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 5명 중 1명은 '보험급 과소지급' 등의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3천997만명으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수(5천145만명)의 78% 수준이다. 국민 4명 중 3명이 가입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실손보험 소비자의 만족도와 이용행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4월18일부터 5월9일까지 전국 소비자 1천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대상은 실손보험 보유계약 건수 기준 상위 5개 손해보험사(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이상 가나다순)다. 먼저 조사대상 5개 보험사의 종합만족도(3대 부문 만족도와 포괄적 만족도를 각각 50%로 반영해 산출)는 3.62점(5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별 만족도는 3.58점에서 3.64점 사이였고, 보험사 간 점수 차이는 오차범위 이내였다. 3대 부문 만족도는 서비스의 핵심부분을 평가하는 ‘서비스 상품’이 3.93점으로, 포괄적 만족도는 ‘전반적 만족도’가 3.68점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3대 부문의 요인별 만족도를 분석한 결과, 서비스 품질 부문에서는 고객 문의와 문제해결에 대한 적절성, 신속성을 평가하는 ‘고객 대응’ 요인이 3.81점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홈페이지 및 앱 디자인, 상품안내 자료 등 시각적 전달 요소를 평가하는 ‘응대 환경’ 요인은 3.59점으로 가장 낮았다. 서비스 상품 부문에서는 보험료 납부 방법의 다양성, 편리성 등을 평가하는 ‘보험료 납부’ 요인과 보험금 지급의 신속성, 간편성 등을 평가하는 ‘보험금 지급’ 요인이 각각 4.11점으로 가장 높았다. 반대로 보험료의 타사 대비, 품질 대비 적절성 등을 평가하는 ‘보험료 수준’ 요인은 3.55점으로 가장 낮았다. 서비스 체험 부문에서는 ‘긍정 감정’ 요인이 3.07점으로 ‘부정 감정’ 요인(3.92점)보다 낮았는데, 특히 긍정 감정 요소인 ‘행복한 느낌’에 대한 경험 정도가 2.96점(보통 미만)으로 가장 저조했다. 조사대상 소비자의 37.5%(562명)는 병원 진료 후 보상을 청구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있음에도 이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포기 사유로는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소액이어서’가 80.1%(450명)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귀찮거나 바빠서’ 35.9%(202명), ‘보장대상 여부가 모호해서’ 13.9%(78명) 등의 순이었다. 최근 1년(지난해 4월 이후) 내 소액 보험금 청구 포기 경험자는 410명으로, 이들의 포기 횟수는 평균 2.9회, 포기한 보험금은 평균 1만3천489원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조사대상 중 1~3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1천310명)의 53.4%(700명)는 본인이 가입한 보험사의 4세대 실손보험으로 계약을 변경할 수 있는 ‘보험계약 전환제도’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전환제도를 알고 있는 610명의 응답자는 계약 미전환 이유로 ‘전환 유불리를 잘 몰라서’(28.5%)를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 ‘과거에 가입한 보험이 더 좋다고 알고 있어서’(26.9%), ‘보장범위가 줄어서’(18.2%) 등을 응답했다. 끝으로 전체 조사대상 소비자 5명 중 1명(19.5%·293명)은 실손보험 이용 중 불만·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불만·피해 유형별로는 ▲‘보험금 과소지급’이 34.1%로 가장 많았고, ▲갱신보험료 과다(27.0%) ▲보험금 지급 지연(25.9%) 등이 뒤따랐다. 소비자원은 "앞으로도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기 위해 국민 다소비 및 신규 관심 서비스 분야의 비교정보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사업자의 서비스 개선 활동에도 도움이 되도록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내 공공주차장과 개발예정지 등이 장기 무단방치 차량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무단방치 차량들은 주민 불편과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범죄 악용, 청소년 탈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일 오후 안산시민공원 무료 공영주차장. 이곳에는 파손된 차량 십여대가 무단 방치돼 있었다. 범퍼가 찌그러지고, 차창은 테이프로 덕지덕지 발라려 있었고, 전면 유리창에는 낙엽이 잔뜩 쌓여 있었다. 한 차량에는 지난 3월 안산도시공사가 발부한 ‘방치차량처리 예고장’이 붙어 있었고, 예고장에는 ‘차량을 찾아가지 않으면 관련법에 따라 무단 방치 차량으로 견인조치 하겠다’는 내용이 실렸다. 다른 차량에는 ‘8월31일까지 이동주차 등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소유주 및 점유자에게 당부’하는 단원구청이 발부한 ‘방치자동차 이동 및 경인 예고 안내’가 부착돼 있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방치 차량 가운데 무적 차량이 있을 경우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지 않겠냐”며 “주차장이 아파트 단지와 인접해 있는 만큼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이용될 소지가 있어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불안해 했다. 