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다가오는 인구대란시대, 우리 도시의 생존전략은

한국의 총인구는 오는 2030년 5천216만 명에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로 이어져 2060년에는 4천396만명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현재 0.4% 수준인 인구성장률이 2020년에는 0.28%로 낮아지고 2031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시작하여 2060년에는 -1.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인구감소와 동시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게 된다. 노령인구의 급증이 그것이다. 2015년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2.7%이다. 25년 전인 1990년에는 5.1%에 불과했었다. 25년 사이에 노인인구가 2.5배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25년 후에는 또 다시 2.5배 증가하여 2040년 32.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불과 50년 만에 인구 100명중 5명이던 노인인구가 30명 이상으로 급증하는 것이다.고령화 속도가 현재처럼 계속 진행될 경우 우리는 세계에서 최단기간에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그리하여 2050년에 이르면 한국은 80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14.5%까지, 65세 인구비율은 38.2%까지 상승하는 세계 최고령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증감의 속도와 패턴은 지역별로 다소 차이를 보인다. 5년간의 연평균 인구성장률 전망을 보면 2015-2020년에는 경북과 전북에서, 2020-2025년에는 광주 및 울산에서 마이너스 성장이 각각 시작된다. 급기야 2030-2035년에 가서는 마이너스 인구성장이 대전, 경남, 제주까지 확대되고, 2035-2040년에는 충남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인구가 감소하며 부산, 울산, 대구는 -0.6%대의 큰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감소 및 고령화는 다양한 형태로 도시개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대도시 중심부로의 인구집중 및 외곽 신도시의 인구감소라는 인구이동패턴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도시 도심에 비해 서비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외곽지역의 인구가 대도시 중심부로 이전하는 경향이 가속화된다. 이러한 현상은 필연적으로 분당, 일산 등과 같은 외곽 원거리 신도시들의 공동화 및 쇠퇴화를 가속시키게 된다. 인구감소 및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주택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 지방도시 구도심의 공동화 및 유휴시설의 급증을 야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는 가구수 감소를 가져와 개발수요가 감소하고 이러한 개발수요 감소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수의 개발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과잉개발로 인한 후유증이 국토 곳곳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운 장래에 현재 진행 중인 혁신도시, 기업도시, 새만금 사업, 경제자유구역 개발 사업 등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해질 수 있다. 또한 고령화 및 내국인의 감소는 외국인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 인력부족에 직면한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 해외 이민자에 대한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외국인 인력의 등장은 단일민족사회에서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도시가 더 이상 한민족만이 거주하는 정주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인종이 섞여서 살아가는 작은 지구촌이 된다는 것이다. 외국 인력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한국사회에 정착시키느냐에 따라 도시발전의 속도와 형태가 크게 달라진다. 반면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은퇴자와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사회의 도래로 새로운 수요패턴이 대두되고 이로 인해 고령친화산업이 급속히 발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시니어타운, 전원주택 등 관련 주거시설 및 평생교육시설 등 관련 도시서비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감소시대에 예상되는 이러한 도시의 변화를 감안할 때, 보다 효과적인 도시정책의 구축을 위해 기존의 도시개발 패러다임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야 한다. 인구성장시대에 만들어졌던 현행 제도와 정책수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하여 인구감소시대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맞추어 새로운 도시개발 패러다임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 도시가 인구대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천자춘추] 주객전도

#1.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 유사·중복 기관을 통폐합하고 기능을 조정,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이 경기도 공공기관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2. 공공기관의 설립목적이 분명하고 여전히 유효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성을 이유로 무리하게 통폐합을 할 경우 공공성은 훼손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최근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문제로 이해관계자 사이에 논란이 뜨겁다. 그 이해관계자의 한사람으로서 여러 상반된 주장을 접하는 것은 필자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경영합리화에서 충분히 고려하고 논의할 과제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공공기관의 미션(존재이유)과 미래예측이 설명돼야 한다. 설립목적을 상실하고 실효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조직이 있다면 통폐합하는 것은 적절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 공공기관의 설립목적과 사업 취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검증이 충분히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 등 신사회위험 등의 미래복지수요에 대한 경기도의 공적대응도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에서 충분히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다음으로 공공기관의 공공성과 효율성의 균형적 판단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의 논리중의 하나로 재정을 절감하여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만약 조직이 비효율적이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정비가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왜 이 조직과 사업이 민간과 시장영역에 맡기지 않고 공공기관에서 담보하는지에 깊은 고려가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자칫 효율성만의 극대화를 위한다면 공적 가치와 지금까지의 축적된 성과를 일순간에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기관 통폐합이라는 목표만으로 몰아가는 접근은 당장의 비용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또다른 사회적 추가비용을 감당해야하는 결과를 초래될 수 있음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주(경영합리화)객(기관 통폐합)이 전도되어서는 안된다. 송원찬 경기복지재단 지역복지실장

