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메가 이벤트와 레거시

중동 아프리카 최초의 엑스포 ‘두바이 엑스포 2020’이 막을 내린 지 어느새 7개월이 돼 가고 있다. 135만평에 달하는 이 최대 규모의 두바이 엑스포가 지난달 1일 재개장했다. 두바이 시정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던 엑스포였고,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 영향으로 많은 악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개최되고 마무리됐다. 앞으로 두바이 엑스포 레거시는 어떻게 쓰일까. 엑스포 2020은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에서 차로 약 45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두바이 엑스포 2020 건축물의 80% 이상은 ‘District 2020’으로 남아 보존하게 된다. 특히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으로 구성돼 혁신, 교육, 문화 및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가장 중심지였던 알와슬 플라자와 모빌리티 파빌리온을 포함한 엑스포 주요 구조물은 District 2020 내에 영구 보존된다. 엑스포시티(EXPO CITY)는 두바이 도시개발 계획의 일환이었는데 엑스포시티가 전시, 글로벌 이벤트, 통합 물류서비스 등 경제 성장의 주요 역할을 기대하며 전략적으로 만들어졌다. 엑스포시티는 두바이 국내총생산(GDP)의 21%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역인 제벨알리 자유무역지대 근처에 있고 알막툼 국제공항과도 가깝다. 두바이는 엑스포시티를 교통 및 물류 허브와 연결하고자 전략적으로 준비했다. 또 엑스포시티는 DP 월드,지멘스, 터미누스그룹 등의 기업과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의 본사를 유치하는 자체 경제자유지역 및 상업 허브가 될 예정이다. 지속 가능하고, 인간 중심적인 도시 계획을 지향하는 엑스포 시티! 이 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과도 결을 같이한다. 이에 방문객은 스쿠터, 자전거 같은 소프트 모빌리티를 이용해야 하고, 일회용 플라스틱이 허용되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가 개최되고 있고 2023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는 COP28이 개최될 예정이다. 두바이는 두바이 엑스포 이후 레거시를 활용, COP28과 연결해 지속 가능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척박한 환경 속의 두바이는 소위 메가 이벤트 유치를 단순히 이벤트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메가 이벤트 개최 이후 실제 경제 구조로 재빠르게 편입시켜 국가 발전에 적극 활용한다. 대한민국은 올림픽을 비롯해 많은 메가 이벤트를 유치하고 개최한 국가다. 또 부산 2030의 성공적인 유치를 위해 국가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도 레거시의 활용에 대해서도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할 때다. 김유림 중국스포츠산업연합회 한국지부장·카타르 민간대사

아주대 공동연구팀, IGZO 뉴로모픽 전자소자 개발

아주대학교(총장 최기주) 연구진이 발전된 채널전도도와 동작범위를 가진 뉴로모픽 전자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아주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동작 범위와 채널 전도도를 갖는 ‘IGZO 뉴로모픽 전자소자’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뉴로모픽 전자소자는 인간의 뇌와 같이 연산과 저장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전력 소모가 적고 연산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사물 인터넷, 자율 주행 등의 폭넓은 활용이 가능해 화학·반도체 소재 및 응용 분야 산업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준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동적 범위와 채널 전도도를 동시에 만족하는 뉴로모픽 전자소자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며 “화학소재 합성 및 반도체 공학의 융합기술로, 앞으로 AI 알고리즘을 동반한 사물인터넷(IoT) 기술, 가상화(AR, VR, XR) 기술, 의료 빅데이터 분석 및 진단 등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해당논문은 국제 저명 학술지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스 투데이’ 10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양휘모기자

