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크리스마스 선물

이번 크리스마스에 아들의 선물을 고르기 위해 아내와 고민을 했다. 역시 7살 남자 아이들의 대세는 레고시리즈다. 아이들이 레고에 빠지면 집안 거덜 난다는데 아들놈은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가 사줘야 할 레고시리즈의 이름이 적힌 선물 목록을 전해 준다. 다행인 것인지 할아버지가 사야 할 선물이 제일 비싼 거다. 효자 놈 아빠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했는지 가장 저렴한 것으로 골라줬다. 미국의 UPTV가 최근 ‘메트로 애틀랜타 보이즈 앤 걸즈 클럽(Metro Atlanta Boys & Girls Clubs)’ 아이들을 대상으로 촬영한 영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해당 클럽에 등록된 아이 10명 중 8명은 저소득층 가정으로 알려졌다.크리스마스 선물은 상상도 못하던 아이들에게 평소 자신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으면 생각했던 물건과 부모님을 위해 마련한 선물을 눈앞에 내놓았다. 아이들은 기쁨의 몸부림을 쳤다. 그 순간 진행자가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 이제 너희는 너희를 위한 선물, 부모님을 위해 마련된 선물 중 하나만 택할 수 있단다” 아이들은 망설였으나 뭔가 결심한 듯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결정했다. 놀랍게도 아이들의 생각은 모두 같았다. 아이들은 자기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기하고, 부모님을 위한 선물을 선택했다. 아이들은 왜 부모를 위한 선물을 선택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파란 옷을 입은 소년은 “레고는 중요치 않아요”라며 “가족이 더 소중해요”라고 말했다. 소년은 “제게는 레고와 가족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고 물어보신 거나 마찬가지예요”라고 덧붙였다. 이 장면을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었고 이들 모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 크리스마스 역시 아들의 선물만을 생각한 내 모습이 부끄럽다. 아들의 제일 비싼 선물을 사게 된 장인어른과 장모님, 본가에 홀로 계신 어머니께 크리스마스 아침에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최원재 정치부차장

