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이 쏘아올린 ‘김포 서울편입’...경기도 ‘뒤숭숭’ [집중취재]

국민의힘이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데 이어 광명·하남·구리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내 기초단체 추가 편입도 거론하면서 경기도와 지역 정치권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현실성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은 경기도와 달리 김포시는 서울시와의 편입 관련 논의를 예고하고 지역 내 야권은 여당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3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추진, 국민의힘 당론화 관련 입장을 정리 중으로 조만간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경기 북부 특별자치도(북자도) 설치 관련 전체 시·군 숙의 토론 결과를 공유하고 정책 과제를 수립하는 등 행정구역 재편에 박차를 가한 경기도와 달리 김포시는 다음 주 오세훈 서울시장과 편입 관련 의견 교류를 예정하는 등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는 김포시 현안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노선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는 24일 단체장 회동을 앞둔 상태로, 김포-서울 회동이 향후 경기도-서울시 관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김포시는 애초 북자도 설치 추진 과정에 거론되지 않았던 단체로 행정구역 분할 시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해 서울 편입이 필요하다는 김포시 입장은 일방적 주장이라는 게 현재까지의 도 입장”이라고 말했으며, 도내 타 시·군의 서울 편입 가능성 거론에 대해서도 “특별히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여권 당론 추진에 반발하는 야당 측 입장이 나오고 있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부천1)은 이날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문제는 경기도와 도민 대의기관인 경기도의회의 의견이 중요하다”며 “(국민의힘이) 사전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는 ‘서울 변두리’라는 인식을 벗어나 전국 최대 광역단체로서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해 왔다”며 “이번 서울 편입 논쟁은 ‘서울 집중화’에 힘을 실어 균형 발전을 해치고, 도민의 자부심을 해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경기도당도 이날 국민의힘 논평에 대해 “법적·행정적 검토도 없는 전형적인 총선 대비용 지역 갈라치기”라고 지적하며 “(국민의힘은) 실현 가능성 없는 사안으로 김포시민을 현혹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담긴 행정구역 개편 특별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편입 금시초문”… 해당 지자체들 ‘당혹’ [집중취재]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당론화를 추진 중인 국민의힘이 서울과 생활권이 밀접한 경기도 기초단체들을 추가 조정 대상으로 거론한 가운데 지목된 지자체 모두 “금시초문”이라며 당황하는 모양새다. “주민, 정치권의 사전 요청은 물론 자체 검토도 지금껏 없었다”는게 지자체들의 공통된 반응인데, 일부 지자체는 주민 요구 시 검토 입장을 전하며 다른 기류를 보였다. 3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서울과 인접하면서 생활권을 공유, 편입이 필요한 기초단체로 고양·하남·광명·구리 등을 거론하고 있다. 앞서 지난 30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김포한강차량기지 대강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서울과 출퇴근, 통학이 공유되는 곳은 서울시로 편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잡고 (당론을)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 의해 논란의 장으로 등판한 지자체 모두 단체장의 당적과 관계 없이 “서울 편입을 고려해본 적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인 조용익 부천시장은 “국민의힘 측의 서울 편입 거론은 갑작스런 주장에 불과하다. 부천시가 서울에 편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이 사안에 대해 고려할 생각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 단체장이 소속된 광명시 관계자는 “경기도나 서울시 등에서 행정구역 변경을 정식으로 요청한다면 검토해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고려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있는 고양·남양주·하남·구리시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들 시 관계자는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서울시 편입을 검토, 논의하지 않아왔고 현재도 정부에 공식 건의하거나 주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과천시의 경우 서울 편입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같았지만, 주민이 원할 경우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며 국민의힘 입장과 궤를 같이 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서울 편입 문제는 과천시 의지가 아닌 주민 의견이 우선하는 사안”이라며 “만약 주민 요구가 있다면 의견 수렴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무슨 죄… 잔인한 ‘비속살해’ 되풀이 [집중취재]

‘일가족 숨진 채 발견’, ‘아이 낳고 살해’…. 최근 매스컴에는 과거 상상할 수 없던 이야기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는 아가페적 사랑은 사라졌다. 자식을 하나의 도구로 여기며 살해하는 범죄는 이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 됐다. 그러는 사이 생활고를 이유로 일가족이 생을 마감했다는 기사에는 ‘얼마나 힘들었으면’이라는 동정이 따라붙게 됐다. 부모의 선택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를, 어떤 미래가 기다렸을지 모를 한 아이의 생이 끝났음에도 말이다. 아직 국내에는 비일비재한 이 같은 범죄를 부를 말이 정의돼 있지 않다. 이에 경기일보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도록 처벌 강화 등의 대안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주 집중취재 '가족이 더 무섭다' 지난 19일 30대 친부가 3개월 된 아이를 학대·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 묻어 유기한 범죄가 발생했다. 이들이 생후 100일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살해한 이유는 ‘울고 보채서’였다. 친모도 함께 있었지만, 범행을 신고하는 대신 묵인하는 길을 택했다. 태어난 지 이제 고작 100일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따뜻하게 안아 울지 않게 달래줄 부모는 없었다. 올해 4월 화성에서는 40대 친모가 아들을 살해했다. ‘너무 힘들다. 아들을 내가 먼저 데리고 간다’는 메모를 남긴 채 아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했다. 그러나 그는 살아남았다. 여섯 살 아이는 가장 믿고 있던, 어쩌면 세상의 전부였을 어머니의 손에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갔다. 두 사건 모두 부모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는 ‘살인죄’다. 3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에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범죄에 대한 정의가 없는 것은 물론 별도의 관리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해’에 대해 반인륜적 범죄라는 이유로 가중 처벌 조항을 법률에 지정해 둔 것과 차이를 보인다. 과거에는 부모는 공경의 대상인 반면 자녀는 부모에게 속해 있는 존재 정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자녀를 살해한 행위가 별도의 범죄로 처벌받지 않다 보니 비속살해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자녀를 살해한 후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에 한해 보건복지부의 보고 문건을 통해 관련 범죄 추이를 추정할 뿐이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0년 아동학대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2016년 36건, 2017년 38건, 2018년 28건, 2019년 42건, 2020년 43건으로 증가 추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아이를 낳자마자 살해하는 이른바 ‘영아살해’가 전국적으로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비속살해에 대한 가중처벌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아동보호본부장은 “왜 부모가 아이를 때리고, 죽이는 게 안 되는지에 대한 국민 모두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잘못됐다는 인식이 먼저 생겨야 할 것”이라며 “비속살해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위기에 빠진 아이들을 보호할 시스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끊이지 않는 '비속살해', 관련법 개정 감감무소식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가 끊이지 않으면서 가중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상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할 경우 ‘존속살해죄’를 적용받아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살인죄보다 무거운 형량으로 가중처벌하는 셈이다. 상해·폭행·유기·학대·체포·감금·협박 등의 강력범죄 역시 존속을 대상으로 할 때는 가중처벌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직계비속에 대한 강력범죄를 가중처벌 하는 조항은 없다. 직계비속을 살해한 경우에 관련된 유일한 죄명은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 아이를 살해했을 때 적용하는 ‘영아살해죄’ 뿐이다. 그러나 영아살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라 존속살해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이에 비속살해죄를 신설해 관련 범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식이 부모에게 범죄를 저지를 경우 가중처벌을 하면서도 자기결정권이 부족한 자식을 상대로한 범죄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으로 발의된 형법 개정안은 5건에 달하지만, 국회의 문턱에 걸려 가시적인 성과는 전무한 상태다. 지난 2016년 신원영군(당시 7세) 사건, 2017년 고준희양(당시 5세) 사건 등이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2018년 비속살해죄의 가중처벌을 담은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법제화되지는 못했다. 또 지난 2021년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비속살해죄를 신설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발의된 법안은 형법 제250조 ‘존속살해’를 ‘존·비속살해’로 하고, 같은 조 제2항 중 ‘직계존속’을 ‘직계존·비속(직계비속의 경우 13세 미만에 한정한다)’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아이를 살해하는 것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등 관련 법안이 개정되기 위해선 인식 개선과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가 아닌 독립된 인격체라는 인식이 생겨야 법적으로도 아이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해외선 ‘자녀 폭행’도 가중 처벌하는데…갈길 먼 한국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아동학대는 물론 비속살해죄 역시 가중처벌하고 있다. 이는 자녀 역시 하나의 인격체라는 의식에서 출발하는 데, 국내 고유의 문화상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어긋난 인식을 개선하는 게 비속살해죄의 고리를 끊을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30일 세계법제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자녀 관련 범죄에 대해 더욱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1979년 세계 최초로 ‘가정 체벌금지법’이 시행된 스웨덴의 경우 아동학대로 중상해나 치사가 발생하지 않아도 최대 징역 10년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영국은 의도적인 아동 폭력, 학대, 방임, 정신적 학대만으로도 최대 10년형에 처하고 있다. 미국도 각 주의 형법에 따라 아동 학대와 방치 모두 처벌 대상이다. 프랑스 역시 아동의 직계존속이나 친권자가 폭력을 이용해 15세 미만 아동을 의도와 상관없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 30년의 징역(의도적 살인의 경우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동학대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개정이 최근에서야 이뤄진 것은 물론 비속살해죄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를 두고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가부장적·집단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이는 곧 정서적인 참작의 여지이며 비속살해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자녀는 하나의 인격체이고 생명이기 때문에 부모라고 하더라도 그 생명에 대한 박탈권은 없다”며 “해외 주요 국가 벤치마킹 등을 통해 존속살인과 마찬가지로 비속살해죄 역시 엄격하게 처벌하도록 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재정난 경기도…야심작 ‘경기패스’ 산 넘어 산 [집중취재]

