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현황 파악 깜깜한 경기도 [집중취재]

정부가 전국에 약 54만명의 고립·은둔 청년이 있다고 보고 재기 지원에 나섰지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청년 인구를 보유한 경기도는 여전히 지역 내 고립·은둔 청년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추진되던 고립·은둔 청년 실태 조사 근거 조례안이 계류(경기일보 6월14일 3면)된 사이 서울시에 이어 정부도 실태 조사를 마치고 지원 사업에 나선 것인데, 경기도 내부에서도 ‘현황 파악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내년 중 4개 광역시·도를 선정, 고립·은둔 청년 발굴과 맞춤형 지원을 전개하는 ‘청년미래센터’(가칭)을 시범 운영한다.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지자체 공모를 거쳐 13억원 규모의 국비와 전담 인력이 지원된다. 전국 최다 청년 인구 수를 보유한 경기도도 시범 사업 공모를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정부는 지역별 각종 온·오프라인 지원도 전개할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 지원 사업이 가장 필요한 경기도가 서울시 정부와 달리 자체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고립·은둔 청년 규모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경기도내 19~39세 청년 인구는 369만6천816명으로 동일 연령대 전국 청년 인구(1천326만9천506명)의 27.86%를 차지했다. 서울시(287만1천67명)와 비교하면 28.76% 더 많다. 하지만 서울시는 올해 1월 전국 지자체 최초 서울 지역에만 약 12만9천명, 전국에 약 61만명의 고립·은둔 청년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자체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이어 정부도 하반기 실태 조사를 예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13일 전국에 약 54만명의 고립·은둔 청년이 있고 이 중 22.8%(약 12만3천명)이 경기도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경기도는 지난 6월 실태 조사 근거가 담긴 ‘경기도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안’이 계류된 이후 별다른 조사 움직임이 없었다. 경기복지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고립·은둔 청년의 치유·재기 지원 한시 사업을 진행할 당시에도 정확한 고립·은둔청년 규모, 유형 등에 대한 조사 결과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며 “자체 전수 조사와 이를 기반한 제도, 사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내년 본예산에 자체 실태 조사를 위한 예산을 편성한 상태”라며 “정부 지원 사업에 동참할 계획인 만큼 자체 현황 파악 및 지원 사업 발굴에 조속히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시가 급한데… 경기도 '고립·은둔 청년' 예산·조례 마련 난항 [집중취재]

경기도가 내년도 본예산안에 고립·은둔 청년 실태 조사를 위한 예산을 편성했지만, 경기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 심의에서 절반이 삭감되는 등 난항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의회 내부에서도 이들 청년에 대한 실태 조사와 지원 사업 근거가 명시된 조례안이 계류, 해를 넘길 전망이어서 관련 예산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내년 본예산안에 ‘고립·은둔청년 지원 사업 예산’ 10억원을 편성, 도의회 심의를 받고 있다. 해당 예산안은 실태 조사 예산 1억원, 지원 사업 예산 9억원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지난달 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해당 예산을 5억원으로 삭감,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전달했다. 이에 이자형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는 지난 1일 “고립·은둔 청년이 온전한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예산 원복을 촉구하기도 했다. 도의회 내부에서도 지난 6월 1일 유호준 의원(민주당·남양주6)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안’이 기존 조례와의 충돌, 타 연령층 간 형평성 문제로 계류된 이후 해를 넘길 전망이다. 이에 도는 예산이 편성되는대로 내년 2월 ‘경기도 청년 기본 조례’를 개정, 고립·은둔 청년 관련 사업 시행 근거를 명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도의 고립·은둔 청년 관련 지원책은 산하 복지 기관의 한시 사업이 주를 이뤘지만 사회적 문제가 심화는 상황을 반영해 도가 직접 사업, 예산 수립 주체가 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 정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고 있는 도내 고립·은둔 청년 규모는 약 16만명”이라며 “통상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후 관련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자체 실태 조사와 지원 사업 마련이 시급한 만큼 내년에 동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도 자체 데이터가 있어야만 지역 맞춤형 사업을 수립, 실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 고립·은둔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그 규모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도 “고립·은둔 청년이 스스로 나서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만큼 지자체가 정확한 통계를 근거해 맞춤형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출 바닥… 농촌체험휴양마을 ‘개점휴업’ [집중취재]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니, 포기할 수밖에요.” 19일 오전 10시께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어스름한 산길을 달리다 보니 ‘산두른마을’이라고 적힌 표지판만 빛바랜 채 남아있었다. 마을 어귀를 지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기를 수십분. 주민 1명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썰렁한 마을에는 과거 관광객을 실어 날랐던 찻간과 옛 산두른마을 사무실 건물 등이 방치돼 있을 뿐이었다. 이곳은 지난 2010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돼 한 때 수만명의 관광객이 오갔던 곳이다. 매년 ▲버섯 재배 ▲양봉 ▲꽃 심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팜스테이까지 운영하며 마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던 곳이지만,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과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체험객 감소 등으로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결국 산두른마을은 올해 초 농촌체험휴양마을 운영을 포기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오산시 서랑동 ‘서랑동문화마을’ 사정도 마찬가지. 2016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됐던 이곳도 한때는 썰매장과 민속놀이 체험장, 약식 만들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연 최대 2만5천명의 관광객을 유치했지만, 지금은 적막한 논·밭만 남아있었다. 서랑동문화마을을 운영했던 관계자는 “경영난에 시달리다 2021년 말부터 결국 운영을 중단했다”며 “어떻게든 다시 살려보려고 갖은 노력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고 씁쓸해했다. 농촌의 자연환경과 전통문화 등을 활용해 생활체험·휴양공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기도내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소멸 위기에 놓였다. 농촌체험휴양마을의 목적이 지속가능한 농촌 활성화와 농업인 삶의 질 향상에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을 통한 활성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농촌체험휴양마을은 지난 2008년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운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 시행 취지와는 달리 도내 농촌체험휴양마을은 경영난에 허덕이거나 운영 주체를 찾지 못하는 등 빛 좋은 개살구가 된 지 오래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자의 입장으로만 사업을 펼치면서 관광객 유치 등의 측면에서 큰 효과를 못 거두는 경향이 있다”며 “관광객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농촌만의 색깔이 가득한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현재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도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을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무관심에 시름시름… 상처만 남은 농민들 [집중취재]

