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포시 예고없이 단수… 주민들 큰 불편

군포시 상당수 지역에서 갑작스런 단수가 발생,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군포정수장 유출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군포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께 군포정수장 유출배관이 터지면서 산본동ㆍ당동 등을 비롯한 군포시 상당수 지역에서 단수가 발생했다. 이날 단수는 6일 오후 3시까지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런 단수로 인해 식당 등 영업점과 아파트ㆍ빌라 등의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인근 약수터에는 물을 뜨려는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후 8시50분께 당동 희망약수터에는 물을 받으러 나온 주민 50~60명이 몰리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당동 우리은행 옆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I씨(62)는 “예고도 없이 오후 7시부터 갑자기 단수가 돼 손님들도 못 받고 애를 먹고 있다”며 “쌓인 설거지라도 하기 위해 물을 받으러 약수터에 부랴부랴 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또 체육공원 아래 약수터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 L씨(34ㆍ여)도 “저녁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려는데 갑자기 물이 안 나와 찬반통까지 들고 나와 물을 받고 있다”면서 “아무 예고도 없이 이런 일이 생겨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군포시는 뒤늦게 일부 주민들에게 단수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문자메시지에는 ‘군포정수장 유출배관 긴급누수 복구공사로 인해 아래와 같이 급수가 일시 중단될 예정이니, 미리 생활용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최대한 물을 아껴서 사용하여 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오후 7시가 돼서야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은 주민들은 자신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미 단수가 발생된 상황에서 ‘긴급 단수 안내’라는 제목의 예고 문자를 보낸 것은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군포시 관계자는 “현재로는 약 15%에 해당하는 고지대 급수지역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복구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훈ㆍ유병돈기자

[아침을 열면서] 내려놓기의 미학

세상 사람들은 다 안다. 돈이든 생각이든 권력이든 무엇 하나 내려놓기가 힘들다는 걸. 세상 사람들은 또 안다. 그중에서도 정치권력이 내려놓기 제일 어렵다는 걸. 미국 오하이오주에 신시내티라는 도시가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신시내티 오케스트라를 떠올릴지도 모르겠고, 야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신시내티 레즈라는 빨간 양말 신은 유서 깊은 프로야구팀을 기억해 낼지도 모르겠다. 신시내티는 킨키나투스라는 로마 장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 어렵다는 절대권력을 내려놓은 분이다. 기원전 458년 로마가 외적의 침입을 받아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겁에 질린 원로원 의원들이 킨키나투스에게 달려가 공화국을 맡아 달라고 애원했다. 평화시의 집정관보다 훨씬 큰 절대권력을 가진 독재관이라는 자리를 만들어줬다. 킨키나투스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몸소 전쟁터에 뛰어들어 적들에 맞서 싸워 로마를 지켜냈다. 역사의 정점은 그다음. 놀랍게도 킨키나투스는 독재관 자리를 곧바로 내려놓고 농장일로 돌아간 것이다. 전쟁영웅에 대한 로마시민들의 뜨거운 성원도 뒷받침되고 있었기에 마음만 먹으면 수십 년 집권이 가능했는데도 말이다. 국가의 위기를 해결하고 즉시 절대권력을 내려놓은 킨키나투스는 자신의 야심보다는 로마 공화정의 정신을 우선하는 공인의식과 권력에 초연한 기상의 전형으로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그 결과 후대에 그의 이름을 딴 도시가 여기저기 생겨났는데 그중 하나가 신시내티인 거다. 부천시 김만수 시장이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라 신선하다. 권력을 내려놓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그리고 재선의 현직시장으로 내년 선거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상황에서 내려놓은 것이기에 더욱 신선하다.김 시장은 얘기한다. “시장을 해보니 부천시의 살 길은 끊임없는 혁신에 있음을 매 순간 절감합니다. 4년은 짧고 12년은 너무 긴 것 같습니다. 더하라고 하면 할 수도 있겠고 여러 구상도 있기는 하지만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치단체장이 법적으로는 세 번, 즉 12년을 할 수 있지만 8년이면 보여줄 수 있는 것 다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12년을 꽉꽉 채우다 레임덕과 측근 비리의 덫에 걸려, 성공한 시장과 군수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김만수 시장은 또 얘기한다. “자신감은 본의 아니게 자만으로 흐를 수도 있고 익숙함은 자칫 안일과 손잡을 수도 있습니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계속 헤쳐가기 위해서 저도 미래를 위한 재충전이 필요하고 부천시도 끊임없이 새로운 혁신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로마장군 킨키나투스를 가장 존경했던 사람이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다. 킨키나투스 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했던 워싱턴 역시 두 번이나 권력을 내려놓는데, 한번은 영국과의 독립전쟁에 승리한 다음 왕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고 고향인 버지니아로 돌아간다. 두 번의 대통령직을 수행한 다음에는, 3선 제한이라는 헌법조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것이 미국 대통령 3선제한이라는 전통으로 이어지게 된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전국 곳곳에 다시 출마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고심하는 단체장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안위, 권력, 또는 다른 할 일 없음을 기준으로 삼지 말고, 민주공화국의 발전과 시민의 안위를 판단기준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마의 킨키나투스, 미국의 조지 워싱턴, 그리고 부천시의 김만수처럼 말이다.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前 경기도 행정1부지사

