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예술, 그리고 직업

얼마 전에 민간 예술단체에 근무하는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번에 창단 2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과 함께 심포지엄을 개최를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공연은 꾸준히 준비 해왔기 때문에 걱정이 없는데 문제는 심포지엄이라는 것이다. 이 심포지엄 주제를 어떻게 정했으면 좋겠냐고 필자에게 자문을 구했다. 필자가 5년 전쯤에 민간예술단체 재원조성과 관련한 심포지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한마디로 민간 예술단체가 맘 놓고 예술 활동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는 자리였는데, 여기에는 대학교수, 관련부처 담당자, 민간예술단체 실무자 등 민·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발제자, 토론자로 참여 하였다.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면서 나온 결론은 ‘돈’이었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실소를 금치 못하는 답이고 매번 반복되는 뻔한 답이다. 그렇다면 그 돈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누가 구해 줄 것인지를 물어보면 아무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지금까지 그렇다. 필자는 90년대 중반 즈음 연극계에 몇 년 몸을 담고 있던 때가 있었다. 그 때 단순 호기심에 서울 대학로 연극배우들의 수입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해보았더니 평균 연봉이 300만원에서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액수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사 과정에 대부분 투잡은 기본이고 일부 연극인들은 동대문, 남대문 등 야시장에서 아르바이트 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물론 작품 당 1천만 원 이상 받는 배우들도 있지만 그건 극히 일부에 해당된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말을 후배 배우를 통해 들었다. 연극을 비롯한 순수예술 활동을 통해 벌이를 하는 사람치고 쪼들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로지 예술을 사랑하는 죄로, 내가 아니면 누가하겠냐는 사명감 하나로, 관객의 박수소리로 배 채우며 묵묵히 그 길을 간다는 그들을 보면 왠지 가슴이 아리다. 21세기는 문화예술이 경쟁력이라 했다. 문화의 발전이 그 나라의 발전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 했다. 그러나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벽시장에 나가야 하고, 공연이 없는 날은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아무도 없는 한 평짜리 단칸방에서 쓸쓸하게 죽어 가는 예술인이 존재하는 한 문화는 경쟁력도, 미래를 위한 투자의 수단도 결코 될 수 없으리라. 김대종 수원문화재단 경영사업국장

[기고] 도내 1만2천명의 방치된 장애학생들

지난 2011년 말, 정부(교육부)는 장애학생의 체력증진과 일반학생과의 통합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장애학생 체육활동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내용의 골자를 보면 △장애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ㆍ통합형 체육활동 자료 개발ㆍ보급 △장애학생 체육전담인력 역량 강화 △장애학생 체육활동 운영 내실화 △관련 부처 및 유관기관 협력 등 4개 과제다. 장애학생의 체력 향상과 더불어 재활의지를 높이고 긍정적 자아상을 확립함은 물론 일반학생과의 통합교육 기회 확대를 통한 공동체 의식 함양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기대를 가지고 출발했는데 5년이 지난 현재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장애학생들의 체육지원 환경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학생의 체력을 측정해 체계적으로 처방ㆍ관리함으로써 건강을 증진할 할 목적으로 2009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 학생건강체력평가 시스템(PAPS)은 6년이 지난 지금도 연구개발 중이다. 2012년부터 중앙, 시ㆍ도 및 시ㆍ군ㆍ구에 설치된 학교체육진흥위원회에 특수체육 관련 전문가를 참여시켜 장애학생 체육활동 지원을 더욱 강화하고 체육행사에서 장애학생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립 서비스에 그쳤다. 장애학생 체육활동 지원을 위한 체육전담인력 배치 문제는 2012년부터 157명을 시작으로, 2015년 전국 특수학교 중 104교에 175명이 배치되었고, 경기도는 32개 특수학교 중 5개교에 13명만이 배치돼 나머지 27개교 특수학교는 사실상 방치되어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배치된 전국 4만6천351명의 장애학생들의 체육활동 지원 문제다. 장애 특성을 잘 모르는 일반 체육교사나 체육교육에 열정이 적은 특수교사에게 떠 맡겨지다 보니 체육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현재 문체부와 교육부는 문화예술과 체육교육 활성화를 위해 초ㆍ중ㆍ고, 특수, 대안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지원중이다. 경기도의 경우 1천293개교에 537명의 강사가 배치돼 담당교사와 협업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와 궤를 같이하여 일반학교에 다니는 경기도내 1만2천여 장애학생들의 체육교육 내실화를 위한 학교전담 특수체육 지도자의 배치가 시급하다. 스포츠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우리 장애체육 꿈나무들이 학교 현장에서 피어보지도 못하고 고사되지 않도록, 방치된 1만2천여 장애학생들의 체육을 위해서는 약 60여명의 특수체육 지도자와 년간 약 16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장애를 가진 학생과 학부모들의 애끓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줄 수 있는 16억이란 예산을 감당하지 못하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다.무늬만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말만 선진 대한민국이 아닌, 소외된 자, 약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우뚝 세운다는 거창한 명분이 아니더라도, 청년 실업률이 1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에 청년일자리를 만들고, 장애체육을 반듯하게 세워 장애학생 부모의 마음을 달래주는 일석 3조의 효과가 있음을 상기시키며, 위정자들과 책임 있는 관계자들에게 신속한 결단을 간절히 촉구한다. 장호철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김종구 칼럼] 新도심 vs 舊도심 vs 本도심 -수원정 선거구-

