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촌 생태·환경 파괴에 화재 유발하는 영농폐기물

한 해 농사의 마무리는 영농폐기물을 수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농사에 사용 후 버려지는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 농약병 등 영농폐기물을 수거해 올바른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진정한 농사의 마무리다. 하지만 농경지 곳곳에 폐비닐이나 농약병 등 영농폐기물이 쌓여 있는 곳이 많다. 쓰레기산을 방불케 하는 곳도 있다. 풀이 나지 않도록 설치한 멀칭용 비닐이 넘쳐나고 각종 플라스틱 농약병도 나뒹굴고 있다. 영농폐기물은 파종기인 3∼4월과, 수확 직후인 늦가을 이후에 많이 배출된다. 수확이 끝난 농촌현장에서 고춧대나 콩대, 깻대 등 영농 부산물의 불법 소각이나 매립, 무단 방치 등은 큰 골칫거리다. 2021년 전국의 폐비닐 발생량은 32만t에 달했다. 수거·처리된 양은 26만t이다. 나머지 20%(6만t)는 소각 또는 불법 매립됐거나 방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거되지 않고 버려진 영농폐기물로 인한 피해와 위험이 크다. 불법 소각이나 매립은 토양과 대기, 환경오염을 유발하게 된다. 폐비닐은 강풍에 날려 농경지 인근의 고압전선에 걸릴 경우, 정전이나 화재 사고의 원인이 된다. 불법 소각을 하다 산불 등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적으로 동계 비산물로 인해 136건의 크고 작은 정전이 발생했다. 지난해 2월 축구장 400개 규모의 피해를 입힌 경북 영덕 대형 산불은 농자재인 과수용 반사필름이 바람에 날리면서 전선에 닿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대형사고 이후에도 농촌 현장에선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 영농폐기물이 수거되지 않는 주된 원인은 농업인구 고령화와, 일손이 부족해 폐기물을 지정된 장소에 배출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이 영농폐기물을 수거해오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수거보상제도를 시행하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 각 지자체나 농협 등에서도 영농폐기물 수거활동을 펼치지만 한계가 있다. 수거되지 않은 영농폐기물 대부분은 불법소각되거나 생활폐기물 등과 섞여 매립되기도 한다. 비닐 같은 영농폐기물은 무단 소각 시 공기 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지정되지 않은 땅에 임의로 묻을 경우 자연분해가 되지 않아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을 초래한다. 허술한 영농폐기물 관리는 경관을 해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화재까지 부르는 고질적인 농촌 문제다. 영농폐기물을 체계적으로 수거·처리할 수 있는 맞춤형 관리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실효성 있는 다각도의 대책이 절실하다. 영농폐기물을 스스로 수거하는 농민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고, 예산·인력 확충 등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도 강화돼야 한다.

