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송도극지연구소 극지환경 연구

북극과 남극은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1년 내내 새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미지의 땅. 차갑고 매서운 바람과 혹한을 이겨내야만 하는 곳. 365일 방한복으로 중무장하지 않으면 야외활동조차 불가능한 지역. 군인 시절 우리나라에서 가장 춥다는 강원도 철원 한 산 정상에서 나름 살인적인 추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 체감온도 영하 38도.대다수 사람은 이 말을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펭귄과 북극곰은 볼 수 없었지만, 북극과 남극 못지않게 춥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북극의 다산과학기지와 남극의 세종·장보고과학기지를 운영하는 극지연구소에서의 하루는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롭게 다가왔다.■ 혹독한 환경에서의 생존 그리고 진화 극지연구소 생명과학분야의 연구원들은 환경적응기작 연구를 통해 극지생물들이 혹독한 극지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적응 전략과 진화과정을 탐구한다. 극지생물들은 다른 지역에서 서식하는 생물들과 구별되는 적응기작을 보유하고 있다.우리가 사는 일반적인 지역과는 달리 특별히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며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같은 연구를 통해 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 환경오염 등 세계가 함께 감당해야 할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극지연구소를 방문, 실험의 일부를 체험했다. 건네진 흰 가운을 입고 왠지 벌써 연구원이 된 듯한 우쭐한 느낌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배양실로 향했고, 사실 잘 이해하기 힘든 용어들로 뒤섞인 설명이 끝나자마자 극지연구소 유전체사업단 연구팀이 북극에서 직접 채집한 북극꽃다지 식물을 받아들었다. 겉보기엔 어릴 적 할머니 댁 근처에서 보던 잡풀과 다름없어 보였지만 연구소 소속 박사들의 설명이 있고서야 북극꽃다지가 얼마나 대견한 식물인지 알게 됐다. 특히, 북극꽃다지를 비롯해 극지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들은 오랜 시간 저온에서 진화해 온 탓에 기후변화와 자외선 증가와 같은 환경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를 통해 극지연구소는 기후변화는 물론, 지구온난화 등을 감지 대처해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북극꽃다지 외에도 기자는 극지연구소 유전체사업단 이정은 박사팀을 따라 배양실 이곳저곳을 돌며 남극 및 북극에서 채집, 배양 중인 남극개미자리와 남극좀새풀 등 각종 식물을 관찰했다. 극지에 사는 식물들을 눈으로 관찰하고 이들의 삶을 어설프게나마 이해한 뒤 기자는 곧바로 연구 과정을 체험하기에 이르렀다. 극지연구소의 연구팀은 유전체학, 단백질체학, 대사체학 같은 첨단 과학적 기법을 사용해 극지생물의 생명정보를 다각도에서 분석하고 환경적응에 필요한 핵심 유전자를 발굴함으로써 극한생물의 생명 현상을 탐구하고 있다. 연구팀을 따라 극지생물의 진화적 기원과 성장을 포함해 분화, 유전자, 신호전달 등 다양한 생명현상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하기 위한 연구과정을 체험했다. 극지연구소에서 다루는 생물들은 보통 생물학 실험실과 다르다는 것을 극지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는 기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실험에서 많이 쓰이는 남조류는 상온에서 배양하는 경우가 많지만, 극지에서 온 남조류는 낮은 온도에서 더 잘 자라는 경우가 많아 저온 배양기에서 배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과정을 따라가는 내내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가 너무 많아 식은땀이 날 법도 한데, 이곳 배양실은 극지의 식물들을 저온에서 배양, 그 서늘함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막는다. 극지연구소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여러 종류의 현화식물 및 남극 지의류에서 분리한 남조류와 남세균, 빙하에서 분리한 미세조류 등 여러 가지 광합성생물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들의 특이성을 규명하기 위해 유전체를 분석하고,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유전자군을 선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주로 극한생물의 진화와 적응, 생태 등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학적 관점에서 연구할 뿐만 아니라, 극한생물로부터 생물자원발굴과 신규 생물소재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이들의 계통분석과 생물지리학적 분석을 통해 극지생물의 지리적 이동과 대륙이동은 물론, 생물진화 간 상호관계 등을 연구하고 있다.이 밖에도 극지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 환경오염 등 세계가 함께 감당해야 할 문제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 식물의 ‘주민번호’… 조사하면 다 나와? 극지연구소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업무 중 하나가 바로 극지에 사는 생물의 DNA 분석이다. 북극의 다산기지, 남극의 세종·장보고기지 등지에서 극지 기후변화, 지질학, 해양환경, 빙하, 생명과학 등 순수 과학을 연구하고 이를 통해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 등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DNA분석 등 연구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DNA추출, 세포조직 파쇄, 이를 통해 얻어진 배양액을 또 DNA추출 용액에 넣고 확인해야 하며 이 밖에도 채집된 생물 개체들을 개별 종으로 구분하는 작업인 종 동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DNA를 추출하기 위해 기자는 연구원들과 함께 어렵게 채집해 온 극지식물을 파쇄했다. 따로 배양을 하고 있어 연구에 필요한 자원은 충분히 있지만, 왠지 극지에서 어렵게 구해온 식물을 파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극지연구소 유전체사업단 연구팀의 다양한 연구를 위해서는 유전체를 구성하는 DNA에 극지생물의 생명정보가 전부 들어 있기 때문에 모든 연구에 DNA분석이 필수적으로 필요해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기자는 극지지의류의 ‘공생남세균’을 동정하기 위해 DNA를 추출하기에 앞서 공생 남세균의 세포조직을 파쇄했다. 정확한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 이같은 연구에 도움이 되고자 어렸을 적 어머니를 따라 김장을 할 때 갈던 마늘보다 훨씬 정성을 다해 곱게 갈았다. 이렇게 파쇄돼 얻어진 배양액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DNA추출 용액에 넣고 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유전물질 DNA는 유전자를 이루는 기본 단위로, 이를 더 작게 자르면 A, G, C, T라고 표기되는 4개의 염기로 구분된다. 염기들의 배열 구조에 따라 유전정보가 달라지는 것이다. 한 개체의 DNA의 총 염기서열을 유전체라 하며, 이는 생물종 유전정보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의 경우 30억쌍 정도의 DNA를 갖고 있으며, 유전체를 해독한다는 것은 해당 생물의 생명정보를 모두 해독한다는 의미다. 고등생물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5종의 극지생물의 유전체가 해독됐으며, 이중 남극대구와 남극요각류, 2종이 극지연구소에서 해독됐다.이번 연구 과정에서 기자는 연구팀과 함께 남세균이 어떤 종류인지 확인하기 위해 DNA를 채취, 염기배열 순서 확인 작업에 돌입했다.생물의 DNA는 그 생물의 주민등록번호와 같다. 앞서 추출된 DNA를 2시간가량 PCR이라는 기기에 그 반응을 살폈다. 이는 DNA 증폭을 위한 작업인데, 염기서열분석 결과를 쉽게 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어떤 종에서부터 유래한 DNA인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이 같은 방법으로 수억개의 DNA 염기서열 중 특정 부위만 증폭해 분석할 수도 있기도 하지만 세포에 들어있는 수억쌍의 DNA를 한꺼번에 읽어 낼 수도 있다.최근 이슈가 되는 유전체 해독은 이 대용량서열분석기를 통해 얻어진 염기서열정보를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극지연구소는 대용량 서열분석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모두 연구소에서 진행할 수 있으며, 극지 생태계에서 주요 위치를 차지하는 생물종이거나 특이한 생리적 대사물질을 가진 생물종,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이 높은 생물종 등을 타깃으로 유전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이정은 박사는 “연구팀은 극지생물 중에서도 극지식물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들의 주요 유전자원을 발굴해 얻어진 연구결과는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용 식물자원 개발로 이어지고, 나아가 미래 식량에너지개발에 이바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지연구소의 생명과학연구는이처럼 기자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체험한 극지연구소는 북극의 다산기지, 남극의 세종·장보고기지를 통해 극지 기후변화, 지질학, 해양환경, 빙하, 생명과학 등 순수 과학을 연구한다.이와 함께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는 물론, 에너지 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북극해 주변에 매장된 석탄·석유·천연가스·금속 광물 자원 등을 탐사하고 있다.또 극지 환경에 대한 연구와 그곳에 사는 생물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으며, 생물자원 및 천연물질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응용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이중 극지연구소가 진행하는 생명과학연구는 살아있는 생물과 생명의 현상과 기능의 진화, 적응, 생태 등 다양한 생물학적 관점에서 시작한다. 이를 위해 극지생물의 환경 적응 기작 연구와 극지생물의 다양성과 진화연구, 극지생태계 연구와 환경모니터링 연구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여기에 극한생물로부터 생물자원발굴과 신규 생물소재개발과 같은 다양한 연구는 물론, 극지 환경모니터링 연구와 미래를 위한 생명자원뱅크도 운영하고 있다.최성원기자사진=장용준기자