경기지역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체험객 및 매출 급감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관리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되살릴 대책 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번 어려움을 겪어 폐쇄된 농촌체험휴양마을은 다시 되살리기 쉽지 않은 만큼 도농복합지역인 경기지역 지자체들이 색다른 프로그램 개발, 현실적 지원책 마련 등을 통해 농촌체험휴양마을의 활성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2018~2023년 도 농촌체험휴양마을 지원 현황에 따르면 농촌체험휴양마을에는 국비와 지자체 예산 등을 투입해 ▲사무장 활동비(마을 사무장 및 협의회) ▲보험가입 지원 ▲리더 및 사무장 역량교육 등 3가지 사업 예산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 운영비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자체적으로 부담한다. 그러나 지자체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해소 방안은 찾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115곳의 농촌체험휴양마을은 허울 뿐인 곳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2018년 104만8천명에 달했던 체험객은 2022년 53만3천명까지 급감했다. 올해도 9월 기준으로 35만9천명의 체험객 만이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찾아 연간 체험객 수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매출액 역시 마찬가지다. 2018년 당시 147억4천100만원에 달했던 농촌체험휴양마을 매출액은 2022년 91억7천100만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9월 기준으로도 72억5천300만원에 그쳐 사실상 지난해 매출액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지자체는 올해까지 체험마을을 되살리기 위한 전문적인 컨설팅이나 홍보 등을 외면해왔다. 대부분의 비용이 보험이나 교육 등에 맞춰져 있어 실질적인 활성화 방안은 없었던 셈이다. 경기도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내년에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이 활성화 될 수 있는 다양한 분석과 프로그램 개발 등의 컨설팅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을 본격적으로 살리기 위해 예산 7억6천만원을 투입해 컨설팅과 활동비 지원, 통합홍보 등에 나설 계획이며 국비가 빠지는 사무장 활동비 역시 도 예산으로 충당하겠다”고 해명했다. 전문가 제언 “정부·지자체, 마을 활성화 적극 지원해야” “농촌휴양마을을 살리는 것만이 농촌과 농민을 살리는 것입니다.” 강병옥 경기농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은 코로나19와 농촌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까지 겹쳐지면서 농촌체험휴양마을의 현주소는 처참한 수준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점점 줄어드는 체험객과 매출액에 인건비, 전기세 등 고정비용의 증가가 겹쳐지면서 사실상 운영자들의 고통만 커가고 있다는 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운영자들의 고통이 커져가는 중에도 정부는 다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오히려 ‘사무장 인건비’ 예산을 끊겠다고 하고 있다”며 “한 마디로 농촌체험휴양마을 보고 자생하라는 의미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정부와 더불어 지자체 역시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 회장은 “지자체가 조금이라도 일찍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살릴 돌파구를 마련해뒀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어렵게 토대를 마련한 농촌체험휴양마을과 농민들이 어려움을 버티지 못해 무너지는 상황이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이전처럼 되살리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농촌체험휴양마을이 함께 홍보 등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던 부분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동시에 사무장 등 농촌체험휴양마을 관계자의 역량을 높여 색다른 관광지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초롱이둥지마을’이라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하면서 이런 체험마을이 농촌 활성화와 농민 삶의 질 향상에 큰 역할을 한다는 걸 몸소 느꼈다”며 “어렵게 토대를 마련했고, 분명 활성화시켜야 할 명분이 충분한 만큼 소멸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폐교위기 136곳… 지방 소멸 부르는 ‘학교 소멸’ [집중취재]

학교. 누군가의 수년간 추억이 담긴 곳이자 누군가의 수많은 미래가 자라는 곳. 그런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학교가 줄어드는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으면 학생도, 학부모도 떠나 결국 지역의 소멸로 이어진다. 반면 신도시가 들어서는 곳이면 언제나 과밀학급 우려가 따라붙는다. 학생 수가 많을수록 항의의 목소리는 커지고, 교육당국의 시선도 과밀학급에만 머문다. 그 사이 또 다른 소규모 학교들은 존폐 위기에 처한다. 이에 경기일보는 학교의 소멸을 막으면서도 과소학급과 과밀학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주 경기도 소멸 학교 생존기 #1. 화성 병점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김혜리씨(가명·여·44)는 최근 고민이 많아졌다. 병점초가 폐교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인근 교육 인프라 역시 함께 줄어들고 있기 때문. 김씨는 “수년 전부터 학생이 줄고 학교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학원들도 이사를 갔고, 그 흔한 공부방조차 주변에서 모두 사라졌다”면서 “아이의 교육을 위해 이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2. 지난 3월 안성 방초초등학교가 줄어드는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개교 59년 만에 문을 닫았다. 방초초는 인근에 있는 일죽초등학교와 통폐합 절차를 거쳤고, 학생들은 일죽초를 비롯해 인근 죽산초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학령 인구 감소와 소멸 위기 지역의 인구 유출로 경기지역 소규모 학교들이 소멸 위기에 놓였다. 교육 인프라의 부재는 인구 유출을 야기하고 이는 지역소멸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해 입학생이 10명 이하인 도내 초·중학교는 136개교(초등 125개교·중 11개교)에 달한다. 입학생 10명 이하 학교가 93개교였던 2012년과 비교하면 불과 10년 사이 43개 초·중학교가 추가로 소멸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처럼 입학할 학생이 없는 학교는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입학생 10명 이하 학교는 116개교(초등 107개교·중 9개교)였는데, 최근 1년 만에 20개교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특히 소멸 위기를 맞은 학교는 비도심지역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입학생이 10명 이하인 초·중학교를 지역별로 보면 포천 16개교(초등 13개교·중 3개교), 화성 16개교(초등 15개교·중 1개교), 파주 15개교(초등 15개교), 양평 12개교(초등 10개교·중 2개교), 여주 11개교(초등 10개교·중 1개교), 연천 11개교(초등 9개교·중 2개교), 안성 9개교 (초등 9개교) 등의 순으로 많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인프라의 부재는 지역의 인구 이탈과 지방 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교육 인프라의 중심인 학교가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규모학교의 기존 시설과 환경을 효율적으로 활용, 학교 본연의 고유성은 해치지 않고 다양한 특성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밀학급에만 심혈… 소규모 학교는 뒷전 [집중취재]

