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인천에는 8배의 숲이 더 필요하다

한 달 가까운 기나긴 폭염이 언제 끝날까 싶더니 순식간에 가을이불을 꺼내 덮어야 할 만큼 서늘해졌다. 올해는 유난히도 날씨가 우리를 괴롭혀 왔다.봄철 내내 미세먼지가 하늘을 가득 메워 맑은 하늘 보기 어렵더니 여름에는 기나긴 폭염이 일상자체를 지치게 만들었다. 이번 겨울에는 혹시 강추위가 찾아오지 않을까, 폭설이 내리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하게 된다.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변화가 우리의 삶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고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여전히 화력발전소 추가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자동차 수는 더 늘어나고 있으며,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들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우리나라 사망자는 2010년에 100만명당 359명으로 기록되었으며, 2060년 사망자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00만명당 1천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인구증가, 도시혼잡으로 발전소, 차량 배기가스 등에 더 많은 사람들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 같은 경우, 도로, 발전소, 각종 공업단지, 항만과 공항, 수도권쓰레기매립지, 각종 신도시 개발로 인해 과도한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고 있다. 대기오염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발생원을 줄이는 것이며, 완충역할을 하는 도시숲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2012년 기준 인천의 산림면적은 약 4만이며 인천에서 연간 발생하는 미세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은 무려 1만5천톤에 달한다. 산림청 기준에 따라 단순계산 해보면 이 대기오염물질 1만5천톤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37만의 산림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인천의 산림면적이 4이기에 33만의 산림, 즉 약 8배의 산림이 더 필요한 셈이다. 산림은 폭염대비에도 효과가 있다. 실제 7월 말, 전주의 환경단체에서 형질별 지면, 대기온도를 조사한 바 있다.이 조사결과에서는 인조잔디, 우레탄, 아스팔트, 흙, 천연잔디, 숲속 흙 순으로 지면온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아스팔트 등의 인공지면이 도시숲 지표면의 온도보다 2배 이상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아스팔트 지면은 하루종일 31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도시열섬과 열대야 현상을 더욱 가중시킨다고 분석되었다.반면에 숲속 그늘은 낮은 온도를 나타냈는데, 이는 도시숲을 만들면 시원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사람들의 실제 체감 온도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결과다. 많은 전문가들은 도시열섬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책으로 녹지 확대를 이야기해 왔다. 인천시는 미세먼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 쾌적한 인천, 시민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항만, 공항 등 오염물질 배출량 저감, 자동차 제한, 녹지공원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2020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안)을 발표한 바 있다.또한 지난 30일에는 교통 주권 설명회를 열고 도로, GTX, KTX, 철도 등 교통망을 더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사용 억제를 전제로 한 대중교통망 확충 계획이라면 환영할 일이지만,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성은 보이지 않아 인천 전체가 공사판이 되고 하늘에 미세먼지만 더 늘어날까 걱정이다. 인천시는 무조건적인 교통망 확충이 아니라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 발생의 주요원인 중 하나인 도심지내의 이동차량에 대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며, 도시공원 등 도시숲 확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숲 조성은 인천시민들의 생존에 있어 필수가 되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천자춘추] 공상영화 마션과 우주 쓰레기

