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등록금 동결… 힘들어도 ‘인상’ 못쓴 사립대

사립대학 등록금이 2009년부터 16년 연속 사실상 동결되면서 경기도 대학들이 만성적인 재정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사립대학은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학생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는데 현재 경기도 소재 4년제 대학 31개교(분원 캠퍼스, 전문대학 제외) 중 한경국립대를 제외하고 모두 사립대학인 점을 감안하면 등록금 동결 기조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재정 문제를 해결할 별도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21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년제 사립대학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732만6천원이다. 이는 사립초등학교 등록금 918만원의 78%, 사립국제중학교 등록금 1천280만4천원의 57% 수준이다. 또 유아 대상 영어학원 교육비는 2천92만8천원으로, 초등 사교육에 투자되는 비용이 고등교육 기관인 사립대학 등록금보다 2.9배 많은 셈이다. 도내 대학 관계자들은 이전보다 물가가 오른 만큼 등록금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교육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 2009년부터 각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권고한 이후 지난해 대학 등록금은 평균 681만7천원으로, 2009년 675만8천원과 비교해 1%도 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가 32.8% 인상된 점을 고려하면 대학이 벌어들이는 ‘실질 등록금’은 훨씬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대학 관계자 A씨는 “보통 대학 재정은 인건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재정이 줄면서 더 나은 교육을 위한 기반 투자가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러다 보니 재정 확보를 위해 대학 홍보에 쓰이는 예산이 우선적으로 삭감되고 비인기 학과가 폐지되는 등 ‘제 살 깎아먹기’가 매년 이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재정 악화로 인한 교수 임금 인상도 어려워 우수한 교수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등 고등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정 부분 대학의 등록금 책정을 자율화하고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기로 결정한 대학에 제공하는 국가장학금 지원을 확충하는 등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 외에도 수도권 대학들도 교수들 급여를 맞춰주지 못하는 등 대학 재정 악화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교육부가 등록금 동결 기조를 멈추고 교육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적절한 인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잇딴 이탈에… 인천 돌봄노동자 공영체제 전환 ‘목청’

“경력 11년차인데 월급은 똑같고, 언제 잘릴지 걱정입니다.” 인천 남동구에서 2013년부터 아이돌보미로 일하는 백영숙씨. 백씨는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고 있다. 매일 들어가는 교통비는 물론 일이 고정적이지 않다보니 매월 60시간도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4대보험, 주휴수당, 연차수당, 퇴직금 등은 바라지도 못하는 처지다. 백씨는 “고객이 이용을 취소하면 무급휴직으로 전환, 센터에서 일감을 줄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며 “되레 일 달라고 구걸해야 해 자괴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비도 벌지 못하니 매년 새로 들어오는 아이돌보미보다 떠나는 수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경력 17년차 요양보호사 허미숙씨도 마찬가지. 법정공휴일조차 쉬지 못하고 일하면서 낮에는 7~8명, 밤에는 20여명의 어르신들을 돌본다. 하지만 허씨는 1년 계약직 노동자인 탓에 언제 계약 해지가 이뤄질지 몰라 항상 불안하다. 더욱이 언어 폭력은 물론, 물리거나 꼬집히는 등의 신체적 폭력을 수시로 당하지만 이를 보호할 장치도 전혀 없다. 허씨는 “센터에 말하면 ‘아픈 어르신이니 이해해라’고 말한다”며 “조금이라도 불만을 얘기하면 계약 해지가 되는 현실에서 누가 요양보호사로 남겠냐”고 말했다. 인천지역 돌봄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경기일보 8월6일자 1·3면)으로 인해 계속 현장을 떠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현재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돌봄 시설을 공영 체제로 전환, 국가 차원의 돌봄 서비스 제공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군·구별 아이돌보미 1천200여명 중 약 230명(19%)이 퇴사하고 다른 직업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요양보호사 등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종사자 717명을 대상으로 이직 의도 등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일을 그만 둘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답변이 60%에 육박한다. 