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탄핵정국으로 사회 전반이 어수선하지만, 국민의 관심사는 뚜렷하다. 내달에 있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판결과 만약 소추안이 인용될 경우 치러질 조기 대선이다.이 두 이슈가 평소 같으면 주요 소식으로 다루어질 만한 뉴스조차 집어 삼켜 왔다. 이 와중에 지난 설 명절 직전 내려진 판결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인 박유하 교수가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검찰은 이 책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이유로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로 박 교수는 2016년 민사법원의 유죄판결에 근거한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 지급 또한 중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검찰은 항소했다. 사실 재판과는 별도로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지식인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의 중심에 자리해 왔다. 그런데 이 논란이 법정으로 옮겨가자 일부 지식인 191명이 검찰의 기소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 책이 “논란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하나 한 학자가 내놓은 주장의 옳고 그름을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발상은 너무나도 시대착오적”라고 주장했다. 학자의 의견표명에 사법부로 대표되는 국가권력의 개입은 분명 문제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성명서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지식인으로서 책임을 간과했다. 이 논쟁, 그리고 재판 속 피해자는 ‘제국의 위안부’를 쓴 박유하 교수가 아닌 일제로부터 청춘을 짓밟힌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이다. 지식인이 있어야 할 곳은 사회의 주류인 대학교수의 곁이 아니다. 사회적 소수자인 할머니들의 편에 서야 한다. 그리고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윤리적이자 도덕적인 존재로서 지식인의 책임이다. 졸속적인 ‘12.28 한일위안부합의’로 위안부 할머니들은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것도 우리 정부로부터의 상처다. 지금이야 말로 지식인들의 책임이 더욱 절실할 때이다. 조의행 신한대학교 초빙교수·정치학 박사
“어머, 구청장님 태극기 배지 다셨네요?” 참, 많이 들은 질문이다. 구청장 취임 이후 무슨 배지를 달까 고민하던 중 태극기 배지를 달고 다닌다. 그런 개념없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속으로 ‘그럼, 대한민국 공무원이 태극기 배지를 달지 성조기, 일장기, 배지를 다냐!’라고 소리 지르고 싶다. 난, 태극기 달기에 관심이 많다. 세무과, 예산재정과 과장으로 있을 때에도 사무실 전 직원이 태극기를 달고 근무를 했다. 태극기 휘날리며 근무하였다. 분위기도 좋아지고 민원인들의 좋은 공감을 받고 있었다. 며칠 후면 3.1절이 온다. 98주년 삼일절이다. 국경일은 노는 날(휴일) 개념이 된 지 오래된 일이다. 참, 안타깝다. 놀아도 태극기를 달고 놀자. 수원시 권선구에서 3.1절 주간에 각 동, 각 과의 전부서 사무실에 태극기를 달고 근무할 것이다. 팀장급 이상 태극기 배지를 달고 근무할 것이다. 지난주 권선구에서는 손도장 대형 태극기 2개를 만들었다. 어린이집 유아부터 80세 이상 어르신까지 구 단위 단체장과 공무원이 하나 되어 만들었다. 특히 임남규 광복회장님과 보훈단체장들이 전원 참석한 의미 있는 행사였다. 하나는 보훈회관에 또 하나는 구청 건물에 달 것이다. 또 권선구 통장 합동회의를 했다. 400여 명의 통장들이 모여 수원 항일운동독립에 관한 소중한 이야기를 들었다. 임면수, 김세환, 김향화, 이선경, 조문기 독립투사에 대한 이야기는 수원시민의 자부심을 느끼는데 충분했다. 이런 항일 운동 본거지인 수원에서 태극기 달기 운동을 펼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항일 독립운동 시에는 태극기만 갖고 있어도 처벌받는데, 독립된 지금 태극기를 너무 경시하는 것 아닌지 생각해 보고 싶다. 안중근 의사가 산부인과 의사라고 알고 있는 초등학생들의 역사관이 한심스러운 이때 태극기를 소중히 여기고 국경일에 태극기 게양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초등학교 수업(교과)과제에 국경일에 집에 태극기를 달고 핸드폰 인증 샷을 찍어오도록 하면 많은 가정에서 태극기를 달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태극기를 좋아하면 보수 세력, 싫어하면 진보세력으로 정치 공학적 이분법적으로 판단하여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태극기는 보수, 진보를 다 통합한 국가의 상징이며 국민의 자존심이다. 태극기를 우리가 사랑 안 하면 어느 민족이 사랑하겠는가. 올림픽 우승 때 태극기를 목에 걸고 자축하는 모습 얼마나 감동적이었나! 일시적인 태극기 사랑이 아닌 제98주년 3.1절 태극기 달고 놀러 가자. 우리 생활 속에 태극기가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이필근 수원시 권선구청장
