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된 ‘케이파츠’ 사업⋯ 道 vs 주식회사 ‘책임 공방’ 급급 [집중취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지난 2020년,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민 권익 보호와 자동차 부품 시장의 공정 경쟁 구조 구축을 위해 경기도 ‘자동차 인증 대체부품’ 공동 브랜드 K-PARTS(케이파츠)를 런칭했다. 이후 소비자 인식개선 사업, 부품 판매를 위한 플랫폼 운영 등 순차적으로 단계를 밟아오며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사업이 한순간 일몰되며 당초 이 대표가 내건 목표 역시 모두 좌초됐다. ■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자동차 인증 대체부품 K-PARTS 경기도는 지난 2020년 소비자 비용 절감 및 선택권 확대, 중소 제조업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K-parts(케이파츠, 자동차 인증 대체부품) 사업을 도입했다. 도는 경제민주화에 발맞춰 공정경제위원회를 발촉, 공정경제기반 조성에 나섰다. 당시 위원회는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자동차 부품 시장의 독점 구조를 타파하고자 도에 인증 대체부품 사업 시행을 제안했고, 도는 사업 필요성을 공감하며 자동차 인증 대체부품 지원 사업에 나섰다. 자동차 인증 대체부품은 ‘품질과 안전성에 있어 완성차기업이 주문생산한 부품과 동일수준’임을 국토부 지정 기관으로부터 인증받은 부품으로, 중고나 재사용부품과는 다른 신제품이다. 가격은 완성차부품의 40% 수준이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지사는 개인 SNS에 “부품 생산의 과도한 수직계열화는 OEM(상품 제조를 위탁한 뒤 주문자의 상표를 부착한 생산품) 의존은 품질은 같지만 가격이 비싸 소비자들에게 여러 피해를 준다. 또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부품업체 간의 경쟁을 없애고 R&D 투자를 게을리하게 만들어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면서 “인증 대체부품 시장을 활성화하면, 소비자는 선택권이 다양해져 수리비나 보험료 부담이 줄고, 부품업체는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시장을 갖게 돼 상호 ‘윈윈’하게 된다”고 말했다. ■ 인식 개선·판로 개척…K-PARTS 띄우기 나선 道 이 지사는 지난 2021년 5월 전라북도와 ‘자동차 인증 대체부품 활성화 사업’의 상생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등을 맺는 등 전폭적으로 사업을 지지했고, 도는 소비자 인식 개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행했다. 당시 도는 자동차 인증 대체부품 활성화 및 소비 촉진을 위해 경기도주식회사, 한국자동차부품협회,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 인증 대체부품 공급을 확대하고 유통 판로를 구축하며 소비자 인식 개선 및 홍보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또 인증 대체부품 전용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용인과 수원 일대에서 케이파츠 페스티벌을 진행하며 소비자의 접근성도 높였다. 이 같은 노력으로 소비자 인식 개선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0월 경기도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 업체 7천522개 정비소 대상으로 경기도 자동차 품질인증부품 케이파츠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비업체 인지도는 2022년(50%)보다 44.0%p 올랐다. 케이파츠 사용 의향은 56.0%로 조사됐다. ■ 긍정 평가에도…道, K-PARTS 사업 종료 이처럼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지만, 도는 돌연 지난 2023년 말로 경기도 인증 대체부품 케이파츠 사업을 종료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도정운영철학인 ‘공정 기반·공정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이 지사 시절 신설된 핵심 기구 ‘공정국’의 주관 아래 시행된 사업인 만큼 많은 도민의 기대를 모았지만, 목표했던 바를 이루지 못한 채 소멸한 것이다. 경기도는 당초 케이파츠 사업을 운영, 경기도주식회사에 위탁하면서 지난 2023년까지만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경기도주식회사는 브랜드 소유권과 사업을 위탁 받았지만 이를 자체 운영할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경기도는 경기도주식회사에 2022년과 지난해 각각 5억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했으며 올해는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 예산을 이유로 도와 경기도주식회사가 사업 책임을 떠넘기면서 결국 소비자들의 권익은 또 한 번 내팽개쳐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5억2천만원, 5억원의 예산을 투입, 경기도주식회사에 사업을 위탁·운영했지만 예산을 계속 지원해 줄 수는 없다”며 “경기도주식회사에 케이파츠 브랜드 소유권을 준 만큼 플랫폼 운영도 자체적으로 할 것을 주문했지만 경기도주식회사가 사업을 종료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주식회사는 “기관의 예산 사정상 경기도의 지원이 없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지속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기만평] 깊은 뜻...

