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 한국외교 대응전략 있나

지난 20일(현지시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은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 중계될 정도로 비상한 관심 하에 거행되었지만 미국을 비롯하여 지구촌은 앞으로 예상되는 전례 없는 불확실성 때문에 대책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는 이번 취임식 광경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숱한 불확실성을 갖고 출발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은 물론 세계 언론 대부분이 지적한 바와 같이 트럼프 시대에 가장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의 시대로 말미암아 불가예측성만 확산될 것이다’라는 불안감의 형성이다. 더구나 트럼프가 ‘미국 제일주의’를 상징하는 ‘아메리칸(American)’을 취임사에서 무려 16번이나 언급할 정도로 국익을 중심에 둔 힘의 외교만을 강조하고 있어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설정에 중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주한미국이 주둔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통상에 있어 지난해 기준 약 233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혜로운 대처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대통령 후보 시절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추가 부담은 물론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를 주장했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무역, 세금, 이민, 외교 정책과 관련한 모든 결정은 미국 노동자와 미국 가정에 혜택을 주기 위해 이뤄질 것”이라면서 “미국민의 손과 미국민의 노동으로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미국 제품을 사라. 미국인을 고용하라”를 미국 우선주의를 실천할 두 가지 원칙으로 내세웠을 정도인 것을 보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인하여 트럼프를 상대할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다. 미국은 비록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리더십 공백 상태를 이용, 미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외교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더욱 농후하다. 트럼프의 등장은 이미 중국과의 관계에서 여러가지 파열음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우리의 안보, 통상 등에 있어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국가들이다. 미·중관계의 악화는 결코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 ‘하나의 중국’ 문제로 미·중관계가 악화될 경우, 우리 외교는 동북아의 균형추를 유지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세련된 외교전략 수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지대] 계란 선물세트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이 ‘금란(金卵)’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싸졌다. 물량 부족에 가격 폭등 현상이 벌어지면서 SNS엔 ‘비빔밥에 ‘화룡점정’이랄 수 있는 계란을 넣어주지 않아 황당했다’는 사연부터,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었다’고 자랑하는 인증 사진이 게재되고 있다. ‘라면에 계란을 넣어먹는 것도 사치가 됐다’는 푸념도 있고, ‘계란이 비싸 메추리알을 넣어 먹어야겠다’는 하소연도 있다. 대형 제빵업체에선 일부 품목의 생산을 중단했다. 계란 부족과 가격 고공행진은 계란을 수입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귀한 몸’을 입증이라도 하듯 비행기로 모셔왔다. 계란은 서민들에게 가장 저렴한 단백질 식품이다. 영양이 풍부해 완전식품에 가깝다. 명절에도 가장 많이 쓰이는 식재료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계란 10알이 든 짚으로 만든 계란 꾸러미는 최고의 명절 선물 중 하나였다. 1950년대 6ㆍ25전쟁 후 계란은 닭고기ㆍ돼지고기ㆍ찹쌀과 함께 설 선물 4대 인기품목이었다고 한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계란의 가치는 돼지고기 한 근과 차이가 없었다. 당시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책자에는 1967년 계란 한 꾸러미 가격이 110원으로 기록돼 있다. 돼지고기 한 근(600g)은 120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서민 가정에선 생일이나 잔칫날, 소풍날이라야 계란을 맘껏 먹을 수 있었다. 1962년 이화여대 기숙사를 탐방한 ‘처녀들만의 보금자리’라는 신문 기사에선 ‘기숙사 식당에서 매일 하나씩의 달걀 프라이가 나온다’는 사실을 자랑거리로 소개했다. 같은 해 가을 계란 공급이 불안정해 품귀 사태를 빚자 일부 상인이 멋대로 값을 올려 받아 경찰이 단속에 나섰다는 보도(조선일보 9월 5일자)도 있었다. 1968년 6월 1일 서울 서대문의 10층 건물에 문을 연 ‘뉴 슈퍼 마키트’의 개업 행사에서 당대 인기 코미디언인 서영춘·백금녀 등이 고객들에게 나눠준 선물은 1인당 계란 1개씩이었다. 궁핍한 시대의 추억으로 남아있던 계란 선물세트가 60여 년 만에 명절 선물로 다시 등장했다. 친환경 1+등급의 계란 선물세트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선물 판매대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동네 마트에선 3만원이상 설 선물을 사면 계란 세트(10개)를 덤으로 주며 고객을 유혹하고, 개업한 식당도 계란 세트를 사은품으로 주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올해는 정유년 닭띠 해라서 인가, 계란이 다른 어느 해 보다 더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인천의 아침] 대학과 지역사회