내년 7월 도입되는 경기도민 교통비 지원 사업 ‘The(더) 경기패스’가 안착하려면 지자체 재정난, 효용성 논란이라는 두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장 재정난으로 몸살을 앓는 도와 시·군 앞에 버스 준공영제 시행을 위한 대규모 재원 투입이 예정된 데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광역단체별로 상이한 정책에 대한 효용성 논란까지 제기돼서다. 2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도는 경기패스 시행을 위한 도, 시·군 연간 부담 비용을 추계하고 있다. 도는 비용 추산이 완료되는 대로 시·군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패스는 신분당선 등 일부 교통수단에 적용이 불가한 기후동행카드와 달리 연령, 교통수단 종류, 횟수 등에 상관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든 도민에게 교통비 일부를 환급해 주는 게 골자다. 서울시가 서울시민 대중교통 지원만을 위해 추진 중인 ‘기후동행카드’의 대항마 격으로 정부가 내년 7월 시행하는 대중교통 지원 사업 ‘K패스’에 도 수혜 범위를 넓힌 형태로 추진된다. 문제는 그 비용을 도와 시·군이 감당할 수 있느냐다. 당장 내년부터 도와 시·군은 ‘경기도형 버스 공공관리제’ 시행을 위해 도비 600억원과 시·군비 1천400억원을, 2025년에는 시·도비 4천200억원을 조달해야 해서다. 특히 도는 올해 경기 침체 따른 2조원 규모 세수 결손에도 취약계층 보호, 경기 진작을 위한 적극 재정 기조를 선택, 내년 본예산 편성에 각종 기금을 동원하기로 한 상태다. 시·군의 사정은 더 심각, 기금 동원이 여의찮은 지자체 사이에서 지방채 발행이 속속 진행되는 실정이다. 효용성 논란도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제기됐다. 여야 의원 모두 경기, 서울의 정책이 인기영합주의에 치중, 예산 낭비와 이용자 혼선만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해서다. 당시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은 “경기, 서울 단체장의 인기 정책으로 가다가는 예산 낭비, 국민 혼선만 가중할 것”이라고 우려했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고양갑)도 “경기패스, 기후동행카드 모두 얼마나 교통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수도권) 통합요금제와 (정책) 재원은 가장 중요한 곳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 관계자는 “세수 부족, 준공영제 재원 투입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며 경기패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수도권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3개 시·도 협의체가 유효한 만큼 정책 효율화를 위한 협의도 서울·인천과 지속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상이한 대중교통 정책에…"단일 정책 효율적" [집중취재]

수도권 광역단체별로 내놓는 상이한 대중교통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같은 생활권을 공유하는 주민들의 편의와 효율성 증진을 위해 단일 교통정책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25일 경기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를 내놓은 뒤 경기도가 더 경기패스를 만들면서 ‘서로 누구 정책이 더 좋다’라고만 홍보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도권 대중교통 같은 경우 하나의 생활권으로 보기 때문에 경기도, 인천시와 서울시 전체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경기도와 서울시가 따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한다면 그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국토교통부가 월 21회 이상 대중교통비 사용의 최대 53%를 환급해 주는 ‘K-패스’ 카드를 내놓았다”며 “이를 기본 전제로 수도권 광역단체가 서로 협의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교통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여러 대중교통 정책은 혼란만 가중될 수 있어 광역교통망 협의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제시됐다. 특히 지난 2021년 11월 경기연구원 조사(경기도민 통근·통학 삶의 질 특성) 결과, 다른 시·도에 통근하는 경기도민 절반가량은 서울에 직장이 있는 등 수도권 교통체계는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수도권 광역단체가 정책을 중복해 내놓는다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선 수도권 광역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실무자 협의를 추진해 광역교통망 협의체계를 구축하는 등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패스 시행의 최대 난관으로 지목되는 재원 조달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대중교통 지원 정책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 역시 개진됐다. 김황배 남서울대 드론공간정보공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도는 준공영제 재원 확보 방안, 시·군 간 비용 분담 문제를 다 해결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더 경기패스를 시행할 경우 재정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대중교통망을 공유하고 있는 수도권은 통합요금제가 적용되는 만큼 경기도와 서울시, 인천시가 지속적으로 협의 체계를 가동, 종국에는 대중교통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불황에 愛너지 ‘뚝’… 온기 잃은 경기도 [봉사 사라진 세상]

