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내일 ‘詩 낭송의 밤’ 열린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회장 염상덕)는 오는 10일 오후 6시부터 파주 자운서원에서 ‘제5회 경기도시낭송의 밤 - 시가예찬 詩歌禮讚 2015’를 개최한다. 올해에는 파주문화원이 주관해 율곡문화제와 함께 진행한다. 율곡 이이의 삶과 철학을 기반으로 파주 출신인 故원희석 시인의 작품 세계를 문학 언어는 물론 영상, 노래, 몸짓 등으로 풀어내는 인문학 축제다. ‘스스로 처음이 되는 힘’을 주제로 한 이날 행사는 파주시조협회의 율곡추모시창을 시작으로 문태준 시인이 원희석 시인의 작품을 독송하며 그를 그려본다. 또 율곡문화제 어린이백일장의 당선작을 비롯해 파주문인협회와 파주시낭송회의 시 낭송으로 가을의 정취를 한껏 물들인다. 마지막 무대에서는 김동규, 박용수, 최종환, 한길룡 등 도의원들이 신경림 시인의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를 합송하고 무용과 악기연주 등 화려한 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우관제 파주문화원장은 “율곡문화제와 더불어 파주의 운치를 시와 공연에 실어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염상덕 경기도문화원연합회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시낭송회 시가예찬에서 진일보해 도민이 함께하는 명실상부한 경기도의 대표적 인문학 축제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류설아기자

세계 명작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그 감동을 다시 한 번…

국경을 뛰어넘은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는 프랑스 대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캐스트 공연이 용인에서 펼쳐진다. (재)용인문화재단(대표이사 김혁수)은 10, 11일 이틀간 용인포은아트홀에서 프랑스 대작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공연을 선보인다. 10일 오후 2시, 7시, 11일 오후 2시까지 총 3회 공연이다.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유명 뮤지컬로 전설적인 극작가 ‘뤽 플라몽동’과 유럽의 대표적인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 등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지난 2005년 첫 내한 공연 당시 세종문화회관 최단 기간 최고 관객 수를 기록하며 ‘프랑스 뮤지컬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Victore Avards 최우수 뮤지컬상(1998년)과 월드뮤직어워드 불어권 최다 판매 앨범상(1999년) 등을, 한국에서는 뮤지컬 전문가 10인이 뽑은 최고의 작품(2005년), 한국뮤지컬대상(2008년), 더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 남우신인상 등을 휩쓸며 프랑스와 한국을 동시에 장악한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3월까지 한국 초연 10주년을 기념한 내한공연에서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해 8개 도시 투어를 벌였으며, 2016년 유럽 투어에 앞서 성사된 앙코르 투어 무대다. 용인에서 이틀만 공연하고 15일부터 4주간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상연되는 만큼 용인 시민과 인근 지역의 도민에게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이번 공연에는 2005년 한국 초연 당시 최고의 드림팀이라고 불리던 ‘맷 로랑’, ‘리샤르 샤레스트’, ‘제롬 콜렛’ 등이 함께 한다. 또 10주년 투어에 합류한 스테파니 베다, 로베르 마리엥, 안젤로 델 베키오, 존 아이젠 등이 깜짝 오리지널 캐스트로 합류해 주목받고 있다. 김혁수 대표이사는 “세계 대형 명작 뮤지컬인 ‘레미제라블’, ‘캣츠’에 이어 ‘노트르담 드 파리’를 공연하게 되어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시민들을 위한 우수한 문화콘텐츠 확보에 전력투구하여 문화예술로 풍요로운 사람들의 용인을 만드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초등학생 이상 관람가능하며 공연시간은 150분이다. 관람료 6~14만원. 예매 및 문의(031)260-33553358류설아기자

[의정단상] 경기북부권의 ‘오래된 미래’