[1일 현장체험] 스키 패트롤

겨울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눈과 추위는 반갑기만 하다. 스키ㆍ보드를 즐기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스키장은 더 많은 인파로 북적거린다. 스키와 보드를 타고 설원(雪原)을 가르며 스피드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추위도 잊어버린다. 수 많은 사람들이 눈밭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는 동안 그들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不撤晝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안전요원인 스키 패트롤이다. 기자도 대학 시절 스키장 인근 렌탈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만 나면 슬로프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직업전선(?)에 뛰어든 이후 바쁘다는 핑계로 겨울스포츠와는 잠시 떨어져 지내왔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일일체험. 오랜만에 스키를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고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 일일 스키 패트롤에 도전했다. ■ 스키장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 패트롤 체험을 하기로 한 지난 22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전날부터 종일 내리던 가랑비가 멈출 줄 몰랐다. 이틀째 내린 비로 슬로프가 녹아내리지 않았을까라는 불안감 속에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를 찾았다. 생각과 달리 잘 정돈된 설원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스키어들이 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패트롤실의 문을 열자 박원서(42) 부대장이 반겨줬고, 곧바로 패트롤의 임무를 설명했다.박 부대장은 “패트롤은 스키장 내에서 부상자가 발생하면 신속한 응급처치와 후송을 담당하고 있지만 만약에 있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다른 대원들과 함께 박 부대장의 주의사항을 숙지한 뒤 응급처치 도구와 장비를 챙겼다.고객들을 상대하는 만큼 사무실을 나서기 전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 간단한 준비 운동 후 기다리던 슬로프로 향했다. ■ 안전장비 설치와 안전망 보수 가장 먼저 주어진 임무는 안전장비 설치였다. 오래전부터 꼭 한번 타보고 싶었던 스노우 모빌에 올라 중급자 코스인 오렌지 슬로프 정상으로 향했다.패트롤 3년 차인 김영수 대원과 함께 정상 한 켠에 놓인 후송용 썰매의 이상유무를 확인한 뒤 골짜기 군데군데 자리잡은 철재 기둥을 원형 매트로 감쌌다. 평지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는 작업이었지만 꽉 조이는 스키부츠를 신고 경사면을 오르내리다 보니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먼발치에서 박 부대장의 외침이 들렸다. 느슨해진 안전망을 보수하라는 주문이었다. 어깨에 메고 있던 드릴로 바닥에 구멍을 낸 뒤 기둥을 세워 안전망을 촘촘히 설치했다. 불과 10여m 이동했을 뿐인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런 작업을 매일, 그것도 7개 슬로프 전 구간에 걸쳐 수시로 점검한다고 하니 존경심마저 들었다. ■ ‘미션’ 위험구간을 찾아라 다음 미션은 ‘위험구간 점검’이었다. 스키를 신고 리프트에 올라 흔들림이나 소리가 나는 구간이 없는지 주의깊게 살폈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정상에서부터 천천히 경사면을 내려왔다. 오랜만에 밟은 눈이라 신난 나머지 잠시 본분을 잊고 어설픈 실력을 뽐냈다. 아니라 다를까 박 부대장이 불러세웠다.박 부대장은 “슬로프는 미세한 온도 차에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점검을 소흘히 하면 안됩니다. 우리는 실수로 지나칠 수 있지만 고객들은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라고 다그쳤다. 이날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물이 고이는 구간도 생기고, 눈을 뿌렸을 경우에는 구간에 따라 설질이 건설과 습설로 변하는데 습설인 경우 스키가 바닥에 붙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게 박 부대장의 설명이다.슬로프 하단부에 다다랐을 때 박 부대장이 손짓했다. 스키를 안전한 곳에 벗어두고 박 부대장에게 다가가자 전날부터 내린 비로 물이 고인 구간이 생겨나 부츠의 반 이상이 잠겼다. 박 부대장과 재빠르게 위험구간 유도 라인을 설치한 뒤 다음 슬로프로 향했다. ■ 초보자 코스에서는 ‘슈퍼맨’ 스키장 가장 왼쪽에 위치한 초보자 코스인 레몬 리프트에 탑승했다. 시즌 초반 평일이었지만 초보 스키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강습을 받기 위해 슬로프를 가득 메웠다. 박 부대장의 지시에 따라 넘어져 옴짝달싹도 못하는 고객들에게 손을 내밀었다.아무리 초보자 코스였지만 경사면에서 도움을 주는 일이 쉬운일이 아니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안전망에 걸린 사람, 거꾸로 경사면을 오르는 사람, 스키가 벗겨진 사람, 폴을 떨어뜨린 사람 등 수많은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자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혹여나 뒷사람과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렀다. 패트롤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족한 실력이지만 초보자 코스에서 만큼은 슈퍼맨이 된 것 마냥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기자의 도움에 고객들은 ‘감사합니다’로 화답했고, 뿌듯함을 한껏 느끼며 마지막 임무를 완수했다. ■ 안전요원에 대한 배려·양보 절실 패트롤실로 돌아가는 길에도 박 부대장은 고객들의 안전을 강조했다. 안전을 위해서는 자신의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이 이를 지키는 않아 아쉽다는 것. 문득 렌탈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장비 튜닝을 위해 고객들에게 실력을 물으면 ‘나는 상급자’, ‘경력 10년’ 등 실력과 달리 자신을 과대 평가하는 고객들이 대다수였다.박 부대장은 “고객들이 부상을 입었을 때 빠른 대처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합니다”라며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스키장 방문시에는 헬멧 등 보호장비를 꼭 착용해야 합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박 부대장은 “패트롤 생활을 하다보면 어린 대원들이 상처를 입을 때가 많습니다.여기 있는 대원들 모두 가정에서 귀한 아들이고 딸이지만 몇몇 고객분들께서는 어리다는 이유로 하대하고, 욕설은 물론 폭행을 가할 때도 있습니다. 억울하고 화가날 때도 많지만 고객이라는 생각에 꾹 참고 사무실에 복귀해 눈물을 흘리는 대원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픕니다”라며 “패트롤은 고객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만큼 조금만 배려하고 양보해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했다.홍완식기자·사진=오승현기자

[1일 현장체험] 경기도립의료원 간병·간호조무사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나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간호대생들이 간호사가 되기 전 낭독하는 ‘나이팅게일 선서’다.간호대생들은 대학을 졸업할 때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정신을 상징하는 촛불에 점화한 뒤 나이팅게일 선서문을 낭독하고, 전문 간호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서약한다.선서문은 현대간호의 선구자인 백의 천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이름으로 만들어졌다.지난달 16일 기자는 이날 하루 나이팅게일의 삶을 살아보기 위해 경기도의료원을 찾았다. 다만, 이날 기자가 체험할 수 있던 것은 간호조무사. 간호사는 전문간호행위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비전문가인 기자가 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랐다. 이에 간호와 진료업무를 보조하는 간호조무사를 체험하기로 했다. 오전 8시30분 도의료원 간호과장실에서 박효숙 간호과장과 조주연 수간호사를 만났다. “보통 일이 아닐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어떻게 간호조무사 체험을 할 생각을 다하셨어요.” 박 과장이 걱정스런 얼굴로 입을 뗐다. 옆에 있던 정 수간호사도 거들었다. “각오 단단히 하셔야 할 텐데요. 생각하는 것보다 힘든 일이 많을 겁니다.” 사실 이때 까지만 해도 나이팅게일의 선서가 무엇을 말하는지, 간호사가 지닌 사명과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알지 못했다. ‘까짓것 매일 있는 욕 없는 욕 다 먹고, 마감시간에 쫓겨 아등바등 살고 있는 기자만하겠어. 오죽하면 평균수명이 67세 밖에 안 되겠냐고’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것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인 줄. 그리고 또 몰랐다. 내 직업에 얼마나 감사하게 될 것인지. 박 과장과의 간단한 담소를 끝내고 본격적인 체험을 하기위해 도의료원 수원병원 3층 3병동으로 이동했다. 조 수간호사가 갈아입을 옷을 건넸다. 위아래가 파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조 수간호사가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가장 강조한 것은 손 씻기. “손 씻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나 자신과 환자를 위해 빼놓으면 안 되죠. 환자와 손이 닿거나 환자의 물건을 만진 뒤에는 반드시 손 소독제로 손을 닦아줘야 해요.” 그리고 업무분장표를 건네받았다. A4용지에는 이날 해야 할 일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호흡기치료부터 코와 목의 이물질을 빨아들이는 석션(suction), 식탁 닦기 및 식사준비, 금식환자체크, 식사보조, 체위변경, 등 마사지, 낙상예방, 체중측정, 안약, 화장실 부축, 냉찜질, 온찜질, 세발, 세안, 틀니세척, 구강간호, 회음부 간호, 이불교환, 환의 교환, 입ㆍ퇴원환자 체크까지 몸이 둘이라 해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루에 다 하신다는 거예요.” 기자가 놀란 토끼눈을 하고 물었다. “그럼요 저희한텐 일상인 걸요.” 업무분장표에는 단순히 할 일들만 적힌 것이 아니었다. 각 세부 사항별로 환자의 이름과 특징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환자 개개인에 맞는 간호행위를 하기 위해 매일 밤 확인해 두는 것이다. 손 씻기 교육과 할 일들을 전달받고, 조 수간호사를 따라 병실로 이동했다. “먼저 환자를 체크할 거예요. 병동을 돌면서 간밤에 특이사항은 없었는지, 환자들이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환자 대부분의 머리가 희끗희끗했다. 조 수간호사는 입원 환자의 평균 연령이 70세라고 설명했다. 치매나 알코올의존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많으며,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이 많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무래도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의료원이다 보니 일반 병원을 이용할 수 없는 환자들이 많아요. 몸도 마음도 외로운 분들이기 때문에 간호행위에 더 신경을 써야 하죠.”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해야 하는 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기저귀 확인. “거동이 불편해 화장실을 갈 수 없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기저귀를 사용해요. 기저귀는 바로 갈아주지 않으면 환자들이 힘들어 하기 때문에 수시로 확인하고 있어요. 저쪽 김 할머니가 불편하신 것 같네요. 기저귀를 갈아보죠.”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기저귀라. 아기 기저귀도 갈아본 적 없는 기자가 환자의 기저귀를 간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런 기자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조 수간호사가 “처음이 어렵지 하면 다 할 수 있다”며 위로했다.마음을 추스르고 조 수간호사를 도와 기저귀를 갈기 시작했다. 헌데 웬걸 기저귀를 갈고 나니 할머니가 우시는 게 아닌가. 조 수간호사는 “아이고 우리 할머니 또 우시네, 뭐가 그렇게 서러워. 우리 할머니는 눈물이 너무 많은 게 탈이야. 기저귀 잘 가셨으니까 우리 요플레 먹자”고 할머니를 달랬다. 그리고는 기자에게 “기저귀를 갈 때 우시는 분들이 있어요. 어쩌다 자기 신세가 이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을 보이시는 같아요. 마음이 아프죠”라고 귀띔했다. 할머니의 눈물에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나이팅게일의 선언문이 떠올랐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가진 사명과 책임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간호행위는 단순히 아픈 환자를 돌보는 일만이 아니다. 몸이 아픈 만큼 마음이 아픈 환자를 돌보는 일이었다. 그 뒤로 식탁 닦기 및 식사준비, 식사보조, 체위변경, 화장실 부축, 세발, 세안, 이불교환, 병상청소 등 오늘 하루 나의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과를 진행했다. 도의료원에는 이런 간호행위가 24시간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24시간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립의료원은 여타 공공의료기관 중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 운영에 있어 선제적인 역할을 했다.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전문 간호 인력이 24시간 환자를 직접 간호하고, 모든 입원서비스를 병원이 제공하는 정부 주도의 사업이다. 도의료원은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인 2014년 4월부터 수원과 의정부병원에서 시범운영했고, 현재 파주, 이천, 안성, 포천병원에까지 확대 실시하고 있다. 이날 체험한 결과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인력. 46개의 병상을 한조에 평균 5명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한명의 간호사가 10명의 환자를 돌보는 셈. 단 몇 시간의 체험이었지만 사명과 책임의 무게는 컸고,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자가 든 생각이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분명 고된 일이다. 일만 고된 것이 아니고 마음도 고되다. 하지만 이날 하루 함께한 조 수간호사와 다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환자 한명 한명을 마치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돌보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한 감동과 감사를 느낄 수 있었다.이들의 헌신과 노력을 3천자에 다 담을 순 없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잘 전달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시연기자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이색카페 창업 멘토를 만나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대부분 사람은 65세에 정년퇴직을 한다고 해도 10년가량은 더 일을 해야 하는 고된 운명에 놓여 있다.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천542명을 대상으로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72.8%가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창업을 생각하는 이유로는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52.3%,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지만 ‘정년 없이 평생 일할 수 있어서’(45.5%)도 중요한 이유로 꼽혔다. 계획 중인 창업 분야로는 ‘카페 및 베이커리’(29.2%)가 가장 많았고 ‘음식점 등 외식업’(28.4%)이 바로 뒤를 이었다. 이에 ‘현장 속으로’ 순서를 맞아, 카페 창업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나서 그들과 함께 교육을 받고 창업 준비의 세계를 살짝 엿보기로 했다. 앞으로 20년은 넘게 일을 해야 정년을 맞이하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나 역시 창업이라는 정글에 뛰어들 것 아닌가. ■ 치열한 창업준비 현장… 그 속에서 피어나는 행복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을 만나기 위해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센터에서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도 소상공인 도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앙금 플라워 떡케이크 만들기에 도전하는 이호준 기자. 이 사업은 성공적인 창업을 이뤄낸 소상공인들과 창업 희망자를 1대1로 매칭, 창업희망자들이 소상공인 멘토로부터 기술 및 경영노하우를 전수받고 현장 경험까지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특히 센터는 소상공인 멘토에게 기술지도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창업 희망자에게도 현장연수비용을 제공, 창업희망자들은 노하우로 전수받고 돈도 지원받을 수 있는 ‘핵꿀’ 같은 지원사업이다.센터로부터 소개받아 찾은 현장은 성남시 까치마을신원아파트 상가동에 위치한 ‘숲’이라는 카페다. 처음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아~ 예쁘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숲 카페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들이 시선을 잡아끌고 따뜻한 느낌의 조명 때문인지 아늑한 ‘사랑방’을 연상케 한다. 숲 카페 대표는 박영분씨(44). 성공한 창업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박 대표이지만 5년 전만 해도 가정주부였다. 박 대표가 카페를 창업하게 된 것은 평소 몸에 좋지 않다는 생각에 마시지 않던 커피를 우연한 계기로 마시게 됐고, 2~3달 꾸준히 커피를 마시면서 이뇨작용으로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보통 커피는 건강에 해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커피에 포함된 항산화 물질이 암세포 발생을 억제해 간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당뇨병 발생 위험도 줄인다는 보고서도 있다. 커피를 약으로 접근하게 됐다”며 “커피에 푹 빠진 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어 카페 창업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형프랜차이즈는 물론 개인 카페도 즐비한 카페 홍수 시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앙금플라워’ 떡 케이크라는 아이템을 꺼냈다. 단호박설기 위에 꽃잎 모양의 강낭콩앙금을 이용해 장미ㆍ작약ㆍ애플블러썸ㆍ국화 등 다양한 모양의 떡 케이크를 선보인 것이다.이 앙금플라워 떡 케이크는 고객들에게 신선한 반응을 일으켰고, 2천만 원의 자금을 갖고 광주시에서 처음 카페 창업을 시작한 박 대표는 이제는 성남에 2호점까지 운영할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박 대표와 매칭돼 창업 교육을 받고 있는 조옥희씨(44)는 박 대표에게 성공 비결을 배우고자 하남시에서 성남시까지 일주일에 1~2회 찾아와 교육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대부분 창업자들이 자금 문제에 시달리고 있고 나 역시 창업을 할 때 자금이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있어 예비 창업자들이 찾아오면 컨설팅 비용을 받지 않고 도와주고 있다”며 “창업이라는 인생에 있어 어려운 결정을 내린 분들에게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씨 역시 “꽃차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커피에 대해서는 잘 몰라 이곳에서 커피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며 “차는 색과 향이 즐겁게 해주고 커피는 미묘한 맛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앙금플라워 떡 케이크부터 아메리카노까지 마스터 이제 본격적인 실습이다! 오늘 나의 도전은 ‘애플블러썸’ 단호박 떡 케이크 만들기. 박 대표가 미리 만들어 놓은 단호박설기에 꽃 장식을 해야 한다.앙금은 백련초와 단호박, 치자 등 어떠한 재료를 섞었는지에 따라 다양한 색을 띤다. 앙금의 모양은 짤주머니에 어떠한 팁을 끼우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옆에서 코치해 주는 대로 먼저 단호박 떡 케이크 위에 꽃을 올려놓을 터를 만들고 꽃잎을 하나하나 올려놓았다.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힘 조절! 짤주머니를 너무 꽉 짜도 모양이 이상하고, 살살 짜면 앙금이 생각대로 나오지 않고… 엉망진창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보통 앙금플라워를 배우는 분들이 3개월 이상 연습하고 배운다고 하니, 갑자기 하루아침에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오늘 하루 어떻게든 집중해 떡 하나는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다짐으로 집중 또 집중했다. 연습을 거듭할수록, 망치는 앙금이 많아 질수록 박 대표에게 미안한 마음이 쌓여갔다. 혹시 내가 버리는 앙금을 보면서 박 대표의 마음에는 다른 의미의 ‘앙금’이 쌓인 것은 아닐까?! 이 자리를 빌려 죄송했다는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다. (^^) 떡 위에 꽃잎이 하나둘씩 올려져 가고 꽃잎 사이 사이에는 꽃 이파리로 꾸몄다. 마지막으로 꽃잎 위에 암술머리를 올려놓으니 애플블러썸이 돼야 하는데 왠지 무궁화 같은 모양이 되니 당혹스럽기만 했다. 그래도 박 대표가 조금 다듬어 주니 정말 아주 예쁜 무궁화 단호박 떡 케이크가 되는 것 아닌가! 몇 시간을 걸려 겨우 완성했지만 생각보다 아주 예쁜 떡 케이크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떡 케이크는 손님들에게 8천 원 정도에 팔린다고 하는데 너무 싸게 파는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동안 카페에서 많은 케이크를 먹으면서 늘 비싸다고만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입장이 바뀌어 봐야 하는 건가. 아무튼 손수 시간 걸려 만들었고 천연재료만 사용해 만든 떡 케이크인데도 너무 싸게 판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보니 아직 창업을 하기에는 정신수양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떡 케이크 체험을 마친 후 에스프레소머신을 이용해 아메리카노 커피를 만드는 법을 살짝 배워봤다. 평소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면 왜 이렇게 늦게 나오느냐고 온갖 성질을 많이 냈었는데 내가 직접 에스프레소머신을 이용해 커피를 내려보니 ‘세상 참 만만한 일이 없구나!’ 라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에스프레소머신을 이용해 아메리카노 커피를 만드는 것은 그리 크게 어렵진 않았는데도 처음 다뤄보는 기계여서 어리바리, 한참을 헤매야 했다. 이제 앞으로는 카페를 가면 직원들에게 늘 고마워하고 차분하게 커피를 기다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하루였다. 커피를 내리는 체험까지 마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종료했다. 아직 나는 창업을 실제 준비하고 있지 않아서인지 가벼운 마음에 즐겁게 연습을 했는데 실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을 옆에서 바라보니 참 신중하고 비장한 모습까지도 엿볼 수 있었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는 나에게 박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창업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꼭 자기만의 색을 찾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루였지만 창업을 한다는 것이, 내가 책임을 지고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무거운 일인지를 엿볼 수 있는 하루였다. 예비창업자분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이호준기자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의왕 레일바이크 운행원 도전기

