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시설 이용객 불만 1위는....추석 앞두고 소비자 피해주의보

추석 연휴기간 귀성 또는 여행 수요가 늘면서 숙박시설 관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3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2021~2023년) 동안 소비자원에 접수된 숙박시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은 총 4천118건이다. 신청사유별로 살펴보면 계약해제 시 위약금 불만이 78.5%(3천234건)로 가장 많았다. 특히 일부 숙박시설에서 사전에 환불 불가 약관을 고지했다는 이유로 계약취소 요청 시점과 관계없이 무조건 환불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이용 예정일에 임박해 취소하는 경우에는 재판매 불가 등의 사유로 청약철회가 제한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그 밖에는 위생·안전·부대시설 등 이용 관련된 불만이 11.9%(492건), 숙박 이용 관련 정보제공 미흡 6.2%(256건) 순이었다. 최근 3년간 주요 숙박 플랫폼 7개를 통해 체결한 숙박시설 이용계약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천374건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57.6%)을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여기어때’가 523건으로 제일 많았고, ‘아고다’ 505건, ‘야놀자’ 502건, ‘네이버’ 358건, ‘에어비앤비’ 309건, ‘부킹닷컴’ 111건, ‘티몬’ 105건 순이다. 주요 7개 플랫폼의 합의율은 64.8%로 전체 숙박서비스 평균 합의율(56.9%)보다 7.9%p 높았다. 특히 이러한 합의율은 플랫폼별로 큰 차이가 있었는데, 에어비앤비가 89.3%로 가장 높았던 반면 부킹닷컴이 39.6%로 가장 낮았다. 소비자원은 관련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해 숙박시설 이용계약 체결 시 ▲사업자가 게시한 환불 조항을 꼼꼼하게 살펴볼 것 ▲이용 일정, 이용 인원, 숙박시설 정보 등을 정확히 확인할 것 ▲예약 확정서 또는 예약 내역 등을 보관할 것 등을 당부했다.

인천 자립준비청년 2명 중 1명 ‘경제적 자립’ 고통

인천의 자립준비청년 2명 중 1명 꼴로 경제적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안팎에선 보호종료를 앞둔 자립준비청년들이 스스로 일어설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청소년자립지원관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인천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생활하다 보호종료(18세 이상)가 이뤄진 자립준비청년은 540명에 이른다. 미추홀구가 125명으로 가장 많고, 부평구 110명, 남동구 101명, 서구 69명 순이다. 이어 중구 35명, 연수구 34명, 계양구 32명, 강화군 22명, 동구 7명, 옹진군 5명 등이다. 재단이 이들 중 284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5.8%가 ‘경제적 문제’로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일자리 문제(47.4%)’, ‘주거문제(38.7%)’, ‘학업문제(17.2%)’, ‘건강문제(12%)’ 등의 순이다. 재단은 이들이 아동복지시설, 청소년복지시설, 소년보호시설 등을 표류, 퇴소 및 보호종료 이후 자립 과정에서 사회경험 부족 문제로 자립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청소년복지시설 및 소년보호시설 퇴소 청년 중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한 경우는 각각 18.8%, 28.2%이다. 특히 시설을 퇴소한 뒤 많은 청소년들이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경계성 지능,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 우울증, 자폐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자립준비청년들의 자립 역량을 키우고, 전반적인 사례 관리가 가능한 청소년 자립지원관 등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인천의 청소년 자립지원관은 2곳 뿐으로, 자립지원요원 1명이 8명을 사례관리 하고 있다. 박주은 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자립 훈련과정은 자립지원요원과의 동반을 통한 습관화 훈련이 반복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립지원관의 수요가 늘고있는 만큼, 시설 확대 및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며 “또 자립지원관 안에 자활작업장 등을 구축해 체계적인 자립훈련을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인천시의회와 인천의정네트워크의 ‘인천시 자립준비청년 지원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의 통합적인 지원 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상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가족정책연구센터장은 “현 아동·청소년 지원체계가 사업별 주무부처 별로 다르기에 예산 규모, 지원 대상 및 기간 등 자립지원에서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인천시 자립준비청년 등의 자립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지원체계에 대한 통합 지원이 가능토록 해야한다”며 “보호대상의 누락과 서비스의 중복 및 격차 등을 예방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모든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송원섭 인천시 청소년자립지원관장은 “자립 청년 중 연락이 두절된 고립·은둔 청년들을 찾아 환경변화 및 자활시킬 수 있는 사례관리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정신질환을 가진 자립 청년들이 치료를 동반한 생계 유지가 가능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딥페이크 피해 규모 ‘제각각’… 불신 키운 통계