[사설] 예산 아낄 고양 청사 이전 백지화/공동화될 지역을 위한 대책 있나

고양특례시 청사는 신축이 필요한가. 1983년 건립된 40년 건물이다. 당시 인구가 20만, 현재는 100만이다. 공간이 부족해 40여개 부서가 외부에 있다. 사유 건물 임대도 많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위험까지 있다. 2003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시세가 비슷한 용인, 성남과는 대조적이다. 청사 면적에서 두 시의 5분의 1이다. 이만하면 청사 신축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이 부분을 다시 꺼낼 건 없다. 문제는 ‘어디로 갈 것이냐’였다. 관련된 파격 선언이 나왔다. 4일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이 던졌다.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의 기부채납이 지난해 11월 확정돼 신청사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청사를 이 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결정의 배경으로 이런 설명도 했다. “고양시가 더 멀리,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일들에 대한 정리도 필요했다...오직 시민을 위한 정책 결정이었다.” 제일 큰 이유는 돈이다. 신청사 건립에 2천900억원이 든다. 부지 매입과 청사 건축비다. 2018년부터 매해 500억원씩 적립해 왔다. 부족한 부분은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 고양시 재정 규모에 큰 부담이다. 이걸 아끼자는 게 요진 빌딩 이전 구상이다. 2000년대 초, 지방정부에 불던 광풍이 있었다. 호화·거대 청사 경쟁과 재정 파탄이다. 그런 낭비를 막자는 것 아닌가. 누가 뭐랄 건가. 백번 옳은 결정이다. 다만, 중요한 판단 요소가 있다. 관련 지역민의 정서다. 지역에서 시청사가 갖는 경제적 비중은 절대적이다. 2천~3천여 공직자들의 소비가 시청 주변에서 이뤄진다. 상주 직원 3천명이면 웬만한 대기업이다. 고양특례시에 직원 3천명인 회사가 몇이나 되나. 여기에 행정 수요에서 파생된 각종 사무실들까지 몰려든다. 청사가 들어서는 땅은 순간 노른자위로 변한다. 반대로, 청사가 떠나면 공동화에 빠진다. 이걸 지역 이기주의라고 무시만 할 수 있나. 엄연한 상권 현실이다. 당연한 탄식이다. 고양특례시, 특히 이동환 시장이 해야 할 일이 여기 있다. 백지화에 반대하는 시민을 설득해야 한다. 말로만 되지 않는다. 그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고양시가 5일 원당지역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4일 청사 이전 백지화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시 청사가 빠져나가는 원당 주민의 분노가 커서다. 구상이 꽤 많다. 기존 청사 재활용, 건립 예정지 복합개발, 창업·벤처혁신지구, 도시 재정비 활성화, 오픈 카페 거리 등이 있다. 청사를 대체할 그림으로 나쁘지 않다. 문제는 얼마나 진솔하게 도출됐느냐다. 거대 지역을 재개발하는 일이다. 당연히 관련 용역이 진행됐어야 한다. 당연히 깊이 있는 과정이 있었어야 한다. 당연히 개발 일정과 대략의 예산을 추론했어야 한다. 이런 심도 있는 과정이 있었을까. 있었다면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대안이 신뢰받는다.

[지지대] ‘경기맨’ LH 사장, 눈여겨보자

우리나라 주택·토지개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새해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이한준 사장이 취임한 후 2개월 만에 추진된 이번 조직개편을 보면 층간소음 제로 아파트, 임대주택 품질개선, 선(先)교통-후(後)입주체계 실현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민주거혁신실’을 신설해 사장 직속으로 배치했다. 대국민 서비스를 중심으로 본부 직제 순서도 조정했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경기남부 지역본부 강화·북부 지역본부 신설이다. 그동안 LH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 경기 남부권 15개 지자체 관련 사업은 경기본부가, 경기 서부권 6개 지자체 관련 사업은 인천본부가, 경기 북부권 10개 지자체 관련 사업은 서울본부가 나눠 관리했다. 언뜻 보기에도 기형적인 이 구조가 경기남·북부본부로 재편되는 것이다. 이러한 본부 재편에는 당연히 이한준 사장의 철학과 소신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어느 지역보다 발전 가능성이 큰 경기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사장이다. 이 사장은 민선 4기 경기도지사 인수위원 활동을 거쳐 경기도지사 정책특보를 맡은 뒤 경기도시공사 사장까지 지냈다. 특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최초로 제안, 당시 경기도청에는 철도 관련 실·국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뚝심 있게 밀어붙여 GTX 노선의 초안을 그렸다. 또 수원특례시 광교신도시도 초기부터 이끌어 지금의 ‘광교’를 만들어낸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 단순히 경기 북부지역을 서울본부에서 독립시키는 데서, 경기 서부지역을 인천본부에서 빼내 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경기도민이라면 ‘경기맨’ 이한준 사장의 행보를 눈여겨볼 만할 것 같다.

