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 가운데 1곳이 무투표 당선이다. 혼자 출마해 투표 없이 당선됐다. 당연히 현직 연임 비율이 높다. 무려 95%에 달한다. 이런 투표를 굳이 국가가 관장해야 하는가. 공정성이라는 가치는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더라도 이런 작금의 현실은 문제다. 손을 뗄수 없다면 선거에 관심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도에서 180명, 인천에서 23명의 조합장이 선출됐다. 농협(축협)·수협·원예·인삼 등의 단위조합 대표자다. 조합장은 조합별 생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총괄한다. 그중에도 자체 금융사업에 갖는 권한이 막강하다. 조합원 이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리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관장할 만하다. 이번이 세 번째다. 선거는 무탈하게 끝났다. 탈·불법 선거에 대한 감독이 엄하게 이뤄졌다는 평이 많다. 국가 관리가 가져온 긍정적인 측면이다. 반면 아주 보기 민망한 모습도 드러났다. 지나치게 많은 단독출마·무투표 당선이다. 경기도에서 42개 조합이 투표 없이 조합장을 냈다. 23.3%다. 인천시에서도 4개 조합이 그랬다. 17.3%다. 경쟁자 없는 선거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얘기가 다르다. 무투표 당선이 4개 가운데 1개, 5개 가운데 1개 꼴이다. 단언컨대 이런 선거는 없었다. 겨우 이런 투표를 감독하려고 혈세·공권력을 투입한 건가. 공정성만큼 부각되는 효율성 문제다. 어쩌다 한 번 나타난 현상도 아니다. 선거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 전국동시조합장선거다. 앞선 두 번째 선거는 2019년에 있었다. 그때도 후보자 단독 출마, 무투표 당선 조합이 경기도 28곳, 인천 2곳이었다. 수치로만 보면 개선은커녕, 되레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4년 뒤인 2027년에 또 치러진다. 그때는 ‘무투표 당선 30%’에 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래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고민해 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리 이후 개선된 점은 많다. 금품 선거, 부정 선거가 줄었다. 후보나 유권자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 길었던 ‘고무신 선거’의 폐습이 사라졌다. 선관위가 다시 손을 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불공정으로의 역주행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4곳 중 1곳에 달하는 무투표 당선을 보고만 있을 일도 아니다. 다소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선거 참여 열기를 높여야 한다. 후보와 유권자의 관심을 좀 더 이끌어낼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실 이 점에서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선관위 역할이 꼭 단속과 적발에만 있지 않다.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책무다. 대선, 총선에서의 홍보·안내와 조합장선거에서의 그것은 비교도 할 수 없다. 특정 집단만의 선거라는 제한이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업무를 관장하는 선관위의 기본 역할이 달라지지 않는다. 후보자·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한층 배가하기 바란다. 물론 가장 시급한 건 폐쇄된 조합장선거 풍토 개선이다. 얼굴 아는 조합원끼리 정(情)으로 한다는 그들만의 정서다. 그러니 경쟁에 주춤거리고, 변화에 멈칫되는 것 아닌가. 변하기 쉽지는 않은 일이다.
서양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가 있었다면 동양에선 이도령과 춘향의 사랑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천주교 역사상 매우 특별한 커플이 있었으니 이름 하여 ‘동정 부부’라 부르는 유중철 요한과 이순이 루갈다 부부의 이야기다. 사실 ‘동정+부부’라는 서로 모순되는 두 마디가 이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 수도자처럼 하늘나라를 위해 주님께 오롯이 몸을 바치기로 한 젊은이들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 부부가 됐다. 당시 사회적 관습에 따라 결혼적령기에 이른 남녀가 독신으로 지내는 일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의 형식을 거쳤다. 한 지붕 밑에서 이 젊은 남녀가 4년 동안을 함께 살면서도 두 사람은 처음부터 하느님과 상대방에게 약속한 동정을 지켜냈다. 그리고 둘은 두어 달 사이로 나란히 순교했다. 그래서 누구는 이들을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시들지 않는 백합”이라고, 누구는 “한국 순교사의 가장 찬란한 진주”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진짜 가능한 일인가? 이순이 루갈다는 감옥에서 곧 맞이할 죽음 앞에 자신의 속 이야기를 어머니께 써 보낸다. 