이날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천 돌봄노동의 현 주소’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돌봄노동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선 공공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돌봄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및 이탈은 결국 돌봄 시설의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국가 차원의 돌봄서비스 제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의 어린이집 1천604곳 중 국·공립어린이집은 351곳(21.8%)에 불과하다. 또 노인장기요양기관 1천785곳 중 시가 직영 운영하는 곳은 전혀 없다. 이러다보니 돌봄노동자는 고용의 지속성을 담보받지 못하고 노동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조 연구위원은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간 ‘경쟁’ 구도가 기본이 되는 현실 속 이른바 ‘수급자 모셔오기’는 돌봄노동자의 처우가 열악해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수혜자의 돌봄서비스 품질 하락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돌봄서비스 수급자와 돌봄노동자 매칭, 유휴인력 관리, 대체인력 투입 등 단계적으로 공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이는 돌봄서비스 사각지대 해소 및 종사자 처우 개선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 빼려다 부작용"…다이어트서비스 피해 절반 '한방 패키지'

#1. A씨는 한의원에서 다이어트 9개월 패키지(해독 세트 및 한약, 영양관리, 체중관리 앱 사용)를 진행하기로 하고 35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한약을 처음 복용한 날 구토, 복통, 설사가 발생해 한의원에 “부작용이 있다”고 알리며 환급을 요구했다. 한의원은 ‘단순 변심’에 해당된다며 이를 거부했다. #2. 한 의료기관에 방문한 B씨는 지방분해주사 6회 시술 패키지(주사, 식욕억제제)를 진행하기로 하고 120만원을 납부한 후 2회차 시술을 받았다. 이후 단순 변심으로 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사전에 비용을 안내받지 않은 서비스 시술 비용 19만원과 약 처방비, 진료비 등을 차감한 후 13만3천원만 환급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3. C씨는 성형외과에서 종아리, 발목, 무릎 윗 부위의 지방흡입술을 받은 후 비대칭과 함몰을 호소했다. 병원은 C씨에게 “허용 범위 내의 비대칭”이라며 부작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이어트 의료서비스에 대한 피해 절반이 '한방 패키지' 관련 사례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다이어트 관련 의료서비스 피해구제 신청은 총 203건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57건이 접수되며 전년 동기(38건) 대비 50% 늘었다. 소비자원이 피해구제 신청 건(203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54.2%·110건)이 '한방 패키지'에서 발생했다. 이어 '지방분해주사 패키지' 35.9%(73건), '지방흡입술' 9.9%(20건) 순이었다. 신청이유는 부작용이 40.9%(83건)로 가장 많았고, 계약 관련 피해(39.9%·81건)와 효과 미흡이(15.8%·32건) 뒤따랐다. 부작용 피해 관련한 세부 내용을 분석해보면, 한방 패키지의 경우 한약 복용에 의한 구토 및 울렁거림 등 소화기계 증상이 23.4%(11건)로 가장 많았다. 또 '피부 반응, 두근거림' 10.6%(5건) '간 수치 상승', '컨디션 악화', '두통'이 각각 8.5%(4건)였다. 이외에도 '불면증', '생리불순' 등 다양한 부작용을 호소했다. 이 밖에 지방분해주사 패키지는 주사 부위와 관련한 증상들로, ▲두드러기 및 멍 등 피부 반응 34.6%(9건) ▲주사 부위 통증 30.8%(8건) ▲소화기계 증상 15.4%(4건) 순으로 많았다. 지방흡입술 부작용은 수술 부위의 함몰 및 비대칭, 염증반응 등이었다. 이와 관련한 문제는 '분쟁'으로도 연결됐다. 의료기관들은 부작용 발생에 대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증상이라며 단순 변심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단순 변심으로 의한 계약 해지 시 환급을 거부하거나 환급을 하더라도 결제금액이 아닌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치료비를 차감해 분쟁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계약 해지 시 서비스로 제공한 사은품이나 시술 비용을 과다 공제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소비자원은 "다이어트 관련 의료서비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계약 전 시술 또는 치료의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해야 하고, 이벤트나 가격 할인에 현혹되지 말고 1회 또는 단기간 치료를 받아본 후 패키지 계약을 진행할 것 등을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수많은 ‘만약에’… 수현이를 살릴 수 있던 순간들 [막을 수 있는 아동학대③]