경기도 소멸 학교 생존기 경기도교육청이 과대·과밀학급 문제 해소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해결 방안 모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존폐위기에 놓인 소규모 학교를 위한 관심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17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과대·과밀학급 해소를 포함한 학교 신·증설을 위해 내년도 본예산에 1조4천463억원을 편성했다. 세부적으로는 99개교 신설비 1조3천392억원, 학급 증설비 640억원, 유치원 신설비 431억원 등이다. 폐교 활용이나 관리를 위해 쓰이는 예산도 적지 않다. 지난 2021년 문을 연 경기학생스포츠센터(용인) 건립 당시에는 총 사업비 269억원 중 도교육청이 78억원을 지원했으며, 내년도에 폐교를 유지·관리하는 데 들어갈 환경 개선비는 12억원 규모다. 그러나 소규모 학교 만을 위해 편성된 별도의 예산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까진 내년에 편성된 150억원 규모의 ‘소규모 학교 대청소 지원’ 예산이 전부다. 모든 학교가 지원받는 표준교육비(교당·급당·학생당 경비) 역시 학생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구조다. 표준교육비는 초등학교 기준으로 6학급 이하인 학교에는 2억6천464만원, 60학급 이상에는 4억5천466만6천원이 지원된다. 중학교의 경우 6학급 이하 학교는 2억9천655만4천원, 54학급 이상 학교는 4억9천199만8천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예산을 학급당 경비로 나눌 경우 소규모 학교에 더 많은 예산이 지원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학생이 줄어들어도 학교 시설은 그대로고, 이를 유지·보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여전히 동일하다”면서 “그럼에도 학생이 줄어들면 그 규모에 맞춰 예산만 획일적으로 삭감돼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과밀·과대 학급이 현안으로 떠올랐음에도 그동안 이에 대한 별도의 예산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시급한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도 예산에 크게 반영해 편성한 것”이라며 “소규모 학교 운영에도 관심을 기울여 많은 예산이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색 있는 교육으로 폐교 위기 극복 소규모 학교 지원은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대책이 되기도 한다. 자신만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직면했던 폐교 위기를 극복한 학교들을 통해 소규모 학교의 생존 방안을 모색해봤다. 용인 장평초등학교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낮은 접근성과 부족한 주변 인프라 등으로 폐교 위기에 내몰린 학교였다. 학생들이 지역을 떠나면서 2020년, 전교생 수가 19명까지 감소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 수가 79명에 달했지만 부족했던 주변 인프라가 장평초의 발목을 잡았다. 장평초는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고자 학교가 가진 자산인 자연 환경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장평초는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로 지정, 황토벽 교실과 향나무 복도, 원적외선 황토방 등을 마련하고 친환경 텃밭 가꾸기, 숲길 산책, 히노키탕 목욕 등 아토피에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보건교사뿐만 아니라 일반 교사들도 알레르기 관련 교육을 이수해 학생들을 직접 교육하며 2020년 경기혁신교육 학생 건강 증진 분야 우수학교로 교육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장평초의 전교생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30명을 넘겼다. 양주에는 도농복합인 지역 여건을 고려해 특색 있는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상수초등학교가 있다. 남면에 있는 상수초는 인근 양주옥정신도시 등장 이후 소멸 위기를 맞았다. 신도시로 떠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남면의 인구는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상수초는 2015년, 전교생이 47명까지 줄었다. 상수초는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지역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선 상수초는 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의 상생을 위해 신도시 지역과 협력해 공동학구제를 도입했다. 신도시 지역에서 소규모 학교로 전학을 할 때는 주소지 이전 없이 학교장 허락 하에 전입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진입 장벽을 낮춘 뒤에는 교육 과정 특성화에 매진했다. 주변 환경을 활용해 자연과 함께하는 생태교육을 하고 다양한 마을 교육 자원이 공동체 교육으로 스며들도록 했다. 그 결과 상수초의 학생수가 89명까지 늘며 통폐합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 소규모 학교 교사는 “출퇴근 등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아이의 교육 여건 때문에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다면, 그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큰 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지역 맞춤형 처방·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경기지역 소규모 학교는 지역별 편차를 더욱 키울 수 밖에 없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미영 경기도율곡연수원 교육행정연수부 팀장은 도농복합지역인 경기도의 경우 25개 교육지원청의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신도시 개발로 인한 신설학교 수요 증가와 지역 이탈로 인한 원도심의 소규모 학교 증가가 맞물리고 있는 만큼 과대학교와 과소학교를 별개의 문제로 보지 않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팀장은 “경기도는 연천, 가평, 포천, 여주, 안성, 이천 등 농촌 지역과 수원, 성남, 부천, 용인 등 원도심이 있는 도시지역, 화성, 구리, 남양주 등 신도시 개발로 유입인구가 많은 지역 등 다양한 상황적 요소를 갖고 있다”면서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소규모학교 특성, 교육환경, 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학교의 증가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명확한 소규모학교의 기준을 확립하고,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추심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소규모 학교에 별도의 지원이 이뤄지기가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로 ‘소규모 학교의 명확한 기준 부재’를 꼽았다. 그는 “소규모 학교는 법률상으로는 학생 수 100명 이하 또는 학급 수 5학급 이하(교감 미배치 근거 기준), 교육부령으로는 총사업비 300억원 미만인 학교(중앙투자심사 면제 기준), 경기도에선 학생 수 60명 이하인 공립학교(작은 학교 지원에 관한 조례) 등 기준이 달라 정의하기도 어렵고 실태 파악조차 어렵다”면서 “소규모 학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을 위해선 소규모 학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명확한 정의를 세운 뒤 도교육청 내 소규모 학교 정책 수립의 구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전담부서를 설치, 중장기 교육제도 및 소규모 학교의 여건 개선에 대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서 토론까지… ‘경기국제공항’ 경기도가 주도 [집중취재]

경기국제공항 추진 방향을 ‘민간 공항’으로 설정한 경기도가 연구 용역에 이어 포럼과 국회 토론회까지 직접 주도하며 사업 주체로 발돋움했다. 그간 경기도는 ‘수원 군 공항 이전’ 전제 여부를 둘러싼 수원·화성시의 갈등에 ‘제삼자’ 입장을 취해왔는데, “직접 복수 후보지를 선정해 시·군과 협의하겠다”는 방침을 수립하며 새로운 ‘키맨’을 자처한 것이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이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국회의원(수원병), 염태영 도 경제부지사를 비롯한 도, 시·군 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국제공항 비전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민선 8기 핵심 공약인 경기국제공항 사업 추진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으며, 도가 대외적으로 경기국제공항 공론장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는 이번 포럼에서 수도권 항공 수요와 기존 공항 포화에 대응하고 반도체 등 도내 고부가가치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남부 지역에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또 전문가들과는 ▲항공 물류 활성화 방안 ▲배후 시설 개발 방향 ▲도민 참여형 비전 설정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어 오는 20일에는 경기국제공항 아젠다가 등장한 이래 최초로 도가 주최하는 국회 토론회가 열린다. 지역별 국회의원에게 범(氾)도민 공감대 형성을 요청하고 이해관계 주체들과 의견을 교환, 도가 직접 사업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도는 내년 8월 완료되는 연구 용역에서 경기국제공항 복수 후보지가 선정되는 대로 해당 시·군과 협의를 진행, 국토교통부에 ‘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반영을 건의할 예정이다. 앞서 2020년 국토부가 제6차 종합계획에 ‘경기 남부 국제공항’ 건설을 명시하면서도 ‘지자체간 협의 상황 등 여건을 고려 후 추가 검토하겠다’며 단서를 단 만큼, 지자체 협의까지 선결해 완성도를 기하겠다는 취지다. 도 관계자는 “제6차 종합계획에 경기 남부 국제공항이 명시되면서 그 필요성을 인정받긴 했지만 시·군 유치 의사 접수 또는 협의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상황”이라며 “경기도가 직접 국제공항 방향을 수립해 공론화하고 후보지별 협의를 진행해 종합계획 반영을 건의한다면 사업이 좀 더 확실하게 추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도는 내년도 본예산에 국제공항 해외 사례 벤치마킹, 경기국제공항 토론회 및 연구 용역 예산을 올해보다 증액 편성한 상태며 최근 행정 규칙 개정을 통해 전담 부서 업무 영역에서 ‘민군 통합공항’ 조문을 삭제했다.

