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처분문서의 증거력에 대하여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있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가 로펌에 입사해 각종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인데, 변호사들이 실제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현실적으로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아 주변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등장인물 중 14년 차 정명석 변호사(강기영 분)가 한 대사 중 법조인들이라면 크게 공감할 만한 것을 소개한다. “14년 차 변호사로서 가장 난감한 게 뭔 줄 알아요? 의뢰인이 이미 서명날인 해 버린 문서예요. 이 처분문서가 얼마나 무서운지.”가 바로 그것이다. ‘처분문서’가 무엇이기에 법조인들을 난감하고, 무섭게 만드는 것일까. ‘처분문서’란 증명하고자 하는 법률행위가 그 문서 자체로 이뤄진 문서로서 각종 계약서, 합의서, 각서, 유언서 등을 말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보고문서’가 있는데, 작성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판단한 바를 기재한 문서로서 대표적인 예로 일기, 편지 등이 있다. 처분문서와 보고문서는 위와 같이 개념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그보다도 법정에서 ‘문서의 증거력’ 즉, 그 문서가 요증사실의 증명에 기여하는 힘에서 아주 큰 차이가 있다. 문서의 증거력은 그 문서가 진정하게 작성됐음을 의미하는 형식적 증거력과 그 문서가 요증사실을 증명하는데 기여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실질적 증거력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처분문서는 그 문서가 진정하게 작성됐음이 인정돼 형식적 증거력이 인정되면, 실질적 증거력이 사실상 추정된다. 결국,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문서에 기재된 내용대로 법률행위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제시 없이 이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 반면, 보고문서는 그 문서가 진정하게 작성됐음이 인정돼 형식적 증거력이 인정되더라도 실질적 증거력이 추정되지 않고, 법관의 자유심증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처분문서의 기재 내용과 다른 약정이 인정될 경우 ‘그 기재 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작성자의 법률행위를 해석할 때에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02조, 대법원 2006년 4월13일 선고 2005다34643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가 있지만, 위와 같이 진정성립이 인정된 처분문서의 실질적 증거력이 배척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결국,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정명석 변호사가 ‘의뢰인이 이미 서명날인 해 버린 문서’를 난감하고 무서운 것으로 본 이유는 형식적 증명력이 부여된 처분문서는 실질적 증거력이 추정되므로 사실상 재판에서 그 문서에 기재된 내용과 다른 사실관계를 주장할 수 없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다솔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뉴스초점] 성폭행범 출소 앞두고… 불안감 진화 나선 경기도