인천은 인구 300만의 거대도시로 커졌다. 시민이 ‘살고 싶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시민이 행복을 느끼려면 함께 어울려 나누고 배려하며 사람의 향기가 나는 그런 사회적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사회를 만드는데 대학이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이 높은 담장 안에 갇혀 도시의 섬처럼 존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지역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회적 공헌이 있어야 한다. 인하대는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소통하는 것을 높은 가치로 여긴다. 인하대의 ‘인천시민 과학나들이’가 대표적이다. 인천지역의 고등학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과학의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봉사활동이다. 이러한 지식 나눔은 2009년 인천시와 본교 공과대학이 공동 주최로 처음 시작됐고 올해로 9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참가인원이 2009년에 940명에서 2016년 약 4천여 명으로 대폭 증가하는 등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과학 아카데미로 자리 잡고 있다. 강연은 실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는 내용으로서 과학이 어렵다는 기존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고등학생들은 ‘내가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한다. 인하대의 입학처와 WISET 사업단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공체험 프로그램을 실시,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전공에 대한 깊은 이해는 진로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 학생들이 적성에 맞지 않은 학과를 잘못 선택해 겪게 될 혼란을 사전에 방지하고, 잘 맞는 학과를 선택해 1학년부터 재미있게 학업에 집중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14년부터 시작한 ‘나눔의 공학’도 있다. 나눔의 공학은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학생 스스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굴, 해결안을 도출해 현장에 직접 적용하는 종합적 사고 능력을 배양하는 학습프로그램이다. 배려와 소통을 기반으로 한 나눔 정신의 실천이다. 지역 사회는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하대는 지자체 컨설팅에도 적극적이다. 원도심의 역사문화적 자원을 보전하며 그 가치를 높일 방안, 노후한 도시 중심부의 도시재생사업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지원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이다. 인하대는 공대가 강한 대학으로서 그간 산업체와 여러 형태로 산학협력을 추진해 왔다. 최근의 신기술을 산업체에 제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학교수업을 기업현장에 접목해 학생들이 산업체의 애로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기술적 난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교과목을 만들고 있다. 학생들은 강의실의 이론에 그치지 않고 다이나믹한 산업현장 실태를 이해하며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할 수 있어 좋고, 기업은 봉착한 문제를 지역대학과 함께 풀어냄으로써 기업효율성을 증진시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좋다. 나아가 대학은 기업에서 필요한 실용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학문적 계기를 마련하고, 기업은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기여한다. 상생의 선순환 구조다. 이는 대학이 기업과 연계하여 지역의 내발적 경제성장을 견인해 가는 줄탁동시(啄同時)의 모델이다. 변병설 인하대학교 대외협력처장

