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남북이 22일 오후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시작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고위급접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남측에선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선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이번 고위급 접촉에 참석했다. 판문점 남북 고위급 접촉은 당초 예정된 오후 6시보다 다소 늦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서 "남북은 '현재 진행 중인 남북관계 상황'과 관련, 오후 6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에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비서와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남북이 22일 어렵사리 대화테이블을 마련함으로써 지난 20일 북한의 포격도발과 우리 군의 대응포격으로 일촉즉발의 충돌위기로 치닫던 남북간 대치가 위기탈출 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북은 이날 오후 6시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홍용표 통일부장관,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김양건 노동당 비서(겸 통일전선부장)간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전격 합의했다. 북측이 이날 오후 5시를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 시한으로 정하며 관련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돌입하겠다며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상태에서 남북이 대화창구 마련을 통해 당장의 충돌을 막은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이날 고위급 접촉은 남북간 긴장이 계속돼 최악의 경우 충돌로 이어질지 아니면 대화국면으로 전환할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제 관심은 남북이 고위급 접촉에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다. 현 상황에서는 남북이 합의를 도출하기까지는 적지 않는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북측은 고위급 접촉에서 이번 도발의 빌미로 삼아온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방송의 즉각적인 중단과 관련 장비인 확성기의 철거를 강력히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으로서는 대북 심리전 방송은 이른바 '최고존엄'(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 관한 문제인만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우리 군은 이번 긴장 고조가 북한군에 의한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내 지뢰도발에서 비롯된 만큼 지뢰도발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요구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측의 포격도발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북측은 지뢰도발과 포격도발 자체에 대해 "남측이 조작한 것"이라고 발뺌하고 있어 남북 고위급접촉은 남북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채 겉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이번 접촉이 몇 시간짜리 용에 그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북측의 대화 의지로 보인다. 남북이 북측의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한 해법을 당장 찾지 못하더라도 북측이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보이면 우회로를 찾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측이 전방지역에 대한 준전시상태 해제 등 군사적 긴장을 먼저 낮추는 조치를 취하면, 우리 군도 일시적으로라도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는 묘안을 찾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장 해법을 찾지 못해도 남북이 고위급접촉 추가 일정을 잡는 것도 일촉즉발의 위기를 일시적으로 유보하는 방법이다. 이번 고위급 접촉은 북측이 전날 오후 먼저 김양건 비서 명의 통지문을 통해 먼저 제안했고, 우리 측의 수정안에 대해 북측이 대표단과 관련해 일부 수정안을 다시 낸 것을 우리 측이 받아들이는 형태로 성사됐다. 특히 북측은 고위급접촉의 대표도 우리가 요구한 군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수용했다. 최근 남북간 군사적 긴장과 관련해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외에 군의 가장 최고책임자인 황 총정치국장이 나와야 한다는 우리측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또 고위급접촉 시간도 당초 군사적 행동 시한으로 정한 오후 5시에서 한시간 늦은 6시로, 접촉 장소도 판문점 우리측 지역으로 합의했다. 이런 점에서 북측이 상당히 대화 의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접촉에서 남북간 대화가 잘 되면 당장의 충돌위기 해소뿐 아니라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등 전반적인 남북간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측이 진정성은 결여한 채 국제사회에 대화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행동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없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간 불신의 골이 워낙 깊고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한차례 고위급 접촉으로 해결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남북이 상황의 엄중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양측이 한 발짝씩 양보해서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5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인천 서해 5도와 강화도 등 접경지역의 주민 대피가 완료됐다. 인천시는 이날 낮 12시55분을 기점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 강화군 교동면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지석 초등학교와 난정 초등학교 등 대피소로 이동하도록 조치했다. 해당주민은 인사리 주민 전원(68가구 132명), 지석리 주민 일부(36가구 63명), 삼선리 주민 일부(7가구 15명)다. 또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옹진군 백령대청연평면 주민들에게도 긴급 대피명령을 내려, 이동 조치를 완료했다. 백령면 2천978가구(5천410명)와 대청면 924가구(1천655명), 연평면 1천332가구(2천910명)가 그 대상이다. 시 관계자는 인천시 공무원들도 조를 편성해 비상근무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미경신동민기자
여야는 22일 공동으로 북한의 포격도발과 군사적 긴장감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 북한에 한반도 긴장을 증폭시키는 일체 도발의 즉각적 중단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2+2 회동을 하고 남북당국이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당국간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이 상황을 단호하되 평화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정치권은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우리 군에 무한 신뢰를 보내며, 모든 정쟁을 멈추고 초당적으로 대처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오늘 회동은 남북간 긴장 상황에서 여야가 같이 초당적으로 공동대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문 대표측 박광온 비서실장이 우리측 김학용 비서실장에게 회동을 제의하고 저희도 즉각 좋겠다고 합의해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지금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놓여있고 국민의 불안이 아주 크며 우리 경제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평화적으로 상황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여야 대표가 이렇게 합의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여야는 남북고위급회담이 개최되기로 한 것과 관련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2일 청와대가 오후 6시에 남북고위급회담을 개최한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좋은 합의가 도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여야 2+2회담 이후 기자들에게 남북고위급회담에 있게되면 긴장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남북 간에 책임 있는 고위급의 회담이기 때문에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있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우리 당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이어서 아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금 이대로 남북이 강경 대 강경으로 치달아가면 또다른 군사적 충돌로 가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될 경우 비록 그게 국지적인 것으로 되고 우리가 북한에 더 큰 타격을 가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나 후유증은 극심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이 일단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마주 앉아서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욱기자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22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의 한 대피소에 주민들이 몸을 피하고 있다. 연평면은 이날 오후 3시를 기해 주민 대피명령을 내렸다. 연합뉴스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22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의 한 대피소에 주민이 몸을 피하고 있다. 연평면은 이날 오후 3시를 기해 주민 대피명령을 내렸다. 연합뉴스
무력 충돌로 치닫던 남북한이 22일 오후 극적으로 대화에 합의했지만 우리 군은 일단 최고 경계태세를 유지하며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날 "군은 북한군의 포격도발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일 발령한 최고 경계태세를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군은 남북간 대화 중에도 도발을 걸어올 수 있기 때문에 군은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도 계속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 4일 발생한 북한군의 지뢰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라며 "북측이 책임있는 조치를 하지 않는 한 방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21일 대국민 담화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뢰 도발에 따른 우리의 응당한 조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남북한 양측이 고위급 접촉 논의를 하던 전날 밤과 이날 새벽에도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포격도발 직후 국방부에 보낸 전통문에서 이날 오후 5시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며 이에 불응할 경우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하자 북한은 전방 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전면전'까지 거론하며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1일 오후 전격적으로 대화를 제의했고 남북한은 이날 오후 6시 판문점에서 남측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의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참석하는 고위급접촉을 여는 데 합의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대북 확성기 철거를 요구한 시한인 22일 한미 공군 전투기 8대가 한반도 남측 상공을 비행하는 대북 무력시위 기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무력시위 기동에는 한국 공군 F-15K 4대, 미국 공군 F-16 4대가 출격했다. 공군 제공
북한이 대북 확성기 철거를 요구한 시한인 22일 한반도 남측 상공을 비행하는 대북 무력시위 기동을 벌인 미 7공군 소속 F-16 전투기가 임무를 마친 뒤 경기도 한 비행장으로 착륙해 격납고로 향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한미가 연합공군 편대 무력시위 비행을 실시했다"며 "한반도 상공에서 미 7공군 소속 F-16 전투기 4대와 한국 공군 F-15K 전투기 4대 등 2개 편대가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