연쇄 성폭행범인 김근식과 박병화의 출소가 예고돼 경기도민의 불안이 가중된 가운데, 경기도가 성폭력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에 대한 자립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최근 성폭행범의 거주지 기준에 대한 필요성을 적극 피력했고, 전문가들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속가능하고 보다 세밀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일 도에 따르면 도는 최근 성폭력피해자 ‘2023년 퇴소자립지원금’의 지원 기준을 변경했다. 피해자에 지급하는 자립지원금 체계를 구체화하고 자립 관련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해 피해자의 자립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도는 2차 범죄의 피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한 번에 1천500만원(국비 500만원, 도비 1천만원)을 지급하던 지원금을 2차례에 걸쳐 1천만원과 500만원으로 나눠 지급한다. 또한 도는 만 19세 미만에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에 입소해 1년 이상 거주한 뒤 퇴소하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자립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는 도내 시설에 입소한 피해자(30명) 중 66.7%(22명)가 친족성폭력피해자로, 이들은 경제적 홀로서기가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자립을 위한 금융·일상생활 교육은 부재했다. 이에 도는 내년부터 도 청소년자립지원관의 금융교육 등 자립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도가 제공하는 자립교육(3시간)을 이수해야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특히 지원금 사용계획서와 사용내역서를 제출하게 해 지원금의 사용처를 알지 못했던 ‘깜깜이’ 지원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 같이 지원 기준이 변경된 데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1회성에 그치는 지원이 아닌 지속성을 갖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피해자가 학업·취업 등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자립 교육 등이 실질적인 자립으로 이어지는 지에 대한 사례 관리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폭행범의 출소 후 거주지 역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18일 “성폭행범이 출소한 뒤 지역 상황을 고려해 어디에서 거주할지 기준을 명확히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도 관계자는 “그동안 1천500만원이라는 큰 돈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알지 못한 채 신청만 하면 비용을 지원했다”며 “구체적이지 않았던 기준을 체계화 해 성폭력피해자의 자립지원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보람기자 “성폭력 피해자 사회정착 돕기… 세심한 지원체계 필요” 피해자 지원 복잡한 절차 간소화하고 사후관리 등 지속성 갖춘 정책 필요 경기도가 성폭력 피해자의 자립 기반 강화에 나선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보다 세심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만 피해자들이 지역 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경기일보와 만난 정윤경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군포1)은 “연쇄 성폭행범들이 출소를 앞둔 상황에서 도가 선제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라며 “다만 피해자를 돕기 위한 지원 등의 절차가 굉장히 복잡해 이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정윤경 의원은 지난 2020년 ‘경기도교육청 성폭력 피해 학생 보호 지원 조례안’을 대표발의하는 등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앞장선 바 있다. 실제 이 조례에는 성폭력 피해 학생을 위한 상담 등의 지원책이 담겨 있다. 정 의원은 “성폭력 피해자는 사회에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지원이 지속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피해자에게 현금을 1회 지원하는 등의 정책보다는 관련 교육과 상담을 진행하는 등 지속성을 갖춘 정책이 필요하다”며 “향후 피해자가 제대로 된 직장을 얻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후 관리를 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수정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과 상담 등을 계속해서 진행한다면 (피해자들이) 아픈 상처를 딛고 지역 사회에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성폭력 피해자들이 다른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폭넓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닻별(활동명)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의 위협과 지역 내 소문 등으로 인해 한 지역에 머무르는 것을 어려워한다”며 “도를 비롯해 한 지역에서 거주하도록 유도하는 것보단, 선택지를 열고 다른 곳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환·김보람기자

[경기도를 이끄는 작은거인, 유망중소기업] 31.서형바이클랙㈜

“합리적인 가격으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자전거 보관 제품만을 선보이겠습니다” 서형바이클랙㈜(대표 박흥일)은 공동주택, 지하철 역사, 학교 등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특히 좁은 공간에 자전거를 2단으로 보관할 수 있는 ‘2단 자전거 보관대’와 절단기 접근이 불가능해 도난 방지에 효과적인 ‘전자식 도난 방지용 잠금장치’가 주력 상품이다. 박 대표는 기업 설립 전 천장 크레인 등 다양한 산업 설비를 생산하는 회사의 직원이었다. 이후 현장에서 관련 전문지식을 탄탄히 쌓아온 그는 지난 2000년 서형바이클랙을 세웠다. 설립 초기 기계식 자동 주차 설비를 생산하던 그는 거래하던 건설업체의 부도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자동 주차 설비는 건설경기 경제와 밀접한 관계에 있어 이로 인한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박 대표는 자전거 보관대로 과감한 업종 변경을 선택했다. 2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출시된 게 서울 시내 여러 지하철과 학교 등에 설치된 ‘2단 자전거 보관대’다. 국내 레저 시장이 확대되며 자전거 구매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자 서형바이클랙도 점차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나아가 관련된 특허 및 지적재산권 15건을 보유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힘쓰던 서형바이클랙은 조달청의 구매품 지정업체로 등록되기도 했다. 지금은 국내 최대 납품실적을 자랑할 정도로 경기도 기업의 우수한 제품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성장 가도에 힘입은 기업은 ‘전자식 2단 자전거 보관대 잠금장치’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잠금장치를 절단하는 절단기가 근접할 수 없게끔 설계돼 있어 분실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4자리 비밀번호 입력으로 간편하게 이용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가졌다. 이런 가운데, 우수한 기술력을 토대로 경기도 유망중소기업에 선정된 서형바이클랙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국제적 신뢰까지 얻었다. 기업은 유망중소기업 인증을 받은 만큼 높아진 브랜드 가치에 합당한 책임감을 가지고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흥일 서형바이클랙 대표는 “서형바이클랙의 실용적인 자전거 보관대 제품은 국내를 넘어 해외 고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며 “최근 작은 공간에서도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가정용 보관대’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제품은 특수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가볍고 부식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고품격 특수 페인트로도 도장해 고급스러운 외관까지 자랑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본, 영국 등 세계 각국에 수출을 본격화하며 자전거 보관대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며 “늘 고객의 입장에서 합리적이고 편리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전 직원들과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손사라기자

