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전기차 구매 수요가 급증하자 원인 불명의 안전사고가 잇따른다. 화재가 대표적이다. 전기차는 ‘열폭주 현상(열로 생긴 발열반응으로 인해 반응률이 증가해 다시 열을 생산)’ 등으로 인해 불이 나면 순식간에 배터리 온도가 1천도까지 상승해 대형화재로 번진다. 그럼에도 관련 법규나 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 무엇보다 지자체의 관심은 미흡하다. 로컬이슈팀은 전기차 ‘30만 시대’를 맞아 화재 위험성을 되짚고 해결책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지난달 7일 오전 11시33분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고색동의 한 건물 옆에 세워져 있던 전기차(쎄보-C 2인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2인승 소형 전기차의 불을 끄는데 출동한 소방인력은 소방대원 51명과 소방장비 24대에 달했다. 전기차 차주는 화재가 발생한 차량을 옮기던 중 안면부에 1도 화상을 입었다. 차량은 전소되고 인근 건물 일부까지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만 12건(경기소방재난본부 집계)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처럼 전기차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전기차 충전시설 등 현장점검 결과 안전대책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오후 4시께 찾은 하남시 신장동 초대형 복합쇼핑몰. 하루 평균 7만명이 방문한다는 이곳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구역마다 파란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가 다닥다닥 붙은 채 충전을 하고 있다. 바로 옆 차량정비소에서는 타이어 교체, 엔진오일 교환 등 차량들이 분주히 오가며 점검을 받는다. 문제는 전기차가 기계 결함 등으로 충전 도중 화재가 발생하면 인접 차량으로 불길이 번져 건물 전체가 화마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정비소가 바로 인접해 있어 오일류 등 가연물로 인해 순식간에 대형화재로 이어질 위험성 또한 높다. 주차장 차량 화재는 소방차 진입도 불가능해 신속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소방시설은 이곳에서 2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소화기 1대가 전부였다. 화성시 병점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하 2층 아파트 출입구 바로 옆에 충전소가 있지만 스프링클러나 소화기 등의 소화시설은 전무했다. 소방시설이라곤 바닥에 놓여 있는 소화기 1대가 전부다. 소화기 1대로는 전기차 화재 진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소화 용수를 공급해주는 소화전은 이곳으로부터 10~20m 떨어져 있어 빠른 화재 진압에 무리가 있다. 여기에 주차장 출입구 높이는 2.3m에 그쳐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소방차(3m)가 진입할 수 없는 구조다. 입주민 김세진씨(38·화성시)는 “전기차가 매년 급증하는 데 비례해 화재 위험도 매년 높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 충전시설 주변에 소화기를 적절히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잇따른 전기차 화재에 소방당국이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도내 전기차 등록 현황은 7만7천648대로 집계됐다. 2018년 6천383대에서 2019년 1만1천750대로 급증하더니 2020년 2만477대, 2021년 3만9천958대로 증가했다. 도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매년 2배가량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증가세는 최근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더해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 지원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도의 전기차 보급을 위한 구매보조금 예산은 지난 2018년 505억원에서 2022년 6천368억원으로 5년 새 12배가량 증가했다. 전기차 증가에 따라 충전시설 설치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2022년 12월 기준) 도내 전기차 충전시설은 급속 3천605개, 완속 4만4천915개 등 모두 4만8천520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역시 2030년까지 전기차 362만대를 포함해 무공해차 450만대를 각각 보급하기로 함에 따라 전기차 보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기차가 매년 급증하는 것에 비례해 화재 발생 건수 역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는 총 23건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 2019년에는 각각 1건이었지만 2020년 2건, 2021년 6건, 2022년 12건으로 매년 2배 이상 증가했다. 화재 사건 절반 이상(17건)은 배터리 발화 또는 관련 부품 과열·손상으로 발생했다.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화재 시 온도가 1천도까지 빠르게 치솟는 이른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게다가 배터리가 차체 하부에 위치해 있어 화재 초기 신속한 진압이 필수다. 