군공항 특별법과 수원‧화성 갈등… 경기국제공항, 넘어야 할 과제 [집중취재]

경기도가 민간 공항 형태의 경기국제공항 추진 방침을 정하고 연구 용역과 대외 공론화에 나섰지만 ‘수원 군 공항 이전’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수원무)이 최근 발의한 ‘수원 군 공항의 화성 이전과 연계한 민·군 통합국제공항 건설’ 특별법안이 변수로 떠오른 데다, 순수 민간 공항의 부족한 사업성이 결국 민·군 통합공항 건설 논의를 다시 부를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화성시는 김 의장이 발의한 ‘수원 군 공항 이전 및 경기 남부 통합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의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심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국방부가 2017년 화성 화옹지구를 수원 군 공항 단독 예비 이전 후보지로 선정한 만큼 특별법 통과는 화옹지구로의 군 공항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경기도의 국제공항 후보지 선정 용역, 공론화 등은 도 사업인 만큼 시가 밝힐 입장이 없다”면서도 “김 의장의 법안은 수원시를 위해 화성시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연구 용역과 공론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특별법이 상임위를 통과하면 지역 갈등이 다시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간 공항 형태의 경기국제공항이 사업성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군 공항 이전 문제가 다시 소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군사 공항 시설을 민간이 공유하는 구조로 조성 사업비를 크게 절감하고 공역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민·군 통합공항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 분야 전문가는 “순수 여객, 물류 수요만으로 사업성을 확보하긴 쉽지 않을뿐더러 수원 군 공항과의 공역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때문에 도가 복수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여러 여건상 화성 화옹지구도 후보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현재 국제공항 필요성과 추진 방안, 후보지를 물색하는 연구 용역이 진행 단계인 만큼 특별법안, 사업성 등에 대한 섣부른 예측은 어렵다”고 말했다.

제조사 손배책임 인정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집중취재]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길이 처음으로 열렸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평생을 고통 받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배상액이 현저히 적을 뿐 아니라 일부 가해 기업에 대한 형사 재판은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12년 넘는 시간 동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피해자들은 정부와 기업이 여전히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구체적인 피해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지난 2011년 처음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영유아, 임산부 등이 원인불명의 폐 손상을 앓는 사례가 늘어났고 보건당국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가습기살균제는 청소가 어려운 가습기 내부 물통을 손쉽게 살균할 수 있다는 편리함을 내세워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됐다.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한 유공(SK케미칼의 전신), 옥시와 애경산업 등 생활용품 기업들이 제품을 내놨고, 대형 할인마트들도 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수십 명에 불과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규모는 조사를 거듭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8년간 894만명의 소비자가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노출됐으며, 이 중 10.7%인 95만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경기도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2021년 3월 기준)는 225만4천396명, 병원 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19만8천387명이다. 그럼에도 피해자로 인정된 구제 인정자는 2천298명(사망484명)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을 받기 위한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직접 수십 년이 지난 병원 기록을 찾아 증명해야 하지만, 사라진 기록이 대부분이다. 또 정부는 호흡기질환을 비롯해 이와 동반되는 안질환, 피부질환 등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만성피로증후군, 자가면역질환 등은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가 지난달 24일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로 649명을 추가하면서 총 5천417명(전국 기준)의 피해 구제가 진행됐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정부와 기업이 우선 책임을 인정해야만 정신적·경제적 피해 보상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지난 2021년 1심 재판에서 옥시와 성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현재는 내년 1월11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인 ‘1994 희망솔루션’ 민수연 대표는 “형사재판에서 가해 기업과 관련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와야 책임에 대한 진상 조사와 피해자 구제가 보다 세밀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며 “올바른 판결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 끝나지 않은 싸움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전문가 제언 “국가·기업이 책임지고… 피해 구제 적극 나서야” “더 늦기 전에 국가와 기업은 책임지고 방치된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합니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연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피해자들에게 악영향을 줬다는 게 충분히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중에 유통되도록 한 제품으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정부 역시 피해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DNA 속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으며, 간·신장·골수 심지어는 뇌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이는 신장·간장·면역·근육 손상뿐만 아니라 신경정신질환, 암, 심혈관질환, 발달장애 등의 심각한 질병을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또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이들에 대한 피해가 큰 만큼 국가가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가해 기업은 더 이상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고, 제품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이 평생 짊어질 고통을 보상할 수 있는 조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내년 1월11일에 예정된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 3곳에 대한 형사 항소심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 기업이 사용한 살균성분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 등과 피해자들의 질환천식 간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임 교수는 “지난 1심 판결이 선고된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습기살균제 연구에 참여했던 연구자로서 굉장히 안타까웠다”면서 “몇 년 동안 연구를 거듭해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된 물질들이 인체에 독성물질로 작용한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충분히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 기업들과 관련 임직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또다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가습기살균제에 무너진 삶… 12년째 지옥같은 고통 [집중취재]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는 피해자에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 12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알려진 후 폐질환 진단을 받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첫 판결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9일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아직 살균제 제조 기업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고, 진심 어린 사과도 없었다. 경기일보는 평생을 죄책감과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을 만났다. 이제 그들의 고통을 끊어낼 방법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 주 “10년 넘는 세월 동안 죽지 못해 살았습니다. 여전히 하루하루가 고통스럽습니다.” 박수진씨(51·안산)는 지난 20여 년의 세월이 지옥과도 같았다고 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2003년 그때로 돌아가길 매일 밤 눈물로 기도했다고 했다. 희귀병을 갖고 태어난 막내 아들을 위해 쓰기 시작한 가습기살균제였다. 몸에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던 마음에 썼던 그 살균제가 성인이 된 아들에게 평생 천식과 비염을 안겨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막내 뿐이 아니었다. 어느 날 부턴가 건강했던 둘째 아들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천식과 아토피, 비염 증상으로 응급실을 여러 번 찾았다. 가려움을 참지 못해 생긴 상처와 진물이 온몸을 뒤덮었고, 순간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학교에선 종종 발작도 일으켰다. 그렇게 아들은 왕따를 당하며 학창시절을 악몽으로 보내야 했다. 몸이 아프기 시작한 건 아들들 뿐이 아니다. 박씨 역시 몸이 엉망으로 변했지만, 자신보다 아이들을 돌보는 데 온 신경을 쏟았다. 그는 “병원에서 폐 기능이 자꾸 떨어져 몸속 산소 농도가 49%뿐이라고 들었다”며 “내 몸이 증거자료인데, 아직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는 국가와 기업에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자식들을 위해 구입했던 가습기살균제가 이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누가 알았겠느냐”며 “‘모든 게 다 내 탓’이라고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괴로움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조순미씨(54·화성)는 보행 보조기구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그의 코에는 망가져버린 그의 폐를 대신할 산소 공급 줄이 꽂혀 있고, 소변 줄을 달고 살아야하는 상황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조씨는 한마디 한마디를 건넬 때마다 파르르 입술을 떨길 반복했다. 좋다고 해서 산 가습기살균제였다. 가습기살균제를 쓰고 나면 식은땀이 나고, 종종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가습기살균제가 자신을 갉아 먹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폐 기능 수치가 죽기 일보 직전인 27%라고 했다. 응급 수술을 받았고 회사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현재 호흡기, 면역계, 신경계, 혈관계 등 전신에서 여러 가지 질환이 발병해 매주 2회씩 병원에 다니고 있다. 조씨는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많은 피해자가 병상에서 또는 가정에서 경제적 고통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라고 눈물지었다.

