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경의중앙선 선로에서 새벽에 철도 점검용 기관차 간 추돌사고가 발생, 40대 기관사가 숨지고 철도점검 작업원 6명이 다쳤다.특히 이들 기관차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수송 지원을 위해 시험 운전했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가 요구되고 있다. 13일 경찰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4시50분께 양평군 경의중앙선 양평역과 원덕역 사이 구간 원주 방향 철로에서 P씨(46)가 몰던 기관차가 앞서 가던 기관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P씨가 숨지고 장치 시험을 위해 양쪽 기관차에 탔던 L씨(64) 등 철도점검 작업원 6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이날 사고로 철로 침목 30여 개도 훼손됐다. 이들 기관차는 여객열차를 연결하지 않은 채 각각 5분 간격으로 서원주역에서 출발, 양평역까지 새로운 자동방호장치(ATP:Automatic Train Protection) 등을 점검하며 시험 운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ATP는 열차가 제한속도를 넘어 운행하거나 진입을 앞둔 구간에 다른 열차가 있을 때 기관실에 이상 신호를 전송, 속도가 줄어들지 않으면 자동으로 열차를 멈추는 비상제동 기능을 말한다. 이번 시험 운전은 기존 선로를 고속전철화 한 구간에서 선로 기능을 점검하는 작업이었다.앞서 코레일은 평창동계올림픽 때 KTX 운행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강원 평창 진부역까지 총연장 236.5㎞를 고속철도화하는 공사를 진행했고, 이번 사고가 난 지역은 기존의 중앙선(용문~서원주ㆍ86.4㎞)을 고속화한 구간이다. 이재석 한국철도공사 수도권 본부장은 사고현장 브리핑을 통해 “사고 당시에 자동정지장치가 꺼져 있었는지 등을 정확한 사고 조사 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양평=장세원기자
“몇 권 안돼요. 한 번만 봐주세요” 13일 오후 2시께 부천의 한 대학교 내 인쇄업소.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복사기들 사이에서 중년 여성이 두 명의 남성을 향해 빌기 시작했다. 이어 눈앞에 수북이 쌓인 책들을 압수해 가려는 남성들을 붙잡았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는 강경한 태도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 남성들의 정체는 바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보호원의 단속요원. 이들은 9월 새로운 학기를 맞이해 ‘신학기 대학가 출판 불법복제물 특별단속’을 시행 중이다. 학교 인근 인쇄업소 5곳을 돌아다닌 그들의 봉고차에는 어느덧 압수한 불법 복제본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10년째 대학가 출판 불법복제물 단속을 해온 K씨는 “이 업소는 단속이 쉬웠던 편”이라며 “어떤 업소들은 ‘네가 뭔데 들어오느냐’고 말하면서 영장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기도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함께 단속에 나선 S씨도 “업소 중에서는 파지 버리는 곳에 복사본을 숨겨 넣는 경우도 있다”며 “이전에는 대학교 강의실을 빌려 새벽에 복사기를 돌리고는 바로 책을 나눠주는 업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강을 맞은 대학가에서 여전히 교재 불법 제본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학기마다 교재 값만 평균 10만~20만 원에 달하면서 학생들은 절반 이하의 가격(평균 한 장당 40원, 제본비 3천 원)으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불법 제본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는 올해 3월부터 전국 대학교 인근 복사업소 2천500여 곳을 대상으로 연 2회(3·9월) ‘신학기 대학가 출판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단속을 통해 적발된 불법복제 출판물(제본 등)과 불법복제 스캔 파일(PDF 파일 등) 등은 압수되며, 현행법상 3회 이상 적발되거나 불법 복사물을 지속적으로 유통시킨 업소들은 최대 500만 원의 벌금을 부과 받게 된다. 이에 대해 한국저작권보호원 관계자는 “학생들의 저작권 의식 전환이 필요하겠지만 나아가 교수들의 의식 전환도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불법복제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교수들이 교육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최근 3년간 ‘대학가 출판 불법 복제물 단속’ 건수는 전국 기준 2015년 1만 6천335점, 2016년 2만 1천304점, 2017년 상반기 9천106점으로 집계됐다. 