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1만 달러 그 이상의 교훈

현지시간 밤 10시께, 우리 일행을 태운 여객기가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착륙했다.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온 우리 일행은 대기 중이던 관광버스에 올랐고, 뜻밖에도 2대의 경찰 싸이카의 호위를 받으며 숙소에 도착하여 여행 첫날밤을 즐겁게 보냈다.다음날, 우리 일행을 태운 관광버스는 교통신호, 중앙선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경찰 싸이카의 호위를 받으며 예정된 관광코스를 운행하였고, 우리 일행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기분에 작은 희열도 느꼈다.그들은 공공의 경찰이라기보다 여행안내원이 고용한 경호원으로 보였고, 일사불란한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우리 일행은 잠시 차창 너머에 펼쳐지는 해안선, 호수, 푸른 들녘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취해 보았으나, 눈길을 돌리자 사람이 사는 곳으로 믿어지지 않는 누더기 원두막이 즐비한 빈민촌, 길거리에 쏟아져 나온 수많은 걸인들, 여과 없이 버려지는 생활폐수, 곳곳에 쌓인 쓰레기더미 등 빈곤과 무질서의 한계를 보아야 했다.설상가상, 악취가 쏟아지는 해변의 하수구 앞에서 환상적인 해넘이(sun.set) 광경을 즐기라는 현지안내원의 말에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럭저럭 4일간의 관광 일정이 끝나가는 마지막 날 12시께, 현지 안내원은 시내의 한 식당에 우리 일행을 내려놓고는 여권 등 물건을 실은 채 관광버스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고, 우리 일행은 사실상 그 식당에 감금되었다. 한국여행사와의 연락에 실패한 일행의 대표들은 해외공관 등에 신고하여 협조요청을 하였으나, 필요하면 숙소를 알아봐 주겠다는 정도의 도움 이상은 기대할 수 없었다. 한국 여행사로부터 경비를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관광객을 볼모로 삼은 현지 안내원은 우리 일행으로부터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돈을 강취한 후에야, 어딘가에 숨겨 두었던 관광버스와 호위경찰을 보내 우리 일행을 공항으로 안내하는 호의(?)를 베풀었고, 5시간 넘도록 불안에 떨던 우리 일행은 무사히 귀국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백주대낮에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일어난 드라마 같은 사건이었다. 그들 중 호위경찰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인이었고, 그들 일당은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목적을 이루었고, 우리 일행은 그렇게 당하고 말았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6년에 해외로 나간 우리나라 여행자 수가 연인원 약 2천238만 명에 이른다 하니,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았으리라. 해외여행 경험이 적은 분들에게 권고한다. 신뢰할 수 있는 여행사를 선정하고, 보험과 계약조건을 잘 살피고, 여권은 반드시 몸에 지니고, 지나치게 저렴한 여행비견적에 현혹되지 말고, 여행정보를 잘 활용하시기를. 황당했던 이 사연이 1만 달러 그 이상의 갚진 교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조규일 법무사·전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수원지부장

도심형 ‘초·중 통합학교’ 급부상… 학부모·교육계 ‘우려’