“제 얼굴을 합성한 성착취물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는데 관련 통계가 단체마다 달라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최근 경기도 내 학교 곳곳에서 ‘딥페이크’를 이용한 합성 성착취물로 인한 피해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 당국, 교사 단체 등에서 파악한 피해 규모가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학생 및 교사들의 딥페이크 피해 건수는 총 196건(학생 186건, 교사 10건)으로 접수됐으며 이중 179건은 수사 의뢰가 완료됐다. 하지만 교사 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수치는 달랐다. 전교조가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딥페이크 관련 신고 건수는 총 2천492건이며 이중 실제로 피해가 확인된 사례는 517건(직접 피해자 29명, 간접 피해자 488명)이라고 밝혔다. 또 직접 피해자 중 학생 8명, 교사 6명 등 총 14명의 경우 불법 합성물 관련 협박 범죄에 노출된 정황을 확인했으며 최근 SNS를 통해 불법촬영물 성범죄 피해 학교가 유출되면서 해당 학교 구성원들에게 허위 피해를 빌미로 사진, 신상, 금전 등을 요구하는 협박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피해 규모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SNS 등을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피해 학교 명단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교육계 일각에서는 시도 교육청이 확인 중인 피해 현황을 교육부가 시도 교육청에 협조를 제대로 구하지 않고 급하게 취합해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딥페이크로 인한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부가 선제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핵심 기관인 교육부가 나서 피해자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피해 차단에 주력해 불안한 교육 현장에 신뢰감을 줘야 한다”며 “동시에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착취물 제작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를 학생들에게 인지 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교육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경기도젠더폭력통합대응단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를 통해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의 피해자를 위한 ▲불법 영상물 삭제·모니터링 ▲수사·법률 자문 ▲전문 심리상담 등 지원 활동에 나선다.

[경기만평] 사서고생...

[사설] 위기의 ‘경기도 연극’, 지원 늘리고 개념 넓혀야

경기도 연극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연극이 시작됐는데 관객은 두 명뿐이다. 배우는 개의치 않고 연기에 최선을 다한다. 공연 도중 대본에 없던 눈물을 쏟는다. 그 두 명조차 나가고 객석이 비었다. 결국 연극은 중단되고 막을 내린다. 남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연극인의 경험이다. 경기도 연극계가 이렇게 힘들다. 서울 10편 할 때 1편 한다. 경상도에 비해도 절반이다. 월수입 40만원도 어렵다. 겸업하면서 생계 유지한다. 자생력을 말할 상황이 아니다. 절멸의 극한에 처했다고 봐야 한다. 유일한 지지력이 지자체 지원이다. 이렇기 때문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지원과 과도하게 연계되는 제한이 문제다. 지나치게 지역적 내용을 강조한다. 지역 명소, 지역 문화, 지역 역사를 소재 삼도록 강권한다. 고양의 행주대첩, 용인의 처인성, 수원의 정조대왕 등이다. 지역민들도 달달 외는 지역 문화와 역사다. 신선한 창작물이 도출될 리 없다. 관객이 찾을 리도 없다. 물론 성공한 지역 소재 연극은 있다. 충남에서는 충청도 사투리로 연극을 만들었다. ‘요새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그, 윷놀이.’ 제주에서는 4·3 사건 연극이 성공했다. ‘바람의 소리’. 하지만 이 현상을 경기도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31개 시•군의 문화가 저마다 다르다. 그 문화의 지명도는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지나친 지역화는 연극을 망칠 우려도 있다. 연극 지원 행정의 객체는 연극이다. 지역 홍보가 우선한다면 그건 일반 홍보 행정이 된다. 지원 규모도 늘려야 한다. 경기도 연극은 서울과 맞댐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공연 현황이 있다. 서울에서 836건이 공연됐다. 전국 공연의 66.14%다. 티켓판매량 비중은 더 높다. 전국 연극 티켓의 78.87%가 서울에서 팔렸다. 10분의 1에 불과한 경기·인천 연극이다. 그 중심인 서울 대학로가 30분 거리다. 애초에 자율 경쟁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국토 균형 발전이 국가 정책의 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연극도 균형을 이루게 지원해야 맞다. 또 중요한 게 발상의 전환이다. 연극 생태계 지원이 같이 가야 한다. 지역마다 ‘~단길 조성’이 붐을 이룬다. 서울의 ‘경리단길’이 시작이다. 수원 ‘행리단길’이 생겼고, 경주 ‘황리단길’이 생겼다. 볼거리, 먹거리가 어우러지는 복합 개발 개념이다. 경기도 연극도 이래야 산다. 맛집, 숙소 등이 연극과 어우러지는 상권 조성이 필요하다. ‘수원 연극길’, ‘용인 연극 마을’ 등을 상상해보자. 이 사업은 도시계획 차원이다. 지자체가 나서야 할 수 있다.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맞는 말인데 경기도 연극계에 지금 주문할 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긴급 지원이고, 그 내용은 더 크고 더 자유롭고 더 넓어져야 한다.

