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민관협치 퇴행… 도민과 道政 동행 ‘빨간불’ [집중취재]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인 ‘경기도민의 정책 참여도’를 나타내는 각종 성과지표가 퇴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가 다양한 민·관 협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재정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책 등에 도민 참여가 크게 줄어 도정 전환을 이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17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19년 ‘경기도 민관협치 활성화를 위한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제1차 경기도 민관협치 활성화 기본 계획(2020~2023년)’을 발표하는 등 도민과의 소통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왔다. 문제는 협치 친화적 도정을 뒷받침할 굵직한 정책들과 관련된 도민 참여도가 퇴보하고 있다는 데 있다. 먼저 ‘민관협치형 주민참여예산’이 대표적이다. 이는 주민이 제안한 정책에 대한 숙의·토론 과정에서 도민의 참여 없이도 내부 검토를 거쳐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지역지원형·도정참여형 주민참여예산’과 달리, 검토 과정에서 도민의 참여가 필수인 만큼 의미가 깊다. 하지만 민관협치형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연도별 도민 제안 건수는 2020년 105건(선정 19건), 2021년 71건(선정 24건), 지난해 46건(선정 16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3년 새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경기도민 정책축제’를 통해 도민의 제안이 정책화된 부분도 마찬가지다. 최근 3년간 연도별 정책화 건수를 살펴보면 지난 2019년 11건, 2020년 9건, 2021년 6건 등이다. 지난해의 경우 심의 과정에 있으며, 단순 제안을 제외하고 최종 단계까지 논의된 도민 제안 건수도 같은 기간 매년 16건, 15건, 10건으로 줄었다. 이에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주민자치가 구현되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가 연도별 실행 계획과 신규 사업을 시행하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당초 취지인 도민과의 소통을 확대시키지 못하면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올해에는 도 민관협치위원회를 확대하고, 도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사업을 강화해 실질적인 민·관 협치 체계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 아무래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도민 참여가 줄어든 부분이 있던 것으로 추측된다”며 “협치역량평가제도 등의 내부 평가뿐 아니라 도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시·군 3곳 중 1곳만 ‘민관협치 활성화 조례’ 제정 [집중취재]

민관협치 정책 실현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도내 지자체 3곳 중 1곳만이 관련 조례를 제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도를 중심으로 협치 도정을 활성화시킬 중간 조직의 역할을 강화, 정책적 연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7일 도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올해 4월 기준 ‘민관협치 활성화 조례’를 제정한 곳은 11곳뿐이다. 수원·용인특례시, 광명·군포·성남·안산·안양·파주·평택·하남시, 양평군이 해당된다. 조례에는 각 지자체가 정책 기획부터 집행, 평가 과정까지의 시·군민 참여를 보장하도록 행정·재정적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에서도 민관협치위원회가 설치된 곳은 10곳, 민관협치위원회 전담부서를 운영 중인 곳은 7곳이다. 시·군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설립된 곳도 5곳에 그쳤다. 조례 제정 이후에도 민관협치에 대한 세부적인 정책 논의와 실행을 이끌어갈 조직을 구축하진 못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도와 지자체 간 협치 역량을 강화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최준규 경기연구원 자치행정연구실장은 “도민이 행정 수혜자에 머물지 않도록 적극적인 참여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도를 중심으로 지자체가 제도적 기반을 탄탄히 갖춰야 한다”며 “기존의 민관협치 정책을 분석하고, 중복적인 요인은 제거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와 마찬가지로 시·군은 시민단체와 마을공동체가 혁신적인 의견을 제안하고, 합당한 시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괄적인 추진 방식에서 벗어나 도민의 정책 참여도를 높일 연령층·지역별 대책 마련을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유현 아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기도가 다양한 민관협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도민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젊은층의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 등에 친숙한 만큼 연령층에 따른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도가 시·군의 조례 제정이나 이후 정책 실행 과정에 관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도정의 주인인 도민 누구나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군과의 협력을 긴밀히 하고, 컨설팅 등 도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곳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주차 지옥’ 인천 남동산단, 주차장 확보 난항 [집중취재]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가 20여년이 지나도록 주차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차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큰 공원 지하와 2유수지 상부에 대규모 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인천시와 남동구,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본부 등에 따르면 구는 최근 시에 남동산단에 있는 유수지근린공원, 복지근린공원, 염골근린공원 총 3곳의 소규모 공원의 일부 공간을 주차장으로 바꾸기 위한 용도변경을 건의했다. 구는 이를 통해 142면의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는 현재 남동산단의 공원 등 녹지 비율이 법적 기준치에 근접, 용도변경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국토교통부의 산업입지개발 지침 제14조는 3㎢ 이상의 산업단지에는 10% 이상의 녹지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남동산단의 녹지 비율은 10.2%에 불과하다. 특히 시의 남동산단에 대한 주차장 추가 확보도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시는 남동산단 재생사업 등을 통해 지식재산센터, 즉 아파트형 공장을 지어 구조고도화를 이뤄내며 지하주차장을 추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식재산센터에 많은 기업들이 들어가는 만큼, 순수하게 늘어나는 주차장은 많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남동산단에는 지난 4월 기준 7천846개의 기업에 근로자 8만4천70명이 근무하고 있다. 시는 현재 남동산단 내  불법 주차는 1일 1만여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안팎에선 시와 구의 이 같은 주차장 확보 계획은 ‘언발에 오줌누기’에 그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노상주차장의 추가 설치나 근무자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기 위한 통근버스 확대,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한 공유자전거 등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시와 구가 아예 대규모 공원의 지하 공간이나 2유수지 상부 공간 등에 대형 주차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윤석진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예산이 필요하겠지만 공원 지하나 유수지 상부에 많은 주차면이 들어갈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들어야 남동산단의 고질적인 주차난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주차 문제 등 남동산단의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기업도 잘 돌아가는 것”이라며 “남동산단의 경쟁력 확보 및 성장을 위해선 주차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박성길 산단공 인천본부장은 “현재 남동산단의 구조고도화 사업 등과 연계한 공용주차장 조성 등 주차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며 “시와 남동산단의 근린공원 6곳 지하에 주차장을 만드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슈퍼 엘니뇨 온다는데 또 산사태 날까 ‘비상’ [집중취재]