[이슈&경제] 트럼프 시대의 지식재산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대통령에 취임했다. 트럼프의 후보시절 한국관련 발언에 대해 우리 국민의 67%가 걱정이란다. 취임식 전날엔 국내 주가도 폭락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걱정할 것이 없으며 미국이 공격하는 주 대상이 중국 및 일본이므로 오히려 우리에게는 틈새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의 진단이 맞을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극복해야 할 어려운 경제적 상황이 다가오고 있으며,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한 DNA를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은 70년대의 기반을 거쳐서 오늘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년대 한국경제발전의 기반이 된 것은 월등한 기술 선진국이었던 미국이나 일본의 기술을 복제하거나 또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의해 만든 제품을 수출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술 선진국들은 자국의 기술침해에 대해 지식재산으로 강력한 응징을 시작했다. 만약에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시작이 10년만 늦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이제는 지식 재산이 기업의 명운을 가린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기업 내 지식재산의 보유와 관리가 기업의 미래가치에 크나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 S전자와 아이폰의 분쟁, K사와 듀퐁사의 지식재산 분쟁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배상해야 했고, 한때 미국 소매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S컴퓨터가 지식재산관리의 소홀로 기업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사건은 지식재산의 관리가 기업의 성장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정책의 기치를 든다면 강력한 도구의 하나는 바로 이러한 지식재산이다. 미국으로 수출한 우리 기업의 제품이 지식재산으로 발목이 잡히는 사태가 발생하면 수출기업엔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미국 새 정부의 보호무역정책 틀에서 우리 기업들에 있어 수출 제품에 대한 지식재산 창출과 그 지식재산의 관리는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건이 됐다. 그러나 정작에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이러한 지식재산 분쟁에 대비한 준비를 어찌할 바를 모른다. 수출기업 또는 창업 기업에 있어 지식재산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이 최근 수년간 다양한 형태의 강연 또는 심포지엄 등에서 거론되고 있다. 지식재산의 중요성, 개발 제품에 대한 선행기술조사의 필요성, 선행기술조사를 통해 자사제품이 경쟁사의 특허를 우회해야 필요성 등에 대해 설명하곤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는 마치 장님에게 코끼리를 가르쳐 주겠다며 장님의 손을 끌어다 코끼리 몸 어느 부분에다 붙여주며 접촉하고 있는 것이 코끼리의 어느 부분이라고 가르쳐 주는 격이다. 이러한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글로벌하게 증대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지식재산대중화라는 슬로건 하에 지식재산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광범위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학수준의 차원에서 지식재산교육을 잘하는 대학을 선정하여 ‘지식재산교육 선도대학’을, 대학원 수준의 교육을 위해서 ‘지식재산 전문학위과정 운영대학’이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지원을 하고 있다. 수출 기업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식재산 전문 인력을 확보 하는 것은 트럼프 정부의 미국우선주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비할 수 있는 훌륭한 방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개인적 바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우리의 걱정이 ‘자라 보고 놀란 도둑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우리 속담과 같았으면 좋겠다. 이철태 단국대 화학공학과 교수 지식재산교육센터장

[천자춘추] 작지만 강한 농업인들을 보면서

경쟁국에 비해 경영규모는 작지만 끊임없는 역량개발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통해 자율적인 경영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농업 경영체를 육성하기 위하여 2011년부터 농촌진흥청에서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강소농(强小農) 육성사업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에 소재한 성창농원에서 2017년 경기도 강소농 현장지원단 발대식을 개최하였다. 이날 발대식을 이곳 안성 성창농원에서 개최하게 된 동기는 지난해 농촌진흥청과 경기도농업기술원, 안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집중 육성한 강소농 자율모임체가 소비자와 함께하는 협동조합으로 발전된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서다. 참여 강소농들은 농촌진흥청 강소농 육성프로그램에 따라 1년간 진행하면서 참여농업인들의 의식함양과 경영개선능력, 마케팅 능력 제고 등을 이수하였고 경영개선 실천의지가 강하고 마음이 맞는 핵심농장 회원 14명이 모여서 회원들간 자율 모임체를 결성하고 지난해 12월에 ‘산들 맛 협동조합’으로 창립하였다. 그동안 개별농장에서 농장별로 생산한 농산물 출하와 관리하던 1천여 소비자들을 소비조합원으로 영입하고 생산자조합원 14명이 5천여만원을 출자하여 생산자 조합원들이 생산한 우수농산물을 선별하여 소비자 조합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꾸러미 사업부터 착수하였다. 이번 구정 설에도 ‘산들 맛 꾸러미’(제수용·선물용·대보름용) 500여 개를 소비자 조합원들로부터 주문받아 택배발송처리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가격대는 김영란법에 맞추어 5만원 미만대로 조정하였다. 농산물 꾸러미 사업이외도 농장별 특색에 맞는 체험프로그램 개발과 소비자들에게 행복한 체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생산조합원 부부가 참여하는 정례 연구회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파랑 하늘빛 아래, 행복 모두어, 씨를 뿌리고 가꾸는 열넷 농부, 안성맞춤 장인의 혼과 열정으로, 마음에 손발 더하여, 협동의 가족으로 희망찬 농업의 가치를 창출하렵니다. 착한 농심으로 주고, 행복한 마음으로 받는 꾸러미 속에, 도시와 농촌의 상생 밀알 되어, 더불어 가족이 되어갑니다. 농심은 천심, 꽃향기보다 진한, 살아 숨 쉬는 가족의 향기를 뿌리며, 열네 농부의 뜨락에 귀한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산들 맛 협동조합 대표농부의 초대 글을 소개하며 더 많은 강소농들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김완수 경기도농업기술원 강소농 전문위원