매탄과 영통은 원래 안 맞았다. 수원의 적자(嫡子)라는 자부심과 신수원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충돌했다. 영통이 들어선 90년대 후반부터 계속된 현상이다. 신도시가 생길 때면 으레 형성되는 신ㆍ구도심 간 갈등이기도 했다. 공교롭게 표의 분포도 절묘했다. 매탄동 인구와 영통동(영통 1동ㆍ영통 2동) 인구가 엇비슷했다. 그 속에서 매번 정치는 긴장했다. 매탄과 영통을 위한 공약을 따로 준비했다. 영통과 광교도 불편하다. 수원고법 유치 때 불거졌다. 영통으로 거론되던 고법부지가 광교로 변경됐다. ‘빼앗긴 영통, 빼앗은 광교’라는 앙금이 생겼다. 분당선과 신분당선의 전철 갈등도 컸다. 분당선 개통의 영통 특수가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광교로 옮겨갔다. 선거구 획정을 두고도 양쪽 감정은 재연됐다. ‘싸워서 영통을 지키자’는 댓글(영통)과 ‘이참에 광교구로 바꾸자’는 댓글(광교)이 충돌했다. 세 지역의 정서가 이렇게 다르다. 여기가 수원정 선거구다. 한 지붕 세 가족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지역에 따라 표도 천차만별이다. 수원정의 전체 인구는 24만명이다. 매탄 네 개 동이 10만4천566명, 원천동이 2만5천313명, 광교 두 개 동이 6만5천756명이다. 영통 2동이 수원무로 빠져나간 영통 1동은 4만4천414명이다. 인구 비율은 매탄ㆍ원천-본도심- 54%, 광교-신도심- 27%, 영통-구도심- 18%다. 4년 전만 해도 이 지경은 아니었다. 광교 신도시를 생각 없이 묶으면서 복잡해졌다. 이제 후보에겐 세 지역을 공략할 최대 공약수가 필요해졌다. 신도심도 맞추고, 구도심도 챙기고, 본도심도 껴안을 공약이 필요해졌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아 보인다. 최대 공약수는커녕 잘못했다간 한 방에 날아가게 생겼다. 특정 지역 득표가 다른 지역 감표로 돌변할 수 있게 생겼다. ‘경기도청사 이전’ 문제가 딱 그 짝이다. 4년여를 끌었던 이슈다. 광교 입주민들의 애를 어지간히 태웠다. 그러던 게 작년에 잠잠해졌다. 경기도가 정리했다. 청사 부지를 조정해 건축비를 만드는 안(案)을 냈다. 이를 밀어붙인 책임자가 박수영 행정부지사다. 그때부터 박 부지사에겐 ‘청사 이전 해결사’란 별칭이 붙었다. 그가 공복(公服)을 벗고 출마했다. 새누리당 옷을 입자마자 유력 반열에 올랐다. 지금 광교 인터넷에서는 그가 갑(甲)이다. 그런데 이게 패착일 수 있다. 청사 이전은 광교만의 이슈다. 영통과는 상관없다. 되레 시야 밖으로 벗어날 수 있다. 최근 2년여 간 광교는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통은 뒤로 갔다. 늘 있어오던 신ㆍ구도심 간 역학관계다. 물론 그 속에서 갈등도 자랐다. 광교에 대박 공약이 영통엔 쪽박 공약일 수 있다. 이를 모를 박광온-또는 김명수 또는 박원석- 후보가 아니다. 영통 인터넷을 들여다보면 그게 보인다. 이러다 보니 결론은 매탄ㆍ원천동이다. 매탄ㆍ원천동을 잡는 게 관건이 됐다. 54%라는 막강한 표 외에 다른 의미도 있다. 광교에 섭섭하고, 영통에 섭섭했던 매탄ㆍ원천동의 정서다. 불꽃을 그어 댈 폭탄과도 같다. 이를 눈치 챈 후보들이 매탄ㆍ원천동을 뛰고 있다. 박수영 조직, 박광온 조직이 충돌하고 있다. 때마침 27.2% 대 26.7%로 갈라선 여론이 후보들을 애태우고 있다(케이엠 조사ㆍ경인일보 발표). 다들 20대 선거구를 최악이라고 한다. 숫자 놀음이 지역을 버렸고, 정치 타협이 행정을 버렸다고들 한다. 지금의 수원정이 그렇다. 숫자 놀음에 광교가 엮였고, 정치 타협에 영통이 쪼개졌다. 선거구가 이러니 선거도 최악이다. 버릴 곳과 챙길 곳을 고르게 만들었다. 버려질 유권자와 챙겨질 유권자를 가르게 만들었다. 신도심, 구도심, 본도심…. 어쩌면 이 중 한 곳은 버림받은 4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선거판은 냉정하다. 어차피 학자(-Why)가 아니라 기술자(-How)들이 뛰는 판이다. 그 기술자들이 수원정에 내린 정답은 ‘매탄ㆍ원천=승리’다. 김종구 논설실장