이후 이 편지는 박해 시대 때 신앙인들이 혹독한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가장 많이 읽은 글이 됐고, 신앙의 후손들이 이 글을 끊임없이 필사하고 널리 전한 덕분에 지금까지 우리에게 보석처럼 남게 됐다. “제가 여기로 온 후, 평소에 마음에 두고 걱정하던 일을 이루었습니다. 9월에 와서 10월에 우리 두 사람이(동정을 지키기로) 발원 맹세하고 4년 동안을 실제로 남매처럼 지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중간에 대략 10번이나 심한 유혹을 당하여 (서약을 지키기가)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까지 이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피를 흘려 이루신 공로의 힘에 의지하여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이 일에 관해서 마음을 쓰실 것 같아 이렇게 말씀드리니, 저 자신을 대하시듯 이 글을 반갑게 받아주시기 바랍니다.”(동정 부부 순교자 이순이 루갈다 옥중편지) 이들은 당시 서학을 통해 천주교를 알게 됐고, 신 때문에 양반이든 노비든 모두가 평등하다는 가르침을 접한다. 태생부터 신분이 정해진 사회, 양반과 노비 사이에 존재하는 부조리와 불평등 속에서 이러한 가르침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들에게서 신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인간 상호 간의 사랑과 존중이라는 귀중한 모범도 발견할 수 있다. 상대방이 가고자 하는 길, 그리고 그가 신께 드린 서약을 존중하고 그것을 지켜 주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이겨낸다. 그들이 보여준 사랑은 자신을 희생할 때 가장 분명히 나타난다. 자신을 태우며 세상과 이웃에 빛이 돼주는 초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들은 가슴속 깊이 이 성경 구절을 새기며 살지 않았을까?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목숨을 내놓으셨습니다. 이것으로 우리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1요한 3·16).”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았다. 1908년 3월8일, 1만5천여명의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벌인 역사적 시위가 그 기원이다. 1975년 유엔은 ‘여성의 날’을 국제기념일로 공식 지정했으며 한국에서도 민간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여성의 날 기념일이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돼 매년 기념하고 있다. 2023년 세계 여성의 날 캠페인 주제는‘#EmbraceEquity #공정을 포용하라’다. 세계여성의 날 조직위원회에서는 이번 주제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평등(Equality)이라는 단어에 숨겨져 있던 공정(Equity)의 가치를 발견하고, ‘평등한 기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세계여성의 날 조직위원회에서는 평등과 공정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공정은 그냥 좋은 것이 아니라 꼭 있어야 하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준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가진 조건이 같지 않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별, 인종, 세대 등 다양한 개인의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지원과 기회를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기회의 평등이라는 개념은 매력적이지만 기회의 평등이 결과의 평등과 공정함까지 보장된다는 믿음은 깨진 지 오래됐다. 경기도 여성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2021년 기준 경기도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은 50.2%로 남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74.7%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이 현실이며 2021년 기준 경기도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217만5천원으로 남성(341만8천원)에 비해 124만3천원이나 적다. 또 지방의회의 여성 대표성의 현실을 보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2022년 6월1일) 경기도 광역의회 당선자 156명 가운데 여성 당선자 수는 35명으로 22.4%에 불과하다. 이러한 경기도 여성의 현실은 우리에게 공정의 개념을 질문하게 한다. 우리가 사는 경기도에는 성 고정관념이 없고, 차별을 지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는가? 오늘 사후적으로 나타난 결과는 내일 삶의 사전적인 조건이 된다. 즉, 오늘 결과의 평등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내일 자녀들에게 공평한 이익을 물려줄 수 없다.