[기고] ‘수원예술인대상’ 소고

만약 예술(藝術)이라는 분야가 없다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는 어떤 느낌일까요?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습니다. 천만 다행히도 우리는 하루하루 삶 속에 누군가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으며, 누군가가 연주하는 악기 소리를 듣기도 하고, 누군가가 공연하는 춤사위를 보기도 하고, 누군가가 낭송하는 시를 듣기도 하며, 누군가가 그려놓은 그림을 보기도 하고, 누군가가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감(五感)의 감성(感性) 세계에서 사람마다 취향(趣向)과 수월성(秀越性)이 서로 다르지만, 사람은 본성적으로 소리와 행위로 감성을 표현하려고 하는 욕망을 갖고 있지 않겠습니까? 아마도 프로 예술가들은 본능적으로 감성을 표현하려는 욕망(慾望)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동양이나 서양이든 황실(皇室)이나 지방 유지(有志)들이 예술가 또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상시적으로 채용했다고 합니다. 요즈음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예술문화 진흥을 위해 예술가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또 적지 않은 많은 사업가들이 예술문화 진흥을 위해 적극 기여해 주시기도 합니다. 지난 연말에는 수원예총에 소속되어 있는 8개 예술인 단체가 ‘수원예술인축제’로서 합동 공연과 합동 전시회를 성황리에 개최하였습니다. 국악, 음악, 무용, 연예, 연극 등은 합동 공연으로, 미술, 문인, 사진 등은 합동 전시회로서 보다 많이 듣고, 보다 많이 보고, 보다 많이 사유(思惟)할 수 있는 순간(瞬間)을 연출(演出)하려고 노력(努力)하였습니다. 그간 우리 고장의 예술문화 진흥을 위해 기여하신 분들의 뜻과 정의(正義)로운 신념(信念)을 높이 기리기 위하여 예술인들이 의논하여 ‘수원예술인대상’을 처음으로 마련하였습니다. 예술인들이 더 많이 노력하고 끊임없이 연마하여 더 좋은 예술로 거듭날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한 마음의 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모든 장르의 예술에 반드시 필요한 2대 요소라고 하면, 예술행위를 하는 자와 관객(또는 청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간 우리 고장의 문화예술이 흥성(興盛)할 수 있었던 환경은 예부터 재인청(才人廳)이 있었던 전통도 있지만, 우리 시민들의 예술문화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원예술인대상’은 항상 우리 시민들의 몫이라고 생각(生覺)합니다. 앞으로도 항상 시민들로부터 격려를 받고 호응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시민들 간에 예술을 통하여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소통(疏通)할 수 있는 우리 고장의 예술문화가 항상 ‘한류(韓流)’의 선봉(先鋒)이기를 염원(念願)합니다. 전애리 수원예총회장

