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과 까이멥(Cai Mep)항은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교역 중심지입니다.” 지난 23일 오후 2시30분께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차로 1시간30분여 거리에 있는 바리아 붕따우성의 까이멥항. 국내기업의 대형 간판이 걸린 케미컬 시설 뒷편으로 ‘KCTC 까이멥 물류센터’가 있다. 이곳은 KCTC가 지난 2019년 조성한 총 면적 6만8천122㎡ 규모의 물류센터다. 한국의 종합물류기업인 KCTC는 지난 2008년 KCTC VINA를 설립해 호찌민시에 본사를 뒀으며, 현재 지방에 7개의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KCTC는 2022년 3월부터는 1만8천㎡ 면적의 까이멥 터미널 B의 운영을 시작해 수출입 통관 전후의 보관, 검사, 화물 적출입 등을 담당하고 있다. KCTC 까이멥 물류센터에는 컨테이너들이 4단 규모로 쌓여 있었으며, 물류창고에서는 베트남 현지 직원이 지게차로 자동차 부품을 바쁘게 정리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KCTC VINA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베트남 남부 동나이 지역에 1만2천㎡ 규모의 복합물류센터 건립 사업 추진을 위한 합자투자계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찌민시는 인근에 대규모 공장이 인접해 있고, 저렴한 인건비로 여전히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며 “효성이나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CTC 까이멥 물류센터 인근에는 까이멥항 TCCT 및 TCIT 터미널에는 이날 1만1천TEU급 선박 등 모두 3척이 접안, 크레인들은 연신 컨테이너를 배에 싣고 있다. 3개의 선석에 선석 길이는 890m, 60만㎡ 면적으로 연간 약 300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호찌민 권역의 대표 항만이다. 이곳은 지난 2009년 6월 베트남 최초의 심해 항구로 개장했으며, 최대 16만DWT(순수 화물 적재 톤수)까지 선박을 수용할 수 있다. 현재 베트남 남부에서 미국과 유럽으로 직항하는 대형 선박이 주로 이용하는 항만이기도 하다. 까이멥항은 사이공 뉴포트 코퍼레이션(SNP)이 운영하고 있으며, SNP는 베트남 국방부 산하 해군에 소속된 국영기업이기도 하다. SNP 관계자는 “까이멥항은 베트남에서 가장 수심이 깊은 항만으로,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에서 선박들이 기항하고 있다”며 “1만4천TEU급 선박 3척이 동시에 접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을 함께 찾은 인천항만공사(IPA) 베트남사무소 관계자는 “까이멥항이나 KCTC 물류센터를 IPA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현지 기관인 SNP 등과 꾸준히 협조체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까이멥항과 인천항이 양국의 교역 중심지로 자리잡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호찌민=이병기기자
화성의 한 공사현장에서 지게차에 운전자가 깔려 숨진 사고와 관련, 현장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6단독 정승화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를 받는 A씨(58)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공사현장 시공사인 B회사엔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B회사의 현장소장인 A씨는 2022년 3월7일 화성의 한 신축 공사현장에서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타일 운반을 위해 C씨에게 지게차를 운행하라고 했다. 이에 C씨는 지게차를 후진으로 운행하면서 경사로를 내려오던 중 난간과 충돌하며 지게차가 전도됐고 깔려 사망했다. 당시 A씨는 지층 상태 등을 사전조사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뒤 작업해야 하지만 이를 하지 않았으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는 같은 공사현장에서 2,3층 후면 테라스 작업 발판을 고정하지 않는 등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정 판사는 “이 사건 사고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고 피고인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대해서는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김정자씨 별세, 안혁씨(전 의왕시 평생교육원장) 장모상=25일, 의왕시티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 26일 낮 12시, 장지 함백산 추모공원.
