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수도권 규제 34년, 이제는 풀어야 할 때

1966년 1조 659억원에서 2016년 1천485조원으로 1천400배 증가, 1인당 국민소득도 130달러에서 2만8천 달러로 215배 증가. 이것이 지난 50년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타난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 기록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2%대 경제 성장률에 머물러 있으며 한국은행은 2016~2020년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2.8~2.9%라고 발표, 2%의 저성장이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이 저성장의 기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 수도권 정비 계획은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억제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통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나 1983년부터 현재까지 약 34년 동안 수도권 규제는 국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수도권 규제로 인해 62개 기업이 공장 신·증설 투자 타이밍을 놓쳐 3조 3천329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고, 투자철회 등으로 1만 2천59개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수도권 규제로 투자계획을 철회하거나 공장을 해외 또는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은 총 37개로, 투자포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8천73억원, 해외이전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은 1천530억원 등 총 9천603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지역의 외국인직접투자액(IFDI: Inward FDI)보다 수도권 지역에서 빠져나간 해외직접투자액(OFDI: Outward FDI)이 2.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도권지역 외국인직접투자액(IFDI)은 469억8천만 달러이지만, 수도권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누계액은 1천227억5천600만 달러로 757억7천600만 달러의 순자본 유출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직접투자의 연평균 증가율 또한 수도권은 6.11%로, 전국 10.6%, 비수도권 15.33%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보전권역의 경우 공업용지 및 공장건축 신ㆍ증설 면적을 제한(6만㎡ 이하 소규모 산업단지 조성만 가능)하고 있다. 또한 대학 입지는 수도권 내에서도 타 권역에 비해 과도한 대학 입지규제를 적용받아 대학원대학, 전문대학, 소규모(50인) 대학의 이전만 허용(타 권역 대학의 이전 금지)하고 4년제 대학 및 교육대학의 신설은 금지하고 있는 등 과도한 규제로 인해 지역 경제활성화에 큰 불이익을 받고 있다. 현재 공기업 154개 중 146개가 지방으로 이전했다. 또 서울에서 부산, 목포까지 KTX로 약 2시간30분이면 갈 수 있다. 수도권 규제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유지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수도권 규제정책을 폈던 영국, 프랑스, 일본은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1980년대 이후 수도권 집중억제 정책을 폐기하고 수도권 경쟁력 강화 정책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일본만 해도 2000년 초반부터 도쿄에 첨단공장을 허용하는 등 수도권 규제를 풀어 해외로 나갔던 기업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게 했다. 새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이 일하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적폐인 수도권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수도권 규제는 그동안 득보다 실이 컸으며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법 취지와 상반된 결과를 초래하고 적폐가 되어버린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이제 철폐돼야 한다. 이우현국회의원 (자유한국당용인갑)

[기고] ‘간호인력 대란 위기’ 간호조무사로 극복할 수 있다

▲ 김길순 정부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치매 국가책임제, 1차 의료기관 만성질환 관리사업, 환자 안전법 및 감염관리 강화 등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정책적 환경 변화에 따라 최우선적 과제로 간호인력 수급이 부각되고 있다. 1967년도에 장관면허로 탄생한 간호조무사 직종은 간호사, 광부와 함께 파독인력으로서 당시 파독인력 중 절반에 가까운 인력으로 라인 강의 기적을 한강의 기적으로 이루어냈고, 가족계획결핵관리모자보건예방접종 등 국가통합보건사업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국민 여론상 간호조무사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다. 간호인력 100만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에도 자격 배출자 수는 간호사의 2배 수준이며, 활동인력도 전체 보건의료인력의 1/4, 전체 간호 인력의 1/2를 차지하고 있어 간호조무사는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보건의료인력 및 간호인력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직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간호조무사 직종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보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왜냐하면 간호조무사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간호조무사 대부분은 사설 간호학원에서 정원 통제도 없고, 표준화된 교육과정도 없이 양성하여 저임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간호조무사 임금 및 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위반(48.6%), 연차휴가수당 미지급(53.8%), 휴일근무수당 미지급(50.2%), 최저임금 미만 지급(13.8%) 등 매우 열악한 근무환경과 차별적 처우 속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환경 및 처우개선은 간호조무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건강복지증진을 위한 양질의 간호 서비스 제공을 위한 것이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간호조무사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정당한 대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와 치매 국가책임제 등으로 간호인력 수급문제가 대란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해 온 것과 같이 저임금과 간호조무사의 질 관리 없이는 간호조무사 활용이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을 포함해서 전문교육 등을 통해 간호조무사의 질을 향상시키고 근로환경 및 처우개선 대책을 마련하여 각종 국가 보건의료정책사업의 필수인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력수급 문제 해결과 함께 국민에게 양질의 간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속히 발전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길순경기도간호조무사회장