천재 작가로 불리는 미국인 앤디 위어(Andy Weir)의 장편 공상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인기리 상영됐던 마션(Martian) 에서 우주 환경과 관련한 장면이 시선을 끈다.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우주비행사 마크 트와니는 화성 탐사 6일 만에 예상치 못한 모래 폭풍으로 인해 지구로 귀환하게 된 다른 동료 5명과 떨어져 홀로 화성에 남겨지게 된다. 그는 지구의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생존을 위해 식량으로 감자를 재배한다. 이에 필요한 물은 수소와 산소를 이용하고, 동료들의 배설물 즉 분뇨를 활용하여 무공해 유기성 비료를 만들어 감자 재배에 성공한다. 한편 영화상에서 화성에는 우주 쓰레기로 버려진 우주장비와 기계, 시설물이 도처에 널려져 있다. 이러한 장면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류의 발전과 생활환경의 역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특히 미래 우주시대에도 변함이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야를 지구 대기권으로 돌려보자. 지난해 8월17일 ‘National Geographic Channel’에서 우주 쓰레기 습격이란 2분 11초 짜리 YouTube를 상영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주쓰레기는 수명이 다 되어 기능이 정지되었거나 사고 및 고장으로 제어가 되지 않는 인공위성, 위성 발사에 사용된 로켓 본체와 그 부품, 다단 로켓의 분리로 생긴 파편, 우주 비행사가 떨어트린 공구와 장갑, 부품까지를 포함한다. 천연 암석과 광물, 금속으로 구성된 우주 먼지는 유성물질로 따로 구별하고 있다. 현재 지구 궤도에 50~60만개의 잔해가 지구의 중력에 의해 떨어지지 않고 벗어나지 않는 시속 2만7천400㎞의 속도로 돌고 있다. 그 중 2만 여 개는 소프트 볼만하고 연장 가방이나 로켓에서 분리된 파편들이다. 매년 200~400개가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하는데 이중 100개만 지상에 도달하고 나머지는 대기권 재진입시 모두 타버린다. 지구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들로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 유럽이 지목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더욱이 새로운 위성이 계속 발사되기 때문에 대기 상태는 점점 더 빽빽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현실은 인공위성 초보 국가인 한국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오늘날 우리도 늦으나마 이에 대한 대비를 본격화할 때라고 본다. 이상익 행정학 박사

[기고] 제22회 통계의 날을 맞아 - 응답자에게 감사를 표하며 -

오늘 9월1일은 22번째 ‘통계의 날’이다. 통계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제고와 국가통계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1995년 제정된 ‘통계의 날’은 2009년부터 통계법에 근거한 정부기념일로 격상되었다. 그동안 통계청이 자라온 과정을 회상하면 통계에 대해 국민의 인식이 많이 변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날로 열악해져 가는 조사환경이 안타깝기도 하다. 가끔 외부에 통계에 대한 강의를 할 때 통계가 무엇인지, 통계청은 어떤 기관인지 질문을 하곤 한다. 나에게 돌아오는 대부분의 대답은 뉴스에서 많이 들어보기는 했으나 통계는 숫자와 그래프로 나타내는 어렵고 딱딱한 것, 나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통계는 과거로부터 축적해 온 자료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때문에 어떤 정책을 수립하고 의견을 제시하며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통계를 사용하기 마련이다. 통계청에서는 국민생활과 정부 정책에 꼭 필요한 국가통계를 생산하고 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 언뜻 생각하면 정말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인 것 같다. 매년 조금씩 증가하는 공무원연금이나 국민연금 수혜금은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하여 조정한다. 임대주택 임차인 자격기준이 되는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과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매년 조정되는 최저임금도 가계동향조사 자료가 이용된다. 가축전염병 발생 시 피해자 생계안정비용, 농업손실 보상비 등은 농가경제조사 결과를 활용한다. 나에게 영향을 주는 거의 모든 정책들이 국가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통계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주시는 응답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국가통계조사에 응답을 꺼리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장조사 직원들이 설득을 위하여 주말이나 늦은 시간에 방문하거나, 응답자의 편의를 위하여 CASI, 이메일 등의 전자조사를 확대하고 행정자료를 활용하는 등 선진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굳게 닫힌 문을 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쁜 데 시간을 쪼개어 성의껏 응답해주시는 응답자들이 있기에 유용한 통계결과가 탄생한다.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다소 귀찮고 민감한 정보임에도 성실하게 응답해주시는 응답자에게는 백번이라도 절을 하고 싶다. 통계청 수원사무소에서는 응답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매해 명절마다 ‘정(情)이 담긴 명절선물 보내기’를 실시하고 있다. 응답자들이 부담을 갖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활에 필요한 작은 선물을 준비하여 대상처를 직접 방문한다. 또한 올해에는 ‘제22회 통계의 날’을 맞아 관내 헌혈의 집을 찾아 단체 헌혈을 하고자 한다. 서상록 경인지방통계청 수원사무소장