아주대의료원, 의료 인공지능 분야 미래 비전 논의한 심포지엄 개최

미래 의학을 전망하고 의견을 나누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아주대학교 의료 인공지능 융합인재 양성 사업단(단장 우현구)은 지난 8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AI in Future Medicine 2022'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국내 연구자와 산업계 전문가 10명과 의료 인공지능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 및 산업계 현황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자리로 100여명이 참석했다. 심포지엄은 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의 '방대한 데이터에서 의미 읽어내기'를 기조강연으로 시작됐다. 첫 세션에서는 'AI in Diagnostics(진단)'을 주제로 이세훈 성균관의대 교수, 정규환 교수(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허재성 아주의대 교수의 발표가 진행됐다. 두 번째는 'AI in Future Medicine(미래의학)’을 주제로 박철기 서울의대 교수, 최진욱 아주의대 교수, 김남국 울산의대 교수가 발표를 이어갔다. 마지막 세센에서는 'AI in Therapeutics(치료)'을 주제로 권성훈 교수(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송상옥 스탠다임 연구소장, 윤길중 몰팩바이오 대표가 산업계 최신 동향을 소개했다. 우현구 사업단장은 “다가올 미래 의료 인공지능 분야의 역할과 전망에 여러 분야 전문가로부터 최신 지견을 들을 수 있었다"며 "학생들에게 의료 인공지능 분야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양휘모기자

[인천시론] 그래도 믿는다, 송도니까

송도국제도시(이하 ‘송도’)는 바다 위로 우뚝 솟은 하나의 ‘경이(驚異)’다. 인류의 과학기술이 집약된 문명의 총아다. 필자는 한 칼럼을 통해 ‘그리 멀지 않은 도시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송도로 오라고까지 했다. 그저 과장이 아니다. 이 도시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 송도는 애초에 그렇게 기획됐고 차근차근 그 꿈을 실현해 왔다. 송도는 태생부터 친환경 자족도시를 지향한데다가 2003년 청라, 영종과 함께 대한민국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날개를 달고 비상했다. 당시 인천시정부는 세 곳의 경제자유구역에 IT, BT 등의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집적화한다는 트라이포트(Tri Port) 전략을 추진했다. 송도는 아예 도시 이름에 ‘국제도시’를 붙이고 글로벌 기업과 외자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일찍이 보지 못한 최첨단 도시를 구현하겠다는 목표 하에 도시계획과 경관 등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유수의 글로벌 호텔이 간판 때문에 시정부와 신경전을 벌여야 했을 정도다. 공공건축물들의 외관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태백산맥을 형상화한 송도 컨벤시아, 빗살무늬 토기를 겹쳐 세워놓은 듯한 트라이 보울 등은 이 도시의 디자인 철학을 상징한다. 민간기업도 적극 동참했다. 인천 앞 바다의 너울과 굳센 나무줄기를 연상케 하는 센트럴 파크Ⅰ, Ⅱ 아파트, 과감하게 고층을 포기하고 수로를 들인 커넬워크 등은 지금 봐도 새롭다. 인천의 초고층 주상복합 시대를 연 퍼스트 월드는 2010년 건축대상을 받기도 했다. 하나같이 실험적이고 작가주의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그런 송도가 최근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외곽지역 이야기다. 그곳의 아파트들은 대부분 반듯한 사각형 외형에 각 동은 다소 촘촘하게 서있다. 얼핏 여느 신도시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건축비를 아끼고 수익을 극대화 하려는 민간기업의 계산법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까다로운 규제를 피해 높이는 30층 이내로 낮추고 건폐율, 용적률을 최대한 쓰려다 보니 저층부의 오픈 스페이스가 줄어들고 상부의 스카이라인을 살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러니 외관 디자인 따위는 그저 형식이고 낭비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 풍경을 볼 때마다 아쉬운 심정을 가눌 수 없다. 개발 초기의 순수하고 열정 가득한 ‘송도정신’이 못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이 도시의 미래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여기엔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충만한 「송도사람」들이 살기 때문이다. 그들은 버나드 쇼의 말처럼 ‘원하는 환경이 없다면 스스로 창조해 내는 사람’들이다. 송도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도시라 일컫는 이유다. 이상구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겸임교수