천북 굴 맛, 꿀 맛이로구나… 어패류 생각날땐 충남 보령

살아온 하루가, 지나온 한 달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지만, 시간은 어느덧 2015년의 마지막을 향해 내달린다.저물어 가는 시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겨울바다만큼 좋을 곳이 없다. 짠 내 가득한포구에서 제철 맞은 굴을 구워 먹으며 바다 너머로 잠기는 석양을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가슴 설레게 한다.잠시라도 도시에서 몸을 빼내 여유로운 겨울의 한 자락을 만나러 충남 보령으로 떠나보자. 천북 굴단지에서 가장 인기있는 ‘굴 구이’ ■ ‘굴 구이’의 원조 천북 굴단지충남 보령 천북면에 위치한 굴단지는 ‘굴 구이’의 원조격이다. 보통 굴 하면 경남 통영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굴 구이하면 천북 굴단지가 먼저 생각난다. 천북면 장근리와 사호리 일대에는 일조량이 많고,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갯벌에 미네랄이 풍부해 양질의 자연산 굴이 지천이었다. 굴을 따던 아낙들이 겨울 한기를 달래고자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 장작불에 손을 녹이며 굴을 껍질째 구워 먹었다. 의외로 짜지 않고 고소한 맛이 갯일 하는 아낙들의 입맛을 매료시켰고, 굴구이는 지역의 토속음식이 됐다.홍성방조제 끝자락 바닷가를 배경으로 100여 곳의 굴 구이전문점 간판이 줄 지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천북 굴단지는 겨울에만 운영된다. 식당을 운영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를 짓고, 겨울철에만 굴 구이를 판매한다. 굴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제철이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홍성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바닷길이 막혀 굴 생산량이 현저히 감소했다. 현재 굴 구이에 사용되는 굴은 통영, 여수 등지에서 양식한 것을 가져온다. 천북 굴단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리는 굴 구이다. 소쿠리에 가득 담긴 굴을 불판 위에 소북이 올리고 익기를 기다리면 요리 끝. 굴이 익는 동안 양손에는 장갑을 끼고 먹을 준비를 한다. 3분도 채 되지 않아 탁탁 소리를 내며 굴이 뽀얀 속살을 드러낸다.입이 벌어지지 않은 굴은 작은 칼로 벌리면 된다. 탱글탱글한 굴을 초고추장에 찍어 입으로 가져가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굴 향기가 가득한 굴밥, 굴 탕수육, 굴전 등 굴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친 굴 ■ 미식가 입맛 유혹하는 오천항 ‘키조개’천북에 굴이 있다면 오천항에는 키조개가 있다. 키조개는 생긴 모습이 곡식의 검불을 까부르는 키와 비슷하다. 전남 장흥 등 남해에서 채취해 일본에 수출했으나, 1970년대 들어서 서해 오천항 근처에 많이 서식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오천항이 키조개 주 생산지역으로 유명해졌다.키조개는 바다 속 20~50m의 깊은 모래흙에 수직으로 박혀 있다. 머구리라 불리는 잠수부가 들어가 하나하나 손으로 건져 올린다. 키조개 속에는 연한 요구르트 빛의 패주(키조개 관자)가 박혀 있다.조개 크기가 크다보니 여느 조개처럼 살을 모두 먹는 게 아니라 패주와 날개 부분을 먹는다. 패주라 해도 웬만한 조갯살 보다 훨씬 크다.키조개는 회로도 먹고, 쇠고기 등심과 짝을 이뤄 불판구이로도 먹는다. 밥과 함께 먹는다면 버섯, 미나리 등 야채를 곁들여 매콤한 양념장에 볶는 키조개버섯볶음이 제격이다.■ 빼어난 절경 ‘충성수영성’과 ‘도미부인사당’오천항 옆 야트막한 언덕에 충청수영성이 있다. 조선 시대에 서해를 통해 침입하는 적을 감시하고 물리치기 위해 축조한 성이다.축성 당시에는 많은 건물이 있었으나, 지금은 진휼청으로 추정되는 건물과 삼문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최고 절경을 자랑하던 영보정이란 정자가 있던 터에 새롭게 영보정을 복원중이다. 충청수영성에서는 천수만을 비롯해 오천 일대 먼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충청수영성 인근에 위치한 도미부인사당도 가볼만 하다. 도미부인사당은 정절의 표상으로 칭송 받는 도미부인을 기리기 위한 장소다. 도미부인은 백제 평민으로 개루왕의 갖은 유혹과 겁박에도 불구하고 절개를 지킨 여인이다.보령 오천에 ‘미인도’, ‘도미항’ 등 도미부인관 관련된 전설과 지명이 전해 1994년 정절사를 건립해 도미부인의 영정을 봉안했다. 사당 옆에는 2003년 경남 진해의 도미총을 이장해 도미부부 합장묘를 조성했다. 홍완식기자 자료ㆍ사진=한국관광공사