올여름 ‘슈퍼 엘니뇨’에 따른 많은 강수량, 태풍 위력 증대가 예고되면서 경기도내 산사태 피해가 극심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집중 호우, 태풍으로 발생한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데 더해 기상청이 평년 대비 많은 강수량과 국지성 호우를 예측,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8, 9월 도내 산사태 피해 면적은 92.62〈E37B〉로 최근 10년간 누적 피해 면적(382.79〈E37B〉)의 24.2%가 집중됐다. 지난해 8, 9월 호우와 태풍에 20개 시·군이 크고 작은 산사태를 겪은 것이 주 요인으로, 특히 산사태 취약 지역이 밀집한 양평, 광주, 가평, 여주 등지에 피해가 몰렸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지난달 기준 도내에는 2천260곳의 산사태 취약 지역이 있는데 △양평 348곳 △광주 313곳 △가평 302곳 △여주 196곳 등 지난해 산사태 피해가 극심했던 4개 시·군에 절반이 넘는 51.28%가 집중된 상태다. 도는 올여름에도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산사태 피해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상청이 최근 ‘3개월 전망’을 통해 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 강수량이 40%의 확률로 평년 대비 많을 것으로 예측해서다. 이어 태풍이 시작되는 8월의 경우 엘니뇨 현상이 대기 불안정, 국지성 호우를 불러올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지난해 발생한 산사태 피해 복구율이 지난달 말 기준 75% 수준인 점도 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도는 7월 우기 전까지 복구 완료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시·군별 산지와 민가 경계 부분, 사방댐(급류에 따른 토사 유출을 방지하는 댐) 등 산사태 피해 예방과 직결되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산사태 피해가 심했던 지자체 사례를 취합해 시·군 회의를 통해 상황별 대처 방안을 공유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최근 이상기후에 따른 국지성 호우가 심화되면서 산사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피해 지역 복구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지난해 피해를 복기, 올해 예상되는 피해에 대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포천, 가평 등지에는 78㎜, 77.5㎜의 국지성 호우가 내렸으며 이날 오후 3시20분 기준 여주시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무분별한 산림 훼손 막아야... ‘산사태 되풀이’ 차단 [집중취재]

매년 우기마다 반복되는 산사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산림 복원과 더불어 무분별한 산림 훼손을 규제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택·택지 개발을 위해 형질 변경을 거친 뒤 지자체 허가 연장을 반복하며 방치되는 훼손림과 사유림 불법 전용으로 발생하는 훼손림이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와 전문가 진단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림청이 추산한 경기도내 불법 산림 훼손 의심지 면적은 1천338㏊로 여주·화성·평택·가평·이천 등의 순으로 훼손 의심 면적이 넓은 상태다. 경기연구원도 지난 2020년 연구 보고서를 통해 여주·화성·평택·가평 등이 높은 개발 압력 탓에 불법 산림 훼손이 심하다고 진단하며 무분별한 나지화와 절토, 불법 옹벽 설치가 토석류 발생 및 산사태 위험도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이어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산지전용 수요가 급증하고 절토사면 하부에 거주하는 인구가 급증,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올해에는 도내 전체 산림의 72.7%를 차지하는 37만2천493㏊ 가 2015년부터 산지 관리 소홀로 소실, 현재까지 축구장 면적의 1만5천173배에 달하는 1만834㏊가 훼손됐다고 집계했다. 여기에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부천1)은 지난 3월 “산사태 재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도의 자체 예찰 예산을 강화하고 산사태 방지 지원 등을 포함한 산림 재해 예방 조례가 제정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개발로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산지와 불법 전용되는 사유림을 적극 관리, 산사태 주 요인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경운동가이자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장인 최병성 목사는 경기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산사태 피해가 극심했던 여주·용인지역 등의 특징은 산불 방지를 위해 산림에 낸 인도, 개발을 위해 산림을 절토·나지화 한 뒤 방치한 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목사는 “개발 또는 편의를 위해 무분별하게 형질을 변경하고 방치하거나 불법 전용한 산지가 대규모 산사태 주 요인”이라며 “지자체의 엄격한 민간 산지전용 및 연장 허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지 전용 관리와 더불어 근본적인 산지 회복 대책 병행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경기일보에 “산사태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되는 사방댐 보수 기간을 기존 해빙기 이후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주거지 근처 산림에는 나무를 많이 심어 토사를 잡아주는 근본적인 산림 회복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소·마을노무사 경기남부에 집중... 그늘진 북부 노동인권 [집중취재]

노동권 향상에 대한 경기도내 일선 시·군별 의지가 천차만별인 가운데, ‘노동상담소·마을노무사’ 등 현장 밀착형 노동정책이 남부권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인구 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해당 제도에 대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북부 노동자들이 많아 도 차원의 균형 잡힌 정책 실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6일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도내 노동상담소는 22개 시·군 39개소다. 남부에는 15개시 26개소가 운영되고 있어 북부 7개시 13개소 대비 2배다. 이 가운데 민간위탁 2개소를 제외한 도 ‘시·군 노동상담소 운영지원사업’을 지원받는 6개소 모두 남부에 쏠려 있어 지역에 따른 서비스 이용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되는 지역은 시흥·이천·안성·평택·여주·의왕시다. 도내 마을노무사는 28개 시·군 120명이 위촉됐는데, 이 역시 북부지역인 가평·연천군, 동두천시에는 단 1명의 마을노무사도 활동하고 있지 않다. 게다가 당초 내년 4월까지 활동할 예정이었던 북부지역 마을노무사 5명은 사무실 이전 등의 개인 사유로 해촉돼 이들의 공백에 따른 사안의 심각성을 더했다. 지역별로 해촉된 인원은 고양특례시 1명, 구리시 2명, 남양주시 1명, 의정부시 1명 등이다. 도는 이러한 지역별 편차를 줄이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인 ‘스마트 마을노무사 플랫폼 상담’을 시작했다고 설명했지만, 이에 대한 노동자 이용률은 여전히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해 5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당 사업의 상담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467건으로, 마을노무사 운영 성과인 1천818건에 비하면 4분의 1에 불과한 상황이다. 시행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사업 성과가 크지 않아, 서비스가 자리 잡기 전까지 지역에 따른 노동권 사각지대를 해소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지역에 따른 노동인권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북부지역에도 노동상담소·마을노무사 운영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부에 비해 북부 인구가 적은 것을 고려했을 때 수치 자체는 차이가 나는 게 당연하지만, 마을노무사 등 관련 정책이 전혀 시행되지 않는 북부지역이 있어 이 같은 편차를 해소할 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동 시간에 따른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스마트 마을노무사 운영 활성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노동상담소의 경우, 권역별로 활동해 해당 시·군에서 이용이 어렵더라도 인근 지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마을노무사도 같은 상황인데, 현재 노무사가 없는 북부지역은 사무소를 개업한 인재가 없어 위촉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해촉된 인원은 신규 위촉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매년 경기도내 1년 이상 미거주 4천여가구... ‘흉물 빈집’ 골칫거리 [집중취재]