방학 때면 자의든 타의든 삼삼오오 친구들과 짝을 짓고 복지관으로, 노인정으로 봉사를 가 나눔의 감정을 키우던 때가 있었다. 주변 이웃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꺼이 곳간을 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봉사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일이 됐다. 누군가를 돕는 일이 해가 될까 걱정하는 마음이 자리 잡던 시기에 찾아온 코로나19는 사회 구성원 간의 단절을 부추기며 정서적 교감이 사라지게 했다. 그렇게 단절돼 버린 봉사의 부재를 타고 원인 모를 분노로 인한 이상동기 범죄마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봉사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사라진 봉사활동을 활성화할 방안을 모색해 봤다. 편집자주 봉사가 사라졌다. 삼한시대 ‘상부상조’에서 출발해 국민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고유의 문화로 자리했던 봉사는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과거 얘기가 됐다. ‘봉사의 소멸’에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코로나19가 한 몫을 했다. 3년 간 이어진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관계를 단절시켰다. 전염병의 확산과 감염의 위험성을 이유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았고, 타인과의 만남을 줄이고 소통을 끊는 것이 정답으로 여겨졌다. 그러는 사이 봉사의 발길도 급속도로 끊기기 시작했다. 단체들은 ‘비대면’을 이유로 봉사활동을 줄였다. 성금 전달 등의 방식으로 공백을 채워가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이마저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연말이면 당연하게 여기며 전 직원이 나서 어려운 곳에 전하던 손길을 하나둘 끊어냈다. 그렇게 점차 봉사는 사라졌고, 엔데믹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단절의 틈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학 입학제도가 달라지면서 청소년들의 봉사활동마저 사라지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2019년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초중고 봉사 활동 권장 시간의 폐지 및 대입 미반영이라는 대책을 내놨다. 더 이상 교육과정 속에서, 타의로라도 봉사활동을 접할 일이 사라진 셈이다. 이대로라면, 단 한 번도 봉사를 접해 본 적 없는 청소년들이 성장해 사회를 구성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밖에 없다. 지난 2010년부터 경기지역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며 NGO레인보우 단체를 이끌어 온 김선영 이사장(51)은 이 같은 상황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 자원봉사자를 모집했을 때만 해도 지원자가 한 활동 당 100명 넘게 몰렸고, 연령층도 성인부터 청소년, 청년 등 다양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1년에 1~2명이 겨우 참여하는 것이 전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이젠 봉사자가 없어 직접 학교와 기업 등에 찾아가 봉사를 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봉사로 인한 사회적 연결은 사라지고,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반감이 커지면서 이상동기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봉사 활동은 올바른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라는 청소년들에겐 꼭 필요한 교육의 일부분”이라며 “봉사가 사라졌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것을 부족한 이들에게 베풀고 나누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신 대신 수능”… 학교 떠난 경기도 고교생 7천명 [집중취재]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A군(19)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00여일 앞둔 지난 4월께 다니던 학교를 자퇴한 뒤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했지만,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았고 온전히 수능 공부에 전념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A군은 “1~2학년 때 내신을 망쳐서 경쟁이 어려울 것 같아 학교 다니기를 포기했다”며 “내신 스트레스도 없고 온전히 수능만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수월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50대 B씨는 평소 결석이 많았던 딸 C양에게 자퇴를 권유했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비롯해 내신 성적 등이 대학 진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B씨는 C양이 자퇴한 이후 재입학과 검정고시 등 어떤 방식이 대입 진학에 유리할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경기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떠난 학생이 1만6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모집 확대 등으로 인한 정시의 중요성 증가 등이 자퇴생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공교육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내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2020년 3천758명에서 2021년 5천569명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7천40명까지 급증했다. 학년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 고등학교 1학년 3천663명, 2학년 2천884명, 3학년 493명이 학교를 떠났다. 2021년에도 1학년 2천790명, 2학년 2천428명, 3학년 351명 등이 학업을 포기하는 등 1·2학년의 자퇴 비율이 높았다. 내신 성적이 저조할 경우 비교적 저학년 때 자퇴를 선택한 뒤 대입을 준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대학알리미’ 등에 공시된 전국 4년제 대학의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 수는 2019년 4천521명에서 올해 7천690명까지 늘었다. 이처럼 자퇴하는 고등학생이 늘어나는 데는 현행 대입 제도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안양 만안)은 “정시의 중요도가 높아진 대입제도 변화가 고등학생들의 자퇴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교육 당국의 제도적 보완과 공교육의 정상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최근 발표한 ‘2028 대입 개편 시안’이 고교생들의 자퇴율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종전에 발표됐던 고교학점제 방식은 고1과 고2·3의 내신 평가방식이 달라 고1 내신이 대입에 더 중요해지는 불공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이는 고1 내신 성적인 불만족스러울 경우 고2·3 수업 참여 동기 상실로 인한 학업중단 가속화로 변질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고 1·2·3의 내신을 동일한 평가체제로 개편해 저학년 때 내신 성적을 망쳤다는 이유로 학업을 중단할 여지를 감소시켰다”며 “이번 개편 시안이 고교생의 학업중단률 감소에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연안여객선 '완전공영제' 추진… 현실화는 '미지수' [집중취재]

인천시가 섬 지역 주민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연안여객선 완전공영제에 나선다. 지역 안팎에서는 시가 완전공영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내년 인천연구원의 정책연구를 통해 섬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연안여객선 완전공영제 사업 구조와 사업비용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시는 이 정책연구를 통해 완전공영제와 준공영제의 사업비 등 장단점을 분석할 계획이다. 연안여객선의 완전공영제도는 시나 군 등 지자체가 여객선 사업면허를 취득해 직접 여객선 운항을 하는 형태다. 현재 인천의 연안여객선 13개 항로 중 10개 항로를 민간사업자가 맡고 있다. 이들은 수익을 이유로 운항 일수와 횟수를 줄여 주민들이 이동권 제한을 받고 있다. 10개 항로 중 8개 항로는 1일 1~2회 왕복 운항만 하고 있다. 강차병 덕적·자월면 어촌계장은 “섬 주민들이 아침에 육지로 나가 치과치료나 은행 일을 보고 다시 섬으로 돌아갈 배가 없다”며 “1일 생활권이 아닌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 육지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섬으로 들어간다”며 “선사들이 적자를 이유로 노선을 없애기도 해 섬 주민들의 불편만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는 완전공영제 도입을 통해 섬 주민들의 1일 생활권을 보장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의 완전공영제는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가 선박 구입비 부터 항로 면허를 가진 선박 회사에 줄 영업 보상비까지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2천500t급 선박을 새로 건조하면 350억원, 중고도 15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민간 선사들이 수익이 나는 노선을 지자체에 팔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특히 시가 지원하는 선박의 운영비 역시 만만치 않다. 시는 올해 시내버스 요금(1천400원)을 초과하는 뱃삯의 80%까지 지원하는 연안여객선 요금지원 사업 예산은 169억원이다. 사실상 ‘준공영제’에 가까운 형태인 셈이다. 이 사업비는 지난 2020년 69억6천500만원, 2021년 72억6천500만원, 지난해 80억2천300만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김운수 인천연구원 교통물류연구부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완전공영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전공영제를 시도했던 신안군 역시 준공영제로 우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완전공영제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특히 인력과 조직, 비용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 정책연구를 통해 완전공영제 실현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전공의 감축… 경기·인천 의료공백 ‘빨간불’ [집중취재]