인천시교육청이 인천 최초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합해 설립하는 학교 신설 단계에 돌입했다. 시교육청은 오는 12일 청라 6단지에 2020년 3월 1일 개교를 목표로하는 가칭 ‘경연초중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갖고 본격적인 신설단계에 돌입한다고 7일 밝혔다. 경연초중학교는 초등학교 28학급(일반 24학급, 특수 1학급, 병설유치원 3학급), 중학교 13학급(일반 12학급, 특수 1학급) 등 총 41학급 규모로 계획돼 있다. 그동안 청라지역 초등학교의 학생수 과밀로 신설 요구가 많았지만, 시교육청 학교 신설 계획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중앙정부가 저출산, 학생수 감소로 학교 신설을 제한해왔기 때문이다. 학교 적정규모 정책에 따라 학급당 34명 이상, 24학급의 규모를 갖출 수 있어야 신설을 승인하거나 다른 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이전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해왔다. 도심형 초중 통합학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존 1개 학교 규모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합해 학급과 학생수의 규모를 갖추고, 각종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형태로 올해 4월 승인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저출산에 따른 대책으로 일본 모델을 인천 도심에 도입한 첫 사례로 최적의 교육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선 학교 부지 단일화와 지구단위계획의 일부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천 지역 교육계에서는 인천 최초 초·중 통합학교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은 “학생수 과밀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과정이 엄연히 다른 상황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학부모들의 의견과 일선 교육현장의 의견을 자세히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승란 인천시 교원단체 총연합회 회장 역시 “도서지역에서는 학급수가 적고, 학교 운영의 경제성을 위해 초·중·고를 하나로 묶어 운영하는 경우는 있지만, 굳이 도시에서 그런 형태로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초·중 교육과정이 다른데 경제 논리로 통합학교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교육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아직 우리 교육 정서와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희기자

‘뇌물수수’ 이청연 실형 확정… 인천교육감직 상실

학교이전 재배치 사업과 관련해 3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청연(63) 인천시교육감이 실형을 확정받았다. 인천시교육감이 현직에서 뇌물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아 교육감직을 잃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3억원을 선고받은 이 교육감에 대해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기존에 명령한 추징금 4억2천만원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이 교육감은 3억원이 뇌물이 아니고, 뇌물이라고 하더라도 이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1억2천만원 역시 선거를 위해 기부받은 정치자금이 아니며 회계보고 누락도 없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모두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보이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2014년 교육감선거 당시 선거홍보물 제작업자와 유세차량 임대업자에게 계약 체결을 빌미로 선거자금을 요구해 모두 1억2천만원을 받고 선거사무장이었던 A씨와 회계책임자인 이 교육감의 딸과 공모해 선거공보물 제작비용과 선거연락소장 인건비 등 9천100만원을 회계보고에서 누락한 혐의를 받았다. 또 이 교육감은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인천시교육청 전 행정국장이었던 B씨 등과 짜고 지난해 문성학원 이전사업과 학교 신축 시공권 확보를 전제로 시행사 대표와 시공사 부사장으로부터 총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교육감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지역 교육계 수장으로서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함에도 피고인의 행동으로 교육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추락했다”며 징역 8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혐의 전부를 인정하면서도 “지금까지 좋은 교육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고, 뇌물수수가 교육행정 자체를 그르치는 부정한 처사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며 징역 6년에 벌금 3억원, 4억2천만원 추징 명령으로 감형했다. 인천지역 교육계는 사상 초유의 현직 교육감 뇌물연루 실형 확정에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모임 인천지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인천의 학부모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한 교육감으로서 높은 도덕성과 깨끗한 청렴성을 지니고 인천 교육을 바르게 이끌며 본을 보여야 할 교육감이 중형을 선고받는 작금의 불행한 인천교육 현실에 말할 수 없는 참담함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교육감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선언한 것인 동시에 내년도 인천시교육감을 꿈꾸는 모든 후보들에게 주는 엄중한 경고”라며 “인천시교육청은 이번 판결로 인천교육계가 공직기강해이나 교육행정 난맥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분발하면서 학교현장 지원에 매진해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 교육감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내년 교육감 선거를 대비하던 진보·보수진영은 발 빠른 채비에 나섰다. 우선 보수진영 교육계 인사들로 이뤄진 ‘바른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단’은 지난달 출범해 후보 단일화를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진단은 그동안 하마평에 올랐던 보수 성향 후보들과 1차 접촉을 갖고, 그 중 보수진영 후보 4명과 함께 8일 회의를 통해 단일후보 선출 방법 등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전교조 출신 진보교육감으로 깨끗한 인천교육을 표방해왔던 이 교육감이 불명예 낙마한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보다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 진영에서는 혁신 교육에 대한 기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올해가 가기 전 가칭 ‘교육자치 시민 모임’을 출범해 진보진영 단일 후보를 내놓을 계획이다. 2010년 교육감 선거가 직선제로 바뀐 이후 1·2대 교육감이 모두 뇌물수수로 실형을 받게 되면서 이번 선거의 핵심은 청렴성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천지역 한 교육계 관계자는 “보수 교육감과 진보 교육감 모두 뇌물수수로 구속된 상황에서 더 이상 진보냐 보수냐 하는 프레임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결국 이번 교육감 선거를 가르는 핵심은 누가 더 청렴한 교육감으로 상처받은 인천교육을 수습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주영민·김경희기자

