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인천, 바이오 특화단지 품는다

경기도 시흥과 인천시가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새로 지정돼 세계 1위 바이오 메가 클러스터 비전을 본격화한다. 시흥과 인천을 비롯한 총 5개 지역에는 오는 2040년까지 민간 기업들이 36조원대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7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6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서면 개최하고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공고 기간 총 11개 지역의 신청을 받아 선도 기업의 투자 규모, 산업 생태계 발전 가능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평가해 경기(시흥)·인천(송도‧영종‧남동), 대전(유성), 강원(춘천·홍천), 전남(화순), 경북(안동·포항)의 5곳을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시흥)과 인천 지역은 세계 1위 바이오 메가 클러스터를 비전으로 인천의 세계 최대 생산능력과 경기(시흥)·인천의 주요 대학‧병원‧연구기관의 R&D‧임상 기능을 연계한 세계 최대 바이오 생산기지 및 기술 초격차를 위한 글로벌 거점을 목표로 조성한다. 인천은 현재 단일도시 기준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제조역량인 116.5만L 규모를 2032년 214.5만L로 약 2배 확대할 계획이다. 경기(시흥)·인천 지역은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관련 인허가 등을 해소하는 조건, 경기(시흥) 정왕지구는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이후 특화단지로 지정한다. 이들 지역의 주요 선도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종근당, 일동제약 등이 있으며, 선도기업 투자 25조6천908억원을 포함한 민간투자는 2035년까지 총 30조7천315억원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따라 지정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물리적으로 새 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아니다. 계획 중이거나 이미 운영되는 산업 지역을 클러스터의 개념으로 묶어 특별 육성 차원의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용인 평택·구미(반도체), 청주·포항·새만금·울산(이차전지), 천안 아산(디스플레이) 7곳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한 바 있는데 이번에 새로 바이오 분야 단지를 추가로 지정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에 지정된 바이오 특화단지에는 지난해 7월 지정된 1기 특화단지와 마찬가지로 인허가 신속처리(타임아웃제), 규제 혁파, 세제‧예산 지원, 용적률 완화,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을 포함한 지원이 이뤄지고 특화단지의 조성‧운영을 위한 범부처 지원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바이오 특화단지별 맞춤형 세부 육성계획도 올해 하반기에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전 의장 “윤 대통령, ‘이태원참사 조작가능성’ 언급”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을 통한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통령실은 멋대로 왜곡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27일 공개된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 담겼다. 김 전 의장은 2022년 12월5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과 독대했다고 한다. 김 전 의장은 야당이 참사 대응의 주무 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상황에서 이 장관이 물러나지 않으면 2023년도 예산안 처리에도 영향을 줘 헌정사상 첫 준예산이 편성되는 상황까지 올 것을 우려했다. 김 전 의장은 책에서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는 국가와 지방단체가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사고 예방 노력을 하게 돼 있다”며 “대통령에게 ‘이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장관 본인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이 ‘그 말이 다 맞으나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며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하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김 전 의장은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며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윤 대통령 의구심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며 “나는 그런 방송은 보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이 장관은 유임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예산안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겨우 통과됐다. 이 일은 내가 윤석열 정부의 앞날을 가늠하게 된 첫 지표가 됐다”고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김 전 의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내고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눴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당시 참사 수습 및 예방을 위한 관계 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며 “대통령은 사고 당시 119 신고 내용까지 다 공개하도록 지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이태원특별법을 과감하게 수용했다”고 강조했다.