고양특례시 일산호수공원에서 1억 송이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고양국제꽃박람회재단은 2024고양국제꽃박람회가 26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17일 동안 일산호수공원 일원에서 열린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1997년에 시작돼 꽃전시회와 꽃박람회를 통합하며 국제꽃박람회로 성장해 온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올해 16회를 맞는다. 대한민국 화훼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며 세계 최고의 화훼전문박람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올해 ‘지구환경과 꽃(Flower in the Earth)’을 주제로 변화된 모습을 선보인다. 노래하는 분수광장과 장미원을 행사장에 포함시켜 박람회 총면적이 24만㎡으로 늘어난다. 상업·관광·산업시설을 보다 넓혀 박람회를 통해 꽃의 도시 고양시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화된 고양국제꽃박람회만의 ‘자연정원’을 개발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일산호수공원 내 전통·생태·텃밭정원 등 3곳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전시 연출로 체험 및 예술성을 강화한다. 이번 박람회에는 황지해 정원디자이너를 비롯해 레온 클루지(남아프리카공화국), 폴 허비 브룩스(영국) 등 세계 최정상급 정원 디자이너 3인이 각자 디자인한 세계 작가 정원도 선보인다. 세 사람 모두 영국 첼시 플라워쇼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기획된 국제 플라워 경기대회인 고양 플라워 그랑프리도 볼거리다. 25~27일 각국의 예선을 거친 8개국 10명의 선수가 참가해 화훼장식 작품을 전시한다. 재단은 올해 고양시 화훼농가들과 직계약을 통해 화훼를 직접 수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고양 화훼산업을 활성화하고 고품질 화훼류를 수급하기 위해서다. 화훼농가들이 약 6만본의 화훼를 박람회 화단에 직접 심는다. 입장료는 일반권(만19세~만64세)은 1만5천원, 우대권(만36개월 이상~만18세, 만65세 이상)은 1만2천원이다. 현장 구매하는 고양 시민과 대중교통 이용객은 3천원, 장애인·국가유공자·다문화가정 등은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재단이 밝힌 이번 박람회의 목표는 유료관람객 50만명, 총 관람객 100만명이다. 고양국제꽃박람회재단 이사장인 이동환 시장은 “국내외 30개국 50개 도시, 200여개 기관·단체·협회·업체가 참여하는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세계적인 화훼산업의 발전상, 세계적 수준의 화훼예술, 친환경 정원 꾸미기와 치유활동 등 관련 산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이자 지역 화훼농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형 박람회”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행사장 규모(15만5천㎡)보다 확장된 면적(24만㎡)으로 조성해 행사기간 고질적인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박람회 개최를 위한 혁신적 공간 활용을 위해 일산호수공원 북서쪽 공간인 노래하는 분수광장과 장미원을 포함했다. 실내외 화훼전시, 화훼농가가 참여하는 플라워마켓 등 다양한 볼거리와 꽃문화 이벤트가 펼쳐지는 최대 규모의 2024고양국제꽃박람회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송영진 수원 KT 소닉붐 감독과 ‘간판스타’ 허훈이 출사표를 밝혔다. KT는 지난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창원 LG를 꺾었다. 창단 후 두 번째로 챔프전에 올랐고, 17년 만의 진출이다. 부산 KCC와 우승 트로피를 놓고 혈전을 벌인다. 25일 서울 KBL센터서 열린 ‘2023-24 KBL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 송영진 감독은 “많은 우여곡절 끝에 챔프전에 진출했다.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면서 “선수 시절 함께 했던 전창진 감독과 챔프전서 만나 감회가 새롭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그는 “허훈은 항상 자신 있다. 그 태도 유지하고, 문성곤이 더 당차게 해주면 좋겠다”며 “매 경기 3개 이상의 3점슛을 성공하면 좋겠다. 더 성곤이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과거 전창진 KCC 감독과 ‘사제지간’의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전 감독은 지도자로, 송 감독은 선수였다. 