차별·효용성 ‘논란’… 경기도 기회소득 ‘난항’ [긴급진단]

민선 8기 핵심 사업인 ‘기회소득’ 저변 확대에 나선 경기도가 경기도의회의 비판과 정부의 제동으로 사업 추진 및 예산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도의회는 농어민, 기후 행동 기회소득 등 도의 신규 사업에 대해 민선 7기 기본소득 또는 정부 유사 사업 대비 차별성, 효용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기회소득 자체를 ‘지양해야 할 현금성 복지’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2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도가 제출한 장애인 기회소득 예산 100억원을 심의, 30% 감액 의결했다. 기존 수혜자의 1인당 지급액을 늘리겠다는 도의 계획이 아직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변경 협의를 거치지 않아 유사시 불용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회보장급여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특정 대상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복지 정책을 시행 또는 변경하려면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와 제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실제 도는 올 상반기 교통 법규를 준수한 배달 노동자에게 ‘안전 기회소득’을 지급하기로 하고 복지부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복지부가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협의’를 결정,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당시 도는 별도의 실증 작업을 거쳐 재협의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 영향으로 내년 예산안에 사업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10월 정부는 사회보장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자체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시 현금성 복지를 지양하도록 기본 방향을 의결했다. 문제는 도가 복지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내년 체육인과 농어민 기회소득 신규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예산안의 도의회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복지부 협의 여부에 따라 좌초,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내부에서는 30일 심의가 예정된 농어민 기회소득 예산과 관련, 민선 7기 기본소득 사업 간 중복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도는 농민·농촌 기본소득을 지급 중인데 기회소득과 기본소득 간 충돌, 중복 지급에 따른 재원 낭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체육인 기회소득 예산안은 이날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그 필요성을 인정, 원안 가결됐다. 아울러 탄소 중립에 참여한 도민의 활동을 화폐 가치로 환산,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기후행동 기본소득은 정부 정책과의 중복 우려가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유사한 구조로 시행 중인 탄소중립포인트제도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기후행동 기본소득이 차별성과 효용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내부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예술인, 장애인 기회소득 신설에 성공한 사례를 토대로 복지부와의 사회보장제도 협의에 전념하는 한편, 도의회를 설득해 관련 예산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연표 기회소득…미래 지향점 vs 계층 장벽 [긴급진단]

김동연표 ‘기회소득’을 두고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렸다. 빈부격차 해소 등을 위해 장기적으로 여러 계층의 소득 보장 제도를 늘려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오히려 계층 갈등만 일으킨다는 우려도 나왔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9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는 우리 사회 장기적인 ‘지향점’이라고 주장했다. 계층 간 소득역전 현상을 막고 사회 약자들의 경제활동 보장을 정부나 지방정부가 독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김동연표 ‘기회소득’의 지향점을 명확히 정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지난 2009년 당시 국내 학계에서 생소했던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한 인물이다. 강 교수는 “저출산 시대가 이어지면서 계층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기회소득 지향점을 미래적으로 제시해 다양한 계층, 직업군이 일을 하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의회가 기회소득을 두고 쟁점화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래 사회를 위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면 기회소득 같은 소득 보장 제도는 오히려 계층 간 장벽을 쌓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기회소득 수혜자는 예술인과 장애인을 시작으로 현재 체육인, 농어민, 기후 대응 동참 주민, 배달노동자 등으로 확대·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재원은 사회 구성원의 소유물인 ‘공유부’에 대한 부분으로, 특정 계층과 직종에 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다.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재원은 특정된 곳에 몰리는 것이 아닌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 구성원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소득보장 제도보다 소득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 활동 영역이나 범위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존 복지정책도 소득보장 수준이 낮고 사각지대가 많은 상황에서 특정 직종에만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장기적으로 계층 갈등 등의 우려가 발생할 수 있어 소득분배 개선과 사회약자 양극화 해소라는 사회복지적 목표를 추구하는 정책대안 제시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직종에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장해 주는 제도는 전형적인 선거용 포퓰리즘일 뿐”이라며 “특정 직종에 대한 근로의욕 강화나 활동 발판을 끌어낼 방안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제청, IGC 운영비로 수백억 ‘펑펑’ [집중취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인천글로벌캠퍼스(IGC)에 입주한 대학에 수년 간 근거도 없이 수백억원 규모의 임대료·관리비 등을 면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인천경제청과 (재)IGC운영재단 등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은 지난 2010년부터 IGC에 대학이 입주하면 운영지원협약(OSA)을 하고, 캠퍼스 임대료를 비롯해 공공요금·유지보수비 등의 관리비를 감면해주고 있다. 이 OSA는 기본 5년에 3년 추가가 가능해 최장 8년까지 효력이 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IGC 입주 대학 5곳 중 4곳과의 OSA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IGC재단을 통해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감면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유재산법 제21조 등은 사용허가 기간을 5년 이내로 하고, 이후에는 허가를 갱신해야 한다. 즉 인천경제청은 OSA가 끝났는데도 재협약 없이 캠퍼스를 무상 임대해준 셈이다. 인천경제청과 입주 대학들간의 OSA는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닉브룩(SBU)이 지난 2019년, 벨기에 겐트대와 미국 조지메이슨대는 지난해, 유타대는 올해 8월에 기한이 끝났다. 인천경제청이 OSA 재협약 등도 없이 무단으로 입주 대학에 면제해준 임대료는 총 53억원에 이른다. 뉴욕주립대가 35억원, 겐트대와 조지메이슨대가 각각 6억원, 유타대 3억원 등이다. 여기에 인천경제청이 이들 대학 4곳에 오는 2025년까지 임대료를 면제해주기로 한만큼, 앞으로 3년간 50여억원의 추가 면제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인천경제청은 OSA가 끝난 이들 대학의 관리비도 감면해주고 있다. 인천경제청이 이들 대학 4곳에 감면해 준 관리비는 총 41억여원이다. 또 인천경제청은 IGC 입주 대학의 교수들이 사는 아파트 임대료도 전액 면제하고 있고, 컴퓨터·소프트웨어 등의 기자재 비용을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특히 인천경제청은 지난 2019년 뉴욕주립대와 OSA가 끝났을 때 이 같은 임대료 및 관리비 면제 등을 해줄 근거가 없다는 점도 파악했다. 이런데도 인천경제청은 IGC재단에 공문을 보내 대학을 계속 지원토록 통보했고, IGC재단은 법적 효력이 없는 이 공문을 근거로 계속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시의 공유재산심의 등도 받지 않았다. IGC재단 관계자는 “인천경제청이 협약을 맺는 주체”라며 “인천경제청이 지원하라고 보낸 공문을 토대로 임대료 및 관리비 면제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 인천시의원(국민의힘·미추홀1)은 “인천경제청이 재협약도 하지 않는 등 법을 어기면서까지 주먹구구 식으로 대학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이 인천경제청의 IGC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한 만큼, 인천시가 나서 협약 전반에 대한 위법 여부를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사실 OSA 연장이나 변경을 위한 검토를 했으나, 결국 법적 근거가 없어 재협약도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대학의 자립 등을 도우려 재단·학교와 협의해 지원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 검토를 통해 대학들의 지원 방안 등을 찾겠다”고 말했다.

