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아웃’에 무더기 사직 우려… 인천지역 전공의 복귀 고작 15명

인천 지역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및 출근 거부가 1개월여 이어지면서, 일선 의료 현장에 남아 있는 교수 등 전문의들이 극심한 피로감에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며 사직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12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의 전체 전공의 540명 중 471명(87.2%)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365명(77.4%)이 출근하지 않았다. 현재 시는 미복귀한 전공의들에게 불이행확인서를 보내고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행정처분 및 사법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현장으로 복귀한 전공의는 고작 15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의 병상률은 종전 80%에서 57.6%로 대폭 줄여 운영 중이다. 가천대 길병원의 병상가동률을 51%, 인하대병원는 60%이다. 중증이 아닌 환자들의 수술을 연기하는 등 수술 건수도 평상시의 40~50% 수준으로 급감했다. 또 입원환자가 줄어든 외과·비뇨기과 등의 병동을 통합해서 한 병동으로 줄이는 한편, 간호사 및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등을 권고하는 등 비상 운영 중이다. 지역의 한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절반쯤 돌아오면 다행이겠다 싶을 정도로 이들의 복귀 가능성은 낮다”며 “전공의가 많이 있던 내과 등은 이제 과거처럼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보건 당국은 진료보조(PA) 간호사 464명 및 공보의 4명 등을 투입해 의료 공백을 막으려 했지만, 아직까지도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로인해 현장에 남아 전공의 대신 업무를 맡은 전문의나 교수 등은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야간 당직을 격일로 서는데다, 각종 전공의 업무까지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정규 근무를 비롯해 한번에 36시간씩 서는 야간 당직을 1주일에 3번씩 서고 있다”며 “이제 1개월 가까이 되어가는데 몸이 망가지고 정신적으로도 무너져 번아웃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돌아올 전공의들을 기대하며 버티고는 있지만, 이젠 다음주가 고비”라며 “이미 ‘우리도 같이 사직하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정부의 2천명 의대 증원 등에 반발하는 교수들도 단체 사직에 편승하는 분위기다. 보건 당국은 2~3주 안에 전문의들 중에서도 사직서 제출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인천 상급종합병원에 있는 전문의는 인하대병원 280명, 길병원 300명 등 모두 824명에 이른다. 시는 현재 대형병원 전문의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아직 전문의나 교수까지 그만두는 위험 수준은 아니”라며 “다만, 다음주부터는 사직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의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용인 신축 아파트 ‘배달 갈등’…“지상출입 금지” vs “과한 처사”

용인특례시 처인구의 한 신축아파트 입주민과 인근 지역 배달대행업체 간 배달 차량 진입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입주민들은 이륜차(오토바이)·화물트럭 등 배달차량 지상 진입을 반대하고, 배달대행업체 및 배달원 등은 입주민 측 처사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12일 처인구 A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민 등에 따르면 현재 단지로의 음식이나 택배 등 배달은 차량의 특성과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되고 있다. 단지 내 차량 지상 진입은 소방차, 이삿짐 운반차, 쓰레기 수거차 등 특수한 경우에만 한해 허용된다. 지상 구역이 보행 친화적인 공원 형태로 설계됐기 때문에 모든 차량은 지하 주차장 진입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차고가 높은 대형 화물차 등은 불가피하게 지상으로 진입하고 이륜차와 소형 트럭 등은 지하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경비실 제지가 없거나 입주민 통행이 뜸하다고 판단되면 기사 재량에 따라 지상으로 들어가는 등 정해진 기준과 수칙이 없다. 이에 지난 1월1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두 달 간 진행되는 입주기간이 지나면 배달차량 지상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40대 부부로 어린 아이를 둔 가구가 많은 데다, 전체 입주민의 70%가량은 아파트가 설계된 원칙대로 배달업체와 협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어서다. 입주민 이강원씨(가명·40)는 “아이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단지인데,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지상에 돌아다니면 위험할 것 같다”며 지상 운행을 반대했다. 현재 인근 지역에서 A아파트단지 배달을 관할하는 대행업체 4곳은 관리사무소 측과 협의점을 찾기 위해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B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지난 1월 입주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레 주문량이 많아지다 보니 서로 협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관리사무소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배달원들은 지하주차장 출입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적절한 협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배달원 C씨는 “아이들을 비롯해 입주민이 많이 통행하는 시간대를 피해 지상 진입을 허용하는 등 서로의 입장을 절충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어떤 것보다도 입주민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핵심 승부처, ‘스윙보터’ 표심 향배 촉각 [4·10 총선]