[기고] 10•29 참사와 김포골드라인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10·29 참사’를 보면서 기성세대가 된 어른으로서 젊은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으로 연일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 김포시에는 이와 같은 압사의 공포가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을 하면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특히 이번 참사를 통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직접 타보고 경험했던, 지옥철로 악명 높은 골드라인이 떠오른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김포시 시의원으로서 김포 시민들의 안전이 매우 걱정된다. 선출직들의 생각은 다들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두 분의 국회의원이 성명서를 발표했고, 현 시장도 페이스북에 추모의 글을 올리며 도시철도의 안전을 언급했다. 김포시의회에서도 골드라인 혼잡률이 높아 안전 문제가 심각하므로 최대한 빨리 대응책을 마련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집행부에 강하게 요구했다. 그런데 얼마 전 집행부에서 가져온 대책안은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연일 언론에서는 김포시 골드라인의 240% 넘는 출퇴근 혼잡률에 대한 보도를 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향후 계획으로 2023년 1월에 노인일자리 지원인력 22명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계획만을 가져왔을 뿐이다. 현재 집행부가 제시한 질서유지 안전요원 배치 현황을 보면 출근시간(오전 7~9시) 사우역, 풍무역, 고촌역 각 2명, 퇴근시간(오후 6~8시) 김포공항역 6명으로 돼 있다. 비혼잡 역사인 양촌역에서 걸포북변역에는 역사별 1명을 배치한다는 현황을 보고했다. 이것으로 김포골드라인의 안전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노인일자리 지원인력으로 내년부터 출퇴근 시 혼잡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비혼잡 역사의 경우 안전요원 1명이 역사 근무를 할 경우 이례적인 상황 및 장애 발생 시 대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 신당역 사건은 여직원 1명이 순찰 중 일어난 사건이며 김포골드라인은 10개 역사 모두 1인 근무인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상황 발생 시 대처가 불가능하다. 실질적인 안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지역의 운영사와 역사당 전체 근무 인원을 비교해 보면 김포골드라인 3.2명, 용인경전철 5명, 우이경전철 3,3명, 9호선 2, 3단계는 6.5명이다. 단기적으로 정규직 충원, 희망일자리, 인턴사원 활용 등으로 취약시간대라도 최소 모든 역에서 2인 이상 근무해야 한다. 특히 출퇴근 시간 장기역, 사우역, 풍무역, 고촌역, 김포공항역과 퇴근시간 김포공항에 집중 배치해 혼잡한 역사에 대한 통제가 절실하다. 혼잡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으로 지나치게 승객이 많이 타지 않도록 적정 인원 제한, 출퇴근 시 골드라인 이용 수요 분산으로 개화역과 김포공항역까지 노선버스를 추가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2024년 6편성의 차량 추가 투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진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김포시, 서울교통공사, 김포골드라인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위탁계약 구조에서는 인원 충원 및 안전 투자가 불확실하므로 직원들의 잦은 이직으로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김포시 직영 공영화로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통해 전문 인력 확보가 절실하다.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김포골드라인의 역사 모든 직원들, 안전요원들에게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필수적으로 하기를 말씀드린다. 나라가 어수선하다. 국가의 존립 이유는 국민의 생명이다. 김포시의 존립 이유도 김포시민의 생명이며 안전이다. 304명이 희생된 4·16 세월호 노란 리본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겠다. 오강현 김포시의회 부의장