[특별기고] 도의회 ‘여야 동수’ 민생정치 공진화 관계

라이벌은 라틴어로 ‘리발리스(Rivalis)’다. 그 뜻은 ‘다른 사람과 같은 하천을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공생관계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의회 여야 의석수 동석은 황금분할에 가깝다. 이는 도민들이 부여한 민의(民意)다. 따라서 여야 모두에 협력과 건전한 길항관계, 이를테면 공진화 관계로 도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 후 여야 두 진영 중 도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의정활동을 한다면 다음에는 신상필벌로 의석수를 조정해줄 것이다. 시대정신에 맞지 않은 의정활동으로 도민 의사에 반하는 진영은 퇴출의 쓴잔을, 도민의 의사에 부합하는 정당은 웃는 자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도민들은 여야 정치권에 그리스 속담 ‘악마와 다리 건너기’를 요구한다. 다리 이쪽은 절망과 불행의 땅이고 다리를 건너가면 희망과 행복의 땅이다. 그런데 다리를 건너기 위해서는 악마와 손을 잡아야 하고 우리 편만 건너려고 하면 다리가 무너지게 돼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여야가 협력과 협치를 통한 건전한 공진화 관계를 지향해야 함을 시사한다. 민주주의가 원래 시끄러운 것이지만 관리되지 않은 갈등은 위험하다. ‘한국 정치가 산업화 민주화 다음에 선진화가 아니라 퇴진화로 가고 있다’는 유명 언론인의 말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 분야 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국 중 3위인 데 반해 갈등관리 능력은 27위로 바닥권이다. 경기도는 국내 광역단체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그만큼 도민들의 요구와 이해 조정 폭이 넓고도 깊다 보니 정교한 ‘예술의 정치’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진영의 입맛에 맞게 처리하는 ‘편향동화’가 없었는가? 도의원으로서 최후의 거소(居所)인 언어의 진실성과 공공성을 해체한 일은 없었는가? 이 같은 질문에 여야 진영을 떠나 곪아 가는 상처를 건드리는 논쟁은 아프지만 건설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일컬어 개발도상국의 전범(典範)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1961년 고려대생 377명의 설문에 의하면 응답자의 86%는 ‘서구 민주주의는 한국에 적용될 수 없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지수 2021’에 따르면 한국은 167개국 중 16위에 올랐다. 5년 만에 ‘완전한 민주국가(Full democracy)’ 대열에 합류한 한국은 지난해 7단계 상승하면서 2년 연속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아주 자랑스러운 뉴스다. 현대사회의 특성상 인공과 가공의 세상과 떨어져 사는 아마존 원주민들처럼 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인류문명의 발달과 함께 사회는 다양한 계층과 각양각색 스펙트럼의 구성원들로 이해관계가 상충돼 있다. 이렇다 보니 대화와 소통, 이해 조정, 합리적인 제도 등이 뒷받침돼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서양 속담에 ‘탱고를 추기 위해선 둘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야가 타협과 조정은 안 하고 명분과 취지가 좋으니까 군말 없이 따르라는 건 ‘정의의 독점 행위’이고 독선일 뿐이다. 신념과 투쟁은 넘치는데 책임과 해결은 결핍된 의회문화는 정상이 아니다. 11대 의회는 의석수가 말해주듯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의회문화를 정립하라는 도민들의 명령이다. 새해에는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한다)’의 의회문화 조성 및 정착을 위한 의원 개개인의 우직한 항심(恒心)을 소망해 본다.

[천자춘추] 새해 유감

새해가 밝았다. 언제나처럼 누구나 한 해의 계획을 세우는 때다. 연말이 됐을 때 연초에 세운 계획이 나름대로 잘 실천됐다며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인생사나 사회사를 돌이켜보면, 일반인들에게 모든 일이 실제 계획대로 진행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누구나 연초에는 용머리를 그리겠다고 의지를 불태우지만, 연말이 되어 살펴보면 용머리는 온데간데없이 뱀 꼬리만 남아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계획은 창대했으나 실천 결과는 미약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계획에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어서 과도한 자책감에 괴로워할 일도 아니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또다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필부에게는 계획 있는 삶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계획과 실천 사이의 차이가 개인이 아닌 정부나 정당에서 일어난다면 그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공적인 영역에서의 계획과 실천 사이의 간극은 그 이상의 신뢰의 위기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각 정당은 국민통합, 한반도 평화, 경제 성장, 국운 융성 등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창대한 결실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이념 갈등, 지역 갈등, 계층 갈등에서 시작된 우리 사회의 갈등이 다문화 갈등, 젠더 갈등, 세대 갈등으로 갈등의 층을 켜켜이 쌓아 올리고 있는 이른바 복합갈등의 시대이다.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생각할 수 없는 내용인데, 시원한 해결이 무망하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욱이 갈등을 어루만지며 통합된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정치권은 그들 스스로가 오늘도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아마도 내일이 된다고 달라지지는 않으리라. 말로는 국민통합을 외치면서도 국민을 편 가르고 당 짓기를 반복한다. 팬덤은 결코 민주주의의 양념일 수 없다. 대화와 타협이 민주주의의 원칙이지만, 팬덤은 대화와 타협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상대를 존중하기는커녕 마치 적과 동일시하는 곳에서 타협의 예술은 꽃피울 수 없다. 타협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변절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통합, 평화, 정의, 민주주의는 그 의미와 함께 이미 말 자체가 아름답다. 그래서 정치인은 이러한 용어를 입에 달고 산다. 부모가 자녀에게 참된 인간이 되라고 말하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지만, 자녀를 참된 인간이 되게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그만큼 말보다 행동, 계획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치인은 통합과 평화와 정의를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이다. 정치인은 필부와는 달리 계획보다 실천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새해가 지난해와 비교해서 조금이라도 통합되고 평화로우며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문화카페] 한 거장 감독의 ‘겨울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유

