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티파니앤코 사칭 해외쇼핑몰 주의"

SNS로 해외 유명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TIFFANY&Co.)’의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속여 결제를 유도하는 등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 주의가 요구된다. 3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원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는 티파니앤코 사칭 관련 소비자상담이 지난 8월10일에만 13건 접수됐다. 상담 사례 하나를 살펴보면, 소비자 A씨는 지난 10일 티파니앤코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SNS 광고를 통해 쇼핑몰에 접속해 팔찌와 목걸이 등을 구매하고 202.6달러를 결제했다. 그러나 통관고유번호 등을 요구하지 않는 점 등을 이상하게 여긴 A씨가 주문 취소를 요청하자 판매자는 답변하지 않았고, 가입한 회원정보가 사라져 구매 내역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됐다. 피해를 주장한 소비자들은 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광고를 통해 쇼핑몰 사이트에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폐쇄된 해당 사이트는 티파니앤코의 브랜드 로고, 상징 색상, 제품 사진 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공식 홈페이지로 오인할 가능성이 컸다. 피해가 접수된 상담 내용 상당수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 후 정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취소 및 반품을 요구했으나 판매자가 응답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소비자원은 판매자에게 사실 확인 및 불만 처리를 요청하는 전자우편을 발송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특히 판매자 정보가 명확하지 않아 피해 해결이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해당 웹사이트에서는 이메일 주소 외에는 사업자 주소지 등 다른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이용약관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률이 적용된다고 표시돼 있으나, 신용카드 승인 내역에는 홍콩으로 추정되는 사업자명이 기재되어 있었다. 소비자원은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용하고자 하는 쇼핑몰이 브랜드의 공식 판매사이트인지, 신뢰할 수 있는 판매자인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시장 가격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 가짜 제품이거나 사기성 판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해당 웹사이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며, 유사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결제 내역, 주문취소 요청 내역 등의 증빙자료를 갖춰 국제거래 소비자포털로 상담을 신청해 달라”고 전했다.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 상권영향평가서 부실 작성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가 인천지역 건설업체와 상인들을 외면(경기일보 19·20일자 1면)하는 가운데, 인스파이어가 상권영향평가서를 부실하게 작성한 채 대규모 점포 등록 신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중구와 영종지역 상인 등에 따르면 구는 최근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열고 ㈜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가 제출한 총 96개 점포의 쇼핑센터 조성을 위한 대규모 점포 등록을 논의했다. 그러나 구는 인스파이어가 제출한 상권영향평가서를 대한상공회의소에 보내 사전 검토한 결과, 상권 분석 등의 내용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일부 상권 분석 정보가 누락해 있거나 내용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다. 협의회는 인스파이어가 쇼핑센터 등의 대규모 점포 입점 이후 발생할 지역 교통 체증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지역협력계획서 등을 검토한 결과 아직 지역 상생 등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인스파이어의 대규모 점포 등록 신청을 보류했다. 구는 인스파이어에 상권영향평가서의 내용을 보완해 다시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구는 인스파이어가 보완 서류를 제출하면, 다시 협의회를 열고 대규모 점포 등록 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구 관계자는 “상권영향평가서가 부실한 것은 맞지만, 인스파이어의 사업 기밀 등이 담겨있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을왕동 소상공인과 주민들은 이날 을왕1통 마을회관에서 인스파이어 상권 파괴 저지를 위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인스파이어의 대규모 점포 등록을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강근 을왕동통합대책위 대표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했다. 이 대표는 “구가 다음달 협의회를 열고 인스파이어의 보완 서류를 근거로 대규모 점포 등록을 허가해줄 것이란 소문이 나온다”며 “상생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사 때 주민들의 피해도 컸는데 이젠 개장하면 교통 대란은 물론,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이런데도 아무런 피해가 없다며 성의없는 지역상생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우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스파이어 관계자는 “지역 상인들의 입장을 최대한 담아 상권영향평가서를 보완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수상한 ‘논밭 뷰’ 카페… 인천 강화·옹진 '불법 농지전용' 기승