[기고] 이젠 우리 차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국회 공천이 마무리 되었다. 한쪽에서는 서로 뜻이 맞지 않아 탈당해 새로운 둥지를 트느라 삐끗하더니, 다른 한쪽은 헤게모니 싸움에 밀려 탈당 러시가 일어났다. 둘 다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당 대표가 꼼수에 밀려 어정쩡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낳고 말았다. 참 교묘하다. 처음에는 선거구 획정을 미루다가 벼랑 끝에서 슬쩍 넘어간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계파별 헤게모니 싸움판이 된 공천으로 우리의 마음을 부글거리게 하더니 결국은 서로 나눠먹기로 마무리했다. 마치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 속에는 사이코패스들이 득실거리고 실체를 숨기고 있는 소시오패스의 조종에 판이 커지고 말았다. 우리 국민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어버린다고? 시대가 변화하는 걸 너무 모르는 소리다. 과거에는 깊은 내막을 자세히 몰라서 흐지부지 되어 쉽게 잊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TV만 켜면 하루 종일 미주알 고주알 바닥부터 파헤쳐주고 신문에도 더 자세한 설명으로 확실히 알려주기에 국민들은 쉽게 잊질 못한다. 더욱이 대안 없는 비판자, 양비론자들이 득실거리는 패널들의 속사포 같은 주저리에 국민들은 식상해 하면서도 그 내막을 차곡차곡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쉽게 잊을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과거의 우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요즘 국회를 아예 없애자는 극단적인 말도 서슴지 않는 것이 우리네 정서다. 그만큼 국회, 아니 국회의원들이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번에도 끝내 공천갈등으로 우리를 여지없이 실망시키고 말았다. 선거가 끝나고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이 선출되면 과연 괜찮을까?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계파 간 헤게모니 싸움이 더욱 깊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그래도 선택의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온다. 이제 우리가 선택할 차례가 왔다. 자기들끼리의 진흙탕에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이젠 우리가 그들을 심판할 차례다. 늘 그랬듯이 그동안의 잘잘못을 뒤로한 채 보름 남짓한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연신 허리를 꺾고 머리를 조아리며 표를 구하는 행태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그동안 부글부글 끓던 속을 이제야 속 시원히 분풀이할 때가 왔다. 투표 참여로 해소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당을 보기보다 사람을 보고 선택할 때다. 지역을 대표하는 후보자들의 이모저모를 세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제일 중요한 덕목이 진정성이다. 선거 때만 튀어나와 휘젓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고 그동안 지역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한 흔적을 찾고,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애착심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겸손한 사람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허긴 국회에 입성하면 또 동색끼리 몰려다닐게 뻔하지만 조금이라도 덜 실망시킬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될 것이다. 이번이야말로 지역을 위해 국민을 위하는 국회의원이 많이 선택되어 국민총소득 3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도리어 뒷걸음질 치고 있는 나라 경제를 살리고 청와대 폭파를 호언하고 있는 대북 안보를 굳건히 하는데 앞장서는 선량으로서의 본분을 다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최무영 이학박사·㈔천사운동본부중앙회 본부장

