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김포 노선 5호선 노선 조정… GTX에 밀려 장기화 우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서울지하철 5호선의 검단·김포 연장 노선에 대한 조정안을 이달 중 제4차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서울5호선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신청 불발로 이어지는 만큼, 자칫 경로가 겹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에 밀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대광위와 인천시, 경기도 김포시 등에 따르면 대광위는 국토교통연구원을 통해 서울5호선의 인천시와 김포시가 각각 제안한 노선에 대한 기술 검토를 하고 있다. 대광위는 이달 중 최종 노선을 정하고, 이를 4차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앞서 대광위는 지난 1월 서울5호선 추가 역사를 인천 서구 검단에 2곳, 김포에 7곳을 만드는 조정안을 내놨다. 이후 인천시는 불로역과 원당4거리역을 포함해 줄 것을, 김포시는 통진 지역의 추가 역사 3곳을 각각 요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천시와 김포시가 여전히 각자의 노선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이달 중 서울5호선 검단·김포 연장 노선의 4차 광역교통시행계획 반영이 불투명하다. 대광위가 광역교통시행계획에 이 노선을 반영하려면 인천시와 김포시의 합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광위의 실무 국장급 인사 교체로 인해 지난 20일 열릴 예정이던 대광위 주최의 인천시와 김포시 간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국장급 회의가 미뤄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대광위의 광역교통시행계획 변경은 지자체 합의가 필수 조건”이라며 “인천시가 제안한 노선의 반영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대광위 조정안은 존중한다”며 “다만 노선 변경은 없더라도 주민 의견인 정거장 추가는 반드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광위의 서울5호선 검단·김포 연장 노선의 4차 광역교통시행계획 반영이 실패하면, 다음달 이뤄질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예타조사 면제 신청도 하지 못한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올해 2분기 예타조사 면제 대상지 사업 신청을 받고 있다. 지자체 간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노선에 대해 예타조사 면제 신청은 불가능하다. 지역 안팎에선 GTX-D 노선의 예타조사에 영향을 받아 자칫 서울5호선 검단·김포 연장 노선의 장기화 우려가 나온다. 경유 지역이 유사한 GTX-D 노선이 서울5호선의 승객 수요 등 경제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투자관리센터(KDI)는 올해 안 마무리를 목표로 GTX-D노선의 예타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명주 인천시의원(더불어민주당·서구6)은 “GTX-D 노선은 대통령 공약 사업이라 예타조사 등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GTX-D의 예타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서울5호선 검단·김포 연장 노선안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광위 관계자는 “당초 계획에 맞춰 노선을 확정 짓기 위해 내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GTX-D 노선 때문에 서울5호선의 수요가 줄어 사업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예타조사 면제 신청 등은 현재 상황에서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만평] 결국 폐기수순⋯?