인천 강화·옹진지역에서 농지에 카페를 짓는 등 투기 목적의 불법 전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 강화군과 옹진군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최근 5년 기준의 농지 취득자 명단을 통보 받으면 각 지자체는 해마다 8~11월 해당 농지의 실제 영농 여부 또는 불법 건축행위 등을 확인하는 농지이용실태조사를 벌인다. 이런 가운데 강화·옹진지역에서 논이나 밭, 과수원 등을 사들인 뒤 카페 용도 등의 불법 건축물을 지어 운영하거나 임대하는 불법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에 반드시 농사를 지어야 하며, 농막을 제외한 건축물을 짓거나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강화군은 지난달 강화군 하청면의 한 농지에 불법으로 화원을 꾸미고 카페를 짓는 현장을 적발했다. 농지 소유주 A씨(55)는 그간 강화군이 보낸 불법농지전용 처분 사전통지를 받지 않고 피하다 형사 고발이 이뤄지자 뒤늦게 원상복구했다. 강화군이 지난 3년 간 취득 농지 단속을 벌인 결과 2019년 158건, 2020년 50건, 2021년 162건 등 모두 370건의 위법 행위를 적발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외지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구입, 불법으로 카페나 주거시설 등을 짓는 사례가 많다”며 “주기적으로 현장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옹진군도 같은 기간 모두 594건을 적발했다. 강화·옹진군은 이들 농지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 등 행정처분을 했다. 하지만 옹진군은 농지이용실태조사 이외 별다른 현장 조사는 하지 않고 있다. 농지가 섬지역에 흩어져 있어 조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특히 외지인이라도 농지 취득 이후 5년이 지나면 사실상 농업인으로 간주, 이후 추가 조사도 벌이지 않는다. 5년 이후엔 건물을 짓거나 불법 전용을 해도 사실상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김영진 옹진군의원은 “농지는 지역 발전의 근간으로 농사를 짓는 용도로만 쓰여야 한다”며 “옹진군도 현장 단속을 통해 외지인의 농지 투기를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농지 취득 5년 이후면 굳이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며 “각 섬별로 담당자들이 농지를 확인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농지 위법 행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

극단 선택 부추기는 무차별적 인터넷 정보… 대비책 여전히 '미비'

최근 성남 분당의 한 공유 숙박업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남성 4명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만난 관계로 추정되는 가운데 관련 정보가 온라인 상에 넘쳐나고 있는데도 이를 막을 대비책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보건복지부의 ‘자살 유발 정보 모니터링 활동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모니터링된 온라인 상의 ‘자살 유발 정보’는 폭증하고 있다. 극단적 선택 관련 온라인 게시물은 ‘자살 유발 정보’와 ‘자살 유해 정보’로 나뉘는데, 유발 정보는 극단적 선택을 적극적으로 부추기거나 행위를 돕는 데 활용되는 정보다.  연도별로 지난 2018년 3만2천392건이었던 자살 유발 정보는 2019년 3만2천588건, 2020년 9만772건, 2021년 14만2천725건, 2022년 23만4천64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모니터링단의 활동이 늘어나 적발 건수가 증가한 것도 있지만, 그만큼 온라인에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정보가 횡행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유형별로 분석하면 지난해 기준 관련 사진·동영상이 12만2천442건(52.3%)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위해 물건 판매·활용 4만1천210건(17.6%), 동반자 모집 1만8천889건(8.1%), 구체적 방법 적시 6천70건(2.6%), 영상 콘텐츠 4천300건(1.8%)이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유발 정보의 경우 자살예방법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극단적 선택을 미화·희화하거나 자해 사진 등을 게시하는 ‘자살 유해 정보’의 경우 법적 처벌 대상에 포함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에 극단적 선택을 부추길 수 있는 유해 정보가 넘쳐나는데도 계도조치만 할 뿐 이를 제재하지는 못하고 있다.  전문가는 온라인에 게시된 극단적 선택 관련 정보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는 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주변의 자극에 취약한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제재의 폭을 세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모호한 정보도 자살 점화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자살 유발 정보 뿐만 아니라 자살 유해 정보 역시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만평] 조만간 물려서 못 먹겠다고 할 듯!!