[아침을 열면서] 감사일기의 기적

시베리아가 고향인 복수초가 앙상한 가시덤불 속에서 노란색의 꽃을 수줍게 갓난아이처럼 내민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노란 꽃의 황제라 할 수 있는 개나리가 온 동네 벽을 장식하고 있다. 화려한 이 봄날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에 절로 고개가 수그러지고 이런 계절의 변화를 보게 되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마음이 솟구친다. 하기는 우리가 감사할 일이 어디 봄꽃뿐이겠는가. 따뜻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이 있고 그리고 일용할 양식을 얻게 해주는 직장이 있고, 매일 매일 나를 이동시켜주는 자동차가 있고...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좀 더 여유가 있어 골프를 칠 수 있고,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음 더욱 감사의 마음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감사할 일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해서 잊어버리고 무시해 버리는 그런 것이 아닐까? 내가 살아있다는 그 사실, 나의 신체 기관 하나하나 그리고 나의 마음 한 조각 한 조각,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내 주변의 모든 것들, 나의 조상과 역사, 온 우주 이런 것이 진짜 고마운 것들이다. 그런데, 보통 우리는 감사의 마음은 잠시뿐, 대부분 불만과 원망으로 산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만족한 돼지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했듯이 현재 수준에 만족하지 말고 질적으로 더 낳은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심리학은 미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과거와 현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긍정적인 마음 자세는 우리의 능력을 확장시키고 다양성과 변화를 수용하고 그리고 모험을 추구하고 창의력을 높이는 것이다.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감사일기 쓰기’다. 필자가 지도하는 박사과정 학생 중에 보진드라(Bojindra)라는 네팔 학생이 감사일기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네팔에서 실험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 왔다. 2015년 4월 큰 지진피해를 겪었고 지금도 그 여진의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 감사일기 쓰기가 도움을 주는지 알아보자는 제안이었다. 네팔에서 호텔 세 군데를 섭외하고 각 호텔에서 직원 60명씩 선발했다. 첫 번째 호텔에서는 매일 감사일기를 쓰게 했고, 두 번째 호텔에서는 업무일지를 쓰게 했으며, 세 번째 호텔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실험 시작 직전 참가자들에게 심리측정을 하고 감사일기와 업무일지를 2주 동안 쓰게 한 후 같은 심리측정을 하고 그리고 또 한 달 후 같은 심리 측정을 또 했다.결과는 놀라웠다. 실험참가자들의 안녕감과 일에 대한 몰입도가 처음에는 세 호텔이 비슷했다. 그런데 2주 후 감사일기를 쓴 집단은 그 값이 3.5수준에서 5점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리고 그 효과가 한 달 후에도 그대로 유지된 것이 아닌가. 다른 두 호텔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매사에 감사하라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지족(知足)을 가르치는 불교유교의 원리가 바로 오늘의 심리학이고 경영학임이 입증된 것이다.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 교수

[사설] 지역주의 조장, 유권자가 엄중히 심판해야

4·13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내일 밤 12시면 그동안 정당과 후보자들 간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선거운동도 종료되고 이제 유권자의 엄중하고 신성한 투표권 행사만 남았다. 역대 선거 중 최악의 공천 파동으로 정치에 실망하여 투표하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이 많아 투표율 저하가 염려되고 있다. 현재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상당수 지역에서 여야 후보 간 초박빙을 이루고 있어 선거 결과 예측이 쉽지 않은 것 같다. 특히 각 정당이 특정 정당의 지지기반이라고 믿던 지역에서 공천 파동으로 인하여 과거와는 다른 투표 성향이 나타나고 있거나 또는 지지할 후보자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유권자가 무려 20~30%에 달하고 있어 선거운동 막판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어떤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역대 선거운동과정을 보더라도 선거가 초박빙이고 혼전인 상황에서 정당과 후보자들은 지지 세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돌출적인 공약이나 행동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이틀 동안 선거 판세를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예측 불가능의 선거운동이 우려된다. 때문에 중앙선관위는 물론 검찰, 경찰 등 관련기관은 후보자와 정당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선거에 있어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선거 막판에 조장하는 사례가 많았다. 최근 이런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바 이런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권자들은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일부 정당 대표들과 후보자가 유세과정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다. 정치인들은 한국정치발전에 지역패권주의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선거운동 막판에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언행을 함으로써 문제가 되고 있다. 특정 정당이 특정지역을 홀대하고 있다느니 등등의 근거 없는 언행을 통해 표심을 자극하는 정당과 후보자에게 유권자들은 투표를 통해 엄중한 심판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또한 경계해야 할 것은 소지역주의이다. 헌재의 판결로 일부 지역은 여러 시·군이 합쳐 선거구가 획정됨으로써 정책이나 인물에 관계없이 무조건 우리 지역 출신을 지지해야 한다는 소지역주의적 투표 성향이 나타나고 있음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의원은 지역대표이기도 하지만 독립된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지역문제보다는 국가문제에 우선해야 할 책무가 있음을 유권자가 인식해서 투표를 해야 한다. 후보자 공천이 잘못되었다고 또는 정치인은 꼴도 보기 싫다고 비판하면서 투표에 기권하면 결국 그 피해는 유권자에 돌아온다. 선거결과의 최종 책임은 유권자임으로 한국정치의 병폐인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정당과 후보자는 이번 총선에서 엄정한 심판을 해야 한다.