안양시 만안청소년수련관 야외주차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고 차량 한 대가 1년 넘게 방치돼 있었다. 안양시청 게시판에는 해당 차량에 대한 민원이 올라와 있다. 시는 해당 민원에 대해 “해당 주차장은 주차 제한 규정이 없어, 현행법상 조치가 어렵다. 해당 차량의 소유주에게 자진이동 하도록 계고장을 부착했다”고 답변했다. 부천시 원미구 상동 아인스월드 부설주차장에도 번호판이 없는 차량 등 여러 차량이 마치 지정석인냥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한 차량에는 법적 식별번호인 차대번호가 지워져 있다. 이럴 경우 차주에 대한 추적이 불가능하다. 개발 예정지역 도로변에 차량이 방치된 사례도 있다. 하남시 교산신도시 개발 지역으로 수용되는 고골마을의 진출입 주요 도로변에는 사용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화물차, 버스 등 대형 차량들이 장기간 버려져 있었다. 이곳에는 일부 주민들이 아직 거주하는 상황이다. 안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사고 차량 등 3개월 이상 장기 방치 차량 등에 대해서는 스티커를 발부하는 등 관리하며 추적을 하고 있으나 공사의 업무 성격상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관할 구청으로 이관,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무료 공용주차장에 방치된 차량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관할 구청 등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개정된 주차장법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무료 공영주차장에 한달 이상 방치하는 차량은 강제 견인될 수 있다.
수요일인 21일은 제9호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린다.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갈 순 있으나 비가 그친 뒤 낮 동안 다시 기온이 오르면서 무더운 날씨를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25~28도, 낮 최고기온은 28~35도로 예측됐다. 한달째 이어지고 있는 열대야가 이어져 밤에도 무척 더울 전망이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27~31도, 인천 27~30도, 수원 27~31도 수준의 기온 분포다.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지역엔 강한 바람이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북부의 경우 30㎜내외, 경기남부와 충청권, 강원도, 전라권, 경상권, 제주도 등은 30~50㎜ 등으로 예보됐다. 짧은 시간에 강한 강수가 내리는 지역과 비가 내리지 않는 주변 지역에서도 계곡이나 하천의 물이 갑자기 불어날 수 있어 접근하거나 야영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기상청은 "제9호 태풍 '종다리'의 이동경로와 강도에 따라 강수구역, 강수시점 등이 변동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세먼지 농도는 전 권역에서 '좋음'으로 예상된다.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도 뜨거워진다. 경기도 과학고 유치전이다. 각종 선거의 주요 공약으로 잡혀 있다. 추진단 결성, 토론회 개최, 시민촉구대회 등이 줄을 잇는다. 경기도교육청이 불을 그어댔다. 임태희 교육감의 경기도 과학고 추가 지정 추진 구상이다. 지난 4월 ‘경기형 과학고 구축 프로젝트’까지 발표했다. 상세 절차와 계획 등을 발표할 단계에 왔다. 지역에는 이미 바뀌지 않을 약속이 됐다. 정치권은 4월 총선부터 바빴다. 어떤 지역 후보자가 교육감을 만났다. 다른 지역 후보자는 교육청을 찾았다. 많은 지역 후보자가 공약으로 발표했다. 현재까지 여기에 뛰어든 지자체만 10여개다. 고양·부천·성남·시흥·용인·화성·광명·안산·이천 등이다. 임 교육감이 언급한 신설 학교 수는 ‘권역별 서너 곳’이다. 이 ‘서너 곳’에 들어가기 위해 사활을 건다. 이런 지역 경쟁이 있었나 싶다. 이천시 ‘이천과학고 유치위원회’는 23일 토론회를 한다. 송석준 의원(국민의힘·이천)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다. 대학교수, 교육청 관계자, 지역 정치인들이 나선다. 유치 기원 릴레이 행사, 시민결의대회도 예정돼 있다. 성남시는 시정연구원이 주관한 설문 결과를 뿌렸다. 시민 653명 가운데 84.7%(553명)가 찬성한다는 통계치다. 성남시민의 숙원임을 강조하는 발표다. 역시 지역 국회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화성시는 다른 지역과 또 다르다. 동탄이라는 지역을 특정했다. 이준석 의원(개혁신당·화성시을)이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명칭에 ‘동탄 과학고’라고 아예 못 박았다. 앞으로 지역의 열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교육청이 용역을 끝내고 8월 중 일정을 발표한다. 공모로 가는 절차의 시작이다. 지역마다 ‘반드시 우리 지역인 이유’를 말한다. 어디는 교육 열기, 어디는 입지 조건, 어디는 산업 인프라다. 워낙 첨예해 평하기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가야 할 건 있다. 과학고가 지역에 주는 가치다. ‘강남 완성은 경기고 이전’이라고 했다. 70년대 교육열은 신도시를 견인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과학고 유치는 도시를 키운다. 큰 도시라면 더 완성시킨다. 듣기 불편하지만 반론 없는 현실이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가 제언해 두려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경기도를 고르게 나누는 권역 분배가 하나고, 시•군 경제력의 차이를 고려하는 균형발전이 다른 하나다. 권역 분배와 균형발전. 둘 다 순수 교육의 영역 밖의 가치다. 하지만 저 유치 열망 속에 담겨 있는 목적인 것 역시 분명하다. 입지 평가 항목에 반드시 넣어야 한다.