[사설] 아들 문제 덮고 도정에 전념하는 南 지사 / 옳은 선택이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도정 현안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20일 하남 버스환승공영차고지에서 열린 2층 버스 개통식에 참석했다.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광역 버스 준공영제의 변함없는 추진을 약속했다. 앞서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개최된 경기도 빅포럼에도 참가했다. 기조연설은 물론 토크 콘서트까지 예정됐던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자신이 주창하고 있는 공유경제, 일자리 창출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빅포럼 기조연설에서 그는 “제가 행복해 보이진 않을 것이다…여러분의 위안과 격려를 통해 행복을 회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빚어진 아들 문제에 대한 심경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어진 발언에서는 도정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이어갔다. 특히 일자리 창출 문제에 대한 설명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던 종래 입장을 계속했다. ‘수도권 규제 혁파 없이는 4차 산업혁명도 없다’고도 했다. 19일 아들의 체포 소식이 전해졌을 때 남 지사는 독일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했다. ‘아비된 도리’에서 이해할만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1천300만 도민을 대표하는 도지사라는 입장에서 보면 여간 유감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도정에 전념하는 도지사의 모습이 옳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본보도 그런 주장을 남겼었다. 그래서 다행스럽다. 다시 도정에 전념하고, 도민과 교감하는 행보를 높이 산다. 지사직 사퇴 등의 정치적 책임을 거론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있다. 내년 지방 선거에서 남 지사에게 큰 장애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이 1천300만 도민의 생각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아들의 긴급체포 소식이 들리는 순간 도민이 걱정한 것은 도정 공백이다. 지사가 칩거에 들어가고, 도정 현안들이 ‘대리 경영’의 국면으로 가는 상황을 가장 우려했다. 일단 그런 걱정을 덜게 된 것이라 보인다. 사건 초기 우리는 두 가지 점을 살폈다. 하나는 마약을 밀반입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도지사 아들’이라는 특수 신분이 악용되었느냐다. 경찰 수사 결과 이런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투약 행위를 남 지사가 현실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느냐다. 성인인 아들이 별도의 거소에서 은밀히 저지른 행위로 밝혀졌다. 남 지사의 관리 소홀을 따져 물을 개연성이 없다. 그렇다면 ‘아버지 책임’ ‘현실적 책임’은 구분되어야 한다. 남 지사가 거듭 강조했던 ‘아들 잘못에 대한 무한책임’. 그 무한책임에 가장 앞선 순위는 지금처럼 도정에 더욱 전념하는 것이다.