수습 최수연기자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결의가 채택되자 북핵과 관련해서 미국과 중국ㆍ러시아 측 외교관들이 접촉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로 흔들며 전방위적 압박이 예상되지만 북한의 추가도발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도 스텔스 기능을 갖춘 장거리 공대지 유도미사일 타우러스의 최초 실사격 훈련에 성공, 북에 대한 단독 응징을 다짐했다. 13일(한국시각)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워싱턴에서 만났고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모스크바를 방문해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회담했다. 미국의 외교 수장과 북핵 담당 실무 책임자가 중국ㆍ러시아 외교라인의 핵심 인사와 잇달아 회동하는 것이다. 북핵 추가 제재에 대한 안보리 결의 내용 면에서 중ㆍ러와의 타협을 택한 미국이 양국에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압박하는 측면에서 외교 소식통들은 주목하고 있다. 안보리가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의 30%를 감축하는 동시에 북한의 섬유 수출을 봉쇄하고 노동자 송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 중국, 러시아에 전적으로 달렸기 때문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중국이 유엔제재들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중국을 추가로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러시아 측과 회담한 조셉 윤 대표는 최근 북한과의 교역 강화 조짐이 두드러진 러시아에 대해 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관측된다. 동시에 대화와 협상 트랙의 복원 문제도 미ㆍ중, 미ㆍ러 협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6자회담 참가국을 포함한 주요국 정상과 외교장관들이 뉴욕에 집결하는 19∼25일 유엔 총회 ‘일반토의’ 기간 주요국 간의 치열한 북핵 외교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한·미·일은 오는 21일 뉴욕에서 3자 정상회의를 개최해 북핵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 결의에 강력한 대응 조치를 예고한 북한이기에 어떤 형태로든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북한도 도발의 수위와 시기를 놓고 고민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따라서 북한의 추가 도발 수위와 내용은 물밑에서 다시 모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핵 외교’의 향배를 결정할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북핵 대응 수위를 놓고 미ㆍ중ㆍ러간 물밑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공군은 ‘벙커버스터’라 불리는 타우러스(TAURUSㆍ정식 명칭 KEPD) 미사일의 첫 실사격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벙커버스터는 적의 지하 핵심시설을 한 방에 관통하는 무기로, 유사시 북한 김정은의 지하 집무실을 정밀 타격한다. 공군과 방위사업청은 지난 12일 서해 안면도와 군산 앞바다 부근에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장거리 공대지 유도미사일 타우러스의 최초 실사격 훈련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지난 3일 북한 핵실험에 대한 우리 군의 단독 응징 조치로 추진됐다. 서해 상공 F-15K 전투기에서 발사된 타우러스 미사일은 약 400㎞를 자체항법으로 비행한 후 목표지점인 직도사격장의 표적을 정확하게 요격했다. 최대 사거리 500㎞로,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 타우러스는 북한 레이더망에 탐지되지 않고 군용 GPS가 장착돼 전파교란 상황에서도 목표물 반경 1m 이내 타격이 가능하다. 또 지하 시설물을 목표로 철근 콘크리트 8m를 관통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어 우리 군의 3축 체계 중 첫 단계를 담당하는 ‘킬 체인(Kill Chain)’의 핵심전력으로 꼽힌다. 공군과 방사청은 오는 2018년 말까지 도입 물량 전부를 인수해 타우러스 미사일을 전력화할 방침이다. 강해인 기자
13일 MBN ‘나는 자연인이다’ 261회는 나는 행복한 남자요 편이 방송된다.