[의정단상] 사라진 까치밥, 신음하는 中企와 소상공인

살끝 에이는 삭풍과 함께 동장군이 오면 항상 생각나는 풍경이 오래된 감나무 끝에 매달린 까치밥이다.감과 같은 과실을 따서 갈무리 할 때, 그 녀석들의 먹을 것도 한 두 개 씩 남겨 뒀던 것은 찬바람 불면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힘든 겨우살이가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선조들의 이런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단지 까치밥만은 아니다. 지방마다 모습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거의 모든 지방에서 들이나 산에서 음식을 먹기 전에 준비해간 음식 중 밥알 같은 것을 던지며 고시레(고수레)라고 외쳤고 이것이 풍년을 부른다고 믿었다. 이는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일하면서도 함께 사는 다른 생명들을 배려할 줄 아는 선조들의 넉넉한 마음의 표현이었고, 당장 자기 배만 채우기 보다는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것이 결국은 더 잘사는 길이라는 지혜의 실천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경제 생태계를 보자. 까치밥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엔 까치밥마저 차지하려는 탐욕만이 횡행하고 있다.함께 살고자 하는 상생은 없고, 너를 밟고 내가 살겠다는 적자생존만 있다. 그 정글 속에서 전체기업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중소자영업자 분들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눈을 감으면 지난 봄, 본 의원이 주관하여 국회에서 열린 정책엑스포 간담회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의 절절한 호소가 귀에 쟁쟁하다. “한 알에 백 원도 안 되는 계란까지 글로벌 수출기업임을 강조하는 대기업들이 가져가려 합니다.” “동네 문구점은 영세상인 중에서도 가장 영세한 골목상권의 상징임에도 적합업종 결정이 지지부진합니다.” 국민들의 희생과 세금으로 가능했던 각종 수출 지원 정책으로 엄청나게 덩치가 커진 글로벌 수출 대기업 오너의 2세, 3세들이 더 이상 세계와 경쟁하려 하지 않고 손쉽게 소상공인들의 팔을 꺾고 그나마 남은 까치밥마저 뺏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일 것이다. 이에 본 의원은 심혈을 기울여 오랜 연구와 대화 끝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그 통과를 위해 노력해 온 것이 2년이 다 되어 간다.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적합업종 관련 사업조정 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중소상인 분들의 ‘실익’을 극대화하여 ‘제대로 된’ 적합업종 제도로 만드는 것이 이 상생법 개정안의 골자이다. 위 개정안을 많은 시민단체와 중소상인단체 등이 ‘진짜 민생법안’으로 선정한 것에도 알 수 있듯이 이 제도개선안은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편향된 집권여당과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처리가 무산되고 있다. 특히 본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생법 개정안의 경우는 중소상인 단체의 양해를 얻고, 발의 전 중소기업청의 검토까지 실무적으로 마친 일종의 중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돌연 입장을 바꿔 거의 모든 사항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정부여당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키는 까치밥이자 마지막 방파제를 강화시킬 어떠한 의지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할 것이다. 중소기업 보호·육성이라는 헌법의 명령을 수행할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다.진짜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는 근조조건을 악화시키는 노동법이나 특정 대기업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원샷법 같은 것이 아니라 이 상생법 개정안을 가장 먼저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중소상공인들의 까치밥을 살리기 위한 정부여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광명갑)

[기고] 재난안전사고의 선제적 예방 강화

오늘날의 사회는 지구환경의 급격한 변화 및 고도의 산업 도시화로 인하여 각종 재난재해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자연재해와 신종 감염병 발생,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의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 주위에 안전 및 재난대응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된다. 그동안 예측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불감증을 질타하고 반성하는 소리가 드높았다. 재난으로 인한 삶의 일상이 붕괴되고 자그마한 부주의로 많은 피해가 현실화 되는 실정이다. 이에 수원시는 선제적 재난대응으로 안전한 도시를 만들고자 지난 2월에 안전총괄과에서 재난역량제고와 컨트롤타워를 강화하기 위해 ‘재난관리과’를 신설해 다양한 역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수원시는 각종 재난재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5년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였으며, 풍수해·산불 등 15개 분야 유형별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을 작성하였고 재난발생 시 실제 적용하여 인명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행동매뉴얼을 정비하였다. 특히, 24시간 재난안전상황실을 운영하여 재난 발생 시 신속한 정보수집, 상황 전파 및 보고체계를 구축하여 적극 초동 대처하고 있으며, 자연재해 비상상황 발생 시 신속히 대피 가능하도록 4대 하천에 102대의 재난 예·경보시스템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유관기관과의 상호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재난대응 종합훈련을 실시하고, 안전점검의 날(매월 4일)에는 안전 캠페인 및 시설물 안전점검을 실시하며, 주요 재난발생 시에는 수원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여 선제적으로 재난 대응에 임하고 있다. 이에 ‘수원시 지역자율방재단’ 및 ‘재난안전네트워크’ 단체도 자체적으로 재난예방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시에서 주관하는 재난대응훈련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재난예방 및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실제로 수원시는 지난 4월 15일에 송원중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유관기관 참여하에 화재대피훈련을 실시하였으며, 5월 18일부터 5월 22일까지 2015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산불-토론기반형 훈련)을 13개 협업부서, 유관기관 및 민간단체와 연계 실시하는 등 재난발생 시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마련했다.또한, 9월 18일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9개 기관·단체 491명(장비 69대)참여하에 건물폭발 및 화재발생에 따른 재난대응종합훈련을 실시하였으며, 이 훈련에는 재난안전단체 및 시민, 어린이집 원생 등 660명이 참관 및 재난안전체험 등 뜨거운 관심과 재난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주었다. 대도시 인구증가 및 기상이변으로 태풍 등 다양한 형태의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수도권기상청’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재난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하였다.매년 여름철에 서호천, 매산천의 외수범람 및 내수배제 불량으로 반복되는 평동 지역의 침수피해를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2013년 7월 평동지역을 자연재해 위험지구로 고시해 관리하고 있다.상습침수지역 해소를 위하여 올해 저류조 설치를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완료하고, 본 공사를 금년 6월에 발주하여 2016년 상반기까지 60여억원을 투입하여 유수지 설치 및 하수관을 정비하여 주민숙원사업 해결은 물론 재해위험지구에서 벗어나도록 추진하고 있다. 사고위험이 높은 시기와 계절별 재난발생 유형을 분석하여 재난취약시설에 대한 사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범정부차원에서도 국가안전대진단 추진에 따라 수원시는 해빙기 및 봄 행락철 안전관리실태 점검과 연계하여 승강기 등 36개 분야 18,941개소에 대해 안전점검을 완료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도 주력했다. 안전사고 예방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시민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합심하여 안전에 대한 많은 관심과 책임의식이 있어야만 예방할 수 있다. 안전 불감증은 언제나 나와 이웃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명심하고 다시 한 번 안전에 대한 관심을 갖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노력하자.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기복 수원시 재난관리과장

