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다이어리 특수 옛말… 인쇄소 ‘잔인한 연말’

“올해 달력 주문 제작 건수 0건입니다. 평생 이 일만 해왔는데 앞으로 생계가 막막합니다.” 지난 23일 오전 수원특례시 팔달구 교동 인쇄골목. 1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인쇄 거리가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인쇄소를 운영해온 '인쇄 터줏대감' 최정호씨(63)는 “최근 달력 뿐 아니라 다이어리, 연하장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옛날 연말·연초에는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집에 못 들어가는 날이 많았는데 요즘은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있을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파주에서 인쇄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광성 대표(62)도 가슴이 답답하다. 그는 “달력 제작 물량이 30% 정도 줄었다. 지난해의 경우 연초까지 달력을 제작하느라 바빴는데 올해는 12월 초에 이미 주문된 물량 공정이 끝났다”며 “연말 은행, 기업 등의 달력 제작으로 한 해를 버티는 다른 업체들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매년 종이 달력과 다이어리 제작 수요가 줄며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인쇄업체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한인쇄문화협회와 경기도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새해 달력 수주는 평균 40~50% 감소했고 관공서에서 발주되는 인쇄물 주문량도 전년 대비 10~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달력 인쇄 매출은 2015년 1천500억에서 2022년 1천억원 밑으로 떨어져 매년 5~10%씩 떨어지는 추세다. 실제로 올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달력 제작 부수는 약 505만부로 지난해보다 4만부 정도 줄었다. 특히 고물가 여파에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내 소규모 업체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종이의 주 재료인 펄프 가격이 전년대비 50% 이상 급등한 데다가 잉크 및 부자재 가격도 20~30% 오른 영향이다. 더욱이 관공서와 계약한 물량은 전년도 예산으로 집행하다 보니 물량 납품 시에 상승한 원자재 가격이 반영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인쇄업체 관계자들은 지자체 차원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제도’를 정착화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준호 경기도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상무는 “도내 인쇄업체 5천500여개 중 90% 이상이 10인 미만 영세업체로 고물가에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생산비 변동 요인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박달스마트밸리→시티 명칭변경 사업규모 1조원 증가”

안양 박달스마트밸리 사업이 지난해 박달스마트시티 사업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개발지역이 확대되는 등 사업 규모가 약 1조원 증가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사업을 맡고 있는 안양시는 이 같은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25일 음경택 안양시의회 부의장(국민의힘)은 “최근 입수한 자료를 보면 박달스마트밸리 사업 방식이 기존 탄약고 지하화에서 타 지역 탄약부대 내로 통합 이전하는 방안으로 변경됐고, 도시개발도 2개 지역에서 3개 지역 도시개발과 예비군부대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수정됐다. 사업 규모도 기부 재산 9천억원에서 1조7천원으로 증가했고 양여재산 역시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어나며 1조원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사업 방식은 사업 기간이 오는 2027년 완공할 계획이지만 탄약고 이전 시 오는 2025년으로 단축하는 효과가 있고 주택 계획도 기존 4천523가구에서 2만2천546가구로 1만8천여가구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성도 16.4% 확보된 것으로 분석했다. 기부·양여 지역 조성비 등 총사업비는 3조4천945억원이며 택지분양 등의 회수비는 4조1천805억원으로 약 6천860억원의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음 부의장은 “시가 기존 박달스마트밸리 사업에서 시티 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사업 규모와 범위가 확대됐다”며 “최근 시가 스마트시티 사업과 관련해 국방부와 협의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음 부의장이 입수한 자료는 시가 만든 자료가 아니다. 탄약고 이전 계획은 스마트밸리 사업 추진 시 국방부와 협의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이미 폐기된 계획 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와 국방부는 스마트시티 사업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기아트센터 29일, 권일용 교수의 인문학 콘서트 ‘겨울의 마음을 읽는 봄의 이유’

경기아트센터는 29일 인문학 스페셜 콘서트 ‘겨울의 마음을 읽는 봄의 이유’를 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경기아트센터의 문화강좌 ‘2022 감성맞춤 인문학 아카데미’ 중 하나로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의 강연과 밴드 에이프릴 샤워, 가수 리엘의 무대가 함께한다. 인문학 콘서트에서는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가 ‘우리가 악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권일용 교수는 대한민국에 프로파일링 기법을 현장에 정착시킨 대표적인 인물로,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며 30여년간 약 3천 건 이상의 강력사건 범죄현장에 투입됐고, 1천여 명에 달하는 범죄자를 대면한 바 있다. 현재는 은퇴 후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과 강연 등을 통해 프로파일러로서의 경험과 범죄심리 분야의 지식을 나누고 있다. 강연은 총 세 파트다. 1부 ‘겨울의 마음은 어떻게 자라나는가’에서는 폭력의 대물림과 범죄를 저지르는 ‘악의 뿌리’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2부 ‘마음을 읽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는 인간 내면의 분노와 공격성, 개인의 감정 조절을 돕는 사회적 안정망에 대해 이야기 한다. 3부 ‘내 안의 겨울이 봄이 되기까지’ 에서는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가스라이팅’ 과 ‘그루밍 범죄’ 의 전형적인 양상, 사이비 종교 등과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인간의 심리를 살펴보며 ‘건강한 어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할 예정이다. 무대에는 인디밴드 ‘에이프릴 샤워’와 싱어송라이터 ‘리엘’이 올라 강연의 청자로 함께하며 파트 사이에 노래와 연주를 선보인다. 인디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감성적인 음악은 관객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고,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 관계자는 “범죄심리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야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 이라고 전했다.