“노숙인의 대부, 자활 농장 통해 어두운 과거를 새 희망으로 바꿉니다.” 13일 오전 파주시 광탄면 분수리 ‘가나안 자활 시범농장’에서 만난 김도진 목사(80ㆍ가나안교회)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했다. 목소리는 우렁찼고 몸은 운동선수처럼 다부졌다. 농장이름에서 연상되듯 김 목사가 운영하는 농장은 다양한 이유로 한때 노숙을 업으로 살았던 40~60대들이 함께 모여 농사를 하며 자활을 꿈꾸는 쉼터다. 현재 김 목사와 함께 이곳에서 상주해 농사짓는 노숙인들은 20여 명으로 한때 실패해 노숙을 전전하다가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아 사회를 다시 배우고 있다. 약 2만7천438㎡ 규모의 농장에는 식용 귀뚜라미, 아로니아 등 30여 종의 농축산물이 생산된다. 특히 식용 귀뚜라미를 330㎡ 규모로 집중사육하는데 농장의 주된 수입원 때문이라고 한다. 양봉도 80여 통, 도라지도 9천917㎡ 규모로 재배한다.김 목사는 생산되는 농축산물을 서울 등 전국에 판매, 노숙인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자활자금으로 활용한다. 그는 “상당기간 실의에 빠졌다가도 이곳에서 자활을 통해 의지를 회복하면 사회 재도전을 하는 데 성공하기도 하지만 때론 실패한다. 이런 친구들은 그때 다시 이곳으로 와 인생을 배워 다시 세상에 도전한다”고 소개했다. 김 목사가 이처럼 농장을 조성해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일을 사명으로 여기는 것은 고향인 지리산자락 경남 함안에서 동네에서 잘나가는 말썽꾸러기로 살다가 서울로 가출, 험하게 살던 젊을 적 아픈 경험 때문이다.그는 “60년 전 군에서 제대 후 할 게 없었다. 동네서 싸움만 일삼다가 부모 몰래 서울로 도망쳤다. 청량리 등지에서 중년까지 건달 등 생활을 하다 교회 다니는 아내와 우연히 만나, 결혼을 생각하며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후 신학교를 졸업한 데 이어 목사길을 걸으며 서울 청량리에 가나안교회를 설립, 노숙인 등 사회부적응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당시 건달, 몸 파는 젊은 여성들을 무조건 교회로 데리고 와 김 목사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얘기하며 함께 울고 인생 재도전을 역설해 이들 중 상당수가 아픈 삶을 버리고 사회에 복귀했다. 30여 년 목회기간 이 같은 일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이런 김 목사의 도움으로 당당히 사회에 복귀한 노숙인 등은 어림잡아 7천여 명에 이른다. 그래서 김 목사가 ‘노숙인의 대부’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러다가 2013년 아는 지인의 소개로 파주에 자활농장을 임대해 만들었다. 김 목사가 “소외계층에 돈을 건네기보다 일자리를 만들어 자활을 돕는 것이 진정한 생산적인 복지”라고 믿어서다. 김도진 목사는 “ 3ㆍ1만세 운동을 하다가 옥사하신 할아버지 등 자부심을 한때 먹칠을 했지만 소외된 사람들을 사회인으로 만드는 것이 속죄하는 것으로 생각, 죽은 날까지 이 일을 계속 하겠다”고 다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여야 경기·인천 의원들은 13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원외교 등 과거 정부의 정책을 집중 비판하는 동시에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적극 옹호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복지 확대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며 소득주도 성장 기조를 비판하고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을)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부실 문제를 지적하며 포문을 열었다. 홍 의원은 “국내외 자원개발에 투입된 자금은 44조 2천억 원인데 이 가운데 33조 원이 이명박 정부 이후 투입됐다”며 “무리한 자원 개발로 20조 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자원개발 문제점에 대해 원점에서 재점검하겠다”고 답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파주갑)은 특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기조의 순기능과 필요성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양극화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처방전은 혁신성장과 공정경쟁 성장, 소득주도 성장으로 ‘삼두마차’가 함께 가야 한다”며 “(소득주도 성장이) 소수이론이라는 주장과 우려도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와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유사한 정책을 권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고양정)을 상대로 인천과 파주를 지나 고성까지 이어지는 동서평화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적극적인 추진도 요청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복지정책 확대와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강도 높은 공세를 퍼부었다.