[사설] 국정원·경찰·언론, 탈북자 목숨 지켜라

북한의 해외 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했다. 같은 식당에서 근무했던 이들은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종업원 12명이다. 북핵 실험과 관련된 대북 제재가 한 달여를 넘기면서 이뤄진 집단 탈북이다. 북한의 외화 수입 돈줄인 해외 식당이 개점 휴업상태에 돌입하면서 발생한 탈북이다. 외화 상납에 부담을 느껴온 종업원들의 집단 결행이라고 통일부는 해석했다. 제2, 제3의 해외 식당 탈북이 이어질 수도 있음이다. 통일부는 탈북자들의 신상은 물론, 근무했던 식당의 소재 국가 등을 일절 밝히지 않았다. 탈북자들의 신변 보호와 해당 국가와의 외교 마찰 등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다음날 여러 언론이 자체 취재를 근거로 탈북자들이 근무했던 식당의 소재지를 중국이라고 공개했다. 한 발 나아가 단독 취재라고 밝힌 한 방송사는 중국에 있는 한 식당의 실명까지 밝혔다. 자칫 탈북자들의 신상과 얼굴이 모두 공개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려스럽다. 탈북자들의 신변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통일부의 처신이 이해하기 어렵다. 발표 첫날 탈북자들이 짐꾸러미를 들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다. 사진 속에는 주변 지형 등이 함께 촬영돼 있다. 이어 언론의 취재 경쟁이 과열되면서 식당 소재 국가에서 식당 실명까지 모두 공개됐다. 목숨을 걸고 결행한 13명의 탈북에 이런 공개와 취재가 꼭 필요한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탈북자들을 향해 극도의 적개심을 드러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는 ‘유다들의 명줄’이라는 8분여 길이의 영상에서 탈북자들을 “조국을 배반하고 적대 세력들의 반공화국 인권모략 소동에 적극 편승해 입에 피를 물고 날뛰는 21세기 유다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명백히 말하건대 이런 유다들을 끼고 벌이는 적대 세력들의 반공화국 모략소동은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성을 잃은 김정은 정권이 탈북자들에 대한 테러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우리민족끼리TV는 이번 비난 성명에서 남측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북자 단체 대표들을 사진과 함께 실명 거론했다. 일종의 표적 위협을 가한 셈이다. 대책이 필요하다. 경찰과 관련 정보기관의 탈북자 신변 보호 시스템을 긴급 점검해야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탈북자의 신변을 위협하는 불필요한 취재 경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1997년 김정일의 처조카인 탈북자 이한영씨가 집 앞에서 피살당했다.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온 국민이 경악했다. 그 사건의 직접적인 책임은 경찰과 언론에 있었다. 탈북자 신변 보호 업무를 소홀히 한 경찰의 잘못이었고, 탈북자를 언론의 상품으로 삼았던 일부 언론의 잘못이었다. 또다시 그런 잘못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러면 안 된다. 탈북자 홍보보다 중요한 것은 탈북자 보호다.

[지지대] 그레이 보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총 4천205만3천278명의 20대 총선 선거인명부를 최종 확정했다. 이는 총 인구수 5천162만3천293명의 81.5%에 해당하며, 지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보다 189만5천343명(4.7%)이 늘어난 수치다. 재외국민을 제외한 국내 선거인명부 기준,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983만7천466명(23.4%)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40대(21%)와 50대(19.9%) 순이었다. 반면 20대 유권자는 16%에 불과했다. 19세 유권자를 포함하더라도 전체의 17.6%로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했다. 60대 이상이 최대 유권자층을 형성하면서 ‘그레이 보터(Gray Voter)’의 표심이 4ㆍ13 총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60대 이상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 4명 중 1명을 차지하면서 이번 선거는 노년층이 주도하는 첫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로 접어들면서 노년 유권자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여기에 60대 이상은 역대 선거마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야가 앞다퉈 실버공약으로 노년층 표심 잡기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노인 기초연금을 일률 확대하기보다는 노후대책 없는 하위 50% 계층에 월 4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선별적 복지’를 약속했다. 노인복지청 신설, 노인 의료비 정액제 인상, 어르신 일자리 4년간 78만7천개 창출 등도 공약으로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10만∼20만원 차등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소득하위 70% 30만원 균등 지급’으로 확대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불효자방지법’을 통해 재산을 증여받은 자식이 부모에게 학대행위를 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할 경우 증여를 해제하는 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하위소득 70%에 해당하면 기초연금 20만원을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인 일자리 수당 2배 인상도 공언했다. 그러나 여야의 실버 공약은 백화점식 나열에 그치고 재원조달 방식이 모호하다는 점이 공통적인 문제점이다. 3당의 공약을 모두 실천하려면 4년간 200조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된다. 표를 얻겠다고 공수표만 날리면 그레이 보터들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그레이 보터는 여당에 유리하지도, 야당에 불리하지도 않다. 보수 성향이 강하긴 하지만 변수는 많다.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예단하긴 쉽지않다. 이연섭 논설위원