[사설] 안양시, 노루페인트 건축 심의 중단해라

안양시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만안구 박달동 일대 공업부지 개발 사업 계획이다. 2021년부터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박달지식·첨단산업단지 입지조사 및 기업유치 전략용역도 진행 중이다. 이 지역에서 지난달 27일 또 다른 건축 절차가 시작됐다. 노루페인트가 부지에 연구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회사 측은 건축심의위에 서류를 제출했고 부서 협의가 진행중이다. 시의 개발 방향과 충돌이 생긴 것이다. 충돌의 발단은 2014년 9월이다. 박달2동에 있던 노루페인트 공장에서 사고가 났다. 유해물질인 에폭시가 대량 유출됐다. 이 사고로 안양, 광명, 부천 등 수도권 서부지역이 악취로 뒤덮였다. 주민 150명이 두통과 설사, 구토,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도심에서 발생한 당시 사건이 주민에게 준 충격이 컸다. 피해자와 주민들이 대책을 호소했다. 안양시가 회사 측과 협의를 벌였다. 시는 노루페인트와 공장이전 등에 합의했다고 주민에 밝혔다. 당시 발표는 주민들에게 ‘노루페인트 공장 이전’으로 각인됐다. 바로 그 부지에서 개발 계획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노루페인트 측 관계자가 전하는 입장이 의외다. “10년 전 내용은 알 수 없다”며 “현재 공장 이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알고 있는 협의 내용과 공장 측 주장이 상반된다. 더욱이 이를 설명하는 회사 측 입장이 단호하다. 10년 전 협의 내용 또는 합의 사항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내용이 있다. 노루페인트는 사고재발 방지대책으로 발열반응을 일으키는 수지제품은 다른 공장에서 생산키로 했다. 안양공장 이전에 대해서는 기본안을 마련해 협의한다고 돼 있다. 안양시가 공장 이전을 위해 제반 행정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다. 관련 제품 이전 생산, 공장 이전 기본안, 행정 지원 등이 골자다. 다만 이런 협의가 어떤 구속력을 갖고 있는지 등은 알 길이 없다. 노루페인트 측의 입장 번복이나 안양시의 모호한 협의 가능성이 다 있다. 어느 경우든 우롱 당한 것은 안양시민이다. 특히 사고 이후 불안을 안고 사는 박달동 주민의 배신감이 크다. 이번 판단의 출발은 주민이어야 한다. 노루페인트는 이전 거부 이유를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시는 협의 내용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연구단지 건축은 당연히 중단하는 것이 맞다. 건축 심의, 부서 협의도 진행하면 안 된다. 시 또는 회사 측 책임이 분명히 있다. 그 책임 소재를 밝히고 조치를 해야 한다. 시의회의 조사도 필요하다.

[사설] 환경미화원 안전 위해 ‘저상형 청소차’ 보급 확대해야

최근 5년간 부상 당한 환경미화원이 3만명을 넘는다. 사망한 환경미화원은 280명에 달한다. 근로복지공단이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집계한 통계다. 대표적인 위험 직종인 소방 공무원이 지난 10년간 부상 4천219명, 사망 55명인 것과 비교해 훨씬 높은 수치다. 경기도에서도 사고가 적지 않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환경미화원 안전사고가 499건이나 된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비롯해 넘어짐, 떨어짐, 부딪힘, 끼임, 절단·베임·찔림 등 유형도 다양하다. 환경미화원은 도로 주변을 청소하거나 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청소차량 뒤편의 발판에 의지해 이동하며 작업하는 환경미화원들을 보면 아찔하다. 차량은 거리와 골목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여기에 맞춰 미화원들은 발판을 오르내리며 쓰레기를 수거한다. 실내가 아닌 외부에서 일을 하는 데다, 차량에 매달려 이동하기 때문에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 폐기물을 수거하던 30대 환경미화원이 음주차량에 치여 한쪽 발을 절단하는 사고가 있었다.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에는 청소차량 운전자는 작업 인원이 매달리거나 적재함에 타고 있을 경우 운행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해 2018년부터 저상형의 ‘한국형 청소차’ 보급을 추진해 왔다. 운전석과 수거함 사이에 낮은 높이의 별도 탑승공간을 마련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수거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든 차량이다. 그러나 저상형 청소차 보급률이 상당히 낮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4월 기준 81대에 불과하다. 1월 기준 도내 생활폐기물 차량이 3천386대인 것을 감안하면 보급률은 2.39%에 그친다. 저상형 보급률이 저조한 주된 이유는 작업자들이 차량 승하차 시 작업 속도가 느려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지만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청소차량 뒤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는 게 위험하고 불법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방관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환경미화원들의 안전이 우선이다. 정부가 내놓은 작업안전 개선대책이 무용지물이라니 황당하다. 환경미화원 안전사고 발생 건수를 2022년까지 90% 이상 줄인다고 했지만, 사고 통계를 보면 개선대책 발표 이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저상형 청소차 보급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 작업의 실효성은 안전 다음이다. 더 이상 차량 뒤편에 목숨 걸고 매달려 다니는 환경미화원이 없게 해야 한다.