4·10 총선이 20여일 밖에 남지 않으면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승부처로 여겨지는 스윙보터(지지 정당·정치인 없이 선거 당시의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의 유권자) 선거구에 대한 경기도 표심의 향배에 이목이 집중된다. 12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1대 총선에서 수원병과 성남 분당을을 비롯해 1~2위의 표차가 10%포인트 안팎이었던 스윙보터 선거구는 20곳이다. 이중 민주당이 수원병, 성남 분당을, 고양병, 고양정, 의왕·과천, 시흥갑, 용인병, 용인정, 김포을, 화성갑, 평택갑, 안산 단원을, 남양주병, 안성 등 14곳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2년 뒤 20대 대선에선 양상이 달라졌다. 민주당이 현역인 성남 분당을과 의왕·과천, 용인병·정 4곳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득표율이 앞섰고, 시흥갑과 안산 단원을을 제외한 수원병, 고양병, 고양정, 남양주병 등 8곳에선 격차가 줄었다. 성남 분당을은 지난 총선때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김민수 후보를 2.24%포인트 격차로 이겼지만,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를 16.18%포인트로 크게 앞섰다. 의왕·과천도 지난 총선때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미래통합당 신계용 후보를 5.45%포인트 격차로 제압했다. 대선에선 윤 대통령이 이 후보를 5.07%포인트로 이겼으며, 특히 과천에서는 윤 대통령이 경기지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 지난 총선때 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미래통합당 이상일 후보에게 3.61%포인트로 신승을 거두며 국회 입성에 성공한 용인병은 대선에선 윤 대통령이 8.24%포인트 격차로 이 후보에게 승리했다. 용인정 역시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9.67%포인트 차이로 미래통합당 김범수 후보를 앞섰지만 대선에선 판세가 바뀌어 윤 대통령이 이 후보를 2.14% 포인트 격차로 따돌렸다.

[경기만평] 찻 잔 밖으로...?

[사설] 조국, 그가 어떻게 ‘논문 범죄’를 말하는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한동훈 특검법’을 약속했다. 22대 국회 첫 번째 행동으로 발의하겠다고 했다. 특검 수사 대상도 자세히 밝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딸 논문 대필 의혹이 있다. 김웅 의원·손준성 검사장의 고발사주 의혹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총장 정직 소송 직권 남용도 있다. 한 위원장이 당사자이거나 법무장관으로 처리했던 업무다. 조 대표는 특검법 발의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검찰독재정권 조기 종식과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서다.” ‘검찰독재정권 조기 종식’은 야권의 공통된 총선 이슈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이 기본 소재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가장 큰 어젠다로 내세우고 있다. 수사는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동조하는 여론도 많다. 총선에서 표로 나타날 승패가 여론을 표현할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을 조 대표에게서 듣는 건 여간 거북하지 않다. 사법 정의 실현이라는 주장과 선뜻 연결되지 않는다. 과연 조 대표에게 ‘자녀 논문 대필’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부인 정경심 교수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공소 사실에 딸 조민씨의 스펙 조작 혐의가 있다. 단국대 의대 연구팀 논문 1저자 허위 등재다. 공주대 논문초록 3저자 허위 등재도 있다. 모두 대법원에 의해 ‘유죄’가 확정됐다. 조 대표 본인도 이 입시비리에 연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둔 현재 징역 2년의 실형이다. 이런 처지에 있는 그가 ‘논문 비위 특검’을 약속한 것이다. 특검의 주체가 될 테니 표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비난에 앞서 작금의 정치판에 흐르는 보편적 정식을 보자. 실형 선고는 물론 벌금 전과도 철퇴를 맞는다. 행정벌이라고 칭하는 음주운전 벌금형도 봐주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적용한 예비 후보 탈락 기준이 있다. ‘선거일부터 15년 이내 3회, 10년 이내 2회 이상 적발 시 윤창호법 시행 이후(2018년 12월18일) 적발’이다. 이 기준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기준을 통과한 후보들이 욕을 먹는다. 20년 된 1회 음주에도 비난을 받으며 사과하고 있다. 그게 여론이고, 그게 양심 아닌가. 조국혁신당이 약진하고 있다. 비례대표 선호도에서의 지지세가 눈에 띈다. 이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유권자들의 고귀한 뜻이다. 정치적 목소리를 키울 만하다. 하지만 그가 넘어선 안 될 선이 있다. 허락돼선 안 될 화두가 있다. 입시 비리, 자녀 특혜, 논문 위조다. 유죄로 확정된 그와 가족의 행위다. 그때 박탈 당한 청년들의 상실감이 여전히 깔려 있다. 십 몇% 지지에 눈 가려 그걸 휘젓는다면 본인에게도 좋을 것 없다.