김포, 고교 3학년만 무상급식 형평성 논란

김포시가 김포지역 고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하려던 무상급식 계획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김포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내년부터 2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김포지역 고교 13곳 3학년 3천600여 명의 급식비를 지원하고 오는 2019학년부터는 예산 범위에서 대상을 모든 학년으로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김포교육지원청과의 대응사업으로 유치원과 초ㆍ중학교에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시는 내년 개통 예정인 김포도시철도 건설사업이 올해로 마무리되면서 시의 재정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내년부터는 고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시의회는 무상급식이 한 학교의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만큼 3학년만 무상급식을 시행할 경우, 1ㆍ2학년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염선 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은 “무상급식은 전 학년이 고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효율성과 형평성에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의회 행복위는 이날 집행부에 대한 예산심의에서 내년 고교 3학년 학생 무상급식 27억 원 전액을 삭감하고 내년 추경에 다시 예산을 세워 하반기부터 전 학년에 대해 무상급식을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같은 시의회의 주문에 집행부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재정이 일시에 좋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 3학년을 우선 실시한 뒤 재정 여건에 따라 1ㆍ2학년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의회의 주문대로 내년 하반기부터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려면 40억 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며 내후년에는 90억여 원의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의회의 주문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문제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 아니냐”면서 “1ㆍ2학년 전체를 합하면 1만여 명에 달해 일단 내년 하반기만 하더라도 4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포=양형찬기자

‘금품수수 의혹’ 이우현 11일 피의자신분 소환

검찰이 ‘공천헌금’ 등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용인 갑)을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는 이 의원에게 11일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이 의원이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양주시의회 전 의장 A씨(구속)로부터 공천 청탁과 함께 상자에 담긴 현금 5억 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새누리당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이었다. 검찰 조사에서 A씨는 공천을 바라고 5억 원을 건넸지만 공천이 이뤄지지 않아 항의하자 이 의원이 돈을 돌려줬으며, 5억 원 외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총 5천만 원을 이 의원 측에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의원은 2015년 전기공사 업자인 B씨(구속)로부터 억대의 현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밖에도 이 의원이 여러 명의 건축업자와 지역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추가로 금품을 받은 의혹에 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이 의원의 옛 보좌관 C씨를 불법 다단계 업체 IDS 홀딩스로 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C씨를 수사하면서 그의 수첩에서 다수의 지역정치인 이름과 숫자가 적힌 ‘금품수수 리스트’를 확보해 수사를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설 같은 내용”이라며 부인해왔다. 이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 명도 금품을 가져오라고 했거나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 (전 보좌관이) 자기의 죄를 낮추려고 온갖 것을 수첩에 기록해놓고 전부 다 나에게 떠넘기는 행태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재민ㆍ이호준기자

여주 9.99㎡ vs 군포 0.17㎡…도내 1인당 공공체육시설 면적 시·군별 ‘최대 58배 差’