중학교 과정에서는 지필고사와 수행평가를 합산해 성적이 나오고 보통 반반이거나 7 대 3의 비율로 매겨진다. 내신 등급제가 아닌 성취평가제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등수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수준 파악이 어렵다. 코로나19 시국을 지나면서 전체적인 학습 능력이 떨어진 것을 강의 현장에서 체감한다. 특히 문해력 이슈는 중학생만의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어휘 수준은 놀랄 정도로 낮아진 상태다. 국어 기초능력 미달 비율이 여학생과 비교하면 남학생이 4배가량 높다고 한다. ‘존귀하다’, ‘삼별초의 난’, ‘간헐적’, ‘금일’같이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단어들의 뜻을 아이들은 모른다. ‘존귀하다’를 ‘매우 귀엽다’고 알고 있고, 한국사 시간에 나오는 ‘삼별초의 난’에서 삼별초가 ‘삼별초등학교’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학교에서 교사들은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무슨 뜻인지 몰라 일일이 단어를 설명해줘야 한다고 하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영어 수업 시간에도 영어의 뜻을 한국어로 설명하면 그 단어의 뜻을 또다시 설명해줘야 해 진도를 나가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아들을 둔 엄마들의 고등학교 선택은 깊이 고민해 봐야 하는 중요한 이슈다. 전국에는 2천300여개의 고등학교가 있고 사립이 900개, 국·공립고등학교가 1천400개, 특성화고등학교가 500개 있다. 이 중 남녀공학은 대부분 신설 학교가 많고 경기도의 경우 공학 비율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남고, 여고가 줄고 있어 최근에는 공학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남고의 경우 내신 따기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여고는 학습 분위기가 좋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많다. 소위 노는 아이들이 거의 없고 안정적인 면학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 대한민국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해 최근 남고, 여고는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이고 최근에는 ‘이음학교’라는 새로운 학교 제도가 만들어졌다. 서울지역에서 처음으로 서울형 통합운영학교인 송파구 일신여자중학교와 잠실여자고등학교가 올해 3월 이음학교로 출범했다. 이음학교는 학교급이 다른 두 개 이상의 학교를 통합해 운영하고 서울에서는 3개교(해누리초·중, 강빛초·중, 서울체육중·고)가 운영되고 있다. 전국 단위 자사고, 특수목적고, 영재고, 과학고,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고등학교 명칭이 여러 가지여서 입시를 처음 접하는 엄마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서울시교육청 고교입시정보 홈페이지의 분류에 따르면 고등학교 입시는 전기 후기로 크게 나뉜다. 일반적으로 특목고라 하는 고등학교에는 과학고등학교와 체육고등학교가 있다. 외고의 인기가 한창이던 몇 년 전 외고까지 통칭해 일반적으로 특목고라고 불렸지만 정확한 분류로는 외국어 고등학교는 특수목적고 중에서 후기 외고, 국제고 범주에 속한다. 영재학교 및 과학고등학교는 중학교 3학년 1학기에 원서 접수가 이뤄지기 때문에 입시 준비 시기가 가장 빠르다. 보통은 중학교 입학부터 영재고 준비를 시작하는 편이고 교육청 영재원이나 대학영재원에서 공부한 아이들이 영재고 입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마이스터고를 특성화고등학교로 잘못 알고 있는데 마이스터고는 특수목적 고등학교에 속한다. 마이스터고의 인기는 상당히 높고 취업률도 높은 편이라 입학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5년부터는 전 학년 내신의 절대평가가 시행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 학년 절대평가로의 전환은 내신의 불리함으로 특목고, 자사고 진학을 고민하던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교육부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하는 입시정책에 따라 발 빠르게 대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등학교의 선택은 그 첫 번째 전략이다.
귀를 의심했다. 다시 들어봤다. 그래도 미심쩍긴 마찬가지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연설이 그랬다. 9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부대 대표단 회의에서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국가 실험실을 잘 건설·관리·운용해 자주·독창적 혁신을 강화하고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과 자강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국방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이뤄 강한 군대 건설과 전쟁 승리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강군승전(强軍勝戰)’. 그가 되풀이했던 단어다. 군대를 강하게 육성해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자는 뜻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산당 군대가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군대와 전쟁을 벌이던 시절 워딩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강조했다는 기록도 있다. 눈도 다시 떠야만 했다. 시 주석의 복장이 눈길을 끌어서다. 연설을 하는 동안 짙은 녹색의 인민복을 입었다. 인민해방군 군복 색깔과 한 치도 어긋나지 않고 똑같다. 역대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전인대에서 자주 입던 옷이다. 자신이 인민해방군 통수권자인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그는 이런 복장으로 “국방과학기술공업이 더욱더 ‘강군승전’에 기여해야 한다. 국가안보를 위한 대규모 비축 시스템 구축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결국 군사 분야에서의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이뤄 첨단 무기를 자력 생산할 수 있는 군수산업의 자체 완결성 확보를 독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략자원의 통합, 전략 역량의 일체화한 운용 등을 통해 전력을 체계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가 연설하는 동안 장유샤 부주석, 허웨이둥 부주석, 리상푸 위원 등 중앙군사위원회 간부들이 도열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그들이 전쟁에서 꼭 이겨야만 하는 나라는 과연 어딜까. 