어린 시절 할머니 댁 앞을 지나던 단선 철길 옆에는 가을만 되면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이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작은 공판장이 나왔다.공판장에 가면 항상 10원짜리 풍선껌을 샀고, 이 철길을 따라 되돌아왔다. 이제는 철길에 잘못 올라갔다가는 처벌을 받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기차 바퀴가 지나가는 10㎝ 가량의 좁은 철길에 올라 중심을 잃지 않고 한발 한발 내딛는 데에 즐거움을 느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가수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김민우의 ‘입영 열차 안에서’ 등 명곡들을 굳이 소개하지 않더라도 철길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음직하다.누군가에게는 막힘 없이 달리는 기차의 모습으로, ‘빵’ 하는 열차 특유의 경적 소리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철로’는 낭만으로 꼽힌다. 지난 4월 의왕 왕송호수에는 이러한 추억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다. 호수 한 바퀴를 두르는 ‘레일바이크’가 문을 연 것이다. 비록 속도는 기차에 미치지 못하지만, 아름답게 꾸며진 철로를 페달을 힘껏 밟아 지나가다 보면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철도에 대한 추억과 낭만을 품고 의왕레일파크 일일 직원에 도전했다. ■ 레일바이크 운영의 시작은 청소안전점검 가을의 오전은 쌀쌀했다. 구름도 많이 껴 날도 흐렸다. 주말도 아닌 평일, 손님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하며 의왕레일파크에 도착했다. 늦지 않게 오전 9시30분에 도착했지만 이미 직원들은 모두 현장에 나가 있었다. 사무실에서 만난 주용준 대표가 오늘 해야 할 일을 먼저 설명했다.“첫차가 10시10분에 출발하는데 4팀이 예약을 했습니다. 이제 오픈 준비를 해야 하니까 빨리 현장으로 나가보시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신발을 안전화로 갈아 신었다. 철로에 발이 빠지거나 차량에 깔리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매표소를 지나 탑승장 쪽에는 이미 직원 3명이 나와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하게도 청소였다. 손님들이 타는 레일바이크 차량인 만큼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스태프들과 함께 손잡이를 비롯해 의자, 외부 등 깨끗한 마른 수건으로 먼지를 제거했다. 현재 의왕레일파크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은 총 100대다. 이 가운데 실제 운영에 이용되는 차량은 95대. 나머지 5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예비용으로 둔다. 운행을 하다가 갑작스레 레일바이크가 멈춘다거나 고장이 날 경우 즉시 새로운 차량을 투입해 손님들이 겪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 많은 차량을 청소하다 보니 어느새 첫차 운행시간이 다가왔다.그렇다고 해서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레일바이크 차량에 동력을 전달하는 ‘페달’ 점검이다. 페달이 고장 나면 차량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손님들이 운행하기 전 청소를 하면서 함께 페달을 점검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4인용으로 꾸려진 차량에는 총 4개의 페달이 달려 있다. 이 페달을 모두 돌려보면서 제대로 돌아가는지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다행히 문제가 있는 페달은 없었다. 주 대표는 “손님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결과 안전이라 생각한다”며 “오픈 전에 차량을 닦고 점검하는 일이 생활화됐다”고 설명했다. ■ 관광객 맞이 분주… 따뜻한 미소는 ‘만국 공통어’ 오전 10시10분이 되자 4명씩 4팀, 총 16명의 관광객들이 탑승구로 모였다. 우리나라 관광객뿐 아니라 대만에서 온 1팀도 있었다.첫 손님이라는 생각에 긴장됐지만 레일바이크를 즐길 생각에 환한 미소를 보이는 손님들을 보자 이내 차분함을 되찾았다.티켓을 확인하고 한명 한명 레일바이크 차량에 태웠다. 레일바이크 이용법을 설명하는 것은 기본이다. 안전한 페달 이용 방법과 이용 수칙 등을 안내하고 손님들의 안전벨트를 하나하나 점검했다.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벨트가 제대로 잠겼는지, 꼬이지 않고 올바르게 착용했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4대의 차는 잇따라 움직이면 안 된다. 10m 이상 충분한 안전거리가 확보된 다음에서야 다음 차량을 출발시켰다. 페달을 힘껏 밟는 손님들에게 손을 흔들며 구경 많이 하고 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어떤 말을 하는지 알아듣진 못했겠지만, 대만의 한 여성 관광객이 “땡큐(Thank you)”라고 화답해줬다. 손 인사와 미소는 역시나 만국 공통어였다. 첫 손님이 떠나고 다음으로는 호수열차가 운영될 시간이다. 호수열차는 페달을 밟기 어려운 어르신과 어린이, 장애인 등을 위해 마련됐다. 낮은 속도로 천천히 호수 한 바퀴를 도는 미니 동력 열차다. 열차의 기관사 역할을 하는 노진호 사원에게 기차 조작법을 배웠다.운행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속도만 빠르지 않게 조절하면 기차가 철로를 따라가는 만큼 방향조종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어린 시절 꿈꿔온 ‘기차 운전’의 꿈을 잠깐이나마 이룰 수 있는 순간이었다. ■ 모든 운행의 기본은 첫째도 둘째도 ‘안전’… 국가대표 새 관광 명소를 꿈꾼다 의왕레일파크가 무엇보다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바로 ‘안전’이다. 4.3㎞ 구간의 철로에는 42개의 CCTV가 설치돼 있다.혹여 철로로 갑자기 누군가 들어오면 실시간으로 확인, 안전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레일바이크 차량의 견인을 위한 자동차도 따로 마련돼 있다. 종종 힘에 부친 관광객들이 철로에 차량을 버리고 그냥 가거나 운행 중 고장이 나면 견인차량을 이용해 곧바로 회수 조치에 들어간다.이렇다 보니 20명의 직원은 매일같이 긴장의 연속이다.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주 대표는 “관광지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분야는 안전일 수밖에 없다”며 “전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매일 안전점검과 불상사에 대비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의왕레일파크는 입소문을 타고 벌써 16만 명이 찾아갔다. 도심 속에서 철로의 낭만과 왕송호수의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어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의왕과 경기도를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되고자 하는 의왕레일파크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해본다. 이관주기자사진=오승현기자