[천년경기 걸어온 길을 돌아보다] 5. 세계 천년의 도시와 경기

■ 도시문명과 인간 도시는 인류가 가장 뛰어난 상상과 과학 지식을 동원해 자연환경을 새롭게 개발한 인류의 유산이다. 또한 도시는 인간이 생활하는 주거지라는 것 외에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종교 등 다양한 인류문화의 중심지였다. 따라서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는 도시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이어 오면서 놀라운 과학과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20세기 말 과학기술에 힘입어 고도로 발전된 교통망과 통신망이 크게 확충됨으로써 사람들은 빠른 시간 내에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모든 소식들을 시시각각 접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이 압축됨으로써 지구촌은 급속히 세계화가 진행돼 이제 하나의 인류 공동체가 건설됐다. 이에 따라 21세기 도시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사회 혹은 정치, 경제, 특히 지리적 관점에서 도시의 역할을 살피는 것에서 벗어나 도시의 기능을 중심으로 한 문화적인 관점으로 확대돼 가고 있다. 즉 도시를 문화공간으로 인식하고 축제, 예술 공간, 역사유물, 도시의 상징적 이미지 등에 초점을 두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여러 나라들은 과거와 달리 도시가 어떻게 과거와 다르게 변화를 했는가 그리고 도시의 경제가 언제 발전하고 또 어떤 이유로 하락하는가를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럽의 나라들은 도시가 성장한 요인들을 분석하고 이 결과에 의해서 도시계획과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도시의 외관이 아주 중요하게 인식돼 도시연구가들은 주택과 건물들 등 건축들의 예술성을 면밀하게 살피고 분석한다. 지리학자, 도시계획가, 정치학자, 사회학자, 역사학자, 예술가 등이 함께 참여해 도시에 대해 종합적으로 연구해오고 있다. 이 결과 유럽 국가들은 도시민 일상생활과 관련된 교통과 환경을 비롯해 공원, 체육관, 도서관, 박물관 등 각종 생활편의 시설과 문화 공간 등을 다룬 도시에 관한 연구서가 출간해 오고 있는데 이 연구서를 토대로 해 21세기 새로운 도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말하자면 도시는 이제 단순히 시민들의 일상생활의 공간이라는 좁은 의미에서 벗어나 과학, 문화, 경제, 사회, 정치, 역사, 등 모든 분야가 하나로 융합된 종합적인 공간을 상징하게 됐다. ■ 도시의 역사연구 도시의 역사연구는 도시공간이란 틀 속에서 시민들이 보다 즐겁고 유쾌하게 살 수 있는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데 초점을 두고 도시공간의 사회 및 문화적 기능과 구조를 분석해야 한다. 더욱이 도시의 역사연구는 과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도시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측면들을 살피고 이웃 도시들과 농촌 사이의 상호작용 및 공통부분을 찾아 이 요소들이 시민들의 생활 속에 어떻게 적용되고 작용하고 있는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21세기 빠르게 진행된 세계화는 국내 도시들과 다른 나라의 도시들 사이의 상호관계에서 나타난 차이점과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도시정책은 도시의 문화와 이미지 그리고 정체성 등 도시와 관련된 요인들을 찾아서 이들을 상호 비교해 도시의 미래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시민들의 보다 나은 삶의 터전으로써 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21세기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도시정책의 목표는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의 도시망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족이나 언어 등이 각기 다른 유럽 나라들이 하나로 통합된 국가 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유럽문화는 농촌이 아니라 도시라는 점이다. 도시는 역사적으로 군사적 혹은 통치, 그리고 경제적 또는 종교적인 목적으로 건설되고 발전해 왔다. 현대에 이르러 도시는 통치나 군사적 방어가 아닌 문화와 경제, 그리고 교육 중심의 생활터전이 됐다. 따라서 도시는 현대 문명의 상징이 될 만큼 인류의 공통된 생활공간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의 도시들은 서로 교통과 통신망으로 연결돼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도시와 도시에는 철도와 고속도로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모든 분야에 걸쳐 영향을 주고받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도시의 연결망으로 인해 유럽 국가들 사이의 정체성도 유사하게 형성돼 갔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도시의 연결망이 오늘날 유럽을 하나로 통합하게 해준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인다. 유럽 도시들은 고대로부터 문화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관계 속에서 유럽 도시들은 공동체적 정신을 지니고 있었으며 서로 조직을 형성해 하나의 거대한 도시망을 형성해 왔다. 그러므로 유럽 통합은 실질적인 기초가 정치와 경제에 연관돼 있기보다 사회와 문화의 결과다. 말하자면 유럽통합은 곧 ‘도시의 유럽’인 셈이다. 다시 말하면 유럽에서 문화적,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상황을 장기적으로 유지시켜준 것이 국가가 아니라 바로 도시였다. 파리, 밀라노, 바르셀로나, 런던, 암스테르담, 베를린, 아테네, 모스크바 등 유럽 주요 도시들이 발달한 것은 지리적 요인이 아니라 문화와 국가들이 접촉하는 경계지역이었다. 이러한 유럽 도시들의 특성은 유럽통합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장애가 되지 않고 오히려 유럽 도시망의 통합을 이루도록 중심역할을 했다. 유럽의 단일시장이 추진되자 도시들은 상호 협력관계가 더욱 강화돼 도시의 다양한 기능이 더욱 발전하게 됐다. 이와 같이 현대 사회에서 도시는 독립적이고 고립된 공간을 넘어서 교통망에 의해 통합된 거대한 생활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모든 도시민들은 문화와 경제 외에 사회적 문제도 공유하게 됐고 도시 위에 국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 위에 도시가 군림하게 됐다. 한국 도시들은 산업화를 거치면서 2차 산업보다 문화산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각 도시들도 세계화에 의해 급격한 재개발로 도시구조를 급격하게 바꿔 가고 있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다양한 민간 주체들이 이동하는 기업, 주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도시들은 이미지를 개선하고 획기적인 도시 특성을 창출해 선도적 개발정책을 적극 추진하게 됐다. 이러한 도시 재개발의 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첫째가 공간적인 문제다. 농촌과 도시의 생활수준과 문화수준이 크게 차이나는 현상이 일어나고 도시 고급화로 인한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 두 번째는 도시재생은 생산보다 소비 위주 경제에 치중될 우려가 높다. 전시성 문화사업과 활동에 대한 지원이 남발하게 되고 영구적인 문화기반 시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 이로 인해 문화재정에 관한 문제성이 초래될 수 있다. 도시의 여러 문제들이 야기된 근본 이유는 단순히 물질적 소비도시에서 탈피하려는 단기적 정책의 결과다. 무엇보다 도시재생의 부작용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역사, 철학, 문학 등 인문학적인 지식이 활용되지 못한 원인이 가장 크다고 지적할 수 있다. ■ 지역사회와 예술 관계 개선 유럽에서는 지역사회와 예술 관계를 개선시켜 지역과 연계를 활성화하고 지역문화를 확대시켜갔다. 이러한 문화정책은 고급문화 위주에서 대중문화로 전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도시의 문화정책이 도시마다 경쟁을 하게 되면 여기에 투자하려는 자본가들이 결합된다는 점이다. 유럽의 문화주도 도시 재생은 바르셀로나와 파리 등에서 시행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문화 소비는 도시 이미지를 개선해 관광을 확대한다. 그러므로 도시 재생에서 문화의 역할은 강력한 도시 브랜드와 도시 이미지를 창출한다는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와 예술의 사회적 영향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교육목표의 달성, 사회자본의 축적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다. 문화정책은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서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적인 환경 개선과 문화발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도시재생의 핵심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 ■ 경기도 도시 공동의 네트워크 구축 경기도가 천년을 맞이해 새롭게 도약하고 모든 사람들의 삶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기’ 도시들을 새로운 공동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문화생활에 초점을 둔 인간 중심의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런 과감한 ‘경기’ 도시의 변혁이 곧 경기 중심의 한반도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도시의 유럽이 됐듯이 도시의 ‘경기’가 되려면 도시들이 각기 다른 도시로써 발전을 도모하기보다 공동의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문화 도시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천년 경기에는 많은 문화유산이 산재돼 있다. 유구한 세월 속에 면면히 유지돼 온 경기문화는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상 중심에 있기 때문에 남북의 지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 이를 하나로 융합해 다시 여러 지역에 영향을 끼쳐왔다. 이러한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경기문화의 다양성을 발전시키는 문화정책을 통한 도시재생을 제안하고자 한다. 경기가 미래의 비전을 유럽의 도시에서 배워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종권 숭실대 교수한국국제학연구원장