한양대 에리카 지능형 로봇 테스트베드 구축

한양대 ERICA 캠퍼스가 제조 로봇과 관련한 장비와 시스템 그리고 인증 및 성능평가(경기일보 12월9일자 10면) 등 로봇관련 분야에서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지능형로봇 테스트베드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25일 한양대 ERICA에 따르면 지능형로봇 혁신공유대학인 한양대 ERICA 사업단은 지능형로봇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장서는 로봇응용 산업군으로 발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는 로봇 산업을 글로벌 4대 강대국 도약을 위한 12대 국가 전략기술로 정한데 이어 정부 부처와 대기업들은 로봇을 차세대 먹거리로 인식,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한양대 ERICA는 혁신공유 추진 뿐 아니라 미래인재 양성의 핵심 기관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지능형로롯 테스트베드를 경기테크노파크에 구축, 로봇 관련 국책연구기관 및 기업을 유치 할 수 있는 거점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지능형로봇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에는 한양대 ERICA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그리고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AVS(안산사이선스벨리) 3개 기관이 참여하며, 한양대 ERICA에서 50억원을 투자하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서 각각 30억원 규모의 다양한 로봇 장비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한양대 ERICA는 건물 리모델링 및 지능형로봇 체험존 구축에 이어 제조·서비스로봇 시스템에 이어 장비도입, 시민을 대상으로 한 체험공간과 교육과정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측은 머신텐딩 공정, 용접 및 주조공정과 로봇사공 및 표면처리 공정 등 제조로봇 시스템을 구축하고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서는 국제표준(ISO)을 기반으로 제조 현장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과 음식 그리고 카페 등에서 활용되는 서비스 로봇에 대한 성능평가와 인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조로봇 장비 및 시스템에 이어 로봇관련 인증 및 성능평가와 신구 구입장비를 중심으로 구축·운영해 산업체와 연계한 융복합 교육을 통해 디지털 신기술 분야의 핵심인재를 육성할 구상이다. 한양대 ERICA 관계자는 “지능형로봇 혁신공유대학사업은 교육부와 항국지능재단에서 지원하는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사업으로 지역·대학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국가 수준의 첨단분야 핵심 인재양성 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ERICA 캠퍼스는 지능형로봇 혁신공유대학 컨소시엄 주관 대학으로 광운·부경·조선·상명·영진전문대와 한국공대 등과 함께 지난 2021년부터 오는 2026년까지 6년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부천시약사회 원남숙 부회장 "지역사회 공동체와 동행하며 보탬되는 삶 살고파"

“약사로서 재능을 지역사회 공동체와 동행하며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약사로서 직업적 소명의식을 갖고 재능기부로 지역사회 공동체와 동행하며 봉사의 삶을 사는 부천시 약사회 원남숙 부회장(59)의 삶의 철학이다. 집안 어르신들이 복용하는 약의 개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다. 많을 땐 복용하는 약이 10개 이상 되기도 하지만 자칫 오래돼 약용 방법을 몰라 잘못 복용하거나 보관 방법 등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를 평상시 무의식적으로 그냥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 부회장은 방문 약료를 통해 약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재능기부로 지역사회의 건강 관리에 적극적인 사회참여 의식으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천시약사회는 2017년부터 '방문약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문약료는 약사 직능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사업으로 성공을 위해서는 약사들의 높은 사회 참여 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사업에 참여하는 약사들은 홀몸노인 집을 방문해 다량의 약들을 보관하는 방법부터 복용, 오남용 점검 등 관리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2, 3회 차 방문을 통해 교육 내용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사후 점검 관리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유행으로 가정방문 등 대면접촉이 어려워져 약사들과 어르신의 참여가 매우 저조했던 적도 있었다. 또 약사들이 방문한 일부 어르신들은 약사 방문을 '약을 팔러 온 게 아니냐'고 오해해 경계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원 부회장은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약에 대한 돌봄이 더욱 절실하다고 느낀다. 그는 생활이 넉넉지 않은 어르신 집을 방문해 보면 오래된 약들과 벌레 등 열악한 환경여건에서 지내고 있으며 약 복용 후 이를 기억하지 못해 과복용하는 경우 등 안타까운 사연이 많아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원 부회장은 “더 적극적인 지역사회 건강을 위해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제도화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약사는 전문지식 재능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지역주민들의 건강 관리를 책임지는 역할을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부회장은 발달장애 아동이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자신의 의지를 펼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그는 부천에서 발달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큰나무학교'와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함께나눔큰나무'라는 비영리민간단체 대표도 지냈다. 그는 발달장애에 대해 이를 겪고 있는 개인이나 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 공동체가 함께 참여해 해법을 찾아야 하며 사회적 인식 개선으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편견과 차별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변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부회장은 “공동체의 아픔이나 어려움은 지역 내 사람들이 열린 마음과 소명을 갖고 돕고 더불어 가야 한다”며 “약사로서 지역사회 내 어려움을 겪는 곳곳에 재능과 따듯한 마음을 전하고 또 지속해서 사회를 돌보는 단체와도 연계해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 부회장이 운영하는 지매약국은 23년째 부천역 남부에 터를 잡고 있으며 고객의 70%가 노인이다. 약국을 방문하는 노인분들은 동네 슈퍼 들르듯 약국을 찾으며 서로 안부를 묻고 건강 상태도 자연스레 공유한다. 원 부회장은 오늘도 서로 신뢰감을 쌓고 지역 노인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며 약국의 문턱을 낮추는 데 힘쓰고 있다.