경기도내 ‘빈집’이 미분양 주택 증가와 도심 단독주택 방치, 지방 인구 감소 등 삼중고를 겪으며 매년 전국 최다치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람이 1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채로 방치돼 미관 저해나 붕괴로 인한 안전 사고, 우범지역화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빈집도 매년 4천여가구씩 집계되는 실정이다. 1일 경기도,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21년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2021년 말 기준 도내 빈집은 24만2천가구로 집계됐다. 그해 전국 빈집 139만5천가구의 17.4%, 최다 비중으로 2016년(16만8천가구) 이후 매년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빈집 수를 보였다. 특히 5년 전인 2016년(16만8천가구)과 비교하면 빈집이 44.3% 증가해 강원도(44.9%)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구주택 총조사상 빈집은 기간에 상관 없이 조사 시점에 사람이 없는 모든 집이 대상”이라며 “경기지역의 경우 미분양 또는 미입주 주택 증가가 빈집 증대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내 일선 시·군이 1년 이상 사람이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음을 확인한 도시·농촌지역 빈집만 매년 4천여가구씩 집계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1년 이상 빈집은 도시 1천650가구, 농촌 2천454가구 등 4천100여가구로 전년(4천300여가구)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특히 도시지역 빈집 1천650가구의 경우 아파트는 92가구에 불과했고 단독주택(1천1가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간단한 정비만 요구되는 노후도 1~2등급 빈집은 1천32가구에 불과했다. 남은 518가구 중 255가구는 상태가 매우 불량한 3등급, 263가구는 철거 또는 구역 폐쇄가 필요한 4등급으로 구분됐다. 농촌지역 빈집 역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안성시(487가구), 연천군(279가구), 평택시(298가구) 외곽지역 등에 주로 포진한 상태다. 이 때문에 도와 일선 시·군에는 장기 방치된 빈집으로 인한 △마을 미관 저해 △동물·쓰레기 밀집에 따른 악취 △우범지역화 우려와 같은 민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도 관계자는 “매년 빈집 정비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올해는 동두천시와 평택시 빈집을 대상으로 주차장 등 주민 공용공간 조성 시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또 빈집 정비 독려, 사고 예방 차원에서 일선 시·군과 함께 정기 또는 수시로 노후 정도가 심한 빈집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대면 돈 나간다... 경기도 빈집 10곳 중 1곳만 ‘정비’ [집중취재]

경기도내 도시·농촌 지역에 매년 4천여가구의 빈집이 방치된 채 미관 저해와 안전 사고 우려를 초래하고 있지만 제도 실효성 부족으로 실제 정비는 10곳 중 1곳꼴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주들은 빈집 정비에 따른 비용, 세제 부담 때문에 방치하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안전을 이유로 철거 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부과를 실시하면 재산권 침해 반발이 뒤따라 적극 행정이 쉽지 않은 탓이다. 29일 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도내 1년 이상 사람이 거주하지 않은 빈집은 도시지역 1천650가구, 농촌지역 2천454가구 등 4천104가구로 조사됐다. 반면 지난해 철거나 수리, 구역 폐쇄 등 정비가 이뤄진 빈집은 도시지역의 경우 111가구, 농촌지역 367가구 등 478가구로 집계, 전체 빈집의 11.65%에 불과했다. 2021년 역시 12월 기준 도내 빈집은 도시지역 1천898가구, 농촌지역 2천447가구 등 4천345가구였지만 정비 실적은 도시지역 92가구(4.85%), 농촌지역 (17.53%) 521가구(11.99%)에 그쳤다. 도는 낮은 빈집 정비 실적 요인으로 현행 빈집 정비 제도의 부족한 실효성을 지목하고 있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리에 관한 특별법’, ‘경기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조례’는 빈집에 대한 지자체장의 철거 명령, 이행강제금 부과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재산권 침해 논란과 그에 따른 민원 증대 우려로 지금껏 도내 시·군이 이행강제금을 실제 부과한 사례는 전무하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빈집 철거 시 소유주는 토지 용도 변경에 따른 재산세, 지방세 증대가 뒤따르지만 지자체의 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도 정비 유도의 한계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시·군이 철거를 명령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경우 재산권 침해 분쟁으로 이어져 꺼리는 것”며 “연내 조례 개정, 예산 편성으로 시·군에 이행강제금 권한 폭을 넓히고 조세 지원을 적용, 적극 정비 참여·강제 체계를 조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근식 한국부동산원 소규모정비지원부장은 “정부에 빈집 자진 철거 시 조세 중과분을 감면하는 제도 개선안을 건의하고 있다”며 “지자체 역시 현행 제도에 명시된 지자체 권한을 최대한 행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도 먹거리 전략’ 용두사미 '전락' [집중취재]

2조원 규모의 예산 투입이 예정된 ‘경기도 먹거리 전략 계획(2019~2023년)’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9년 사업 시행 당시 근거 조례까지 제정했지만 도는 조례에 명시된 의무 사항 이행은 물론 사업 기간 예산 집행 실적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는 사업 초기 설정한 4대 비전‧목표, 143개 세부 사업에 대해 5년째인 지금에서야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내부 평가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도에 따르면 먹거리 전략 5개년 계획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도비 54.2%, 시·군비 40%, 국비 4.2% 등 2조1천574억4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먹거리 정책 평가 및 홍보, 먹거리 지원 센터 설치 등 도민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고자 마련됐으며 최근 고물가 지속으로 대학생 사이에서 각광 받는 ‘천원의 아침밥’ 역시 포함됐다. 도는 이 사업을 통해 올해까지 ▲31개 시·군별 ‘먹거리 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공 분야 지역 농산물 공급 규모를 기존 4천억원에서 1조원까지 확대해 ▲취약계층 먹거리 부족 비율을 기존 41.3%에서 27.5%까지 낮춘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기일보 취재 결과 지난 1월 기준 먹거리 위원회가 구성된 지역은 단 11곳에 불과했고 위원회가 구성된 지역 역시 후속 사업 실적을 가늠할 자료가 구축되지 않았다. 2019년 1월 도지사의 사업 추진 근거와 전담 부서 구성, 실태 조사 책무가 담긴 ‘경기도 먹거리 보장 기본 조례’를 시행했지만 사업 마지막 해인 지금 지자체 이행, 실적 결산 모두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 영향으로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9월 열린 ‘2022년 경기도 먹거리 전략 포럼’에서 지난해 도내 취약계층 먹거리 지원 실적과 이들의 주관적 식생활 형편 모두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보다 되레 나빠진 것으로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도는 이번 5개년 사업의 경우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분석해 2024~2028년 시행할 두 번째 5개년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먹거리 전략 추진을 위한 세부 사업이 워낙 많아 부서별로 나뉘어 있다 보니 개별 사업 실태 조사와 종합 평가, 후속 대책 마련 모두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다음 계획 수립 때에는 실현 가능한 목표치를 설정하고, 도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정책 효과를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경기도가 컨트롤타워 역할... 먹거리 공공성 확보해야” [집중취재]