[1일 현장체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감독관

수도권매립지관리(SL)공사. 불과 십수년 전만해도 ‘쓰레기매립지’로 악명을 날렸고, 인천시민의 미움을 한몸에 샀다.SL공사로 이어지는 지금의 ‘드림로’는 ‘쓰레기 매립지 도로’라 불렸고, 주변은 ‘쓰레기 매립 동네’ 또는 ‘쓰레기 동네’라고 불렸다.하지만 지난 2000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쓰레기’라는 단어를 빼고 이름을 바꿔 새롭게 태어났다. 이름 뿐만이 아니다.15년이 넘는 시간동안 인천과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양의 폐기물을 받아 처리하면서 노하우를 쌓았고, 지금은 전국이 아닌 전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매립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그동안 SL공사는 시민들이 미워해 준 만큼 스스로를 담금질 하며 성장했고 결국 국화꽃 축제와 드림파크CC로 완벽하게 이미지를 탈바꿈했다. 매년 가을, 인천시민은 물론 수도권의 많은 관광객들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발걸음을 하고 있고, 수많은 골프인들이 드림파크 CC를 오간다.이러한 SL공사가 있기까지는 구성원 모두의 화합은 물론, 어디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은 개개인의 역량이 뒷받침 됐지만, 그보다 더 밑바닥에서 단단한 디딤돌이 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반입 폐기물 감독관들이다. 이들은 인천의 환경지킴이이자 안전관리자로, 중장비 사이를 거침없이 가르며 반입 금지 폐기물을 걸러 악취를 잡는가 하면 가스배출 등을 막아 안전을 지킨다. SL공사 측의 “힘들다. 초보자는 위험하다”는 만류를 뒤로하고 기자는 SL공사의 매립장으로 뛰어들어 그들의 고된 업무를 체험해 봤다. ■ 세계서 가장 수준 높은 매립지 관리 시스템 생활폐기물과 건설폐기물 등 SL공사로 폐기물을 들여오는 차량은 모두 통합계량대를 거치는데, 오전 6시부터 이들의 러시가 시작된다. 지난 26일 오전 7시께. 감독관들과 함께 근무복과 안전화, 안전모에 마스크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업무에 투입됐다. 우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기 전, 동료들과 함께 할 일이 있다. 새벽길을 달려 먼곳까지 와 아침식사를 걸렀을 게 뻔한 운전기사들에게 샌드위치와 주먹밥 2개, 음료수는 물론 물휴지까지 함께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며 인사를 하는 것이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고된일을 하는 업무적으로 서로 느껴지는 동료이기 때문이다. 1시간여가 지나 기사들과 웃으며 뿌듯함을 느낄 새도 없이 통제실로 이동했다. 모니터를 통해 폐기물 반입 차량들이 제자리를 잘 찾아가는지 확인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됐다고 한다. 차량이 통합계량대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해당 차량이 이동해야 할 매립구간을 안내하고 또 그 차량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 감시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몇대의 모니터를 순간순간 계속 바라봐야 하기에, 눈이 바빠진다. 어디선가 혹시 정체가 일어나진 않는지, 또 정체구간이 아님에도 1~2대의 차량이 한군데서 생각보다 오랜시간 머물며 움직이지 않으면 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SL공사 관계자는 “물론 24시간 모니터 앞에 앉아 매립지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감시하는 요원은 따로 있지만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기도 전에 대부분 직원들이 이 모든 업무를 조금씩 나눠서 한다”고 전했다. ■ 나는 감독관! 위반 폐기물 앞에 ‘자비’란 없다 최대높이 40m의 매립장에 직접 올랐다. 깜짝 놀랬던 것은 바로 갈매기. 바닷가에서보는 것 보다 더 많은 갈매기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기한 듯 쳐다보며 이유를 물었지만, 선임(?) 감독관들의 표정은 굳어있다. 표정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공(公)은 공, 사(私)는 사. 운전기사와 친분이 있다해도 매립지의 안전과 인천의 환경파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분위기에 압도되듯 기자의 표정도 굳어져감을 스스로 느낀다. 수백만원의 벌금을 물려도, 멀리서 싣고 새벽길을 달렸을 기사들의 노고를 잘 알아도, 감시는 철저하다. 매립 현장에서 감독관들은 그야말로 저승사자다. 이때 멀리 건설폐기물 매립현장에서 한 감독관이 작업을 멈춘다. 이곳에 있던 모든 중장비들이 작업을 멈췄고, 감독관의 매서운 눈이 폐기물 속에 숨어 있던 가연성 폐기물을 잡아낸다. ‘얄짤없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다. 기자는 손에 쥐고 있던 태블릿pc로 어떤 지자체에서 들여온 폐기물인지, 폐기물을 옮긴 업체는 어딘지 확인한 뒤 증거로 남길 사진을 촬영했다. 불과 한두시간 전 샌드위치를 건네며 웃으며 이야기도 나눈 기사라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감독관 A씨는 “나도 사람이라 단속을 하고, 싣고 왔던 폐기물을 그대로 담아 도로 가져가라고 처분하면 마음이 아픈데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며 “그래서 감독관 상당수가 선글래스를 착용하고 있는데, 눈과 눈을 직접 마주하면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잠시후 다른 감독관과 각종 폐기물 매립 현장을 돌며 매립이 고르게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는 매립 과정에서 차량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전도되는 것을 막는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환경파괴 방지와 안전을 책임지는 감독관은 현장에서 말 그대로 법이고, 신이고, 저승사자다. ■ 어두운 과거 ‘자정노력’… 친환경 인천 일등공신 고된 업무 과정 중간에 잠시 쉬는 시간. 한 감독관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살짝 들었다. 어두운 과거였다. 한 감독관은 “반입 폐기물은 정해진 바에 따라 음식물이 혼입되면 안되고 건설폐기물에도 가연성 폐기물이 섞이면 반입 자체가 불허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면서 “인천 시민들은 물론, 특히 서구 주민들이 겪는 악취 등의 고통을 덜어주고 그나마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까다로운 조건에도 반입되면 안되는 폐기물이 섞여 들어왔다가 적발되면 반입 수수료에 비례하는 벌금이 t단위 무게로 곱해져 최대 차량 1대에 16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물론 그 폐기물은 전량 반송된다. 결국 폐기물 반입 차량 기사들은 싣고 왔던 폐기물을 그대로 다시 싣고 가야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 감독관은 “이러다보니 차량 기사들은 친한 감독관들을 찾게 되고, 이들이 근무하고 있는 매립구역으로 들어가 이른바 ‘커피값’을 지불하고 위반 폐기물을 버리는 대신, 이를 눈감아줄 것을 부탁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SL공사는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높이기 위해 차량이 통합계량대를 통과할 때부터 랜덤 방식으로 매립 구역을 지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지금은 전 세계 매립장이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감독관들의 어두운 과거지만, 이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발판이 된 셈이다.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은 “매립현장에서는 예측 자체가 불가할 정도로 많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어 감독관들은 모든 업무에 있어 철저를 기한다”며 “이들이 우리 공사의 가장 튼튼한 기초로, 경기일보는 SL공사의 기반을 체험한 셈”이라고 말했다.이인엽기자사진=장용준기자