‘경기 지자체 서울 편입’... 道 시장·군수 찬반 ‘팽팽’ [집중취재]

‘경기도 지자체 서울 편입’이 ‘서울 메가시티 구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가운데 경기도내 시장·군수들의 의견은 찬성과 반대가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해선 절반가량이 동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8일 경기일보가 경기도내 시장·군수 3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포시 등 경기도 지자체의 서울 편입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애초 이 사안을 제안한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을 비롯해 같은 당 백경현 구리시장, 백영현 포천시장, 하은호 군포시장, 김경희 이천시장, 전진선 양평군수, 서태원 가평군수, 김덕현 연천군수 등 8명이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국민의힘 소속 강수현 양주시장과 같은 당 소속 박형덕 동두천시장 등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 같은 당 정명근 화성시장, 조용익 부천시장, 정장선 평택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임병택 시흥시장, 김보라 안성시장 등 9명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찬성 이유에 대해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중첩규제로 인한 자족도시 역할 수행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서울에 편입되면 오히려 지역발전을 저해한다”며 반대했고, 민주당 이재준 수원시장도 “국토 균형발전과 자치분권 가치를 지지한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해선 국민의힘 소속 김동근 의정부시장, 강수현 양주시장, 김경희 이천시장, 백경현 구리시장, 김성제 의왕시장, 백영현 포천시장, 박형덕 동두천시장, 전진선 양평군수, 서태원 가평군수, 김덕현 연천군수 등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이재준 수원시장, 같은 당 정명근 화성시장, 조용익 부천시장, 정장선 평택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임병택 시흥시장, 박승원 광명시장, 김보라 안성시장 등 17명이 찬성했고 국민의힘 소속 하은호 군포시장은 반대했으며, 무응답도 13명에 달했다. 국민의힘 소속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중첩된 규제의 족쇄에 묶여 성장동력을 잃은 경기 북부지역 발전을 위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민주당 소속 이재준 시장도 경기 남부와 북부 간 지역 격차 해소 및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서울 인근 도내 지자체들의 서울 편입이 지역발전과 관련해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가 미지수여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김포 서울 편입의 경우 갑자기 등장한 점도 있고, 편입해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메가시티가 꼭 행정구역을 통합해야 하는 것이냐는 부분들도 고민해야 한다”며 “서울 주변 도시와 교류 협력 관계 등을 활성화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장 절반가량 ‘침묵’… 총선 앞두고 중앙정치권 ‘눈치’ [집중취재]

'서울 편입’ 도내 시장·군수 생각은 ‘경기도 지자체 서울 편입’ 추진에 상당수 지자체장이 무응답으로 침묵했다. 일각에선 여야 정당 소속 시장·군수들이 중앙정치권의 정책기조를 의식해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중앙정치권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8일 경기일보가 도내 단체장 3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지자체 서울 편입’ 찬반에 대해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이동환 고양특례시장, 신상진 성남시장, 주광덕 남양주시장, 이민근 안산시장, 김경일 파주시장, 김동근 의정부시장, 방세환 광주시장, 이현재 하남시장, 박승원 광명시장, 이권재 오산시장, 김성제 의왕시장, 이충우 여주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등 14명이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가 ‘경기도 지자체 서울 편입’을 놓고 정치적 문법으로 해석하고 있어 정당 소속 시장·군수 입장에선 주민들의 입장도 충분히 들어야 하지만 정치적 셈법도 감안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지역 정체성 살리는 프로그램 개발해야 이런 가운데 도내 지자체별 국가균형발전론 차원에서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100만명 이상의 대규모 인구를 둔 특례시 등의 경우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된 복지서비스 등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수원은 인구 100만명 이상의 특례시로, 국가균형발전의 국정기조에 맞춰 지역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을 선도하고 특례시의 권한 확보를 통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행정복지 서비스의 지속적인 사무 이양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지역 정체성 확보를 위해 광역교통망 구축에 올인하는 지자체도 있다. 안양시가 대표적으로 최대호 시장은 “안양시는 서울·경기 남부권 광역철도망 구축에 중요한 연결 도시로 스마트하고 콤팩트한 도시 조성을 위해 현재 운행 중인 수도권 전철 1호선과 4호선 이외에 월곶~판교선(경강선), 인동선(인덕원~동탄), GTX-C 노선(인덕원역), 신안산선 등 4개 노선을 추가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독특한 콘텐츠 및 대학과의 협업도 추진돼야 지역만의 독특한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영화와 만화, 애니메이션, 비보이 등 4대 국제문화축제와 아트센터, 아트벙커B39 등 문화 콘텐츠, 인프라가 탄탄하게 갖춰진 문화도시를 조성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능동적인 민관협업의 일환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온(溫)스토어’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도록 주민들이 온라인으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대학과의 협업으로 스마트허브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안산의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해 지역 내 기업 1만1천여곳과 대학이 공동으로 수도권 최대 규모의 스마트허브로 조성하고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와 안산사이언스밸리 일원에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해 행정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내 부족한 의료 인프라 구축과 기후위기에 대비한 정책 시행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GTX-C 노선 연장과 제생병원 조기 개원 및 의대 설립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고, 임병택 시흥시장은 “시화를 중심으로 국제환경포럼을 개최하고 환경교육도시를 구축하며 온실가스 감축 등 다양한 탄소중립정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서태원 가평군수도 지역에 부족한 의료시설 해결을 위해 기평의료원 설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청년층 배려한 시책 반영도 역동적인 청년정책 시행도 제시됐다. 김경희 이천시장은 “청년인구 비중이 전국 평균(19%)에 비해 19.5%로 높은 만큼 청년들의 능동적인 사회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자립 기반 마련을 위해 복합문화공간인 청년일자리카페 e-room 등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신상진 성남시장과 백영현 포천시장, 전진선 양평군수 등은 각각 맨발 황톳길 및 생태문화공원 조성, 한탄강 세계지질공원과 세계정원 등 수도권 제일 힐링도시 조성과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세미원의 국가정원 승격사업(공원 면적 30만㎡로 확대 포함) 등을 제시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경기도의 실질적 도시권역이 행정구역으로서 합리적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경기도라는 애매한 행정구역보다는 서울 대도시권과 실제적 연계를 통한 행정체계 개편이 더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한다”며 “지자체 특성을 살린 시책도 적극 개발해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적극 재정’ 마이웨이 [집중취재]