예로부터 경기미는 맛 좋은 쌀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중에서도 이천쌀은 임금님이 드시던 진상미라고 하여 오랫동안 명성을 누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전만큼 성가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가 전반적인 쌀소비 감소와 가격하락이라는 이중고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쌀과 밥 문화가 우리와 유사한 일본사례를 통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려 한다. 우선 첫째, 대표품종을 바꾸어야 한다. 경기미, 이천쌀의 대표 품종은 추청(秋晴)이다. 1955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개발된 아끼바레(秋晴れ)라는 품종이다. 최근에는 ‘고시히까리(越光)’의 재배가 증가하고 있다. 고시히까리는 1956년 일본 니이가타현에서 개발된 고품질 쌀 품종이다. 새도 먹지 않는 쌀(鳥またぎ米)로 혹평을 받았던 니이가타현 쌀은 고시히까리로 일본 최고의 맛 좋은 쌀로 거듭난다. 절치부심한 인근 미야기현은 1982년 새로운 품종인 ‘히토메보레’를, 아끼타현은 1984년 ‘아키타코마치’를 개발하면서 고시히까리의 명성을 넘보게 된다. 혹까이도는 1990년 ‘기라라 397’을, 이바라키현은 1993년 ‘밀키퀸’을 개발하는 등 끊임없는 품종 개발로 고시히까리 명성에 도전한다. 위기를 느낀 니이가타현은 2000년 이후 고시히까리 BL1호부터 12호까지 순차적으로 개발하여 특A로 평가되는 고시히까리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혹까이도는 2001년 ‘나나쯔보시’, 2008년 ‘유메삐리까’를 개발하여 특A로 평가되는 기염을 토한다. 경기도 전역에서 재배되는 추청이나 고시히까리는 19551956년 개발된 품종이다. 60년 이상이 된 품종이다. 대표품종을 새롭게 바꾸어야한다. 둘째, 1~2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이 필요하다. 최근 1~2인 가구의 계속적인 증가로 전체가구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편의점 이용이 빈번하다. 우리 쌀은 5㎏, 10㎏, 20㎏ 단위로 이마트 등 대형할인점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2인 가구의 선호도를 감안하여 450g, 300g, 150g 단위의 소포장으로 편의점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국 편의점 수는 3만4천 개를 넘어섰다. 소포장으로 1~2인 가구, 혼밥족 등이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쌀 소비가 많은 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 술 ‘쥰마이(純米) 사케’는 100% 쌀로만 빚는다. 여기에 깅죠(昑釀)가 붙으면 쌀을 40% 이상 깎아 내고, 다이깅죠(大昑釀)의 경우 50% 이상 깎아 내고 나머지로 술을 빚는다. 많이 깎아내고 빚을수록 최고급 사케로 평가된다. 당연히 쌀 소비가 많다. 막걸리 원료로 쌀을 15%만 사용해도 쌀 막걸리라 불린다. 이마저도 대부분 수입 쌀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쌀 소비에 별 도움이 안된다. 쌀 소비가 많은 전통주나 사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형근 경기농림진흥재단 대표이사
안산시의회 기획행정위가 리모델링 공사를 앞둔 상록구 일동 안골운동장 공사와 관련, 주민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최근 현장 간담회를 개최한 결과, 농구장은 그대로 두고 축구장 주변 트레킹 라인 조성과 운동장 안쪽 향나무 전지작업 등의 요구 사항이 제시됐다. 안골운동장은 넓이 1만5천592㎡에 축구 및 농구장과 배드민턴장, 놀이터, 주차장(14면) 등을 갖추고 있으나 시설이 낡고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는 이에 안골운동장 내 이용이 적은 부지에 주차장을 확보하고 화장실 등의 시설을 보수, 인근 주택가의 주차난 해소와 생활체육 환경 조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이를 위해 운동장 내 농구장과 배드민턴장 등을 없애고 주차장 76면 확보와 화장실과 보안등, 비구방지망 등을 정비하는 안과 반코트 농구장은 두고 시설 보완은 동일하게 하면서 주차장 61면을 조성하는 안을 수립했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농구장 존치와 축구장 주변 트래킹 코스 조성과 운동장 안쪽 향나무 전지 작업 등을 요청했다. 유 위원장은 “운동장 리모델링 공사가 인근 지역 주차난 해소와 운동장의 이용률 개선 등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착공 전까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 이용자 친화적 체육시설로 조성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안산=구재원기자
양희영(28ㆍPNS)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2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양희영은 26일 태국 촌부리의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내며 4언더파 68타를 기록,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의 코스레코드로 우승했다.첫 날부터 줄곧 선두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2년 만에 정상을 되찾으며 개인 통산 3승째를 거뒀다. 지난주 장하나(25ㆍBC카드)의 호주여자오픈에 이은 2주 연속 한국선수 우승이다. 이날 3라운드 잔여 5개홀을 소화하며 버디 1개를 추가하고 3시간 휴식 뒤 4라운드를 시작한 양희영은 2번홀(파4) 버디로 동반 플레이를 한 유소연(27ㆍ메디힐)과의 격차를 유지했다. 유소연의 추격 속에 파행진을 이어가던 양희영은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벌렸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해 우승을 확정했다. 선두에 5타 뒤진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유소연은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단독 2위를 차지했으며, 김세영(24ㆍ미래에셋)은 15언더파 273타로 단독 3위, 지난해 신인왕 전인지(23)는 공동 4위(합계 13언더파 275타)에 오르는 등 한국 선수들이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했다. 