함께 지켜야 할 아이들, 막을 수 있는 아동학대 ③수현이의 죽음 막을 수 없었나 2020년 5월20일 태어난 수현이(가명)는 47일을 살다 세상을 떠났다. 47일동안 수현이는 자신을 지켜줘야 할 친모 손에 잔혹한 학대를 받다 두개골이 골절됐고, 뇌출혈까지 생긴 상태로 생을 마감했다. 그 짧은 생이 매일 같이 학대로 얼룩졌던 아이, 수현이의 죽음은 막을 수 없었을까. 경기알파팀은 수현이 친부모의 아동학대 사건 1심 판결문을 분석, 수현이를 살릴 수 있었던 수많은 ‘만약에’를 찾아봤다. 수현이의 친모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은 아이를 낳길 원했고, 시험관 시술 끝에 수현이를 임신했다. 그 시기 수현이 부친의 PC방 사업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부산에서 하남시로 이사를 왔다. 6.45평의 좁은 오피스텔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2020년 6월7일, 수현이의 친모가 산후조리원에서 퇴원했다. 남편은 양육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비좁은 오피스텔에서 홀로 수현이를 돌보면서 점점 산후우울증이 심해져 갔다. 수현이가 우는 소리만 나도 한숨이 나오고 화가 나 소리를 지르거나 자신의 몸을 때리기도 했다. ‘만약에, 수현이 친모가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김민애 경기도거점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이 순간이 수현이를 살릴 ‘첫번째 만약에’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아동학대 발생 요인 중 원치 않은 임신도 포함되는데, 수현이 친모도 원치 않은 임신에 시험관 시술까지 했으니 아이를 예쁘게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6.45평의 오피스텔은 육아를 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닌데, 아이를 낳고 국가에서 지원 받을 수 있는 제도들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친모가 정부 지원 정책을 알고 도움을 받았으면 산후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고 학대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현이 친모의 학대는 판결문에 기재된 것만 일곱 번이다. 2020년 6월9일·6월17일·6월25일·6월29일·7월2일. 그리고 수현이를 죽음으로 몰고간 같은 해 7월 3~6일, 최소 두 번의 학대가 더 있었다. 수현이가 학대를 당한 건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분유를 제대로 먹지 않는다’였다. 몸에 멍이들 정도로 이어진 학대였다. ‘만약에, 이웃 중 누군가 수현이의 지속된 울음을 의심하고 신고했다면 어땠을까.’ 김 관장은 이를 ‘두번째 만약에’로 꼽았다. 그는 “사건이 일어난 오피스텔 특성상 밤에 아이가 울면 옆집에 들릴 수 밖에 없다”며 “주변 이웃이 아이가 우는 소리가 지속될 때 관심을 갖고 신고를 해줬다면 이 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친모는 수현이를 학대하면서 남편에게 여러차례 메시지를 보냈다. 보기만 해도 끔찍한 내용의 메시지가 회사에 간 남편에게 전송됐다. 아이를 때려 멍이 들었다는 얘기도 했다. 심지어 수현이가 맞는 모습을 보고 친모의 품에서 아이를 뺏은 적도 있었다. ‘만약에, 수현이의 친부가 이 상황을 제대로 대처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세번째 만약에’다. 김 관장은 “산후조리원이나 출생신고시 국가 차원으로 부모 교육을 받도록 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수현이 부모도 아이를 키울 때의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방법이나 이런 것도 달라졌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부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지원 사업에 대한 홍보나 안내가 적극적으로 이뤄졌더라면 수현이가 사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가정 內 아동학대 예방 매뉴얼·국민 교육 ‘부재’ 경기알파팀은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수원지방법원과 산하 지원 다섯 곳, 의정부지방법원과 산하 지원 두 곳까지 총 아홉 곳의 재판부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이나 아동복지법 위반 등 경기도내 아동학대 사건에 내린 1심 판결문을 살펴봤다. 판결문 속 수많은 ‘만약에’가 존재했고, 수현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막을 수 있었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중 일부를 김민애 경기도거점아동보호전문기관장의 도움을 받아 분석해 봤다. 우리가 놓친 수많은 ‘만약에’다. ■ 가정에서 발생한 아동학대…관심과 교육 있었다면 정연이(가명)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인 2022년 6월26일, 친부의 손에 생을 마감했다. 환경미화원이던 친부는 오전 3시30분에 출근해야 하는데, 정연이가 밤늦게 까지 울고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인용 이불 여러 개로 아이를 덮어뒀다. 6월초부터 반복된 행위. 정연이의 친모는 이 모습을 보고 곧장 이불을 걷으며 남편에게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학대는 이어졌다. 6월26일, 또다시 정연이를 이불 3개로 덮어둔 친부는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밥을 먹으며 1시간이나 아이를 방치했다. 그렇게 다음 날 새벽, 정연이는 저산소로 인한 뇌손상으로 생을 마감했다. 김 관장은 이들이 부모교육을 받았더라면 본인의 행동에 대한 위험을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만약 친모가 여러 번 이 같은 행위를 목격했을 때 아이를 분리했더라면 정연이는 아직 살아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부모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친부는 자기 행동이 과하고, 위험한 것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라며 “친모 역시 6개월 동안 여러 번 위험한 행동임을 발견했음에도 아이를 다른 방에서 재우거나 분리시키지 않았다. 