기록적인 폭염에 녹조 현상이 심각하다. 전국의 강과 호수 등이 초록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짙은 녹색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한 종류인 남조류(녹조)가 대량 번식하면서 물 색깔이 녹색으로 변한 것이다. 물 속 영양분 과다, 강한 햇빛, 높은 수온, 물순환 정체 등이 녹조 발생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녹조는 햇빛을 차단해 수중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물속 산소량을 감소시켜 수생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녹조가 심하면 물에서 비린내가 나고 피부에 닿으면 피부염도 유발한다. 독성 물질을 생성해 식수원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매년 반복되는 녹조는 올여름에 더욱 심하다. 녹조라떼 수준을 넘어 녹조 곤죽 현상을 보이는 곳도 있다. 문제는 식수원 오염이다.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전국에서 줄을 잇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수돗물 악취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수원상수도사업소에는 지난 16일부터 역한 냄새가 난다는 등의 민원이 30건 넘게 접수됐고, 광주시의 경우 16일 하루 동안 27건의 민원이 발생했다. 용인시에서도 수지·기흥구를 중심으로 수십건의 민원이 속출했다. 물 비린내, 곰팡이 냄새를 호소하고 있다. 수돗물 악취는 수도권 식수원인 팔당호에 녹조가 급증해 생긴 것이다. 수원·화성·용인·광주 등에선 팔당호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데 녹조가 심각해 흙·곰팡이 냄새 등의 악취가 나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12일 실시한 팔당호 수질검사 결과 1㎖당 8천236개의 유해 남조류 세포가 측정됐다. 2015년 8월 이후 9년 만의 최대 수치다. 환경부 지침상 2주 이상 녹조 1천세포 이상이면 ‘관심’, 1만개 이상은 ‘경계’ 경보가 내려진다. 녹조 비상으로 팔당호의 조류경보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도는 녹조 세포 수치가 높게 나온 만큼 31개 시·군에 수질 감시 강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전달했다. 지자체들에선 악취를 최소화하기 위해 염소 처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녹조가 워낙 심각해 정수 처리를 해도 냄새가 난다. 정수장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가정으로 식수가 공급될 경우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 물을 끓여 이용하라고 권고하는데 이는 한계가 있다. 양치질하고 세수할 때 냄새가 나는데 일일이 끓여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로 폭염은 해마다 계속될 것이고, 녹조도 매년 발생할 것이다. 이상기후 탓만 해선 안 된다.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녹조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녹조 발생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평군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지만 지방소멸 위험지수 0.27로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이다. 전국에는 인구감소지역이 89곳 있는데 경기도에서는 가평군과 연천군 두 곳이 해당한다. 중앙정부도 그렇고 일반인들도 ‘수도권’은 모두 재정 여건 등 형편이 좋은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비근한 예로 정부는 각종 인구감소지역 지원정책에서 수도권은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가평군은 사정이 크게 다르다. 수도권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지원정책에서 제외하는 것은 ‘수도권 역차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가평군은 현재 재정자립도가 18.3%에 불과하고 65세 이상 고령인구도 30%로 매우 높다. 여기에 ‘수도권정비계획법’, ‘환경정책기본법’, ‘한강수계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등에 의해 이중삼중의 중첩규제를 받고 있다. 가평군은 민선 8기 들어 미래 성장동력원 마련을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뛰고 있다. 이 덕분에 ‘2025~2026년 경기도종합체육대회’ 가평군 유치 성공, ‘국도 75호선 청평~가평 간 도로 개량’ 1천억원 사업의 설계용역비 정부 예산 반영, 5천800여억원의 국∙도비 확보, 상면·조종면 지역 1천40만여㎡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수도권 역차별에다 중첩규제가 계속되는 한 지자체의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 가평군이 수도권에 위치해 받는 주요 역차별 정책은 △지역활력타운 △세컨드 홈 활성화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민관협력 지역상생협약 사업 등이 있다. 