이제 ‘적’으로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이에 대해 송 감독은 “과거 스승이자 베테랑 감독과 결승에서 맞붙어 영광이다. 제가 존경하는 감독이지만, 승부는 승부다”라면서 “제가 꼭 전 감독님을 넘어 챔피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KT ‘간판스타’ 허훈은 “생애 첫 챔프전이다. 정말 힘들게 올라왔고, 누구보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크다”며 “간절함을 갖고 죽기 살기로 뛸 것이다.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라고 했다. 이번 경기는 ‘형제 대결’로도 주목받고 있다. KT는 허훈의 친형인 허웅을 무너뜨려야 승산이 있다. 허훈은 “KCC에 한 번도 지기 싫다. 빨리 끝내고 우승하고 싶다”라면서 “형이 멋진 플레이를 하면서, 부상 없이 챔프전을 마치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도로교통공단 인천지부가 25일 인하대역 사거리에서 유관기관과 함께 ‘횡단보도 손짓’ 캠페인을 벌였다. 이날 도로교통공단 자체실험 결과에 따르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손짓을 하지 않았을 때는 차량의 34%가 정지했지만, 손짓을 했을 때는 88%가 정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단 인천지부는 보행자 교통사고 감소 및 보행자를 배려하는 교통문화 정착을 목표로 캠페인을 벌였다. 케페인에는 도로교통공단 인천지부와 인천운전면허시험장, 미추홀경찰서, 미추홀구청,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인천녹색어머니회 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여했다. 캠페인 참여자들은 신호대기 중인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들에게 횡단보도 손짓 안내 전단지와 홍보용품을 전달했다. 도로교통공단 인천지부 관계자는 “운전자인 동시에 보행자의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정부시자살예방센터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의정부지회와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을 위해 손을 잡았다. 센터는 이원묵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의정부지회장과 문동규 의정부시자살예방센터장을 비롯해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두 기관은 협약을 통해 ▲자살고위험군 조기발견·연계 ▲자살빈발지역 거주자 모니터링 ▲상호간 의뢰-연계체계 구축 ▲생명지킴이 양성 ▲공동의 자살예방홍보 등 상호 협력한다. 문동규 센터장은 “양 기관이 협력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하고 주택에서의 자살사고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묵 지회장은 “중개업을 하면서 외롭고 소외된 이웃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사각의 회색 건물 지붕에 우뚝 선 은빛 나무가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양평군 지평면 초천리에 있는 ‘이재효 갤러리’에도 봄날의 싱싱한 기운이 충만하다. 산자락에 자리 잡은 이재효 갤러리는 입구부터 환상적이다. 주먹만 한 돌멩이를 주렁주렁 매달아 만든 터널을 연출한 작가의 상상력이 재미있다. 허공에 달린 어둑한 터널 끝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나무가 새롭다. ■ 나무와 돌로 빚은 치유와 휴식의 공간 작가는 일상의 사물을 신비롭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를 지녔다. 터널을 지나 매표소가 있는 2층 카페에 들어서면서 또 한 번 놀라운 풍경과 마주한다. 둥근 나무 공이 달처럼 천장에 매달려 있다. 부드러운 나뭇결이 살아있는 조각품이다. 이보다 흥미로운 풍경은 천장이다. 땅에 깔려 있어야 할 나뭇잎들이 천장에 가득하다. 돌이 허공에 달려 있고, 낙엽이 천장을 채우고 있는 낯선 풍경이 너무 재미있다. 이런 것을 ‘발상의 전환’이라 하리라. 과연 전시실과 다름없는 카페는 어떤 풍경일까? 주렁주렁 매달린 자갈돌이 커튼처럼 벽을 장식하고 있고 둥근 나이테가 가득한 나무 공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찻잔이 놓인 테이블도 조각품이다. 평일인데도 외진 시골에 있는 이재효 갤러리를 중장년의 관람객들이 줄지어 찾는 까닭을 알려주는 풍경이다. 카페를 벗어나면 2층 마당이다. 커다란 도넛처럼 생긴 조각품 사이로 붉은 나무 한 그루가 푸른 산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다. 돌멩이로 벽을 만든 돔처럼 둥근 공간이 있고 가운데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잘린 아름드리 등걸에 고맙게도 새 가지가 돋아나 있다. 돌들이 꽃처럼 가득한 마당도 정겹고 사랑스럽다. ‘2전시장’ 문의 손잡이는 나뭇가지로 만들었다. 