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없어 신고도 못해”…전기스쿠터 불법 온상 [현장, 그곳&]

“장애인 주차 구역에 무단 주차해도 번호판이 없어 신고도 못합니다.” 26일 수원특례시 영통구 일대 아파트. 장애인 주차장을 번호판 없는 배달용 전기스쿠터 1대가 차지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차를 하기 위해 ‘장애인 사용자 자동차 등록 표지’를 붙인 채 온 차량 한 대가 스쿠터를 보더니 다른 주차 공간을 찾아 아파트 주차장을 빙빙 돌았다. 주차 공간이 없자 다시 돌아온 차주가 힘겹게 차에서 내려 전기스쿠터를 신고하려 했지만, 번호판이 없어 발만 구를 뿐이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화성시 반월동 일대 도로에서는 번호판이 없는 전기스쿠터 2대가 꽉 막힌 도로 위 차량 사이사이를 지그재그 형태로 가로지르며 아찔한 곡예운전을 펼치고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정지 신호를 무시한 채 질주하는가 하면 인도와 차도를 번갈아 오르내리는 등 위험천만한 운행을 이어갔다. 이현채씨(가명·28)는 “전기스쿠터는 인도까지 넘나드니 오토바이보다 더 제멋대로 운전을 하는 것 같다”며 “번호판이 없어 신고하기도 어렵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전기스쿠터가 각종 불법행위로 시민들의 불편과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시속 25㎞ 미만인 전기스쿠터는 번호판마저 없어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전기스쿠터는 내연 이륜차보다 경제성과 편의성이 높아 배달 문화의 확산과 함께 급속도로 늘었다. 그러나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최고 속도가 25㎞를 넘지 않는 전기스쿠터는 이륜차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번호판 부착이나 보험 가입 등의 의무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기스쿠터가 도로와 주거지역을 넘나들며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지만, 현장에서 관계기관에 단속되지 않는 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번호판이 없으면 법규 준수 의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기스쿠터에 고유 인식 태그라도 설치하게 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시속 25㎞ 미만 전기스쿠터는 이륜차나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이동장치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다만 불법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유관기관과 관리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비만 오면 ‘침수’... 하남도시公, 위례롯데캐슬 배수 손본다

하남 위례롯데캐슬아파트가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를 겪는 가운데 배수 문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시의회가 현장조사 등 공론화를 서두르자 도시공사와 롯데건설 등이 보강공사 등을 약속해서다. 앞서 시의회는 현장조사 등을 검토하면서 강경한 입장(경기일보 20일자 인터넷)을 밝힌 바 있다. 27일 하남시의회와 하남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도시건설위는 지난 23일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위례롯데캐슬 입주자대표회 및 하남도시공사 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마철 이전까지 배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설 명절 이후 보강공사 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입주자대표회는 이에 발맞춰 설 명절 이후 주민과 전문가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뒤 향후 추진 예정인 공사를 지켜보며 의견을 개진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보강공사라는 합의에도 주민과 공사가 바라보는 배수 문제는 다소 거리가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배수 문제를 두고 하자 시공으로 판단하고 있는 주민들에 반해 하남도시공사는 하자로 규정할 만한 근거가 명확치 않다는 입장이다. 하자보수공사가 아닌 보강(개선)공사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박선미‧정병용‧금광연‧정혜영‧최훈종‧오승철 시의원은 지난 17일 위례롯데캐슬아파트 현장을 조사한 뒤 행정사무감사 등 고강도 대응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걸 위례롯데캐슬입주자대표 회장은 “조만간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남도시공사 관계자는 “시공사가 구멍을 뚫어 물 빠짐이 이뤄지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하남도시공사가가 시행하고 ㈜롯데건설이 시공한 위례롯데캐슬아파트는 지난 2016년 1월 완공된 1천673가구 규모로 주민 5천300여명이 입주해 있다.