서울대보다 ‘의대’를, 소아과보다 ‘성형외과’를, 비수도권보다 ‘수도권’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의료계가 시끄럽다. 정부는 최근 의료계 내외부의 인력·과목·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인턴·전공의 의무 배치 비중’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경기도와 인천권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왜 그런지, 어떤 문제와 해법이 있을지 지역 특성에 맞춰 살펴봤다. 편집자주 “환자가 들어오면 개별 과에서 적절하게 백업(back-up)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버거운 상황이거든요. 내년부터 정원이 더 줄어들면 사실상 의사들이 ‘당직’을 설 수 없고, ‘긴급 호출’ 해도 올 수가 없겠죠.”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경기도의 A병원은 쉴 새 없는 고민에 빠졌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2024년도 인턴(수련의) 및 전공의(레지던트)의 수도권·비수도권 의무 배치 비중을 6:4에서 5:5로 조정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를 양성하는 과정은 통상 6년간의 의대 교육과 3~4년의 인턴 과정을 거쳐 일반의로 개원하거나 전공의 자격을 따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전공의 자격을 얻은 의사는 이후 내과, 외과, 정형외과 등 각 과목의 전문의가 된다. 현재 정부의 인력 조정 대상은 ‘신입 의사’라 볼 수 있는 인턴 및 전공의다. 지난해 국내 ‘인턴’ 정원의 경우 전국 3천262명 중 1천874명(57.4%)이 수도권 몫으로 배정됐다. 이 비중이 추후 5:5로 조정된다면 내년에는 수도권에서 약 240명의 감원이 필요하다. A병원 관계자는 “단순 수치로는 수도권의 인턴과 전문의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인구 수를 기준으로 보면 턱 없이 부족하다”며 “정부는 수도권에 의료 인력 등이 쏠리는 만큼 비수도권에도 균형적으로 배분하자는 생각인데 실제로 의사가 집중되는 곳은 ‘서울’이지 ‘경기·인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저희 병원만이 진료를 보는 유일한 과목이 있는데 현재 전문의 1명 외엔 정원이 늘어나지 않고, 전공의 충원도 되지 않고 있다. 진료 예약이 8~9개월 뒤까지 꽉 찬 상태라 인력 추가 배치가 없는 한 응급 환자가 들어와도 빠르게 응대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권역별 인턴 정원을 따져봤을 때 ‘인구 1만명 당 인턴 수’는 경기·인천권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인천지역 8개 상급종합병원 협의회(이하 협의회)가 행정안전부 자료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전국 지자체별 병원 인턴·전공의 정원 책정 현황 자료 등을 취합해 분석한 결과, 서울권은 지난해 총 인구 940만여명에 따른 인턴 정원이 1천141명(전체 정원 중 35.0%)으로 인구 1만명 당 인턴 수(1.21명)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2위인 강원권은 인구 153만여명에 따른 인턴 정원이 101명(3.1%)으로 인구 1만명 당 인턴 수가 0.66명이었다. 다음으로 ▲대구·경북권 0.57명 ▲부산·울산·경남권 0.54명 ▲대전·충남·충북·세종권 0.53명 ▲광주·전남·전북·제주권 0.52명 순이었다. 경기·인천권은 0.44명으로 전국 7개 권역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인턴이 아닌 전공의 정원 현황도 마찬가지다. 인구 1만명 당 전공의 수는 올해 전국 평균 기준 0.67명이지만, 경기도(0.33명)와 인천광역시(0.42명)는 그 아래를 맴돌았다. 두 지역을 합쳐도 1명이 채 되지 않는 0.73명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경기·인천권의 인턴 및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향후 수도권 감원마저 이뤄진다면 실질적으로 서울 외 지역만 타격을 입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A병원 말고도 경기도에 위치한 상급종합 B병원 역시 인력난으로 소아전문의 및 전공의를 24시간 두지 못해 야간 응급 진료에서 제외한 상황이고, 또 다른 상급종합 C대학병원도 경기도 병원에 소아전문의가 없어 서울 병원의 인력이 순환 근무하며 환자를 살피는 ‘비상 사태’이기 때문이다. A~C병원 등이 포함된 협의회 관계자는 “정부 발표에 따라 우리 지역 의료계에선 수도권 인턴 240명, 전공의 1천256명의 감축을 예상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부터 경인지역 내에서 실시간 응급 상황조차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도 인력 부족으로 운영이 힘든데 단지 서울과 함께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 그 영향은 고스란히 경기도, 인천 환자들에게 이어지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역 현실 외면한 정책… ‘인턴·전공의 정원 감축’ 능사 아냐 [집중취재]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졌다. ‘고래’는 서울과 비수도권, ‘새우’는 경기도와 인천이다. 최근 정부가 필수의료 대책으로 수도권·비수도권 인턴 및 전공의 배치 비중을 6:4에서 5:5로 조정한다고 밝히면서 경기·인천권이 최대 피해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에선 강제적인 정원 조정이 아닌, 근본적인 신입 의사 양성책과 지역 맞춤형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 ‘신입 의사’ 인턴·전공의, 수도권에서 1천500명 감축 전망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전국 26개 전문학회에 전공의 정원 책정 방향을 전달하고 의견 수렴을 진행한 바 있다. 주요 골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공의 배정 비율을 기존 6:4에서 5:5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 일부는 볼멘소리를 냈다. 수도권의 경우엔 “안 그래도 부족한 의사 인력을 비수도권에 추가 배치하긴 어렵다”는 입장이고, 비수도권의 경우엔 “제아무리 의사 정원을 늘려도 지원자가 없어 번번이 미달인 만큼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비수도권의 지역의료·필수의료 붕괴가 가속화 하는 만큼 5:5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다. 11월 중순까지 최종 비율을 확정하고 빠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께에는 적용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인구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경기·인천권은 이미 전국에서 ‘인구 1만명 당 인턴 및 전공의 수’가 가장 적은 실정이다. 여기에 수도권 정원 감축마저 실현된다면 피해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지역 의료계에선 인턴 240명, 전공의 1천256명의 감축을 점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저출생·고령화, 의료 이용 형태 변화 등으로 서울권의 ‘의사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인력 감소는 실질적으로 경기·인천권에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 쉽게 말해 수도권 T.O가 줄더라도 서울권 병원의 인턴·전문의 모집에는 지원자가 몰릴 테고, 인접한 경기·인천권 병원들만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뜻이다. 복지부의 결정까지 대략 한 달의 시간이 남은 상황. 