[1일 현장체험] 성우 도전기

쉬워보였다. 팝콘 한 그릇 가득 튀겨놓고 배 깔고 누워 보는 애니메이션 속 성우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는 그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신비로웠다. 한편으론 까짓 해야 흉내 내는 일이 뭐가 어려울 성싶어 시큰둥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며 이야기를 알아들을 만큼 자라자 다양한 ‘소리’에 눈을 빛내며 물개박수를 보냈다. 그래서 때론 돈키호테가 되어 악당을 물리치며 고함을 치고, 인어공주가 되어 물거품으로 사라지며 왕자를 그리워하기도, 오누이가 돼 어흥 사자가 쫓아오는 긴박함을 제스처와 함께 처리해야 했다. 그야말로 내 아이를 위한 맞춤형 ‘聲優’가 된 것.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녀의 상상력의 키(key)를 갖고 있다. 부모가 노력하는 만큼 아이들의 키는 한 뼘씩 자란다. 특히 상상력의 시발점인 스토리텔링은 잘하든 못하든 부모의 역할이고, 할수록 욕심 나는 대목이다. 그래서 일일체험에 주저 없이 애니메이션 더빙을 주제로 성우에 도전했다. 때마침 수원청소년육성재단(이사장 김영규) 산하 수원영상미디어센터(센터장 김노경)에서 지난 15일 ‘가족과 함께하는 만화더빙’ 강좌가 열린다는 소식에 선뜻 도전장을 내밀었다. ■ 더빙의 기본은 발성! 연습 또 연습 사실 성우역할을 기대하고 갔지만 발성·호흡연습부터 해야한다는 루아(김은경·클엔터테인먼트 연기 강사) 성우 강사(30)의 설명엔 갸우뚱했다. “하체는 어깨너비로 벌려 고정하고 상체는 자유롭게 해줘야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자 모두 일어서서 아, 에, 이, 오, 우를 따라하세요” 이날 강좌에 참가한 인원은 총 10여 명.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 배에 힘을 주고 목소리를 뽑기엔 민망했지만, 루아 강사의 오더대로 주뼛거리며 일어선 기자와 가족 수강생들은 엉덩이에 힘을 주고 배를 누르며 발성연습에 몰두했다.다음은 문장연습. “중앙청 창살은 쌍창살이고, 시청의 창살은 외창살이다”는 눈으로는 한 문장이었지만 강약에 리듬까지 살려야한다는 강사의 주문대로 안 되고 꼬이기만 했다. 루아 강사는 시종일관 자신감과 배포를 주문했다. “힘없이 작은 목소리는 듣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유쾌하지 않아요. 특히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는 살아숨쉬는 인물로서 감정을 최대한 이입하려면 적극적이고 당찬 보이스가 필요합니다” ■ 애니메이션 ‘맥스터핀스’ 발랄 캐릭터 스터피役 홀릭 10명의 가족 수강생은 이날 3팀으로 나눠 미국 Disney Channel의 TV만화 ‘꼬마의사 맥스터핀스(Doc McStuffins)’의 사랑스러운 캐릭터인 닥 맥스터핀스, 핼리, 래미, 스터피, 칠리, 브론티, 후치 역할을 각각 맡았다.꼬마의사 맥스터핀스는 아프거나 고장 난 장난감을 전문으로 치료해주는 꼬마의사와 주위의 장난감 캐릭터의 일상을 그린 TV만화다. 기자는 평소 발랄·경쾌한 보이스이기에 주저 없이 꼬마 공룡이자 악동 이미지의 스터피를 맡았다. 이날 강의에 함께한 초등·중등 학생들도 엄마·아빠와 상의를 하며 캐릭터를 분석하고 자신이 소화할 역할을 두루 살폈다. 이어 영상으로 캐릭터를 분석하며 자신의 역할을 체크하는 등장인물 분석시간이 됐다. 연기할 장면은 #37-1:납작해진 교수님(professor pancake). 영어 원어로 전개되는 장면은 귀엽고 아기자기했다. 솜뭉치를 들고 7명의 캐릭터가 눈싸움하는 씬에 이어 후치라는 부엉이 교수님이 장난감 상자에 깔려 납작해져 치료하는 장면이 외울 새도 없이 쓱쓱 지나쳤다. ■ 리딩 연습 반복했건만… 본녹음 ‘실수 연발’ 기자는 자신감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건만. 막상 스튜디오 녹음실 안 마이크 앞에 서자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사각형 문으로 루아 강사가 큐사인을 보내면 영상이 화면을 통해 나오고 곧바로 녹음이다. “용감한 푸른 용은 캠핑을 좋아하지. 방에서 해도 캠핑은 캠핑이니까”. 연기의 처음을 맡은 기자는 마이크에 숨을 불어넣으며 스터피가 되려 노력했지만 결국 스크린엔 스터피 대신 칠리가 등장했다. 순식간에 대사를 놓친 것.이어 마이크 불이 꺼지고 “다시 갈게요”라는 루아 강사의 말만 메아리쳤다. 다른 수강생의 눈치를 받으며 이어진 녹음. 이번엔 무사히 넘어갔지만, 긴장을 곧추세우며 10여 회의 대사를 무사히 끝냈다. 등줄기에 땀이 찬 것도 그때야 알았다. ■ 엄마·아빠·자녀 함께 ‘라이브 더빙’ 훈훈 프리랜서로 더빙·방송연기 등 10여 년 넘게 각종 방송 분야서 활약 중인 루아씨(성우 강사)는 “2년여 정도 수원청소년영상미디어센터와 인연을 맺고 유아·가족 단위 더빙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참가 가족을 점수로 주자면 상·중·하의 ‘중’을 드립니다”고 평가했다. 보통 성(性)과 나이를 불문하고 캐릭터를 넘나들며 적극성을 높게 평가하지만 오늘 팀은 아무래도 취재 때문인지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것. 그렇다면, 기자는 어떤 점수를 받을까? 똑같이 ‘중’. 처음에는 캐릭터 분석에서 약간 헷갈렸지만, 회차를 거듭하며 안정적으로 잡아갔다는 점.그리고 마이크에 대한 겁이 없고 시원하게 뱉는다는 점에선 후한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캐릭터를 치고 들어가야 하는데 연기를 놓친 점, 타 배역과 이중 돼 동시녹음 된 점에선 마이너스를 얻었다. 루아 강사(오른쪽)가 기자를 포함한 수강생의 입 모양을 체크하며 발성연습을 지도하고 있다. 녹음과 평가가 끝나고 큰 딸의 손은 아빠가, 작은딸의 손은 엄마가 나란히 잡고 강연장을 나서는 한 가족의 인터뷰를 땄다. 부인과 두 딸과 함께 더빙체험에 나선 김진현씨(수원 권선동)는 “이 친구(부인)가 미디어센터서 강의를 들어요. 그러다 보니 자주 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는데 이번 만화더빙 체험이 있다기에 초등 3년·5년생 딸들과 함께 듣기로 했죠. 아이들이 평소 하기 어려운 체험을 경험한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특히 실제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체험은 어른인 저와 와이프도 성우처럼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하지만 같은 씬의 역할만 바꾸다 보니 지루한 점도 있어요. 다음엔 겨울왕국·짱구는못말려 등 저작권 관여 여부를 떠나 대중적인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에 온 가족이 함께 도전하고 싶습니다”고 웃음을 띄었다. 소리는 많은 것을 전달한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소리 중에 가장 듣고 싶고 행복한 목소리는 바로 엄마·아빠의 목소리다.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돈키호테·인어공주·콩쥐 팥쥐가 되어 연기력을 검증받는 모든 부모의 목소리에 응원을 보내며 일일 전문 성우체험을 마쳤다. 영상미디어센터를 나서며 체험 내내 애착을 느낀 스터피 목소리로 아이에게 들려줄 동화 이야기에 한껏 들뜬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향했다. 권소영기자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정조대왕 능행차 ‘호위무사’ 도전기

“정민훈 기자, 정조대왕 능행차에 한번 참여해볼래?” 선배 기자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요동쳤다. ‘내가 정조대왕 능행차에 참여할 수 있다고?’,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등 한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기자는 오래전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 정조대왕의 효심(孝心)은 익히 잘 알고 있던 터였다. 정조대왕의 능행차는 평소 곱씹던 이야기 중 하나였다. 또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데 기자가 참여하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네. 꼭 해보고 싶습니다”라며 선배 기자의 물음에 답했다. 이 대화가 정조대왕 능행차에 참여하게 된 계기다. ■ 수원화성 축성 220주년 역대 최대규모 능행차 이번에 참여한 정조대왕 능행차는 서울 창덕궁에서 출발해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특히 수원화성 축성 220주년을 기념해 역대 최대 규모의 능행차가 재현됐다. 정조는 아버지인 사도세자 무덤을 융건릉으로 옮긴 후 13차례 수원화성으로 능행차를 떠났다. 능행차는 창덕궁을 출발해 시흥행궁에서 하루를 묵고, 안양과 지지대고개를 거친 뒤 수원화성까지 오는 조선 최대 왕실행렬이다.지난 1795년은 정조 즉위 20주년과 어머니 혜경궁 홍씨 환갑잔치를 기념해 7박8일 일정으로 수원화성을 찾았고, 당시 행렬에 참여한 인원만 6천여 명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대규모 행렬이 올해 처음으로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화성 행궁까지 (약 48km) 이틀에 걸쳐 재현된 것이다. 총 참여 인원만 3천여 명에, 4백 마리가 넘는 말이 동원됐다. 또 능행차 중간마다 백성들이 임금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격쟁’도 재현됐다. ▲ 기자가 호위무사 의상을 입고 수염을 그리고 있다. ■ 능행차의 백미 역할… “나는 왕의 호위무사다” 정조대왕 능행차 참여가 결정되자 행사를 총 책임하는 곽선근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능행차에 앞서 역할을 맡기 위해서다. 곽 감독과의 첫 대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짧고 강렬했다. 그는 “능행차의 백미는 왕을 호위하는 무사니까 이번에 말 타는 호위무사에 도전해보시죠?”라며 기자가 의견을 묻기 전에 모든 답을 간단 명료하게 내놓았다.결국 5분도 채 되지 않아 대화는 끝이 났고 얼떨결에 말을 타는 호위무사 역할을 맡게 됐다. 이때까지 기분은 날아갈 듯 했다. 올해 최대 규모의 능행차 행렬에서 호위무사 역할을 맡는 건 ‘하늘에 별 따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수원 지지대고개에서 출발하는 정조대왕 능행차 날이 다가왔다. 9일 오후 1시 수원시 장안구 노송지대는 능행차에 참여하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쟁터를 연상케 할 정도로 북적였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대학생 참여자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이 한 곳에 모였다. 게다가 필리핀, 태국 등 국적이 다른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런 가운데 스텝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모두 조용히 해주세요.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시간에 맞춰 행사를 진행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자 순간 침묵이 찾아왔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이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참여자들의 역할을 나누기 시작했다. 20분도 되지 않아 무질서하던 현장이 어느새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눈코 뜰새 없는 현장… 우여곡절 끝에 분장까지 기자도 질서정연한 분위기에서 의상을 입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이곳에 오기 전 곽 감독이 말해준 장성임 선생을 찾아야만 했다.머리가 하얗고 키가 작은 사람이라고 알려준 장 선생을 찾기는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찾기’였다. 결국 스텝들에게 물어보는 등 우여곡절 끝에 10여분 만에 장 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난 장 선생은 “바빠, 있다가”라는 말로 기자를 맞았다. 그의 발은 쉴 새 없이 움직였고 이후 10분을 기다려서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눈코 뜰새 없이 너무 바빠. 호위무사 옷 한 벌 가져왔으니 입어봐”라며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하얀색 임시 텐트로 안내했다.기자의 옷 입는 모습이 못마땅한지 장 선생은 혀 끝을 차며 “이건 이렇게 입는 거야”라며 손수 옷매무새를 고쳐주었다. 신기할 정도로 옷은 장 선생의 손길이 닿자 기자의 몸에 딱 맞게 변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장 선생은 이 업계에서만 50년이 넘도록 일 했고, 의상 업계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실력이 빼어난 사람이었다.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은 “장 선생님은 의상 업계에서 대모로 통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상을 입은 기자는 곧바로 분장을 받게 됐다. 그러나 분장을 받고 나서 기자는 수염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다. 분장팀은 기다란 숯처럼 생긴 뭉뚝한 붓으로 기자의 수염을 그렸고, 입가에 그려진 ‘짝짝이’ 수염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분장을 마친 후 조금의 시간이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정처 없이 발을 내디뎠다. 그러다 공주 역할을 맡은 최선희씨(여)를 만날 수 있었다. 첫 만남에 최씨는 정조대왕 능행차는 평소 자신의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능행차를 보고 자라면서 ‘언젠가 꼭 참여해보고 싶었다’고 생각했다”며 “이번에 최대 규모로 열린다는 소식에 참가 신청을 했고, 운 좋게 공주 역할을 맡아 꿈만 같다”고 미소 지었다. 정조대왕 역할을 맡은 연기자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능행차를 하는 지점마다 정조를 연기하는 연기자가 바뀐다”며 “2시간 정도 정조를 연기하는데 어린 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른까지 정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이어 “시민들과 눈을 맞추며 연신 미소를 지어야 하는데 힘들기도 하지만 당시 정조가 어떤 생각을 했었을지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 기자가 호위무사 의상을 입고 수염을 그리고 있다. ■ 능행차에서 느낀 왕의 뒷모습 본격적인 정조대왕 능행차 시간이 다가왔다. 창을 든 군사부터 말 수십 마리가 각자 자리에 맞춰 도열했다. 오합지졸을 연상케 했던 이전 모습과 달리 완벽한 위용을 갖춘 군대가 어느새 노송지대를 가득 메웠다. 생전 처음보는 광경이 눈 앞에서 펼쳐지자 주위에서 행렬을 기다리던 시민들도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도 잠시였다. 곽 감독은 미안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다가와 “어쩌지 말은 못 탈 것 같은데”라며 “갑자기 역할이 바뀌었어”라고 말했다. 결국 말을 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껏 설레는 기분을 품고 온 기자는 좌절했다. 하지만 생애 한번 뿐인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말을 탈 수 없다면 걷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오후 2시30분이 되자 정조대왕이 탄 흰색 말이 또각또각 발굽 소리를 내며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기자는 행렬 한 가운데서 걷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정조대왕의 등을 보며 걸을 수 있었다. 수원종합운동장까지 가는 길지 않은 코스지만 걷는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사상 최대 규모로 역사적 사실을 재현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뜻 깊었고 한편으로는 과거 정조는 13차례 능행차를 다니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아버지를 찾아가는 머나먼 여정 위에 임금을 아버지라 부르는 백성을 만나고 그를 따르는 충신과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러한 물음에 기자의 걸음은 가볍지만은 않았다. 정민훈기자사진=오승현기자