미성년자 때부터 두 차례 살인 60대…출소 뒤 '또 살인'

미성년자 시절부터 두 차례의 살인 범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30여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가석방된 60대 남성이 출소 6년 만에 또다시 세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박옥희)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64)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1일 남양주시 한 주택에서 함께 살던 남성 B씨(29)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당일 B씨가 A씨의 성기를 만지고 용돈을 달라고 요구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둘은 사건 발생 한 달여 전 포천시의 한 정신병원에서 알게 된 이후 연락을 이어가다 B씨의 집에서 함께 살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A씨는 두 번의 살인 전과로 교도소에서 수십 년간 복역한 전력이 있다. 미성년자 시절인 1979년 4월 전북 완주군에서 10세 피해자 C양이 자신을 놀렸다는 이유로 살해한 뒤 시신을 자택 안방 다락에 숨기고 서울로 달아났다가 검거됐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전주지법에서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1986년에는 교제하던 동성 피해자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격분해 살해했다. 이 사건의 재판도 전주지법에서 열렸으며, 재판부는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될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 형을 내렸다. A씨는 목포교도소에서 30여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2017년 10월27일 가석방돼 풀려났다. 그러나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사회로 나온 A씨는 출소 6년 만에 또다시 세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A씨의 지능지수(IQ)는 70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미 2회에 걸쳐 무고한 피해자들을 살해해 징역형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재차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다만 범행을 자백하고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 왔고 범행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피고인의 정신적 문제가 이 사건 범행의 복합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마음건강 살펴 자살률 낮춰야” [빛바랜 자살예방 대책③]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 중 직장인 마음건강 지원 등 일부 정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살자의 절반 이상이 직장인인 만큼 이들에 대한 마음건강 지원을 확대해 자살률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를 기록하는 등 정신건강 지표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만큼 정신건강정책의 대전환을 이뤄 10년 안으로 자살률을 50%로 감축하고자 함이었다. 정부는 당시 발표에서 직장인 마음건강 관리를 위해 인프라 조성, 지원체계 강화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자살자 중의 절반 이상은 직장인인 만큼, 이들의 마음건강을 잘 살펴 자살률을 효과적으로 감축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또 각 시군 본청에 자살예방정책 전담팀을 구성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통계청의 ‘2022년 직업(15~64세)별 자살 현황’에 따르면 전체 자살자 9천234명 중 4천499명(48.7%)이 ‘학생, 가사, 무직’ 신분이며, 나머지 51.3%가 직업을 갖고 있는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직장인 마음건강 지원사업 중 일부 정책들이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정부는 사업주가 상시근로자에게 실시하는 ‘일반건강진단’ 항목에 정신건강 영역을 추가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건강 영역 추가를 위해선 근로자 건강진단실시기준 고시 개정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고용노동부 내부에서 고시 개정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정부는 해당 발표에서 각 시군에 자살예방정책 수행 전담팀 구성을 권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보건복지부 차원의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경기도에는 자살예방전담팀이 설치·운영되고 있지만, 각 시·군에는 자살예방 전담팀이 없다. 통상 각 시·군에서 자살예방 관련 업무는 일선 보건소에서 맡아 이뤄지고 있다. 반면, 현재 전국적으로 14곳인 직업트라우마센터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중대산업 사고, 동료의 자살 등 충격적인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근로자가 트라우마 증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직업트라우마센터를 운영 중인데, 고용노동부는 올해 9곳 추가를 위해 관련 예산 13억을 추가로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 공모를 거쳐 지역을 확정해, 하반기에 개소한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직장인 마음건강 관리를 위해 내놓은 대책들이 하루 빨리 실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표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은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겠다고 밝힌 점에선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데이터에 근거해, 실현할 수 있는 것들부터 차근차근 이뤄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병원에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직장 내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며 “문제는 성폭력이나 직장 내 갑질 등 정신건강을 해칠 만한 사건이 발생해도 상담이나 치료비 지원 등 회사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정부 역시 실질적인 지원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마음건강 지원 정책이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다면, 자살예방에서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K-ECO팀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벼락같은 예술의 '짓거리'…'남수·북파 오롯한 온새미로'[전시리뷰]