지난해 1월 ‘농업·농촌 식품 산업 기본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공공형 먹거리 체계를 구축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관련 조례조차 제정하지 않은 경기도내 지자체가 절반가량(42%)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먹거리 공공성 확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도가 전담부서를 설치, 지자체의 조례·정책 등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6일 도와 일선 시·군 등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 중 먹거리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수원·고양·용인특례시, 구리·평택·안성·의정부·시흥·파주·광명·여주·화성·부천·김포·안양·이천·안산시, 가평군 등 18곳(58%)이다. 해당 조례를 제정했더라도 지역 먹거리 계획을 수립해 정책을 발전시킨 곳은 극히 드물다. 실제 조례를 제정한 일선 시·군 가운데 관련 추진 계획을 세운 곳은 올해 1월 기준 7곳에 불과했다. 화성·평택·시흥·광주·이천·안성시, 가평군 등이다. 상황이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농업·복지·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한 먹거리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도 전담팀 구성을 통해 부서 및 지자체 간 칸막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미진 경기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은 “도가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먹거리정책조정관’을 도지사 직속으로 두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보다 촘촘한 먹거리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제1차 도 먹거리 전략 5개년 계획을 이행하고, 새롭게 수립해야 하는 제2차 5개년 계획을 위해 그동안 추진된 정책을 평가·분석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먹거리 전략을 실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광역 단위의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통해 도와 지자체 간 사업을 연계·협력할 수 있는 중간 단위의 실행기관을 설치해야 한다”며 “현재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일부 사업을 위탁 수행하고 있지만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먹거리 전략을 실행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일선 시·군이 먹거리 전략과 관련된 세부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도가 함께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산시 등 이 같은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일부 지자체는 관련 부서에서 친환경 공공급식 등 먹거리 관련 정책들을 검토하고 필요 시에는 이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만년제 보호하면서 지역 개발… 상생방안 필요” ['만년제' 늪에 빠진 주민들. ⑤]

수십 년째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는 만년제 인근 주민들은 문화재를 보호하면서도 지역을 개발하는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서울시의 문화재 관리 규정을 본보기 삼는다면 주민과 문화재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1일 경기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문화재 보호 조례’에 따라 시 지정 문화재의 경우 보존지역에서 50m 안에 있는 건축물만 높이와 규모 등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 지정 문화재가 주거·상업·공업지역은 200m, 녹지·관리·농림지역은 300m 이내로 규정한 것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 지정 문화재가 늘고 있고, 이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었다”며 “시민의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만년제 인근 주민들은 만년제가 건축물이 아닌 저수지인 점을 감안했을 때, 서울시처럼 문화재 보존지역을 대폭 완화하더라도 문화재 외관을 훼손하는 등의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지역 주민 정장환씨(74)는 “같은 수도권인데도 서울시와 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아쉽다. 서울에서 이미 하고 있다면 도에서 추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그동안 큰 피해를 본 주민들의 상실감을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도가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녕동 통장을 지낸 바 있는 김동양씨(70) 역시 “도의 규제가 심하다 보니 주민들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제라도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주민과 문화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며 “이를 통해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고, 도시 역시 체계적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보전지역 범위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넓은 편에 속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예전부터 나온 건 사실”이라며 “도 역시 주민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벽간소음 참극 뜯어보니… 불법 ‘방 쪼개기’ 시공 [끊이지 않는 벽간소음.下]

최근 벽간소음이 살인까지 번지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근본적인 원인이 경계벽 소음 차단 규정 부실과 이른바 ‘방 쪼개기’ 등 무차별적인 원룸 임대사업에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벽간소음을 유발하는 경계벽의 경우 방음성능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만큼 제도 마련이 필요한데다 일선 시군의 단속 강화를 통해 방 쪼개기와 같은 불법건축물 양성을 막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하 주택건설기준규정)상 바닥구조는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가 210㎜ 이상이고 층간바닥의 충격음이 49dB 이하여야 하는 등 두께와 방음성능 기준에 대한 규정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경계벽은 벽의 자재와 두께, 차음성능의 기준이 존재하나 바닥구조와 달리 이 중 하나만 해당하면 된다. 더욱이 바닥구조는 시공 전에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사전에 검사하는 사전인증제도와 시공 후에도 기준에 충족하는지 검사하는 사후확인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경계벽은 관련 제도가 미비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 탓에 지방자치단체는 건축물 준공 허가 전 현장점검으로 시공 기준이 충족됐는지 확인하고 있으나 경계벽의 경우 사전인증제도 등 미비한 관련 제도로 두께 및 자재 등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울뿐더러 시공 기준 역시 방음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와 함께 쪼개기 원룸도 벽간소음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방 쪼개기는 건축주 등이 준공 허가를 받고 주택 내 가벽을 설치해 건축물대장에 등록된 가구보다 더 많은 가구가 살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불법이다. 더 많은 가구 거주에 따른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주택건설기준규정에 명시된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뻔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께 용인특례시 수지구의 한 다가구주택은 건축물대장상 한 층 당 한 가구로만 돼 있다. 그러나 건물 외벽 누전차단기는 십 수개에 달했다.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다가구주택 역시 건축물대장에 등록된 가구 수보다 많은 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다. 해당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은 옆방에서 들리는 진동 소리에 핸드폰 알람을 확인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경계벽은 시공 단계에서부터 부실시공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을 뿐더러 법이 제시하는 기준을 만족해도 벽간소음 피해가 생길 수 있어 이런 문제를 해결할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방 쪼개기에 대해선 “외벽에 설치된 누전차단기 건축물대장과 비교하면 현장에서 불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24일 수원특례시 장안구에서 벽간소음으로 갈등을 겪던 20대 남성이 40대 남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3기 신도시 임시거주지 원성] 하남 교산·남양주 왕숙 원주민 ‘눈높이 대책’ 절실