지난주 목요일인 2022년 12월 29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고(故) 신상옥 감독의 유작 ‘겨울 이야기’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아내를 잃은 충격으로 치매를 얻은 노인(신구 분)과 그를 보살피는 며느리(김지숙 분) 사이의 가족애를 다룬 이 영화가 18년간 미공개 상태로 있다가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100년이 넘는 한국 영화의 역사에서 신상옥 감독은 가장 특별한 이력을 지닌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남한에서 최고의 감독 및 제작자로 활동하다가 납북된 뒤 1980년대에는 북한 영화를 만들기도 한 데다 1950, 60년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최은희와의 염문과 결혼, 이혼과 재회, 그리고 동반 탈북이라는 드라마틱한 삶의 여정을 경험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영화’ 같은 생애를 보낸 신상옥 감독이 인생 말년에 남긴 마지막 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겨울 이야기’는 대중의 관심과 언론의 조명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연 많은 거장 감독의 손을 거친 어느 한 작품이 후대에 완성돼 일반에 공개되는 경우가 흔한 일은 아니기에 그렇다. 더욱이 지금은 ‘거장(巨匠)’으로 불릴 만한 영화감독이 나오기 쉬운 시대가 아니다. 디지털 영상 매체의 기술적 발달로 인해 누구라도 영상물 제작이 가능해졌고 다양한 콘텐츠가 온라인 공간을 채우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영화의 소재와 기법 또한 보다 자극적이면서 감각적인 경향을 띠게 됐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영향하에 OTT 드라마가 약진하고 영화의 배급 방식, 상영 체계, 관람문화 등을 둘러싼 전반적인 변화가 일면서, 그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됨은 물론 영화의 종언이 점쳐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면에서 ‘겨울 이야기’가 설을 앞둔 18일에 개봉된다는 소식은 반가움을 넘어 기대감을 자아내게 한다. 과거 영화계에서도 ‘명절 특수’나 ‘구정 대목’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만큼 추석과 더불어 설 연휴에는 시내 영화관이 흔히 인파로 북적였는데, 진지한 문제의식과 과감한 실험정신을 통해 서사, 주제, 형식적 차원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여온 신상옥 감독의 영화 역시 스크린을 장식하곤 했다. 그렇다면 이미 17년 전 세상을 떠난 거장의 유작 속에는 84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과연 어떠한 이야기가 어떻게 연출돼 있을까.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강추위를 녹여줄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 한 편이 벌써 기다려진다. 올 설 연휴에는 오랜만에 극장가를 찾아 한 편의 영화가 선사하는 진한 감동을 느껴봐야겠다.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 뜨거운데… 실속 못챙기는 경기도