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광명을)은 “국가가 다하겠다는 ‘국가 포퓰리즘’에 젖어 장밋빛 공약을 무분별하게 쏟아내 민간경제의 활력을 죽이고 있다”면서 “조선·해운 분야에서 실직한 사람이 길거리에 나앉고 있는데 멀쩡한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게 더 시급하냐”고 추궁했다. 이 의원은 또한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 성장은 잘못된 정책이고 임금상승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은 작동이 불가하다”며 “혁신성장, 가처분성장을 결합하는 경제정책이 답”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김포을)도 “지금 문재인 정부는 핵실험과 같은 소득주도 성장론에 현혹되고 복지확대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다”면서 “정부의 생각이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째려는 어리석음으로 보인다. 기업이나 자영업자는 황금알을 매일 낳고 있는 황금 거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정부 정책이 지속될 경우 일자리는 줄고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접으면서 구직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송우일·구윤모 기자
감사원이 인천교통공사 사장과 직원 등에게 인사상 불이익 줘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비위 내용을 인천시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중호 사장이 본부장 재직 당시(2011년 12월~2014년 12월) 잘못된 기술력 문서를 묵인한 것으로 판단, 엄중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감사 내용을 인천시에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감사 결과 이 사장은 공사 본부장 재직 시 모노레일 사업을 총괄하면서 모노레일 사업자인 A사가 제출한 자료로는 기술력 확보 여부를 확인할 수 없음을 알고도 검증보고 문서를 수정 시키지 않고, 업무를 담당자 C씨가 기안한 문서를 그대로 결재했다. 감사원은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A사가 제출한 사업제안서에는 2013년부터 폐업상태에 있던 궤도차량 제작업체와 체결한 레일바이크 제작계약서가 첨부돼 있었기에 사업제안서를 무효처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계약서에는 금액·기간도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업무를 주관한 C씨가 무효처리를 하지 않았고 이후 A사의 사업실적을 조사해 실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도 기술·재정 능력이 검증됐다고 보고해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봤다. 공사가 지체상금 미부과, 귀책사유를 불문한 해지지급금 지급 등 업체에 유리하게 변경협약을 체결해줬기 때문에 사업지연으로 계약을 해지했음에도 93억원(A사 요구금액)을 물어줘야 할 우려가 발생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한편, 공사는 총 890억원을 들여 조성한 월미은하레일이 시험운행 중 잦은 사고가 발생해 개통할 수 없게 되자 ‘레일바이크 시설’로 활용키로 하고 2014년 민간사업자 제안공모를 통해 A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같은해 말 인천시장이 레일바이크가 아닌 소형 모노레일 사업으로 변경하라고 지시, 공사는 2015년 2월 A사와 ‘은하모노레일 도입·운영’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A사가 기존에 설치된 레일·차량 등만 철거하고 차량제작·궤도공사 착공 등 후속절차를 지연하자 공사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난 3월 협약해지를 통보했고 A사는 협약유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주영민기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청문보고서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채택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지 주목된다.