[김종구 칼럼] 판검사 억눌러 피고인 대통령 만들기

같은 논란이 한 번 있기는 했다.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다. 홍준표 시장이 자유한국당 후보였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이었다. 1심 유죄, 2심 무죄, 3심이 남았다. ‘대통령 되면 재판은 어찌 되느냐’. 민주당 쪽에서는 ‘재판받는 대통령’을 말했다. 홍 후보는 ‘법리 판단만 남은 사실상 무죄’라고 반박했다. 더 이상 논란은 커지지 않았다. 당선 가능성이 작아서였다. 실제 차이가 17.5%포인트였다.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얘기다. 공을 쏘아 올린 것은 한동훈 전 위원장이다. 대통령의 형사 소추 금지 규정-헌법 제84조-을 꺼냈다. 한 위원장은 ‘법 취지’에는 재판 중단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풀었다. 언론이 논쟁을 헌법학자들에게 가져 갔다. 한 전 위원장과 같은 취지로 푸는 학자들도 있다. 반대로 ‘입법 취지로 볼 때 재판도 중단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헌법학 개론이 C학점이었다. 40년이나 지났다. 읽으며 배우고 있다. 그런데 논리 하나가 거슬린다.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면 그 선택을 존중해 재판도 중단돼야 한다.’ ‘C학점’이 들어도 유치한 논리다. 법률 해석의 근거를 표에서 찾고 있다. 법학스럽지 않은 답이다. C도 못 된다. 그렇다고 정치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선거 유권자만 4천만명이다. 선택의 기준은 그 머릿수만큼 다양하다. 능력 있어서, 깨끗해서, 잘 생겨서.... 어떻게 ‘재판 중단’만 쏙 뽑아 ‘허락받았다’라고 결론내나. 궤변이다. 문제는 이게 정치에선 현실이라는 거다. ‘선거 압승=사법 장악’으로 연결된다. ‘수사 기관 무고죄’ 법안을 발의했다. 수사 기관의 증거 조작, 위증 강요를 처벌하는 법이다. 판사를 겨냥한 법안 신설도 얘기된다. ‘법 왜곡죄’를 만들어 형법에 넣겠다고 한다. ‘객관 의무 위반 처벌 죄’도 준비되고 있다. 심지어 법관 선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모든 게 압도적 제1야당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검찰·법원 개혁은 압박해도 된다. 특정 사건 특검도 법이 허락한 절차다. 하지만 저런 법안들은 다르다. 정치가 사법에 뛰어드는 것이다. 무고, 왜곡, 사적판단은 지금도 중요하다. 사실로 드러나면 탄핵받고 처벌된다. 그걸 굳이 별도 죄목으로 신설하려고 한다. 따라올 결과는 뻔하다. 검사·판사 고소가 쉬워질 것이다. 판사 고소해서 질질 끌 것이다. 이런 법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있다. 6개 사건 8개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엔 살 길이다. 재판을 끌어야 한다. 확정을 막아야 한다. ‘이 법’들이 활약할 시간이다. 당선된다면 직을 유지해야 한다. 그때부터는 헌법 제84조다. 고맙게도 이 논쟁을 한동훈 위원장이 열어줬다. ‘피고인 대통령’이라는 직위까지 붙였다. 그러자 궤변이 등장했다. ‘대통령이 됐으면 재판 중단도 허락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미래 권력을 향한 구애가 물씬 풍겨난다. 그렇게보면 점차 다수설이 돼 갈지도 모르겠다. 민주당은 이재명의 당이다. 당헌·당규도 이 대표를 위해 있다. 몇 개 규정이 이 대표에게 거치적거렸다. 최고위가 알아서 없앴다. 사법부도 그렇게 만들려고 한다. 줄줄이 걸린 송사가 거치적거린다. 율사 출신들이 알아서 검사·판사 겁박에 나섰다. 그 내용이 사법부 말살에 가깝지만 당 어디에도 이견은 없다. 오로지 ‘이재명의 사법부’를 만드는 충성 경쟁만 있다. ‘선거 승리는 무한 권력을 준다’. 이 궤변이 민주당에 오니 이제서야 답이 됐다. ‘그’도 열흘 전까지는 국회의원이었다. 목소리 내다가 비명(非明) 횡사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재명 비판은) 말해도 안 되고 생각해도 안 되는 당이 됐습니다.” 따라 웃었지만 걱정이다. 사법(司法)까지 그렇게 옥죄려는 것 같아서.