3기 신도시 입주일이 당초보다 지연되면서 원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원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임시거주지 공급 등의 대책이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진형 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지니스학과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19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하남 교산이나 남양주 왕숙 등의 신도시 개발 지역 원주민들은 몇 십 년 동안 집안 대대로 살아왔던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이라며 “영농인이 대부분인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생활양식과 주거환경을 고려해 임시거주지가 공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 교수는 “3기 신도시 계획을 수립할 때, 기존 거주자들의 임시거주지 선호지역을 파악하는 수요조사와 실질적인 이주대책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어야 한다”며 “시행사는 3기 신도시 원주민과 꾸준한 간담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류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신도시 개발사업은 원주민의 협력이 절실한 만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철규 한국부동산학박사회 회장(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은 “LH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사업에 3기 신도시 원주민을 우선순위로 공급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신도시 개발사업이 1~2년 안에 끝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별도의 조례를 제정해 지원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시거주용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두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원주민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해결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3기 신도시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는 결국 토지보상 문제 등의 한정된 예산으로 인한 것”이라며 “3기 신도시 개발이 늦어질수록 임시거주지로 인한 불편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기와 2기 신도시 개발 시기와 달리 지금은 개개인의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표출하는 시대”라며 “시행사와 정부는 이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양측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집 비좁고 출·퇴근 전쟁… 3기 신도시 임시거주지 ‘불만 폭발’

김원표씨(가명·52·하남시)는 최근 출·퇴근 대란 소식을 접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하다. 하남 교산 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이후 공급받게 된 임시거주지가 일터와 100㎞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창 일할 때인데 타지에서 이동할 때마다 겪을 교통체증을 상상하면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이원근 3기 신도시 연합대책위원회 대표(70·남양주시)도 원주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임시거주지 공급 대책을 비판했다. 그는 “원주민 대부분이 30평대 이상 주택에서 살아온 사람들인데 임시거주지는 이보다 훨씬 비좁은 10평대도 있다”며 “이런 곳에 들어가면서 보증금과 월세도 내야 하는데 누가 살고 싶겠나”라고 하소연했다. 오랜 기간 일궈온 삶의 터전을 잃게 된 3기 신도시 원주민들이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하는 임시거주지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원주민 피해를 막을 관련 법령이 개정된 이후에도 관내 사업시행자가 소유한 임대주택의 물량 부족으로 ‘10평대 소형 주택’ 또는 ‘거주지가 아닌 타지에 있는 주택’ 등의 비선호 주택을 공급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LH와 협의체를 구성해 활동 중인 경기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19일 도와 LH 등에 따르면, LH는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남양주 왕숙2·하남 교산·고양 창릉·부천 대장) 지정에 대한 원주민 이주대책으로 임시거주지를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928가구에 대한 1차 공급 공고를 시작으로 남양주 왕숙 328가구 2차 공급 공고를 냈으며, 다른 지구에 확보된 임시거주지도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문제는 원주민 이주대책으로 공급되는 임시거주지의 일부가 비선호 주택인 ‘소형·관외 주택’으로 제공된다는 데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기준 임시거주지 1천538가구 중 ‘2인 기준 전용면적 36㎡(10.89평) 미만 소형 주택’이 590가구(38.4%), ‘관외 주택’이 300가구(19.5%)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별로 살펴보면 소형주택은 하남 교산이 238가구, 고양 창릉 160가구, 남양주 왕숙 139가구, 남양주 왕숙2 52가구, 부천 대장 1가구다. 관외 주택 300가구는 모두 하남 교산 원주민을 대상으로 서울 등 타지에 제공됐다. 지난 2021년 2월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제23조의2 등 법령 개정을 통해 3기 신도시 임시거주지 지원 대상 확대 및 주택 유형 다양화의 기회가 열렸지만, 여전히 원주민 생활 양식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이주 대책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도는 LH와의 협의를 통해 원주민 피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급 승인 등에 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도민 의견을 반영해 충분한 임시거주지를 확보하도록 LH에 건의 중이다. LH 관계자는 “이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추가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며 “올해 중반기 안에 하남 교산 지구에 임시거주지로 활용될 200가구를 보다 넓은 규모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더 나은 3기 신도시 이주민 이주대책을 위해 적극적으로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짓다만 건물 수십년 방치… 안전 불안

“혹시 건물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범죄는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하고 무섭습니다.” 11일 오후 2시께 동구 만석동 인근의 한 빌라 공사 현장. 벽이 부서지고 창문도 없는 5층 규모의 빌라 건물이 지어지다만 채 22년째 방치 중이다. 외벽은 곳곳이 부서져 있고 칠하다만 페인트 자국이 남아있는가 하면 색도 짙은 회색으로 변한 콘크리트 벽이 다 드러난 사실상 폐건물이다. 더욱이 골목길쪽의 건물 창문 틀은 콘크리트가 무너져 철골이 튀어나온데다, 일부 철골은 녹슨 채 10m 높이의 외벽 양쪽에 위태롭게 걸쳐 있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건물 1층은 가설 벽으로 막아놨지만 높이는 2m 남짓에 불과해 누구나 가설 벽을 밟고 뻥 뚫린 창문 틀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이 건물에서 1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양 옆과 뒤편에는 빌라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 곳에서 만난 인근 주민 김정민씨(62)는 “흉측한 폐건물 앞의 골목길이 좁고 사람도 지나다니지 않아 밤에 집에 가기가 너무 무섭다”며 “노숙자들이 건물 안에 들어가 각종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할 뿐”이라고 했다. 마을 환경정화 봉사자 김숙자씨(58)도 “수년째 환경정화를 해왔지만 주택가 한 가운데 폐가 같은 건물이 있는 것을 처음 봤다”며 “언제 범죄가 일어날지 몰라 빨리 건물을 철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오후 4시께 찾은 중구 인현동 동인천역사 앞. 당초 판매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던 이곳도 11년째 공사가 멈춰 있다. 이곳 공사장의 가설 벽 앞 계단은 부서진 채 안전 펜스 등 일반인 출입을 막을 조치도 없이 흉측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인천지역 도심 곳곳에 공사를 하다 멈춘 건축물들이 흉물로 내버려져 있다. 11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지역엔 중구 3개, 동구 1개, 미추홀구 1개, 연수구 1개, 부평구 2개, 계양구 2개, 강화군 1개 등 모두 11개의 장기 공사중단 건축물이 있다. 이들 건축물은 사업자 부도 5건, 자금부족 5건, 분쟁 1건 등 대부분 금전적인 이유로 공사가 끝나지 못한 채 버려져 있다. 공사가 멈춘 지 20년이 넘은 곳은 2개이며, 10년이 넘은 곳도 5개에 이른다. 하지만 시와 군·구의 안전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고 않고 있다. 시는 현재 사유 재산이라는 이유로 건물 및 토지 소유자들에게 안전 관리를 요청만 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시와 동·계양구는 지난해 이들 장기 공사중단 건축물 3곳에 대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선도사업 정비모델로 선정받기도 했지만, 그동안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유자들에게 안전관리의 필요성만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다. 시도 이들 장기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를 위한 관련 예산 확보 등도 하지 않고 있다. 되레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작하면서 지난해 말 4개의 장기 공사중단 건축물이 추가로 발생했다. 시 관계자는 “대형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3년마다 1번씩 국토부의 실태조차를 통해 확인한 안전 지적사항을 소유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사 재개나 철거 등을 확정할 수 있도록 소유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공사 올스톱 ‘도심 흉물’… 인천시 무대책 ‘도마위’