[김종구 칼럼] 한진해운 마지막 5일, 정부는 없었다

기업은 하루아침에 망하지 않는다. 망한 날짜가 어느 하루로 기록될 뿐이다. 한진해운도 하루아침에 망하지 않았다. 망한 날짜가 8월 30일로 기록될 뿐이다. 그래도 자의적으로나마 마지막 5일에 의미를 둬 보자. D-5일은 8월 25일이다. 한진해운이 마지막 자구안을 제출한 날이다. D-0일은 8월 30일이다. 한진해운 주식이 장중 거래 정지된 날이다. 이런 억지 획정이라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한 대기업의 마지막 5일과 그 5일간 보여준 정부 모습 때문이다. 8월 25일 하루는 한진에게 더없이 길었을 날이다. 회생을 위한 마지막 자구안의 제출 시한이었다. 업무가 끝나갈 무렵 한진의 자구안이 산업은행에 도착했다. 산은은 한진해운 채권단 중 66%를 차지하는 주(主)채권은행이다. 경제부 기자들의 관심이 산은을 향했고, 반응이 흘러나오는 데는 두어 시간이면 족했다. 한 마디로 ‘턱도 없다’였다. 1조2천억원이 필요한데 자구안은 5천억원 언저리였다. 이때부터 ‘한진해운’ 연관 검색어에 ‘법정관리’가 붙기 시작했다. 그날, 정부는 온종일 침묵했다. 8월 26일. 자구안에 대한 입장을 산은이 공식 발표했다. 정용석 산은 구조조정본부 부행장이 직접 나섰다. “사실상 자구안 가운데 실효성이 있는 지원은 4천억 원뿐이다.” 또 다른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조 회장이나 그룹 측이 한진해운을 더 이상 지원하기 어렵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라고까지 말했다. 채권시장에서 한진해운 가치가 곤두박질 쳤다. ‘내주 채권단 회의에서 최종 결정 내겠다’는 일정이 구체화됐다. 법정관리는 기정사실화 되고 있었다. 그날도 정부는 온종일 침묵했다. 8월 29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주말 이틀이 흐른 월요일이다. 주말에 응축됐던 시민과 업계의 불안이 터져 나왔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이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선주협회도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피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진해운도 마지막 수를 던졌다. 나흘 전 자구안의 수정안을 냈다. 증자일정을 구체화하는 안이었다. 하지만, 산은은 냉담했다. 이동걸 회장의 ‘구조조정 가치도 중요하다’는 한 마디가 업계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날도 정부는 아무 입장이 없었다. 운명의 8월 30일이다. 밤사이 바뀐 분위기가 전해졌다. 채권자인 KEB 하나은행이 한진 구제안에 조건부로 동의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현대상선과의 합병 얘기도 흘러나왔다. 오전 11시 예정인 채권자 회의를 앞두곤 한진해운 주식이 급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은의 입장은 강경했다. 이동걸 회장이 “내가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다시 한번 파국을 예고했다. 결국, 오후로 들어설 때쯤 자구안은 부결됐다. 곧이어 증권거래소가 한진해운 주식을 정지시켰다. 이날,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이 비로소 나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채권단 결정은 자구노력의 충실성, 경영정상화 가능성, 해운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해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한진해운 주식 거래가 중지된 몇 분 뒤였다. 그런데 말의 맺음이 굳이 제3자 논법이다. “판단했다”가 아니라 “판단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은행들의 결정을 지켜만 봤을 뿐이라는 표현이다. 한진해운은 은행들이 퇴출시켰고, 정부는 이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싶어 보이는 표현이다. 한진해운이 망했다. 과연 망할만 했는가. ‘땅콩 회항’과 ‘재산 밀반출’로 얼룩진 총수 일가의 부도덕이 빚은 자업자득인가. 이 토론은 시간을 두고 이어질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현재-대기업이 망하고 24시간이 흐른- 논제가 있다. 정부의 5일간 침묵이다. 국적선사 국내 1위 기업이다. 세계 7위 해운사다. 연간 1억톤 이상의 화물을 책임진 운송사다. 세계 각국의 30여개 법인과 200여개 지점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다. 이 대기업이 망해가는 5일이었다. 그런데 이 긴박한 순간에 정부는 빠져 있었다. 은행 관계자의 말이 시장을 쥐락펴락했다. 업계 1위 대기업의 정리 모습으로 격에 맞는 것인가. 그 5일. 이런 분석을 내놓은 보도가 있었다. -정부가 야당의 서별관 청문회를 부담스러워 한다. 안 그래도 대우조선 특혜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한진해운 지원까지 얹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는 빠져 있고 은행이 앞장서 악역을 할 것이다. 결국,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갈 것이다. - 많은 이들이 ‘아니겠지’라고 여겼던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한진해운은 정확히 그 시나리오를 따라 업계에서 사라졌다. 이게 우연인가. 김종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