[사설] 서로 채워줄 수 있는 동두천시·가평군 결연/협의 기구도 만들어 특별하게 추진해 보라

동두천시와 가평군이 자매결연을 했다. 공동 번영의 시대를 열자고 잡은 손이다. 결연식에서부터 두 지자체의 기대를 엿볼 수 있다. 박형덕 동두천시장과 서태원 가평군수가 참석했다. 동두천시·가평군의회 부의장들도 함께했다. 두 지자체 국장과 과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협약 목적이 대단히 넓게 책정됐다. 행정, 경제, 문화, 교육, 예술, 체육, 관광, 농업 등이다. 거의 모든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번 협약에 의미를 두게 된다. 두 지자체가 처한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동두천은 미군부대 이탈로 인한 후유증이 크다. 2022년 재정자립도가 13.1%에 불과하다.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31위다. 돈이 없는 곳에 일자리가 있을 리 없다. 2023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가 있다. 여기서 동두천시는 56.5%다. 역시 도내 전체에서 꼴찌다. 부러워할 1위는 67.4%의 화성시다. 가평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재정자립도 16.8%로 28위다. 시정 전반이 활력을 찾지 못한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지 않다. 동두천은 군사도시로 번창한 지역 인프라가 있다. 공장이 많아 제조업이 발달했다. 주위 지역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다는 점도 힘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출구만 마련되면 언제든 재도약할 수 있다. 가평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 관광의 보고다. 동두천 면적의 9배나 된다. 전체 면적의 83%가 산지, 3%가 수변지구다. 규제의 땅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거대 도심과 인접한 자연 관광자원으로 해석되는 게 옳다. 닮은 도시끼리의 자매결연은 의미 없다. 그저 친교를 다지는 협약 수준에 머문다. 의외로 이런 무의미한 자매결연이 많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자매결연은 분명히 다르다. 좁은 땅과 넓은 땅의 만남이다. 밀집 인구와 산재 인구의 만남이다. 제조업 기반과 관광 기반의 만남이다. 여기에 인접한 거리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경기 북동부라는 공통의 생활권이다. 손쉽게 협력을 실현할 지리적 여건이다. 추후 연천 등 연접 지역의 전체로 발전할 수 있다. 동두천시와 가평군 모두에 득이 되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전하는 작은 제언이 있다. 상호 협력 체계를 유지시킬 조직의 구성이다.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이 있을 수 있다. 민간이 중심되는 조직이 논의될 수도 있다. 양 지자체가 만나고 토론하는 마당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특별한 기대를 가진 결연인 만큼 특별한 조직이 필요할 수 있다. 굳이 상설 조직이 아니어도 괜찮다. 일단 두 지자체를 연결하는 상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사설] 민·관·경 협업 ‘안산형 시민안전모델’, 범죄예방 기대 크다