野 경기·인천의원 ‘SOC 예산’ 확충 촉구

경기도의 내년도 국비반영 총력에도 도내 주요사업 23개가 정부예산안 배정 0원(본보 11월3일자 1면)인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경기·인천 의원간에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놓고 현격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여당 의원들이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수도권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SOC 예산 확충을 강력히 요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3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날 SOC 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성토가 쏟아졌고 여당 의원들은 정부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광주을)은 이날 “내년도 SOC 예산이 감소한 것은 올해 이월 예산액을 고려해 연내 집행 가능한 수준으로 편성했기 때문”이라며 “집행도 안 될 예산을 과다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편성된 예산의 집행률을 높이는 것이 국민 편익과 건설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관석 의원(인천 남을)도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초기에는 SOC 예산이 늘었지만 이후에는 지속적인 감소추세였다”면서 “또한 올해의 경우 평창동계올림픽 사업 예산이 많이 잡혀 있었는데 사업이 완료되면서 예산이 줄어드는 등 착시현상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우현 의원(용인갑)은 “내년도 신규 SOC 사업이 굉장히 많이 줄었는데 SOC 사업도 복지사업”이라며 “수도권 남부 지역 주민들은 출퇴근 시간마다 교통이 마비돼 행복지수가 굉장히 낮은 실정”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바른정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인천 서갑)도 “SOC 사업이 경기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어느 산업분야보다도 높고 그 자체가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이익이 돌아가는 복지예산”이라면서 “따라서 (SOC 예산 확충은) 현 정부가 시행하는 국정운영 방향에도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조정식 국토교통위원장(시흥을)은 “무분별하고 졸속 과정으로 SOC 사업에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을 이루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적절한 수준의 SOC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위는 6일 부터 예산결산기금소위를 열어 예산안 조정에 착수할 계획이다. 여야 10명으로 구성된 소위에는 민주당 윤후덕(파주갑)·임종성, 한국당 이우현·바른정당 이학재 의원 등 경·인 지역 4명이 포함돼 있다. 김재민 구윤모기자

[경기만평] 극진한 접대…

“삼성, 道육상연맹 지원 중단 재고해야”

36년간 경기도육상연맹 회장사를 맡아온 삼성이 올해를 끝으로 지원을 중단키로 해 경기도 체육계에 파장(본보 11월2일ㆍ3일자 1면)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육상계와 체육계 원로들이 삼성의 재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5일 도내 육상계와 체육계 원로들은 “삼성이 1981년 인천시와의 분리 이후 36년간 경기도 육상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경기도 육상이 명실공히 대한민국 육상을 앞장서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번 삼성의 도육상연맹 지원 중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이에 따른 여파로 기업들이 문화ㆍ체육계에 대한 지원 동력을 잃게 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체육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데 따른 인센티브 제공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육상계 원로는 “IMF 등 그동안 어려 차례 어려움 속에서도 삼성은 꿋꿋이 경기도 육상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참 고마운 기업이었다”라며 “그런데도 갑자기 지원 중단을 결정한 배경이 궁금하다. 어렵겠지만 다시 한번 많은 육상 꿈나무들을 생각해서라도 지원 중단을 철회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 육상계와 체육계 원로들은 삼성의 육상연맹 지원 중단이 자칫 체육계에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면서 도와 도체육회 등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황선학기자