경기북부는 국방전략상 불가피하게 군부대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고 광범위하게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외에 지뢰밭, 방호벽, 참호, 철책, 군용비행장, 탱크와 포 진지, 사격장, 훈련장 등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가득하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수도권과밀화억제 차원의 규제가 중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민들은 60년여 동안 재산권 행사에 지대한 제약을 받아왔고, 위압적이고 거친 거주환경을 감내해야 했다. 생활도 정서도 모두 핍진해졌다. 지역민들이 응당 누렸어야할 기회비용을 따져본다면 최하 수백 조원이거나 그 몇 갑절은 족히 될 것이다. 주한미군이 군사력 축소와 함께 수도권 남부로 단계적 후진 배치됨에 따라 경기북부에 주둔했던 부지들이 여러 곳 비워지게 됐다. 정확히는 29곳 145㎢(즉 4천370만평)에 이른다. 이 반환공여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대한 여러 주장과 요구들이 있다. ‘공원ㆍ연수수련시설ㆍ행정청사를 새로 짓자’는 의견부터, 기업과 민자 사업을 유치하거나 소공단을 세우자는 제안도 있다. 그런데 반환공여지의 사용을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의 삶이 오래도록 이어질 이 터전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미래상(未來像)이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대부분은 무분별한 건축, 거주와 공장 등 이질적 공간의 혼재, 복잡하고 비좁은 도로, 급조된 기반시설 등 산만한 도시설계와 미시적인 인허가행정으로 혹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떠한 문화적 매력도 경관적 조화도 찾아볼 수 없다. 가장 난관은 반환공여지의 무상제공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국방부)는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경기북부 여러 지자체에 부지를 쓰려면 거래시가에 준해 매입하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반환공여지 매입을 위해서는 한 곳당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자치예산이 소요된다. 전국 평균 45%에도 못미치는 열악한 재정자립도 상황 하에서, 장기분할상환을 한다 치더라도 해마다 그 부담이 만만치 않고, 그만큼 지역민들의 복지예산은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나서서 천문학적인 예산을 무상지원한 부산시민공원(3천439억원대)이나 국립용산공원(1조2천억원대) 등 반환공여지 지원 사례를 언급치 않을 수 없다. 상식적으로 봐도 이렇게 차별적이고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피해를 참고 인내해주니 이제는 아예 업신여기는 꼴이다. 발전소, 댐, 폐기물처리시설, 송전탑이나 변전시설, 방폐장, 기타 혐오시설이 입지한 곳의 지역민들은 개별 지원법에 따라 충분하진 않지만 나름 고무적인 정부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이 제정되고도 경기북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홀대받고 있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반환공여지에 대한 지자체의 우선권과 국방부, 교육부, 행자부, 문광부, 환경부 등 정부의 책무들이 소상히 적시되어 있다. 무상 양여도 능히 가능하다. 국토균형발전과 접경낙후지역 지원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현행법을 근거로 해결할 방법은 충분하다. 모호하고 부족하다면 법을 개정하면 된다. 국방안보라는 대의를 위해 묵묵히 희생해온 주민들을 위해 ‘보상’은 아닐지라도 뜻깊은 ‘배려’를 기하는 것이 도리다. 반환공여지는 경기북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수도권 전체의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불어넣어줄 거국적 자원으로 쓰여져야 마땅하다. 반환공여지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경기북부의 ‘오래된 미래’다. 박정 새정치민주연합 파주을지역위원장

[천자춘추] 통일교육, 선택 아닌 필수

미래학자 폴 케네디의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사실 외에 확실한 사실은 없다”라는 말처럼 미래사회의 특징은 불확실성이며, 이는 교육의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교육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통일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미·소로 대변되던 냉전시대가 종식되고, 얼마 전 목함지뢰 폭발로 인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남북고위급 회담의 합의로 넘긴 것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처럼 불확실성을 고려한다면 통일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문제일 수도 있다. 통일부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 11만6천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53.5%만이 통일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은 우리 통일교육의 현주소를 나타낸 것이다. 통일교육지원법에는 통일부장관이 통일교육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교육부장관 등에게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 통일교육을 반영하도록 요청할 경우 이를 반영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통일교육의 법적인 뒷받침을 하였지만, 법이 충실하게 교육현장에 반영되고 있지 않다. 교육부는 올해 통일교육을 초·중·고교에서 연간 8시간씩 가르칠 것을 권고했지만, 학교별로 시간과 내용이 제각각이다. 청소년들이 통일에 대해 관심과 열정을 갖도록 2015개정교육과정의 교과내용이 획기적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통일교육은 궁극적으로 수요자를 위한 교육이다. 국가 차원의 통일에 대한 민족적 당위성에 더해 개인의 삶에도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쌍방향적인 통일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평화와 안보 그리고 대내외적 상황을 직시하는 시각 속에서 균형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급 학교별로 통일교육의 시간을 늘리고, 내용과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통일교육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이 아니라 분단시대의 필수교육이다. 정종민여주교육지원청 교육장ㆍ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기고] 이 순간을 살라