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박 후보자가 처음으로,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에 이어 문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비난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높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산자중기위는 보고서에서 “신상 및 도덕성과 관련해 후보자가 뉴라이트 관련 인사의 참석 적절성에 대한 충분한 판단 없이 학내 세미나에 추천하거나 초청한 것은 책임성이 부족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건국과 경제성장을 둘러싼 역사관 논란, 신앙과 과학 간 논란 등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입장을 모두 취하는 모순을 노정하는 등 국무위원으로서 정직성과 소신이 부족하며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한 신자의 다양한 분야 진출을 주장하는 등 업무 수행에 있어 종교적 중립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아파트 취득 과정에서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실정법 위반, 포스텍 창업보육센터장 재직 시 보육기업으로부터의 주식 무상수증, 쎄타텍 기술이사와 펜실베니아 주립대학·미시시피 주립대학 동시 재직기간에 대한 급여자료 미제출, 연구원 인건비 과소지급, 박사학위 논문 중복 게재 의혹 미해소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고 덧붙였다. 당초 산자중기위는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청문보고서를 채택기로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설득하겠다며 말미를 달라고 요청, 오후에 전체회의가 열리게 됐다. 홍 의원은 청문보고서 채택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처음부터 부적격을 전체로 인사청문회를 했다”면서 “인사 문제에 대해 이렇게 발목 잡기 하고, 정부 출범 후에 전혀 일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 여야 합의 없이 보고서가 상정된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사실상 박 후보자의 ‘부적격’ 채택을 묵인하면서도 청와대의 임명 강행 여지를 남겨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는 14일 박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청와대에 송부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고 박 후보자를 임명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통과 과정이 남아있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재민·구윤모기자
13일 경인교육대학교 학생들이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권오현기자
지금이야 시간과 물력이 허락된다면 언제든지 외국여행이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외국견문이 쉽지 않았던 옛사람들에게 여행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본시 여행은 타자(他者)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열려있다. 그것이 사람이든 문화든 역사든 말이다. ‘유라시아 철도의 현황과 새천년 경기비전의 탐색’이라는 이번 탐사의 목표는 분명했지만, 탐방에 나서면서 미지의 세계를 견문하고, 외국의 문화를 체험하겠노라는 벅찬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많이 보고, 보이는 대로 기록해두겠다는 임무도 새겨보았다.조선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생경했던 구미, 유럽에서 근대(近代)를 경험했던 121년 전의 조선인들처럼 말이다. 탐사팀은 유라시아철도탐사 경로에서 벗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잠시 다녀왔다. 1896년 이곳을 찾은 러시아 황제 대관식에 참여한 조선사절단을 만나기위해서였다.■ 1896년, 러시아 황제 대관식에 축하사절단을 파견하다 유라시아 철도 탐방준비로 바빴던 어느 날, 기획회의 참석차 수원의 (사)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에 들렀다. 단장님과 기획팀이 모여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주요 탐방국가와 철도의 이동경로, 일정을 조율하였다.당초계획보다 일정과 이동경로가 늘어났고, 필자는 한 가지 추가요청을 하였다. 