해움미술관, 이해균 열한 번째 개인전 <선형작위> 열어…총 12점 선보여

이해균 개인전 선형작위가 다음달 28일까지 해움미술관 커뮤니티아트센터(수원시 팔달구)에서 열린다. ‘선형작위’는 작가 이해균의 열한 번째 개인전이며, 3년 만에 열리는 전시다. 최근 3년간 창작한 작품 총 12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의 작품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했다. 지금까지 주로 구상적 형상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색의 깊이와 형태를 단색조의 선으로 그려냈다. 전시명인 ‘선형작위’는 작가의 내면을 드러내는 선과 그 선을 긋는 작위적 행위를 가리킨다. 즉, 작품에서 선을 긋는 작위적 행위를 통해 자신의 내면과 무의식을 드러낸 것. 작가의 내면은 색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청ㆍ흑ㆍ적 등 오방색을 주로 이용해 작품을 그려왔다. 9m 너비의 작품 ‘블랙’에서는 반복된 선이 색을 이루며 끊임 없이 확산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신수(神樹) 2’ 에서는 차분한 색감의 수많은 선을 이용해 쓸쓸한 정취를 남겼다.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청색은 이번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블루 2’에서는 중간 명ㆍ채도의 청색을 선택해 무거우면서도 상쾌한 느낌을 강조했다. 이 작가는 “최근 현대미술의 새롭고 다양한 시도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작위와 무작위의 결합과 관계를 통해 우주와 존재에 대한 궁긍적인 통찰력을 얻고자 했다”고 밝혔다. 문의 (031)252-9194 손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