[사설] ‘전자발찌’ 성범죄자 활개, 무용론 나올 만하다

전자발찌를 찬 30대 남성이 여성 혼자 일하는 가게에 침입해 성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해 2천여만원을 강탈해갔다. 지난 23일 오후 수원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 남성은 성범죄로 실형을 살고 출소한 뒤 전자발찌를 차고 보호관찰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또 같은 범행을 대낮에 버젓이 저지른 것이다. 전자발찌를 채워도 성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실효성 논란이 계속 일고 있다. 툭하면 비슷한 범죄가 발생하는데도 개선되지 않으니 거주지 인근 주민들은 불안하다. 전자발찌가 있어도 재범 방지 효과가 없다면 장식용품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조롱이 나오고 있다. ‘전자발찌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전자감독제도는 지난 2008년 도입됐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정범죄자(성폭력·미성년자 유괴·살인·강도·스토킹)의 신체에 전자장치를 부착해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제도다. 보호관찰관이 중앙관제시스템을 통해 전자감독 대상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전화로 특이사항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관리한다. 이는 대상자의 위치 파악만 가능할 뿐, 전자장치로 행동 감지는 할 수 없어 보호관찰관이 범죄 행위를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전자장치는 그냥 위치 추적기에 불과하다. 전자발찌의 허술한 관리가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관리 대상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거나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야간 외출조차 제한받지 않고 주택가를 활보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악질 성범죄자가 형사사법 시스템을 비웃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도의 허점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우선 감시 인력인 보호관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전국 기준 전자감독 인력은 323명인데, 대상자는 5천600여명이다. 단순 계산해도 보호관찰관 1명이 17명의 대상자를 관리해야 한다. 2008년 전자감독제 도입 당시 보호관찰관 1명당 감시 대상자가 3.1명이었음을 감안하면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전자발찌를 채우고 24시간 감시만으로 재범이나 훼손·도주를 막기는 어렵다. 24시간 감시라는 것도 사실상 쉽지 않다. 위치 추적만 하는 전자장치 이외에 처벌을 강화하거나 재범을 막을 수 있는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법무부와 범죄자를 검거하는 경찰의 신속하고 빈틈없는 공조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또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야간 외출을 제한하거나, 거주지를 제한하는 등의 법률 제정·개정도 필요하다. 전자발찌를 채워놨다고 안심하거나 방치해선 절대 안 될 일이다.

[삶과 종교] 가장 귀한 금은 바로 ‘지금’

입추가 지나니 가을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침저녁으로 조금 선선해진 날씨에 기분이 좋아진다. 음력 8월은 오행으로 볼 때 금(金) 기운이 왕성하다. 금속은 딱딱하고 밀도가 높은 성질이 있다. 금 기운이 왕성한 이 시기에는 모든 만물도 이제 왕성한 성장을 멈추고 단단하게 안으로 응축해 결실을 맺는 때다. 지수화풍, 흙과 물과 햇볕과 바람의 기운으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기나긴 시간이 열매로써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 24절기로는 백로(白露)가 들어있는 때다. 일교차가 커져 밤을 지새운 풀잎마다 하얀 이슬이 맺힌다고 해서 백로이니 본격적으로 가을을 체감하는 절기다. 벼 이삭도 이 무렵에는 여물어야 하기 때문에 ‘백로가 지나서는 논에 가볼 필요가 없다’고 한다. 왕성하게 성장해야 할 때 성장했기 때문에 밀도를 응축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때에 맞게 성장하고, 익어가고, 열매를 맺는 것이 마치 우리의 인생과 같다. 가을은 한 호흡 쉬어가기에 좋은 계절이다. 힘껏 달리기만 했다면 한 번쯤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알렉산더와 디오게네스의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는 천하를 정복할 당시 아테네에 이르렀다. 모든 사람이 정복자 알렉산더에게 무릎을 꿇었으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더를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알렉산더는 직접 그를 찾아 나섰는데, 가서 보니 한 늙은이가 몸에는 누더기를 걸치고 머리는 언제 빗질을 했는지 산발한 채 나무통 옆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알렉산더가 디오게네스를 쳐다보았으나 철학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둘 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디오게네스가 물었다. “폐하께서는 지금 무엇을 가장 바라십니까.” “그리스를 정복하길 바라네.” “그리스를 정복하고 난 다음에는 또 무엇을 원하십니까.” “아마도 소아시아 지역을 정복하길 바라겠지.” “그 다음은 또 무엇을 원하십니까.” “아마 온 세상을 정복하길 바라겠지.” “그러면 그 다음은 또 무엇을 원하십니까.” “그렇게 하고 나면 아마 그때쯤이면 쉬면서 인생을 즐기겠지.” “이상하군요. 왜 지금 당장은 쉬지 못합니까.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습니다. 당신은 곧 이 말을 실감하게 될 겁니다.” 철학자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언제 쉴 수 있을까. 계속 달려가기만 하기에는 인생은 매우 짧고 무상하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도 알렉산더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면서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나를 채우면 둘을 채우려고 하고 둘을 채우면 셋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끝없이 채우려고만 하는 탐욕 때문에 마음은 늘 괴롭고 공허하다. 이제는 밖으로만 치닫던 마음을 안으로 돌려 스스로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채우려고만 했던 탐욕심 때문에 가려진 진짜 마음으로 돌아보기 위해 잠시 멈추고 호흡해보자. ‘금 가운데 가장 귀한 금은 바로 지금’이라고 했다. 지금 실재하고 있는 우리 자신보다 소중한 존재는 없다. 이 순간 이 자리에 진정한 주인공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천자춘추] 비급여 진료비 공개제도