‘지역균형발전 5개년 기본계획사업’ 순항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5개년 계획으로 추진 중인 ‘지역균형발전 5개년 기본계획사업’ 40개 중 30개가 추진되는 등 순항하고 있다. 5일 도와 의회에 따르면 양 기관은 지난 10월 16일부터 11월 1일까지 지역균형발전 5개년 기본계획에 포함된 사업현장 40곳을 점검한 결과, 7곳이 준공을 마쳤고 현재 공사 중인 사업장이 15곳, 실시설계 사업장이 8곳 등 모두 30곳이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균형발전사업은 ‘지역균형발전 5개년 기본계획(2015~2019년)에 따라 낙후 지역 6개 시군(연천, 가평, 양평, 여주, 포천, 동두천)을 대상으로 문화관광, 생태농업, SOC 확충 등 40개 사업에 2천463억 원을 투자하는 사업이다. 이중 연천 국도 37호선 남계교차로 개설사업, 양평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중부내륙고속도로 강상IC설치사업, 용문산 자연휴양림 시설확충(보강)사업, 여주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제2영동고속도로 동여주IC설치사업, 동두천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사업 7곳이 준공됐다. 연천 고대산 자연휴양림 조성사업, 강을 따라 만나는 연천 조성사업, 가평 체육시설 확충사업, 핵심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 양평 백안∼대흥간 도로 확·포장 공사 5곳은 올 연말까지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주상절리를 테마로 한 임진강 레저파크 조성사업, 가평 구역사 일원 도시재생사업 등 10곳의 사업장은 공사가 한창이며, 여주 농촌 테마파크 지역자원 연계사업, 동두천 산림휴양형 MTB체험단지 조성사업 등 8곳의 사업장은 실시설계를 마친 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백안~대흥 간 도로확포장공사 현장을 찾았던 김승남 도의원(양평1)은 “이 사업은 국립교통병원과 올해 준공예정인 종합운동장의 이용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특히, 2018년 도민체전을 개최하기 위해서는 연말까지는 사업이 준공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일 도 균형발전담당관은 “이번 합동점검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사업 추진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해 도의원 역시 많은 공감을 표했다”며 “현재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만큼 앞으로도 내실있는 사업추진과 재원 확보를 위해 도의회와 지속적인 소통과 협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일형기자

의정부 하수처리 슬러지 감량화 시설… 성능시험 짜맞추기 논란

의정부시가 95억 원을 들여 설치한 하수처리 슬러지 감량화시설이 시운전과정에서 함수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설계와 달리 ph 조절제(응고제) 등을 투입해 맞춘 것으로 확인됐다.특히 설계사 측은 이 같은 개선조치 없이 성능이 보증돼야 한다고 밝혀 준공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ph는 물의 산성이나 알칼리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수소 이온 농도 지수를 뜻한다. 5일 시에 따르면 95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2013년 7월 시작한 하수 슬러지 감량화를 위한 설비를 마치고 지난 4월부터 종합 시운전에 들어갔다. 하수 슬러지 감량화사업은 수도권매립지로 반출, 처리하고 있는 하루 80t가량의 하수 슬러지를 함수율을 낮춰 40t으로 줄인 뒤 하수처리장 옆 소각장에서 태워 처리비를 줄이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슬러지 함수율을 79%대서 60%대로 낮춰줄 전기탈수기(시간당 2t 처리) 3대를 설치했다. 시는 제품의 안전성과 표준 적합성을 따져 인증해주는 한국화학융합연구원에 함수율 검사를 의뢰했으나 60%가 나오지 않자 10월 13일까지인 종합 시운전기간을 오는 15일까지 연장했다. 다시 지난 10월 12일 시공사, 책임감독 입회 아래 시료를 채취,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함수율 측정을 의뢰했고 잉여 슬러지 58.6%, 소화 슬러지 57.4% 등 함수율 60% 미만으로 합격 수치를 확보했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시는 조만간 사업 준공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 함수율 측정 결과는 ph 조절제(응고제)라는 약품 투입과 강제 송풍으로 순간 증기배출을 할 수 있는 증기배출 촉진장치를 부착해 얻은 것으로 기본 및 실시설계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설계를 맡은 D 설계사무소는 이 같은 추가 조치 없이 목표한 함수율이 나올 수 있도록 성능을 보증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탈수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시의 묵인 아래 시공사가 ph 조절제 (응고제)등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성능이 제대로 안 나오면 개선조치를 하게 돼 있다. 추가된 개선사항은 감독관의 지시에 의한 것이다. 현재 이를 인정하느냐를 놓고 설계사, 감독관, 제작사가 협의 중이다. (시는) 시방서와 설계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감리는 H 엔지니어링과 K 엔지니어링 등 2개 회사가 맡고 있다. 시가 수도권매립지에 매립하는 하수슬러지는 연간 2만6천t으로 지난해만 처리비용이 34억 원이 들었다. 슬러지 감량화 사업이 제대로 되면 처리비용은 한해 22억 원 정도로 10억 원 내지 12억 원 정도 줄어든다. 의정부=김동일기자