슈만의 낭만선율에 설레는 봄

성남문화재단이 배우 김석훈의 해설과 최수열의 지휘로 함께하는 2016 마티네콘서트를 준비했다. 올해는 오는 17일부터 12월15일까지 매월 셋째주 목요일 오전 11시 ‘시인의 사랑’을 주제로 슈만의 작품을 들려준다. 로베르트 슈만은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을 이끈 독일의 작곡가다. 슈만은 그의 작품과 삶의 많은 부분에서 낭만주의 예술가로서의 삶을 실천한 사람이다. 교향곡 위주의 형식미를 갖춘 작곡 형태에서 벗어나 마음이 가는 대로 많은 곡을 썼고, 슈베르트 이후 수많은 독일 가곡을 작곡해 낭만주의 음악가로서의 면모를 확실히했다. 그의 삶 역시 매우 낭만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어렸을 때부터 최고의 연주가가 되기위해 혹독하게 도전했고, 법률가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음악을 위해 버렸으며, 사랑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로맨티스트이기도 했다. 올해 마티네콘서트는 순수함과 뜨거운 열정이 가득한 슈만의 교향곡 전곡과 가곡, 실내악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특히 최근 드라마 엄마 반짝반짝 빛나는 루비반지와 연극 위대한 유산 등으로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김석훈이 해설을 맡고,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부지휘자로 활동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최수열 지휘자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더욱 풍성한 무대를 연출할 예정이다. 첫 무대는 17일 수원시립교향악단과 ‘봄의 춤’을 주제로 슈만의 ‘굑향곡 제1번 B플랫장조 작품 38.봄’과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라벨의 ‘라 발스’를 들려준다. 이어 △성남시립교향악단-팡파레(4월21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서정적인 멜로디(5월19일) △서울시립교향악단-향수(6월16일) △베이스 손혜수-시인의 사랑(7월21일) △성남시립교향악단-3악장의 미학(8월18일) △피아니스트 최희연-아라베스크(9월22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기도(10월20일) △수원시립교향악단-고독(11월17일) △KBS교향악단-그녀(12월15일)가 진행된다. 성남문화재단 관계자는 “슈만은 이성보다는 가슴이 원하는 인생을 실천적으로 살아갔던 사람이었다”며 “올해 마티네콘서트에서 슈만의 낭만에 빠져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세한 일정은 성남아트센터 홈페이지(www.snart.or.kr) 참조, 문의 (031)783-8000 송시연기자

오묘한 빛의 신비와 마주하다

영은미술관(경기도 광주 소재)은 제1전시실에서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특별전으로 재불작가 방혜자 화백의 작품을 전시하는 빛의 노래 Chant de lumire를 열고 있다. 방 작가는 지난 1961년 도불, 약 50여 년간 재불작가로 활동해 왔다. 빛에 대해 탐구하며 ‘빛의 화가’로도 불리는 그는 닥지와 부직포에 자연채색을 주 질료(質料)로 사용해 빛이 뒤부터 배어남을 표현하는 ‘배채법(背彩法)’을 쓴다. 이 같은 그의 작업 방식은 회화 뿐만 아니라 설치, 조형, 유리공예로 이어지고 있다. 천체 물리학자인 다비드 엘바즈는 ‘방혜자의 그림은 우리를 오묘한 신비와 마주하게 만들고 감동을 불러일으키면서 우리들 존재의 기원, 우주의 기원에 대한 가장 심오한 물음에 문을 열어 준다’고 평한 바 있다. 방 작가는 현재 영은미술관이 운영하는 영은창작스튜디오 YAMP(Youngeun Artist Management Program)의 입주작가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지난해 작품집 방혜자-빛의 노래(열화당 刊)를 출간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집은 작가가 약 10년간 선보였던 작품들과 그에 대한 국내외 평론가들의 글을 담아 깊이감을 자랑한다. 이를 활용해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과거를 깊게 들여다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방 작가의 작품집을 선보이는 동시에 회화, 설치, 유리공예 등 근작 27점을 비롯해 2011년 이후 신작을 중심으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한다. 미술관 관계자는 “한국과 프랑스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재불작가의 영역과 위력을 넓혀가는 작가의 근작을 선보이기에 더욱 특별하다”면서 “깊숙하고 다양한 빛들이 투영된 작품을 마주하며 그들이 선사하는 미성(美聲)과 명상의 순간을 만끽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5월29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미술관은 오는 4월 9일 오후 3시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 이어 공식적인 오프닝 리셉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류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