[사설] GS건설, 품질검수 받고 하자있으면 조치해야

경기도의 ‘공동주택 품질검수제도’는 30세대 이상 도내 아파트를 대상으로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들이 입주 전 하자를 사전 검점하는 제도다. 2006년에 전국 최초로 도입했고, 2010년 품질검수에 관한 설치·운영 조례까지 제정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아파트 품질검수 자문단’은 현재 100명이 활동하고 있다. LH공사와 한국건설관리공사, 교통안전공단 등 13개 유관 기관으로부터 추천받은 건축·구조·토목·조경·전기·기계·소방·교통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건물 골조완료 이후와 사용검사 이전 두 차례에 걸쳐 입주자 생활편의와 안전 등 아파트 품질 전반에 걸친 검수를 실시하며, 준공 후 사후검사에 이르기까지 최대 3차례 검수에 나선다. 이를 통해 입주자와 시공사 간 분쟁을 사전 예방하고, 부실시공을 막아 주택 품질을 높인다는 것이 도의 목표다. 도는 지난 10년간 73만7천여 세대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품질검수를 실시했다. 이 제도는 다른 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품질검수 제도에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품질검수가 자문·권고에 그쳐 시공사가 이를 거부하면 지자체와 품질검수 자문단도 도리가 없다. 최근 동탄 부영아파트에서 보듯 남경필 지사가 현장을 몇 차례 찾아 시공사를 비판한 이유도 법적인 제재 방안이 없기에 압박이라도 해보려는 것이었다. 실제 검수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도는 해당 시군과 시공자에 결과를 통보해 시정조치를 유도하고, 해당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한다. 그러나 조치가 이행되지 않아도 제재 근거가 없어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렵다. 이에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광명시 일직동에 지상 28~37층 7개동, 총 875세대 규모의 ‘광명역 파크자이 1차 아파트’를 준공한 GS건설이 품질검수 자체를 거부해 비난을 사고 있다. 도가 실시한 1, 2차 검수에서 48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는데 3차 품질검수는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다’라며 외면하고 있다. 아파트는 입주가 시작됐고, 입주민들은 지하주차장 외벽 균열과 천장 결로 등의 하자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GS건설이 품질검수를 거부하자 입주민들은 ‘3차 품질검수에 즉각 응하라’는 민원을 6만5천건이나 제기했다. 광명시도 ‘품질검사 사후점검(AS) 수요조사 촉구’ 공문을 발송했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라는 GS건설의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 수억원짜리 아파트다. 몇만원짜리 상품도 불량이면 AS를 받거나 반품을 하는데 GS건설의 하자 외면은 무책임한 처사다. 당장 품질검수에 임하고, 하자가 있다면 보수 조치해야 한다. 당국은 부실시공 업체에 대해 강한 제재를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지대] 킬리만자로의 희망연가

지난 13일 이른 아침 시간. 카톡 한 통이 날아왔다. “김 기자님이 써 주신 기사를 읽고 많은 절단 장애인들이 용기와 희망을 가질 겁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절단 장애인 14명과 함께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스와힐리어로 ‘번쩍이는 산’이라는 뜻) 정상 등정에 성공한 ‘2017 킬리만자로 희망원정대’ 이병국 대장(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리계장)이 보낸 메시지였다. 이번 원정대에 참여한 14명의 장애대원들은 선천적 장애를 안고 태어난 고교생 대원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교통사고 등 불의의 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된 이들이다. 후천적 절단 장애인들은 정상적인 삶을 살았던 과거의 틀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 채 사회로부터 스스로 벽을 쌓아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에게 비슷한 처지에 놓인 장애대원들이 6천m에 육박하는, 험중한 산 킬리만자로 정상에 우뚝 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 용기를 주기에 충분한 자양분이 됐을 것이라는 게 이 대장의 설명이다. ▶사실 히말라야 8천m급 14좌 봉과 북미 최고봉 매킨리(6천194m),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천895m) 등은 각 대륙의 가장 높은 산이라는 자부심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 등반 및 등정이 어렵거나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전 세계 수많은 산악인들이 이들 최고봉을 오르다 혹은 내려오다가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만큼 일반인들에게 쉽게 등정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다. 그런 킬리만자로에 절단 장애를 가진 대원들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죽음의 문턱을 경험케 한다’는 고산병마저 넘어선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교롭게도 절단 장애대원들이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르던 날.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된 주민설명회에서 장애우 부모들이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반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호소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신체의 장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비보’가 될 수 있다. 누구도 미래의 일은 모르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 되는 사회, 그 속에 또 다른 대한민국의 희망이 싹튼다는 것을 우리 모두 가슴속에 새겨보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데스크 칼럼] 이데올로기보다 도민과 국민이 먼저다