[천자춘추] 속절없는 스트레스

지난 몇 년간 몇몇 이유로 병원을 드나들고 있다. 상당 기간 동안 진료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니던 직장의 의료보험조합으로부터 공기청정기라는 다소 황당한 ‘상품’을 받기도 했던 젊은 시절에 비하면 꽤나 자주 찾는 셈이다.후반생(後半生)에 접어들면서 소형 승용차 상당 비용이 입으로 들어갔고 종합병원 내 주요 진료과목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 심지어 응급실을 몇 차례 제발로 찾기도 했으니, 기록으로만 따지면 움직이는 종합병동인 셈이다. 만났던 대부분의 의사들은 말한다. 스트레스와 술, 담배를 줄이라고. 가능한 잠을 충분히 자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고. 진료과목은 달라도 처방에 앞서 의사에게 공통으로 듣는 말들이다. 텔레비전에서 흔히 접하는 이런저런 건강 관련 프로그램의 패널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순서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같은 말을 하는 한의사 친구에게 “그놈의 의사, 나도 하겠다”는 우스갯소리를 던졌던 기억이 있다. 의사들은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피하라고 권면한다. 스트레스가 신체 이상 징후의 주범이라는 말이다. 이를 악물고 일해서 생겨났다고 자위하는 잇몸 질환도, 이따금 경험하는 기분 나쁜 흉통과 어지럼증도 그리고 자고 또 자도 풀리지 않는 만성피로도 대부분 스트레스로부터 기인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는 법.더군다나 늘 생각하고 긴장해야하는 전시(戰時)상태의 전시(展示)업무 특성상, 또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하고 미술주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의 성격상 이 녀석과의 공생은 피할 수 없다. 스트레스에 애써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이유다. 또하나의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있다. ‘기술피로증후근’이라 일컫는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다. 고속, 초고속을 넘어 광속을 지향하는 무한 빠름의 경쟁시대, 고도로 산업화된 기술 환경에서 생겨나는, 숙명과도 같은 스트레스다. 폰의 알림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폰이 너무 조용하면 이따금 비번치고 열어봐야 안심이 되는 상황. 남들의 자랑질에 은근 스트레스 받으면서 의무적으로 눌러줘야 하는 ‘좋아요’. 동기화하려다가 아예 초기화시켜버린 일. 아내에게 보낼 답문자를 관장님에게 보낸 일 등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별별 경험을 스마트폰 때문에 하지만, 이 모두가 싫지 만은 않은 현실이 또한 스트레스다. 베이비부머이자, 대표적인 교복 세대로서 ‘스마트’한 세상을 ‘엘리트’하게 살아내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또한 의사가 그토록 피하라는 스트레스를 애지중지 키우면서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벌고 있는 자신과 현세태가 마냥 아이러니컬하기만 하다. 과연 속절없는 세상이다. 하늘나라 잡스 아저씨가 고맙기도 하고 한 없이 미워지기도 하는 이유다. 박천남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장