문을 여는 순간,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수십만 장을 꿰어 길게 늘어뜨린 갈잎 벽이다. 가을 숲길 같은 벽을 통과하니 나타나는 너른 공간에 UFO처럼 생긴 조각품과 백두대간처럼 힘이 느껴지는 조각품이 놓여 있다. 거칠게 톱질한 나무를 연결해 공룡의 등뼈처럼 탄탄하고 우람한 산맥을 연출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벽면의 한곳은 나뭇가지 더미로 채워져 있다. 나뭇가지들이 모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흥미롭다. ■ 모으고 모아 둥글게 둥글게 수천 개의 나무를 잘라 높낮이를 다르게 배치해 입체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둥글게 만 상수리잎 수만 개가 모여 연출하는 풍경도 사뭇 신비롭다. 제 역할을 마친 나뭇잎들을 모아 이처럼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이재효 작가의 상상력은 압권이다. 감탄사를 절로 불러일으키는 전시실을 벗어나면 푸르른 자연이다. 마당을 가로질러 ‘3전시장’으로 향한다. 산새들의 아파트일까? 새집이 과일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가 멋스럽다. 작은 정원 사이로 난 계단을 오르면 철사와 자갈로 벽을 장식한 전시장이 나타난다. 전시장 입구에서 작가 이재효의 화려한 경력을 알려주는 상장과 패널을 마주한다. 이재효 작가는 1997년 한국일보 청년 작가 초대전 대상 수상을 비롯해 1998년 문화관광부 제정 1998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1998년 오사카 트리엔날레 조각 대상, 2000년 김세중 청년조각상, 2002년 우드랜드 조각상, 2005년 일본 효고 국제회화공모전 우수상,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환경조각 작품전 우수상 등을 수상한다. 전시장은 밖에서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크다. 물론 전시된 작품도 대작들이 많다. 둥근 고리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조각이 관람객의 눈길을 압도한다. 자잘한 나뭇가지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고 두텁게 낙엽을 깐 바닥이 아늑하고 편안하다. 갈색은 마음을 따스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신비로운 힘을 가졌다.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저 강렬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꼬물꼬물 수백 마리의 벌레처럼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휘어진 못이다. 휘고 갈린 못은 한글로 부활해 관람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나무에 박힌 못들이 노래를 들려주는 듯 물고기처럼 물결처럼 기둥을 채우고 있다. 반짝이는 못을 품고 있는 것은 그을린 5m 금강송이다. 작가의 가족과 스태프들의 가족 이름까지 못으로 심고 갈아낸 독특한 작품이다. 원형의 조각품은 무엇일까? 줄에 매달린 수백 개의 돌멩이가 빛과 어울려 연출하는 신비로운 풍경이 압권이다. 나뭇가지를 묶어 웅크린 고슴도치처럼 보이는 작품도 신비로운 빛에 감싸여 있다. 화투를 한 장씩 열을 가해 꽃잎처럼 구겨낸 뒤 붙인 부조는 몇 걸음 떨어져 보면 마치 장미꽃밭처럼 화사하다. 단순한 소재가 작가의 손을 거치면 이처럼 놀라운 작품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작가의 기발한 실험과 상상력은 관람객을 빙긋 웃음 짓게 하고 연신 감탄사를 토하게 만든다. ■ 자연에서 찾아낸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 나무 줄기를 모아 지구본처럼 둥글게 깎아 만든 거대한 나무 공, 이재효 작가의 작품들은 우아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앞에서 봤듯 작품을 이루는 재료는 나무와 이파리, 못, 나뭇가지처럼 우리 주위에 널린 흔한 물건들이다. 역시 작가의 명성을 높여준 것은 나무 작품이다. 밤나무, 잣나무, 낙엽송의 분홍빛 속살에서 자연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못을 구부리고 갈아 글자들이 반짝이는 기둥이다. 나무에 새겨진 숫자는 얼핏 주민등록번호처럼 보인다. 0121-1110=112035, 0121-1110=1080815. 산수 문제처럼 보이는 글자가 사실은 작가의 이름이라니 놀랍다. 01은 ‘이’, ‘21-1’은 ‘재’, ‘110=1’은 ‘효’를 옆으로 누인 것이다. 그 뒤 숫자는 일련번호로 붙인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작품 곳곳에 뜻밖의 재미를 숨겨 놓았다. 철계단을 올라 들어선 ‘4전시장’은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관람객들을 가장 편안하게 해 주는 공간이겠다. 연필이 작품으로 변신했다. 