역대 민선 경기지사를 두 글자로 평한다면 임창열 지사는 ‘행정’이다.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면 법도 바꾸는 코뿔소 같은 추진력은 경기 공직자뿐만 아니라 중앙 부처 공무원들도 인정하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손학규 지사는 ‘중도’로 정치력과 행정을 절충하는 화합 스타일이다. 김문수 지사는 ‘꼼꼼’이다. 작은 사업 하나라도 직원들의 보고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보고 납득할 때까지 따지고 또 따져본다. ‘7급 주사보’ 별칭도 이 때문이다. 1기 이인제 지사는 임기 도중 사퇴해 제외한다. 그렇다면 민선 6기 남경필 지사는 어떨까. 어느덧 3년의 도정을 이끌어 온 남 지사는 ‘연정(聯政)’이다. 남 지사의 연정은 독일 슈뢰더 전 총리의 개혁과 대타협이 모티브다. 남 지사가 정치적 동지애를 갖고 있는 슈뢰더 전 총리는 2003년 노동시장ㆍ산업ㆍ조세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의 ‘아젠다 2010’이라는 국가개혁을 추진한다. 사회민주당 출신의 중도좌파 수상인 그가 노동자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정권임에도 복지 지출 감소, 기업 소득세 완화 절세 등 성장 중심의 우파 노선을 택했다. 좌파 수상이 복지ㆍ분배보다 경제 성장을 우선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지만 결단을 내린 것이다. 당연히 인기는 곤두박질치고 지지기반마저 등을 돌리면서 총선에 패배해 수상직에서 물러났다. 그럼에도 지지기반의 반발을 감수하고 정책을 추진한 이유는 단 한 가지. 자신의 조국 독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는 나라와 미래를 위해 선거 패배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한 이유다. 더 놀라운 점은 슈뢰더 전 총리의 정권을 이어받은 중도우파 기독민주당의 메르켈 수상이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당이 추구하는 바는 달라도 국민을 위한 정책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유럽의 병자(病者)’라는 비아냥 소리를 듣던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우리나라 정치현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전 정권의 업적을 지우고 매도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씁쓸한 현실이다.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정치권이 협치(協治)를 외치고 있지만 여야는 “골목대장”, “조폭정권” 등 서로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여전히 쏟아내며 설전(舌戰)을 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기분 좋게 합의, 해결되는 것이 없다. 매사 네 탓만 하며 발목 잡기에 급급해 ‘골든타임’을 놓친다. 그 힘든 일을 남경필 지사가 하고 있다. 연정을 하면서 집행부와 의회, 의회 정당 간 새로운 시스템으로 혼란을 겪고 파행 위기도 여러 번 있었다. 최근에는 ‘일하는 청년시리즈’ 3개 사업을 놓고 집행부와 의회가 팽팽한 기싸움을 하며 본회의가 몇 차례 연기됐지만 양측이 합의문에 전격 서명했다. 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남 지사의 역점사업을 모두 수용한 것이다. 청년 실업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해소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에 공감하고 손을 맞잡는 통 큰 대타협은 우리 정치에 큰 교훈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차기 경기지사를 운운하며 연정에 대해 섣부른 여러 예측이 떠돈다. 박승원 민주당 대표가 지난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정치를 위한 연정인지, 도민을 위한 연정인지’. 그가 청년 일자리 정책에 합의한 뒤에 올린 글이라 쉬 넘길 수 없다. 알듯 모를 듯한 이 문구 행간에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政治)는 정도(正道)다. 보수ㆍ진보의 이데올로기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도민, 나아가 국민이다. 김창학정치부장