분리해 양육했더라면 아이가 죽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일곱 살인 정호(가명)는 다섯 살 동생 지호와 2022년 3월15일부터 같은 해 9월4일까지 안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방치돼 학대를 받았다. 집 안에는 각종 쓰레기가 가득했고, 애완견 변까지 쌓여 악취를 뿜어냈다. 김 관장은 “방임 기간을 보면 여름이 포함돼 있어 악취가 상당했을 것”이라며 “이웃 주민들도 분명 이상함을 감지했을 텐데, 이웃 중 한 명이라도 경찰에 신고를 했다면 어린아이들이 일찍 발견될 수 있었고 덜 상처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 매뉴얼만 지켰어도…막을 수 있었던 어린이집 아동학대 의정부시에 있는 한 어린이집 교사 장추자(가명)씨는 2018년 12월13일부터 2019년 2월19일까지 3개월 동안 아이들을 학대했다. 판결문에 적힌 학대 횟수만 297회에 달했다. 장씨는 간식을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아이를 밀어 책꽂이에 부딪치게 하거나 포크와 장난감으로 아이들을 때리기도 했다. 신체적 학대는 물론이고 정서적 학대도 있었다. 무엇보다 장씨의 학대는 같은 반 보육교사인 정혜연(가명)씨에게 고스란히 목격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신고는 없었다. 한 달에 100번 가까운 학대가 이뤄질 동안 정씨가 이 같은 사실을 원장에게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했다면 어땠을까. 김 관장은 “정부가 발간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매뉴얼에는 어린이집 원장이 수시로 원아들과 교사들을 모니터링하고, 보육교사는 다른 교사가 하는 행동이 학대 행위로 보이거나 의심되면 즉시 원장에게 알리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이들이 매뉴얼을 숙지하고 지켰다면 3개월이나 이어진 학대는 초반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매뉴얼 위반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의 학대 사건마다 보이는 문제기도 하다. 군포시의 한 유치원에서 2022년 보육교사가 3~4세 아이 7명을 24차례에 걸쳐 학대한 사건에서도 보름 남짓 반복된 학대는 부모의 신고가 있기 전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김 관장은 “보육시설에서 생기는 학대 사건의 가장 많은 케이스인데, 현재 필수가 아닌 보조교사를 확대해 1인당 돌보는 아이 수를 줄이고 감시자의 역할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과 같은 저출생시대에 정부가 아이들을 지키자는 마음으로 보육교사 지원 등에 아낌없는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10건 중 8건이 집에서 발생하는데…매뉴얼 전무 경기도내 아동학대 10건 중 8건 이상이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부모나 일반 대중에게 학대에 대해 교육할 시스템과 매뉴얼은 전무하다. 2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22년 경기도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7천845건 중 85.3%인 6천695건이 가정에서 발생했다. 이어 △교육기관 686건(8.7%) △숙박업소·종교시설·기타 138건(1.8%) △사례관리대상자(보호자·성인) 가정 137건(1.8%) △친인척 또는 이웃의 집 134건(1.7%) △병원 또는 복지시설 55건(0.7%)으로 나타났다.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6천557건으로 83.6%를 차지했으며 대리양육자가 825건(10.5%), 친인척이 230건(2.9%), 타인 140건(1.8%), 기타 93건(1.2%)으로 확인됐다. 특히 아동학대 피해 아동 10명 중 9명은 원가정으로 돌아가고 있다. 7천845건의 아동학대 중 7천120건(90.7%)은 학대 후 원가정으로 돌아갔고, 분리보호는 674건(8.6%)에 그쳤다. 대부분의 피해 아동들이 원가정으로 돌아가는 만큼 재학대 역시 1천334건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부모나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아동학대에 대해 명확히 교육하거나 알릴 수 있는 매뉴얼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마련된 정부의 아동학대 관련 매뉴얼은 지난해 3월31일 발간한 ‘2023 아동학대 예방 및 대처 요령’, 2021년 9월 발행된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매뉴얼’, 2016년 4월18일 마련된 ‘유치원·어린이집 아동학대 조기발견 및 관리·대응 매뉴얼’, ‘아동학대 징후를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뿐이다. 이들 모두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직무 중 학대로 의심되는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것으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아동학대 교육을 꼭 들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은 상황인데, 사회 전반의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아동학대 관련 교육을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 등의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 확대는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제언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 