인천지역 도심 11곳에 공사를 하다 멈춘 건축물들이 오랜기간 흉물로 내버려져 있지만, 인천시가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정비기금 마련 등에는 손을 놓고 있다. 11일 시에 따르면 인천시의회는 지난 2021년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 정비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시가 장기 공사중단 건축물의 정비를 할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이 조례는 시가 정비기금을 마련, 장기 공사중단 건축물들을 직접 매입하거나 안전 조치를 할 예산 확보 등이 가능토록 했다. 그러나 시는 이 같은 정비기금을 3년째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 정비기금은 시가 출연 또는 기부하거나 정비사업 정산 후 잉여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시는 관련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정비기금 조성을 계속 미루고 있다. 특히 시의 조례 제정에도 군·구는 관련 조례조차 만들지 않는 등 장기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에 대해 아무런 의지조차 보이질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지역의 상당수 장기 공사중단 건축물에 대한 어떤 대책도 없이 방치 중이다. 현재 장기 공사중단 건축물 15곳 가운데 14곳은 사업자의 부도 및 자금부족 등으로 최대 27년째 공사가 멈춰서 있어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시 관계자는 “당초 정비기금으로 공사중단 건축물을 매입, 공사를 다시 추진하거나 철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 이어 “막상 정비기금을 위한 예산이 없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지역 안팎에서는 건축물 노후 등으로 주민 안전에 위협이 큰 만큼 시와 군·구가 나서 예산을 마련, 적극적인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진호 인하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장기간 건축물의 외장공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눈과 비, 바람 등에 콘크리트·철근 부식이 심해져 지진 등 자연재해에 무너질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이어 “이미 건축물 방치 기간이 길어져 안전상 일부는 철거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성환 인천시의원(더불어민주당·계양구1)은 “시가 건축물의 용도 변경을 해주는 대신 특혜시비가 없도록 개발이익금을 환수하거나, 정비기금을 해마다 몇 억원이라도 조성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장기 공사중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으로 건축물을 매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정비기금 마련을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집중취재] “지속적 홍보·교육, 정책 접근성 낮춰야”

경기도의 ‘청소년 부모’ 지원 정책이 낮은 효율성으로 지적을 받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홍보·교육을 통해 정책 접근성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김선영 한국가족상담연구소장은 “현재 도가 지원하는 정책조차 모르는 청소년 부모가 많아 이를 개선할 도 차원의 홍보 대안이 필요하다”며 “청소년 부모 가정이 받을 수 있는 기존·신규 지원정책을 종합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알릴 접근 창구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배보은 청소년부모지원 킹메이커 대표는 “청소년 부모가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고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도가 선제적으로 나서 사례를 관리하고, 청소년 부모를 바라보는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분한 교육과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소년 부모를 위해 직업 훈련 등 실질적인 경제 지원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청소년 부모의 경우 저임금, 저숙련 노동환경에 계속 머무를 확률이 높아 빈곤가정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청소년 시기에 적절한 기술이나 훈련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안정된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직업훈련과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대외협력국장도 “청소년 부모의 대다수가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고 생계와 주거의 어려움이 크다”며 “긴급복지지원법을 통해 한 가정의 구성원이자 부모로서 아이를 책임질 수 있는 주거 및 생활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 청소년 부부가 자립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조해서 개별 사례관리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집중취재] 경기도, 쥐꼬리 지원금… 두번 우는 ‘청소년 부모’