지역활력타운 정책은 맞춤형 주거 제공과 생활인프라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인데 수도권과 제주도는 제외된다. 세컨드 홈 활성화 정책은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공시지가 4억원 이하 세컨드 홈 구입 시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재산세 등에 대해 특례를 제공하지만 수도권(강화‧옹진‧연천 제외)과 광역시는 해당이 안 된다.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또한 모든 비수도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민관협력 지역 상생협약 사업은 민간과 함께 생활인구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지만 이는 인구감소지역 중에서도 비수도권만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세컨드 홈 활성화 정책은 수도권이라도 접경지역에 해당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혜택을 주고 있는데 가평군은 이마저 접경지역이 아니어서 제외된다. 가평군은 이 같은 불합리한 수도권 역차별 정책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와 중앙부처를 방문해 각종 규제에 대한 부당함과 군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실시한 ‘가평군 접경지역 지정촉구 범군민 서명운동’은 서명운동 2개월여 만에 전체 군민의 72%가 참여해 높은 열망을 보여줬다. 인구감소 위기는 비수도권에 국한하지 않고 가평군과 같은 수도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중앙정부에서 추진 중인 인구감소지역 위기극복 정책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한다. 가평군은 인구 증가와 지속적인 지역 발전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이중삼중의 중첩규제가 짓누르고 수도권 역차별이 계속되는 한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제 가평군의 절박한 노력과 위중한 현실에 중앙정부가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울창한 숲과 맑은 강을 보유한 청정한 가평. 가평을 살리는 길은 각종 중첩규제와 수도권 역차별 정책을 하루빨리 풀어주는 것이다. 정부는 가평군의 절박한 상황을 더 이상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난달 18일 수원행정법원은 시흥시가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을 상대로 낸 ‘배곧대교 건설사업 재검토 통보 처분 취소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기각과 달리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청구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때 내리는 결정으로 이유는 구체적으로 판시하지 않았다. 대개 각하 결정은 당사자적격 내지 소의 이익이 없거나 제소 기간, 절차상 하자, 중복 제소 등을 이유로 내리게 된다. 법원이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추측만 가능한데 절차적으로 별 다른 문제가 없다면 배곧대교가 민자사업이란 점에서 당사자적격 내지 소의 이익과 관련될 개연성이 크다. 시흥시는 2014년부터 배곧대교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다 2020년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배곧대교 민자투자사업 전략 및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 부적절 의견을, 이듬해 본안에서 전면 재검토 의견을 받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기각 결정이 나게 되고 이에 불복, 법원에 소를 제기했지만 이번엔 심리도 하지 못하고 부적법 각하됐다. 이로써 사업 추진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흥시가 주장하는 배곧대교의 필요성은 한마디로 말해 ‘경제적 이익’이다. 시흥시 정왕동 배곧지구와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가 다리로 연결되면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와 배곧지구 모두 투자유치와 정주환경이 크게 개선,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형화물차 등으로 상습 정체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제3경인고속도로와 아암대로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두 도시의 시너지,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시흥시 입장이다. 이와 달리 인천시는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환경단체와 시민사회계의 반발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시흥시가 배곧대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던 2014년 이전에 이미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상황이었고, 인천 갯벌이란 천혜의 자연을 가지고 있는 인천시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기조가 감지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임병택 시흥시장과의 간담회에서 배곧대교는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개발계획의 기반시설로 반영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배곧대교의 경제적 효과, 필요성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가장 먼저 해묵은 난제, 람사르 습지란 높은 벽을 넘어야 한다. 