국민 대상 교육 확대 필수” 전문가는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좋은 부모 되기’,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아빠되기’처럼 친근한 용어로 일상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게 필요하다”며 “아동학대를 예방하려면 부모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를 방치하다 숨지게 한 학대 사건 등에서 보육시설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답하는 사람들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교육을 통해 모두가 아동학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박 교수는 중·고등학교나 대학 등에서 아동학대 관련 교육을 아이들 맞춤으로 진행하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전입신고를 할 때 교육을 받게 하거나 문화센터나 주민센터처럼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곳에서 양육과 관련한 각종 지원, 지식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박 교수는 아동학대의 경우 사후 관리가 아닌 사전 관리를 통한 ‘예방’에 초점을 맞춰 촘촘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동학대라는 것은 발생한 뒤에는 없었던 일이 될 수 없고, 아이에게는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는다”며 “공적 시스템에 신고가 돼 사례관리를 받게 되는 순간 아이의 삶에 큰 고통이 생기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아동학대는 발생 위험 요인들의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동학대 발생 위험 가정들을 조기에 발굴해야 한다”며 “위험이 있는 가정들이 지역사회의 지원이나 각종 서비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학대 위험요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조기 발견 자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박 교수는 아동학대 관련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했다. 홍보를 통한 교육이 확대돼야 하는 이유 역시 같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고, 이들에게 적극적인 서비스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러한 교육이나 정보가 제공되는 시스템,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각적인 방면에서 촘촘한 체계가 갖춰진다면 아동학대는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국회, 윤 정부 쟁점법안 23개 중 여야 2건 합의 처리…엇갈린 평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21일 여야 합의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어진 법안 처리 논란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22년 5월 윤 정부 출범 후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 23개 중 21개에 대해 재의요구권이 행사되면서다. 이날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2대 국회 출범 후 여야가 처음으로 합의한 ‘전세사기특별법’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어 윤 대통령도 여야 합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위원회 대안으로 발의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모두 9건이다. 여야는 이에 각각 당론 발의한 9건을 심의한 후 다시 수정안을 만들어 국토위 법안 소위에서 합의 처리했다. 개정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매입해 피해 세입자에게 주택을 장기 공공임대하거나 경매차익을 지원하는 방식의 정부안을 반영했다. 또 피해자들이 LH가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에서 기본 10년 동안 거주하고, 더 거주하기를 원할 경우 일반 공공임대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10년간 추가로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경매차익이 남지 않거나 공공임대주택 거주를 원하지 않으면, LH가 전세 임대를 통해 피해자가 원하는 곳에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세 사기 피해자 인정요건인 보증금의 한도는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했다. 피해지원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2억원의 금액을 추가로 인정할 수 있어 최대 7억원 구간 세입자까지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 21~22대 국회에서 여야 간 팽팽한 이견이 빚은 쟁점 법안은 모두 23건이다. 이 중 21건의 법안은 이미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이후 폐기됐거나 일부 재의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반면, 지난 5월1일 처리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이후 다시 여야 합의로 수정안을 발의해 5월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여야 합의가 이뤄진 전세사기특별법도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이어 두 번째로 법률 공포까지 이뤄질 수 있는 사례다. 국회 국토위 소속 한 관계자는 “여야가 처음부터 합의를 통해 법안을 처리했다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시스템을 다시 정착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처서 매직' 없다…비 내려도 무더위·열대야 지속 [날씨]