행신~서울역 신호장치 고장, KTX 출발 지연...승객들 분통

27일 행신~서울역 구간 신호장치 고장으로 오후 6시 이후 KTX 열차가 30분에서 1시간 가량 출발이 지연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코레일은 15초 간격으로 안내방송을 하면서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이로인해 서울역~광명역 간 열차 10여대가 정상 운행되지 못했다. 특히 퇴근시간대 열차운행이 지연되면서 서울역 대합실은 수천명의 인파가 몰려 자칫 대형 인명피해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코레일측은 신호장애로 정상운행이 어렵다는 방송만 헸고, 서울역 출발 5분만에 열차가 또 멈췄다. 승객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시속 300km로 주행할 수 있지만,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후진적 철도운영에 승객들은 침묵하면서도 코레일을 향한 원망을 쏟아냈다. 이날 오후 6시58분 출발 예정인 부산행 59호 열차는 결국 용산역에 정차했다. 평상시의 경우 용산역에 정차하지 않고 광명역과 천안아산역, 오송역, 대전역으로 운행되던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진 셈이다. 이어 용산역에 정차된 열차 내에서는 승객들의 한숨만 쏟아냈다. 약 10분 가량 지연된 기차는 광명역을 향했지만, 속도 꽉막힌 강남대로에 묶인 승용차 수준에 불과 했다. 승객 A씨는 침묵하면서도 기자를 향해 “날도 더운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정확한 책임소재를 따지고, 모든 승객들의 요금을 2~3배 이상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코레일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열차당 30분에서 50분 정도 지연됐다”고 밝히면서 지연운행에 따른 배상에 대해 지연보상, 현금보상 등을 안내했다.

[법률플러스]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경우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민법 제554조). 증여의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다만 우리 민법은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으면 그 구속력을 약하게 규정하고 있다. 서면에 의한 증여란 증여계약 당사자 사이에 있어서 증여자가 자기의 재산을 상대방에게 준다는 증여의사가 문서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는 정도로 서면에 나타난 증여를 말하는 것으로서, 비록 서면의 문언 자체는 증여계약서로 돼 있지 않더라도 그 서면의 작성에 이르게 된 경위를 아울러 고려할 때 그 서면이 바로 증여의사를 표시한 서면이라고 인정되면 이를 민법 제555조에서 말하는 서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대법원 2003년 4월11일 선고 2003다1755 판결 참조).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민법 제555조), 이 경우,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민법 제558조). 여기에서 ‘이미 이행한 부분’은 증여자가 증여계약에서 부담한 채무의 주요한 부분이 실행된 것을 의미하는데, 동산의 증여는 동산의 인도가 그 이행이 될 것이고, 부동산의 증여는 물권변동에 관한 형식주의 원칙상 부동산의 인도만으로 부족하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까지 이뤄져야 그 이행을 한 것으로 본다(대법원 1977년 12월27일 선고 77다834 판결 참조). 또한 수증자가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해 범죄행위를 한 때와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해 부양의무가 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도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56조 제1항). 증여계약 후에 증여자의 재산 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해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에도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57조). 위의 각 경우에도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한편 증여자는 수증자가 증여를 받는 동시에 일정한 부담을 부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증여할 수도 있는데, 이를 부담부 증여라고 한다. 예를 들어 증여자가 자신을 부양할 것을 조건으로 수증자에게 토지를 증여했는데,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자는 부담부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부담부 증여의 경우,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됐다고 하더라도 증여자는 수증자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이미 이행이 완료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상회복으로 증여목적물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증여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신임 대법관 최종후보 ‘노경필·박영재·이숙연’ 대통령에 제청

