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은 ‘성일학원’ 이전 본격화

성남의 명문사학으로 통하는 ‘학교법인 성일학원 이전에 대한 청원’이 시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성일학원 이전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성남시의회는 지난 4일 열린 제217회 성남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학교법인 성일학원 이사장 김용욱 외 180명이 청원하고 윤창근, 마선식 의원이 소개한 해당 청원을 의결했다고 6일 밝혔다. 학교법인 성일학원(이사장 김용욱)은 성일중학교, 성일고등학교, 성일정보고등학교 등 3개 학교로, 성남동 소재 인근에 밀집돼 있어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원터길 학생 인명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교통안전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돼 왔다. 이에 시는 지난 2009년 원터길 인명사고 이후에 밀집된 학교시설을 분산ㆍ배치해 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학교법인 성일학원은 2013년 학교 시설이 이주 가능한 토지를 매입했다. 또한 성일학원은 밀집된 학교시설을 분산 하고자 2013년 10월, 학교 이전 부지에 대한 승인을 경기도 교육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인허가 절차까지 협의를 마친 상태다. 이후 성남시 도시계획과 등 관련 25개 유관부서 협의를 마치고 2014년 초 주민 공람을 거쳐 성남시의회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관한 의견청취를 상정했으나 심의ㆍ보류 됐다. 시의회 의견으로 이전 사업 재원 마련에 따른 현재 학교부지의 활용방안을 같이 진행하라 해 관련 토지 이용에 대한 ‘주민 제안에 의한 지구단위 계획’을 마련해 준비했다. 성일학원 관계자는 “이번 청원은 교통안전 문제 등으로 밀집된 학교시설을 분산할 필요성이 있고, 40년이 넘어 시설안전등급 D등급을 받은 열악하고 노후화된 학교시설을 개선해서 성남의 꿈나무들이 안전하고 새롭게 개선된 교육시설에서 꿈을 키우고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차원에서 청원의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성남=문민석, 강현숙기자

[사설] 규제 凍土 이천시의 고용률 1등 달성

이천은 규제 왕국이라 불린다. 상수원 보호를 위한 규제, 군사 시설 보호를 위한 규제 등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각종 규제로 공장부지 면적이 제한되고, 첨단업종 대기업 입지가 불허되고, 연접 개발도 제한된다. 대규모 일반 주거 단지 개발도 막혀 있다. 하나같이 일자리 창출을 막는 ‘일자리 위축형’ 규제다. 그래서 이천이 포함된 경기동부권을 대한민국 최악의 규제 동토(凍土)라고 부른다. 그런 이천시가 고용률 통계에서 1등을 했다. 2015년 말 현재 이천시의 고용률은 64.3%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 가운데 최고다. 경기도 고용률은 61.8%, 전국 고용률은 60.9%였다. 처음이 아니다. 이천시는 2014년 상반기에도 고용률 64.7%로 도내에서 1등을 했다. 당시 고용률은 경기도 61.3%, 전국 60.6%였다. 두 번 모두 국가기관인 통계청이 조사 발표한 결과다. 명실상부한 고용률 1등 도시에 오른 것이다. 이천시엔 그럴만한 노력이 있다. 일자리센터를 통해 청년, 여성, 중장년, 고령 등 계층별 구직자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 상담과 알선을 한다. 14개 읍면동까지 직업상담사가 배치돼 활동 중이다. 매월 19일에는 ‘구인·구직 만남의 날’로 지정해 20개 기업과 200여명의 구직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취업 창구를 마련했다. 매년 10월에는 이 행사를 확대해 50개 기업과 700여명의 구직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채용박람회를 연다. 기업유치 행정에도 절박함이 있다. 규제 틈새 공략이다. 최근 공장신설이 승인된 곳 중 30%가 소규모 단지화 공장이다. 규제를 피해 1만㎡~3만㎡ 이내로 조성된 작은 공장들의 공단이다. 흔히들 이천지역 경제를 말할 때 SK 하이닉스를 예로 든다. 실제로 SK가 차지하는 경제 비중은 크다. 하지만, 시의 정책은 SK만 바라보지 않는다. 규제에서 벗어난 소규모 공장입지에도 팔을 걷고 나선다. 대기업과 소기업 모두를 훑는다. 일자리 알선을 위한 피부로 와 닿는 현장 행정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지혜로운 기업 유치 전략이다. 일자리 창출은 모든 지자체의 목표다. 시장 군수 치고 ‘일자리 창출’을 공약하지 않은 이가 없다. 그런데 결과는 모두 다르다. 수년째 제자리에 머무는 시군도 있고, 오히려 거꾸로 가는 시군도 있다. 그런 시군마다 앵무새처럼 내놓는 변명이 있다. ‘경기 침체가 너무 심하다’ ‘기업 규제가 너무 심하다’. 하지만, 그런 곳 중 어떤 곳도 이천시보다 규제가 심하지는 않다. ‘고용률 1등’ 이천시를 보며 반성해야 할 일이다.