[사설] 임기 1년 정책지원관이 일할 수 있겠나

경기도의회가 또 정책지원관을 모집한다. 15명을 뽑는 데 148명이 응시했다. 평균 경쟁률 9.9 대 1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명 모집에 29명이 지원했다. 보건복지위원회도 2명 모집에 25명, 건설교통위원회가 3명 모집에 15명이 지원했다. 많은 도민이 이번 선발을 궁금해한다. 불과 1년 전 요란하게 정책지원관을 모집했다. 높은 경쟁률 속에 78명이 임명됐다. 그랬는데 15명을 또 뽑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불과 1년짜리 짧은 임기 때문이다. 정책지원관에는 정부 가이드 라인이 있다. 등급, 정원, 임기에 대한 범위를 정했다. 광역의회 6급 이하, 기초의회 7급 이하다. 정원은 의원 정수의 50% 이내다. 임기는 1~2년이다. 경기도의회는 직급과 정수에서 가이드 라인의 최상한선을 택했다. 직급은 6급, 정원은 의원의 50%다. 임기는 하한선인 1년에 맞췄다. 인접한 서울시의회가 2년 임기를 택한 것과 대비된다. 5년까지 재임용 될 수는 있다. 매년 휘두를 재임용 무기를 의원들이 쥔 셈이다. 지난해 선발된 정책지원관은 78명이다. 이 중 15명이 재임용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여기엔 스스로 사임한 경우도 있다. 다 포함해 5명 가운데 1명은 1년 만에 잘린 것이다. 사실 정책지원관의 임기 문제는 가이드 라인 때부터 있었다. ‘1~2년’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물며 경기도의회는 이 중에도 하한인 1년이다. 1년마다 의원들의 평가를 받도록 해놨다. 주종 관계가 불가피하다. 소신 있는 연구나 부당 지시 거부도 어렵다. 정책지원관의 본업은 의정 활동 지원이다. 자료 수집·조사·연구 업무를 수행한다. 주민 의견을 수렴·검토도 하고 회의·토론회 개최도 한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개인 보좌관으로 이해한다. 도입 1년도 안 된 경기도의회에서도 계속 불거진 화두다. 도의원 지역구 민원 해결에 동원되고, 의원 표창장 발급 업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해서도 안 되고 시켜서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한다. ‘20% 탈락’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첫해 모집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정책지원관이다. 전직 지방의회 의장도 지원했고, 고위직 공직자들도 있었다. ‘의원 위에 지원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5명 중 1명이 1년 만에 잘려 나갔다. 능력이 없어서였을까. 애초에 잘못 뽑은 것일까. 당사자들로부터 곡절을 경청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과도한 고용 불안은 아닌지. 의원 예속의 부당함은 없었는지. 임기 1년이 문제는 없는지. 당사자들이 말할 답이 있을 것이다.

[사설]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행위, 신상공개 등 처벌 강화해야

음주운전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기지역에서 10명 중 4명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뒤에 또 음주운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경기도에서 적발된 음주운전 건수는 총 18만3천240건이다. 2019년 3만6천485건, 2020년 3만6천649건, 2021년 3만3천30건, 2022년 3만8천784건, 지난해 3만8천292건 등 매년 3만건 이상이다. 적발 건수가 3만여건이지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 이 기간 재범률은 2019년 41.5%(1만5천176건), 2020년 38.9%(1만4천284건), 2021년 42.7%(1만4천106건), 2022년 39.8%(1만5천460건), 지난해 39.6%(1만5천190건) 등이다. 연평균 재범률이 40.5%에 이른다.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또 하고, 또 한다. 세 번, 네 번씩 하는 상습범도 있다. 음주운전자가 줄지 않고, 재범률이 높은 것은 처벌이 약해서다. 술을 먹으면 어떤 이유로든 운전대를 잡아선 안 된다. 그럼에도 또다시 운전을 하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이 꼽히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이 2019년부터 시행됐다. 그런데도 음주운전은 물론 재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이는 음주운전에 관대하고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사망·상해사고를 내고도 운전자가 범행을 인정하거나, 피해자의 상해가 중하지 않거나, 피해자 및 유족과 합의하면 많은 감형을 받는다. 음주운전으로 숨지거나 다쳐도 90%가 실형을 면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와 달리 미국의 일부 주에선 음주 사망사고는 최고 무기징역이고, 영국도 1년6개월∼14년형을 선고한다. 한국에선 ‘과실에 의한 사고’로 취급하지만 선진국에선 ‘부주의에 의한 살인’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면허 취소 기간도 한국은 최대 5년인 데 비해 미국 독일 호주 등은 영구 박탈까지 한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건 잠재적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다. 음주 상태에서 모는 차량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흉기’로 돌변한다. 음주운전자들에 대해 더 이상 관대해선 안 된다. 더 무겁게,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사망 사고 시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하거나, 상습 음주운전자의 신상 공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음주운전을 하면 평생 불이익을 받는다는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