[사설] 어린이집·유치원 CCTV 규정 제각각, 일원화해야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폐쇄회로(CC)TV 관련 규정이 다르다. 어린이집은 CCTV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유치원은 ‘권고’여서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 유치원에 CCTV가 설치됐다 해도 열람이 쉽지 않다. 학부모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하거나, 다른 어린이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어린이집의 CCTV 설치는 지난 2015년 아동학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의무화됐다. 당시 인천 송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CCTV 영상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정부는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발생에 대한 대응책과 예방책으로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아 관련 법을 개정했다. 이 법에 따라 어린이집은 보육실과 공동놀이실, 놀이터, 식당 등 곳곳에 1대 이상의 카메라를 설치해야 하며, 60일 동안 영상을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어린이집 CCTV 설치는 의사표현 능력이 부족한 영유아의 인권을 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학부모들은 안전사고나 아동학대 등이 의심되면 언제든지 열람을 요청할 수 있고, 별다른 이유없이 거부하면 어린이집 측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영상 정보를 분실, 유출, 변조, 훼손하는 것도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해진다. 교사들에겐 정서적·심리적 어려움과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어린이집 CCTV는 안전지킴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유치원은 그렇지 못하다.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의 적용을 받고,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기반해 운영된다. 법률 자체가 다르다 보니 유치원은 CCTV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학부모들은 불안해한다. 인권과 사생활 침해 문제를 넘어 교사와 기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깊어서다. 실제 안전사고나 학대 등이 종종 일어나다 보니 유치원 교실에도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유열람 보장’도 요구하고 있다. 안전사고 등의 문제가 있는데도 열람하려면 학부모 전체의 동의를 받거나, 모자이크 처리 비용 등 정보공개수수료를 학부모가 부담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증거 확보를 위한 비용까지 피해자에게 청구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유아 교육도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교육 영역으로 교육부 등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게 맞다. 제각각인 어린이집과 유치원 CCTV 규정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유치원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유치원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예단하는건 아니다. CCTV가 교사를 보호할 수도 있다.