전 세계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경기도의 ‘국가 전략 기술 확보’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우수 인재 확보 등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절실한데,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도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5일 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 따르면 국가 연구개발 집행 총액 중 도에 유입되는 비중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로 지난 2017년 13.6%, 2018년 12.5%, 2019년 11.7%, 2020년 10.7%, 2021년 11.6%다. 최근 5년간 국가 연구개발 사업 투자의 연평균 증가율 역시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인 17위를 기록했다. 도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과학기술 인력 및 인프라가 집적돼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정부의 지원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셈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연구원 수는 경기, 서울, 대전 순으로 많이 분포해있다. 그런데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그 반대인 대전, 서울, 경기 순으로 확인됐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성과 지표 중 하나인 도내 ‘특허 출원·등록’ 추이도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평균 -5.90%를 기록하며 전국 최하위권인 14위에 그쳤다. 게다가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도의 정책 사업 추진과 인재 양성에도 제동이 걸려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도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동연 지사의 공약으로 검토된 ‘경기도형 공영미디어 플랫폼 구축’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으로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기술 개발은 뒤로 하고 플랫폼 구축부터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또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오는 2031년까지 12만7천명의 반도체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도 역시 같은 상황에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정부의 투자 비율 감소에 경제 성장 악화까지 겹쳐 도의 미래 기술 지원이 자칫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도의 우수한 인프라 대비 과학기술 분야 발전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부족한 것은 인지 중”이라면서도 “수도권 역차별에 대한 피해가 도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도만의 고유한 정책들을 발굴해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시 ‘청년특별시’ 무색… 교류활동 시설 부족

‘청년특별시’를 지향하는 안양지역에 정작 청년들의 활동을 도와주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안양시에 따르면 시는 지역 청년들의 교류 활동을 돕기 위해 ‘범계역 청년출구’(이하 청년출구)를 운영 중이다. 청년출구는 청년기본조례에 따라 2017년 범계역 롯데백화점 지하 1층 광장(65㎡)에 조성했다. 이곳에선 공간 대관, 취미 클래스, 명사 특강, 청년 네트워크 활동 등을 진행하며 운영비로 약 1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청년공간 내부 면적이 7㎡ 남짓한 데다 한번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어려워 청년들의 교류 활동을 돕기에 어려운 실정으로, 청년출구 외 청년 교류활동을 돕는 시설들이 부족하다. 또 시는 경기도문화재자료 100호인 서이면사무소 옆 부지(안양동 674-207)에 ‘안양1번가 청년공간’ 조성을 추진 중이지만 안양1번가 상인들은 ‘문화재 규제에 더해 다른 규제를 만드는 꼴’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청년들이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채진기 시의원은 “청년특별시로 불리는 안양에서 정작 지역 청년들을 위한 물리적 공간을 마련한 게 없다.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설을 시가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안양1번가 청년공간은 올해 착공할 예정이다. 안양1번가 상인들과 꾸준히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안양=김형표·박용규기자

파주시 국내최대 박물관클러스터 꿈꾼다 下.국내외 벤치마킹

박물관 전문가들은 파주시가 국립박물관 5곳 집적화 추진 관련 파주출판단지·미국 ‘내셔널몰’ 등 벤치마킹을 조언하고 나섰다. 해당 박물관들이 파주와 비슷하게 각국을 대표할 정도로 최대 규모 국립박물관들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5일 파주시와 국립박물관 활용전문가 등에 따르면 시는 탄현면 통일동산 문화지구에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 유치를 추진하면서 인근 국립한글박물관통합수장센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기억과 유산자료센터 등 국립박물관 5곳이 잇따라 개관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을 한데 묶어 국립박물관 클러스터를 조성해 국내 최대 규모의 국립박물관 메카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국내로는 파주출판단지, 해외로는 미국과 독일사례 등을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파주 국가출판산업단지는 1997년 지식정보산업을 바탕으로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정됐다. 이 지역은 조성 당시 입주 업체들이 의기투합해 토지이용계획을 스스로 짜고 건물 설계부터 자연환경 활용까지 친환경을 표방하며 세계적인 디자인출판단지로 만들었다. 미국 워싱턴 중심부에 있는 내셔널몰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미국의 앞마당’이라는 별명도 가졌다. 독일 베를린에는 무제움스인젤이라는 박물관섬이 있다. 이 섬이 '박물관섬'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건 북쪽에 구(舊)박물관, 신(新)박물관(노이에스 박물관), 페르가몬 박물관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박물관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윤정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국립민속박물관파주 주변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등이 추진하고 있는 수장고 건립이 이루어지면 기존 헤이리예술마을, CJ 콘텐츠월드, 파주출판단지와 연계하여 대단위 문화단지화될 수 있을 것이다 "면서 "이는 파주시를 비롯한 수도권에 세계적으로 주목할만한 문화명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김경일 시장은 “세계적인 박물관 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해 조성단계부터 참여하는 방안을 경기도 및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