경기도가 대규모 세수 결손에도 ‘민생’과 ‘미래 성장’을 위해 내년 본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확대,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와 대비된 독자 행보를 걷고 있다. 정부가 효율성을 위해 내년 예산안에서 일부 또는 전액 삭감한 R&D(연구개발) 예산, 복지 분야 보조금 등을 자체 재원으로 충당했기 때문인데, 정부가 삭감했던 예산들이 국회에서 속속 복원되고 있어 도의 독자 행보에 힘이 실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14일 도, 국회 등에 따르면 가장 먼저 정부의 삭감안이 도 정책 방향으로 뒤바뀐 분야는 사회서비스원(이하 사서원) 보조금이다. 정부는 올해 국고 보조금 집행 효율화를 위해 경기도사회서비스원 보조금(7억8천만원)을 포함, 전국 사서원의 보조금 전액 삭감을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대응해 도는 내년 예산안에서 사서원 출연금을 증액해 정부 보조금 삭감분을 자체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사서원 운영 예산 대부분을 원복시킨 심의안을 의결, 도의 국비 보조금 충당 필요성이 사라지며 예산안 추가 조정이 따를 예정이다. 지역화폐 예산 역시 마찬가지. 도는 정부의 지역화폐 발행 지원금 전액 삭감안에 대응해 내년 예산을 올해 대비 5.5%(954억원) 증액했는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9일 정부 지역화폐 예산을 7천억원 증액 의결했다. R&D 예산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예산안 편성 당시 올해보다 16.6%(5조2천억원) 삭감하기로 했지만 학계와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12일 국민의힘이 일부 예산 원복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도는 R&D 예산 삭감에 대응, 내년 예산안에 반도체,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예산 64억원을 증액 편성한 상태다. 이외 도는 현금성 복지 정책 지양 방침을 수립한 정부와 달리 김동연 지사 핵심 공약 ‘기회소득’ 예산을 증액, 수혜 폭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되면 미래 먹거리 발굴,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확장 재정을 펼쳐야 한다는 게 경기도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의회는 오는 24일부터 도가 제출한 36조1천345억원의 내년도 본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경기도 ‘적극 재정’ 마이웨이... “보수·진보 정책 경쟁… 지방자치 순기능” [집중취재]

경기도가 ‘적극 재정’ 기조를 펼치며 내년 본예산안을 확대 편성,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와 대비된 행보를 보인 데 대해 전문가들은 진보와 보수 진영의 재정 정책 경쟁, 지방자치제의 순기능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공공의 개입을 최소화해 효율성을 기하는 보수 진영인 데다, 60조원 가까운 세수 결손 상황을 감안할 수밖에 없지만 경기도는 공공의 역할을 중시하는 진보 진영으로 가용한 재원 범위에서 지역에 필요한 정책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장과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석좌 연구위원은 이번 경기도 독자 행보의 동력으로 정부, 경기도의 상반된 진영, ‘불교부단체’라는 경기도의 위치를 지목했다. 최 원장은 14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는 60조원 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만큼 예산 집행을 효율화하자는 입장이지만, 경기도는 각종 지원에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고 또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또 공적 서비스 제공에 있어 작은 정부 논리를 추구하는 보수 정부와 재정의 역할을 중시하는 진보 진영 인사가 있는 경기도의 인식, 판단이 갈린 것”이라고 말했다. 금 연구위원은 “정부에게서 부족한 재원을 교부금 형태로 지원받는 교부단체는 재정난을 맞을 경우 사업별 교부세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 정책 기조 전반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경기도는 재정 안정성, 자립도가 비교적 높아 재정 정책을 자유롭게 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소순창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은 경기도의 독자 행보가 정부 기조 역행이 아닌, 정책 경쟁이라는 지방자치의 순기능이라고 짚었다. 소 회장은 “경제 전문가인 김 지사 입장에서는 현 상황에서의 긴축 재정이 소비 위축, 그에 따른 기업 위축, 세수 결손 및 고용 불안, 주민 삶 악화라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경기도가 정부 기조를 역행한다기보다는 정부와 지자체 모두 서민을 위한 최선의 수를 판단한 것으로 봐야 하며 향후 평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 간 불필요한 불협화음을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가 정부 기조에 일부 보조를 맞출 필요는 있다는 제언도 있었다. 금 연구위원은 “지방자치의 원칙 중 하나가 다양성인 만큼 정부 기조와 상관없이 지자체가 어느 정도 독자 행보를 걷는 것도 지방자치의 의의”라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건전 재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만큼 최소한의 보조는 맞추는 게 지역간 형평성, 혼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망치는 범죄자, 못 잡는 사법기관…경찰 공조 시스템 '절실' [집중취재]

