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중국에 충격패를 당하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3일 중국 창사의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 원정경기에서 전반 35분 위다바오에게 헤딩 결승골을 내주며 중국에 0대1로 패했다. 한국이 중국에 패한 건 지난 2010년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0대3 패배 이후 이후 7년 1개월 만이자 역대 32번째 A매치에서 두 번째다. 한국은 중국과의 역대 전적에서는 18승12무2패로 앞서 있다. 한국은 A조 최하위 중국에 패하며 3승1무2패(승점 10)를 기록, 3위 우즈베키스탄(3승2패·승점 9)에 2위를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우즈베키스탄이 시리아와 맞대결에서 승리하면 한국은 3위로 내려앉으면서 월드컵 본선행 길이 더욱 험난해진다. 이날 경고누적으로 손흥민(토트넘)이 빠진 한국은 ‘황태자’ 이정협(부산)을 원톱으로 세우고 좌우 날개에 남태휘(레퀴야)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배치하는 4-1-4-1 전술을 가동했다. 한반도 내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양국의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원정경기에 나선 태극전사들은 경기 초반 탐색전으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은 전반 15분 지동원의 왼발 슈팅과 17분 이정협의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포문을 열었고, 29분에는 남태희가 페널티 아크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 찼지만 오른쪽 골대를 벗어났다.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던 한국은 중국의 세트피스 한 방에 무너졌다. 중국은 전반 35분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골지역 왼쪽에 포진한 위다바오가 달려 나오면서 헤딩으로 방향을 바꿨고, 공은 오른쪽 골문 구석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가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들어 이정협을 빼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을 투입해 공격에 변화를 줬다. 후반 13분과 19분 잇따라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강력한 슈팅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에 막혔고, 29분에는 남태희의 크로스를 지동원이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중국 골키퍼 쩡정의 선방을 뚫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39분 남태희를 빼고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된 24세의 신예 허용준(전남)까지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슈틸리케호는 오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와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 홈경기를 갖는다.홍완식기자
세월호 선체 일부와 바지선이 접촉, 인양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철조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23일 밤 10시 진도군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세월호의 좌현 선미 램프 부분이 잭킹바지선에 걸려 절단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까지 세월호가 수면 위 10m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램프를 24일 오전까지 제거한다면 인양 작업을 속행해 13m 인양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번 소조기 내로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관주기자
최근 치러진 여경(순경)시험에서 답안지를 잘못 배부, 시험이 40분가량 지연돼 경찰이 사고 원인을 규명(본보 3월23일자 6면)하는 가운데 결국 해당 시험을 주관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사상 유례없는 ‘공무원 재시험’ 사태를 두고 수험생들은 “형평성에 어긋났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3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의정부시 신곡중학교에서 진행됐던 ‘2017년 1차 경찰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이 운영 측의 실수로 일부 시험장에서 OMR 답안지를 잘못 배부하며 이를 찾는 과정에서 시험이 40분가량 지연됐다. 더욱이 대기하던 수험생들이 문제지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대기하다 운영 측이 화장실을 다녀오게 하며 문제 공유의 의혹을 키웠다.공정성 논란이 이어지자 경찰은 결국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재시험은 당시 시험을 본 여경 수험생만을 대상으로 다음 달 29일 진행된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에 수험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재시험 결정을 밝힌 이날 다른 16개 지방청의 경우, 합격자 발표가 있던 탓에 해당 수험생들이 받아들인 충격은 더욱 컸다.수험생 A씨는 “합격선의 점수(90점 이상)를 받아 둔 까닭에 머리도 식힐 겸 여행 중이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며 “무엇보다 여경시험은 경쟁이 치열해 당일 운이 가장 중요하다. 재시험 당일 상태가 어떨지 두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수험생 B씨는 “경찰시험은 1년에 2번(3·9월) 보기 때문에 수험생과 학원가들은 일정한 공부 주기가 형성돼 있는데, 1년 사이클이 모두 헝클어졌다”며 “차라리 별도로 3차 시험을 치르는 방법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채용에는 198명을 모집하는 남경과 달리 여경은 불과 8명만 모집했으며, 786명이 지원, 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치열했다. 이날 수험생 카페에는 ‘재시험 봐도 문제’, ‘남경도 봐야 하는 것 아니냐’, ‘여경만 불쌍하다’ 등의 불만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학원가도 충격에 빠졌다. 김민철 메가CST 경찰학원 강사는 “과거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재시험 결정은 모두에게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잘 본 학생도 있었을 텐데, 형평성 측면에서 행정 자체에 신뢰도가 많이 추락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승철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은 “시험장 관리 미흡에 오랜 시간 시험을 준비한 수험생과 가족들에게 깊이 사과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 같은 문제가 벌어지지 않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의정부=조철오기자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막판 검토에 들어갔다.