그런데도 전기차 충전시설 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이나 방재시설 규정은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전기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산업은 성장세이지만 경기도 전역 급속충전소 안전 운영 진단 등에선 문제점이 많아 여전히 차주들이 불안한 상태”라며 “정부와 소방당국, 그리고 지자체가 함께 나서 차주들이 안심하고 (전기차를) 이용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지하 밀폐된 충전시설 위험... 스프링클러 의무화를” 전기차 화재 사고, 관리·감독 등 여러 우려가 제기된 만큼 전문가들은 법 개정 등을 통해 규정을 강화하고 소방당국과 지자체가 안전불감증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광호 평택대 스마트모빌리티학과 교수는 “배터리는 화학반응이 전파되면서 화재가 점점 더 커지고 불이 잘 꺼지지 않아 최소 3, 4시간은 화재가 지속될 수 있다”며 “그동안 발화지점 주변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계속 새로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화재 발생 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강하게 요구했다.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이 외부 공간보다 건물 내부 지하주차장에 있는 곳이 많지만 지하주차장은 지상보다 공간이 밀폐되고 소방차의 진입이 어려움에도 이에 대한 관련 법 제도가 없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 진압의 핵심은 다량의 물을 주입해 배터리의 열을 낮추고, 화재가 주변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소방당국은 전기차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하기 위한 전용 소화약제, 배터리 커버 파괴 및 내부에 직접 물을 주입 가능한 진압장비 개발, 충전소 및 밀폐 또는 반밀폐 공간 화재 예방·대응 시스템 개발 등의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또 화재 사고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대응전술 등 화재진압기법을 개발하고 교육·훈련 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차량 하부 화재 진압을 위한 바닥 매립형 역방향 스프링클러와 차수판 기술 도입, 질식 소화포 비치를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및 지자체에서도 전기차 화재 관련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관리·감독의 책임 소재 등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음경택 안양시의회 부의장은 “최근 아파트 등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은 밀폐된 공간이라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하면 굉장히 위험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너무 깊은 지하층에 충전시설 설치를 막고 방수량이 큰 시설의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주차 구역 내 소화기 배치 기준과 소화 능력, 화재 확산에 대비한 방화 구역 등 지역에 맞는 대책도 필요하다”며 “전기차 보급이 늘고 있어 충전시설 화재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만 급급하지 말고 이에 대한 제도 정비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 “전기안전관리법에 의거해 충전시설에 대한 점검을 정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충전기 주변에 스프링클러, 소화기, 소화전 등이 구비돼 있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도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며 “시는 전기차 화재 관련 방수포 구입을 준비 중이며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 현상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 현상은 과전압, 과방전, 외부적인 충격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배터리에 과부화가 가해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열이 발생하면서 배터리 내부 온도가 단시간 폭발적으로 수천 도까지 올라가 연쇄적으로 산화하는 현상이다. 리튬이온 성분 등으로 제조한 전기차 배터리의 특성상 화재 발생 시 일반적인 분말소화기나 물로는 쉽게 소화하기 어렵다. 소방당국은 다량의 물로 배터리를 가두는 방법으로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소총용 실탄이 발견됐다. 16일 인천공항경찰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23분께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의 한 쓰레기통에서 실탄 1발이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경찰은 인천공항공사 자회사 소속 환경미화원이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다 실탄을 발견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이날 발견한 실탄을 소총용 실탄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추가 실탄을 찾기 위해 3층 등 인천공항 일대를 수색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이날 실탄이 있던 장소는 출국장과 매우 가까워서 출국자와 일반 시민, 인천공항 근무자 등이 붐비는 곳이라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던 셈이다. 