경기도 내 시·군별 1인당 공공체육시설 면적이 최대 58배나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도가 발표한 ‘경기도 공공체육시설 균형배치 및 이용활성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도와 31개 시·군이 운영하는 공공체육시설은 모두 1천279곳으로 집계됐다. 종류별로는 게이트볼장이 277곳으로 가장 많았고, 축구장 196곳, 테니스장 162곳, 구기체육관 127곳, 생활체육관 97곳, 수영장 77곳, 야구장 59곳 등이다. 이런 가운데 이들 공공체육시설의 도민 1인당 평균 공급면적은 분석한 결과 2.06㎡로 나타났다. 시ㆍ군별로는 여주시가 9.99㎡로 가장 넓었고 하남시 9.11㎡, 가평군 8.88㎡ 등의 순이었다. 반면 군포시의 경우 0.17㎡로 여주시의 58분의1에 불과했고 광명시와 안양시 등도 각각 0.26㎡, 0.56㎡에 그쳤다. 이에 도는 공공체육시설을 포함해 민간, 마을간이체육시설 등 현재 1인당 체육시설 평균 공급면적인 4.05㎡를 오는 2022년까지 5.73㎡로 늘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도는 주민밀착형 생활체육시설 지속적 공급, 수영장과 체육관 등 부족한 공공체육시설 인프라 확충, 전체 체육시설의 32.8%를 차지하는 10년 이상 노후체육시설에 대한 개보수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학교체육시설을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건의하고, 교육청과도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최창호 도 체육과장은 “향후 공공체육시설 건립 사업 선정 시 이번 보고서를 활용해 시군별 공공체육시설을 균형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라며 “공공체육시설 확충을 비롯, 장애인 체육시설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사설] 음주가 범죄행위 면죄부 돼선 안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조두순 처벌 강화를 위한 재심 청구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주취감형(酒醉減刑·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 형벌을 줄여주는 것) 폐지도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조 수석의 답변은 청와대 인터넷 청원에 대해 청원인 수가 한 달 동안 20만명 이상일 경우 청와대가 직접 답변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이뤄졌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2008년 안산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강간 상해한 혐의로 복역 중인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야 한다는 청원이 61만5천여 건에 달했다. 주취감형을 적용받아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은 2020년 12월 출소 예정이다. 청원 제기자들은 “술을 마셨다고 봐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재심을 통해 무기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해달라”고 했다. 조 수석은 ‘재심 요청’에 대해 “재심은 유죄 선고를 받은 범죄자가 알고 보니 무죄이거나 죄가 가볍다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 즉 처벌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만 청구할 수 있다”며 “처벌 강화를 위한 재심 청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주취감형 폐지’에 대해선 “현행법상 주취감형이라는 규정은 없으나 형법 제10조 심신장애인 조항 등이 음주 범죄에 적용될 수 있다”며 “이 조항은 음주로 인한 감경만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일반적인 감경 사항에 관한 것이라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형법 10조 2항은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한다’고 돼있다. 법원은 음주로 사물 변별 능력이 떨어진 상태를 심신장애 중 하나로 간주해 왔다. 당시 검찰은 전과 18범인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주취감형을 적용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술 취해서’ 범행을 했다고 봐준 경우로 국민 법 감정과 거리가 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술에 관대한 지 보여주는 사례다. 조두순 사건 이후 성폭력 특례법이 강화돼 음주 성범죄에는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성폭력뿐 아니라 다른 범죄와 관련해서도 술을 먹었다고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상식과는 동떨어진 현행 법이 음주 범죄를 방치하거나 되레 조장하는 폐해를 낳고 있다. 경찰청의 2016년 범죄통계에 따르면 살인범죄자 995명 중 ‘주취’로 분류되는 사람이 390명으로 40%에 달했다. 성폭행 범죄자 6천427명 가운데 29%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음주를 심신장애 범주에서 제외하는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 더 이상 음주가 범죄행위의 면죄부로 악용되도록 놔둬선 안 된다.