[전시리뷰] 국내 도자사 새롭게 조명…경기도자박물관 ‘흑자 : 익숙하고도 낯선, 오烏’

도자기를 떠올릴 때 오묘한 검은 빛을 띠는 ‘흑자’를 단번에 생각해내는 이는 드물 테다. 청자와 백자로 수놓인 한반도의 도자기 역사를 짚어본다면 흑자는 제법 낯선 존재다. 하지만 흑자엔 긴 시간 동안 누적된 우리 민족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흑자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을 맴돌았고,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과 관계를 맺었을까. 경기도자박물관에선 지난달 29일부터 ‘흑자: 익숙하고도 낯선, 오烏’ 기획전을 열어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전시는 흑자의 뿌리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1천여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 도자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흑자에서 풍기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매력과 고유한 가치를 알린다. 칠흑같이 어둡게 주변에 스며들다가도 때때로 오색으로 반짝이는 흑자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경기도자박물관 측은 국립중앙박물관, 경기도박물관 등 국내 주요 박물관 및 개인 소장가와 협력해 고려시대 이전부터 근대까지의 ‘흑자’ 및 관련 자료 70점을 전시장에 가득 채웠다. 1부 ‘검은 빛으로부터’, 2부 ‘까마귀를 걸친 은둔瓷(자)’, 3부 ‘빛, 변용과 계승’ 등 총 세 개의 챕터로 나뉘어 고려와 조선, 일제강점기 시기를 수놓았던 흑자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흑자가 국내로 유입된 시기는 삼국시대 전후로 추정된다. 이후 중국에서 꾸준히 수입되던 흑자는 자기를 제작하는 기술이 자리 잡힌 고려시대가 돼서야 비로소 생산되기 시작했다. 고려가 해상무역이 발달한 데다 송나라의 차(茶)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도 흑자 문화와 연결된다. 그에 따라 이 시기의 흑자는 그릇이나 다완(찻잔) 등 실생활의 영역에서 많이 보였다. 당시 흑자는 청자를 생산하던 가마에서 함께 구워졌기 때문에 동일한 기형을 가진 청자와 흑자가 함께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1부 전시공간에선 ‘흑유 탁잔’, ‘흑유 주자’ 등의 흑자를 통해 송나라의 영향권에 놓여 있던 고려 시기의 흑자 문화가 어떻게 형성, 발전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2부에선 조선 시대로 들어서면서 변화하는 흑자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사실 흑자는 당시 조선 백자나 고려 청자 만큼 영향력을 끼치는 도자기가 아니어서 생활 영역에서 골고루 쓰이지는 않았지만 음식을 담는 그릇뿐 아니라 장이나 육류를 저장하거나 운반하는 용기로 쓰임새가 확대되기도 했다.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흑자가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에서 보듯 주병으로도 많이 쓰였다는 점도 확인된다. 조선후기에 이르러서는 파주, 포천, 가평 등지에 전용가마가 생겨나면서 수요와 생산량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는 등 흑자를 둘러싼 문화 전반의 변화 양상을 접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때 생산되던 흑자는 수요와 용도가 다양해진다. 조선 때처럼 도자 본연의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기념품으로도 많이 생산됐다는 데서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흑자 문화는 일제강점기로 접어들며 과도기를 겪는다. 당대 생산됐던 도자엔 외세에 의한 산업화와 전통 계승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흔적처럼 배어 있기 때문이다. 강명호 경기도자박물관장은 “우리의 도자문화를 풀어낼 때 백자나 청자 위주로 인식하던 기존의 틀을 바꾸는 시도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이번 전시가 국내 도자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이자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3월2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