경찰은 이날 발견한 실탄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정밀 감식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탄이 있던 장소는 누구나 드나드는 공공장소다”고 했다. 이어 “실탄이 어떻게 공항으로 들어왔는지 등 유입 경로를 자세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0일 인천에서 필리핀 마닐라로 가려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도 9㎜ 권총용 실탄 2발이 발견됐다. 당시 승객이 여객기 좌석 밑에서 실탄을 발견해 승무원에게 전했지만 승무원은 단순 금속 쓰레기인 것으로 판단했다며 상급자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 결국, 여객기가 이륙하고 또 다른 승객이 좌석 밑에서 실탄 1발을 추가로 발견한 뒤에야 신고가 이뤄졌다.
A는 자신의 영업점에 연초 잎, 필터가 삽입된 담배종이 등의 담배 재료와 분쇄된 연초 잎을 담배종이 안으로 삽입해 주는 기계(‘튜빙 기계’라 함)를 비치한 다음 불특정 손님들에게 담배원료를 판매하고 위 튜빙 기계를 이용해 손님들이 스스로 담배를 제조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검사는 A가 ‘담배제조업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담배를 제조했다’는 이유로 담배사업법 위반죄로 기소했다. A의 담배사업법 위반 혐의는 유죄일까? 형사법은 죄형법정주의가 지배한다.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 정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바로 그러한 취지에서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만일 법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 비춰 볼 때,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A의 행동이 과연 담배를 ‘제조’한 행위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담배사업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담배’란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말한다. 한편 담배의 ‘제조’는 일정한 작업을 통해 담배사업법 제2조의 ‘담배’에 해당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담배의 ‘제조’는 담배 가공을 위한 일정한 작업의 수행을 전제한다. 그런데 A가 자신의 영업점에서 실제 행한 활동은 손님에게 연초 잎 등 담배의 재료를 판매하고 담배 제조시설을 제공한 것에 불과하고, A가 직접 담배의 원료인 연초 잎에 일정한 작업을 가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대법원은 이상의 논리에 따라 A의 행위를 담배사업법이 정한 ‘담배의 제조’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참고로 A와 함께 기소된 다른 연초 판매업자들은 직접 제조시설을 이용해 가공작업을 수행하고 담배를 판매한 경우에 해당해 유죄가 인정됐다) 위 대법원 판결은 담배사업법이 정한 처벌규정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위 판결에 따르면 향후 연초 판매업자들이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이용해 직접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로 하여금 튜빙 기계를 이용하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무분별한 담배 자가제조가 양산될 우려가 크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특히 공기관의 엄격한 검사를 거치지 않고 이뤄진 자가 제조 담배의 유해성 등을 고려해 자가 제조가 가능한 방식의 영업행위가 가능하도록 마냥 방치할 것이 아니라, 담배사업법의 관련 규정을 개정해서라도 담배의 자가 제조에 따른 유해성을 방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역사적 장소와 뼈 아픈 친일 잔재의 흔적을 남기고 이를 기억하는 일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2021년, 2022년 설치한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은 도민들의 일상 속 역사교육과 항일의식 고취 자료로 자연스럽게 활용되고 있었다. ■돌에 새겨진 친일의 흔적…구 용인문화원 친일 상징물 전시관 용인시 처인구 용인중앙시장 내 구 용인문화원에는 ‘친일 상징물 전시관’이 있다. 시장 골목 한쪽 끝에 카페를 옆에 두고 설치돼 골목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띈다. 전시관 입구에는 상징물에 대한 설명이 적힌 안내판이 벽에 걸렸다. 전시관에는 돌에 새겨진 친일의 흔적인 ‘팔굉일우비’와 ‘송병준 선정비’, ‘송종헌 영세기념비’가 전시돼 있다. 팔굉일우비는 일제의 조선 침략과 지배, 조선인 착취를 증언하는 역사적 기념물이다. ‘팔굉일우’는 ‘전 세계가 하나의 집’이란 뜻으로 일본 제국주의가 그들의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건 제국주의 논리이자 구호였다. 일제는 제국주의 침략을 미화하고 홍보하기 위해 1940년 일본과 조선 전역에 팔굉일우비를 건립했다. 하지만 해방 이후 찾을 수 없다가 2008년 용인 양지초등학교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팔굉일우비가 발견된 데는 필연과 같은 우연이 있었다. 2008년 양지초등학교는 운동장 인조잔디 조성을 위해 공사하던 중 비석 2개를 발견했다. 