조희대 대법원장은 8월1일 퇴임하는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의 후임으로 노경필 수원고법 부장판사(59·사법연수원 23기)와 박영재 서울고법 부장판사(55·22기), 이숙연 특허법원 고법판사(55·26기)를 2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윤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인사청문회 등 대법관 후임 인선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법원은 선정 이유에 대해 “법과 원칙에 충실한 재판으로 공정하고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할 수 있는 법률 지식과 판단 능력, 사법부 독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 의지 등을 두루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노경필 부장판사를 “재판 실무에 능통하고, 해박한 법률 지식을 갖춰 소송관계인에게 신망받는 법관”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광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 1997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용됐다. 5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하며 헌법·행정 사건을 맡았고 수원고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냈다. 노 부장판사는 2020년 2월 수원고법 형사1부 재판장 시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수미 당시 성남시장에게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 주목받았다. 검찰 구형량은 벌금 150만원이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검사가 ‘양형 부당’으로 항소하면서 항소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지 않았는데도 2심 법원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형량을 높여 선고했다는 이유였다. 이 사건은 파기환송심을 거쳐 벌금 90만원이 확정됐다. 노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31일 기준 7억2천만원의 재산을 등록했다. 배우자가 광주광역시의 임야 지분을 가졌고 수원시 영통구 아파트를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해 부동산 재산은 총 5억5천만원이다. 박영재 부장판사는 “다양한 재판업무 경험, 해박한 법률 지식, 사법행정 능력을 모두 갖춘 법관”으로 소개됐다. 그는 배정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1996년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처음 법복을 입었다.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에서 재판했고 2009년에는 사법연수원 교수로 일했다. 법원행정처 인사담당관·기획총괄심의관 등을 거쳤다. 박 부장판사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기 법원행정처의 사법 정책을 기획·실행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지난해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다. 재판연구원 증원, 형사전자소송시스템·미래등기시스템 구축, 소권 남용 대응 방안 마련, 민사 항소이유서 제출 제도 도입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박 부장판사는 16억6천만원의 재산을 등록했다. 본인 소유 서울 서초구 아파트가 12억5천500만원이다. 본인과 배우자의 예금을 합쳐 약 3억원, 장녀의 예금과 증권을 합쳐 약 1억원을 신고했다. 대법원은 이숙연 고법판사에 대해 “해박한 법률 지식과 뛰어난 재판 실무능력을 겸비한 여성 법관”이라며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과 사법 정보화에 조예가 깊다”고 소개했다. 그는 여의도여고와 포항공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로 임용됐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정보화심의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 등을 거쳤다. 현재 대법원 산하 인공지능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고 카이스트 전산학부 겸직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 판사는 재산으로 151억7천만원을 신고했다. 부동산 자산이 26억7천만원 상당으로 서울 서초구 아파트와 관악구 봉천동 토지 등을 소유했다. 본인 소유 예금과 증권이 14억2천만원, 미술품 등 기타 자산이 3천400만원 상당이다. 이 판사의 배우자는 123억7천만원 상당의 증권을 소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대부분 경영 중인 중소기업 주식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자는 채무로 64억원을 신고했다. 대법관 임명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열어 후보자들의 적격성을 심사하고 임명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한다.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그 중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임명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통령이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한다. 해당 절차는 통상 1개월가량 소요되지만 여야 의견이 갈려 국회 본회의 상정이 늦춰지면 더 지연될 수 있다.

‘역대 최악의 사고’…화재 후 암울한 화성 전곡산단 [현장, 그곳&]

“그날의 악몽이 잊혀지지 않아 그 누구도 쉽게 입을 떼지 않고 있습니다.” 27일 오전 9시께 화성시 서신면의 전곡산단. 지난 24일 산단 안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인 아리셀에서 화재가 난 지 4일째, 침울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산단을 향하는 길목 곳곳과 아리셀 공장 바로 앞엔 화재로 숨진 노동자들에 대한 추모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공장 주위엔 출입 금지를 알리는 폴리스 라인이 늘어져 있었으며 경찰, 소방, 고용노동부 직원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공장을 오가고 있었다. 공장 앞에 주차된 차량엔 거무튀튀한 재가 잔뜩 뒤덮여 있었으며 사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들은 주인을 잃은 채 화재 열기에 녹아 찌그러진 채 방치된 상태였다. 산단 내 다른 공장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일을 하기 위해 출근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굳은 표정이었다. 9시가 지나자 오고가는 사람이 없어 쥐죽은 듯 고요했으며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만 허공에 멤돌았다. 