깎은 색연필을 한데 묶고 잘라 붙여 전혀 새로운 느낌을 전달한다. 두꺼운 흰 종이에 칼날로 오려 살짝 들추면 2차원의 평면이 3차원의 입체로 변신한다. 오래된 책, 용접봉, 연필, 철판, 철사, 나뭇가지 등 버려지거나 보잘것없는 재료로 만든 작품들이 보석처럼 빛난다. 쓸모없는 것이 생명보다 더 오랜 생명력을 가진 작품으로 부활한 것이다. 창작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출한 드로잉을 만날 수 있는 ‘5전시장’은 더욱 친숙하고 편안하다. 포르텔 피아노가 놓인 전시장은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소품들로 가득하다. 한 알의 씨앗에서 싹이 나와 거목으로 자라는 과정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재효 작가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은 나무 작업이다. 잔가지나 쓸모없이 버려진 나무 둥치들을 한데 뭉쳐 둥그런 원형으로 잘라낸다. 버려진 나뭇가지나 냇가의 돌멩이처럼 하찮은 소재를 고도의 집적을 통해 하나의 미술품으로 재탄생시킨 작가의 손길이 사랑스럽다. 작품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조형으로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을 거쳐야 했을까. ■ 풋풋한 시골의 감수성으로 세계를 감동시키다 이재효 작가는 해인사 팔만대장경으로 유명한 경남 합천군 가야면 출신이다. 해외에서 더욱 유명한 스타 조각가지만 무명의 오랜 세월을 지나왔다. 1992년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5년간 작품을 한 점도 팔지 못했을 정도였다. 오롯이 한 우물만 판 이 작가는 이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라 명성을 누리고 있다. 자연과의 교감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조각가 이재효의 작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W호텔의 나무 작품 ‘미로’를 비롯해 63빌딩,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도 만날 수 있다. 미국 워싱턴의 파크하이엇과 라스베이거스 MGM호텔, 스위스 제네바 인터콘티넨털 호텔, 중국 파크하이엇, 독일 그랜드하이엇, 오스트리아 크라운 호텔 등 세계 유명 호텔에 작품이 설치됐다. 작가가 들려주는 다음과 같은 고백은 자연의 위대한 가르침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시골 논밭에서 뛰어논 감수성과 경험이 지금 제 예술의 모태가 됐습니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
㈜ERS(에코리프로덕션서비스·대표 김병한) 임직원들이 25일 오산 세마역에서 1분기 환경정화활동을 했다. 이날 임직원 50여명은 2시간에 걸쳐 세마역 앞 광장과 인근 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 휴지, 낙엽 등 10여 포대를 수거했다. 오산시 생활쓰레기 수집업체인 ㈜ERS는 매분기 세마역을 비롯해 시민의 발길이 잦은 곳을 택해 환경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김병한 대표는 “노면 청소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을 중심으로 쓰레기를 줍고 있다”며 “깨끗한 길거리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형제자매에게 고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 상속을 강제하는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1∼3호에 대해 2025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을 인정하고 그때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4호는 위헌으로, 특정인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가족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않는 구성원에게 유류분을 받을 권리를 빼앗는 보완 제도를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현행 민법은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법정상속분)을 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면서 유언을 남기지 않으면 이에 따라 배분한다. 유류분(遺留分)은 유언이 있더라도 받을 수 있다. 자녀·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다.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남은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고자 1977년 도입됐다. 문제는 이러한 유류분 제도의 특징 탓에 오히려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