이번 정원 조정안을 두고 수도권 안에서 경기·인천권의 ‘역차별’이라며 대안을 찾아달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응급·외상 진료 많은 경기·인천, 의사는 서울의 ½ 이 같은 주장은 비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 인력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의 욕심이자 이기심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경인권 의료계에선 지역별 ‘응급병상 및 환자 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한다. 같은 수도권이라고 해도 경기·인천은 서울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더욱이 고령 인구가 많고 의료 인프라가 미흡한 경기북부권의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기본적인 인구 수만 봐도 경인권은 서울 등 타 지역보다 많지만, 특히 신속 대응이 생명인 응급·외상 진료 건수가 타 지역보다 월등히 많다. 따라서 인턴·전문의가 감축 될 게 아니라 오히려 해마다 안정적으로 수급·배치돼야 한다고 본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 응급의료 통계연보’를 보면 인구 100만명당 응급의료기관 수는 경기도가 4.9개소로 가장 적었다. 상위 1위인 전남(20.2개소)과는 약 5배, ▲강원(14.3개) ▲광주(13.9개소) ▲경북(11.8개소) ▲전북·경남(각 11.2개소)과도 약 3배의 차이다. 그만큼 경기도의 인구가 많고, 응급의료기관 수가 부족하다고 풀이된다. 더욱이 인구 10만명당 평균 실 근무하는 응급실 전담 전문의 또한 경기도가 3.0명으로 최하위였다. 비수도권인 제주(6.9명), 광주(6.5명), 강원(6.0명) 등보다도 절반가량 부족한 셈이다. 이밖에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통계 등을 살펴봐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경기·인천권에는 1천827개의 응급병상이 있지만 100병상당 인턴 수는 40.1명, 전체 환자 수는 147만5천159명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환자 1만명 당 인턴 5명이 배치된 수준이다. 이는 동일 수도권인 서울(환자 1만명 당 인턴 10.3명)과 비교해도 50% 정도가 부족한 편이며, 비수도권인 ▲부산·경남권(8.4명) ▲대구·경북권(6.7명) ▲강원권(5.7명) 등보다도 낮은 수치다. 따라서 ‘정원 감축’ 방침은 지역 의료 현실을 외면하고 ‘수도권’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세워진 무의미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비수도권行, 단순 정원 늘린다고 해답 아냐 비수도권 입장에서도 이번 복지부의 계획이 의아하긴 마찬가지다. 정원을 늘려도 채울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국립공주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27.2%(정원 11명 중 3명·8월 기준)만, 전북대병원·원광대병원·예수병원은 필수 진료과목 전공의를 24.7%(정원 89명 중 22명·올 전반기 기준)만 충원한 상태였다. 전반적으로 비수도권 병원들의 소아청소년과 충원율도 6.9%에 그친다. 이미 있는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데 앞으로 인턴·전공의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의료 서비스가 향상될지는 미지수인 대목이다. 더욱이 비수도권에서 의사를 배출해도, 지역에 배치해도, 그들이 지속적으로 그 안에서 ‘의사 생활’을 할지도 불분명하다. 지난 2021년 9월 지방대 육성법이 개정되면서 비수도권 의대는 정원의 40% 이상을 지역출신으로 의무 선발하게끔 바뀌었지만, 그들 모두가 ‘의사’가 된 후 ‘지역’을 지키지는 않아서다. 대표적인 원인은 미흡한 수련환경과 근로환경 등으로 경쟁률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즉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 환자 수도, 병원 수도 부족한데 단순히 인턴·전공의 배정 비율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비수도권에 필수의료 확대 효과가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경기·인천은 “상생하는 방법을 발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일러스트. 유동수화백 ■ “경기·인천 의료 질 저하 우려…서울-비수도권 상생방안 필요” 의료계에선 비수도권에 수련비용을 지원하거나 급여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환경을 개선해 ‘전공의가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적극적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경기·인천권 역시 지역 의료 기반과 의료 서비스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서울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정치권과 지자체의 관심이 필수불가결하다. 아주대병원을 비롯해 고대안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인천길병원, 인천성모병원, 인하대병원, 부천순천향대병원 등이 속해 있는 ‘경기·인천지역 8개 상급종합병원 협의회’는 “경기·인천 인구 증가를 감안한 지역사회 의료 환경을 위해 서울에 편중된 수도권 정원 일부 흡수하는 등의 방안이 시급한 시점”이라며 “피해는 환자들에게 가는 만큼 정치권과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비교적 규모가 큰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인권 역차별을 우려하고, 추후 인턴 및 전공의 부족 현상을 걱정할 정도이니 이보다 규모가 작은 여타 병원들의 심각성은 더욱 클 것이 예상된다”며 “수도권 인원이 조정되면 기존 인턴·전공의 부담이 가중되고 의료 서비스 질이 악화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지자체인 경기도 차원에서도 노력을 기울였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 역시 ‘경기동·북부권 등의 특수성을 고려해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8월 복지부에 전달했다”며 “수도권으로 묶이기보단 의료 취약지 상황에 맞게 여러 가지 큰 틀에서 논의하는 게 있다. 다만 도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음을 참고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는 필수의료 대책의 일환으로 전공의 정원 비중 조정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정책을 패키지로 추진하고 있다. 특정 지역을 차별하는 내용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주면 좋겠다”며 “수련의·전공의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수도권에 60%가 집중된 만큼 이를 균형적으로 개선하자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 내용은 11월 안에 공개한다는 방침이며, 내년도부터 적용할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달 수도권 12개 병원과 비수도권 9개 병원 등과 함께 ‘2024년도 전공의 정원 배정 관련 수련병원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안내된 주요 방향은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 50% 배정’, ‘평균 충원율 저조·미충족 정원 규모 등 고려한 과목별 정원 조정’, ‘국립대병원과 필수의료 수행병원 등 정책적 목적 배정 확대’, ‘전공의 수련 여건 미비 기관에 대한 배정 축소 등 수련병원과 기관 효율화’ 등이다.