[사설] 수원지검, 첨단산업보호 중점 검찰청에 지정 / 인력·장비·정보 체계 갖출 준비 서둘러야

1998년 수원지검이 반도체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대만 경쟁 업체로 빼돌린 사건이었다. 전ㆍ현직 연구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유출된 기술의 핵심은 64메가D램 반도체 회로도였고, 유출 방법으로 이메일이 사용됐다. 당시로서는 모든 게 생소한 수사였다. 수원지검은 수사를 위해 형사부와 특수부 검사 10여 명을 투입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수사가 수천억원 이상의 국익을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가장 수원지검스런 수사였다. 수원지검이 갖는 지역적 특성이 그렇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들이 관할 지역에 있다. 올 3분기 현재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4.5%다. 2위는 27.9%의 SK 하이닉스다. 삼성과 SK를 합친 점유율이 72.3%다.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두 회사다. 당연히 수원지검의 역할이 중요하다. 1998년 수사 당시에도 수원지검의 첨단범죄 전문화는 얘기됐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꼭 20년 만에 당시 주장이 현실화됐다. 대검찰청이 수원지검을 첨단산업보호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했다. 관할 지역의 특성을 고려했다고 한다. 중점 분야에 대한 수사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도 했다. 준비를 거친 후 내년에 정식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잘한 일이다. 환영한다. 때마침 검ㆍ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 영역이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모호해진 검찰로서는 분명한 역할을 부여받는 동기가 된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몇 가지 주문하고자 한다. 대검이 언급했듯이 전문인력 배치가 중요하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기술은 일반 검사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교육을 통해 전문 검사를 양성해야 한다. 2년마다 교체하는 인사시스템도 바꿀 필요가 있다. 인력의 잦은 교체는 필히 전문성의 저하를 가져온다. 정보력도 전문화해야 한다. 1998년 반도체 수사도 사실은 삼성전자와 국가정보원 정보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첨단산업 범죄의 ‘중앙수사본부’를 만든다는 목표로 준비해야 한다. 현판식 한번 하고 사장 돼버린 수많은 제도들이 많다. 그렇게 되면 안 된다. 대검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을 일도 아니다. 수원지역의 여건은 수원지검이 가장 잘 안다. 수원지검 자체적으로 TF를 구성하는 방법도 있다. 여기서 만들어진 구상들을 대검에 건의하고 협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SK 하이닉스의 인력이 함께 참여하는 자문단을 구성해도 된다. 좋은 구상은 철저한 준비가 따를 때 결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지지대] 호스가드 근위병

영국 런던 시내에는 많은 유서 깊은 장소들이 있다. 트라팔가 해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ㆍ넬슨 제독의 동상이 우뚝 서 있음)을 기점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거주하는 버킹엄 궁, 런더너들의 휴식을 제공하는 왕립공원 세인트 제임스 파크(St. James’ Park)를 지나면 그 옛날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 제국 시절 로열 패밀리의 안위를 책임 지던 호스가드(Horse Guard)를 만나볼 수 있다. 매일같이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이 곳에서는 멋진 제복을 차려 입은 근위병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다부진 체격의 근위병들은 자신이 근무를 서는 그 시간 동안 어떤 상황이 연출되더라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일요일(3일) 새벽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또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할 해상 사고가 벌어지고 말았다. 휴일을 맞아 낚시를 하기 위해 배에 탔던, 그리고 그 배를 운항하는 선장을 포함해 15명의 소중한 생명들이 차디찬 물속에서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너무나도 많은 것을 희생했던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무색하게 하는, 어찌 보면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였기에 가슴이 더 아픈 것 일지도 모르겠다. #급유선 명진 15호(336t) 선장과 갑판원이 지난 6일 밤 구속됐다. 구속 사유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통상 급유선 운행 시 새벽이나 야간 시간대에는 2인 1조로 당직 근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 당직자는 전방을 주시하며 위급 상황 발생 시 선장에게 알리는 보조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갑판원은 해경 조사에서 “몸이 좋지 않아 뜨거운 물을 마시기 위해 조타실을 비웠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직무를 져버린 것이다. #호스가드 근위병도 사람이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직무에는 충실하다. 그리고 그 행동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운항 전 병가를 냈을 수도 있었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 보온병에 물을 담아 갈 수도 있었다.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자신의 직무태만이 결국 소중한 목숨만 앗아간 셈이다. 호스가드 근위병의 자부심이 아쉬운 대목이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데스크 칼럼] 2017 청년 농부 공감 토크콘서트