[아침을 열면서] 31운동의 경제적 의의

97주년 3ㆍ1절을 보냈다. 곧 100주년이다. 삼일운동의 경제적 의의는 무엇일까? 경제학자의 호기심이다. 마음은 급하지만 손익에 앞서 사실관계를 확인하자. 1919년 3월 1일부터 5월 중순까지 지역과 계층의 구별 없이 약 200만 명이 참여하여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그것도 비폭력 무저항으로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한 것이 삼일운동이다. 이제 손익을 따져보자. 삼일운동의 손해는 무엇일까? 200만 명을 넘어서는 생명이 누란지위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었음이 손해일 것이다. 삼일운동의 편익은 무엇일까? 역사는 현재의 문제를 기준으로 늘 재해석돼야 한다. 경제적 측면만 본다면 경제발전일 것이다. 경제발전의 요인을 따진다면 “바보야 문제는 바로 제도야”라는데 합의가 모이고 있다. 사람들의 선택은 손익에 의존하고, 게임규칙(즉, 제도)이 손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혁신이 필요하다면 혁신에 유리한 게임규칙을 만들 일이다. 삼일운동은 이렇게 중요한 제도와 어떻게 관련될까? 삼일운동이 유별난 점은 ‘독립을 목표로 설정’하기보다는 ‘독립을 기정사실로서 공표’하였다는 점에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삼일운동이 전개되는 와중에 독립국가에 필요한 임시정부를 설립하고 첫 헌법인 “대한민국임시헌장”을 제정한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삼일운동의 가장 큰 성취는 임시헌장의 제 1조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제로 한다”다. 마침내 4천년 넘는 군주 또는 귀족국은 부정되고 주권재민과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이 선언된 것이다. 이 점이 왜 그리 중요할까?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간의 현학적 관계 규명은 뒤로 하고 모두 아는 바를 정리해보자. 세계 각국을 살펴보면 저소득 국가와 하위 중소득 국가에는 민주정과 비민주정이 대체로 비슷한 수만큼 존재한다. 상위 중소득 국가로 넘어가면 민주정이 지배적이며, 고소득 국가(석유수출국 및 도시국가 제외)는 모두 다 민주주의 국가이다. 한편 하위 중소득국이 상위 중소득국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중소득국이 고소득국이 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 이를 보통 ‘중소득국의 함정’이라 부르는데, IMF,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실제로 1960년의 중소득국 중에서 2008년에 고소득국의 반열에 오른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은 석유수출국과 도시국가를 제외하곤 모두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정리하면 헌법전문이 말해주듯 삼일운동의 편익은 바로 오늘날의 경제적 성취이자, 이를 가능하게 한 제도의 창출로 보아야 한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임시헌장으로 대변되는 삼일운동과 임시정부 그리고 당시 한국인들의 지적 성취이다. “구황실을 우대(제 8조)”하는 것으로 늘 그랬듯이 평화적으로 과거를 마무리하고, “민주공화제”로 한 문구로 새 시대를 여는데 합의를 이루어낸 연고가 궁금한 것이다. 일본의 경제적 성취를 그리도 무시할 정도로 성리학에 체화된 유인(孺人)들이 서구의 물밀듯이 밀려오는 사상 조류와 이웃 러시아의 기세 등등한 혁명을 ‘민주공화국’ 이 다섯 자로 정리한 것이다. 다가오는 100주년에는 선대의 지적 성취에 한껏 머리를 조아려 보고자 한다. 최희갑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설] 불법선거운동,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여야 각 정당의 4·13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공천은 이제 겨우 시작되고 있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예비후보자들 간의 흑색선전, 금품 살포, 여론 조작 등과 같은 선거사범이 증가하고 있어 벌써부터 혼탁선거의 우려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치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이 선거풍토까지 혼탁해지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환멸은 더욱 심화되어 민주정치 발전에 중대한 저해요인이 될 것 같다. 지난 주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약 1천560여명이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가 등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4일부터 실시되는 후보자 등록에 얼마나 많은 예비후보자가 최종 등록할지는 모르겠으나, 문제는 현재 이들이 전국 253개 지역선거구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하여, 또는 본선 당선을 위하여 각종 불법을 행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지역의 경우,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는 20대 총선과 관련, 여론조사 위법 여부 심의결과 총 12건을 적발했다고 밝혔으며, 조치 결과별로는 경고가 3건, 준수촉구가 9건이며, 이중 예비후보가 의뢰한 여론조사도 5건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어 철저한 단속과 더불어 선거 사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요망된다. 중앙선관위, 검찰, 경찰 등 관련 기관에 의하면 이달 초까지 20대 총선 선거사범으로 입건된 사람은 모두 434명으로, 4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2명은 이미 재판에 넘겨졌고, 불기소 29명, 수사 중은 393명이다. 유형별로는 흑색선전 169명(39.0%), 금품선거 88명(20.3%), 여론조작 34명(7.8%) 등의 순으로 제19대 총선 같은 기간 대비 흑색선전 사범은 무려 19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는 당내 경선과 공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이번 주부터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어 관련 기관의 철저한 단속이 요망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세종로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공명선거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여 금품선거, 흑색선전, 여론조작 등을 3대 주요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공정선거 관리 대책을 논의했다. 황 총리는 특히 매수·결탁, 대가 지급 등 금품선거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배후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SNS 이용 등 점차 지능화되는 불법선거운동을 단속하는 것이 쉬운 과제는 아니다.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선거상황실을 24시간 체제로 가동해서라도 혼탁선거를 부추기는 불법 선거운동을 철저하게 단속함과 동시에 선거사범은 엄중하게 처벌, 20대 총선거가 공명하고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총력을 기해야 할 것이다.