[천자춘추] 오늘, 지혜와 고민이 필요하다

11월의 바람 속에는 처연함이 묻어 있다. 포도(鋪道) 위를 가르는 바람들은 가을 잔볕들의 건조한 따스함마저 완전히 밀어내고 있다. 사방이 바람 속이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코로나 이후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졌고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더 깊어 가고 있다. 대책 없는 열정으로 자기 작업에 전념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예술가로서 딱히 먹고사는 일에 욕심 부리면 안 될 것 같은 그 알량한 자존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자 했던 그들은 이 현실에서 어떤 꿈을 꿔야 하는지조차 막연하다. 국가적 재난과 치솟는 물가, 나라 밖 전쟁으로 인한 경제는 극한으로 치닫는데 정치인들은 그들만의 정쟁으로 종작 없다. 하루하루 끼니처럼 절망을 삼켜 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위로는 시간의 더께만큼 상처를 더 단단하게 다져내라는 강요만 같다. 게다가 올 추위는 혹독할 거라는 예보다. 예술가들의 두려움을 막아낼 실낱 같은 빛은 없을까. 얼마 전 경기도의회가 ‘경기도교육청 학교문화예술교육지원조례’를 개정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에선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학교예술교육의 범주를 ‘예술’이라는 프레임에 넣어 형식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가시화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양적으로만 비대해졌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전문예술인들의 부재라고 한다. 오히려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다양한데 그것을 교육과 연계해 예술로 접목시킬 수 있는 역량 있는 예술교육가의 참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번에 개정한 조례 6조 1항 6호에 보면 ‘지역사회연계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운영·지원’ 하는 내용이 나와 있다. 지역 중심의 특성화된 예술교육은 지역을 성장시키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오히려 쉽게 풀 수 있다. 지역의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예술세계와 접목한 예술교육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예술교육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가장 잘 창출해낼 수 있다. 그들이 사는 삶터를 이해하고 지역의 역사적 가치와 지역 교육력에 가장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질 사람들이 지역 예술가들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고유성이나 정체성을 예술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기회다. 예술교육의 질적 성장과 지역형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거버넌스이며 연대(solidarite)이고, 상생이다. 찬 바람이 몸을 훑고 지나가는 오늘, 모두가 따스해질 수 있는 지혜와 고민이 필요하다. 이하경 한국예총 수원지회 수석부회장

[기고] 내가 차 한 잔에 패할 줄이야

중국 삼국시대, 유비의 책사 제갈공명의 전략에 따라 ‘천하삼분지계’가 완성된 전쟁이 바로 적벽대전이다. 대륙 패권의 흐름을 바꾼 적벽대전에서 조조는 80만 대군을 동원하고도 5만의 오·촉 연합군에 패배해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도망쳤다. 적벽대전에서 패하고 난 뒤 내뱉은 조조의 말은, “내가 차 한 잔에 패배할 줄이야!”라는 한 마디 탄식이었다. 당시 조조는 손권, 유비에 비해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라의 기틀과 막강한 무력을 갖춘 강자였다. 그는 필생의 대업인 적벽대전을 치르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양쯔강 유역의 적벽으로 출병했다. 조조가 80만 대군으로 공격해오자 손권과 유비는 5만의 병사로 연합군을 결성하고 주유를 대도독으로 삼아 대비했다. 무려 16 대 1의 전력으로 승산 없는 전쟁을 준비해야 했지만, 그곳에는 천하의 대도독 주유와 천하의 책사 제갈공명이 있었다. 모든 대비태세를 마친 다음 양쯔강 적벽에서의 대회전을 기다리던 마지막 날 밤, 제갈공명과 주유가 마주 앉아 최후 전략을 의논하고 있었다. 그때 미닫이문 밖에서 주유의 아내 소교가 찻잔을 든 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초저녁에는 북서풍이 불어 조조에게 유리합니다. 밤이 깊어지면 반대로 남동풍이 불어 우리가 유리하겠지만, 조조가 그때까지 공격하지 않고 기다려줄 리가 만무합니다.” 제갈공명이 주유에게 하는 말을 듣자마자 소교는 혈혈단신 조조의 대군영으로 향했다. 그녀에게는 무기 대신 다도(茶道)를 위한 찻잎과 차를 끓이고 행다(行茶)를 하기 위한 다기들이 준비돼 있었다. 초저녁, 공격 개시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적벽의 바람은 예상대로 북서풍이었다. 조조는 무장을 한 채 휘하 장수들과 함께 일전을 위해 나섰다. 적벽 강안에 80만 대병력이 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소교가 다도를 준비하고 조조를 멈추게 했다. 소교의 자태를 보자 조조의 가슴이 격동하기 시작했다. “차는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와 맛보겠다.” 그가 짐짓 점잖게 말하자 그녀는 “먼저 차를 드시고 가시지요.”라며 유혹했다. 북서풍이 동남풍으로 바뀌기 직전, 절체절명의 시각에 조조는 그만 미인계에 넘어가고 말았다. 순간,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기다리던 동남풍이 불어오자 화공작전이 시작됐다. 조조군의 선박과 병졸들은 화공작전에 말려들어 처참하게 스러져 갔다. 나라를 책임지는 지도자에게 아름다운 패배란 있을 수 없다. 수많은 목숨이 걸린 전쟁에서, 지도자의 판단이 잘못되면 곧바로 패배가 찾아온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좌우되는 찰나, 차 한 잔 때문에 공격시간을 놓쳐 버린 조조의 감성 리더십은 역사를 바꾸고 말았다. 이렇듯, 필생의 대업을 앞둔 지도자의 차 한 잔과 평소 필부가 음미하는 차 한 잔의 무게는 사뭇 다른 것이다. 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경영학 박사