양육과 취업은 물론 학업까지 병행하는 청소년 부모를 위한 경기도 지원 체계가 현장의 요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의 양육비를 지원받는 청소년 부모가 10명 중 2명에도 못 미치는데다, 정작 필요한 정책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0년 전국 최초로 ‘경기도 청소년부모 가정 지원조례’를 제정한 뒤 지난해 7월부터 ‘청소년 부모 아동양육비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중위소득 60% 이하의 청소년 부모에게 6개월간 월 2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간 ‘청소년 한부모’로 제한됐던 대상을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청소년 부모까지 범위를 넓혔다. 하지만 정작 정책의 혜택을 누리는 도내 청소년 부모는 2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만 24세 이하 청소년 부모는 지난 2021년 9월 말 기준 608세대, 1천712명에 이르지만 직접 신청을 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 탓에 실질적으로 ‘청소년 부모 아동양육비 지원’을 받은 수혜자는 지난해 313명에 머물렀다. 도내 청소년 부모 중 82%는 해당 사업의 혜택에서 제외된 셈이다. 이와 함께 단기성 현금 지원으로는 청소년 부모에 대한 정책 사각지대 해소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 나이에 부모로서 짊어진 자녀 양육 및 가사 부담, 학업 중단과 취업 훈련 부족 등 종합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청소년 부모인 김준호씨(가명·20·안산)는 “학업을 중단한 뒤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고학력 선호 현상으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오토바이 렌트 비용만 하루에 3만원인데 도의 지원금은 월 20만원이라 기저귀 값도 감당하기 버겁다”고 한탄했다. 도 관계자는 “도는 조례를 통해 오는 2024년까지 시행되는 지원 계획을 수립한 상황”이라며 “청소년 부모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집중취재] “의무휴업 폐지보다 완화... 협력·보완관계 발전해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침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영향 때문’이라고 못 박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한 지 10년이 지난 현재 의무휴업제가 전통시장에 도움이 됐다고 확언하기도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격변 속에서 ‘오프라인 시장’이 살아남으려면 노후한 환경을 개선하고 가격경쟁력을 키우는 등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48.5% “전통시장 활성화에 효과없다” 지난 6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8.5%가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대형마트 규제에도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아서’(70.1%), ‘의무휴업일에 구매수요가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아닌 다른 채널로 이동해서’(53.6%), ‘소비자 이용만 불편해져서’(44.3%) 등이 꼽혔다. 이용하던 대형마트가 의무 휴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실제 구매행동으로는 ‘대형마트가 아닌 다른 채널 이용’(49.4%), ‘문 여는 날에 맞춰 대형마트 방문’(33.5%) 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당일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의견은 16.2%에 그쳐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따른 전통시장으로의 구매수요 이전 효과는 크지 않았다. 유통 전문가들도 인구구조 및 소비트렌드 변화 등 시대 흐름이 반영된 유통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춘한 한국유통학회 사무국장은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업일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전통시장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며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바로 없애는 것이 아닌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어가면서 마트와 주변 상권이 서로 보완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 전통시장의 새로운 변신 ‘상생스토어’ 일각에서는 대기업과 전통시장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마트 노브랜드의 경우 지난 2016년 지역 상권과의 상생 모델로 ‘상생스토어’를 선보였다. 상생스토어의 특징은 전통시장 안에 동네마트와 공간을 나눠 쓴다는 점이다. 특히 전통시장상인회와 사전 협의를 통해 주변 전통시장에서 파는 품목은 제외하고 부족한 품목은 강화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경기지역에선 지난 2017년 여주 한글시장과 안성 맞춤시장, 2021년 가평 잣고을시장 3곳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운영되고 있다. 소상공인들도 침체된 시장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주 상생스토어의 경우 상점가로 구성된 시장 특성에 맞게 신선식품을 입점시키고 시장의 주력 품목인 패션·잡화 등 관련 공산품을 제외했다. 또 여주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로컬푸드 매대도 운영하고 있다. 한글시장 관계자는 “한글시장 근처 차로 5분 거리에 큰 이마트가 있어 이마트를 찾는 고객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시장 안에 노브랜드 입점을 결정했다”며 “간단하게 장을 보러 노브랜드에 들르는 젊은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안성 상생스토어도 신선식품, 국산주류, 담배 판매를 제외하고 편의시설 설치와 시장 환경 개선 사업을 동시에 진행해 상생 환경을 조성했다. 최근 입점한 가평 상생스토어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 라이브러리’가 입점해 시장 주력 품목인 과일을 판매하지 않고 시장과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동덕여대 유러피언스터디즈학과 교수)은 “기업과 소상공인은 경쟁관계가 아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공생 관계”라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보단 완화에 초점을 맞춰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중취재] 무인 매장 많고 결제방식 간소화에... 머니, 어디로 간 거니?