공공부문 부채 증가 속도 둔화

공공부문 부채의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24일 발표한 ‘2014년 공공부문 부채 실적치’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정부와 비금융공기업 등 공공부문 부채 규모는 957조 3천억 원(GDP대비 64.5%)이다. 이 중 일반정부 부채는 620조 6천억 원(GDP대비 41.8%),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408조 5천억 원(GDP대비 27.5%)으로 이는 공공부문 부채를 산출하는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감 부문을 살펴보면 공공부문 부채는 전년 대비 58조 6천억 원, GDP 대비 1.6%p 증가했고 이중 일반정부 부채는 54조 9천억 원, GDP 대비 2.2%p 늘어났다.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2조 원 증가했으나 GDP 대비로는 1.0%p 줄었다.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중앙 및 지방 공기업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각각 0.6%p, 0.3%p 감소했다. 정부는 또한 공공부문 재정위험 모니터링 체계 등 공공부문 전반의 재정건전성 관리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17년까지 39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대상기관의 부채비율을 180%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저출산·고령화 등 장기 재정위험에 대비해서도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성장률 제고 등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발표된 장기재정전망을 토대로 중장기 재정전략 수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강해인 기자

[언제나 청춘] 35. 안양 나새합창단

“성탄절 선물을 기다리는 손주 녀석들처럼, 합창 연습 날인 월요일과 금요일만 매일같이 기다려지네요”지난 21일 오전 10시께 안양시 동안구 안양시 자원봉사센터 내 합창연습장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안양시 자원봉사센터 소속 나새합창단원들이다. 나새합창단(지휘자 윤기훈)은 지난 2006년 ‘나날이 새롭게 합창하고 봉사하자’는 의미의 슬로건으로 창단된 실버합창단이다.현재 6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 80여명의 어르신이 활동 중이다. 이 합창단 연습은 월요일과 금요일 이틀에 걸쳐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2시간씩 이뤄진다.이날 봉사센터 내 합창연습실을 찾은 그들은 각자 지병을 앓고 있지만 마치 초등학교에 처음 등교하는 소녀와 같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날 연습날만을 기다렸던 것이다.몸이 아파도 늦어본 적이 없다고이순석 할머니(78)는 집이 서울이다. 그래서 이곳 안양 연습장을 오려면 총 2시간에 걸쳐 버스를 3번이나 갈아타는 강행군을 치러야 한다.이 자체가 여든을 앞둔 이 할머니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일이지만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다. 지난 6월 말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복귀하던 중 발목을 삐끗한 이 할머니는 합창에 참여하지 못한 이 시간이 오히려 더욱 힘들었다고 말한다.오죽했으면 이 할머니는 주변 동료 단원들에게 합창 연습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 보내달라고까지 부탁했을까. 이 할머니는 “단원들이 연습하는 영상을 보고 집에서 혼자 연습했다”며 “부상으로 합창 연습에 참석하지 못한 3주가 내 인생에 30년과 같았다”고 회상했다.김영자 할머니(78)도 마찬가지다. 김 할머니는 허리디스크와 무릎 관절염을 호소해 제대로 서 있기 조차 버겁다. 하지만 김 할머니 역시 이 할머니처럼 단 한 번도 지각을 해본 적이 없다. 김 할머니는 “연습날 전날 저녁만 되면 항상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매주 합창 연습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하고 싶은 마음에왜 그렇게 이들은 이곳 합창단에 속해 연습하고 싶어할까. 이날 만난 단원들은 하나같이 봉사의 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새합창단은 일반 실버합창단과는 다르다.단순히 어르신들의 취미나 여가활동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찾아가는 위문 연주를 통해 주변 소외받는 가정과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는 봉사단체다. 