일제에게 귀족 작위를 받은 대표적인 친일파 송병준과 그의 아들 송종헌을 기리는 ‘현감송공병준선정비’와 ‘백작송종헌영세기념비’다. ‘송병준 선정비’는 일제의 국내 침탈과 매국 행위에 앞장섰던 인물인 송병준을 공로로 1891년 세워졌다. ‘송종헌 영세 기념비’는 1927년 건립된 송병준의 아들 송종헌의 기념비다. 송종헌은 송병준 사후에 백작 작위를 물려받고 일진회 평의원 활동하고, 조선소작인상조회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의병 체포에 앞장선 인물이다. 비석 발견 소식을 들은 김장환 용인문화원 사무국장은 흥사단 소속 교사들과 함께 이를 확인하고자 학교를 방문했다. 이들이 기념비 확인을 위해 학교 정문 옆 넓적한 돌덩어리에 앉아 있던 중 때 마침 돌덩어리에 새겨진 글자가 눈에 띄었다. 돌의 상단에는 큰 글씨로 ‘팔굉일우(八紘一 宇)’ 글자가,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삼위 백작 야전종헌 근서(三位 伯爵 野田鍾憲 謹書)’란 글자가 한자로 새겨졌다. 1941년 송종헌이 쓰고 당시 양지초등학교 동창회가 후원해 건립한 팔굉일우비였다. 김장환 용인문화원 사무국장은 “해방이 되자 한국인들은 팔굉일우비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 땅에 묻거나, 비석을 옮기고 석재를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비석 중 일부는 파손해서 폐기도 했을 것이다. 이렇게 팔굉일우비는 우리의 시야와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가 해방 후 처음으로 용인에서 비석이 발견된 것으로 매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중요한 역사자료라는 측면에서 팔굉일우비는 경기도교육청과 동문회의 동의를 얻어 용인문화원에 기증됐다. 용인문화원은 굉일우비와 송병준 선정비, 송종헌 영세기념비를 창고에 임시로 보관했다. 추후 용인시에 독립기념관이 건립되면 전시 장소를 옮길 예정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경기문화재단은 2021년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 설치사업의 기획 지원으로 2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했고 창고를 개조한 전시관이 지난해 3월1일 개관했다. 전시관은 서대문 형무소 출입문을 본 떠 개조됐고 상징물을 설명하는 리플렛과 영상물도 제작됐다. 전시창고에 잠겨 보관되어 있던 팔굉일우비와 송병준 선정비, 송종헌 영세기념비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친일잔재 전시물로 전시됐다. 김장환 용인문화원 사무국장은 “큰 관심을 받을 줄 몰랐는데 전시관을 만든 이후 역사교육 현장으로 반응이 뜨거웠다. 교사들과 학생들의 단체관람 뿐만 아니라 오고 가는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휴일이나 장날에는 전시물을 보려 방문하는 이들로 더더욱 늘 붐빈”고 전했다. ■안내판 설치로 ‘역사교육 문화 콘텐츠’ 활용 기대 이천시 창전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는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카페 꼬꼬동이 있다. 현재 이천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지역 어르신 일자리 창출 사업장인 이 곳의 입구엔 지난해 안내 표지판 하나가 설치됐다. ‘옛 이천경찰서 무도관’. 그 내용은 이렇다. ‘일제는 식민통치와 독립운동의 탄압의 첨병인 경찰들이 무도와 검도를 단련할 수 있도록 주요 경찰서에 무덕관 혹은 무도관 등의 이름으로 연무장을 설치했다. 그 중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곳이 옛 이천경찰서 무도관이다.…대표적 항일독립운동가인 이수흥, 유택수 지사도 이천경찰서에 수감된 뒤 혹독한 고문을 당하였으며 사형을 선고받고 순국하였다.’ 지상 1층, 면적 165㎥ 규모로 1914년에 건립된 이곳은 식민통치와 독립운동 탄압의 첨병인 일제 경찰들이 무도와 검도를 단련하던 곳이다. 일제가 주요 경찰서에 무도관 혹은 무덕관 등의 이름으로 연무장을 설치한 곳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으로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강진갑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은 “한국전쟁 때도 큰 피해를 당하지 않고 원형을 거의 유지하고 있다. 역사와 교육의 측면에서 보존하고 활용해야 할 일제 유형잔재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역사·교육적 측면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역사적 유물 가치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나 역사학자들만이 기억하고 되새기던 장소였다. 이에 경기문화재단과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역사 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내세워 안내판 설치를 주장했고 지자체와 주민 등을 설득해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 설치 동의를 얻었다. 