[경기도를 이끄는 작은거인, 유망중소기업] 30.㈜볼트크리에이션

“친환경적이고 쾌적한 기능성 마스크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겠습니다” 세계 최초로 ‘폴리머 차단막 필터’를 선보여 마스크 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기업이 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 ㈜볼트크리에이션(대표 최상준)이 주인공이다. 볼트크리에이션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에 사용되는 핵심부품(FMM)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은 이러한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 구멍을 정교하게 뚫는 타공 기술을 개발했다. 금, 구리, 사파이어, 폴리머 필름 등에 적용이 가능한 기술인데, 열로 인한 재질 손상이 없고, 미세한 구멍을 균일하게 뚫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에 기업은 해당 기술을 활용, 폴리머 재질인 PET 필름에 국내 최초로 5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미세 구멍을 가공하는 데 성공했다. 필터화를 통해 ‘폴리머 차단막 필터’라는 에어필터를 개발한 것이다. 특히 해당 필터는 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비말, 꽃가루, 황사,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입자들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일회용 필터와 달리 재사용이 가능해 환경 오염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요즘 폐기물 처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필터가 오염되는 경우 교체가 필요하지만, 볼트크리에이션의 필터는 폴리머 필름 소재로 구성돼 오염물질을 물로 세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통기성도 주요 강점 중 하나다. ‘폴리머 차단막 필터’의 경우, 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구멍이 수십만 개로 균일하게 구성돼있어서다. 공기 투과도 시험을 통해 기존 면 필터 대비 약 3배가량 공기 투과도가 우수하다는 결과도 확보한 상태인 만큼,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뛰어난 기술이 지난 2019년 MDPI 논문 커버에 등재됐으며, 한국 표준협회에서 지정하는 LOHAS 인증을 획득해 친환경적이고 사회 공헌적인 제품으로 인정을 받은 바 있다. 나아가 기업은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되면서 해외 수출에 대한 보폭도 넓혀가고 있다. 공적 지원을 힘입어 브랜드 가치를 더욱 제고시키겠다는 게 기업의 입장이다. 최상준 볼트크리에이션 대표는 “코로나19로 마스크 수요 대란이 벌어지던 당시, 마스크 필터를 폴리머 필터로 사용해 필터 교체형 마스크 ‘페이스 바이오 가드’를 출시한 바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독보적인 타공 기술로 초경량 마스크 개발에 성공했지만, 매출 자체보다 고객의 건강하고 편리한 일상생활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기업을 운영해갈 것”이라며 “따뜻하고 우수한 혁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손사라기자