긴 것 같던 추석 연휴도 금세 지나가 버렸다. 고향을 떠나면서 손을 흔드는 칠순이 넘은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면서 서울로 향했다. 늘 부모님께 함께하는 명절이기를 기도하지만 가는 세월 못 막듯이 나의 바람과 무관하게 매년 늙어 가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영원한 것은 없다. 언제까지 부모님과 함께 명절을 보내고 마중과 배웅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사무치는 마음이 빈 마음을 채우기 전에 손을 더 만져드리고, 안아드렸다. 최근에는 통화할 때면 녹음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명절은 철부지였을 때는 용돈을 받을 수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커서는 취업 준비로 명절이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왜 명절이 왜 있는지도 몰랐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명절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만큼 늙어 가고 성숙해 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명절을 통해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하면서 이 순간, 익어가는 단풍과 함께 마음도 영글어 가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는 늘 지나고 나서 후회하고 눈물을 흘린다. 사랑한다고 말할걸, 한 번이라도 더 안아줄걸, 좀 더 노력할 걸 등등 삶이 후회의 연속이다. 또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면서 계획을 세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고통을 기꺼이 참고 견딘다. 그러나 보니 현재는 늘 걱정이고 고민 투성이다. 미국의 칼 필레머 코넬대 교수는 1천500여 명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삶과 관련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중 가장 많은 답변이 “너무 걱정하며 살지 말 것을”이었다. 걱정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이겨내는 방법으로 하루의 일만 생각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너무 멀리 계획을 세우면서 걱정을 이고 살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도 “고민해서 해결될 문제는 4%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오늘을 희생하는 일은 결국 죽음에 이르러서야 끝이 난다. 이것은 상자 안의 과일 중에서 좋지 않은 과일부터 먼저 먹다 보면 결국 좋지 않은 과일만을 매일 먹게 되는 것처럼 미래에만 살다 보면 오늘이 없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다지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크든 작든 우리는 우리가 성취한 것에 만족하지 않으면서 늘 근심이고 걱정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주위의 모든 것이 행복임을 알게 된다. 예전에 몰랐던 명절이 행복이었음을 지금 느끼듯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해야 한다. 사랑한다면 지금 말하고, 표현해야 한다.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은 영원히 곁에 있을 수는 없다. 인생을 짧고 예술은 길다고 말하지만, 인생은 길지만 시간은 짧다. 너무 미래를 내다보는 것보다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임창덕경영지도사

뮤지컬과 동고동락… 무대서 ‘인생 2막’ 큐!