[경기천년 999+1, 경기도의 思想과 思想家] 34. 풍석 서유구, 스스로 유배돼 백과전서를 편찬하다

“왕공들이 조정에 앉아서 도를 논한다고 하는데 그들이 논하는 도가 도대체 어떠한 것이며, 사대부들이 일어나 일을 한다고 하는데 그들이 한다는 일이 도대체 어떠한 것인지를 나는 알 수가 없다. 어찌 공업이 말단의 기예라고 하여 천하게 여길 수 있는 것이겠는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실린 풍석 서유구(楓石 徐有, 1764~1845)의 말이다. 공업을 경시하는 사대부들의 태도를 매섭게 비판한 서유구는 다산 정약용(1762~1836)과 함께 19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이다. 흥미롭게도 서유구와 정약용은 여러모로 닮았다. 규장각에서 일했으며 초계문신에 뽑혀 정조의 직접적인 가르침을 받았던 사실부터 위기의식을 느끼며 민생을 구제할 방안을 찾기 위해 힘써 노력하다가 정조가 서거하면서 고난의 긴 세월을 견뎌내야 했다.18년 동안 유배를 살았던 정약용처럼 서유구도 비슷한 시기 정계에서 밀려나 18년 동안 은거하며 저술에 몰두했던 것이다. 서유구는 말년에 정약용의 고향인 두릉에 살았는데 홍석모라는 학자가 그곳을 지나다가 이런 시를 지어 존경의 마음을 표시했다. 다산이 꿈꾼 사업은 진귀한 책상자에 남았는데 풍석의 빼어난 문장은 경제 연구로 깊어 가네. 오늘날 두릉 강변은 명사들의 세상 문성(文星)이 모여 있다 다투어 말하네. 풍석 서유구 초상화 실생활에 필요한 농업과 의학, 산업의 발전을 추구하는 학문에 힘썼던 서유구는 “경서에 뿌리를 두고 역사에 의거한 문장으로 경제 실용의 학문에 정력을 다 바쳤다”는 찬사를 들었다. 경세치용에 주력했던 정약용과는 달리 이용후생에 집중했던 서유구는 농업과 공업을 중심으로 한 실용의 학문에 종사하겠다는 뜻을 이렇게 밝혔다. “나는 일찍이 유가 경서를 연구하는 학문에 종사한 적이 있는데, 말할 만한 것은 옛사람이 벌써 다 말해버렸으므로, 내가 또 재차 말하고 또 다시 말한들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내가 일찍이 세상을 경영하는 학문에 종사한 적이 있었는데 선비가 궁리하고 짐작하여 하는 말은 흙으로 끓인 국이요 종이로 만든 떡일 뿐이라, 아무리 잘한들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 시련 속에서 집안의 학문인 농학을 집대성하다 1764년에 태어난 서유구의 아버지는 규장각 직제학을 지낸 서호수(徐浩修, 1736~1799)이고 할아버지는 대제학을 지낸 서명응(徐命膺, 1716~1787)이며, 작은 할아버지 서명선은 영의정을 지냈다.작은할아버지 서명선(1728~1791)은 영조 말년에 정조를 제거하려던 홍인한을 탄핵하여 정조의 즉위를 도왔으며, 정조 초기에 세도를 장악한 홍국영을 축출하는데도 앞장을 섰던 인물로 영의정까지 올랐던 정조의 최측근이다.서유구는 할아버지와 숙부 서형수(1749~1824)에게 문장과 경학을 배웠다. 할아버지를 따라 평양에서 지내고, 선산이 있는 경기도 장단에서 독서에 열중하던 서유구는 20세 무렵부터 서울로 올라와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던 연암 박지원, 형암 이덕무, 초정 박제가 같은 북학파들과 어울리며 이들의 개혁사상을 배웠다. 1790년에 과거에 급제하면서 벼슬을 시작한 서유구는 규장각과 예문관에서 일하며 다양한 서적을 편찬하고, 순조 초에는 성균관 대사성과 홍문관 부제학을 지낼 정도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순창군수로 재직하던 1798년에 국왕 정조의 구언(求言)에 따라 응지소를 올렸는데, 이때 서유구는 토지 소유의 상한선을 정해 농토가 없는 농민에게 토지가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을 펴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아울러 수리시설을 갖추고, 농기구를 개량하며, 새로운 농서를 편찬할 것도 제안했다. 각 도마다 농업전문가를 배속시키고 이들에게 그 지방의 풍토와 산물, 씨를 뿌리고 김을 매는 시기, 농업개량에 관한 경험 등을 상세히 작성하여 보고하도록 하여, 조정은 이를 토대로 새로운 농서를 편찬하자는 것이다. 1806년, 서유구는 일생 최대의 시련을 맞는다. 우의정으로 재직하던 벽파 김달순이 정조의 유지를 위배했다는 형조참판 조득영 등 시파들에게 탄핵을 받고 강진에 유배됐다가 사사되는 ‘김달순옥’이 발생했다. 이 옥사에 연루된 숙부 서형수가 유배되자 홍문관 부제학으로 재직하던 서유구는 자진해서 벼슬을 버리고 은거를 시작했다. 가문은 한순간에 몰락했다.18년이 지난 1824년에 서유구는 비로소 정계에 복귀할 수 있었다. 예순을 넘긴 나이였다. 다시 시작한 벼슬길은 순탄했다. 