[역사를 지켜낸 경기도 산성을 가다] 8. 여주 파사산성

남문을 지나 왼편으로 몇 걸음 옮기자 여장이 없는 성벽이 장관이다. 안내판을 통해 확인한 성벽의 규모는 둘레가 943m에 높이는 4.3~4.8m이다. 남한강의 시원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땀을 식히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여주의 너른 들판을 한참동안 굽어보았다. 가슴이 상쾌하다. 정상을 향해 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성벽의 폭이 생각보다 매우 넓다. 두 그루 소나무가 성벽에 나란히 서 있다. “이 사이로 지나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글을 읽으며 소나무 사이를 지났다. 장대(將臺)가 서 있었을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겹겹이 늘어선 산들과 그 사이를 흐르는 남한강이 아름답다. 100년 전만해도 저 강물위에는 서울을 오가는 배들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산성 가까이에는 그 유명한 이포나루가 있다. 여주 사람들은 신륵사 앞을 지나는 남한강을 ‘여강(驪江)’이라 부른다. ‘여(驪)’란 곧 가라마, 검은말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강물에서 말이 나왔다는 전설이 있지만 시퍼런 물빛 때문에 붙여진 말일 것이다. ■ 원호, 여강에서 백정왜를 쓸어버리다 1592년 5월 강원도 조방장 원호(元豪, ?~1592)가 왜적이 나루를 건너지 못하도록 여강 신륵사에 진을 쳤다. 강원 감사가 그를 불러 자리를 비웠을 때 왜적이 강을 건너 북상했다. 여주 사람들은 신륵사 인근 구미포에 주둔한 왜적들을 ‘백정왜[屠子倭]’라고 불렀다.성질이 잔인하고 포악하여 만나는 사람을 모두 칼로 난도질해 죽이는 왜군들의 만행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원호는 새벽에 고을 군사를 이끌고 강을 건너 왜군 진영을 급습해 적을 50여명 죽였다. 겨우 목숨을 건진 적들은 멀리 도망가 버렸다. 원호가 지키는 동안 왜군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이 전공으로 여주 목사에 임명된 원호는 조방장을 겸임하며 경기와 강원 양도를 오가며 적을 막았다. 그러나 한 달 지난 6월 원호는 강원감사의 명에 따라 금화(金化)에 주둔한 적을 공격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정보를 미리 파악한 적에게 포위되어 전사하고 말았다. 임란 초기에 적을 토벌하다가 전사한 장수로 원호만한 사람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 승병장 의엄, 승병을 이끌고 파사산성을 쌓다 여주 파사산성은 임진왜란(1592년)이 일어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강 길목을 지키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도체찰사로 전장을 누비던 서애 유성룡이 파사산성의 수축을 결정하면서 서산대사 휴정(休靜, 1520~1604)의 제자로 황해도 승군 총섭을 맡고 있던 의엄(義嚴)에게 책임을 맡겼다. ‘조선왕조실록’ 1593년 5월 15일자에 “휴정의 제자 중에 특출하여 칭송할 만한 자로 속명이 곽언수(郭彦秀)인 의엄(義嚴)이 뽑혔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의엄은 전투와 군량을 모집하면서 모두 공을 세웠는데 둔전을 개간하기 위해 소[牛]를 모을 때도 역량을 발휘했다. 의엄은 휘하의 승려들을 이끌고 여주로 달려왔다. 유성룡은 지도력과 성실함을 두루 갖춘 의엄을 깊이 신뢰했다. 1596년 봄, 유성룡이 파사산성을 방문해 팔도 선교종 도총섭 의엄에게 ‘파사성’이란 시를 지어주었다. 