관련 수사기록과 증거 검토에 집중하는 가운데 이르면 다음주 초 영장청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록과 증거 검토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특수본은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 보강 수사와 법리 검토 작업을 마무리한 뒤 수사 결과와 검토 의견을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정식 보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리검토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13가지의 혐의 중 뇌물죄 적용 여부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일단 대가성과 기업 측의 부정한 청탁이 인정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장 청구 여부 결정 시점은 수사팀의 보고 준비와 김 총장의 검토 시간 등을 고려해 내주 초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수본 관계자는 “관련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면서 “(신병처리 결정)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특수본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이 중대한데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공범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이 무더기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점 등이 청구 사유로 거론된다. 이밖에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이 ‘증거 인멸 우려’로 영장 청구의 사유가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 결정 시점에 대해 “그 문제는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총장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종 ‘결단’을 앞두고 고심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이관주기자
중견 건설업체가 포천시 전곡~영중 간 도로 건설공사 2공구를 시공하면서 비산먼지 방지시설과 세륜시설 등을 설치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으나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23일 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중견 건설업체인 N 건설은 전곡∼영중 간 도로 건설공사 2공구를 담당하면서 이미 성토작업을 마무리한 구간은 덮개를 씌워 토사가 날리지 않도록 비산먼지 방지시설을 갖췄지만, 성토작업이 진행되거나 산을 절토하고 있는 구간에는 비산먼지 방지시설과 세륜시설 등을 설치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전곡~영중 간 도로 건설공사 2공구 가운데 미군부대 입구 삼거리는 중장비가 동원돼 절토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한 가림막만 설치했다. 또 오가리 마을 입구는 양 방향에서 덤프트럭들이 성토작업을 위해 흙을 실어 나르고 있지만, 어느 곳에서도 세륜시설은 찾아볼 수 없다. 옥병 교차로 인근에선 산을 절토하기 위해 벌목한 나무와 뿌리 등 목재 폐기물들을 아무 곳에나 방치하고, 토사 유출마저 진행되고 있다. 오가리 한 마을 주민은 “최소한 마을 입구나 도로 변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곳만이라도 비산먼지를 방지하기 위한 시설을 갖춰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곳을 자주 다닌다는 한 운전자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늘 비산먼지로 뒤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세륜시설과 방진막 설치는 기본인데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치하지 않는 건 대기업답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N건설 관계자는 “오가리 쪽은 세륜시설을 설치할 계획이 없었고, 목재 폐기물은 처리하는 업체가 바빠 아직 치우지 않는 것 같다. 방진막도 설치하고 비산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살수차를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단속요원들을 현장에 투입시켜 환경오염 여부를 확인하겠다.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사법당국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포천=김두현기자
“잊고 지냈던 것이 죄스럽습니다. 미수습자 모두가 온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세월호 선체가 1천73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안산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는 모처럼 조문객들로 붐볐다. 그동안 뜸했던 조문객들의 발길이 ‘세월호 선체 인양’ 뉴스가 보도되면서 다시 이어진 것이다. 사고가 발생했던 지난 2014년 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날 정오께부터 합동분향소를 찾는 안산시민들의 발걸음은 꾸준했다. 조문객들은 분향소 내에 안치된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과 조문품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는 모습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유가족이 가져다 놓은 듯한 손편지를 읽다가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도 했다. 희생자들의 모습을 놓치기 싫은 듯 조문객들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걸음이 느려졌다. 시민 박상진씨(32)는 “세월호 사고는 안산시민에게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었는데 잊고 지냈다는 사실이 미안하다”면서 “마침 어제부터 시작된 세월호 인양 뉴스를 보고 집 근처에 있는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한 규명 조사가 이뤄져 유가족들의 슬픔을 달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반면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의 단원고등학교는 아픈 기억을 잊으려는 듯 담담한 모습이었다. 이날 낮 12시20분께 찾은 단원고 운동장에서는 체육수업을 받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사고 발생 당시 중학생이었던 탓에 그 분위기를 몸소 느끼지 못했던 현재 단원고 재학생들은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다. 다만, 세월호 인양 소식을 뉴스로 접한 학생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차분하게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 같은 모습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내 전체적인 분위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학교 외부에서 세월호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었다. 학교 정문 오른쪽에 걸린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현수막만이 이곳이 세월호 참사를 겪은 단원고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유병돈기자