“예술은 언제나 ‘처음’을 일으킨 날벼락 같은 ‘미학적 사건’들로 새로워진다. 낯선 처음이야말로 일상을 뒤흔들어 새 날을 여는 ‘나아감(進步)’이요, 새 날의 ‘오늘’이며, 화들짝 깨우치는 ‘깨달음’이다.” 파주와 수원, 경기도 북부와 남부 정 반대의 공간에서 온 회화, 조각, 사진, 문인 등 30여명의 작가들이 한 날, 한 시에 모여 들었다. 전시 공동 기획자 김종길 미술평론가는 ‘남수·북파’가 던지는 화두를 위와 같이 이야기했다. 지난 22일 수원시 팔달구 예술공간 아름·예술공간 다움·실험공간UZ 3곳에서 ‘2024 휘말리는 벼락예술-남수·북파(南水·北坡) ­오롯한 온새미로’ 전시가 펼쳐졌다. 초대작가 23팀과 ‘이음’으로 참여한 홍일선, 이덕규, 이문재 시인 그리고 소문을 듣고 참여한 작가 등 총 32팀의 예술가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3시간이란 한정된 시간 동안 글짓(벽시), 그림짓(벽화), 몸짓(행위), 꾸밈짓(설치) 등을 펼쳤다. ‘남수·북파’는 경기남부 수원시와 경기북부 파주시를 줄인 말로 마치 베틀을 짜듯 남쪽과 북쪽을 오가며 예술인들이 한 날 한 시에 벼락같이 모여들어 날 것 같은 예술의 ‘짓거리’를 펼치기로 작당한 것이다. 지난해 8월 파주에서 열린 첫번째 전시에 이어 수원에서 열린 이번 전시의 주제는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긴 그대로를 뜻하는 ‘오롯한 온새미로’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겠다는 온새미로의 미학이 벌인 한바탕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일순간에 모여든 이들은 어떤 걸림도 없이 각자의 예술 감흥을 쏟아내듯 그려냈다. ■ 벼락 같은 사건…생긴 그대로, 날 것 그대로 창밖으로 눈이 날리던 22일 오전, 예술공간 아름의 공간 사방에서 작가들은 정신없이 자신들의 작품에 몰두하고 있었다. 홍일선 시인은 요즘 시는 한 근에 얼마냐 물어봤다던 농부와의 일화를 녹여낸 시를 붓으로 펼쳐내 벽에 걸었고, 조각가인 금누리 작가는 맞은 편의 공간에서 지구와 땅, 중력의 힘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작업을 마친 이들은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은 작가들에게 ‘유쾌함’의 시간이었다.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마당은 넓혀 놨다. 작가들은 늘 하던 활동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시도했다. 서로다른 분야의 작업 활동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즐거움과 영감을 줬고, 때로는 하나의 작품을 릴레이로 이어나가며 교류했다. 이는 곧 관객에게도 전달될 것이다. 북파(북부에서 온) 권민호 작가는 평소 건축 드로잉을 한다. 권 작가는 기존에 하지 않던 방법으로 3시간의 정해진 시간 안에 ‘사고를 치자’고 생각했다. 창밖에 눈이 펼쳐지는 것을 보며 즉흥적으로 손이 움직였다. 그는 “평소에는 경직된 작업의 자를 대고 ‘수직’을 표현하는 일을 많이 하는데, 이곳에 오며 수원에 눈이 많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눈을 담아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직이 아닌 동그란 원형을 마음껏 쏟아냈다. 사진작가인 김정대씨는 관람객이 오가는 통로 바로 앞 바닥에 하얀 캔버스를 드리웠다. 평소였으면 혹시나 발자국이 찍힐까 피했겠지만 작가는 “마음껏 밟아달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전시기간인 2주 동안 수많은 사람이 오가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발자국이 찍힐 것”이라며 “사진으로 형상을 담아내기 위해 오랜기간 장노출을 하듯 이곳 외에도 돼지우리, 도로, 카페, 관공서 등 움직이는 형체가 있는 곳에 캔버스를 설치하며 공간에 녹아난 시간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캔버스는 필름이 되어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담길 것이다. 작업의 의의도 다양했다. 이번 전시에 공동으로 초대받은 포천 등 북부에서 온 파견미술팀 전미영, 나규환, 전진경 세 작가는 과거와 현재의 예술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현재 동두천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군 위안부 여성들의 성병관리소가 남아 있는데 이를 부수고 개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슴 아픈 현대사의 역사를 국가는 외면만 하고 책임지지 않으려 해 시민사회가 함께 지난 역사를 보존하고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며 “이처럼 메시지가 필요한 곳에 작가는 문화예술로 연대한다”고 말했다. ■ 시간에 더해진 또다른 시간 같은 시각 지하1층 실험공간 UZ에선 온새미로의 실험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홍채원 관장은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것을 풀어내 함께하자는 데 의미가 있다”며 “어떤 공간에서 작품을 풀어갈지 스스로가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흥성과 현장성, 자발성과 연대. 