러시아 일정에서 시간을 확보하여 모스크바의 크렘린궁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다녀오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그들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들은 바로 121년前, 러시아황제 니콜라이2세 대관식의 특명전권공사로 참가했던 민영환, 그리고 통역관 윤치호, 역관 김득련 등이었다. 러시아황제 대관식 참여를 목적으로 러시아에 온 조선의 외교사절들이다. ▲ 1896년, 러시아황제(니콜라이2세)대관식 조선사절단과 러시아 관리(左), 대관식 당시의 민영환 사진(右) 조선정부의 사행외교는 1895년 공식적인 대청 외교관계의 단절이후, 중국이 아닌 서방세계(러시아·미주·유럽)으로 향했다. 전통시대 외교사절들의 행적을 추적해 온 필자는 이번 유라시아 철도 탐방의 경로에서 민영환 일행의 유럽지역 사행(使行) 동선과 일부가 겹친다는 점을 파악한 터라 답방을 하고 싶었다.여행의 여정에는 다양한 역사적 층위가 쌓여있기 마련이고, 탐방단은 서안, 투루판, 알마티 등 지나온 동선 마다 곳곳에 남아있는 우리역사의 흔적들을 경험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시 탐방경로에 포함시킨 것은 우리역사의 일면을 찾아볼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한 때문이다.■ 탐방경로를 벗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을 거쳐 모스크바에 도착한 탐방단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민영환의 조선사절단은 러시아황제 대관식후 당시 러시아 최고의 도시인 ‘상트’로 이동하여 한 달이 넘도록 근대 서양의 문화와 도시경관을 두루 향유했으나, 탐방단은 모스크바에서 벨라루스-폴란드-독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철도탐방의 동선을 고려하여 먼저 상트페테르부르크 탐방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7월 21일, 모스크바의 아침은 가랑비가 내렸다. 일찍 호텔을 벗어나 스탈린 집권 시기에 개통된 지하철 콤소몰스카야역에서 레닌그라드 역으로 향했다.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기 위해서 였다. 레닌그라드 역은 어제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모스크바로 도착했던 카잔 역 옆에 있다.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역은 ‘레닌그라드 방면으로 향하는 열차가 출발하는 역’이라는 의미다. 레닌그라드는 러시아의 제2도시로 구소련시절의 이름이다.지금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도시의 이름이 바뀌었지만, 역명은 레닌그라드로 사용하고 있다. 명칭이야 다소 복잡해 보이긴 해도 역마다 상징하는 의미가 있고, 역의 외관 조형미나 천정, 벽면에 아로새긴 다양한 부조물은 그자체로서 하나의 박물관과 다름없었다. 하나의 지하철 역사(驛舍)에 지나지 않지만, 러시아 제국의 문화적 역량과 자부심은 유럽 어느 국가에도 결코 뒤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 모스크바 콤소몰스카야 역사의 예술 장식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옛 수도이다. 러시아 제2의 경제도시이자 항구도시답게 물류 등 해상운송의 중심도시로 위상을 다지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스크바역 대합실에는 대형 열차노선도가 걸려 있다.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유럽으로 연결된 열차 노선이다. 우리가 탐사하며 가는 길도 저 안에 있다. 길은 걷는 사람이 주인이라고 한다. 이곳과 저곳을 연결하는 철길이다. 역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시원시원하게 걸린 노선도를 보고 있자니 큰 나라의 위압과 넉넉함에 질투가 날 지경이다. ▲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역 대합실의 유라시아철도 노선. 레닌그라드(모스크바)역과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역을 운행하는 고속열차는 ‘삽산(сапсан, 러시아 말로 ’매‘라는 의미)’이다. 한국의 KTX와 외형이 흡사하다. 고속열차로 4시간가량 소요되며, 약 600km의 구간을 시속200~220km/h로 달린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철도를 이용하고 있으니, 과거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운행하는 고속열차 ‘삽산’ 그렇다면, 처음 증기기관 기차를 경험하던 근대인들은 문명의 이기인 ‘화륜차(기차)’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졌을까? 김득련의 환구일기(環璆日記)(4월30일자)에는 기차를 타고 벤쿠버에서 뉴욕으로 향하면서 남긴 ‘기차인상’이 있다.