시 주석의 발언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씨(64)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9일 성남수정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씨는 이날 오후 7시 30분께 성남시 수정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장 정황 증거 등을 토대로 사망 경위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씨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행정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서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내다가 이헌욱 전 GH 사장 등 임원들의 사퇴로 2021년 11월 이후 사장 직무 대행을 맡기도 했다. 도지사 선거 운동 당시 선거 캠프에서 대외협력 본부장, 인수위원회에서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등 이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해류가 급격히 바뀌면서 전 세계에 태풍과 해일, 눈폭풍이 불어닥친다. 북미 대륙은 순식간에 빙하기가 시작되고, 눈앞엔 얼어붙은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 지금도 회자되는 2004년 영화 ‘투모로우’의 장면들이다. 과거 영화나 책에서 보던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현실이 됐다. 예년보다 긴 장마, 이상 한파나 고온에 대한 뉴스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기상청은 9일 ‘2022년 겨울철 기후 분석’에서 통해 “지난 겨울에도 미국은 폭설과 한파, 유럽은 이상고온으로 몸살을 앓았다”면서 “우리나라도 기온 변동이 큰 가운데 초겨울에는 폭설과 1월 때 아닌 호우가 발생했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하려는 ‘경기지역 대학생기후행동’이라는 이름의 젊은 열정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에게 미래는 자신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대학생기후행동은 지구 온도 상승과 기후변화로 인한 생존 위협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모여 지난 2020년 10월30일 출범했다. 전국적으로 100여명의 서포터즈가 힘을 모았다. 이들은 기후위기에 무관심한 정부 정책을 지적하며 2030년까지 탈탄소·탈핵을 통한 정의로운 생태체제 전환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경기지역 대학생기후행동에는 용인대, 단국대, 한신대 등의 재학생 70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긴 호우로 피해를 입은 농가나 침수지역에서 복구 활동을 돕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페스티벌 등을 열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수원역에서 화성행궁까지 ‘기후비상행진’도 진행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지난 4일에도 용인 단국대에 22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기후 챌린저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소감을 나누는 자리였다. 지난달 20일부터 2주 동안 진행된 ‘기후 챌린저스’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알루미늄 빨대 사용하기, 이메일 지우기, 플로깅(조깅할 때 쓰레기 수거) 등 일상생활 속 환경지킴이 활동이었다. 올해 경기지역 대학생기후행동은 대학생과 청년을 중심으로 기후정의동맹세력을 구축해 나가려는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오는 8월 기후페스티벌에서 기후실천단을 운영,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같은 기후재난에서 보호받지 못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유매연 경기지역 대학생기후행동 대표는 “2020년 폭우로 산사태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군에서 자원봉사 중 ‘기후 난민’의 모습을 보게 돼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며 “기후위기로 다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 주민이 한국으로 오는 이유는 식량 부족보다 북한 체제의 감시·통제가 싫고 더 나은 환경을 찾기 위해서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하나센터(이하 센터)가 시행한 ‘경기남부권역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지역사회 정착환경 실태조사’ 결과 이처럼 밝혀졌다. 9일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기남부권역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3천명(평택시 1천151명, 화성시 1천312명, 오산시 325명, 안성시 212명) 가운데 284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41.79%가 탈북 동기로 ‘북한 체제의 감시·통제가 싫어서(자유를 찾아서)’라고 대답했다. 이어 ‘식량이 부족해서’ 24.64%,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어서’ 13.21%, ‘가족(자녀)에게 더 좋은 환경을 위해서’ 10.36% 등의 순으로 더 나은 삶을 찾아 탈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사는 가족으로는 35.4%가 ‘배우자와 자녀가 있다’고 응답했다. ‘자녀만 있다’와 ‘배우자만 있다’고 한 응답은 각각 26.98%, 10.79%다. ‘혼자 있다’는 응답은 27.7%였다. 반면 경제적 이유와 문화 차이 등으로 아직 한국 사회 정착에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왔다. 직업 형태에 대해 응답자의 31.4%가 무직, 14.18%가 계약직(현장 근로자)이라고 대답했으며 아르바이트도 6.91%를 차지했다. 정규직(현장 근로자)은 19.27%였으며 사무직은 10.55%로 집계됐다. 경제 활동 중인 응답자의 평균 급여는 224만4천400원이었다.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55.45%가 ‘건강 문제’를 꼽았다. 언어·관습과 문화적 차이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선 ‘다소 어렵다’ 53.93%, ‘매우 어렵다’ 8.61% 등 북한이탈주민 대부분이 어려움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정착 수준과 관련해 ‘완전히 정착했다’고 한 응답자는 33.93%인 반면 ‘조금 부족하다’ 36.43%,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21.79%, ‘아직 많이 부족하다’ 7.86% 등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다.