[1일 현장체험] 용인동부경찰서 기동순찰대원

“사건발생! 사건발생! 처인구 이동면 가폭(가정폭력)발생”새벽 1시30분 승합차량을 타고 관내 순찰을 이어나가던 용인동부경찰서 기동순찰대원들의 무전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4팀 소속 김영호 경사(42)가 반대편으로 급히 핸들을 돌렸다.“아빠가 중학생 딸을 때린다”는 어머니의 신고 내용. 가족 간에 일어난 신고지만, 자칫 큰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최종성 4팀장(경위ㆍ44)과 김봉욱 경장(35)의 손놀림도 바빠졌다. 잠시 후 도착한 한 아파트. 현관을 열고 신고자 집에 들어가자 예상과 달리 평온한 모습.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데다 어머니가 술에 취해 신고한 점으로 미뤄 가정폭력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4팀원들은 가족들에게 가정폭력으로 처리되는 절차를 설명해 준 뒤 발걸음을 돌렸다.“휴~” 힘이 빠지긴 했지만, 급박했던 순간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이었다.어둠이 짙게 내리 깔린 도심의 밤은 위험하다. 언제 어디서 어느 누구를 대상으로 할지 모르는 각종 범죄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곤히 잠든 밤, 1분1초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용인동부경찰서 기동순찰대 일일 대원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봤다. ■ 용인시민 든든한 수호자 ‘기동순찰대원’ 떴다!지난 4일 오후 8시, 용인동부서 일일 기동순찰대원이 되기 위해 경찰서로 향하는 도중 전화벨이 울렸다.“서둘러 오세요. 이동면에서 노인 미귀가 신고가 접수돼 우리도 빨리 현장에 나가야 되니까요.”장성필 기동순찰대장(경감ㆍ45)의 전화였다.경찰서 도착 전부터 신고접수라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서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장 대장을 비롯해 4팀원들 틈에 섞여 얼떨결에 순찰차에 올라탔다.이미 기동순찰대 다른 팀원들과 여성청소년계 직원들은 현장에서 노인 수색 작업에 나선 상황. 순찰차가 경찰서 정문을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또 무전이 들어 왔다.관내 한 초등학교에서 고성과 비명소리가 들린다는 신고. 순찰차는 급히 학교로 방향을 틀었다. 일일 대원을 비롯한 대원들이 교문을 통과하자 운동장 스탠드에 10대 청소년으로 보이는 학생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별일 아니어야 할텐데…”대원들과 직접 다가가 확인해보니 서로 게임을 하다가 소리를 지르자 인근 주민이 범죄의심 신고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원들은 곧바로 철수하지 않고, 손전등을 비추며 학교 곳곳을 순찰한 뒤 별다른 문제가 없는 점을 확인한 뒤에야 학교를 빠져나왔다.“이렇게 사소한 신고도 혹시 중요 범죄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번개’처럼 출동해 꼼꼼히 확인을 해야 한답니다.” 최 팀장이 말했다.대원들과 순찰을 돌던 밤 10시40분께 또 무전이 왔다. 이번에는 처인구 시내 한 마트 앞에서 “차량이 후진을 하면서 자신을 치고 가길래 붙잡았다”는 내용이었다. 즉시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이 신고자로부터 자초지종을 듣자 주차한 차를 출발하기 위해 잠깐 후진하다가 서 있던 신고자의 몸에 살짝 닿았다는 것이다.대원들의 중재로 운전자는 미처 사람을 보지 못하고 차를 이동한 자신의 과실을 인정했고, 보험처리로 보상해주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각종 범죄는 물론 중재까지 대원들은 잠시도 쉴틈이 없었다. 때마침 반가운 무전이 왔다. 미귀가 신고가 들어왔던 70대 노인을 수색 끝에 찾았다는 내용. 대원들 얼굴 모두에 안도감이 번졌다.■ 촘촘한 범죄예방 그물망… 4개팀 대원 26명 ‘불철주야’잠시 경찰서 사무실로 복귀해 장성필 대장으로부터 기동순찰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지난 7월14일 발족, 이제 막 4개월차에 접어든 용인동부서 기동순찰대는 장 대장을 비롯해 4팀, 총 26명으로 구성됐다.순찰차 4대, 승합차량 1대 등 5대의 순찰차를 운영하며 각종 범죄 진압 장비를 갖추고 경찰서 관할 전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기동순찰대는 하루 2팀씩 근무하며 오후 6시 츨근해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심야 순찰 및 범죄발생 시 현장검거에 나선다.순찰차 2대는 기흥지역에 다른 2대는 처인지역을 담당하며, 승합차량이 일종의 본부역할을 하며 이들 순찰차량을 진두지휘하는 시스템이다.기존 지구대와 파출소와 달리 기동순찰대는 경찰서 관할구역을 전체로 해 관할에 얽매이지 않고 범죄예방 순찰활동을 하거나 유기적이고 전략적인 선제적 대응으로 범죄예방에 앞장서고 있다는 게 장 대장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지구대와 파출소를 광역으로 지원하는 치안의 중심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현재 경기지역에는 모두 10개 경찰서에서 이같은 기동순찰대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졸음이 밀려왔다. 그러나 대원들의 눈은 수시로 차창 밖을 내다보며 순찰 업무에 여념이 없었다. 역시 강력계 형사 등 유능한 직원들로 선발된 베테랑 기동순찰대원들 다웠다.이때 한 식당에서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순찰차 안에 있던 대원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만약 집단 도박일 경우, 단속 과정에서 폭력 등으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원들을 허탈하게 하는 신고였다. 식당은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고, 주변 어디에서도 사람은 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다행이었다.■ 3개월새 신고율↓·현장 범인 검거율↑ 맹활약 용인동부경찰서 기동순찰대는 발족과 동시에 두드러진 활약을 나타내고 있다. 신속한 출동으로 중요 피의자를 현장에서 검거했고, 적극적인 수색을 통해 미귀가 치매노인과 청소년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발족 첫날에는 “조건만남을 하려는 남자 차에서 못 내리고 잡혀 있다”는 112신고를 접수하고 신속히 도주로를 차단, 추적해 여중생을 폭행하고 감금한 피의자를 30분 만에 검거했다.또 지난 9월15일 추석 당일에는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중학생이 집을 나갔다는 신고를 받고 일대를 샅샅이 수색해 하천으로 들어가려는 학생을 가까스로 구조해 내기도 했다.용인동부경찰서는 기동순찰대 발대 이후 112신고 건수가 12.8% 감소한 반면 현장 범인 검거율은 증가하는 등 치안 여건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어느덧 끌날 것 같지 않았던 밤샘 근무가 마무리됐다. 지난 밤사이 들어온 112신고 건수는 모두 21건. 연휴가 지난 바로 다음날이었기에 다른 날보다 신고가 적은 비교적 평온한(?) 날이었다. 특히 강도나 강간, 침입절도, 집단폭행과 같은 강력범죄도 발생하지 않아 일일 기동순찰대원은 무난히 체험을 마칠 수 있었다.이왕민 용인동부경찰서장은 “날로 증가하는 강력범죄로부터 용인시민을 보호하고, 특히 여성범죄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 기동순찰대를 유치했다”고 유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서장은 이어 “언제나 시민 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용인 시민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며, 앞으로도 범죄로부터 안전한 용인동부지역을 만들고자 총력 대응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체험을 마치고 기동순찰대 사무실 앞에 내걸린 직원들과 그의 가족들이 사진과 메모를 걸어놓은 ‘365 해피트리’가 눈에 띄었다. 그 중 한 글귀가 와닿는다. ‘신고출동은 번개처럼! 의무위반은 거북이처럼(다시 한번 새기고 자제하자)!’오늘밤도 용인동부서 기동순찰대원들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숨가쁘게 현장 곳곳을 누빌 것이다. 용인=권혁준기자사진=오승현기자

[양광범 기자의 1일 체험] 부평안전체험관, 재난대응 교육

2016년, 대한민국의 화두는 안전이다.누구나 매일같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 길거리 곳곳에 설치된 지하공간·환풍기, 수천여명이 오가는 다중이용시설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해 수백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되는 일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설사 가만히 집에 앉아있어도 땅이 주저앉는 지진 발생이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더이상 대한민국에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그러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안전의식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수천t에 달하는 대형 선박이 차가운 바딧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으라’라는 대응이 고작이다. 최근 경북 경주에서 진도 6.0에 육박하는 대형 지진이 잇따르면서 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집·회사 건물의 대피요령을 숙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이 때문에 일상에서 안전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필수수단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체험위주 안전교육으로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고 안전의식을 높이자는 취지로 인천지역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부평안전체험관을 찾아 일상생활의 안전대처 요령을 직접 체험하고 왔다.■ 재난은 우리 곁에 있다인천시 부평구가 운영하는 부평안전체험관은 인천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재난발생 상황을 실제상황처럼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시설이다. 부평구 민방위교육장 건물 1층, 3층, 4층을 사용하는 이곳에서는 크게 사회재난, 자연재난 2가지로 분류된 일상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공간이 조성됐다.지난 2012년부터 민방위교육시설로 첫발을 뗀 체험관은 지난해 6월 체험시설을 대폭 개선하며 부평안전체험관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자연재난인 해상, 풍수해 체험(선박 탈출), 지진 및 심폐소생술, 완강기 사용 탈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사회재난인 지하공간 탈출, 생활안전체험(소화기 사용), 교통안전체험(안전벨트 사용, 교통시설) 등도 할 수 있다.복잡한 마음으로 1층 로비에 들어서니 설치된 대형 안내판에 한반도 지도 모형으로 최근까지 발생한 주요 재난 사례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여기에는 지난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부터 영종대교 105중 추돌사고(2015),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2014), 삼풍백화점 붕괴(1995) 등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대형사고가 망라돼 있었다. 직접 겪은 사고는 아니었지만, 언제든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일순 가슴이 무거워졌다.건물 4층에 있는 체험관 사무실을 방문, 김영란 교관을 만나 오늘 교관 체험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체험관은 하루에 최대 3차례, 105명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으며 연간 방문객은 4만명에 달한다고 한다.김 교관은 “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잇따르다 보니 특히 지진체험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체험시설과 병행해 지진발생시 행동요령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고민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 유일의 체험관이다 보니 인천 뿐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도 많이 찾고 있다”며 “타 지자체 관계자들도 체험관 운영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아닌게아니라 사무실에는 이미 경기 안양시의 공무원이 찾아와 체험관 운영에 관한 사항을 문의하고 있었다. 안양시 관계자는 “안양지역에도 체험관 조성을 계획하고 있어 부평안전체험관 전반에 대해 견학하러 왔다”고 말했다.체험시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교관전용(?) 조끼를 착용하고 체험시설로 진입했다. 실제 생활공간과 동일한 크기의 시설들을 지나치다 보니 일상과 동떨어진 체험관이 아니라 마치 동네를 지나가는 것 같았다. 재난은 어쩌면 우리 곁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 아닐까.■ 부엌이 흔들리고 지하상가 불이 꺼지고... 우리의 일상이 무너진다 처음으로 향한 곳은 지진 체험장. 일반 가정집 부엌을 옮겨놓은 듯 식탁과 냉장고, 가스레인지와 각종 그릇이 얌전히 놓여 있는 평범한 모습이다.이 곳에서는 진도 3.0, 5.0, 7.0 등 3가지 상황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김 교관은 “과거에 지진이 발생하면 가스벨브를 잠가야 한다는 일본의 메뉴얼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지금은 지진이 발생하면 머리를 보호하고 무조건 숨어 있어야 한다”고 바뀐 대응지침을 설명하며 “지진의 흔들림은 1~2분가량 지속된 뒤 소강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에 흔들림이 있을 때는 대피해 있다 멈추면 즉시 탈출해야 한다”고 말했다.필자와 담당 공무원 등이 부엌 안에 들어서자 진도 5.0의 흔들림이 덮쳐왔다. 미리 배운대로 방석으로 머리를 감싸고 식탁 아래로 들어갔는데 흔들림이 꽤 심했다. 최근 경주를 덮친 지진이 5.8이라 하니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었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이어서 들어선 곳은 지하상가. 부평역 일대의 지하상가가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넓어 거의 미로 수준이라는 점에 착안한 지역 맞춤형(?) 재난시설인 셈이다. 필자도 인천에 10년 넘게 거주하면서 수도 없이 방문한 곳이나 자주 가는 곳을 제외하고 전체 지리를 다 알지 못한다.불이 꺼진 지하상가는 좁고 어두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기어가다시피 손을 벽으로 짚어가며 2~3분 가량 어둠 속을 헤매이다보니 이윽고 탈출구가 나왔다.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빛이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었다.끝으로 심폐소생술과 고층건물 완강기 사용, 선박 탈출법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장으로 향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조성됐다는 선박 탈출 체험시설은 실제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선박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도록 되어 있어 등골이 오싹했다.김 교관으로부터 턱을 잡고, 코를 막고, 다리를 모으고, 중요부위를 가리라는 사전교육을 받았지만, 막상 뛰어내리려고 하니 이 모든 것들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머릿속이 새하애졌다. 대피요령이 몸에 익어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안전불감증 극복, 반복훈련이 답이다부평안전체험관은 참가자들에게 체험 종료 후 상세한 설문조사를 받아 이를 바탕으로 보다 실전같이 체험관 프로그램 운영을 개선하고 있다. 특히 전체 1시간 30분가량 걸리는 체험시간이 학생들에게는 길게 느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전체 8개 체험시설을 하루에 체험하는 대신 화목토/일수금 등 2개로 이원화해 체험효과를 극대화화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김영란 교관은 “체험관을 찾는 이용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체험관에 조성된 8가지 재난상황이 실제 생활공간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절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고 강조하며 “단지 하루 체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재난이 발생하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자신과 주변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어 “안전체험은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인천지역 학생들이 체험관을 많이 방문해 어렸을 때부터 재난 대처능력을 키우는 살아있는 교육을 많이 받을 수 있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양광범기자사진= 장용준기자