아리셀 앞 공장 직원들은 건물 안에서 흉측하게 녹아버린 아리셀 공장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이곳 산단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박모씨(38)는 “사고 이후 다들 조심하려고 노력한다”며 “그 일을 다시 떠올리지 않으려는 듯 모두가 조용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지난 24일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이후 화성 전곡산단은 폐허를 연상케하며 스산한 기운을 풍기는 모습이었다. 역대 최악의 사고로 불리는 만큼, 산단과 화성시민의 충격은 더해지고 있다. 산단과 멀찍이 떨어져 있는 주민들도 아직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산단과 3㎞ 떨어진 곳에서 사는 민주성씨(가명·57)는 “불이 났을 때 타는 냄새가 여기까지 왔다. 새까만 연기가 치솟을 때 섬뜩했다”며 “이 동네는 산단이 많은데, 혹시 또 사고가 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칠까봐 불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되는 불안 속, 환경부는 이날 폐전해액과 잔류 전해액 등 위험물질 수거 작업에 나섰다. 환경부는 공장서 약 1천200ℓ 에 달하는 염화티오닐 전해약을 발견했다. 3동 1층 제조시설 내 폐전해액 20ℓ 용기 40개와 반응기 8개 내 50ℓ 씩 400ℓ 로 확인됐다. 폐전해액 이송 작업 후 공장 제조시설 바닥 흡착포 교체 작업, 반응기 처리 예비 작업에 들어가는 한편, 주변 경계 지역의 누출도 지속적으로 측정할 계획이다. 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취재=박수철∙김은진∙김도균∙한준호∙박소민∙오종민기자 사진=김시범∙윤원규기자

가평군, 군부대와 ‘통합방위협의회’ 개최⋯ 지역 대응체계 점검

가평군(군수 서태원)이 최근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와 관련,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등 대응체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군은 수도기계화보병사단에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관련한 유관기관 협조 및 대응체계 강화를 주제로 ‘2024년 2분기 가평군 통합방위협의회’를 개최했다고 27일 밝혔다. 가평군 통합방위협의회는 서태원 군수가 의장으로, 지역 안보와 통합방위 태세 확립을 위해 매분기 1회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서 군수와 김성구 수도기계화보병사단장, 여인웅 제66보병사단장 등을 비롯해 가평군 통합방위협의회 위원 14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역 소재 군부대인 수도기계화보병사단에서 개최해 ▲최근 북한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지역 대응체계 점검 ▲지역 통합방위 발전을 위한 안건 검토 등 지역 안보와 관련된 다양한 사안에 대해 토의했다. 서태원 가평군수는 “최근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 등으로 국가 및 지역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며 “다변화되는 상황 속에서 군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 군부대, 경찰, 소방서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긴밀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흥 시화나래초⋯‘꼬꼬무’ 질문하며 함께 성장... 창의력 쑥쑥 [꿈꾸는 경기교육]

2024 학교 현장을 가다 시흥 ‘시화나래초등학교’ ‘자유로운 소통, 풍요로운 배움, 생동감 있는 교육 공동체’를 비전으로 지난해 3월 문을 연 시화나래초등학교는 초·중학교 통합 학교로서 연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개교 2년 차를 맞이한 시화나래초는 존중과 배려, 미래와 나눔, 즐거운 배움, 생동감 있는 성장을 교육 목표로 하고 있으며 ‘S·H·I·H·W·A’ 프로젝트로 학생의 창의성과 인성을 기르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존중하고 배려하는 예의 바른 어린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어린이 △풍요로운 배움으로 삶을 가꾸는 어린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문화적 소양을 갖춘 어린이라는 목표를 내포하고 있다. 올해 시화나래초는 경기도교육청의 ‘질문하는 학교’ 선도학교로 선정돼 학생 질문 역량 배가를 통한 창의 인재 육성에 주력할 예정이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함께 ‘성장’하는 학생들 경기도교육청의 첫 번째 질문하는 선도학교로 선정, 교육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시화나래초의 전략은 ‘꼬꼬무 함·성’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로 △질문으로 생각을 나누고 탐구하는 수업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질문으로 생각을 나누고 탐구하는 수업을 개발, 적용해 학생들의 협력적 소통 역량 신장 방안을 도출하고 △질문으로 생각을 나누고 탐구하는 수업이 학교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효과적으로 일반화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핵심이다. 시화나래초는 ‘질문하는 문화 조성’과 ‘질문하는 방법 배우기’ 두 가지를 질문하는 학교 운영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학생의 자발적 질문과 토론이 일상화되는 학교문화 조성에 나서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분위기에서 질문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경청과 존중, 공감의 학급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학년별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또 질문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별자리 질문 여행 캠프’를 실시하는 등 공감하는 공동체에서 질문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질문하는 학교 조성에 앞장서 교사의 역량 강화에도 전념하고 있다. 