[시정단상] 진달래 동산과 첨단산업도시 부천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공무원의 광기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산’ 제목의 동영상이 조회수 140만회, 댓글 1천400개를 넘기며 누리꾼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동네 뒷산인 원미산을 부천시 공무원들이 달려들어 매년 진달래 나무를 심고 수시로 가꿔 부천시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덧붙여 설명하면 원미산 내 진달래동산은 1998년 IMF 외환위기 극복에 나선 시민의 손으로 태어난 곳이다. 나라를 뒤흔들었던 위기의 계절에 심은 묘목들이 단단하게 자리잡아 지금은 부천을 넘어 수도권의 봄을 나타내는 상징이 됐다. 2024년 5월, 모두가 입을 모아 경제 위기를 말하고 있다. 금리, 물가, 환율이 동시에 오른 탓에 국민의 지갑은 차갑게 얼어가고 있다. 봄은 왔건만 경제에는 한파가 부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움츠러들기 쉬운 상황이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황량했던 원미산에 한 그루 한 그루 진달래 나무를 심으며 새로운 희망을 일구던 부지런한 땀 흘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부천시는 한때 경인지역 공업의 핵심이었다. 경인고속도로, 부천인터체인지(IC) 등 도로 인프라와 인천과의 지리적 접근성으로 생산품 수송 및 수출에 유리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에 묶이며 성장하는 기업들이 하나둘 떠났고 이내 기업도시의 면모가 쇠퇴했다. 부천시는 다시 ‘기업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며 첨단 산업도시를 향한 묘목 심기에 나섰다. 기회의 땅은 3기 신도시가 들어설 ‘부천 대장’이다. 이곳에 마련될 도시첨단산업단지에 SK그룹 산하 친환경 에너지 연구개발(R&D) 단지인 SK그린테크노캠퍼스가 2028년까지 입주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온, SK E&S, SKC, SK머터리얼즈 등 SK그룹의 친환경 에너지 분야 핵심 계열사 일곱 곳이 한자리에 모인다. 투자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오는 9월 SK그룹과 입주 계약을 체결한다. 부천시는 이를 선도기업으로 삼아 반도체, 미래차, 정밀기계 등 첨단 산업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서울 마곡, 인천 계양과 트라이앵글 산업벨트를 이뤄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중심 스타트업 육성에도 힘을 쏟는다. 인천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 인천항 등 국가 물류 인프라와도 인접해 하늘과 바다를 보다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와 더불어 향후 서울 중심부를 편하게 오갈 수 있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D·E, 대장~홍대선 등 광역철도망도 갖춰져 우수 인재 확보에 유리하다. 이곳에 입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시세보다 낮은 조성 원가로 부지를 공급하고 취득·재산세를 감면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지난해 제1·2 도시첨단산업단지 지정계획을 고시했고 경기도 산업단지계획 및 국토교통부 수도권 정비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 올해 1월에는 산업단지계획을 고시하며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실질적인 행정절차를 모두 마쳤다. 거칠고 쓸쓸하던 뒷산이 분홍빛 물결이 넘실대는 진달래 동산으로 변모했듯 부천 대장을 미래 기술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기업들이 깊게 뿌리 내리고 크게 꽃피우는 첨단산업의 동산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인천시론] 5호선 연장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 최종안 확정을 앞두고 인천시 요구안이 받아들여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올해 초 서울 방화역에서 출발해 인천 검단신도시와 김포 한강신도시를 잇는 5호선 연장 노선 조정안을 발표한 데 이어 조만간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광위가 1월 발표한 조정안을 보면 김포는 한강 시네폴리스, 풍무지구와 인접한 S03, 김포골드라인으로 환승할 수 있는 풍무역 S04, 인천 서구 불로동과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감정동 S05, 김포골드라인 환승역인 장기역 S08,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 예정지인 S09 등 모두 7개 정거장인 반면 인천은 인천지하철 1호선 환승이 가능한 S05(아라역), S06(원당역) 2개 정거장을 설치한다. 인천시는 이는 김포~서울 직결 노선을 요구하는 김포시 의견을 수용한 결과라며 당초 요구했던 4개 정거장이 아닌 2개 정거장만 설치하고 원당사거리역과 불로역이 빠진 조정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대광위에 전달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물론 검단을 지역구로 하는 모경종 당선자 등 지역 정치권과 서구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종안 확정이 임박한 가운데 인천시와 경기도 김포시의 막판 기싸움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5호선 연장 사업은 지자체 간 합의로 노선을 결정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는 만큼 대광위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4개월의 지자체 협의 과정을 거치며 인천시 요구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김포시 또한 지역 주민과 정계를 중심으로 기존 조정안에 통진역, 김포경찰서역, 풍무2역 등 역사를 3곳 더 추가해 총 10곳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두 지자체 간 합의가 어렵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대광위는 GTX-D 노선의 예비타당성 결과가 나오게 되면 5호선 연장 사업의 경제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보고 조속한 노선 확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간 사업 지연을 지켜 본 시민들도 더 이상 노선 확정이 늦어지게 되면 자칫 5호선 연장 자체가 무산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솝 우화 중 ‘외나무다리 위 두 염소 이야기’가 있다. 두 마리의 염소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서로 먼저 건너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싸우다 결국 두 마리 다 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다리 밑으로 떨어져 죽는다는 이야기. 대광위는 인천과 김포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최선의 노선을 제시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 유리해선 안 된다. 지자체들 역시 합의를 통해 조속하게 5호선 연장 노선을 확정해야 한다. 어리석은 염소꼴이 나지 않도록 말이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지동시장이 보이는 수원천