탈북 동기가 식량 부족에서 자유와 자녀 교육 등 더 나은 삶을 위한 목적으로 바뀐 이유는 북한 주민의 세대 차이에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1990년대는 소련 붕괴에 따른 외국의 지원이 중단되고 1993년 냉해를 시작으로 기근이 닥치면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소위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북한의 체제 위기 시기다. 당시 탈북의 주요 동기는 식량 사정 악화였으나 2000년대 이후 식량 사정이 이전보다 나아지자 북한 주민들의 관심이 자녀 교육 등 삶의 질 향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2000년대 정상회담과 남북 교류 시작으로 식량난이 해소되고 2010년대 김정은 정권 초기에 잠시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서 다른 동기로 탈출하는 주민들이 늘었다”며 “경제적으로 잘살겠다고 기대도 하지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살거나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등 탈북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소태영 경기남부하나센터장도 “최근에는 먼저 탈북한 가족을 동경해 탈북하거나 돈을 더 벌고 싶고 자유를 찾아 이민처럼 탈북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며 북한이탈주민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으로 오는 데는 초기정착금 지급제도 등 지원정책 등의 요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탈북한 이들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탈북 후 중국 등 제3국에 거주하던 중 지원정책 관련 정보를 접하면서 한국행을 선택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착 지원제도를 직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선진화한 한국에 정착해 꿈을 키우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한국으로 가는 게 목적이라기보다 꿈을 실현할 장소로 한국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탈북 동기가 이전과 달라졌고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만큼 지원정책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을 별개의 계층이 아닌 국민의 일부로 보고 취약계층으로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사회 전체의 복지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적 지원보다는 지역사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가 성공적인 정착을 견인하기 위한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직 많은 사람이 언어 관습과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느끼고 정착하는 데 5~10년이 더 필요하다고 응답한 만큼 지역사회에서 인식 변화 등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 센터장은 “정착하는 시간을 줄이려면 편견 없이 주민으로 인정해주는 등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기업이 북한이탈주민 고용을 기피하지 않도록 상공회의소와 지자체가 인식 변화와 고용 연계 등에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북한이탈주민이 경제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건강 문제 대부분은 육체적인 것보다 탈북 과정에서 발생한 트라우마와 우울증 등 정신적·심리적 문제인 경우가 많다”며 “방문하는 데 부담이 있는 광역단위 의료원이나 큰 병원보다 지역 내 의료시설 및 보건소 정신건강센터 등을 통해 심리상담과 치료를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 상태의 노인이 혼자서 집을 파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거나 유언공증을 한 경우, 이는 효력이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 노인에게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라면 위 계약이나 유언은 유효할 수 있다. 설령 그의 상황이 성년후견개시가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치매에도 경·중의 차이가 있으므로 치매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의사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의사능력이 없다고 하려면 증거에 의하여 그 사정이 입증돼야 한다.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민법 제10조 제1항), 만일 그가 특정한 법률행위 당시 의사무능력 상태였음이 입증된다면 그 법률행위는 무효가 된다. 다만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받은 경우에는 의사무능력을 입증할 필요 없이 피성년후견인의 행위를 취소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피성년후견인의 행위의 효력을 다투는 사람이 의사무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게 되므로 성년후견개시 심판 등을 미리 받아둘 필요가 있다.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 지능을 말한다. 우리 민법은 행위능력이 제한된 제한능력자로서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을 인정하고 그러한 제한능력자들의 행위는 일정한 경우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의사능력 없는 자의 행위의 효력에 관하여는 일반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판례에 의하면,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해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어떤 법률행위가 그 일상적인 의미만을 이해해서는 알기 어려운 특별한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경우, 의사능력이 인정되려면 그 행위의 일상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에 대하여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을 요한다. 따라서 신체감정결과 등을 통해 치매 상태의 노인이 계약이나 유언 등을 함에 있어 그 일련의 법률적인 의미와 효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입증된다면, 그가 한 계약이나 유언은 의사능력을 흠결한 상태에서 한 것으로서 무효가 되는 것이다. 한편, 피성년후견인과 피한정후견인의 유언에 관하여는 행위능력 제한에 관한 민법 제10조 및 제13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민법 제1062조). 따라서 치매 상태라 하더라도 피성년후견인은 의사능력이 회복된 때 직접 유언을 할 수 있고(민법 제1063조), 피한정후견인은 후견인의 동의 없이도 직접 유효한 유언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