[인천시론] 토종식생과의 평화와 복원을 위한 신토불이

본격적인 여름에 들어선 요즘도 거리와 공원 곳곳은 여전히 형형색색으로 즐겁다. 시내 화원이나 꽃가게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듣도 보도 못한 초화류들이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은 예산과 인력을 들여 때마다 꽃밭을 조성하고 있다. 그렇게 만나는 꽃들의 상당 부분은 이색적이고 이국적 자태를 자랑한다. 우리나라 고유종이나 개량종이 있고 국내로 들여온 외래종 초화들인 경우도 흔하다.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에 조성된 수십만㎡의 큰금계국밭이 화제였다. 명소로 손꼽히지만 동시에 토종식생을 교란해 파괴하는 대표적인 예로 지적됐다. 사실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노랗게 물든 금계국이나 큰금계국은 매우 쉽게 마주치는 일상의 꽃이 됐다. 하천변이나 공원은 물론 여느 노지나 산자락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금계국이나 큰금계국은 5월과 6월에 본격적으로 개화한다. 이 꽃은 원래 북미가 원산지다. 특히 문제가 되는 큰금계국은 여러해살이 식물로 씨앗뿐만 아니라 뿌리로도 번식하며 생명력이 매우 강하다. 가히 생태교란종으로 분류될 만하다. 일본에서는 큰금계국을 생태교란종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국립생태원 외래식물 조사에서 유해성 2등급으로 발표됐지만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채 관리를 받으며 자라는 실정이다. 우리가 이국의 꽃들에 매력을 느끼고 아름다운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는 사이 한쪽에서는 토종식생 보호와 생태복원을 위해 야생화를 심고 식물자원 강화에 나서고 있다. 가시박, 단풍잎돼지풀, 서양금혼초와 환삼덩굴 등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는 이미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이 됐다. 국제적 기념일인 ‘세계 환경의 날’이 지났다. 지난 5일이었는데 올해의 주제는 ‘토지 복원, 사막화 및 가뭄 복원력’이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우리가 땅과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세대임을 강조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숲을 키우고 수원을 되살리고 토양을 되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땅과의 평화’라든가, ‘되살림’이라는 의미가 새삼 묵직하게 다가온다. 평화로운 방식으로 보존하고 되살려 가며 발전을 추구하고 행복을 지속가능하게 누리자는 의미이겠다. 우리가 누리던 일상의 즐거움이나 추구했던 행복의 방식을 잠시 돌이켜보자. 먹거리에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있듯 고유 생태계와의 평화, 복원에 마음이 머문다. 이제 토종식생과의 조화라든가 생물다양성 관점에서 꽃을 바라보고 즐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것까지 신경써야하니 조금은 피곤한 노릇이겠으나 말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혜가 어렵지 않고 멀리 있지는 않다.