기차 바퀴가 철로 위를 나는 듯 빠르게 가고가건 쉬건 마음대로나 조금도 어김이 없다네누가 이러한 이치를 꿰뚫어 알았단 말인가차 잎을 끓이다가 신의 기계를 만들었다네.(후략) ▲ 스페인 마드리드 철도박물관의 19세기 증기기관 기차와 내부의 호화로운 장식 기차가 출발하면, 매시간 종을 울리고, 90리를 갈수 있다고 한다. 뉴욕까지 9천리를 갔던 모양이다. 기차의 방마다 휘장과 의자가 깨끗하고 호사스러웠던 모양이다. 침대칸이 있고, 식당차가 달려있어 때맞춰 음식을 제공하였다고 했다.탐사단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열차박물관에서 19세기 무렵 사용되었던 증기기관차와 열차의 객실을 복원한 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민영환일행이 캐나다에서 뉴욕을 가면서, 유럽의 네덜란드에서 독일-러시아로 향하던 때 이용했던 기차의 형태와 비슷한 것이다.기록에서는 당시 차 잎을 끓이면서 수증기가 발생하는데서 증기기관이 착안되었음을 이해하는 내용도 보이고 있다. 이미 서구의 근대 지식이 수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민영환의 조선사절단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갈 때는 모스크바에서 대관식이 열리고 난 후의 일이다. 러시아황제가 대관식후, 상트로 돌아갔기 때문에 민영환일행도 상트로 간 것이다. 민영환일행은 상트로 갈 때 증기기관 기차를 이용했다. 6월8일(음27일) 오전11시에 기차가 출발하여 1,400리를 가서 자정 무렵에야 도착했으니, 약12~13시간가량 소요된 셈이다.고종의 아관파천(俄館播遷)이후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러시아에 파견된 민영환으로서는 모스크바에서의 교섭이 뜻하는바 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답답한 심정으로 기차에 몸을 실었을 것이다. 긴 시간 차창너머의 풍경을 보아도 감흥이 일지 않았던 모양이다.그래서일까? 기차가 지나가는 “연도의 풍경이 볼 만 한 것이 없었다.”고 소략하게 기술하고 말았다. 짐작컨대, 민영환은 긴 시간을 열강의 각축에 휘둘린 조국(대한제국)의 현실을 고민하느라 연도의 절경을 보지 못했으련만, 난 어떤가. 아득한 대지와 길게 늘어진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하나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달려가고 있다. 6개월에서 1년 이상을 고국을 떠나 풍찬노숙하며, 증기기관차와 증기선. 역마차로 세계를 경험했던 그들에 비한다면, 고속철도과 벤쯔 택시로 유람하듯 다니는 나는 골골 댈 사유가 전혀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누적된 피로와 미열로 눈만 꿈벅꿈벅 거리며 졸고 있다.■ 황제의 겨울궁전(溫宮), 민영환이 보았던 그 자리에 남아 있어 ‘쌍 삐쩨르브룩’(기차승무원의 안내방송 발음이 또렷했다.)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에르미타쉬 박물관이다. 민영환일행이 방문했던 황제의 겨울궁전이다.표트르대제가 세우고, 예카테리나2세가 예술품을 수집했다고 한다. 니콜라이1세때 개방했다고 하니 민영환일행이 갔을 때에도 이미 박물관으로 개방되었던 모양이다. 러시아 바로크예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으로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과 더불어 세계3대박물관으로 꼽힌다.에르미타쉬는 온궁(溫宮)이라고 불리는, 황제의 겨울궁전이다. 1896년 8월1일 특명전권대사 민영환일행이 모스크바 대관식을 마치고 상트로 온 이후, 이곳을 들렀다. “짙푸른 방에 황금으로 만든 궁전으로 복도와 회랑이 서로 연결되고 서로 통한다. 화려하고 넓고 크다.” 지금도 박물관 내부의 회랑과 통로는 서로 연결되고 통하는 것이 과거에 조선사절단이 보았다던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황금치장의 아트리에와 고전풍의 내부 장식은 사뭇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유화로 그린 역대 황제의 사진들과 전진도(戰陣圖)를 본” 민영환의 시선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7호실이었다. ▲ 온궁의 황금공작 예술품 기이하고 진기한 보물 모두가 이름을 알기 어렵고옛 물건을 수집하여 진열한 것이 수 십 기둥이 되네.황금 공작과 황금 닭이 황금나무 아래에 있는데살피니 시간마다 날아 춤추고 시간마다 운다네.“어느 방 한가운데 한 그루의 황금나무를 심고(줄기와 꽃, 잎을 황금으로 세공하여 만듦) 황금으로 만든 공작 한 마리와 황금 닭 두 마리(역시 황금으로 만들고 그 안에 기계장치를 했다)를 세워 놓았다. 살피건대 시간마다 날고 울어서 종을 대신하니 참으로 진기한 물건이다.”민영환이 보았던 “황금나무가지에 앉은 황금 공작새와 황금 닭의 울음소리”는 멈춰버린 테엽(시계)으로 인해 들리지 않지만, 화려하고 우아한 황금공작의 날개 짓과 황금 닭의 자태는 그 자리(204호)에 그대로 있었다.전시장 옆에는 황금 공작이 시간에 맞춰 울음소리를 내는 과정을 영상으로 상영하고 있었다. 