들판엔 모내기가 한창이다. 논물 속의 개구리처럼 봄비가 울고 가더니 눈부시게 갰다. 신록은 봄의 가장 선명한 대명사, 향수적인 시어들과 옛 노래가 버들피리처럼 유려하다. 잎들은 윤기가 흐르고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거나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이라는 꽃의 제전이다. 오월의 크리스마스인가. 감사하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계절, 난초 돋아난 토담가에 앉아 옆집 동무랑 감꽃 목걸이 만들던 추억도 생각난다. 이런 시조를 봤다. “시든 감꽃 목걸이 담 위에 걸어놓고/탱자꽃 시린 오월 해맑은 하늘길로/뉘 모를 물안개 속을 돛단배 가듯 간 이.’ –김연동 ‘감꽃 목걸이’– 일전에 교탁 위에 카네이션 바구니가 놓여 있어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며 야학하는 J님의 마음이었다. 리본에 새긴 ‘고맙습니다’라는 꽃말은 더욱 따뜻했다. 어떤 반은 향기로운 카네이션에 생크림이 가득한 케이크를 모두가 나눠 먹게 해 축제 같았다. 가족에게도 흔치 않은 일이라 감동이다. 무엇으로 답해야 할지 부담이지만 참 아늑한 세상이다. 오월은 기념일로 가득한 은혜의 날들이다. 신이 주신 꽃과 싱그러운 신록만으로도 축복 충만한 계절, 수원천을 거닐며 다리 아래로 흐르는 아련한 봄을 바라본다. 내 건너 지동시장 추억의 장날 만두도 그립고, 긴 줄 선 통큰 칼국숫집에서 콩국수 한 그릇을 먹고도 싶다. 송학다방에서 낭만적으로 커피 한잔 마실까.

[지지대] 어르신 빈곤율

객관성이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믿음이 간다. 통계가 과학이어야 하는 까닭이다. 어르신 빈곤율이 또 최대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처분 가능소득 기준(가처분소득)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8.1%였다. 처분 가능소득 잣대는 개인소득에서 세금 등을 빼고 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을 보태 마련된다. 한마디로 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이다. 성별로는 남성 31.2%, 여성 43.4%다. 여성 어르신이 훨씬 더 빈곤하다. 국내 전체 상대적 빈곤율 14.9%나 근로연령인구(18~65세)의 상대적 빈곤율 10%(남성 9.6%, 여성 10.3%)보다 월등히 높다. 그동안 어르신 빈곤율은 2011년 46.5%, 2012년 45.4%, 2013년 46.3%, 2014년 44.5%, 2015년 43.2%, 2016년 43.6%, 2017년 42.3%, 2018년 42.0%, 2019년 41.4%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다 2020년 38.9%로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왔고 2021년에는 37.6%로 2020년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사실 국내 어르신 빈곤율은 2011년 이후 대체로 완화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최고 수준이다. 2020년 기준으로 66세 이상 소득 빈곤율은 40.4%다. OECD 회원국 평균(14.2%)보다 3배 가까이 높다. OECD 가입국 중 노인의 소득 빈곤율이 40%대에 달할 정도로 높은 국가는 우리밖에 없다. 연금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도 31.6%다. OECD 평균(50.7%)의 3분의 2에도 못 미친다. 어르신 빈곤에 대처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래야만 젊은이들의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중-러 관계와 북한, 반미 국방 생태계