양주목사와 강화유수, 대사헌과 공조판서, 형조판서를 지내고 비변사 제조와 예문관 제학, 호조판서, 홍문관 제학 같은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73세 때 수원유수에 임명되었을 때 상소를 올려 사직을 청했으나 허락되지 않았다. 2년 동안 수원유수로 재직하면서 ‘화영일록’이란 행정일기를 남겨 후임자들이 행정사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1845년, 경기도 광주 두릉의 집안에서 거문고 연주를 들으며 운명했다는 서유구의 무덤은 경기도 장단군 금릉리에 있다. ■ 실용의 책을 펴내 생활을 이롭게 하다 주자성리학에 대한 반성으로 명물도수지학을 연구했던 서명응의 학풍은 아들 서호수와 서형수에게 계승됐다. 이러한 집안 분위기에서 성장한 서유구 역시 심성론 위주의 의리지학에서 벗어나 가학인 명물도수지학을 익히고, 경학을 연구할 때도 중국에서 유행하던 고증학적 태도와 방법을 적용했다. 젊은 날에 사숙한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학문태도는 서유구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박지원은 “이제 반고와 사마천이 다시 태어나더라도 결코 반고와 사마천을 배우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의 사람’으로서 ‘지금의 글’을 써야 한다는 ‘법고창신’의 문학사상을 강조했다. 전통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박지원의 문학관은 풍석 집안의 문학관과 일치했다.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가 서유구를 따랐던 것도 두 집안이 대를 이어 교유했던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1820년 무렵에 지은 ‘의상경계책(擬上經界策)’은 서유구의 현실인식과 개혁의지를 잘 드러내는 중요한 글이다. 핵심은 국영농장인 둔전을 널리 설치해 농업생산력을 높이고 땅이 없는 농부에게 농토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당시 영세소농과 농토가 전혀 없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농토가 없는 농민들에게 땅을 공급할 방안을 모색하면서 제기한 것이 둔전론이다.둔전을 통해 농민들의 경제적 평등을 이루고 농업생산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10경(頃ㆍ약 14만5천454㎡) 단위의 농장에 농가 5세대와 소 4마리, 수레 2대를 배정해 집단으로 경작할 것을 제안했다. 국유지인 둔전에서 나라가 제공한 소와 수레를 이용하여 공동으로 경작하면 농민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정약용의 농업개혁론이 농민위주의 개혁론인 반면 서유구의 농업개혁론은 지주와 농민의 입장을 함께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서유구는 “우리나라의 선비가 고담성명은 하지만 오곡의 이름도 분별하지 못하며, …농업에 마음을 두지 않기 때문에 갑자기 지방관이 되었을 때 곤란을 겪는다”며 이기(理氣)와 심성만 따지는 주자학의 관념적 학문풍토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신 선비들이 생산 활동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면서 농학(農學)이야말로 선비에게 꼭 필요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평소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서유구는 정계에서 밀려난 1806년부터 아들 우보의 도움을 받으며 농학연구에 몰두하여 ‘임원경제지’를 펴냈다. 이 책은 조부 서명응의 ‘고사신서 농포문’과 부친 서호수의 ‘해동농서’를 잇는 것으로 114권 52책이나 되는 대작거질이다. ‘임원경제지’는 농업서적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는 모든 것을 다룬 책으로 입고 먹는 것, 사는 집과 그것을 마련하기 위한 모든 행위를 망라하고 있다. 일흔한 살이 되던 1834년에 고구마의 재배와 그 이용에 관한 ‘종저보’를 펴내기도 했다. 이처럼 실용서적을 펴내 민생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던 서유구의 외침은 우리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날 헛되이 곡식만 축낼 뿐 세상에 보탬이 되지 않는 자로는 저술하는 선비가 실로 우두머리라고 말하겠다. 그중 용렬한 자는 가짜를 빌리고 품을 팔아 죽은 사람의 울타리 아래에 붙어사는데, 좀 똑똑하다는 자조차도 궤변을 늘어놓으며 이치 속으로 숨어들고 허위를 꾸미며 실용에 절실하지 않고, 쓸모없는 학문에 정신을 소모시킨다” 김영호 한국병학연구소