[김종구 칼럼] 김진표 퇴장과 공항 퇴조

내 기억이 맞다면 2020년 1월이다. 당시 수원시장의 빙모 상가였다. 21대 총선 석 달 앞이었다. 다른 곳은 공천에 여념이 없었다. 딱 한 곳은 경선 무풍지대였다. 그도 그럴 게 4선의 김진표였다. 음료수를 마시며 말한다. “군공항 문제나 마무리 짓고 끝내야지.” 내게는 그게 김진표 출사표였다. 석 달 뒤 5선이 됐다. 또 2년 뒤 후반기 국회의장이 됐다. 그날의 독백을 실천에 옮겼다. 특별한 법을 대표 발의했다. 수원 공항 이전 특별법이다. 국회의장은 3부 요인이다. 어른 노릇만 하면 되는 자리다. 법안 발의에 이름 넣을 ‘군번’이 아니다. 대개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못할 건 없다. 의장을 떠나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장 자리가 주는 중량감까지 있다. 흔치 않지만 법안을 발의하는 전임자도 있었다. 20대 후반기 문희상 의장이 그랬다. 미군 공여지 지원 특별법이었다. 지역구인 의정부의 숙원을 담아 낸 발의였다. 김 의장에게는 ‘군 공항 특별법’이 그랬다. 수원에 대한 도리였다. 그해 선거, 수원은 민주당 싹쓸이였다. 김승원(갑)·백혜련(을)·김영진(병)·박광온 의원(정), 그리고 김진표 의원(무)이다. 5명 모두가 ‘공항 이전’을 공약했다. 7대 공통 공약이었다. 특례시, 팔달경찰서, 서수원 개발, 북수원 개발, 매탄동 재개발, 철도 확충, 그리고 군공항 이전이다. 당사자들은 ‘한 것’, ‘추진중 인 것’, ‘보류 된것’으로 나눈다. 그러면서 ‘보류 중’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지역민에겐 ‘한 것’ 아니면 ‘못한 것’이다. 공항은 ‘못한 것’이다. 법안 전망은 밝지 않다. 상임위 의안 상정도 못했다. 회기가 종료되면 자동 폐기된다. 그런데도 4명은 이걸 얘기한다. 공동발의자 참여를 공적처럼 내세운다. 정말 그럴까. 아무리 봐도 궁색하다. 공동 발의자는 이들 말고도 14명이나 된다. 화성에서 50㎞ 떨어진 광명 양기대 의원도 했다. 바다 건너 제주 서귀포 위성곤 의원도 있다. 다른 ‘공항 실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용역비 2억원 세웠다’는 자랑도 하던데.... 글쎄다. 그 사이 화성이 개벽했다. 인구 수 100만명을 넘어섰다. 2년 계속 유지하면 특례시 조건이 된다. ‘머잖아 150만’이라는 전망까지 있다. 산업 규모에서도 수원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주력 산업이 반도체와 자동차다. 두 분야의 생산 기지가 모두 있는 유일한 지자체다. 대통령이 참석해 전기차 시대를 선언했다. 24조원 신규 투자의 핵심이 현대차 남양연구소다. 예산에서도 수원을 앞질렀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81조원이다. 수원(33조)의 2.5배다. 양쪽 시세(市勢)가 바뀐 것이다. 인구에서 화성이 수원을 따라잡았고, 예산에서 화성이 수원을 앞섰고, 산업에서 화성이 수원과 벌려놨다. 아주 최근에 이뤄진 역사다. 21대 국회 임기와 겹친다. 이를 근거로 깨놓고 말해보자. 공항 이전은 더 멀어진 거 아닌가. 저런 게 다 공항 이전의 논리였다. 인적 드문 화성 인구, 부족한 화성 예산, 미래 없는 화성 산업.... 그러니 ‘소음’을 옮기자는 거였다. 그 조건이 왕창 변했다. 되겠나. ‘5선 김진표’가 마지막 사명이라고 했다. 그 사명으로 ‘특별법 발의’까지 왔다. 여기까지가 그의 여정이다. 이제 그도 수원 정치에서 비켜선다. 부총리·5선·의장이 사라진다. 마침 화성에는 국회의원이 늘었다. 그러자 수원시민이 궁금해한다. 수원에서 공항 선거는 여전히 유효할까. 수원에서 공항 공약은 또 나올 것인가. 나온다면 어떤 공약을 내놓을 것인가. 혹시 ‘특별법 재추진’을 약속할 것인가. 어느 걸 해도 식상하지 않겠나. 공항 공약에 ‘空約’ 불신이 커져 간다.