[지지대] 방탄과 예의 사이

‘나라(國)를 위한 단 감(枾)은 없었다.’ 국정감사 얘기다. 예상대로 경기도민과 경기교육 가족, 경기경찰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제는 도지사도 아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위한 ‘단일 국감’이라는 오명만 남겼다. 오죽하면 지난 14일 국토교통위원회에 이어 18일 진행된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감을 ‘李차 대전’이라고 명명했을까. 또 행안위 국감에서 김동연 도지사는 “왜 자꾸 이재명 얘기만 하냐. 난 김동연이다”라고 외쳤을까. 예상은 한 번쯤 어긋나서 경기도의 발전과 안전, 교육의 초석을 삼는 공론화의 장이 되면 안되는 것이었을까. 답답할 노릇이다 ▶무엇인가, 상황 파악도 못한 채 대화를 이어 가다 보면 “쟤는 왜 이렇게 감이 없냐”라는 말을 하곤 한다. 시대적 흐름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각 정당의 논리만 내세우는 ‘감 떨어지는’ 의원들의 수준은 현장에 있는 기자들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국감을 시청하는 국민들에게 실소를 자아내는 것도 모자라 짜증만 유발할 뿐이었다. 수원지검 국감을 지켜보던 후배 기자가 계속 어이없는 웃음을 짓길래 “무슨 일 있어?”라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국감이 아니라 코미디 프로 같다”였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라면 예의라도 지켰어야 했다. 맹탕 국감,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 국감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감사 시작 20분 만에 감사 중지를 띄우는 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논리만 내세우다 언성을 높이면 정회다. 더욱 가관인 것은 피감 기관이 바뀌었는데 이전 기관에서의 위원장 발언에 항의하며 시작 전에 민주당 의원들이 다 퇴장해 버렸다는 것이다. 경제는 어렵고, 국민 안전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다. 교육은 다시 바로잡아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이를 공론화하라고 세금 줘 가며 일하라고 선출했더니 정쟁만 난무하는 감 떨어지는 판만 만들고 떠났다. 그걸 알아야 할 것 같다. 1년5개월 후 국민들은 냉정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을 말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함께하는 인천] 인천 과학 기술 컨트롤타워 설립이 필요하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산업부 전담기관(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전국 연구개발(R&D) 예산은 총 4조4천484억원으로,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지역은 경기도 1조1천126억원(25.01%), 서울시 6천895억원(15.5%), 대전시 4천694억원(10.55%) 순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경우 1천321억원(2.97%)으로 17개 시도 중 11위다. 물론 해당 예산은 산업부 기관 예산으로 전체 부처의 예산을 합하면, 인천의 순위나 지원액은 달라질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산업 기반이나 인구수 등을 고려할 때는 대전, 부산, 대구 보다는 낮은 수치로 인천의 미래발전을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의 기획 및 집행을 담당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현재 인천테크노파크에서 지역 과학기술정책의 기획·발굴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해당 부서의 경우 R&D 현황 조사, 지방과학기술 계획 수립 등 타 사업을 함께 수행하고 있어 집중화된 과제 기획과 지원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는 ‘도시과학기술이니셔티브(Urban S&T Initiative)’를 조직해 도시의 미래발전을 위한 과학, 기술 기반의 프로젝트 및 금전적 지원에 대한 연계·조정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등의 경우에도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대응뿐만 아니라 도시 단위의 전문조직(싱크탱크 조직)을 운영하며 미래전략을 모색하는 도시들이 존재한다. 이는 도시 자체적으로 전략 및 계획 수립 등 총괄적인 기획 및 종합 조정 차원의 컨트롤타워(전략·정책연구소)를 두고,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도시 성장을 모색하는 형태다. 국내의 경우 서울에서는 서울기술연구원, 경기도는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부산시는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을 각각 두고 지역의 R&D 정책 및 지역산업의 고도화를 위한 지원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앞선 통계의 결과에서 보듯이 각 중간 지원기관을 두고 있는 지자체의 경우 R&D 육성과 지원으로 많은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인천의 과학 기술 컨트롤 타워역할을 할 (가칭)인천 과학기술 연구원 설립을 제안한다. 해당 기관은 인천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성장동력의 발굴과 점점 심화되는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 기술 중심의 연구 컨트롤 기능과 R&D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원하기 위한 R&D 조정 기능 등을 부여하고, 단기적으로는 기존 인천테크노파크의 해당 조직을 확대 분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능의 확대를 위한 지원과 별도 운영 체계를 확보해야 지속적인 연구개발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문명국 청운대 경영학과 교수