한편,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이미림(27ㆍNH투자증권)과 함께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8위에 올랐다.황선학기자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피살된 것은 전쟁 때나 사용할 수 있는 신경작용제인 ‘VX’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국제사회가 큰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화학무기 사용에 따른 공포심까지 번져 있어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3일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4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살된 김정남의 눈과 얼굴 등에서 신경작용제 ‘VX’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VX’란 신경작용제는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전달물질의 분해를 막아 쌓이게 하는 것으로 국제화학무기협약에 따라 화학무기로 분류된 것이다. ‘VX’는 소량만 피부에 닿아도 수분 안에 사망할 정도로 강력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 북한이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대량 인명 살상이 우려된다. 현재 관계 당국의 정보에 의하면 북한은 이런 종류의 화학무기를 무려 3천~5천t이나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모부인 강성택까지 총살하는 등 극도의 공포정치를 하고 있는 김정은이 김정남을 독살한 것과 같은 또 다른 형태의 테러를 자행한다면 그 가공할 공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특히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핵무기문제로 궁지에 몰리거나 또는 이 무기를 IS와 같은 테러집단에게 공급· 사용하게 되면, 이는 인류의 큰 재앙이 될 것이다. 북한은 화학무기금지조약(CWC)에도 가입하고 있지 않아 현재로서는 통제도 사실상 어려운 상태이다. 그렇다고 1995년 일본 도쿄 지하철에서 옴진리교 신자가 뿌려 5천5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시린가스보다 무려 100배나 강한 독성을 지닌 공포의 화학무기를 제재하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불안정한 리더십을 불가예측의 공포정치를 통하여 유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이번 김정남 독살에 북한 외교관이 연류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또한 용의자가 북한으로 돌아간 사실도 드러났지만 아직까지 북한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남한에 화살을 돌리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연극을 꾸미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 김정은의 인륜을 말살하고 있는 극도의 공포정치를 그대로 두어서는 절대 안 된다. 2008년 해제한 북한의 ‘테레지원국’을 재지정하여 강력하게 압박해야 된다. 이를 위해 특히 북한과 특수관계에 있는 중국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에 더욱 적극 동참해야 된다. 정부도 북한의 화학무기테러 가능성과 같은 동향을 예의 주시함은 물론 이에 대처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동시에 국제사회에 북한의 만행을 적극 알려 대북제재가 더욱 확산되도록 외교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탄핵이 인용되면… 패권정치에 대한 국민의 반감과 함께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협치와 연정’을 주장해온 자신이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지세가 주춤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 시장 측도 ‘탄핵 이후 국민 시선이 정책에 모아지면 성남시에서 이룬 경험과 성과가 국민 시야에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은 ‘탄핵과 함께 개헌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심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 지지세에서 미미한 성적을 기록 중인 군소 후보들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원유철 의원은 “탄핵 이후 대한민국이 너무나 걱정된다”며 “여야 정치권은 ‘빅테이블’에서 대타협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탄핵이 결정되면 정권교체가 확실해질 것이고, 국민은 어떤 정권으로의 교체냐에 관심을 둘 것”이라며 지지율 약진을 자신했다. 최성 고양 시장도 탄핵 이후 호남 지역 민심을 바탕으로 하는 대역전을 말하고 있다. 하나같이 탄핵 이후의 ‘한 방’을 말하는 듯하다. 탄핵이 가결될 경우 정치권의 대변혁이 올 것이라는 판단에는 동의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이 헌법 기관에 의해 인정되는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정당을 포함한 보수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야권 주자 절대 강세라는 현재의 대선판이 더욱 일방적으로 기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박 대통령의 하야와 함께 보수의 반격 또는 동정적 응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어느 쪽이든 지금과는 판이한 정국이 펼쳐질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지지세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경기도 출신 주자들이다. 