올해는 ‘처서(處暑) 매직’이 통하지 않을 전망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지만 더위는 꺾이지 못하고 열대야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인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상당수 지역은 오전까지 흐리다가 오후부터 구름이 많이 낀다. 경기북부와 강원북부내륙 등을 중심으로는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 서해5도, 강원내륙·산지, 대전·세종·충남, 충북 20~60㎜(많은 곳 경기북부, 강원북부내륙 80㎜ 이상) ▲제주도 10~60㎜ ▲광주·전남, 전북,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5~40㎜ ▲강원동해안 5~30㎜ 등이다. 비가 내리는 지역에선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다. 저지대 침수와 산사태, 시설물 붕괴 등에 유의해야 한다. 이 비는 밤에 대부분 그치겠으나, 경기동부와 강원내륙·산지, 충청권내륙, 전라동부, 경상권, 제주도엔 내일(23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곳이 있다.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24~28도, 낮 최고기온은 29~36도 수준이다. 수도권을 보면 서울이 27~30도, 인천이 27~29도, 수원이 26~30도의 기온 분포를 보인다.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가겠으나 비가 그친 뒤에는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낮 동안 다시 기온이 올라 무더위가 밤까지 이어지겠다. 풍랑특보가 발효된 서해 남부 먼 바다와 남해 서부 서쪽 먼 바다, 제주도 앞 바다(제주도 북부 앞 바다 제외)는 22일 오후까지, 제주도 남쪽 안쪽 먼 바다와 제주도 남쪽 바깥 먼 바다는 22일 밤까지 바람이 초속 9~16m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4.0m로 높게 인다. 한편 미세먼지는 원활한 대기 확산과 강수의 영향으로 전 권역이 '좋음'으로 예상된다.

[사설] 경기도 업무협약 900건, 전시행정 구태 아닌지

지방자치단체마다 수많은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광역자치단체 간 또는 광역-기초단체 간의 체결도 있고, 공공기관이나 대학 등과 협약을 맺기도 한다. 행정의 다변화와 효율성을 모색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1999년부터 지난 7월 말까지 다른 광역단체, 국가·지방 공기업, 도내 일선 시·군 등과 진행한 업무협약은 모두 903건에 이른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80.4건, 월별로 환산하면 한 달에 6건 정도의 협약이 이뤄졌다. 민선 8기 들어 체결한 업무협약은 175건이다. 민선 7기(404건), 민선 6기(227건)에 비해 적지만 남은 임기 2년을 감안하면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업무협약의 성과는 얼마나 될까. 한마디로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관리도 안 되고, 통계도 없고, 평가도 안 되고 있다. 협약 건수만 늘렸지 보여주기식 행정, 무분별한 협약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업무제휴 및 협약에 관한 조례’에 따라 체결기관, 체결일 등을 담은 업무협약 현황이 매달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각 부서에서 진행 상황을 취합한 것으로, 현재 진행 644건에 미진행 259건이다. 미진행의 이유는 모른다. 중단 또는 취소에 대한 사유가 나와 있지 않다. 진행 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통합관리 시스템이 있어야 각 실·국이 진행한 업무협약 내용을 파악하고 중단, 취소 등의 상황도 체크할 수 있는데 사후관리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협약을 체결한 지 오래돼 내용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업무협약 자체는 좋은 제도다. 지방자치단체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긍정적 평가를 받는 사례도 있다. 세종시는 2017년 세종보건환경연구원이 개원(2019년 9월)할 때까지 시민 건강과 밀접한 환경 및 보건 업무를 충북 보건환경연구원에 위탁해 보건 분야의 공백을 메웠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발간한 ‘지방자치단체 간 협약제도 도입방안’에 우수 사례로 소개된 내용이다. 경기도는 업무 제휴·협약과 관련, 정비를 해야 한다. 평가위원회 등을 구성해 협약의 지속 여부를 점검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선언적 의미의 협약이나 전시용 협약을 가려내고 도정과 도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것들을 추려내야 한다. 법적인 구속력을 갖추지 않은 업무협약은 자치단체장의 인적 네트워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단체장이 바뀐 후에는 협약이 이행되는지 무관심하고, 또 새로운 협약을 맺는다. 지자체 업무협약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업무협약 상황을 점검하고 통합관리할 시스템도 구축해 효율성을 모색해야 한다.