친일잔재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의미가 객관적으로 기술되다 보니 일상 속 역사교육과 항일의식 고취자료로 활용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박준하 이천시의원은 “역사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안내판이 설치된 이후 지역주민들과 학생들이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된 것을 물론, 타 지역에서도 많이 방문하러 오신다”면서 “특히 인근에 이수흥 열사의 동상이 있어 항일과 일제잔재의 살아있는 역사 교육현장이 된 만큼 지역에서 가진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창전동엔 무도관 뿐만 아니라 청춘의 꿈을 오직 조국의 독립에 쏟아 붓다 스물다섯살의 젊은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수흥 의사를 기념하는 이수흥 공원과 그를 도와 독립운동을 펼쳤던 유택수의 추모비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징성을 살려 역사 교육의 현장과 문화 콘텐츠로 활용할 가치도 높다고 내다봤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긍정적인 역사이든 부정적인 역사이든 지역에 남은 역사문화를 콘텐츠로 활용해 후세에 알리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안내판’이 세워진 것 자체가 향후에 여러 가능성을 실현하게 할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천~백령 항로의 대형여객선을 운항하는 선사가 폐업 신고를 했다. 운항 노선의 공백으로 주민과 관광객들의 발이 묶일 우려가 크다. 16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인천~백령·대청·소청 항로의 하모니플라워호(2천71t) 등을 운항하는 에이치해운이 오는 31일 폐업한다. 에이치해운은 이날 인천해수청에 폐업 관련 신고를 했다. 에이치해운은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부터 여객선 운항을 중단해왔다. 또 에이치해운은 경영 악화에다 오는 5월 하모니플라워호의 25년 선령이 끝나는 점도 감안해 폐업을 결정했다. 에이치해운이 폐업 절차를 밟으면 여객 운송사업 면허는 자동으로 반납이 이뤄진다. 에이치해운의 하모니플라워호는 승객 540명과 차량 40대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차도선인 만큼 운항 중단으로 인한 주민과 관광객들의 교통 불편 우려가 크다. 최근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완화한데다 봄·여름철 등의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인천~백령 항로 수요가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새로운 운항 선사를 찾기 위한 공모를 이달 말에는 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어 “운항 노선 공백과 주민·관광객 불편을 막을 수 있도록 옹진군과 협의해 예비 선박 투입 방안을 적극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범죄 문제가 심각하다. 범죄는 저지른 당사자, 그들의 가족과 범죄피해자들의 피폐된 삶과 고통은 물론 지역사회와 국가에 끼치는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간이 저지르는 범죄 유형을 보면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에서부터 폭행, 마약, 사기, 절도, 음주사고 등 수십 종류에 이르고 있다. 범죄 내용이 경미해 경찰 수사 단계나 검찰의 구속 전 단계에서 훈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많은 범죄자들이 교정시설에 수용돼 재판을 받거나 실형을 받아 살고 있는데 그 수가 전국 53개 기관, 일일 평균 4만5천~5만여명이나 된다. 문제는 구속되거나 형이 확정된 수용자들에게 교정시설 내에서의 건전한 생활은 물론 출소 후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실행해야 하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동안 교정당국에서는 학과 교육과정, 사회에 필요한 직종의 직업훈련, 독서교육, 인성교육, 심리치료, 종교와 상담활동 등 다양한 방법을 시행해 소기의 성과도 거뒀지만 수용자의 내재된 마음을 자극하고, 보다 효과적인 재범 방지를 위해 최근 ‘감사나눔 프로젝트’를 시행하게 됐다. 감사나눔의 실행 목표는 감사의 생활화, 습관화를 통해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는 긍정적 생활태도와 문화를 형성해 시설 내에서 사소한 언어적 물리적 폭행사고를 예방하고 더 나아가 자기성찰을 통해 잘못된 가치관을 바꿔 다시는 범죄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실행 방법으로는 매일매일 사소하고 일상적인 감사의 글을 작성하게 하고 분기별로 전국의 모든 수용자를 대상으로 감사 쓰기 공모전을 개최한다. 대상은 자신, 부모, 자녀, 아내, 동료, 지인은 물론 담당 교도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단법인 감사나눔 연구원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발행하는 감사나눔 신문을 구독하게 하고 강사를 초빙해 강의와 감사나눔 체험을 하게 한다. 또 그들을 관리하는 교정공무원들에게도 법무연수원에 교육과정을 편성해 감사가 무엇인지, 감사 쓰기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어떠한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 교육해 직접 수용자들에게 감사나눔 프로젝트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라는 모토로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새 희망을 일구며 재기를 꿈꾸는 수용자들에게 긍정과 희망의 씨앗을 전파해 교정시설이 범죄의 온상이 아닌 진정한 재범 방지의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봄을 흔들어 재잘거리는 참새 소리가 맑다. 서로의 민낯으로 맞이하는 핏줄들이 아주 작게 꿈틀대는 날들이 평화롭다. 뉴스에도 따스한 기운이 퍼지길 바라는 봄이다. 홍채원 사진작가