[경제프리즘] 선거비용에 관한 생각

2024년 4월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는 날이다. 매년 선거철이 되면 여야 할 것 없이 현역 국회의원이든 초선을 노리는 예비후보든 경선 및 공천에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 후보가 되면 자신이 지역구를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점을 목소리 높여 유권자들에게 설득하는 선거운동을 한다. 그런데 선거운동의 모습을 보면 선거운동원과 선거유세차를 동원하고 선거를 돕는 다른 정치인 및 가족들이 해당 후보자의 이름을 확성기를 통해 계속 외치거나 전광판을 세워 후보자의 연설을 계속 틀면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현수막과 유세를 위한 전단지나 명함 등이 마구 뿌려지는데 정치에 관심이 있든 없든 그 모습을 보면 선거를 치르기 위해 상당히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예전에 집안을 조금씩 말아먹으려면 고시공부를 하고, 한번에 말아먹으려면 정치를 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같이 스마트폰이 잘돼 있는 세상에서 오프라인을 시끄럽게 만드는 선거운동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어떤 사람은 정보기술(IT)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 선거를 실시하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펴기도 하는데, 은행 업무를 애플리케이션으로 진행하는 것에 비춰 보면 위와 같은 논리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선거를 진행하면 각 후보자의 공약과 전문성을 쉽게 비교할 수도 있고, 투표소에 가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투표소 운영 및 선거개표에 소요되는 막대한 세금도 아낄 수 있다. 물론 선거 결과가 너무 빨리 나오게 될 것이므로 개표방송을 보면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될지를 기다리는 스릴(?)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겠다. 현재 기술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투표가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지 않는 것은 정치인들이 그와 같은 투표방식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스마트폰을 이용한 투표에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면 될 것인데,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막대한 세금을 들여 현재와 같은 선거실시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까? 스마트폰으로 선거를 실시하면 불이익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더 큰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닐까? 쓸데없는 비용의 지출을 원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므로 선거방식을 대대적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은 비용이 적게 들고 편리한 투표를 하고 싶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인사동에 가면

삼월도 벌써 깊다. 갇혀 있던 작업실을 벗어나 인사동길에 올랐다. 존경해온 서양화가 송창 선배님의 전시를 보기 위해서다. 전철 밖으로 봄기운이 흐르는 풍경들을 덧없이 바라본다. 허기처럼 고향 생각도 나고 봄날 하늘 가신 부모님도 그립다. 인간미 풋풋한 송 작가님은 뵙기로 한 시간에 정확히 도착하셨다. 멋진 작품을 둘러보고 이미 가득한 작가들과 오늘 저녁 뒤풀이를 맞이해야 하는 선배를 놓아드렸다. 대신 친구와 풍습처럼 식사와 반주를 곁들였다. 대학원 동기이자 서양화가인 그녀는 인사동에 갈 때마다 마주했다. 우리라는 단어를 품을 만한 다양한 레퍼토리로 10년의 희로애락을 결속한 동료다. 초창기는 서로의 작품관과 예술에 대한 담론이 화두였지만 요즘은 일상적 넋두리와 자식 담화가 대부분이다. 이야기가 익을수록 술잔의 속도가 빠르다. 술은 너와 나의 내면을 표현하는 익숙한 수단 같다. 인사동에 저녁이 내린다. 오늘 밤 문화센터의 야학을 위해 부랴부랴 전철에 몸을 실었다. 한 시간 반, 지루한 길이다. 외롭지 않은 우리라는 공동체를 대체할 시 한 대목을 떠 올렸다. ‘참새들에게 호랑가시나무 덤불이 천국이듯 우리의 겸손한 천국도 갸륵한 슬픔으로부터 온 것이다. 나를 울게 한다. 그것은 먼 곳에 있고 가질 수 없지만, 그것은 분명 내 몸속에 있다. 수평의 먹줄을 튕기며 번지는 기억. 시간이 벗어두고 간 외투는 잘 보관하기로 하자.’ –박서영 ‘우리의 천국’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