그들은 매주 한 번씩 전국에 있는 노인요양원과 보육원, 병원, 장애인센터 등을 순회하며 위문합창공연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특히 이들 합창단은 자신의 공연을 보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전국 어디든 찾아간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해 2명의 치매노인을 위해 1시간 넘게 위문공연을 하기도 했다. 윤기훈 지휘자(50)는 “사람들은 치매노인들이 우리 공연을 제대로 이해나 하겠느냐며 비웃는다”며 “하지만 그들 역시 노래를 따라부르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실제로 우리 노래를 듣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합창단은 어디든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같이 이들의 봉사와 희생정신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이들을 기억하고 찾는 기관이 늘어났다. 특히 이들에게 손을 내민 건 안양시 자원봉사센터였다.창단한 지 5년이 지난 2011년 안양시 자원봉사센터는 전국적으로 순회공연하며 봉사를 하는 이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고 이들에게 합창 연습장을 무료로 대관해주며 이들을 데려왔다.센터 측 관계자는 “이들 합창단은 단순한 합창단이 아니고 소외받는 이웃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합창공연은 어느 봉사활동보다 깊은 감명과 감동을 주는 봉사활동이다”고 말했다.그래서 단원들 모두가 뜻깊은 노년생활을 보내고 있다며 행복해 하고 있다. 공연하러 갈 때마다 거의 눈물을 흘린다는 배정혜 할머니(77)는 서울삼성병원에서의 공연이 가장 인상깊다고 말했다. 팔에 주삿바늘을 꽂고 사방에 붕대를 감고 있었으며 휠체어나 목발을 짚는 등 거동이 불편한 많은 환자가 공연이 끝나자 웃으며 박수를 칠 때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배 할머니는 삶에 대한 감사함을 배운다고 한다. 배 할머니는 “나와 나이대가 비슷한 어르신들이 병원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건강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건강이 닿는 한 계속해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또 이순석 할머니는 과천에 있는 승리요양원에서의 공연을 떠올렸다. 이 할머니는 공연을 마치고 몸이 편찮으신 어르신들을 한분 한분 만나 손을 잡는 시간이 싫었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손을 잡아 드리며 위로해 드릴 때면 오래전 돌아가신 친정어머님 생각 때문에 항상 눈물이 나 힘들다”며 “그래도 이들을 위해 위로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즐거우니 건강도 좋아져또 이들 합창단원은 이곳 합창연습을 통해 많이 건강해졌다고 말한다. 이는 특히 윤기훈 지휘자의 독특한 지휘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나새합창단은 다른 합창단과는 달리 공연할 때 악보를 이용하지 않는다. 즉 단원들은 악보의 가사를 완벽하게 외워야 한다. 악보를 보지 않고 공연하다가 일부 단원이 가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날에는 공연을 망칠 수 있다.그러나 윤 지휘자가 9년째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면서, 단원 모두가 매일같이 새로운 곡의 가사를 외워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일부 단원은 단어장을 만들어 이동할 때마다 가사를 외우기도 했다. 윤 지휘자는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가사를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힘들다고 하소연했지만, 지금은 금방 외운다”며 “이렇게 날마다 머리를 쓰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또 단원들은 자연스럽게 외국어도 할 수 있게 됐다. 암기해야 할 곡 중에는 영어와 이탈리아어, 히브리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외국어 가사를 암기하다 보면 기본적인 의사소통까지 가능하다며 단원들은 이날 기자에게 5개 국어가 가능하다며 자랑하기도 했다.이처럼 단원들이 한뜻으로 즐겁게 연습하다 보니 그들의 실력은 빠른 속도로 늘어 웬만한 프로급 수준의 실력을 보유하게 됐다. 실제로 그들은 국경 없는 의사회 등의 국제단체로부터 초청을 받기도 했으며 지난 6일에는 2015 경기도 재능나눔경연대회에서 상을 받는 등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윤 지휘자는 “봉사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빠져들어 몰입하게 돼 능률도 오른다”며 “노령화되어 가는 사회 속에 잔잔하고 감동적인 실버문화를 전파하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영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