[생각하며 읽는 동시] 엽서

엽서 김대규 나의 고향은 급행열차가 서지 않는 곳. 친구야, 놀러 오려거든 삼등열차를 타고 오렴. 간편하지만 묵직한 엽서 김대규 시인(1942-2018)의 고향은 안양이었다. 시인은 고향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다. 그가 펴낸 회갑 기념 시선집 뒷면에는 고향에 대한 시 「엽서」가 인쇄돼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엽서’였을까? 엽서는 우체국에서 파는 가장 적은 금액의 편지인데다가 규모도 가장 작다. 무엇보다도 우표까지 인쇄돼 있어 글만 적어서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되는 간편하기 그지없는 통신수단이다. 따라서 시인은 삼등열차가 서는 안양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엽서에 비유한 게 아닌가 여겨진다. ‘나의 고향은/급행열차가/서지 않는 곳.’ 안양은 서민의 열차인 삼등열차만 선다는 것이다. 그게 고향이라는 것이다. ‘친구야,//놀러 오려거든/삼등열차를/타고 오렴.’ 왜 하필이면 삼등열차를 타고 오라고 했을까? 안양이 시골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다! 안양은 그리 작은 시골이 아니다. 거기에는 ‘고향’의 의미가 더 있었을 것이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작은 곳이다. 나지막한 산 아래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시냇물이 흐르고, 느티나무가 서 있는...거기 어린 날의 친구들이 모여 한밤중까지 뛰노는...필자의 동화집을 받고 고맙다는 답장을 보내줬을 때도 시인은 엽서를 사용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휴먼시티 수원] 청결 넘어 아름다운 화장실 조성…전 세계에 뻗어간다