[1일 현장체험] 화성 공생염전 ‘염부’

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 5일이었다.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살폈다. 옅은 안개가 껴서 그런지 하늘이 흐렸다. 걱정이 들었다.이날 기자는 일일체험으로 염전을 가기로 했었다. 며칠 전 취재차 염전을 다녀온 동료 기자들은 “날이 흐리면 염전 작업을 하지 않더라”고 귀띔했다.‘계획이 틀어지면 어쩌나’하는 마음에 염전으로 전화를 했다. 걱정 말고 오후에 오란다. 이게 이날 하루의 시작이었다.■ 기대 반 두려움 반… 염전 가는 길 기자가 일일체험을 할 장소는 화성시 서신면 매화리에 있는 ‘공생염전’이었다. 다행히 염전을 향해 달리는 도로 위로 햇볕이 내리쬔다. 헛걸음을 하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사무실에서 50분가량 달리니 포도밭이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다.전통적으로 내륙지방에서 재배되던 포도는 요즘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는 갯벌 옆 저지대에서 재배된다고 들었다. 아니라 다를까. 차가 겨우 한 대 지나갈 좁은 옛길을 5분여 더 들어가니 염전이 눈에 들어왔다. 햇볕과 바람, 그리고 바닷물이 공존하는 소금 꽃피는 마을. 공생염전이다.공생염전은 여러 가구가 소금을 생산하며 산다. ‘공생’이라는 이름도 공평하게 소금판을 분배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붙었단다. 기자가 찾은 가구는 이곳 공생염전 입구에 자리한 이순용(62)씨의 집이다. 소금이 절반쯤 찬 창고가 붙어 있는 평범한 시골집. 그 뒤로는 소금밭이 펼쳐져 있다. 반갑게 기자를 맞이한 이씨는 “오후 5시에 작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시간을 보니 작업 시작까지 30분 넘게 남았다. 앞마당 나무 의자에 앉아 이씨에게 염전 이야기를 들었다.이씨는 염부로 살아온 게 어언 40년이라고 했다. 부친이 60년 전 일군 염전을 물려받았단다. 고향이 강원도 철원인 이씨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정전 후 집터가 DMZ(비무장지대)로 지정돼 이 곳에 정착해 바다를 막고 염전을 만들었다고 한다.‘공생염전은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피난민들이 만든 곳이 아니냐’고 묻자 이씨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와전된 이야기에요. 황해도 사람은 몇 안 돼요. 대부분 나처럼 한국전쟁 정전 후 집터가 DMZ로 지정된 사람들이죠. 예전에는 파주, 연천에서 온 사람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고향 근처로 돌아가고 얼마 안 남았어요.”이씨는 최근 기자처럼 체험하고자 이곳 염전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도 오고, 요즘은 초등학생들이 많이 와요. 오늘 오전에도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다녀갔죠. 체험에 이곳 만한 데가 없다고 하네요. 허허.” 이씨가 미소를 짓자 옆에 있던 부인 이진숙(61)씨가 말을 거들었다. “말도 마요. 다른 사람들은 일에 방해된다고 (체험을) 거절하는데, 이 사람은 거절을 못 해요. 덕분에 평소보다 작업을 오래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요.” 체험을 하면서 적어도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해는 뉘엿뉘엿… 시작된 노동 오후 5시가 되자 이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업을 시작할 시간이 된 것이다. 이씨는 기자에게 하얀 장화를 건넸다. 체험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화란다. 기자가 장화를 신자 이씨는 소금밭 옆자리에 놓인 대패를 가리켰다. “대패를 갖고 따라오세요. 우선 대패질(고무래로 소금을 모으는 일)부터 해야 해요.”이씨를 따라나서니 소금밭이 오른쪽 지평선에서 왼쪽 지평선까지 중단 없이 놓여 있다. 물은 흐르지 않고 고여 있다. 까만 옹기판 바닥 위로 생성되는 작은 소금 알갱이들은 바람에 살랑인다. 이씨는 그 위로 대패를 올렸다. 이어 묵직한 대패질을 시작했다.대패는 한 치 오차 없이 자로 잰 듯 직선을 그렸다. 몇 번의 대패질로 소금은 수북하게 쌓였다. 이씨를 따라 대패질을 했다. 생각만큼 소금이 모이질 않는다. 뒤를 돌아보니 소금 알갱이가 군데군데 남아있다. 대패질이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은 소금 알갱이를 긁어모으기 위해선 대패질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한다.이씨와 기자가 대패질을 하는 동안 부인 이진숙씨는 모아진 소금에서 잡티와 이물질을 골라냈다. 좀 더 나은 품질의 소금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란다. 기자도 잠시 해봤지만, 바짝 붙어야만 보이는 작은 부유물을 찾는 게 여간 쉽지 않다.이물질 제거까지 마치면 삽으로 소금을 수레에 담기 편하게끔 쌓아올려야 한다. 삽질 몇 번에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결성지 하나를 정리했을 뿐인데 팔은 후들거리고 입에선 단내가 난다. 기자의 삽질이 답답했는지, 이진숙씨가 조언을 건넸다.“삽질을 할 때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고 되도록 소금을 밀어내는 게 요령이에요. 상체 힘으로 퍼 올리면 얼마 가지 않아 체력이 떨어져요. 하체를 이용해서 조금씩 삽을 밀면서 소금을 모아야 해요. 저는 요가 한다는 생각으로 해요.”기자가 맡은 결성지 두 곳의 소금이 얼추 정리되자 “이제 수레에 담을 차례에요”라는 비보(?)가 들렸다. 계속된 삽질에 이제는 현기증까지 나는 듯했다. 이진숙씨가 빙그레 웃었다. “많이 힘들죠? 그래도 체험하러 와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은 기자님이 처음이에요. 마음이 고맙네.” 이미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힌 터라 칭찬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이제 남은 일은 소금이 쌓인 수레를 창고로 옮기는 일이다. 출발 전 동료 기자가 “수레를 옮기는 일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한 번 들어 올려보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무게가 상당하다. 결국 수레를 창고로 옮기는 일은 이씨가 도맡아 했다. 기자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곤 옮겨진 소금 수레를 창고 한구석에 쏟는 것뿐이다.■ 소금이 짠 이유작업을 마치고 앞마당으로 나와 얼음물을 들이켰다. 물이 맛있게 느껴지는 것도 오랜만이다. 고된 노동이 만들어낸 물의 참맛이다. 목을 적신 후 소쿠리에 가득 담긴 무화과를 하나 집어들었다. 처음 접하는 과일인데 그 맛이 제법 달달하면서도 시원하다.휴식을 취하던 이씨가 “이제 소금을 거둬들인 결성지에 덧물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차례 소금 꽃이 피면서 떨어진 염도를 보충해주는 작업이란다. 덧물을 넣어 교반시켜 놓은 결정지의 염도는 22~25도를 유지해야 한다고.이곳 공생염전에서는 덧물을 넣은 결성지의 바닷물을 이틀 동안 증발시켜 염도를 27도 이상으로 올린다. 그럼 비로소 소금 알맹이가 맺히기 시작하는데, 여기선 소금 꽃이 핀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 소금 꽃은 해질 녘 무렵 절정을 맞이한다. 이씨가 이날 5시에 소금을 걷는 작업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씨 부부는 염전이 열리는 4월부터 10월까지 이 일을 하루도 예외 없이 되풀이한다.덧물을 넣는 이씨의 모습을 지켜봤다. 침묵 속에서 이뤄졌다. 그저 묵묵했다. 묵언 수행 중인 선승처럼 다가서기 쉽지 않다. 저녁노을이 길게 누운 시간, 이씨의 노동만큼 숙연한 풍경은 이곳 염전에는 없었다. 소금이 짠 건 이씨와 같은 염부들의 땀 때문인지도 모른다. 조성필기자ㆍ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요양보호사