재판은 항소를 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고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전환해 습지보전법의 예외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그동안 추진 상황과 규모에 비춰볼 때 어려운 점이 많다. 배곧대교, 갈 길이 멀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협상 중재안을 거부했다. 휴전협상에 대해 낙관적이라는 의견을 밝힌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기대를 저버린 결과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이 “환상을 팔고 있다”고 주장한 하마스는 휴전협상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제시된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사태가 발발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하마스 공격 당시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약 1천200명, 현재까지 가자지구 작전 중 사망한 이스라엘군은 329명이다. 반면 지난 10개월여에 걸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사망한 가자지역 주민 수는 4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전 세계의 분쟁에서 발생한 간접 사망자가 직접 사망자의 3~15배에 달한다는 통계에 의거해 볼 때 가자지구 사망자도 최대 18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미국 보건학 연구 단체의 주장은 상당한 신빙성을 가진다. 이는 가자지구에서 매일 평균 130명 정도가 목숨을 잃었음을 의미하며 가자지구 인구를 약 250만명으로 추산하면 13명 중 1명 정도가 전쟁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숨진 셈이다. 더 심각한 상황은 이들 사망자의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라는 사실이다. 하마스 괴멸을 목표로 내세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학교, 병원, 예배 장소 등 전쟁에서 공격이 금지된 장소에 공습과 과격한 지상전을 펼쳐 왔다. 이러한 무차별적 공세 속에 여성, 어린이, 노약자 등 전쟁에서 보호받아야 할 민간인이 대규모로 살해되면서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서 전쟁범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엘 하니예의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한 이란의 보복 공격 발표로 중동지역은 전면전의 위기감에 휩싸였다. 영국과 프랑스 외교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하마스 사태 발발 이후 아홉 번째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모두 한목소리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며 사태 해결을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하마스 사태로 발생한 현상에 대한 위기감과 긴박함을 뒤로하고 하마스 사태의 본질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되짚어본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누구의 잘못인가. 과연 서방 강대국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공정하고 진정한 해결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상당히 엉뚱하고 과장된 상상을 하게 된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10개월 동안 공격해 4만명 이상의 대만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외교적 해결을 외치며 어떤 중재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시점이다.
휴가라는 용어에 무관심한 세월을 보낸 지 오래다. 망설임 끝에 사돈 내외와 남도여행을 하게 됐다. 차를 준비한 두 분은 이미 앞좌석에 앉아 시종 화기 어린 대화를 주고받았다. 앞좌석은 남자, 뒷좌석은 여자이면 좋을 성싶지만 분리된 어색함의 합리화로 가끔 맞장구를 쳤다. 평소 배려심 많은 바깥사돈은 나와 이미 백두산과 남도여행을 함께해 온 터였지만 이런 동행은 처음이다. 어쨌든 호텔 룸에서 한잔 술도 나누며 나는 상주 모심기 노래 한 대목도 헌정했다. 여수 동백섬과 보성 녹차밭, 남원 광한루까지 여행하며 전라도 음식도 맛보고 좋은 풍경도 즐겼다. 올라오는 길에 들른 화순읍 화보로 기장떡 마을에서 정겨운 골목과 마주했다. 흙돌담집도 추억이 깃들었고 빈집 공터도 한여름의 푸른 하늘, 흰 구름과 조화를 이뤘다. 이곳에서 사 온 기장떡 보자기를 야간반에 풀었더니 멋쟁이 홍성호님이 냉커피까지 사 와 출출한 저녁 교실이 한결 푸근했다. 풀과 나무가 있는 전원 풍경을 주제로, 화순의 기장떡 마을을 함께 그리며 좋은 색에 물들여 가기를 바랐다. 오늘은 박정란님의 그림에서 화려하지 않아도 느낌 있는 순수함을 발견하고 기뻤다. 채색한다는 말보다 물들인다는 의미에 정란님은 마음 전환을 했다고 한다. 직장생활도 잘하고 공동체에도 모범적인 그녀의 진지한 발전에 내 마음도 순수로 물든 듯하다. 봉숭아꽃물처럼 내면으로, 깊은 내재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