지난 파주 전시에도 참여했던 수원의 최세경 작가는 당시 건물 전체에서 진행됐던 전시에서 공간을 전부 둘러보고 ‘문’을 골라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미리 준비해둔 굴곡이 생기도록 엮어낸 빨간실을 지하1층 공간 이곳저곳에 옮겨본 끝에 오래 전 한 해외작가가 빨간글씨와 정자를 그려두고 간 벽을 선택했다. 최 작가는 “누군가의 작품 위에 나의 작품을 이어갔듯 이 위에 언젠가 또 다른 작가가 손길이 이어질 것”이라며 “작품의 의미는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의 ‘파생’”이라고 설명했다. 최 작가의 옆엔 파주에서 온 정혜령 작가가 공간에 새겨진 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벽에 무언가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을 선택했다. 그의 눈에 공간에 쌓인 시간이 보였다. 작가는 우둘투둘 튀어나온 벽에 거대한 한지를 양옆으로 붙이고 그 위에 물을 뿌린 후 벽의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두드렸다. 한지가 마르면 그 위에 벽 모양이 입체적인 질감으로 표현될 것이다. 작품의 이름은 ‘창을 내다’. 두드림이 끝나면 작가는 좌우 가장자리를 제외한 위아래와 좌우 안쪽에 고정해둔 테이프를 떼어낸다. 시간이 흘러 마치 창문이 열리듯 자연스레 한지가 펼쳐지게 된다. 관객들이 창을 통해 보듯 창 너머의 시간을 함께 엿보게 된다. 눈 앞에 실재하는 벽, 그 벽의 결을 표현한 작가의 두드림, 이를 마주한 관객. 서로 다른 존재의 서로다른 시선이 세 겹의 시간이 쌓이게 될 것이다. 예술공간 다움에는 소문을 듣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용규 작가의 ‘목어’가 자리잡고 있었다. 공간에 꽉찬 작품과 고요함은 편안함을 선물했다. 대학에서 메타버스 그 중에서 3D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이 작가는 원래 조각을 전공했다. 언제나 3차원의 가상공간을 그려내는 작가는 언제나 물고기가 회귀하듯 손에 잡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전시의 소식은 발길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는 산으로 향했다. 매일 고속도로를 지나며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방음벽에 자라나는 담쟁이 덩쿨을 보며 그는 생명력과 파괴력을 동시에 느꼈다고 말했다. 마치 애니메이션 속 프레임이 빠르게 지나가듯 펼쳐지는 자연이 모습을 보며 그는 자연이 매일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산에서 직접 덩쿨을 가져왔다. 이 작가는 “덩쿨은 때로 다른 식물을 죽이기도 한다. 해로운 식물인지 아닌지는 과연 무슨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덩쿨로 나무를 깎아 잉어 모양으로 만들고 속을 파 내고 그 속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 불구(佛具)인 ‘목어’를 표현했다. 방안 정면에 꽉찬 목어. 그 밑에는 솔방울로 물에 비친 목어의 형상을 담았다. 뒤에 자리한 하얀 벽은 마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것처럼 조명에 비친 목어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소리가 나지 않는 그의 목어. 작가는 ‘마음으로 생각한 만큼 목탁을 치시오’라는 글을 적었고, 이를 본 홍일선 시인은 “천지가 모두 목탁이오이다”라는 글을 적어내려갔다. 서로의 예술적 교류가 만들어낸 풍경이다. 이 작가는 “내가 사는 세상, 내가 만드는 세상은 가상의 허상세계”라며 “자연미술을 통해 실상과 허상을 표현했다. 자연미술과 가상세계란 극과 극은 통한다”고 말했다. 새 날, 새 예술을 여는 벼락같은 예술의 ‘짓거리’로 지난 22일 펼쳐졌던 작가들의 작품은 다음달 7일까지 예술공간 아름·다움과 실험공간 UZ에서 감상할 수 있다. 남수북파는 수원과 파주 기획전을 전초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참여 작가 수원 _ 권혁·김예령·김정대·김성배·왕희정·이마로·이수진·이윤숙·최세경·홍채원 파주 _ 금누리․권민호·김기라·김수·김영주·문승영·손승희·장서형·조세랑·채병록․정혜령․박이창식․파견미술팀(전미영․나규환․이윤엽․전진경) 이음 _ 홍일선․이덕규․이문재 소문 _ 김진열, 서은주, 박건재, 문미희, 이용규, 김남수