안산시가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묻지마 범죄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분당 흉기난동, 신림역 칼부림 사건 등 묻지마 범죄가 빈발하자 지역안정 특별대책기간을 정해 운영했다. TF는 범죄 대응과 피해 지원으로 나눠 경찰 등과 24시간 관리체계를 유지했다. 범죄 대응에는 시청 자치행정과·소상공인지원과·철도교통과·대중교통과·해양수산과·외국인주민행정과와 상록·단원구청 행정지원과가 동참했다. 피해 지원에는 시청 복지정책과와 보건정책과·의정법무과가 참여했다. 범죄 예방에는 순찰 활동을 하는 420여명의 로보캅순찰대와 1천400여명의 자율방범대원이 힘을 보탰다. 안산시에서 민·관·경이 공동 치안 활동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말 아동성범죄자 조두순 출소를 계기로 단원구에서 합동 치안 활동을 벌인 바 있다. 당시 경찰은 특별방범초소를 설치하고 기동순찰대 등을 투입해 치안력을 강화했다. 안산시는 25억원을 투입해 CCTV를 추가 설치했으며, 민간 영역에서는 자율방범대 등이 투입됐다. 그 결과 단원구에서는 조두순 출소 전후 범죄가 감소했다. 경찰-지자체-민간으로 구성된 ‘안산형 시민안전모델’이 28일 출범했다. 전국 최초의 협업 모델이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과 이민근 안산시장 등 경찰 및 지자체 관계자들은 이날 범죄 사전 예방부터 범죄 사후 피해자를 위한 치료·지원까지 다양하게 상호 협력하는 대책회의를 가졌다. 안산형 시민안전모델은 범죄 대응과 피해 지원을 위해 경기남부청 각 기능과 안산시 관련 부서를 매칭하는 것이다. 경찰력에만 의존하는 치안 활동에서 벗어나 자율방범대·해병대전우회 등 협력단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공동체 치안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경기남부청은 협업 표준화 모델을 성공시켜 경기도내 전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언제 어디서 흉기난동 등의 묻지마 범죄가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한 일상이다. 각 지자체는 경찰력에만 의존해선 범죄 예방이 어렵다고 여겨 자체 방범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양특례시, 용인특례시, 평택시, 부천시 등이 자율방범대 활동을 통해 취약지 범죄 예방 순찰 등을 강화하고 있다. 자율방범 활동은 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범죄 예방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방범을 강화하되 안산시 사례처럼 좀 더 체계적·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경찰-지자체-민간으로 구성된 시민안전 협업 모델을 벤치마킹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세계는 지금] 영국 교육 시스템과 사회 분위기

최근 한 영재의 학교폭력 피해 논란으로 우리나라 언론이 떠들썩하다. 겉으로 봤을 때 이 사건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영재 학생이 또래 집단에 어울리지 못해 따돌림을 당한 ‘학폭’ 사건이다.  대중들은 이 영재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따돌림을 시켰으니 인성이 덜 됐다며 그 영재 학교 학생들을 비판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따돌림을 정당화할 순 없으나 시스템상 내신 관리가 치열하고 조별과제가 필수인 학교에서 나이 어린 피해 학생이 적응하지 못해 어쩔 수없이 다른 학생들에게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정황과 입장도 충분히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문제가 영재 학생들 사이에서 이렇게 시시비비를 따져야 하는 일차원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 외에도 기득권 자녀들에게 유리한 특례, 시험 문제 유출 등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학교와 학생이 관련된 큰 논란과 사고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평등하지 못한 사회와 더불어 끊임없는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 및 교육 시스템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평등한 기회와 선행 그리고 이해와 배려를 배우며 자라야 할 어린아이들에게 이러한 덕목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 영재 학교일수록 더욱더 숨쉴 틈도 없이 서로를 짓밟고 올라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이 시스템에서 살아남지 못한 아이는 ‘약하고 머리가 좋지 않다’는 사회의 낙인이 따른다. 이 아이의 개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영재교육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이전에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고 경쟁만이 중요한 사회에 이들을 길들여 놓고 이제 와서 학생들에게 왜 뒤떨어지는 학우를 돌보지 않았냐, 왜 기득권의 특혜를 이용했느냐며 비판하는 것은 불공평한 대우라고 생각한다.  당장 위의 사건 당사자와 대중의 입장이 바뀐다면 당사자들과 다른 선택을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현재 우리나라와 영국을 비교하면 여러모로 교육에 관한 인식과 분위기에 큰 차이가 있다. 오래된 전통을 지키는 영국의 교육 체계는 우리나라 체계와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학기는 3월이 시작인 우리나라와 다르게 9월에 시작한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우리의 초등학교와 비슷한 Primary school, 중고등학교를 합친 개념의 Secondary school, 그리고 수능 공부의 개념과 비슷한 A-Level이 있다.  영국에서 대학을 가려면 A-level을 보기 전 UCAS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총 다섯 개의 대학에 지원해 오퍼를 받는다. 그 오퍼에 맞춰 A-level 점수가 잘 나오면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다. 이것이 제일 일반적인 과정이나 사회계급에 따라 이 교육과정은 크게 달라진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은 바로 영국이 아직 ‘계급사회’라는 점인데, 계급에 따라 받는 교육 수준이 다르다. 계급에 따라 공립학교로 갈지 사립학교로 갈지가 나뉜다. 영국에서는 일반 계급의 아이들이 가는 공립학교 교사의 봉급이 높지 않아 선호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가 항상 부족하다. 따라서 교사 1명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많아지게 되니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상류계층 아이들은 사립학교에서 공립학교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다.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줄임말) 입학생들의 대부분이 이 계층 출신 아이들인 이유다. 이 교육의 질 차이가 영국 교육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다. 영국도 이렇듯 평등하지 못한 사회 체계로 인한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교육이 한국과 비교해 훨씬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영국의 교육은 아이들이 알파벳을 하나라도 더 많이 외웠느냐보다 그 아이가 사회성을 기르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을 존중해주는 사회라는 것이다. 우리는 경쟁만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아이들을 획일적인 시스템에서 경쟁만 시킬 게 아니라 각각의 개성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발전을 도와주는 교육 분위기를 조성 하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인천시론] ‘바가지’는 죄가 없다