경기도내 ‘위기지원쉼터’ 0곳... 기댈 곳 없는 ‘정신장애인’ [집중취재]

경기도내 정신장애인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 복귀를 돕는 위기지원쉼터가 도내 단 한 곳도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경기도는 정부의 위기지원쉼터 공모사업이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해 사업 신청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며 사실상 정신장애인들의 지원 사업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4일 경기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보건복지위)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내 정신장애인은 지난 7월 기준 2만명을 넘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1만9천16명, 2019년 1만9천303명, 2020년 1만9천563명, 2021년 1만9천886명, 지난해 2만146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정신장애인은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어서 일상생활에서 제약을 받는 자로 조현병, 조현정동장애,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반복성 우울장애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경기지역에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위기지원쉼터’가 단 한 곳도 없다. 위기지원쉼터는 정신질환자가 병원 입원 대신 안전한 장소에서 휴식과 회복을 취할 수 있도록 돕고 위험한 상태로 가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 단체 지원 사업으로 공모하면서 지자체에 설치·운영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에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위기지원쉼터를 설치, 쉼터 내에서 지원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시의 경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에서 위기지원쉼터를 운영 중이다. 서울의 정신장애인 인구는 1만6천여명으로, 경기도에 비해 적지만 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쉼터는 3곳이나 된다. 서울의 정신장애인 위기지원쉼터 관계자는 “정신장애를 가진 이들이 병원에 입원한 이후, 지역사회로 다시 돌아올 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질환이나 장애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폐쇄병동 입원 대신 정보를 공유하고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쉼터가 지역사회에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는 올해 초 해당 공모 사업을 뒤늦게 파악해 사업 신청을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해당 공모 사업을 지자체에 전달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게시해 진행 상황을 몰랐다”며 “보건복지부에 관련 사업을 또 진행할 경우 공문을 보내달라고 했으며 경기도도 적극 관심을 갖고 협조하겠다”고 해명했다.

경기도내 12곳 '정신재활시설' 전무… 타 지역으로 원정 [집중취재]

도내 정신장애인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가운데 이마저도 치료 목적인 병원에만 치중돼 있고, 원활한 사회복귀를 돕는 정신재활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증진시설은 정신의료기관과 정신요양시설, 정신재활시설 등을 포함한다. 최근 5년(2018~2022년) 사이 도내 정신의료기관은 2018년 349개에서 지난해 444개로 27%(95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정신재활시설은 8개가 증가해 63개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도내 513개의 정신건강증진시설 중 정신병원 등 의료기관이 86%(444개)를 차지했고, 정신재활시설은 12%(63개)에 불과했다. 정신재활시설은 정신질환자 등이 안정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직업활동과 사회활동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재활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더욱이 도내 31개 시군 중 12곳은 정신재활시설이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가평·과천·광명·광주·구리·동두천·양평·여주·연천·의왕·이천·하남 등에 살고 있는 정신장애인들은 지역 내에서 복지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보건복지위)은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처럼 모든 정신질환자가 병원에만 있을 수는 없고, 치료를 기피하는 사례도 많다”며 “사는 곳 가까이에 위기쉼터, 정신재활시설 등이 있어 쉽게 치료·회복을 비롯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가들도 지속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못한 정신질환자들이 지역 내에서 회복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신재활시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미선 경기도정신재활시설협회장은 “약물치료는 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지만 입·퇴원을 반복하는 동안 사회로부터 고립돼 사회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다”며 “정신재활시설이 없어 타 시군으로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지역부터 인프라를 구축해 서비스 불평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정신재활시설 운영을 위해 경기도 예산을 받으려면 설치를 하고 신고를 해야 하는 데 재정적인 부담이 큰 상황이다. 운영비 지원 분담 비율이 시군 90%, 도 10%뿐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군에 지원하는 예산이 적다 보니 설치를 강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도내 정신재활시설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으며 매년 시설 운영 예산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66개 학과 취업률 ‘0%’… 민망한 특성화고 [집중취재]

지난 2010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전문계고와 산업계의 협력 강화와 취업률 제고를 위해 ‘고등학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문계고를 분야별 특화된 직업교육기관으로 개편하고, 고등학교 졸업 이후 취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로 특성화고는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꾀하며 중등단계 직업교육의 주축을 담당해 왔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 전환 등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큰 변곡점을 맞았다. 특성화고 진학 기피 현상으로 정원을 못 채우는 일도 허다하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여전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특성화고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경기도의 중등직업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특성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성화고등학교의 취업률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성화고의 경우 취업 지원 등을 위해 일반계 고등학교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만큼 ‘전문직업인 양성’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내 109개 특성화고의 졸업생 취업률은 22.6%로 집계됐다. 2019년 30.1%에서 2020년 27.4%, 2021년 30.0%, 지난해 22.6%로 최근 4년간 평균 취업률이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학교 특정 학과의 경우 취업률이 아예 0%인 경우도 있었다. 도내 109개 특성화고의 377개 학과 중 취업률이 0%인 학과는 66개에 달했다. 학교 전체 졸업생의 취업률이 0%인 곳도 있었다. 화성의 A고등학교는 4개 학과(졸업생 84명)의 취업률이 0%였고, 파주의 B고등학교는 4개 학과(졸업생 76명)에서 취업한 학생이 한명도 없었다. 여주의 C고등학교의 경우 5개 학과(졸업생 164명)에서 취업 전선에 뛰어든 학생이 단 한 명뿐이었다. 문제는 특성화고에는 전문직업인 양성을 위한 특성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일반계 고등학교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해 기준으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17개교 76억원) ▲경기도형 도제학교(22개교 69억원) ▲중소기업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35개교 59억원) 등에 200억여원이 투입됐고, ▲취업선도 직업계고(50개교 9억원) ▲직업계고 자격증 취득 활성화(104개교 105억원) ▲직업계고 학생 기능역량 향상(11억2천만원) 등이 지원됐다. 이밖에 ▲경기도 상업교육페스티벌 ▲영농학생 축제 ▲경기도 기능지도연구대회 등 일반계고와는 차별화된 다양한 사업이 운영됐다. 이에 대해 심홍순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의원은 “일부 특성화고에서는 취업 대신 대학 진학을 염두하고 있는 학생이 절반이 넘는다는 말이 있다”며 “특성화고라는 이유로 취업 지원을 위해 추가적인 예산이 투입되는데, 취업보다 대학진학을 더 노력한다면 특성화고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률도 떨어진 데다 특성화고와 일반계가 함께 있는 종합고등학교가 많이 운영되면서 취업률이 낮아진 부분이 있다”면서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융합형 학교를 설립하거나 기존 특성화고를 통폐합해서 취업률을 높이는 등 특성화고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취업해도 임금·승진 차별...특성화고, 이유있는 추락 [집중취재]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의 이유로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이 취업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여전히 잔존한 실업계고의 부정적 이미지 등으로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마이스터고 성과분석: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졸업생의 노동시장 이행 성과 비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특성화고 졸업생의 월평균 소득은 185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취업을 위한 특성화 교육을 받았음에도 20세 미만 평균 임금(연봉 2천700만원·월 기준 225만원)에도 미치치 못했다. 특히 이들의 정규직 비율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성화고에 진학하려는 학생 수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경기지역에서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은 2020년 1만5천464명에서 2021년 1만3천993명, 지난해 1만3천401명까지 줄었다. 이처럼 특성화고 진학생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이 크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이전 ‘실업계고’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원의 한 특성화고 관계자는 “명칭도 바뀌고 학과 개편 등 재구조화를 통한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실업계고등학교’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일부 남아 있다”면서 “특성화고에 대한 인식개선 등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특성화고 교사는 “‘고졸’ 신분으로 취업의 문턱을 넘더라도 승진이나 임금 등에서 차별을 받는 문제가 있다 보니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대학을 가야 한다는 부모들의 인식은 바뀌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단순한 취업 지원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많은 기업들이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취업률이 0%라는 것은 학생들이 기피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더라도 열악한 근무여건과 낮은 급여 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적인 요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는 교육의 문제가 아닌 일자리 질의 문제”라며 “사회적 차원에서 함께 고려를 해야한다. 교육의 문제로만 보면 해결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제언 616억 투자에도 취업률 '저조'…효율적 예산 운용 필요 경기지역 특성화고등학교의 취업률이 점차 하락하는 가운데 적절한 예산 활용 등을 통해 취업률을 제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도교육청의 ‘2023 경기직업교육 정책추진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경기지역 특성화고에 투입된 예산은 616억원이다. 구체적으로는 산학연계 직업계고 교육력 강화를 위해 224억5천여만원이 투입됐으며, 취업지원센터를 통한 취업역량 강화에 43억여원이 편성됐다. 또 하이테크 직업계고 운영에 163억원, 하이테크 실습환경 조성에 204억여원이 반영됐다. 도교육청은 이를 통해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역량을 제고하고,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직업교육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도내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여전히 20~30%대에 머물고 있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예산 운용을 통한 특성화고의 경쟁률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변숙영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특성화고의 교육 방향성은 다양한 학습자의 요구를 반영한 진로의 다양화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과가 다양화되고 특성화고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불필요한 예산이 많이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최근에는 일명 ‘먹방’(먹는 방송)이 유행하면서 특성화고에 방송 관련 학과가 생기고, 케이팝이 인기를 끌면서 실용음악학과나 뮤지컬학과도 생기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일반 예술고등학교와 차이가 없음에도 특성화고의 지위로 지원을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변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경기도에는 다양한 유형의 특성화고가 많다. 학과 재구조화를 통해 신산업 분야의 학과들이 신설되면서 ‘이런 학과들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특성화고로서 지원을 하는 게 맞냐’는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예산 반영에 있어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살인·흉기난동 예고... 장난 넘어선 ‘死이버 범죄’ 판친다 [집중취재]