탄핵이라는 극적 전환점에 기대하려는 전략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탄핵 이후 정국의 중심이 될 역량과 소재를 준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남 지사의 ‘연정 기대’는 안희정 지사의 지지세에 기생하는 바 크다. 이 시장의 ‘정책 기대’도 아직 이렇다 할 대중적 흡입력을 보여준 바 없다. 손 전 지사의 ‘개헌 기대’ 역시 이미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정치권 전체의 목소리로 일반화됐다. 하나같이 대약진을 기대할 소재가 안 보인다. 주체적 자세가 필요하다. ‘누구와 함께’가 아닌 ‘나 혼자’라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현재 도내 출신 주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은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그가 최순실 정국에서 급부상한 과정이 그랬다. SNS를 통한 고독한 투쟁이 국민적 성원을 이끌어냈다. 문재인 전 대표에도 할 말 하던 당당함이 지지율 15%를 만들어냈다. 나머지 경기도 출신 주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모습이다. 탄핵 이후를 기다리며 요행을 바라고 있으면 안 된다. 자칫 지금의 존재감마저 사라져 버릴 수도 있음이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저마다의 목표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출발선에 서는 것이라 설레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는 10%를 넘어설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극심한 청년 취업난이 대학 졸업식 풍경을 바꾸고 있다. 졸업식 날 동기끼리 모여 사회 진출을 축하하는 것은 옛말이 됐다. 졸업식 참석을 기피하거나, 참석하더라도 가족 없이 혼자 와서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나 홀로 졸업식’이 늘고 있다.졸업 전에 셀카봉을 들고 와서 학교 곳곳을 배경으로 혼자 기념사진을 찍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취업을 못한 상태에서 졸업을 하게 돼 부모님이나 친구들 볼 면목이 없어서란다. 친한 친구 몇 명이 ‘우정 사진’을 찍는 것으로 졸업식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아예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졸업 유예는 사실상 졸업 요건을 충족한 재학생이 해당 학기에 졸업하지 않고 일정 기간 졸업을 미루는 것으로 ‘졸업 연기’ ‘졸업 유보’ ‘계속 수학’ 등으로도 불린다. 법적 근거나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많은 대학이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졸업유예제를 도입하고 있다. 졸업 학점을 다 이수하고도 자발적ㆍ고의적으로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을 일컫는 NG(No Graduation)족, 노대딩(노땅 대학생), 대오(대학 오학년) 등의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들은 정규 학기를 다 채우고도 학교를 더 다니기 위해서 최소 한 과목 이상을 듣는 NG족도 있지만 과목당 50만~60만원의 등록금을 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이런저런 편법을 이용해 등록금을 안 내면서 졸업만 유예하는 학생들도 많다. 영어 성적이나 졸업 논문 등 졸업 요건을 일부러 채우지 않는 식이다. NG족은 유령과 같은 존재다. 대학 5학년생은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학교에서 ‘없는 존재’가 된다. 졸업 학점을 모두 이수하고 수업 1~2과목만 신청하니 선·후배와 동기를 만날 일은 거의 없다.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으니 의도치 않게 숨어 지내는 모양새가 된다. 재학생들과 종종 갈등도 발생한다. NG족이 도서관 자리를 죄다 차지해 자리다 없다고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씁쓸하고 가슴 아픈 현실이다. 그나마 저소득층은 비용 부담에 졸업 유예도 맘대로 못한다. 졸업 유예가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해결할 방법은 일자리다. 이연섭 논설위원
인천대학교 권명회 부총장이 지난 2월 18일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마침 세상을 떠나기 전날 인천대학교 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점심도 함께 나누었는데 갑작스런 비보에 너무도 안타까웠다. 인천대학교가 주관하는 영결식 자리에서는 너무 깊은 감명을 받았다. 