기부문화 위축될라… 모금단체들 불안불안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13억 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연말연시를 앞둔 기부금 모금단체들이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5일 경찰과 기부금 모금단체 등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딸의 친구인 여중생 A양(14)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을 구속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기부금으로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기부 모금단체들은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움츠러든 분위기를 우려하며, 연말까지 건전한 기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랑의 열매’ 경기 사랑복지공동모금회는 이달 23일 ‘2018 희망나눔캠페인’ 캠페인 출범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내년 1월까지 진행되는 캠페인은 지난해와 달리 도내 일부 지자체와 함께 한다. 경기 사랑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기부 문화의 위기라고 말하지만, 모금단체들에게는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여기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도 자원봉사자와 후원자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산타원정대’ 캠페인을 변함없이 올해도 진행할 예정이다.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모금단체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오히려 건강하고 건전한 기관들이 검증 받을 기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나눔 문화를 확산하고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민훈기자

“행복지수 1위 비결? 베풀며 가진 것에 만족해요”

“행복은 순간이 아닌 영원한 것입니다. 언제나 내 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수원 쉬즈메디병원에서 열린 인문학 강의에서 강사로 참여한 부탄 청년, ‘린첸 다와(Richen Dawa)’가 말한 ‘행복’이다. 부탄은 세계에서 ‘국민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2010년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148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부탄이 1위에 올랐다. 인구 약 75만 명, 면적은 우리나라 4분의 1,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천804달러(약 317만 원)에 불과한 부탄이 행복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늘 궁금해한다. 린첸은 “부탄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지만,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해 만족할 줄 안다”며 “인연을 중시하고, 살아가면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편안하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풍부하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탄에서 국립고등학교에 다닌 그는 2012년 국가장학금을 받아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하게 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지금은 ‘한국은 나의 인연’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한국을 사랑하지만,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그는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한국은 모든 것이 훌륭한 나라입니다. 저는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부를 만큼 사랑하죠. 하지만 한국에 처음 와서 사람들을 보고 놀랐어요. 무언가에 항상 지쳐 보였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런 문화도 많이 사라진 것 같더라고요.” 그런 린첸은 대학시절, 친구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하며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었다. “한국 친구들은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어요. 학업, 취업 준비로 항상 여유가 없었죠. 많은 친구가 ‘부탄 사람들은 정말 행복하냐’고 물었어요. 그때부터 부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온 것 같아요.” 이제는 각종 방송과 강연 활동으로 부탄의 일상을 전하며, 그들의 행복 비결을 알리고 있다. “부탄에서는 물질적 풍요로움이 모든 것을 좌우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것에 만족하고, 주변이 잘돼야 나도 잘된다는 생각으로 항상 베풀면서 살아가죠. 가난한 나라지만, 밥을 먹지 못하거나 집이 없는 사람이 없어요.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부탄에서도 한국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중앙대 교수님들과 부탄에서 한복을 알리는 전시를 개최했습니다. 이후 방송의 다큐멘터리 제작, 한류콘서트 개최 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양국을 오가며 다양한 일을 할 계획이다. “한국과 부탄은 서로에게 배울 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한국의 발달한 기술에 부탄의 정신적 행복이 함께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죠.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양국의 교류에 앞장서겠습니다.” 송시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