외래식물에 잠식당한 세계관개시설물 유산 ‘수원축만제’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가 지정하는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된 ‘수원축만제’가 생태계 교란식물이자 식물계의 저승사자로 알려진 ‘가시박’에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가시박은 강한 번식력으로 이 일대 식물들을 고사시키고 있지만 관할 관청인 수원시는 인력 부족 등으로 제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1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권선구 서호공원. 현재 ‘서호’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 수원축만제 일부 제방 하단에는 생태계 교란 종인 ‘가시박’이 뒤덮여 있었다. 호박잎처럼 생긴 가시박은 이 일대 버드나무에 칡처럼 감겨 있었고, 주변에는 지난해 미처 제거하지 못해 말라버린 가시박 줄기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지난 2009년 환경부가 ‘생태계 교란 외래식물’로 지정한 가시박은 번식력이 강해 다른 식물을 뒤덮어 고사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가시박 줄기 또는 열매의 가시에 찔릴 경우 피부병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산책로를 동반하는 공원 일대에 퍼진 가시박은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 축만제를 찾은 S씨(43)는 “이 일대에 생태계를 교란하고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가시박이 퍼져 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지자체가 하루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정주부 P씨(48)도 “처음에 축만제 제방 아래를 봤을 때 뒤덮여 있는 식물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오늘에서야 가시박인지 알았다”면서 “외래식물이 축만제 일대의 생태계를 망가뜨리기 전에 지자체 차원에서 제거 작업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하천변이나 제방에 자라나는 가시박의 경우 5~6월에, 또 꽃이 피기 이전인 7월 초나 종자가 익기 전인 8월 말에 가시박 줄기의 밑둥치를 낫으로 제거해야만 종자 생성을 막아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 소장은 “지자체에서 제대로 된 제초 방식을 숙지하지 못해 가시박 제거가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가시박에 찔리면 감염될 수 있는 만큼 정부 또는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원시는 가시박이 워낙 생명력이 질긴데다가 제거 작업에 나설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적은 인력으로 관리하는 만큼 가시박 제거가 쉽지 않다”며 “22일까지 축만제 전역에 걸쳐 대대적인 가시박 제거를 진행할 방침”고 말했다. 정민훈·수습 정금민기자

경기대 이정훈, 대학장사씨름 용장급 시즌 V3 ‘으랏차’

이정훈(경기대)이 제9회 전국대학장사씨름대회에서 개인전 용장급(90㎏ 이하)에서 우승, 시즌 3관왕에 오르며 최강의 기량을 과시했다. ‘명장’ 김준태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는 이정훈은 21일 전남 구례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대회 2일째 개인전 용장급 4강전서 강성인(경남대)을 2대0으로 완파한 뒤, 대망의 결승전서 손광복(울산대)을 멋진 뒤집기 기술과 뒷무릎치기로 연속 모래판에 뉘여 2대0 승리를 거두고 우승했다. 이날 우승으로 이정훈은 올 시즌 학산배대회(4월) 대학부 우승과 전국선수권대회(6월) 선수권부 정상에 이어 시즌 3관왕에 올랐다. 또 장사급(145㎏ 이하) 결승전서는 장성우(용인대)가 정연민(영남대)을 맞아 덧걸이와 들배지기로 2대0 완승을 거두며 정상을 차지했다. 장성우도 올 시즌 증평인삼배(5월)와 시ㆍ도대항대회(8월) 우승에 이어 시즌 3개 대회서 패권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인하대 선수끼리 맞붙은 용사급(95㎏ 이하) 결승서는 이영준이 염이용을 2대0으로 일축하고 우승한 반면, 청장급(85㎏ 이하)서 시즌 3관왕에 도전한 정창욱(경기대)은 황정훈(용인대)에 결승서 1대2로 아쉽게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 밖에 소장급 김재우(용인대), 용사급 이재훈(경기대), 장사급 윤민석(이상 경기대)은 3위에 입상했다. 한편, 대학부 단체전 8강전서 경기대는 울산대를 접전 끝에 4대3으로 누르고 4강에 진출, 인하대와 결승행을 다투게 됐다.황선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