영결식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통상적, 의례적인 장례절차가 아닌 모두가 진정으로 고인을 회상하고 추모하는 존경과 사랑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대학 총장부터 동료 교수, 학부 학생에 이르기까지 추모사를 하면서 말을 잊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모두가 숙연해졌고 노조위원장도 진정 고인을 애도했고 참석한 많은 학생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갑자기 세상을 떠나 주위 분들의 충격과 안타까움이 컸겠지만 가족도 아닌 대학교의 구성원들이 이렇게 진정으로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필자는 대학사회와 그 풍토를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권 부총장이 학교에서 어떤 일을 해왔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요즘같이 존경과 신뢰가 사라져가는 세대 속에서, 더군다나 개인적 성향이 강해 자기와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는 무관심한 대학 사회에서 총장, 동료교수, 학생, 노동조합원 모두가 신뢰와 존경, 사랑을 보냈다면 그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면서 문득 세상을 떠나기 전날 학위수여식 후 점심 자리에서 그가 한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학교에 현안이 많고 신임 총장님이 인천대를 세계 100대 대학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계획을 갖고 계신 데 본인 능력 부족으로 뒷받침을 못해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학교를 위한 사명감에 모든 정신과 능력을 쏟아붓고 있었던 것이다. 추모자들은 권 부총장의 매우 인간적이고 솔직하면서도 원칙과 사명감으로 학교의 어려운 일에 헌신했다고 말하였다. 도화동 캠퍼스에서 송도 캠퍼스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학내·외적 문제와 다양한 갈등을 원칙과 소통으로 풀었고 19년이나 휴가를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추모사에서는 좋은 총장을 모셔야 인천대학교가 발전한다며 동분서주하면서 학생과 학교를 진심으로 사랑하셨다고 소개됐다. 그러면서 가족에 대한 세심하고 따뜻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는 사랑과 헌신 그리고 깊은 사명감으로 학교와 사회와 가정에 정진하였던 것이다. 말로만 구호를 외치며 자기 과시와 이해관계에 민감한 현 세태 속에서 말보다는 행동으로 자기과시보다는 원칙과 소신 그리고 자기희생으로 현안을 뚫고 나간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그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후배 권명회 부총장은 아름다운 이름과 귀한 뜻을 남기고 저세상으로 갔다. 그것도 묵묵히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목표를 향해 사명감으로 솔직하게 사랑하며 소통하며 일했던 것이다. 요즘 세상에 꼭 필요한 소금 같은 존재였다.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이 세상을 떠났을 때, 떠나고 난 후에 더 분명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문득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죽었을 때 과연 진정으로 슬퍼하고 안타까워할 주위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권명회 부총장의 명복을 기원한다.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민원실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뿌듯합니다.” 올해로 2년째 안산시청 민원여권과에서 부서 안내 등 봉사활동을 하는 김기영 어르신(75). 김씨가 봉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직장에서 40여 년간 무사히 근무할 수 있던 일에 감사하며 우리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 필요한 일을 하고 싶었다”는 김씨는 정부 산하 기관에서 실시하는 저출산 고령화의 해결 방안 가운데 하나인 결혼 멘토 교육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결혼을 하고 싶어도 사정상 하지 못하는 젊은 남녀를 상담하며 결혼을 도왔으며, 아이 낳기 좋은 세상 만들기 캠페인에 동참하는 등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0년부터 직장을 다니며 익혔던 일본어를 활용해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해외공연팀의 일본어 통역봉사를 해오다 지난 2015년 5월부터 안산시청 민원여권과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번 하루 4시간 이곳에서 일하는 김씨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민원실을 방문하고 있고 그런 만큼 다양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부서 설명에서부터 여권신청 및 발급과 인감등록, 외국인거주확인서 등 다양한 안내를 하고 있다. 특히 영어와 일본어로 소통이 가능해 민원실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남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데 감사함을 느낀다. 특히 자녀들이 부모님 해외여행을 보내드리기 위해 여권을 만들 때나 젊은 엄마아빠가 자녀들과 해외체험을 위해 여권을 만드는 일을 도와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반면 “가끔 민원창구에서 큰 소리로 억지를 부리며 직원의 인격까지 무시하는 민원인을 봤을 때와 외국인들이 시청 민원실에서 모든 업무가 해결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 등이 애로사항”이라고 꼽았다. 이같은 김씨의 열정으로 창구에서의 민원인 대기 시간은 그만큼 짧아지고 있으며, 이는 민원인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민원인들과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내가 보람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하는 어르신의 환한 얼굴에서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했다. 안산=구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