료계와 협업을 활성화해 지역 보건의료 발전의 가치창출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동일기자
경기도가 총 3억 3천여만 원을 투입해 도내 대학생 5천826명의 학자금 대출 이자를 지원한다. 1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하반기 학자금 대출 이자지원’ 대상자를 모집한 결과 최종 5천826명을 선정했다. 대상자로 선정된 이들은 대출자의 부모 등 직계존속이 현재 1년 이상 경기도에 주민등록이 돼있고, 한국장학재단에서 대출받을 당시 소득분위가 8분위 이하인 대학생이다. 단 3자녀 이상의 다자녀가구 대학생은 소득분위에 관계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 도는 대상자 선정에 따라 분야별로 취업 후 상환학자금 대출 대학생 2천600명에게 1억 4천300만 원, 다자녀가구 대출 대학생 1천827명에게 1억 300만 원, 일반상환학자금 대출 대학생 1천399명에게 8천700만 원을 지원한다. 다자녀가구와 취업후상환학자금은 2016년 이후 대출금의 하반기 발생이자가 지원되며 일반상환학자금의 경우 2010년 2학기 이후 대출금의 하반기(7월1일~12월31일) 발생이자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다. 지원금은 15일 개인별 원리금 상환계좌로 입금될 예정이다. 대상자는 문자메시지로 안내받거나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www.kosaf.go.kr) 학자금뱅킹에서 개인별 대출상환처리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도 관계자는 “도는 도내 대학생들의 학자금 이자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지자체 최초로 학자금대출 이자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내년 3월에도 상반기 대상자를 모집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고양지역 한 아파트 청소ㆍ경비 용역업체가 직원들에게 근로 기간 1년이 되기 전에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종용,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 업체는 퇴직금 제도를 악용, 직원들이 받아야 할 적립금 등을 업체 이윤으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고양고용노동지청과 일선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삼송지구 한 아파트(600여 세대) 청소ㆍ경비 용역업체 직원 8명은 수년간 회사로부터 사직서를 수차례 제출할 것을 종용받았다. 이들은 연 단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취직했지만, 보통 3~4개월이 지나면 회사로부터 사직서 제출을 지시받았다. 이들은 처음에 “ 갑자기 나가라 하면 당장 어디 가서 일하느냐”고 항변했다. 그러나 사측은 “다시 재계약할 것이다. 사직서 제출은 이 바닥 관행이니 걱정하지 마라”고 안심시켰다. 이런 가운데 직원들이 속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가 이들의 하소연을 듣게 됐다. 입주자대표회가 청소ㆍ경비 용역업체에 확인한 결과, 이 업체는 청소 및 경비 직원들의 퇴직금을 회사 이윤으로 남기고자 퇴직금 지급기준 기한이 도래하기 전에 사직서를 받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퇴직금 제도는 고용주가 계속 근로 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해당 업체는 직원들로부터 10월 사직서를 받고, 이듬해 3월 다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조치, 그 사이 직원들을 근로계약 없이 부려 먹는 꼼수를 부렸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이 업체는 청소부 1인당 10만 원이 넘는 연차적립금과 퇴직적립금 등 모두 1천300여만 원을 업체 이윤으로 빼돌렸다. 또 경비 용역업체 또한 1인당 20만 원 이상의 연차 및 퇴직 적립금 모두 1천700여만 원을 회사 이윤으로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해당 업체 측의 설명처럼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청소ㆍ경비 용역업체와 용역 계약 시 직·간접 노무비, 일반관리비 등에 대한 산출비를 일괄 지급하지만, 추후 계약서 내용대로 산정 비용이 제대로 지급되는지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업체는 산출비 내역 이외에 계약서에 직원들의 의무와 준수사항, 용역비 조정 등을 명시하면서도, 퇴직금 관련 항목을 넣지 않고 있다. 또 ‘법적인 기준 내에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식의 내용을 기재해 법적 기준 미충족 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있다. 이에 해당 업체 관계자는 “직원들이 교통 여건이나 개인적인 이유로 스스로 일을 관뒀을 뿐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적이 없다”며 “퇴직금 지급 조건에 부합하는 직원들에게는 적법하게 퇴직금을 지급했다”고 원론적인 해명만 내놓았다.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해당 건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으로 형사처벌과 민사소송 사안”이라며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청소, 경비 인력들을 위해 관리사무소의 철저한 관리와 더불어 용기 있는 신고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양=유제원ㆍ김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