늦깎이 뮤지컬배우로 인생 2막을 연 ‘미소찾기 시니어뮤지컬봉사단’ 장무경 단장이 공원 산책을 하며 노래연습을 하고 있다. 전형민기자 꿈이 있는 사람은 청춘을 산다.그 꿈에 열정과 희망, 도전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테다. 젊은 시절 못다 이룬 꿈을 은퇴 이후 펼치는 72살 늦깎이 뮤지컬배우 장무경씨는 그래서 청춘이다. 3년째 남양주시 ‘미소찾기 시니어뮤지컬봉사단’ 단장으로 활동하는 그에게 노래와 연극은 막이 내린 무대에 울려 퍼진 앙코르처럼 그의 삶을 다시 불러냈다. 코스모스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9월의 어느날. 멋스러운 베레모를 쓰고 남양주시 도농합창단 연습실에 나타난 그의 양 귀에 꽂힌 헤드폰에서 나지막하게 노래 한 곡이 흘러나왔다. 부드러운 알토의 목소리로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따라 부르는 그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한 송이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이 노래가 마치 자신의 얘기 같다는 그는 “지금 나는 활짝 핀 국화꽃” 이라고 했다.■ 노래처럼 달콤하지만은 않았던 청춘 “어릴 적부터 워낙 노래를 좋아했어요. 삶은 노래처럼 달콤하지만은 않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유난히 끼가 많았던 장 씨였다. 노래와 글을 좋아했던 소년. 가수의 꿈도 꿨지만, 먹고사는 게 급했다. 6ㆍ25전쟁으로 피폐해진 터전에서 10대를 보냈다.야간대학으로 성균관대 국문학과를 다니며 낮에는 한국전력공사 수금원으로 일했다. 남들처럼, 그렇게 집안과 동생들을 돌봤다. 군대 생활을 끝낸 후엔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동차 회사에 입사했지만, 온몸으로 시대와 싸워야 했다. 장 씨는 회사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근로기준법 보장을 외쳤다. 노동운동이 태동하던 1960년대 후반이었다. 살벌한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겁도 없이 서울역에서 광화문까지 1인 시위도 벌였다. “그때 함께 운동하던 동료는 다 해고되고 다 잡혀갔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묘하게 나는 회사에 살아남았지. 그 힘든 순간에 노래가 유일한 힘이었고, 동반자였어요.”서슬 퍼렇던 시간이 흐르고 장 씨의 삶에 사랑이 찾아왔다. 노동운동을 정리한 후 1972년, 서른 살에 부인을 만나 결혼을 했다.가정을 꾸리며 착실하게 살던 중에도 노래에 대한 열망은 불쑥불쑥 튀어 올랐다. 1999년 1월, 용기를 내어 전국노래자랑에 나섰다. 쉰다섯의 나이에 강산애의 ‘라구요’를 불러 우수상을 차지했다. 동네에서는 일약 스타가 됐지만, 가장이었기에 쉽사리 꿈에 대한 얘기는 꺼낼 수 없었다. 그렇게 평범을 삶을 살던 장 씨는 지역 케이블 회사에서 일하다 은퇴를 했다. 2003년, 60세였다. 회사를 두 번 옮긴 이력과 약간의 재산이 그의 인생에 남았다. “손을 놓고 보니 헛헛하더라고요. 어릴 때 못했던 거, 좋아했던 거 이제 내가 해도 되지 않나. 내 꿈을 위해 살아도 되지 않나….”■ 젊은 시절 접어놓은 꿈…황혼에 피어난 새로운 인생 찾아간 곳은 서울 글로리아 합창단이었다. 그렇게 꿈꿨던 노래를 제대로 불러보자는 심산이었다. 은퇴 후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인정도 잠시 다녔다. 하지만, 마냥 시간을 보내기 아까웠다. 아직 무언가 사회를 위해,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남았다고 여겼다. 합창단에서 그의 노래 실력은 여전히 빛을 발했다.노래를 실컷 부르니 다시 인생에 봄날이 찾아오는 듯했다. 그러다 2012년, 그의 인생에 뮤지컬이 새로운 꿈으로 스며들었다. 남양주시에서 노인의 날 기념공연 위해 시니어뮤지컬 활동을 할 60세 이상의 단원을 오디션을 통해 모집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노래와 마찬가지로 연기도 배운 적이 없었지만, 장 씨는 도전했다. “그때 나이가 예순아홉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선뜻할 생각을 했는지 믿기지 않아.” 꿈도 꾸지 못했던 새로운 삶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은퇴한 평균 72세의 노인 단원 20명을 이끄는 단장도 맡았다.평생 해온 일도, 살아온 방식도 다른 사람들이 모였지만, 해보자는 의지로 똘똘 뭉쳤다. 첫 작품인 ‘미워도 다시 한 번’을 공연하려고 2개월간 맹연습을 했다. 장 씨의 역할은 국밥집을 운영하는 ‘세득이’였다.드디어 2012년 10월 무대에 오른 장 씨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혼자 살면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역할인데, 가게에 버려진 핏덩이를 발견하고 20년간 애지중지 키우죠. 그런데 생모가 병을 얻어서 찾아온 거예요. 그 순간 무대라는 걸 잊었어. 나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며 울었지.”이후 장 씨는 뮤지컬과 제2의 인생을 살기로 했다. ‘미소찾기 시니어뮤지컬 봉사단’ 단원들과 함께 요양원, 복지관, 장애인시설, 노인대학 등 그들을 부르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가 공연을 펼쳤다. 주민, 지역사회, 이웃을 위한 일이라 더욱 보람도 컸다.공연을 할수록 아마추어들의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2013년 5월에는 전국 거창실버연극제에 출연해 대상, 연출상 등 4관왕을 차지하는 성과도 올렸다. 장 씨와 뮤지컬단은 춘향이와 이몽룡의 사랑을 담은 ‘몽춘이야기’, ‘新 장한몽’ 등 새로운 작품에도 도전하면서 왕성히 활동 중이다.■ 무대와의 사랑에 빠져…인생은 언제나 절찬리 상영 중 일흔을 넘긴 나이에 대본 외우랴, 율동 익히랴 힘들 법도 하지만, 그의 열정은 끝이 없다. 지난 2013년 11월 첫선을 보인 ‘몽춘이야기’는 연출자와 옥신각신하며 그의 각색이 더해져 완성된 작품이다. “우리의 악극은 전부 비극이잖아요. 새로운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관객에게 조금 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가요도 넣고, 분위기를 살리는 오페라도 넣고 그야말로 짬뽕으로 만든 거지.” 완성된 대본에 기존 악극에서 볼 수 없었던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기성 가수인 나훈아ㆍ최백호의 트로트까지 접목해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 결국, 지난 4월 출전한 제7회 거창실버 연극제에서 미소찾기 시니어뮤지컬봉사단은 ‘몽춘이야기’로 또 한 번 전국종합은상, 종합연기대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몽룡 역을 맡은 장 씨는 우수연기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렇게 꼬박 3년째. 뮤지컬단이 찾아가며 공연한 횟수만 30회에 달한다. 뮤지컬 단장으로서의 역할이 쉽지만은 않다. 평균 나이 72세의 단원들을 이끌다 보니 혹여나 공연을 앞두고 누가 아프진 않을까, 빠지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루고 싶은 일도 많다 보니 장 씨의 역할도 한둘이 아니다. 미소찾기 시니어뮤지컬 봉사단장, 미소찾기시니어합창단장, 도농동 주민들이 모여 만든 도농합창단장을 맡으면서 그의 직함은 은퇴 뒤 오히려 더 많아 다. 하지만, 장 씨는 여전히 꿈을 이루며 청춘을 살 생각이다. 내년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뮤지컬 공연도 계획했다. 사회 활동에 나서고 싶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노인들에게도 손을 내밀어 함께 지역사회에서 뮤지컬단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픈 욕심도 생겼다. “단 한 번도 연기를, 정식 음악교육을 받은 적 없던 내가 72살인 지금 하고 있어요. 할 수 있는 한 어디든 끝까지 찾아가서 관객들에게 즐거운 무대를 선보일 겁니다. 당장은 무대에서 조금 더 세련된 율동을 하고 싶네요.(하하)”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에서 일흔을 넘긴 노인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춘향이를 보고 사랑에 빠지듯, 무대와의 사랑에 흠뻑 빠진 이팔청춘 이몽룡의 모습만이 남았다. 정자연기자