파사성상초천천(婆娑城上草) 파사성 위로 풀이 무성하고 파사성하수영회(婆娑城下水廻) 파사성 아래로 물은 굽이쳐 돈다 춘풍일일취불단(春風日日吹不斷) 봄바람은 날마다 끝없이 불어오고 낙홍무수비성외(落紅無數飛城) 떨어지는 꽃잎들이 성 모퉁이에 날린다. 1595년 여름, 도총섭 의엄은 파사산성 안에 집을 짓고 성 아래에 들판에 국영농장인 둔전을 개척했다. 승군의 무예를 지도하고 시험하여 뛰어난 자에게 상을 주고 급료를 지급해 주었다. 한겨울, 파사성 건설을 시작했다. 행주와 오산 독성산성처럼 성안으로 들어가 살려는 사람에게는 다른 부역을 모두 면제하는 혜택을 주었다. 파사산성에 대한 선조의 관심도 각별했다. 선조는 축성을 잘 아는 낭청 한 사람을 보내 그린 기초설계도를 그리게 하고 의엄에게 이를 바탕으로 축성하도록 지시했다. 의엄은 승군 5백여 명을 이끌고 축성에 전념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었다. 의엄이 선조 임금에게 상소했다. “소승은 파사에 성을 축조하는 일을 사양하지 않고 맡아 힘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일의 이루고 이루지 못함은 조정의 조처 여하에 달려 있습니다. 파사성의 역사를 지난해에 일으켰으나 역군이 모이지 않음으로써 공정은 절반도 성취하지 못했는데, ……방비의 조처를 잃는 것은 실로 국가의 잘못입니다” 이 상소로 의엄은 대신을 비롯한 관료와 유생들의 표적이 되었다. 심지어 “조정을 가벼이 여긴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그러나 선조와 유성룡이 의엄을 감싸주고 그의 요청대로 지원을 시작했다.경기 수영에 소속된 여주·지평의 수군(水軍)은 번을 제외시켜 파사성에 소속되게 하여 상류 쪽을 방비하도록 하였다. 의엄은 산성 안에 민간인들이 살 집도 여러 채 지었다. 그러나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1597년 겨울, 의엄은 도체찰사 유성룡의 명을 받아 강가에 작은 둔덕을 만들고 그 위에 장대를 세워, 밤에는 등을 달아 서로 신호하게 하고 낮에는 깃발을 올려 서로 보이게 하였다. 여울의 모래톱이나 산모퉁이 수풀이 우거진 곳에도 설치하여 급보를 신속히 전달할 수 있었다. 파사성과 용진(龍津) 사이에 있는 부용성(芙蓉城)에도 흙으로 높이 쌓아서 망대를 설치했다. 의엄은 남한강에 대한 방비를 철저하게 수립했다. 의엄은 유성룡의 명을 받아 성곽 방어와 공격하는 절차를 연습시키고 무예를 연마하도록 했다. 조정의 명을 받은 관리의 평가를 받았는데, 서울의 훈련도감 군사 훈련만은 못해도 자못 법도를 갖추었다고 높이 평가됐다. 이렇게 파사산성과 도총섭 의엄의 역할이 커지자 이를 비방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신들은 물론 성균관 생원들까지 나서서 의엄의 삭직을 요청했다. 무슨 까닭인지 도총섭을 지낸 의엄이 환속하고 이름도 곽진경(郭震卿)으로 바꾸었다. 의엄은 환속한 후에 군공에 따라 종2품의 동지(同知)에 올랐다. 1622년 후금이 조선을 침략할 조짐을 보이자 조정에서 의엄에게 승병을 모집해줄 것을 요청했다. 성(聖)에 있든 속(俗)에 있든 나라에 충성하는 그의 마음은 한결 같았다. 전망이 아름다운 산성으로 손꼽히는 파산산성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풍부하다. 축성과 관련된 남장군과 여장군의 전설은 물론 원호, 유성룡 같은 인물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곳이다.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파사산성이 복원되기 까지는 앞으로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쯤에서 다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성을 답사하면서 늘 아쉬움을 느끼는 것인데, 그것은 산성에 반드시 있는 샘물을 먼저 복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찾아왔다. 지금쯤 파사산성에도 꽃이 한창일 것이다. 김영호 한국병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