시화나래초는 질문하는 학교가 올해 첫 시도인 만큼 교사 학습공동체 조직 구성 및 운영으로 함께 연구하는 학습문화를 강화하는 데 나서고 있다. 특히 학년 간 연계를 위해 학년군별 교사 공동체 연구 나눔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존에 운영하던 ‘개념 기반 교육과정 연구 학습동아리’ 활성화로 연구문화 조성 및 연구 동기를 강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질문하는 수업 운영을 위한 교사 역량 강화 연수와 컨설팅, 공개 수업 및 플랫폼을 활용한 교사 수업 연구 나눔 활성화, 지역 내 질문하는 학교 선도학교 간 네트워크 구축으로 질문 수업 모델 공유에도 나서고 있다. 질문 능력을 배양하는 데에는 가정과의 연계도 중요한 만큼 학부모 이해도 제고를 위한 활동에도 나선다. 시화나래초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가정과의 연계 지도를 위한 연수를 실시했으며, 학습 동아리도 운영할 예정이다. 또 학교 알리미를 활용해 질문하는 학교 교육과정 관련 다양한 홍보물을 게시해 가정과 학습 과정의 연계도 돕는다.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기 전략’을 위한 학년별 프로그램 개발과 적용에도 나선다. 시화나래초는 1~2학년의 경우 그림책을 활용한 질문과 놀이를 활용한 질문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또 3~4학년의 경우 사실 질문, 해석 질문, 적용 질문 등 종류별 질문을 토대로 한 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5~6학년은 질문과 토론을 기반으로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크라틱 세미나’ 활용 수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학년별 교육과정과 더불어 시화나래초는 학생들이 다양하고 많은 질문에서 핵심적이고 정교한 질문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질문 마인드맵 △키워드를 활용한 읽기로 맥락적 질문 만들기 △교사-학생 간 보편적 핵심 질문과 성찰 질문으로 메타 인지 기르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시화나래초는 디지털 질문 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해 나가고 있다. 시화나래초는 인쇄물과 디지털 매체를 동시에 활용, 이를 읽는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교과와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에게는 비판적 읽기를 결합한 수업이 진행되며 향후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을 위한 질문 능력을 학생들이 기를 수 있도록 교과와 접목된 생성형 AI 활용 질문 수업도 전개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화나래초는 창의적 체험 활동과 교과 수업을 융합한 디지털 소양 함양 프로그램을 실시, 디지털 기반 개인 질문 및 협력 질문 역량을 학생들에게 길러줄 계획이다. ■ 열정적인 선생님들 사이에서 질문에 자신감이 붙는 아이들 시화나래초는 경력은 짧지만 열정 가득한 교사들로 구성, 질문하는 학교 교수법 발굴을 위한 연구가 적극 진행됐다는 장점을 안고 질문하는 학교 과정을 시작했다. 이에 학생들도 처음에는 정답을 찾기 위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어색해했지만 교사들의 노력으로 이내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질문하는 것에 소극적이고 두려움을 느꼈던 학생들은 질문이 자유로운 교실문화 안에서 질문이 즐겁고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또 호기심과 알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질문들은 단순히 궁금한 점을 묻는 것을 넘어 스스로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떻게 탐구해야 하는지를 성찰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현재 시화나래초 학생들은 △놀이를 통해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고 △탐구 수업을 통해 각종 질문을 만들어 가며 △토론수업을 통해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친구들과 함께 나눈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배움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다. 학기 초까지만 해도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면서도 “질문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고 묻던 시화나래초 학생들은 이제 궁금함과 질문을 드러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지고 있다. 또 다양한 질문을 유형별로 만들고 이를 통해 답을 찾아가기 위한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 탐구하고 비판… 문제해결 능력 UP” “지식과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비판적인 판단과 문제 해결을 위한 질문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권수경 시화나래초등학교 수석교사가 전한 경기도교육청 ‘질문하는 학교’ 과정 도입 취지다. 지난해 시흥시 거북섬 일원에 문을 연 시화나래초는 모든 학년의 학생들이 서로를 처음 만나 아직은 어색하고 소극적인 분위기가 있다. 때문에 상당수 학생들이 질문하는 자체를 부끄럽고 어려워하고 있다는 게 권 교사의 진단이다. 여기에 시화나래초 주변은 신규 택지 개발로 아직까지 교육 기반 시설이 많이 형성되지 못한 탓에 학교가 교육의 최일선에 서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시화나래초는 디지털·인공지능(AI) 교육이 일상이 되고 학생의 성찰 능력 배양을 우선시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전면화에 앞서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깊이 있는 학문을 추구할 수 있도록 질문하는 역량을 가르치기로 했다. 