[김종구 칼럼] 김문수답다는 것

그 와중에 4절까지 다 불렀다. 2005년 12월 어느 날이었다. 예년처럼 열린 기자의 밤이었다. 도지사 선거를 반년 앞둔 때였다. 후보군이 여럿 왔다. 그중 특별했던 손님이 김문수 의원이다. 들어오자마자 자리를 돌며 인사했다. 이어 앉지도 않고 무대로 올라왔다. 인사하랬더니 ‘노래하겠다’고 했다. 늙은 군인의 노래를 했다. 1절 하고, 2절하고.... 4절까지 다 했다. 술 취한 기자들이 웃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했다. 그러곤 인사하고 휑 떠났다. 운동화 신은 이유가 있었다. 2010년 5월 어느 날이다. 민선 6기 선거운동 막판이었다. 그가 연임에 도전해 있었다. 신문사에 들렀다. 4년 전처럼 서둘러 편집국을 돌았다. 인사가 끝나자 앉지도 않고 나갔다. 두 개 층 위 임원실이 있었다. 몇 초면 엘리베이터가 올 터였다. ‘시간 없다’며 갑자기 계단으로 뛰었다. 수행원, 기자들 십수명이 함께 뛰었다. 하얀 운동화의 그가 제일 빨랐다. 수행원 하나가 말했다. ‘열흘간 잠을 안 자서 제정신이 아니시다.’ 늙은 군인의 노래 4절 완창. 잠 안 자고 계단 뛰어 오르기. 경기지사 김문수는 그때 그랬다. 자기 계획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4절까지 하려고 했으면 4절까지 밀고 갔다. 엘리베이터 기다릴 새도 없이 뛰어 다녔다. 그를 따라다니는 얘기가 있다. ‘많이 못 다닐까 봐 살을 찌우지 않는다’ ‘만남이 너무 많아 본 사람에도 명함 또 준다’.... 특이했다. 그런 지사는 앞에도 뒤에도 없다. 좋다 나쁘다 평할 일이 아니다. 그 모습 그대로다. 못 당할 소신·고집이다. “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다.” 그날 그는 국감 피감사자였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자격이었다. 을(乙)인 그에게 갑(甲)인 의원이 물었다. “과거 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칭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짧은 순간이었다.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 부질 없는 걱정이고 기대였다. 타협 없이 소신을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존경하면 김일성주의자입니다.’ 강조하는 단어까지 섞었다. ‘확실하게.’ “문 전 대통령은 총살감이다.’’ 야당 의원이 과거 ‘총살감’ 발언을 꺼냈다. “지금은 과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루도 못 갔다. 다음 날 라디오에서는 말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 묻힌 논쟁도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물었다. “지금도 내가 반미 반민족 수령에게 충성하고 있다고 보느냐.”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전 대통령과 현 의원에게 던진 공산주의 발언이다. 김일성주의 단언이다. 국회 역사에 이런 일이 없었다. 대번에 보수 스타가 됐다. 지금 인터넷 핫 검색어는 ‘김문수’다. 그의 과거 시국 발언 영상이 수 없이 올라온다. 보수의 속을 시원히 긁어 주는 말이다. “박근혜 탄핵은 건널 강이 아니라 반성 사과할 일이다.” “정치인이 어떻게 돈을 버나. 그런 정치인들 다 수사해야 한다”.... 민주당이 잘못 건드렸다는 평이 나온다. 당장 대통령 후보로 삼자는 소리도 있다. 불과 한 달 전, 그는 야인이었다. 태극기 부대에만 서는 연설가였다. 모두에게 외면 받던 궤변론자였다. 취할까 봐 걱정이다. 팬클럽과 유권자는 다르다. 김일성·총살감 발언으로 팬은 모일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유권자가 떠날 것이다. ‘신영복=김일성’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유권자, ‘문재인=총살감’에 섬뜩해하는 유권자들 말이다. 이쯤에서 멈춰야 좋다. 발언을 사과해야 좋다. 경사위 업무에 집중해야 좋다. 하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 십수년 전 전해 들은 얘기가 있어 그렇다. 학생운동권 동료 김상곤 교육감의 회상이다. “김문수는 대학 때도 그렇더라고요.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무조건 극단까지 가요. 중간이라는 게 없어요.” 기자가 봐도 김문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번 결론이 벌써 안쓰럽다. 主筆