차 위에서 민망한 행동한 외국인 여성들

작년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경기 평택에서 외국인 여성들이 차량 위에서 성적 행위를 묘사하며 난동을 피우다 달아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8일 오전 2시께 평택의 송탄 미군부대 앞 상가에서 장사하던 A씨는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상가 앞 도로에 주차한 자신의 캐스퍼 차 위에 핼러윈 복장을 한 외국인 여성들이 올라가 성행위를 묘사하는 동작을 하며 난동을 부렸다. A씨의 지인이 촬영한 당시 영상에서 한 외국인 여성은 A씨 차량 보닛 위로 올라가 몸을 흔들고 있고, 다른 여성 서너 명이 환호성을 지르며 이를 촬영하고 있다. 이어 다른 여성도 차량 위에 올라가 비슷한 동작을 한 뒤 차량 지붕까지 올라가 난동을 부렸다. A씨가 지인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갔을 때 이들은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연합뉴스에 “구매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차량 보닛과 지붕이 찌그러져 수리비만 280여만원이 나왔다”며 "하도 소리를 지르고 시끄럽게 해 주변 상인들이 나와 항의할 정도였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토대로 동선을 추적해 용의자 중 1명이 미군부대로 복귀한 사실을 확인, 미군 헌병대와 공조해 주한미군인 여성 B씨(20대)를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했다. B씨는 이달 초 법원으로부터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씨와 함께 차량 위에서 난동을 부린 또 다른 여성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B씨도 이 여성에 대해 “그날 클럽에서 처음 만난 사이로 누구인지 모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수사가 어렵다고 판단, 지난달 초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그동안 A씨도 주변 상인들과 미 헌병대 등을 상대로 달아난 여성을 수소문했지만, 행방을 알 수 없었다. A씨는 B씨로부터 차량 수리비 절반을 받았을 뿐 다른 여성을 찾지 못해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후동행카드' 운영 시작....서울시내 대중교통은 무제한 이용

서울 시내 대중교통을 월 6만원대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가 운영에 들어갔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국 최초의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 이용 시 서울 지하철과 심야버스(올빼미버스) 등 서울시 면허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종류는 따릉이 이용 여부에 따라 6만2천원권, 6만5천원권 2종으로 나뉜다. 이중 6만5천원짜리 카드를 사면,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이용할 수 있다. 따릉이 이용을 위해선 휴대전화 기종과 관계없이 '티머니GO' 앱에서 기후동행카드 번호 16자리를 입력해야 한다. 그러면 1시간 이용권을 30일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모바일카드와 실물카드로 출시됐으며 모바일 카드는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만 이용 가능하다. 모바일티머니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회원 가입한 후 계좌이체 방식으로 충전할 수 있다. 아이폰 이용자는 실물카드를 이용해야 한다. 실물카드는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1호선 서울역∼청량리역 구간, 서울 지역 2∼8호선 역사 고객안전실에서 현금 3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 구입 후 역사 내 충전 단말기에서 현금 충전하면 된다. 실물카드는 구매 후 '티머니카드&페이 홈페이지'에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등록된 카드만 따릉이 이용과 환불이 가능하다. 또 모바일카드와 실물카드 모두 충전 후 5일 이내에 사용 시작일을 지정한 뒤 30일 동안 쓸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1인 1매 사용만 가능하고 다인승 결제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신분당선과 경기도나 인천광역시 등 타 시·도 면허 버스, 광역버스에는 사용할 수 없다. 또 서울에서 지하철을 탔더라도 서울을 벗어난 역에서는 기후동행카드를 태그해 하차할 수 없다. 이 경우 하차 역에서 역무원을 호출해 별도 요금(승차 역∼하차 역 이용요금)을 추가 납부해야 한다. 서울 외 지역에서는 승차할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김포골드라인 전 구간(양촌∼김포공항역) ▲진접선 전 구간(별내별가람∼진접역) ▲5호선 하남 구간(미사∼하남검단산역) ▲7호선 인천 구간(석남∼까치울역)에서 하차는 가능하다. 또 수인분당선의 경우, 서울에서 탑승하더라도 성남 모란역에서 내리는 경우, 기후동행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 인천시민은 평소 이용 구간을 보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는 미리 따져봐야 한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오는 5월 한국형 대중교통비 지원사업인 K-패스를 출시한다. K-패스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 시 최대 60회까지 요금 일부를 다음 달에 돌려주는 사후환급방식이다. 환급 비율은 일반 20%, 청년(19~34세) 30%, 저소득층 53%로 책정했다. 전국 전철, 시내버스, 광역버스, GTX까지 이용할 수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도 K-패스처럼 'The 경기 패스', '인천 I-패스' 사업에 각각 5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적용 연령대 중 청년의 나이가 만 39세까지인 점이 K-패스와 다르다. 그러나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서울 시내의 대중교통 수단에만 적용된다. 인천시는 서울의 기후동행카드와 연계한 광역 'I-패스' 정기권도 마련, 시행할 예정이다.