얼마 전 필자의 큰딸이 손목이 아파 병원을 다녀온 적이 있다. 병원에서 비급여 주사를 꽤 큰돈을 지불하고 맞았다고 한다. 동일한 주사에 대해 다른 병원에 문의해 보니 가격이 달랐다. 비급여 항목은 왜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먼저 ‘비급여’라는 용어부터 살펴보자.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진료를 ‘급여’, 적용되지 않고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진료를 ‘비급여’라고 한다.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의 예시로는 시력교정술, 도수치료, 진단서 발급비용 등이 있다. 국민이 부담하는 소중한 보험료라는 한정된 재원으로 운영해야 하니 건강보험법령에 따라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에 대한 치료 등은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이 있다. 이러한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에서 가격을 정하지 않으며 병원이 자율적으로 정하므로 병원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사평가원)은 국민이 병원을 이용할 때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큰 규모의 병원은 2013년부터, 동네 의원은 2021년부터 비급여 진료비용을 매년 공개하고 있으며 전체 항목은 623개에 해당한다. 비급여 진료비 정보 서비스를 함께 이용해 보자. 심사평가원 누리집 혹은 모바일앱 ‘건강e음’에 접속해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클릭한다. 상세 검색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지역, 의료기관 규모, 항목’을 필수값으로 입력하면 병원 목록이 검색 결과로 나온다. 병원의 세부 버튼을 누르면 가격정보를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고 병원별 가격 비교도 가능하다. 미처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검색하지 못하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게 됐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병원은 환자와 보호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병원 홈페이지, 병원 내 인쇄물, 책자 등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므로 병원 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비급여 진료 전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비급여 항목과 가격을 설명토록 하는 ‘비급여 진료 사전설명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이제 비급여제도를 알게 된 독자는 병원에 가기 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비급여 진료의 병원별 가격을 먼저 비교해 보고 필요시 비급여 진료에 대해 설명을 요청해 알 권리를 보장받고 현명한 의료 선택을 하길 바란다.

[지지대] 벌 쏘임 주의보

해마다 이맘때면 이행해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벌초가 그렇다. 불청객이 있다. 벌 쏘임이다. 최근 관련 사고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유례없는 폭염으로 벌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심화하고 있다. 벌에 쏘이면 심할 경우 1시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신속한 처치와 치료가 필요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벌 쏘임 관련 사고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2천815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 같은 기간 평균(804건)보다 40% 늘었다. 월별 증가율은 6월 48.2%, 7월 47.3% 등으로 말벌의 왕성한 활동 시기인 여름철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늦더위가 이어지고 등산이나 벌초 등 야외 활동이 증가하는 8~9월(57.8%) 빈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벌 쏘임으로 인한 심정지 환자도 2020년 7명, 2021년 11명, 2022년 11명, 지난해 11명, 올해는 최근까지 8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청은 벌 쏘임이 늘고 가을까지 늦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벌 쏘임을 예방하려면 향수나 화장품, 헤어스프레이 등 벌의 공격성을 자극하는 강한 향이 나는 제품 사용을 피해야 한다. 검정 등 어두운 색보다는 흰색 계열 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와 긴 소매 옷을 착용해야 한다. 벌이 주위에 있으면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이동해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한다. 벌에 쏘였다면 신용카드 등으로 살살 밀어내듯 벌침을 신속하게 제거하고 쏘인 부위를 소독하거나 깨끗한 물로 씻은 후 냉찜질로 통증을 완화해야 한다. 호흡 곤란, 입술이나 목의 부기, 심한 두드러기나 발진, 구역질,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면 즉시 119에 신고해 치료받아야 한다. 추석을 2주일 앞두고 있다. 조상 묘에 무성한 잡초들을 솎아 내야 하는 시기다. 벌에 쏘이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