[지지대] 새 봄, 새 글판

“봄이 부서질까봐 조심조심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새 봄을 맞아 서울의 ‘광화문 글판’이 봄 옷으로 갈아 입었다. 멋진 글귀는 최하림 시인의 ‘봄’에서 가져왔다. 최 시인은 1987년에 펴낸 시집 겨울 깊은 물소리 가운데 ‘봄’을 이렇게 노래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날 아침 하두 추워서 갑자기 큰 소리로 하느님 정말 이러시깁니까 외쳤더니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은 공기조각들이 부서져 슬픈 소리로 울었다. 밤엔 눈이 내리고 강 얼음이 깨지고 버들개지들이 보오얗게 움터올랐다. 나는 다시 왜 이렇게 봄이 빨리 오지라고 이번에는 지넌번 일이 조금 마음 쓰여서 외치고 싶었으나 봄이 부서질까 보아 조심조심 숨을 죽이고 마루를 건너 유리문을 열고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봄이 왔구나 봄이 왔구나라고.” 이번 광화문 글판의 글은 모든 것이 귀하고 소중하므로 늘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를 헤아리고 배려하며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상처를 주는 날 선 말보다 서로를 보듬어 주는 따뜻함으로 소중한 가치를 지키자는 것이다. 글판의 디자인은 눈을 가리고 봄을 속삭이는 수줍은 소녀의 모습을 통해 다가오는 봄에 대한 설렘을 표현했다. 1년전 광화문 글판엔 “꽃 피기 전 봄 산처럼 꽃 핀 봄 산처럼 누군가의 가슴 울렁여 보았으면”이라고 새겼었다. 함민복 시인의 ‘마흔번째 봄’의 일부다. 글판 속의 봄을 읽다보면 봄의 설렘이 느껴진다. 봄의 울렁거림과 두근거림도 전해져온다.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수원희망글판’도 새 옷으로 단장했다. 글귀는 정호승 시인의 ‘꽃을 보려면’에서 발췌했다.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수원희망글판은 광화문 글판을 본따 만들었다. 2012년 10월부터 시작해 계절마다 새로운 글귀를 시민공모를 통해 선정하고 있다. 짧은 글이지만 각박한 현실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여유와 희망을 준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 거리에서 만나는 글귀가 작은 위로가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