[사설] 5%대 넘은 학교 밖 청소년... 교육청도 적극 나서야

학교 밖 청소년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코로나19 이후 그 증가세가 더 가팔라졌다. 우리 사회가 달라진 것인가, 아니면 학교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인가. 과거에는 학교를 그만뒀다고 하면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학업 부적응, 학교폭력, 또래 친구와의 갈등 등이었다. 최근에는 자기 분야에서 꿈을 이루려는 긍정적 유형도 많다. 그렇다 해도 그들이 부닥치는 현실은 만만치 않다. 관계 단절에 따른 심리적 위축은 채 성장하지 못한 아이들을 좌절케 한다. 나름의 꿈을 이루기 위한 자기주도 학습도 쉽지만은 않다. 지역사회가 적극 나서 보살펴야 하는 이유다. 인천여성가족재단이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를 했다. 2021년의 인천 학교 밖 청소년은 1천482명이었다. 이듬해는 2천109명이었다. 그리고 지난해는 2천582명으로 늘었다. 2년 사이 1천100명, 74.2%나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누적된 인천의 학교 밖 청소년은 최대 1만5천752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인천의 전체 청소년은 30만6천493명이다. 이 중 5.1%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20명 중 1명 이상꼴로 학교를 벗어나 있는 셈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가정 환경과 학업 부적응 등이었다(63%). 유학과 출국을 위한 학업 중단도 32%나 됐다. 대부분은 자퇴 뒤 대인관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51%가 ‘학교를 그만두고 힘들다’고 답했다.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 단절 및 새로운 친구 만들기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32%를 차지했다. 12%는 사람들의 선입견, 편견, 무시 등이 힘들다고 했다. 진로 찾기의 어려움이나 무기력함 등에 대한 고민도 컸다. 실태조사 결과, 이들은 식비와 교통비 등 실질적 도움을 필요로 했다. 급식도 끊어지고 스스로 학원 등을 다녀야 해서다. 인천시가 9곳 구에 이들을 위한 꿈드림센터를 열고 있다. 그러나 예산 등의 제약으로 활성화해 있지 못하다. 교통비 지원은 부평구 꿈드림센터가 유일하다. 이런 탓으로 실제 꿈드림센터를 이용하는 학교 밖 청소년은 7.6%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대부분이 지역사회 안에서도 저 혼자 헤쳐가고 있는 셈이다. 한때는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이 2%를 넘어가면 학교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라 봤다. 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사회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 인천시와 구·군은 학교 밖 청소년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인천시교육청도 마찬가지다. 꿈드림센터의 프로그램 협력 등에 그칠 일이 아니다. 학교 안 청소년과 마찬가지로 학교 밖 청소년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정책과 예산에서 인천시교육청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김종구 칼럼] 극일 이룩한 국민‚ 반일 멈춰선 정치