용인특례시와 광주시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경강선 연장사업이 신규 추진사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상호 지원과 협력을 통해 공동 대응한다. 두 도시는 16일 용인시청에서 경강선 연장(광주·용인) 철도사업 공동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방세환 광주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협약식에서는 경강선 연장사업이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신규 추진사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실무협의회를 구성했다. 행정지원과 경제성 상향 방안 마련, 경기도 및 국토부 등 중앙부처에 공동건의키로 했다. 한편, 경강선 연장(광주·용인) 철도사업은 지속적인 도시개발에 따른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한 교통 문제 해소 및 광역 교통인프라 확충의 목적으로 수도권 동남부인 광주에서 용인까지 경강선을 연장하는 사업으로 지난 2021년 7월에 고시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는 추가 검토사업으로 사업 추진이 보류된 바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2023 신소장품전’은 전시되어 있으나 박제되지 않은, 변화와 변형, 시간의 움직임이 자유로운 시간 예술을 선보인다. 그 속에서 생태와 인간, 기술을 면밀히 들여다 본 동시대 작가들의 세계관이 드러난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이번 전시는 작품 수집에 관해 백남준센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수집과 관련한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움직인 결과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해 선보이는 자리”라고 밝혔다. 인간과 기계, 생태계를 면밀하게 들여다본 김성환, 김희천, 노진아, 박선민, 박승원, 안규철, 언메이크랩, 업체eobchae×류성실, 진시우 등 9작가(팀)의 작품 11점을 만날 수 있다.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작가들의 협업과 몽환적인 위안은 김성환 작가의 ‘드로잉 비디오’에서 엿볼 수 있다. ‘드로잉 비디오’는 드로잉 세 점과 ‘드로잉 비디오’, ‘커버’ 등 비디오 두 점으로 구성된 영상 설치 작품이다. 드로잉 비디오는 2007년 김성환과 권병준, 데이비드 마이클 디그레고리오가 함께 공연한 ‘푸싱 어게인스트 디에어’라는 퍼포먼스에서 김성환 작가가 했던 라이브 드로잉 기록을 담았다. 3명의 아티스트가 세계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5초 이상의 침묵을 이어간다. 또 개와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는 남성의 모습을 찍은 16㎜ 필름 ‘커버’가 함께 구성을 이룬다. 박승원 작가의 ‘지극히 평범한 하루’는 백남준의 ‘머리와 발’ 비디오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2채널 비디오 속에선 좌우로 흔드는 박 작가의 머리와 누워서 들어 올린 다리가 쉴새 없이 각각 움직인다. 백남준이 ‘머리와 발’에서 불편한 몸과 머리를 계속 저으며 신체를 깨우기 위해 지속적인 반복 행동을 하는 것처럼 박 작가 역시 모니터에 갇혀있는 신체와 그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탈주의 노력을 통해 감각하고 깨어있는 몸을 보여준다. 삶과 죽음에 대한 충동의 경계에 놓인 신체를 인지하는 것이 삶의 평범한 수행, ‘지극히 평범한 하루’임을 말한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주목하는 작가 언메이크랩은 미디어 설치작품 ‘유토피아적 추출’을 통해 기술과 현대미술의 간극, 낙관주의와 생태계 위기, 기술에 대한 믿음과 기술이 가진 허점을 동시에 어떻게 작품으로 드러낼 것인가를 고민했다. 유토피아적 추출은 4대강 사업으로 생성된 거대한 모래산 등의 현장이 담긴 32분 길이의 영상 기록이다. 현장엔 외곽이 깨진 돌들이 설치돼 데이터 양을 부풀리는 전처리 과정을 보여준다. 기술이 왜곡되고 변형될 수 있는 가능성과 기술의 불완전성,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를 그린다. 업체eobchae와 류성실 작가의 ‘체리-고-라운드’는 SF영화 같은 흥미로운 영상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나타내며 동시대 개인과 사회의 모습을 투영했다. 영상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같은 소재를 말하는 3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이슈를 찾는 관찰에 기반한 작품”이라는 오찬석 작가의 말처럼 영상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미디어의 모순을 꼬집고 속도감만 남은 채 제자리를 맴돌며 무력감에 사로잡힌 동시대의 현재를 바라보게 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은 소장품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됐다. 오는 25일 오후 3시엔 ‘언메이크랩’이 렉처 퍼포먼스 ‘비미래를 위한 생태학’을, 4월15일 오후 3시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진화하는 로봇 ‘가이아’를 선보인 노진아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돼 있다. 매주 금, 토 오후 2시와 4시엔 안규철 작가의 ‘야상곡 No.20/대위법’ 작품을 피아니스트 김윤지가 퍼포먼스 한다. 전시는 6월2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