‘바가지’란 ‘박’이라는 식물명에 작다는 뜻의 접미사 ‘아지’를 결합한 순수 우리말로 박을 두 쪽으로 쪼개 만든 둥근 그릇을 의미한다. 지금이야 박이 아닌 플라스틱을 주원료로 만들지만, 그럼에도 바가지는 물이나 음식 등을 담는 용도로 사용되며 우리 일상생활에 가장 친숙한 다기능 생활용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바가지’에게도 말 못할 슬픔이 있다. 바가지를 둘러싼 각종 오해(?)가 그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을 항의하는 아내의 잔소리를 가리켜 ‘바가지를 긁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동네에 역병이 돌면 무당을 불러 굿을 했는데, 그때 바가지를 엎어놓고 박박 긁는 소리로 병귀(病鬼)을 쫓아냈다고 한다. 귀신마저 도망치게 만드는 소리, ‘바가지를 긁다’의 유래인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거지가 쪽박을 차고 다니며 밥을 구걸하던 모습에 빗대, 경제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의미하는 “바가지를 차다”는 표현도 있다. 여기에 ‘바가지’가 명사 뒤에 붙으면 고생바가지, 주책바가지 등과 같이 비하의 뜻을 더한다. 이는 함부로 다뤄지고, 잘 깨지는 바가지의 속성에서 유래한다고 하니, 이쯤 되면 바가지가 무슨 죄인가 싶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는 ‘바가지를 쓰다’는 요금이나 물건값을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지불하는 걸 의미하는 국민 관용어다. 바가지 쓴다는 것은 억울함의 대명사, 거꾸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고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고약한 심보의 ‘바가지 씌우기’도 있다. 올해 초부터 이어온 각종 지역축제가 그 도화선이 됐다. 옛날 과자 1.5L 한 봉지가 7만원에 손바닥 크기의 감자전이 2만5천원, 어묵 한 그릇에 1만원까지 한철장사에 자릿세까지 생각하더라도, 너무 과한 가격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여름만 되면 급상승하는 휴가지 숙박비에 계곡 식당에서 파는 수십만원 백숙세트까지 바가지는 쭉 이어졌다. 여기에 새만금 잼버리 축제현장에 입점한 편의점마저 바가지 상술을 보였다 하니, 전 세계인들 앞에서 ‘K-바가지’의 위세를 떨친 형국이다. SNS의 발달로 사회 부조리에 대한 즉각적인 공론화가 가능하게 됐음에도 이를 도외시한 채 구시대적인 영업 방식을 고수한 결과다. 이렇듯 ‘바가지’는 그 유용한 쓰임새에 비해 세속의 말은 지극히 부정적이다. 하지만 굳이 변명하자면 “알고 보면 ‘바가지’는 죄가 없다. 바가지를 사용하는 인간들이 잘못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