#1. 성남에 거주하는 박모씨(29·여)는 요즘 외출할 때마다 괜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잇따라 게시됐던 살인예고 글 때문이다. 평소라면 ‘가벼운 장난’ 정도로 치부했을 텐데, 실제로 주변에서 흉기 난동이 두 차례나 벌어지니 왠지 모두 사실로 느껴진다. 혹시 살인예고 글을 놓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수시로 SNS를 확인하는 습관도 생겼다. 결국 박씨는 약속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귀가시간은 최대한 앞당겼다. #2. 용인에 사는 강모씨(26)는 최근 들어 부쩍 스트레스가 늘었다. 인터넷 이용 과정에서 소위 패드립(패륜적 농담)과 욕설 등에 시도 때도 없이 노출되고 있는 탓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익명’이라는 가면 속에 숨어 타인을 서슴없이 괴롭히는 이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강씨. 그는 결국 인터넷 사용시간을 최대한 줄이기로 결심했다. 온라인상에서 살인예고 및 흉기난동을 예고하는 글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아 국민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명예훼손과 모욕 등 다른 유형의 사이버 범죄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경기지역에서 접수된 살인예고 글 신고는 총 92건으로, 이 중 56명은 검거됐다. 나머지 36명에 대해선 현재까지 경찰이 추적 중이다. 그러나 단순히 살인을 예고한 행동만으로는 그나마 적용할 수 있는 죄목인 협박이나 살인예비 혐의로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서울 신림동 살인예고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재판에서 법원은 “글을 직접 본 사람들을 몰라도, 직접 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협박이 인정될지는 의문”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여기에 현행 형법은 살인 등 중한 범죄를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에게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범죄를 예비하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5년간 경기지역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범죄 발생 건수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3천713건, 2019년 4천184건, 2020년 5천218건, 2021년 7천654건, 지난해 8천24건 등이다. 우리 사회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되는데,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는 등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영필 경기남부청 사이버수사기획계장은 “사이버 범죄는 과거부터 사회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인터넷실명제, 국제사법공조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논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공의 안전 위협 '사이버 범죄' 백약이 무효... 처벌 강화 시급 [집중취재]

전문가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던 사이버 범죄가 나날이 진화하면서 현재는 백약이 무효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피력하며 처벌 강화와 근거 확대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온라인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넘어 협박과 명예훼손, 모욕 등 타인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행위가 무분별하게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개인과 공공의 안전 및 이익을 우선시하는 인식을 확산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협박과 명예훼손, 모욕 등 사이버 범죄는 전부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편파적인 발언이나 언어폭력)와 연관된 범죄”라며 “헤이트 스피치는 이미 4~5년 전부터 인터넷상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굉장히 심각한 혐오발언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를 제재하기 위한 대책은 논의조차 못했다”며 “그동안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온라인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소위 ‘키보드워리어’가 많이 생겨났고, 그게 일종의 서브컬처가 됐다. 살인예고가 대표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제부터라도 관련 법 개정을 통한 처벌 강화 및 근거 확대 등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한편으로는 사이버 범죄가 이미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 추세여서 어떤 대책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떤 범죄의 유형이 도저히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그 유형에 맞는 죄명을 신설하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며 “이미 죄명이 있는데, 범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일례로 ‘살인예고’의 경우, 협박과 살인예비로 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시각이 팽배하다”며 “그러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공중협박죄’가 신설되면 명확하게 구성요건에 해당해 법적 의무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고 부연했다. 반면 이수정 교수는 “사이버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혐오 발언 방지법’ 도입 등이 시급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이제 와서 제재에 나선다고 한들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들이 개선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결국 핵심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균형 잡힌 인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하나된 목소리다.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과 공공의 이익을 위협하는 정도로 남용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온라인상에선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혐오 발언 등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남발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 이전에 기본적으로 지켜야 될 어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제조업 벤처 경영난 ‘허덕’… 인천시, 기술지원 확대 시급 [집중취재]