11월19일은 화장실 등 위생시설 마련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유엔이 지난 2013년 선포한 ‘세계 화장실의 날’이다. 화장실은 위생의 핵심이다. 인류가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존엄성을 지키는 데 화장실은 매우 중요한 도구로 기능한다. 위생적인 화장실로 인류의 삶을 바꾸고 세상이 변화하길 바라는 수원특례시의 화장실 문화 사업을 짚어 본다. ■ 명소마다 아름다운 수원의 화장실 장안구 이목동 해우재박물관 1층 ‘해우재화장실’은 지난 11일 ‘제24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 은상 작품으로 선정됐다. 해우재화장실은 변기 모양을 형상화해 만들어진 건물로, 일반적인 화장실과 달리 내부에 곡선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변기의 둥근 모양을 따라 내부에 대변기 칸을 배치했고, 천창을 만들어 자연채광과 환기가 용이하다. 행정안전부와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주관하는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 시는 화려한 수상 내역을 자랑한다. 1999년 첫 공모 및 시상이 시작된 후 단 3회를 제외하고 21번의 공모에서 수상작을 배출했다. 대상 3회를 비롯해 금상, 은상, 동상, 특별상 등 다양한 훈격으로 총 28번의 수상 기록을 기록하고 있다. 아름다운 화장실의 첫 테이프를 끊은 제1회 대상은 ‘반딧불이화장실’이었다. 화장실 이름이 드러내는 것과 같이 광교산 입구의 깨끗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앞쪽으로 넓은 저수지가 시야를 틔우고 뒤편에 든든한 산이 감싸는 형상으로, 내부에서도 외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1회 대상 외에도 2000년 전국 공중화장실 베스트5에 선정됐고, 지난 2017년에는 은상을 재수상하는 등 수원의 아름다운 화장실 중 대표격으로 여겨진다. 이후 수원에서 대상 작품은 2015년 제17회 공모에서 탄생했다. ‘광교중앙공원화장실’은 색을 활용한 픽토그램으로 안내 효과를 높이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태양광시스템과 물 재이용 시설, 절전 센서, 발광다이오드(LED) 사용 등 곳곳에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갖추며 환경을 고려한 화장실이었다. 2020년 제22회 공모에서는 수원시립미술관 바로 옆에 미술관을 꼭 닮은 형태로 만들어진 ‘미술관옆화장실’이 대상작의 영예를 또 한 번 수원에 안겼다. 언뜻 화장실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적인 외관이 돋보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한 공간 배치와 구성, 영유아 맞춤형 기구와 시설을 갖춰 호평을 받았다. 대상작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화장실은 곳곳에 있다. ▲칠보산 입구에서 7개 보물 중 맷돌을 형상화해 만들어진 맷돌화장실(2007년 은상) ▲수원화성의 이미지를 차용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룬 창룡문외성화장실(2006년 은상) 등 수원 전역에서 아름다운 화장실을 마주할 수 있다. ■ 화장실 문화를 시작하고 꽃피운 수원 시는 명실공히 화장실 문화의 중심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저분한 곳으로만 여겨지던 화장실을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드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수원에서 화장실 문화의 씨앗을 뿌린 것은 초대 민선 시장을 지낸 고(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1939~2009)이다. 그는 2002 한·일 월드컵 경기를 유치하기 위한 시·군의 경쟁이 활발하던 1996년부터 화장실 관련 TF팀을 만들었다. 불결한 공중화장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외국 손님들을 맞겠다는 생각으로 화장실 개선사업을 이끌던 그는 1999년 한국화장실협회를 창립해 화장실 문화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해 나갔다. 덕분에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주요 관광지 곳곳의 화장실에 음악이 흐르고 꽃과 그림이 놓이고,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 이후 2007년 11월 화장실 전문 국제기구인 세계화장실협회(WTA·World Toilet Association)를 창립한 뒤 초대 회장을 맡아 활약했다. 심 전 시장은 30여년간 살던 집터에 변기 모양을 본뜬 ‘해우재’를 지었고, 사후 유족들이 2009년 수원시에 기증했다. 이후 해우재에는 세계화장실협회 사무국이 위치하게 됐다. ■ 세계 곳곳에 ‘수원화장실’을 만들다 라오스 루앙프라방 꽝시폭포나 캄보디아 시엠립 앙코르와트 유적지 등 유명 관광지에는 ‘Suwon Public Toilet(수원화장실)’이라는 현판이 달린 화장실이 있다. 수원시 화장실 사업과 문화가 수원을 넘어 세계를 향해 뻗어나간 덕분에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개선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 곳곳의 수원화장실은 시가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해 온 개발도상국 공중화장실 설립 지원사업으로 설립됐다. 라오스 방비엥을 시작으로 유명 관광지와 학교, 공원, 터미널 등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장소에 공중화장실이 만들어졌다. 수원화장실은 라오스, 캄보디아, 네팔, 베트남, 방글라데시, 필리핀, 터키, 미얀마, 몽골, 잠비아 등 10개국 25개소에 달한다. 수원화장실 대상지는 설비와 위생시설이 열악한 다중이용지역을 중심으로 선정된다. 가장 최근인 올해는 잠비아에 수원화장실이 문을 열었다. 시는 개발도상국에 설치된 수원화장실이 선진적인 화장실 문화가 전파되고 화장실의 중요성을 확산하는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화장실 문화와 정보, 관련 기술을 공유하며 도움이 필요한 곳을 지원하는 것은 인류 공영에 기여하는 숭고한 가치”라며 “전 세계 모든 이가 안전하고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화장실 문화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