우아한 황금공작의 울음과 황금 닭의 동작에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면 과장일까? 제국의 영화와 황실의 자부심을 담은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에르미타쉬 박물관 앞 광장(左)에서 ‘빅토르 최’(右)의 노래 ‘혈액형’을 부르는 버스킹 팀. 에르미타쉬 박물관을 나와 궁전광장에 들어섰다. 알렉산드로프스카야 칼로나(알렉산드로프 전승기념비) 아래에 일군의 버스킹팀이 자리를 폈고, 주위를 둘러앉은 젊은이들이 자유롭다. 들려오는 노랫가락에 귀를 의심했다. ‘혈액형’, 그렇다. 러시아인들에겐 ‘비짜‘로 불린다는 저항과 자유의 상징, 록 가수 ’빅토르 최‘였다.그는 고려인3세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고향이다. 그의 안타까운 삶과 저항정신은 음악으로 러시아인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전해지고 있다. 유라시아탐방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 온지 며칠 안 되었을 때다. 빅토르최기념사업회에서는 신촌에서 ’빅토르최 추모콘서트‘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여 다시 한 번 그를 기억하게 했다.■ 역관 김득련, 세계여행 견문기록 꼼꼼히 남겨 러시아황제 대관식에 참여한 조선 외교사절의 활동은 현재 몇 종의 기록으로 전한다. 특히 주목할 만 한 인물이 바로 당시 한어역관 김득련(金得鍊,1852~1930)이다. 조선말기의 역관(漢語譯官)으로 활동하였으며, 봉사(奉事), 교회(敎誨), 의정부참의(議政府參議)를 지낸 인물이다.그는 러시아어, 영어 구사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절단의 정사인 특명전권공사 민영환(閔泳渙,1861∼1905)의 막료로 참여하였다. 이는 그가 시문에 능하고 민영환과의 교분이 두터웠던 때문으로 파악된다.그는 1896년(고종33) 4월, 러시아 황제(니콜라이2세) 대관식(戴冠式)의 특명전권공사인 민영환의 사행단에 2등 참서관(參書官) 및 4등 주임관 자격으로 참여하여 수행하였다. 그는 조선인으로서 여행하기 어려웠던 아시아, 구미대륙, 유럽, 러시아, 시베리아대륙을 여행하면서 근대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경험했던 근대인이었다.“동방예의지국의 나라 조선을 떠나 난생처음 거대한 여객선에 몸을 싣고 보니 진기한 것 일색이로다. 이상한 색깔이지만, 눈 하나는 시원한 서양의 요조숙녀들, 어찌 그리 요란한 옷을 입고 있는다? 내 얼굴이 잘 생겨서일까, 아니면 남녀칠세부동석을 몰라서일까, 거침없이 군자의 옆자리에 다가와 재잘대누나. 양반네 진지 상에 웬 쇠스랑과 장도는 등장 하는가(포크와 나이프). 입술을 찢기지 않으면서 접시의 물건을 입에 넣는다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구나. (중략) 청중이 모인자리에 웬 신사가 목살에 힘줄이 돋칠 정도로 소리를 지르니(테너) 모두들 그를 우러러 보더라. 서양에서 군자노릇 하기란 원래 저리 힘든가 보다. 벌거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소녀가 까치발을 하고 빙빙 돌며 뛰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는데(발레), 가녀린 낭자를 학대하다니, 서양군자들은 참으로 짐승이로구나.” (참고 : 국역 환구일기, 은평문화원, 2010)윤치호(尹致昊,1865~1945)는 영어통역으로 민영환을 수행하였다(隨員). 윤치호의 기록에 따르면, 김득련은 서구의 문화를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고 소개한바 있다. 예를 들면, ‘서양식사법(나이프와 포크의 사용법)’, ‘서양 여성들과의 합석’, ‘커피’, ‘치즈’, ‘발레공연’, ‘테너가수의 공연’을 보고 들은 후 평을 남긴 것이다. 그의 시문집인 환구음초(環璆唫艸)에도 관된 시가 있다. 생경한 서양문화를 접한 조선 지식인의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조선말기 한어역관 김득련 묘역(구파발 이말산 일대) 김득련은 세계여행 견문의 소회를 환구일기(環璆日記)와 부아기정(赴俄記程), 환구음초(環璆唫艸) 등으로 남겼다. 민영환 역시 기록을 남겼는데, 그가 남긴 해천추범(海天秋帆)은 김득련의 환구일기(環璆日記)를 참고하여 민영환 명의로 김득련이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영환은 이듬해인 1897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 즉위 60주년 축하사절로 영국과 러시아 등 유럽을 여행한 후, 사구속초(使歐續草)를 남기기도 했다.이들 저작은 근대 유럽의 새로운 문물과 세계정세의 실상은 물론, 조선지식인들의 근대 인식에 대한 일면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전통시대 외교사절로 세계여행을 다녀온 민영환, 윤치호, 김득련 등은 근대를 경험한 국제인이었다.신춘호 감독(방송대학TV, 문화콘텐츠학 박사)후원 : 경기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