지난 16일 중국을 국빈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양국은 전략적 협조 동반자 관계의 심화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 “미국과 그 동맹국의 군사 영역에서의 위협 행동과 북한과의 대결 및 유발 가능성 있는 무장 충돌 도발로 한반도 형세의 긴장을 격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이 기간 김정은은 일주일간 중요 군수공장을 돌며 단거리 미사일에서 장거리 미사일까지 대량생산체계를 과시했다. 중-러 정상회담 기간 무기 공개 및 미사일 발사 행보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중-러, 북-러, 북-중 사이의 관계는 논쟁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러의 협력이 완전한 전략적 일치나 동맹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서로의 중요성이 2010년대 중반 이후 커졌다는 점이다. 미국이 대중국 포위·압박, 대러시아 제재를 강화한 이후 파트너십은 더욱 공고해졌다. 러시아는 중국군의 군사 하드웨어 및 국방기술의 중요한 공급원이 됐으며 중국 역시 러시아의 전쟁 경제에 중요한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2023년 중-러 무역은 전쟁 전보다 60% 이상 증가한 2천401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중국은 러시아 수출의 30%, 수입의 거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위완화는 양국 무역의 주요 통화가 됐으며 미국의 제재로부터 자유로운 금융시스템을 중국의 은행들이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 기술, 교육 등에서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러 관계가 이처럼 밀착한 시기를 찾기 어렵다. 중-러는 미국 중심의 질서를 변경해 중국 또는 러시아의 이익이 관철·지속될 수 있는 질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의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국가전략 차원의 최상위 목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물론 이들 사이엔 긴장의 여지도 있다. 미국의 전력과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미국의 외교적 곤경을 만드는 데 있어 중-러는 장기간 전략적 협력을 필요로 한다. 중-러의 전략적 협력에서 주목할 부분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반미 국방 생태계다. 러시아는 반미 코드 국가들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해 왔다. 미얀마는 2023년 5월 러시아 전투기를 인수했고 말리, 토고, 우간다도 최근 러시아의 공격헬리콥터를 조달했다. 2023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육군-2023 군사포럼’에서 러시아 관리들은 아프리카를 상대로 군용 드론을 적극적으로 홍보, 아프리카 대륙에 영향력 강화하는 수단으로 무기를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 북한의 관계도 예사롭지 않다. 2023년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북한 열병식에 참석해 북한 신형 무기들을 둘러본 데 이어 9월에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무기전시회를 참관하는 등 북한 및 이란과 러시아의 군사적 교류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2023년 여름부터 러시아는 이란의 전투용 드론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란은 전투기와 방공시스템을 포함한 다양한 러시아 무기 구매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으로부터는 포탄, 다연장로켓(방사포)과 단거리 미사일 등을 공급받은 바 있다. 러시아가 북한산 포탄과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미얀마에서 탱크와 미사일 자재를 충분히 사들이고, 이란의 도움으로 드론 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오랜 소모전을 훨씬 더 쉽게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와 반미 코드 국가들 사이 상호 군사적·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상호 교육으로 특징 지어지는 광범위한 국방 생태계 형성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잠수함 개발 프로그램, 이란과 북한의 미사일 및 우주 프로그램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은 크건 작건 전력에 기여할 것이다. 중국 역시 이런 국방 생태계를 방조하거나 사실상 묵인하는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러시아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행보까지 나아간다면 이들 국방 생태계는 정치적 결속의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중·러 정상회담 기간 김정은의 군수공장 현지지도 행보는 핵무기 개발·생산 명분과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하게 메시지로 발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미 국방 생태계의 중요한 행위자로 자신을 각인시키려는 행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