휘발유·경유 가격 16주 연속 하락 속 상승 전망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이 지난해 10월 2주 차 이후 16주 연속 하락한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이 예상된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1∼25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리터(ℓ)당 0.5원 내린 1천563.7원이었다. 전국 최고가 지역인 서울은 지난주 대비 2.8원 오른 1천639.1원, 가격이 가장 낮은 대구는 같은 기간 4.2원 상승한 1천520.3원을 각각 기록했다. 경기도의 경우, 리터(ℓ)당 1천583원이었고 인천은 1천548원으로 파악됐다. 상표별로는 SK에너지 주유소가 1천572.2원으로 가장 가격이 높았고, 알뜰주유소가 1천533.4원으로 가격이 가장 낮았다.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도 1.6원 하락한 1천473.0원이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 연착륙 기대, 중국 경기부양책 발표, 중동·유럽의 지정학 리스크 부각 등으로 이번 주 국제 유가는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유가 변동은 2주 정도 지난 후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한편 수입 원유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배럴당 79.4달러로 전주보다 1.6달러 올랐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94.7달러, 자동차용 경유는 103.7달러로 직전 주 대비 각각 4.9달러와 1.1달러 올랐다.

5호선 김포검단 연장 노선 확정된 듯… ‘허위사실’ 불법 현수막 눈살

김포지역에 정부의 수도권 전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노선조정안 관련 불법 현수막들이 걸려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대다수 현수막은 수도권 전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노선조정안이 확정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알리고 있어 단속이 시급하다. 26일 김포시와 김포시선관위 등에 따르면 주요 길거리에 정부의 수도권 전철5호선 조정안 관련 불법 현수막이 지난 22일부터 내걸리면서 주민들의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수도권 전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노선조정안은 앞으로 서울, 인천, 김포 등 관련 지자체 간 상당 기간 협의를 거쳐 확정돼야 할 사안인데도 이들 불법 현수막은 확정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알리고 있다. 이들 불법 현수막을 게시한 단체들은 상당수가 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거나 예산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관변단체 및 문화예술단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상대 진영에 민감하게 작용하면서 선거 분위기를 혼탁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 A씨(56)는 “수도권 전철 5호선 연장사업은 앞으로 확정될 때까지 넘어야 할 산이 태산 같은데 너무 성급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동식 전 김포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찰서역, 통진역도 반영치 못해 김포시민 교통편의를 100% 반영치 못했는데 뭣이 좋다는 것이냐. 벌써부터 공치사냐. 김포시와 일부 단체들은 특정인 아부가를 부르기 여념이 없다”고 꼬집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불법 현수막 관련 여러 신고가 있었다”며 “일부 표현에 허위 사실 등 위법사항이 있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시 관계자도 “최근 5호선 관련 현수막들로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잘못된 표현을 사용한 현수막들은 게시한 단체가 스스로 철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