“왜 이제서야 인양이 됐는지 한탄스럽지만, 이제는 진실로 한 발자국 내디딜 때입니다”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23일 새벽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에 세월호 유가족 홍영미씨(48·여)는 눈시울을 붉혔다.아들 이재욱군을 가슴 속에 묻었던 지난 1천72일 동안 ‘세월호 진실규명’을 목 놓아 외쳤던 홍씨는 “뭐라 표현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한 심정”이라면서도 “그저 덤덤하고 허망한 기분이 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진실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딛었다”면서 “진상 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세월호 선체가 온전하게 인양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안산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 TV로 인양 상황을 지켜보던 김내근씨(48)의 눈가도 어느새 촉촉해졌다. 김씨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세월호 선체 인양이 진행돼 다행”이라며 “선체 모습이 뉴스 화면에 나오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3년 동안 가슴 속에 묻은 자식을 다시 품을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목포 신항에서 이뤄질 선체 내부 수색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원하는 기간만큼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세월호 선체가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면서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가족들은 온전히 선체가 인양되길 바라는 간절한 기다림과 함께 ‘세월호 인양은 진실 규명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문진수씨(가명·20)는 “그동안 선체 인양 여부를 두고 말이 많았는데 이제서야 이뤄져 마음이 아프다”면서 “미수습자 중 같은 반 친구도 있고, 초등학교 동창도 있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66개 줄에 매달린 채 일부를 드러낸 세월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세월호 선체가 온전히 가족과 국민들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140여 개의 구멍이 뚫리고, 날개와 닻이 잘려 나갔지만 더 이상의 훼손 없이 우리 앞에 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정민훈 유병돈기자
세월호가 침몰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악몽과도 같은 시간을 보낸 생존학생들은 여전히 배에서 나오지 못한 친구들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생존학생들은 늘 붙어다니며 살가웠던 친구들과, 자신보다 제자를 아끼며 사랑한 선생님들을 단 하루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선체 인양으로 아직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을 다시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떠오른 23일 여대생이 된 생존학생 A씨(20)는 3년째 어둡고 깊은 바닷속을 헤매는 미수습자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A씨는 “세월호 인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하루 빨리 친구들을 만났으면 한다”며 “세월호 선체가 온전히 인양돼 친구들을 찾고, 사고의 진실을 밝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학생 B씨(20·대학생)는 “세월호 인양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막상 진짜 인양되는 것을 보니 기쁨보다 슬픔이 앞선다”며 “친구와 선생님이 안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올라오면 꼭 찾아가 만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안산 단원고등학교에는 벌써 3년째 주인을 기다리는 미수습자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교장실 한쪽에 줄지어 서 있는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허다윤 학생, 그리고 고창석, 양승진 교사의 책·걸상은 3년째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 10칸, 교무실 1칸의 ‘기억교실’은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임시 이전됐지만, 단원고 소속 미수습자 6명(학생 4명ㆍ교사 2명)의 물품은 이전되지 않고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지난 3년간 ‘찾을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버텨온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 인양을 통해 이번 만큼은 꼭 아이들을 품에 안으리라 다짐하고 있다. 허다윤 양 어머니 박은미씨는 “다윤이의 옷, 신발이 모두 올라왔는데, 다윤이만 나오지 않았다”며 “세월호를 인양해 우리 딸을 꼭 찾아달라”고 간절히 말했다. 권혁준기자
세월호가 1천72일 간 아픈 상처를 간직한 사고 현장을 곧 떠난다. 세월호는 인양이 완료되면 반잠수식 선박에 선적돼 87㎞가량 떨어진 목포 신항에 거치된다. 23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목포 신항 이동 채비, 이동 후 고박 해제 및 선체 하역 준비, 선체 육상 거치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4일 인양·거치 공정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정부는 세월호 선체가 목포 신항에 거치되면 합동수습본부를 현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진도 팽목항에 있던 유가족 지원 시설도 함께 옮겨진다. 그동안 팽목항은 세월호 침몰의 상징적 공간으로 각인됐다. 지난 3년 동안 실종자 가족, 미수습자 가족, 추모객들의 ‘기다림의 공간, 위로·추모의 장소’였던 팽목항은 이제 드넓은 바다에 잔잔한 파도처럼 아픔을 ‘조용히’ 간직하게 됐다. 세월호 인양이 마무리되면 목포 신항에 모든 이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선체조사위원회가 선체를 수색·조사하게 되면 침몰 원인 등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수색 과정에서 미수습자와 실종자 유품 등의 발견 여부도 주목된다. 그러나 목포 신항으로 옮겨지는 세월호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세월호를 있는 그대로 보존할지, 해체할지, 보존한다면 어디에 둘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민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