권 교사는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념을 정말 중시하는데, 이 개념이라는 것은 아이들이 여러 사실을 조사, 탐구하며 일반적인 지식을 귀납적으로 찾아가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표현하면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배우는지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질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자기 주도 학습과 연결된다”며 “자신이 학습한 것을 질문으로 만들어 던져보는 과정 속에서 아는 것을 확실하게 다지고, 탐구를 위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성찰하고 어떤 공부가 더 필요한지를 알아가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권 교사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침으로써 새로운 사회 변화를 준비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화나래초는 교육과정에서 저학년과 고학년에게 각기 다른 교육과정을 적용하고 있다. 1~2학년 등 저학년 학생의 경우 질문이 교육 내지 공부로 다가올 경우 거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 교사는 “우선 모든 아이에게 질문을 가르치면서 ‘질문하는 학교’ 교육과정이라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질문이 어떤 공부나 연구로 다가올 경우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2학년은 그림책과 놀이로 즐겁고 자유롭게 질문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으며 3~4학년부터는 개념적 정답을 구하는 ‘닫힌 질문’과 토의로 이어지는 ‘열린 질문’, ‘사실적 질문’과 ‘논쟁적 질문’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학년인 5~6학년부터는 질문을 만들어 토의를 진행하거나 패들렛(다수가 메모지를 붙여 질문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 릴레이 문답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또 시화나래초는 2학기부터 고학년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에 생성형 AI를 접목,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권 교사는 “저학년 학생일수록 디지털 기기와 AI를 다루는 것보다 사고 기능을 확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에 저학년에게는 자신 있게 질문하는 분위기를, 고학년에게는 책을 비판적으로 읽고 질문을 만들고 공유하며 내용을 스스로 꼼꼼히 알아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보드판, ‘질문 더하기’ 온라인 플랫폼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질문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또래 간, 사제 간 질문 캠프, 질문 릴레이 콘서트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시화나래초는 올해가 질문하는 학교 운영을 시작한 첫해인 만큼 교사 연수를 비롯해 학부모 연수도 병행하고 있다. 좋은 교수법을 발굴 및 공유하고 공개하며 더 나은 교육 방법을 찾아나가기 위함이다. 권 교사는 “이달 초 학부모 연수를 진행해 아이들에게 질문이 왜 중요한지를 알리고 가정에서 진행하기 좋은 그림책 읽기, 대화하기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며 “질문 교육은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연계돼야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향후 학부모 동아리 활동 같은 방법을 추진하는 한편, 교사 간에도 교육 방법 고안과 공유를 이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흥미있는 주제로 궁금증 던지니 즐거움 두 배” “친구들과 여러 사진이나 책을 보고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재미도 있었고, 어떻게 해야 질문을 잘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돼 유익했어요.” 시화나래초 6학년 최성은양은 가장 인상 깊은 활동으로 사진을 통한 질문 만들기를 꼽았다. 추상적인 의미의 그림부터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담긴 역사 사진들을 차례로 보고, 그림 및 사진이 담고 있는 배경이나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궁금한 점을 질의하고, 이후 그림과 사진의 의미를 배운 후 이를 토대로 다시 질문을 만들어 보는 수업이었다. 최양은 “처음에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어색했지만 참여하다 보니 다음 질문을 생각하게 돼 재밌었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장현주양도 “친구들과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같은 책을 읽고 환경 관련 질문들을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며 “공부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질문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웃어 보였다. 2학년생들은 사진 자료에서 즉각 생각나는 점을 자유롭게 질문하거나 흥미 있는 주제로 궁금증을 던지며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나연양은 사진을 보고 생각나는 점을 자유롭게 질문하는 수업이 가장 흥미로웠다고 지목했다. 김양은 “선생님께서 사진을 칠판에 붙이면 원하는 사진을 가져가 관찰하고 문장으로 질문하는 것이 가장 재밌었다”며 “사진을 보고 생각나는 것과 궁금한 것을 마음대로 물을 수 있어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학년 박나은양은 “‘북극곰에게 냉장고를 보내야겠어’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북극곰이 어떻게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는지를 친구들과 생각하고 묻고 답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그러면서 질문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