[세계는 지금] 한국외교,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에 대비해야

최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라는 용어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작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중국도 2022년 제20차 당 대회에서 글로벌 사우스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2023년 이후 시진핑 주석의 정상외교 역시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6월9일에는 중국판 수능인 가오카오(高考) 사상정치 과목에서 글로벌 사우스 개념과 중국의 입장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다. 글로벌 사우스는 통상적으로 지구의 남반구, 즉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남쪽 지역에 위치한 ‘제3세계’ 및 개발도상국을 지칭하는 지리적 개념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사우스에는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 및 중동 산유국 등과 같이 상대적으로 부강하고 부유한 국가들이 포함돼 있고 개별 국가마다 역사적으로 고유한 정치·경제적 위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지정학적이고 역사적이며 경제학적인 개념인 글로벌 사우스를 단순한 지리적 개념 내지 하나의 단일한 블록(block)으로 인식하고 접근한다면 전략적인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글로벌 사우스 개념은 1955년 반둥회의 이후 결성된 ‘비동맹 운동’과 ‘77그룹’에서 시작됐고 최근 강대국 간 경쟁이 치열하고 국제질서의 불안정성 및 국가 간 관계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열린 유엔 총회의 결의안 표결에서 많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기권 내지 반대 표결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드러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글로벌 사우스라는 개념이 갖고 있는 모호함과 자의적인 구분 방식에 회의적이던 미국 등 서방국가들도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력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은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고 오히려 미국을 위시한 소위 ‘글로벌 노스’ 국가들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냉전 시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해 온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인구와 자원 분야의 강점을 기반으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및 불공정 무역 등과 같은 글로벌 어젠다에 동일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은 글로벌 국제질서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은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글로벌 사우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글로벌 사우스 내 인도와 중국 등 핵심국 간의 영향력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5개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가 2024년 5개국(에티오피아, 이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을 추가해 BRICS+로 변모했고 향후 회원 규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 및 핵심 국가들과 외교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접시꽃 필 때

남도 여행을 나섰다. 남쪽 바다 먼 장흥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하는 박진화 작가의 전시를 보기 위해서다. 칠월에 해움미술관에서 함께 전시하기로 한 이흥덕, 나종희, 송창 작가가 동행했다. 내 차를 직접 운전해 여행하기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가는 길에 영암에 들렀다. 47년 만에 고향을 찾은 김준권 작가의 판화전이 열리고 있어서다. 하정웅 미술관이라는 이 지역 연고 작가의 상설 소장전도 볼 수 있었다. 부럽다. 유명 작가가 돼 고향에서 전시하는 작가들, 금의환향 전이다. 차 한잔 나누고 다시 장흥으로 향한다. 언덕 위의 미술관엔 박 작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형 작품들이 시선을 끌었다. 좋은 작품의 여운을 담아 작가가 안내하는 시내의 한 식당으로 향한다. 여름 보양식이라는 갯장어 하모가 나왔다. 남도의 상차림이 넉넉하고 맛깔스럽다. 작가가 마련해 놓은 숙소에서 투박한 말 보따리를 풀었다. 고등학교 미술부 시절 얘기가 화두였다. 작가의 후배가 들려주는 무용담 같은 학창 시절의 이야기는 여름 밤을 더욱 깊고 그립게 했다. 술안주는 고향만으로 충분했다. 예술은 내가 내게 빠져들어야 관객도 내게 빠져드는 것, 나의 그림은 전혀 다른 곳에서 나를 바라본다. 피할 수 없는 그 불편함으로 다시 붓을 잡는다. 해장국집으로 가는 길에 접시꽃 한 무더기가 단아하게 피어 있는 작은 뜰과 마주했다. 여름이 익어가고 있다. 접시꽃, 내 안의 그대가 분홍빛 수액으로 스며든다.

[지지대] “배 고명도 사라질까”

벌써 후텁지근하다. 바야흐로 냉면의 계절이다. 평양식이든 함흥식이든 이 음식의 압권은 고명이다. 냉면 맛을 더하기 위해 얹는다. 배 같은 과일이 많이 쓰인다. 사과 등도 얹히긴 하지만 대세는 역시 배다. 제법 운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는 냉면에 배를 얹기가 부담스러울 것으로 전망된다. 배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햇배가 나오기 전까지 물량 부족이 우려돼서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다음 달까지 배 출하량은 1년 전보다 84.3%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햇배가 나오기 직전인 다음 달까지 출하량은 4천t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4.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가 당국은 이달 배 도매가격은 15㎏에 11만1천80원으로 1년 전 3만8천925원과 비교해 185.4% 오르고 평년 4만7천674원보다 133.0% 비싸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래저래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배 값 오름세는 지난해 봄 냉해와 여름 잦은 호우 등에 더해 병해가 확산되면서 생산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추석까지 값이 높은 수준을 보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유통업계의 우려도 가세한다. 배는 냉면 등 여름철 음식에 고명 등으로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꼭 찾는 수요처가 있는데 사과 값보다는 배 값이 더 올랐다고 밝혔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요 분산을 위해 직수입해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수입 과일 도입량은 1년 전과 비교해 품목별로 최대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수입 과일 도입량에는 배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냉면에 얹는 고명도 수입산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식도락가는 기가 막히게 가려낸다. 올여름 냉면 고명에 배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