카카오 전산망 사태가 터진지 한달여 만에 케이뱅크, IBK기업은행, 우체국은행 등도 전산 장애를 겪으면서 온 나라가 멈춰섰다. 지갑 없이 가벼운 호주머니로 다니는 시대의 치명적 맹점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온라인 거래·결제 방식이 확대됨에 따라 현금 사용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폐·동전 같은 ‘화폐’는 취약계층의 경제활동을 돕는 점에서 공적거래의 주축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익명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하경제의 원흉으로 꼽히기도 한다. 오늘날 경기도 안의 화폐는 어디로 향하고 어디에 숨었을까. 현금 없는 사회에서 화폐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편집자주 버스를 탈 때도, 커피를 살 때도 현금이 거부 당한다. 신용·체크카드나 계좌이체 등 비현금지급수단을 통한 지출이 날로 증가하면서 경기도에서도 바야흐로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했다. 21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전국 가계 및 기업이 상품 및 서비스 구입 등을 위해 지출한 현금의 규모는 꾸준히 감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3년마다 현금사용행태 조사를 정례 실시하는데, 가장 최근인 2021년 기준 국내 가구당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51만원으로 2018년(64만원)에 비해 13만원(△25.4%) 감소했다.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1.6%로 신용·체크카드(58.3%)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경기도내 현금지출액 역시 전국 통계와 동일한 수준이다. 기업 역시 원재료 구입 등을 위한 현금 지출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 기업의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2018년에서 2021년까지 2천906만원에서 912만원으로 감소(△1천990만원 △68.5%)했다. 기업의 지급수단은 계좌이체 부분에서 큰 상승세(86.0%)를 보였다.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이처럼 현금 사용률이 낮아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결제방식이 간소화된 영향도 있고, 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안전자산 확보를 위해 현금을 쓰지 않고 보유하려는 심리도 있다. 실제 가계(23.3%⟶31.4%)와 기업(222만원⟶470만원) 모두 비상시에 대비해 예비용 현금을 보유하는 비중 및 규모가 증가했다. 이와 함께 현금을 ‘쓰고 싶어도’ 쓸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현금은 1만원권의 경우 재화 및 서비스 구입, 사적이전지출, 종교기부금·친목회비로 쓰이고, 5만원권의 경우 경조금으로 쓰이는 편이다. 10·50·100·500원화는 방치 장수가 많아(약 40%) 말 그대로 ‘잠들어’ 있는 상태다. 교통수단도, 프랜차이즈 음식점 및 미용실도, 편의시설도 무인(無人)화와 함께 현금을 거부하는 곳이 늘면서 대부분의 현금이 ‘시장’에 나타나질 않는다. 비단 경기도 내 은행점포만 봐도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227개가 줄어들었을 정도다. 상당수가 이용률 저하로 출장소 전환했거나 공동점포로 운영하거나 철거됐다. 이에 따른 나비효과로, 경기도 내 화폐발행액은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19년까지 1조1천950억2천만원(3분기 기준)이었던 금액이 3년 만에 1조13억4천700만원(2020년 3분기)까지 16.2% 낮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매장 등에서 과거엔 없던 ‘현금결제 거부’가 증가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은 거래내역의 회계처리 누락 위험과 현금의 분실·도난 위험, 입출금 등 관리비용 부담을 이유로 현금결제를 제한하는 분위기”라며 “고(高)금리 시대에서 현금이 ‘안전자산’으로의 수요가 늘면서 비현금지급수단 이용이 증가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화폐는 포용적 금융… 현금 가치·영역 지켜져야” 현금 사용 감소는 화폐 시장 축소와도 연결된다. 경기도 안에서 ‘현금’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고 지역 내에 ‘화폐’는 왜 유통돼야만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화폐는 *포용적 금융, 개인정보 보호 등 공적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전문가들은 비현금지급수단으로의 급격한 전환이 이뤄질 경우 추가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서라도 ‘현금’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현금 안 쓰니 전국 화폐 발행액도 ‘뚝’…경기도는 선방 실제로 현금 지출이 줄어듦에 따라 화폐발행액 역시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을 통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3분기’를 기준으로 화폐발행실태를 분석해봤다. 첫해(2017년) 전국 ‘화폐발행액’은 14조1천104억5천100만원에서 최근(2022년) 7조9천58억9천200만원으로 44% 감소했다. 화폐발행액이 줄어든다는 건 순유입 인구 감소와 같은 ‘경제규모 축소’를 의미한다. 한은 경기본부가 발행한 화폐 액수도 같은 기간 1조4천465억2천800만원에서 1조13억4천700만원까지 31% 떨어졌다. 전북본부 발행액이 12%, 경남본부 발행액이 11% 증가한 것과 비교했을 땐 다소 감소 폭이 큰 수준이지만, 부산본부(△59%)나 울산본부(△54%) 등 여타 12개 지역본부들에 비하면 그나마 ‘선방’한 성적이다. 반대로 말하면 전국적으로 화폐발행액수가 낮아지며 경제규모가 축소되고 있음에도, 16개 지역권 중 경기도는 3~4위 수준의 상위권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 경기도 內 화폐, 시장에 돌기보단 가계·기업의 ‘안전자산화’ 이어 ‘화폐환수액’을 봤다. 화폐환수액은 훼손, 오염 등으로 재발행하기 부적합한 화폐를 의미한다. 사람들의 ‘손때’가 많이 탈수록 환수액이 커지는 식이다. 2017년 3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 전국의 화폐환수액은 4조7천억원 수준에서 4조4천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거래보다 온라인 거래가 주축을 이룬 영향이다. 현금을 만지는 이가 적은 만큼 손상된 화폐도 비교적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 화폐발행액 대비 화폐환수액 비중(화폐환수율)이 낮았던 곳은 ▲경남(6년 평균 10.5%) ▲경기(15.3%) ▲강원(16.1%)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높았던 곳은 ▲제주(128.16%) ▲포항(101.5%) ▲목포(100%) 등이다. 시중에 공급된 화폐량에 비해 다시 돌아온 양이 낮다는 건 화폐가 어딘가에 묶여 있거나 외국 등으로 유출되고 있음을 뜻하며, 돌아온 양이 많다는 건 활발하게 유통 중임을 뜻한다. 즉 경기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경제규모 축소 폭이 덜한 상황에서, 그 돈이 시장 안에 돌지 않고 가계·기업 내에 ‘안전자산’으로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된다. ■ 한은·은행권·유통계 등 ‘화폐 수급 동향’ 머리 모아 한국은행도 같은 궤의 인식을 품고 있다. 지난 10월엔 한국조폐공사, 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 금융기관, 신세계·이마트 등 유통업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소기업중앙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화폐유통시스템 유관기관 협의회’를 발족하고 최근 화폐 수급 동향을 공유하기도 했다. 당시 한은은 코로나19가 국내 화폐유통시스템에 미친 영향과 화폐유통시스템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때 협의회에선 “금융기관 점포 및 ATM 수의 감소폭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확대되는 가운데, 일부 현금결제 거부 사례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현금접근성 및 현금사용선택권이 저하된다”며 “고령층, 저소득층 등 디지털 지급수단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의 경제활동 제약 가능성이 증대됐다”는 의견이 오갔다. 아울러 국민의 일상적인 현금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발권당국인 한국은행을 비롯한 화폐유통시스템 참가기관들의 각별한 관심과 대응 노력이 긴요하다고 덧붙였다. ■ 화폐 유통, 양음 있지만 가치는 지키자…“경기북부 현금 접근성 높여야” 전문가들은 ‘얼어붙은 현금 사회’의 장단이 있다고 본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실물 현금도 결국엔 수요에 따라 발행된다. 현재 현금에 대한 수요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어 발행액도 줄고, 필요성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물 현금이 사라질 때의 이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돈의 흐름이나 거래가 기록이 되기 때문에 회계가 투명해질 수 있고 불법적인 문제가 사라질 수 있다”면서 “반면 지불 수단이 모두 스마트화될 때도 단점은 있다. 해킹 및 도용 문제는 물론 지난번 카카오 사태 당시 우리가 먹통이 됐듯이 손 놓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여전히 ‘현금만 쓸 수 있는’ 계층이 존재하고, 비현금지급수단이 확대되는 데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지역 안에서 현금이 갖는 현금만의 가치는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저소득자나 고령자 등의 계층이 현금의 주요 사용층이긴 하나 이 외에도 현금은 여전히 유용하게 사용된다”며 “사회 모든 부분을 현금으로 처리하기엔 어려움이 있겠지만, 온라인 결재 과정에서도 처리 비용이 드는 건 마찬가지다. 취약계층에겐 비현금지급수단 역시 ‘체감 비용’이 존재하는 만큼 현금만의 가치와 영역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경우엔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과 연계한 현금 인프라를 개선·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정환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병원이나 약국 등 생활 속 필수적인 공간에서 현금을 받지 않는다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최근 카카오 먹통 사태를 보면 전자금융이 아무리 발전한다 한들, 통신망 장애가 생기면 현금 외엔 결제수단 없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ATM 축소 등 ‘현금 없는 사회’가 실현되면 현금유통망이 무너질 수 있는데, 기본적인 유통 인프라를 개선하면서 현금이 꾸준히 중요한 지급수단으로 유지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교수는 “군사지역과 농촌 위주로 구성된 경기북부는 특히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노년층 등의 금융 지원을 위한 수도권 차원의 연계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이연우·이은진기자 *포용적 금융: 금융 소외계층에게 금융 접근성을 높여 취약 가구 및 기업에 대한 기회를 확장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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