1848년 공산당선언이 출현했다. 이념 분쟁의 서막이었다. 구호로 시작해 구호로 끝난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1917년 이 선언이 국가로 탄생했다. 러시아 10월 혁명이었다. 이 천지개벽의 무기도 구호다. ‘농민에게 땅을!’, ‘군인에게 종전(終戰)을!’. 구호가 행동을 불러낸 시대였다. 노동력이 착취당하던 19세기였다. 노동자를 향한 구호가 주효했다. 농민 빈곤과 전쟁 피로의 러시아였다. 볼셰비키 구호가 먹혀들었다. 우리 좌파 역사에도 구호가 있다. 항일·반일. 그도 그럴 게, 일제 잔재가 여전했다. 친일과 항일이 혼재해 있었다. 여전히 매력적인 구호였다. 죽창가 선창하면 우르르 따랐다. 때로는 우파가 태클을 걸어봤다. ‘지금이 어느 땐데 친일 논쟁이냐.’ 하지만 본전도 못 찾고 물러났다. ‘항일 아니면 친일이냐’는 반격에 할 말을 잃었다. 좌파에는 백전백승, 우파에는 백전백패. 이유는 간단하다. ‘항일’, ‘반일’은 애초부터 좌파가 설계한 구호다. 올 광복절도 그랬다. 유난스러웠다.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이 있었다. 쪼개진 기념식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 기념사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 논란이 있었다. 여진이 지금까지 계속된다. 지지율 30% 언저리의 대통령이다. 여기서도 대책 없이 밀렸다. 친일파 관장이란 구호. 무능한 정부란 구호. 친일 기념사란 구호. 숭일(崇日) 대통령실이란 구호로 밀려났다. 맞기도 하고 안 맞기도 한데.... 논쟁할 가치는 별로 없다. 딱 하나의 구호가 남는다. 광복절 기념사 중 한 부분이다. “작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고...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격차는 역대 최저인 35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새로운 수치가 아니다. 7월 말에 이미 나왔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3만6천194달러다. 일본보다 401달러 많다. 가구당 순자산(2022년)도 한국이 일본보다 3천500달러 많다. 광복절에서는 처음 듣는 구호다. 광복절 기념사의 공식이 있었다. 일본의 식민지배 규탄하고, 철저한 자기반성 요구하고, 실질적 보상 촉구하고, ‘그래야 희망찬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맺는다. 우리가 똑같으니 일본 반응도 똑같다. 한국 내부 정치용이라며 빈정대고, 야스쿠니신사 몰려가며 약 올리고, ‘보상은 끝났다’며 무시한다. 이 익숙한 공식과는 낯선 구호였다. ‘국민소득 이겼다’고 선언했다. ‘수출도 이긴다’고 장담했다. 공개적으로 밝힌 극일(克日) 구호다. 앞선 대통령 12명은 항일을 말했다. 13번째 대통령에서 나온 극일이다. 어찌 윤석열 정부만의 공인가. 13명 대통령이 완성한 역사다. 군인 대통령과 민간 대통령의 공이고, 영남 대통령과 호남 대통령의 공이고, 우파 대통령과 좌파 대통령의 공이다. 윤 대통령 밉다고 이것도 흠집 잡는다. 통계 기준이 어떻고, 엔저 현상이 어떻고.... 배 아픈 일본이 파고들 흠집이다. 이걸 왜 우리 정치가 대변해주나. 이거야말로 친일이고 숭일이다. 덧없는 게 정치 구호다. 후쿠시마 구호도 1년 됐다. 세슘 우럭은 없다. 방사능 중독도 없다. 일본 방어 2배, 일본 홍어 3배 늘었다. 항일·반일 구호가 대개 이렇다. 확 떠들다가 훅 사라진다. 떠든 좌파는 무책임하고 못 막은 우파는 무능하다. 2024년 광복절의 구호-먹고사는 문제에서 일본 이겼다-는 그래서 더 소중하다. 정치가 만든 구호가 아니니까. K-반도체 연구자들, K-자동차 연구자들이 반백년 동안 만든 위대한 결과니까. 그들의 구호가 기업사(史)에 남아 있다. ‘반드시 일본을 이긴다!’, ‘타도 소니(SONY)!’, ‘타도 도요타(TOYOTA)!’. 이 피눈물이 만든 극일 광복절이었다. ‘1919·1945 건국’에 박제된 정치 광복절은 없는 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