9월말 달러화 예금 434억달러로 사상 최고치 기록 다시 써

9월말 달러화 예금이 434억7천만달러로 집계되면서 12년7개월만에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8월말 달러화 예금 기록을 경신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말 달러화 예금은 434억7천만달러로 지난 8월 달러화 예금 427억1천만달러보다 7억6천만달러 늘었다. 한국은행은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면서 미 달러화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달러화 예금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중국 위안화예금은 94억3천만달러로 전월보다 12억달러 줄었다. 지난 4월말 198억2천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5개월째 감소세다. 이는 지난 2014년 4월말 99억1천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위안화에 대한 차익거래유인이 지난해 11월이후 마이너스 상태를 지속해 감소가 나타나는 것으로 한국은행은 평가하고 있다. 8월 중 중국 인민은행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와 기준금리ㆍ지급준비율 인하도 감소세를 부추겼다. 위안화예금이 큰 폭으로 줄면서 9월 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은 591억9천만달러로 전월말 대비 5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국내은행의 외화예금은 429억7천만달러로 12억9천만달러 증가한 반면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162억2천만달러로 17억9천만달러 감소했다.특히 중국계 은행 국내 지점에 예치된 위안화 예금이 11억9천만달러 줄었다. 주체별로는 기업 예금이 525억9천만달러로 7억1천만달러 줄었지만 개인 예금은 66억달러로 2억1천만달러 늘었다. 이정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