[천자춘추] 학교폭력, 변호사 조력의 장점과 한계

학교폭력 사건에서 변호사의 등장이 일반화돼 간다. 가해자 측 변호사의 학교폭력위원회 출석·진술이 불허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징계 처분은 위법해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도 이러한 추세에 일조했다. 학생들은 물론 부모들이 처음 분쟁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혹여 경험이 있더라도 절차상 불이익을 피하거나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의견을 피력하는 등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한다. 또 변호사는 학폭위에서 정당하게 가해 학생의 징계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징계 이후에도 사죄와 반성이나 피해 회복이 충분치 않다는 생각에 소년법상 처분이라도 바라면서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사례도 있다. 이렇듯 변호사 제도는 학생과 부모들이 정당하게 방어권을 행사하고, 법이 허용하는 권리구제를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만 학교폭력이 새로운 법률시장을 형성하다 보니 변호사가 의뢰인의 일방적인 이익이나 홍보 가능한 성과를 앞세우기 위해 혐의 또는 피해를 부풀리거나 반대로 이를 축소하려 할 수 있다. 당사자 간 사실관계 다툼이 커짐에 따라 학교폭력위원회 심의·의결 절차가 진실을 가리고 적정한 징계를 찾아 합의를 도출해내는 순기능보다는 상처뿐인 승리와 굴욕적인 패배를 남기는 스포츠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관련자 모두에게 깊은 상처만 남기는 일이다. 변호사의 개입이 일반화되면서 학교의 중재 역할은 축소되고 학교장과 교사들도 사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도 문제다. 학교폭력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합의금과 수임료만으로 돈 천만원쯤은 우습게 깨지며, 부모의 재력에 따른 법률적 조력의 차이도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 돼간다. 물론 경제력의 차이가 법적 불평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징계는 반드시 적정(適正)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거나 무거운 상해를 동반한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한다면 응보적 정의에 어긋나고 재범 방지에 기여하지 못한다. 반면 인격적인 성숙에 도달하지 못한 청소년기에 저질러진 경솔한 행동 하나만으로 온갖 낙인을 찍어 선량한 공동체의 일원이 될 기회를 박탈하거나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조는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건전한 사회구성원은 비단 피해자만이 아니라 가해자도 해당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大和) 변호사

[기고] 도깨비 구름

구름은 우주 공간에서 최대의 도깨비이자 변화무쌍한 도깨비다. 구름은 시도 때도 없이 변한다. 토끼가 됐다가 호랑이가 됐다. 나무도, 아름다운 꽃도, 높은 산도, 낮은 뒷동산도, 초가집도 대궐도 그렇게 변한다. 때로는 성질 나쁜 고약한 도깨비가 된다. 그런 구름을 포함한 자연을 해치는 것은 인간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자연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연을 떠나 살지도 못한다. 그러면서 자연을 마구 훼손하는 것 역시 또한 인간이다. 구름은 하늘 높이 두둥실 떠다니다 때로는 이리저리 흩어져 놀다가 한데 뭉쳐 비구름이 돼 땅으로 쏟아 내리기도 한다. 자연에게 인간은 못된 심술쟁이다. 그런데도 자연은 심술쟁이 인간을 다독이며 늘 속삭인다. 구름은 나무 등 식물이, 대지가, 또 다른 무생물들이 물이 없어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으면 그들에게 묻는다. 혹 물이 필요 하느냐? 그렇다고 하면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이슬 또는 서리를 뿌려 대지를 촉촉이 적셔 준다. 이슬이나 서리로는 부족하다 하면 비를 뿌려 준다. 때로는 눈도 그러면서 언제나 필요하면 알려 달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태양은 구름을 위해 강한 볕을 강물이나 바닷물 위를 스치며 자기를 따라오도록 유인해 대기 중으로 데려가 또 다른 구름을 만들어 바람 등에 태워 두둥실 하늘을 떠돈다. 구름은 목 마른 대지는 물론 나무와 풀 동물과 식물을 돕겠다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특히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케냐 남서부 지역에 걸쳐 있는 세렝게티 국립공원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비 뿌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세렝게티 국립공원에는 30여종의 초식동물과 500여종의 조류 등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다. 그 때문에 물이 그 어느 곳보다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틀이 멀다 하고 스치며 그곳의 동물은 물론 식물들이 목말라 하면 사뿐히 내려앉아 비를 뿌려 그들을 돕는다. 또한 알프스산맥의 아름다움을 위해 수시로 그 고개를 넘나들며 나무와 풀을 살펴 말라 죽지 않도록 비도 뿌려 준다. 또한 여름이면 강한 햇살을 가려 준다. 자연은 늘 우리에게 있는 듯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아름다운 하늘이, 구름이 있음에 감사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갈 지속가능한 방안을 조금 더 실천해야 할 때다. 한정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