“기술 개발로 제조업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지만….” 인천 남동구에 있는 가구 제조 벤처기업 대표 A씨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한 이후 3년째 극심한 경영 악화를 겪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원목 등 원자재 가격은 물론 인건비,은행 금리까지 치솟았지만 제품 가격은 제자리다 보니 사실상 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벤처기업이지만 제조업이란 특성상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받다 보니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여러차례 기술 개발을 시도했지만, 많은 자금이 필요해서 결국 포기했다”며 “지금은 막연히 버티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구에 있는 복층 유리 생산 벤처기업 대표 B씨의 상황도 마찬가지. 지난 2021년부터 복층 유리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실리콘, 판 유리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영업이익이 악화했다. B씨는 “지금도 원자재 가격이 코로나19 전보다 높아 회사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금이 부족해 정부 지원 등이 없으면 기술 개발에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벤처기업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제조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이들 제조 벤처기업들이 자금 사정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지 못하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영난이 악순환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기술개발 지원 확대를 통한 벤처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인천시가 인천지역 벤처기업 현황 및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벤처기업 1천648곳 중 제조업 업체는 1천278곳(77.5%)에 이른다. 이는 전국 평균인 58.8% 보다 20%p 높은 수치다. 반면 인천 벤처기업 중 고부가가치 업종에 해당하는 정보처리 프로그램(SW) 관련 기업 수는 162곳(9.8%)에 그친다. 전국 평균(21.9%)의 절반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인천 벤처기업의 연평균 영업이익은 전국 평균보다 30% 낮다. 인천 벤처기업의 지난 2021년 영업이익은 1억8천만원으로 전국 평균 2억6천300만원의 68.4% 수준이다. 시는 인천 벤처기업이 제조업에 몰려있다 보니, 2020년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가 제조 벤처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기술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1년에 최대 13곳만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정보처리 SW 관련 벤처기업으로의 전환 및 육성 정책은 아예 없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산업단지 기반의 제조업 위주였다가 뒤늦게 구조고도화를 추진하는 것처럼, 벤처기업도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부문에서 기술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지역 벤처기업 중 제조 분야를 고부가가치화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더 많은 제조 벤처기업을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벤처기업 공공부분 R&D 투자 높여야 [집중취재]

인천이 제조업 벤처기업 위주의 생태계를 벗어나기 위해선 인천시 등 공공부문에서 연구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인천연구원의 ‘인천시 연구개발(R&D) 특성 및 역량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인천시가 연구기관 등에 지원한 자체 R&D 예산은 73억원이다. 이는 전국 7개 특·광역시 중 6위, 부산시(276억원)의 25% 수준에 그친다. 인천연구원은 인천이 현재 공공부문보다 산업부문을 중심으로 R&D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인천시 등 지자체가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인천은 공공부문에서의 R&D 지원기관과 대학이 44개로 서울시(216개)의 20% 수준에 머문다. 반면, 기업체의 R&D 조직 수는 3천709개로 특·광역시 중 2번째로 많다. 특히 인천연구원이 지역 기업의 R&D 활동에서의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R&D 인력확보 부문에서 71.31%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자금조달 부문에서 57.39%가, 인프라 구축 부문에서는 40%가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연구원은 지자체와 연구기관 등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지역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R&D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천연구원은 이를 위해 지역의 기업이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에서 개발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산학연’의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부산시 등 타 지자체는 이미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개발 지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인천시도 이 같은 협력이 시급하다. 현재 부산시는 ‘산학협력 혁신도시’를 시정 추진 전략으로 두고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기업체와 산학연관금융 등의 전문가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인천연구원은 R&D 투자 활성화를 통해 바이오, 로봇, 항공 등 첨단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R&D 투자로 현재 제조업이 대다수인 인천의 산업 구조를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영 인천연구원 경제환경연구부 부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의 R&D 투자는 제조업 중심인 인천지역 벤처기업의 영업이익 개선과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공사 중단 후 방치… ‘유령건물’ 골머리 [집중취재]

6일 오전 10시30분께 양평군 청운면 삼성리. 작은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곳엔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새까만 건물이 놓여 있었다. 21년 전 소송으로 인해 공적률 40%에서 공사가 중단된 이 건물 안엔 공사에 쓰였던 자재들이 부식돼 있었다. 건물 주변엔 쓰레기 더미가 뒹굴고 있었으며 주변엔 나무 덩쿨이 무성히 자라 있어 오랜 시간 동안 관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같은 날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도 마찬가지. 강변도로를 따라 카페, 식당, 숙박업소 사이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짙은 회색 건물 하나가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었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숙박시설로 계획됐던 이 건물은 자금부족으로 50%만 지어지고 29년째 녹슨 철근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주민 박지철씨(가명·62)는 “이곳을 찾는 나들이객이 많은데 건축물이 버려진 흉가처럼 돼 있어 도시에 나쁜 이미지를 주고 있다”며 “수십년째 저렇게 방치돼 있는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만큼 하루 빨리 철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내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이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한 것은 물론 붕괴 위험 등 안전문제까지 안은 채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은 33곳이다. 이들 건축물은 자금부족(16곳), 부도(13곳), 소송(3곳), 사업성 부족(1곳) 등의 이유로 공사가 중단됐으며 평균 18년 이상 방치된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건축물에 대해 3년 단위로 실태조사를 벌여 분쟁 조정, 자진 철거 유도, 안전 조치 명령 등 관리에 나서고 있다. 특히 붕괴 등 안전사고나 범죄 발생 위험이 있는 곳 등은 철거 명령도 가능하다. 하지만 경기도와 각 지자체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적극 간섭할 수 없어 쉽게 강제 처분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건축주와 시행사, 시공사, 소유주 등 권리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철거 명령을 내리거나 공사를 재개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공사중단 방치 건축물은 대부분 금전적 이유 등 여러 관계가 얽혀 있고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라면서도 “건축주에 공사 독려와 함께 분기별로 안전점검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후 건물’ 철거가 바람직하지만… 활용방안 모색도 [집중취재]

장기간 방치된 건물들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건축물의 철거와 정비를 촉진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법안과 함께 각 지자체 역시 해당 건물들의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지난 4월14일 ‘장기방치건축물 3법’을 발의했다. 장기방치건축물 3법은 ‘공사중단 장기방치건축물 정비 특별조치법’, ‘주택도시기금법’,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이다.  이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사가 중단된 지 20년이 넘은 건축물을 ‘장기공사중단 붕괴위험건축물’로 정의하고, 시장·군수가 심의한 뒤 우선적으로 철거를 명할 수 있다. 또 10년 이상 된 건축물에 대해 유해성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결과에 따라 건축주에게 안전조치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담았다. 전문가들은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철거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지자체에서 건축물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오랜 시간 방치된 공사중단 건축물을 서둘러 철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이해관계, 철거 비용 등으로 쉽게 철거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외국의 빈집세처럼 주변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물은 과태료, 이행부과금을 부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소유주의 결정을 빠르게 압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사실상 20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경우 건축물로서 사용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토지의 위치가 좋다면 토지 분양 공모를 통해 새로운 토지 활용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비교적 짧은 시간 방치된 건축물의 경우 지자체가 건축물의 용도 적합성, 안전성 등을 심의하고 리모델링 비용을 일부 지원해 용적률과 사업성을 높여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백인길 대진대 도시부동산공학과 교수는 “공사중단으로 장기간 방치된 건축물은 우범지역이 될 수 있으며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등 안전의 문제도 심각하다”면서도 “기존 제도로는 복잡한 이해관계 등으로 철거 명령이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를 개선해 일정 기간 이상 공사가 중단된 건물에 대해 철거 명령을 내리되 철거가 이행되지 않으면 소유주로부터 일정 금액의 과태료 등을 부과하고 철거가 이뤄지면 돌려주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철거 자체가 어려운 건축물에 대해선 지자체가 활용성을 검토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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