유치장에서 숟가락 손잡이를 삼킨 뒤 병원 치료를 받던 중 도주한 김길수 사건과 한달째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는 100억원대 사기범(본보 8일자 인터넷판) 사건을 통해 도주사범 검거 시스템의 부실이 드러났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잇따르는 도주사범을 검거할 공조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추적 및 검거에 특화된 경찰로의 통보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투자사기 범행을 저지른 A씨는 지난해 1월 구속기소 1주일만에 수원지법 평택지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이에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지난해 2월9일 손목형전자장치(전자팔찌)를 착용하고, 보호관찰을 받으면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할 것을 조건으로 A씨의 보석을 허가했다. 1년여간 이어진 재판에 출석하던 A씨는 검찰로부터 10년형을 구형받는 등 구속이 확실시되자 선고공판일인 지난달 6일,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했다. 수원보호관찰소 평택지소가 이를 인지했고, 수원지법 평택지원이 A씨의 보석 허가를 취소한 뒤 수원지검 평택지청과 공조해 검거에 나선지 한 달이 지났지만, A씨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 같은 상황에도 사법당국은 검거 전문가인 경찰에 공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이러한 풍토는 다른 사건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길수 도주 당시에도 교정공무원들은 경찰 신고에 앞서 직원들에게 상황을 전파하고 일대를 수색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난 뒤에야 경찰 신고가 이뤄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계곡살인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은해·조현수 사건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인천지검은 2021년 2월부터 전면 재수사에 돌입해 같은해 12월 이들을 추가 소환하기 전까지 10개월간 숨겨진 범행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2차 조사를 앞두고 이들은 사라졌다. 당시 검찰은 경찰에 어떠한 공조도 요청하지 않고 3개월의 시간을 흘려보냈고, 공개수배 후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공조를 요청했다. 이 같은 양상이 반복하는 것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법당국의 ‘책임 소재 규명’보다 우선할 강력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통상 도주사범이 발생했을 때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다보니 최대한 외부 기관과 공조없이 내부에서 검거하기 위해 쉬쉬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도주사범 발생시 즉각적으로 경찰에 통보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추적 및 검거 전문인 만큼 신속한 검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김길수를 검거한 것도 경찰이었고, 4개월의 도주행각을 벌였던 계곡살인 역시 경찰과의 공조 시작 열흘 만에 검거가 이뤄졌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도주사범 발생 즉시 경찰에 요청하는 시스템을 강제해야 한다. 도주 사범이 생겼는데 이를 알리지 않는 것은 불이 났을 때 119에 신고하지 않는 것과 같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2015년 연쇄성폭행범 김선용이 도주한 뒤 또 성폭행을 저지른 적이 있는 것처럼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도 즉시 경찰과 공조하지 않는 건 이를 은폐하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인간이 가진 본능으로, 두려움에 도주를 하는 것인데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도주 인지 즉시 공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내외 악재 극복…경기도의회 ‘소통 회복 급선무’ [집중취재]

올해 행정사무감사 진행과 내년도 예산 심의를 앞둔 경기도의회가 역대급 세수 부족 등 대내외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소통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11대 경기도의회 본회의 통과율은 지난 9·10대 의회와 비교해 가장 낮은 데다, 민생과 밀접한 조례안에 대한 가결 여부도 지연된 만큼 이러한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6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는 7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제372회 정례회를 열고 36조1천345억원 규모의 내년도 경기도 본예산 심의와 총 32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올해 행정사무감사 및 모두 87건의 안건의 심사를 진행한다. 올해는 민선 8기 경기도정의 사실상 원년이 되는 해로 ‘The 경기패스’뿐만 아니라 ‘RE100’ 등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주요 사업에 대한 현미경 감사가 요구되고 있다. 또 1조9천억원의 세수 부족 예상에 따라 내년도 본예산안에 대한 촘촘한 구성 역시 필요한 만큼 협치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제11대 의회 본회의 통과율은 9대(2014년 7월~2015년 10월 말)와 10대(2018년 7월~2019년 10월 말) 의회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회의 통과율은 의원들이 안건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는 만큼 소통의 척도로 해석된다. 경기일보가 도의회 의정정보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일 기준(제372회 정례회 안건 미상정 전제) 제11대 의회에서는 총 706건 안건 중 78건이 계류되면서 본회의 통과율이 88.9%를 기록했다. 10명 중 9명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이 소속이었던 제10대 의회의 93.9%(835건 접수, 51건 계류에 따른 폐기)와 여소야대였던 제9대 의회의 92.5%(649건 접수, 49건 폐기)보다 낮은 수치다. 도의회는 낮은 통과율의 원인을 사실상 양당 동수(국민의힘 78명, 민주당 77명)인 도의회 특성과 지난 9월 제371회 임시회 상임위원회 파행 사태의 여파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안건에 대한 양당의 견해차가 아닌 상임위 의원들의 사보임으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파행 사태는 도민의 신뢰를 이미 저버렸다는 눈총이다. 제11대 도의회 총 78건의 계류안 중 26건은 파행 사태로 촉발된 사안이다. 이 때문에 복지사각지대를 점검할 ‘경기도 위기 이웃 발굴에 관한 조례개정안’과 도민 건강에 초점을 맞춘 ‘경기도 예방접종 지원에 관한 조례안’ 등 도민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안건에 대한 가결 여부는 지난 371회 임시회 정식 기간 중 확정되지 않은 바 있다. 이와 관련, 도의회 관계자는 “보건복지위원회 파행 사태 등에 대해 의원들이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이번 정례회만큼 원활한 소통의 장이 열리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의원들 서로의 힘·특성 존중해야” 제언 [집중취재]

파행 사태를 겪었던 경기도의회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나친 자기 주장을 억제한 채 서로의 힘과 특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6일 경기도의회가 한국정책경영연구원을 통해 지난 8월7~15일 도의원 40명을 대상으로 소통과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의원 42.5%(17명)는 의원들 간, 78.9%(31명)는 타 정당 간 ‘소통이 잘(전혀)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특히 일부 재선 의원은 안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의원들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경기일보가 도의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기재된 안건을 확인한 결과, 제11대 의회에서 의원 발의 계류안(43건)에 대한 공동 발의자는 21.4명인 데 비해 제10대 의회(33건, 2018년 7월~2019년 10월 말) 25.7명, 제9대 의회(34건, 2014년 7월~2015년 10월 말)는 26.9명이다. A 전 도의원은 “타 상임위 의원들이 올린 안건에 대한 배척 문화도 소통 부재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양당 동수인 만큼 정책 수요자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각각 조례 발의를 요구하지만, 양당의 원활치 못한 대화로 안건 추진에 혼선이 빚어진 사례 역시 전해지고 있다. 또 일부 의회사무처 직원들은 광역의회 특성상 의원들이 쉽게 만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소통 부재가 뒤따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유병욱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기도협의회 공동사무처장은 “정치는 싸울 수밖에 없다. 다만 양당 동수라서 소통이 어렵다는 것은 도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얘기”라며 “관건은 정당 대 정당 혹은 의원 대 의원 등 서로의 힘을 인정하며 존중하는 문화다. 도의회가 이러한 자세를 가져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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