냉기가 제법 살갗을 애인 지난 6일, 청년 농부들이 안산을 찾았다. 미래 경기 농업의 주인공들로 농업 농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날 농업 최일선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애환을 솔직 담백하게 털어놨다. 또 농업의 무한가치에 반해 사회적 관심 부족을 따끔하게 지적했다. 청년 농부들의 이야기가 오간 ‘2017 청년 농부 공감 토크 콘서트’ 현장이다. ‘청년과 농부’란 단어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미래세대의 주인공으로, 또 미래산업의 주역인 이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탓일까? 청년부터 보자. 지금의 청년들은 장래 목표를 찾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찾지 못한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이는 청년 지수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률은 61.3%로 1년 전 61.1%보다 0.2% 상승했지만, 청년 고용률은 1년 전 42.4%에서 42.2%로 역행했다. 실업률 추이도 마찬가지다. 10월 실업률은 3.2%로 1년 전보다 0.2% 줄어든대 반해 청년 실업률은 8.6%로 0.1% 되레 상승했다. 10월 기준으로 18년 만에 가장 높았다. 게다가 체감실업률은 무려 21.7%에 육박, 청년 5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다. 이들의 아픔은 결국 ‘불행복’으로 이어졌다. 재단법인 행복세상의 ‘국민 행복도’를 보면 20대 청년층의 경우 52.3%가 행복하다고 응답, 6년 전 조사 때 66.2%보다 13.9%p 줄었다. 이 조사에서 눈여겨 불만 한 것은 소득과 행복이 비례했다는 점이다. 청년들의 문제는 이뿐 아니다. 통계청이 올 3분기 1인 가구 평균 소득을 따져보니 1년 전보다 6만 1천 원 줄어든 167만 8천으로 나타났다. 주된 원인이 노령층 증가도 있지만, 취업난으로 혼자 사는 20~30대 청년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이 OECD 장기실업자를 조사한 결과, 올 들어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가 월평균 14만 4천여 명이었는데 이 중 청년층이 무려 43.6%를 차지했다. 반면 OECD 회원국 평균은 29.5%였다. 농부(농업ㆍ농촌)로 들어가 보자. 지난해 기준 경기도 농가호수는 12만 2천여 가구, 농가인구는 32만 5천여 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농가의 소득은 4천97만 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겉으로 보아 그럴듯한 액수다. 하지만, 실상은 녹록지가 않다. 농업인들이 농사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이 1천만 원 미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3천여만 원이 농외소득으로 결국 농사가 생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농협이 주도하고 있는 농가 5천만 원 소득시대 행보 또한 이런 농촌 농부의 아픔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희망은 엿보인다. 지난해 전국의 귀농과 귀촌 가구는 각각 1만 2천875가구, 32만 2천508가구로 전년도보다 916가구, 5천99가구 늘었다. 이 중 20~30대 청년 귀촌 자는 무려 44.5%를 차지할 만큼 높았다. 또 최근 농촌진흥청이 조사한 귀농 귀촌 실태를 보면, 20~30대 귀농 귀촌 인은 중노년층과 달리 농촌정착에 어려움이 있어도 농촌 정착을 재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농촌에 정착하려는 청년들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청년 농부 콘서트는 미래농업의 희망 소리다. 농촌을 찾고 또 농업을 이야기하는 청년들에게 용기와 격려가 필요하다. 이날 남경필 도지사의 청년 농부 콘서트 방문이 경기 농업사의 한 획으로 남길 기대해 본다. 김동수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