누구도 세월을 거스를 순 없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어느덧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 앞에서 자의 혹은 타의로 남은 여생을 설계하기도 한다. 상당수 노인은 가족과의 갈등, 경제적 빈곤, 피치못할 사정 등 각자의 사연을 품고 요양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생애 끝자락에서 얻은 질병과 마음의 병을 병원에서의 ‘의미없는 치료’가 아닌 자연스럽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기 위한 ‘의미있는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다. 요양보호사는 이런 노인들에게 신체 및 가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봐준다. 기자는 노인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며 남은 생의 소중한 기억을 만들어주는 요양보호사 체험을 위해 남양주 오남읍에 위치한 산소망요양원으로 향했다. ■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고된 업무체험을 위해 기자가 요양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8시. 제법 일찍왔다는 생각도 잠시, 여기저기서 시끌벅적였다. 전날 “오전 9시부터 근무가 시작된다고 보시면 된다”고 귀띔해 준 이주연 원장(60ㆍ여)의 말과는 다르게, 하루를 빠르게 시작하는 어르신들과 요양보호사 간 사투(?)가 벌어지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조용히 앉아 창 밖의 먼 산을 바라보는 할머니, 계속 노래만 부르는 어르신, 밤새 이야기하자며 떠들다 아침이 되어 잠이든 분, 뜨거운 폭염에 춥다며 긴옷을 가져오라고 호통을 치는 노인 등 다양했다. 이 원장의 안내에 따라 상담실로 자리를 옮겨 교대 근무자와 하루동안 해야할 일과 밤새 일어난 특이사항을 전달하는 인수인계가 진행됐다. “대부분이 치매를 앓는 노인이라 경험이 없으면 일을 하기 쉽지 않고, 전문 요양보호사도 힘들어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는 말이 험난한 하루를 예고했다.적응을 위한 첫번째 미션이 주어졌다. 청소였다.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빗자루를 잡는 순간, 여기저기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낯선 얼굴을 본 어르신들이 혹여나 물건을 훔쳐갈까 걱정 섞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새로온 요양보호사라고 기자를 소개하자 그제서야 안심이 된 어르신들은 계속 따라다니며 이곳 저곳을 청소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기자의 체험을 돕기 위해 함께 업무에 나선 이 원장은 “치매 어르신은 별안간 이유없이 소리를 지르거나, 용변을 보는 등 돌발행동이 잦고 당신의 주장이 강해 조심히 대해야 한다”며 “설사 심한 말을 하더라도 진심이 아니니 마음에 담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간단한 아침 체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됐다. 이 원장의 요청대로 기자는 남성 어르신의 목욕을 맡았다.“어떻게 해야하지요?”, “그냥 하시면 되요.” 어리둥절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명료했다.누가 씻고 누가 씻기는 건지 모를 정도로 옷은 이미 흠뻑 젖고, 온 몸이 땀으로 범벅된 채 어설픈 목욕은 1시간 만에 종료됐다.할아버지 방 안 벽에는 군데군데 가족들의 이름이 잔뜩 적혀있었다. 자신이 치매에 걸린 사실을 잘 알기에 가족을 잊지 않기 위해 생각날때마다 벽에 부인과 자녀, 손주들의 이름을 적는다고 한다.“가족과 떨어져 사는데 심정이 오죽하겠어요. 우리가 노인분들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드려야죠”라는 이 원장의 말에는 직업에 대한 책임감이 묻어났다.■ 다양한 치매 현상… 개개인 특성 파악 가장 중요기자는 방문 전 요양시설 종사자 윤리지침과 노인학대에 대한 기본지침, 응급 및 재난상황 대응방침, 치매예방 관리지침 등 여러가지 사항을 숙지하고 방문했지만 실제 체험은 녹록지 않았다. 가사업무 등 몸으로 때우는 일은 차치하더라도 이들과 직접 대면해 대화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이 원장은 ‘친 가족이라 생각하고 마음부터 열 것’과 ‘개개인 간 특성을 빨리 파악할 것’, ‘갓난 아이처럼 조심히 대할 것’을 주문했다.“치매의 유형을 보면 매우 다양하고, 행동과 말에서 과거의 삶을 볼 수 있다”며 그는 음식점에서 일하던 어르신이 반복해서 파를 다듬고, 트럭을 운전만 30년 하신 할아버지는 운전하면서 입에 벤 욕설을 지속적으로 쏟아내기도 한다는 사례를 알려줬다. 또 교사 출신의 한 노인은 따라다니며 무작정 가르치려 하고, 새벽 시간대에 노래를 부르거나 하루종일 붙들고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이 원장은 특히 “가족들과 꾸준한 면담으로 개개인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성에 맞게 따라주며 교감을 시도하면 치매 증상도 완화되고, 살피는 보호사들도 편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요양보호사의 하루는 생각보다 빠듯한 일정으로 쉴틈없이 진행됐다. 재활과 물리치료, 식사 등으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오후부터는 색칠공부, 콩 고르기, 화투치기 등 ‘치매 완화 프로그램’과 산책, 박수치기 등 ‘건강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이후 자유시간엔 빨래ㆍ설거지를 비롯한 가사업무와 말동무로 시간을 보낸 뒤 하루를 정리하는 ‘일지 작성’으로 근무가 마감됐다.짧은 시간 동안 정이 들었는지 어르신들을 두고 떠나려는 기자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왜 이렇게 일찍 가느냐. 내일은 더 일찍 출근하라’는 어르신들의 요구에 “또 찾아 뵙겠다”고 어색한 웃음을 보이곤 요양원을 나섰다.■ 언어폭력·열악한 환경 ‘사명감’ 필수…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절감최근 성추행ㆍ폭행ㆍ횡령 등 간간히 터지는 요양원 관련 사건사고로 요양시설 종사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차가워지고 있다. 때론 찾아오는 가족들이 ‘밥을 주지 않는다’, ‘때린다’, ‘살려달라’는 등 치매 노인의 말만 듣고 언어폭력을 일삼기도 한다고 한다.요양보호사들의 업무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의 태도는 일에 대한 회의감 마저 느끼게 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소규모 요양시설은 보호사들의 채용 조차 쉽지 않다. 최근 요양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탓에 경쟁도 심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시설도 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과 고된 업무에 비해 낮은 임금, 열악한 환경 등 반복된 악순환 고리에 종사자들의 이직률도 높다. ▲ 요양원 청소를 하고 있다. 요양원에 여생을 맡긴 노인들에겐 그곳이 집이고, 요양보호사들이 곧 가족이자 삶의 이유다. 개개인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돌봐주는 이들의 이직은 입소 노인들에게 가족을 잃는 것과 다름없다.이주연 원장은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만난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요양원에 입소시켜 자비로 여생을 도우는 한편, 기초생활수급자로 혼자서 생활하기 힘든 어르신도 함께 모시고 있다. 사비를 들이는 만큼 때론 적자를 내기도 하지만 그만둘 수 없다. 바로 사명감 때문이다.“인생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직업을 가졌다는 건 그만큼 큰 책임감이 따른다고 생각해요. 요양보호사로 인해 좋은 기억으로 한 평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죠. 이게 바로 종사자들이 사명감을 잊지 말고 일해야 하는 이유예요.”요양원 존재의 이유인 ‘노인의 행복’을 위해 먼저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와 처우 개선이 먼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남양주=하지은기자사진=김시범기자

[1일 현장체험] 따복공동체 김포 ‘아로니즈 농장’ 일일농부

뜨거운 햇볕을 막기 위한 밀짚모자도 무용지물. 체온을 낮춰 준다는 팔토시도 이미 벗어던진 지 오래다.기록적인 더위가 정점을 찍은 8월 중순. 사무실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대신 널찍한 농장 한복판에서 아로니아 나무와 한바탕 씨름을 벌였다. ▲ 유철 아로니즈 농장 대표에게 아로니아 수확 요령을 배우고 있는 모습. 붉게 익은 아로니아 열매를 수확한 지 겨우 20분 남짓. 흐르는 땀을 닦으려 잠시 고개를 들었더니 현기증이 났고 순간 비틀거렸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옆에 서 있던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한마디 했다.“힘 좀 내봐. 기자 양반” ■ 농약 한방울 안쓴 진짜 ‘친환경 농산물’ 지난 19일 경기도가 추진 중인 따복(따뜻하고 복된)공동체 체험활동 ‘따복아 놀자’에 동참하기 위해 김포시 하성면 봉성리 소재 ‘아로니즈 농장’을 찾았다.‘따복아 놀자’는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및 청년공동체 활동가들이 팀을 이뤄 따복공동체 분야별 대표사례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아로니아 농장체험에는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동참해 청년 체험단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따복아 놀자’ 문구가 새겨진 체험단 티셔츠를 받아 입고 농장으로 들어갔다. 내리쬐는 햇볕을 막기 위해 밀짚모자를 썼고 자외선 차단은 물론 체온까지 낮춰 준다는 기능성 팔토시도 착용했다. 나름 만반의 준비다. 8월 중순. 아로니아 수확기인 만큼 잘 익은 아로니아 열매를 따서 바구니에 담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이 진행됐다.짙은 붉은색을 띤 잘 익은 아로니아 열매를 골라 줄기의 마디 부분을 ‘톡’ 소리가 나도록 꺾어 자연스럽게 떼어내는 게 요령이다.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은 아닌 탓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문제는 역시 찜통 같은 더위다.머리에 덮어 놓은 밀짚모자는 무용지물이었고 기능성 팔토시도 이미 벗어던졌다. 아로니아 열매를 따기 시작한 지 고작 20여 분. 온몸에 땀이 흥건했다. 허리를 두어 번 두드리며 일어나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다른 체험단도 똑같겠거니 하고 주변을 살폈지만 아쉽게도(?) 달랐다.‘반농부’ 김미화씨와 ‘젊은 피’ 청년체험단은 찜통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로니아 열매 수확에 여념이 없었고 그들 옆에 놓인 바구니는 아로니아 열매가 묵직하게 채워졌다.오른손에 들고 있던 바구니를 들여다 봤다. 그리고는 민망함에 허리를 두어 번 더 두드리고 다시 아로니아 수확을 시작했다. 이곳 농장에서 생산되는 아로니아는 농약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친환경 농산물로 농약검사만 320여 가지를 거치고 있다고 한다.소비자들에게 ‘아로니즈 농장에서 재배된 농산물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무농약 농법, 철저한 위생관리 등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게 유철 아로니즈 농장 대표의 설명이다. 유 대표가 설명하자 수확 중이던 체험단들이 하나둘 아로니아 열매를 크게 베어 물었고 옆에 서있던 김미화씨는 손수 딴 아로니아 열매를 기자에게 건냈다. “젊은 기자가 이정도 더위에 빌빌대면 어쩌나. 힘 좀 내봐요” ▲ 완성된 아로니아 상품을 가판대에 진열하고 있는 모습. ■ 포장부터 판매까지 한번에~!수확한 아로니아는 포장ㆍ판매를 위해 마을기업 ‘엘리트 농부’가 운영하고 있는 김포 로컬푸드매장으로 운송된다.엘리트 농부는 민간 최초의 친환경 로컬푸드직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마을기업으로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등 지역농가 소득증대를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김포 로컬푸드매장에서는 지역 농민들이 자신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가져와 직접 포장하고 바코드를 붙여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최장수 엘리트 농부 대표는 “농산물의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그 소득을 열심히 농사를 짓고 땀 흘린 농민들에게 돌려주는 게 바로 로컬푸드”라며 “소비자들이 로컬푸드를 많이 이용해줘야 농가 소득이 올라가고 농업도 한층 활성화돼 더 좋은 농산품이 다시 소비자에게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로컬푸드매장 내부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아로니아 열매의 포장작업이 진행됐다.네모난 투명 용기에 앞서 농장에서 수확한 아로니아 열매를 차곡이 담아 밀봉하면 된다.단 친환경 농산물인 만큼 생과로 아로니아 열매를 즐기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포장 단계에서도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수다. 저울 위에 용기를 올려놓고 무게를 재가며 아로니아 열매를 담으면 되는데 1㎏을 정확히 담아 내기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용기에 아로니아 열매를 덜 담는 것은 안 되지만 조금 더 담는 것은 상관없어요. 농부의 ‘정’까지 채워 넉넉히 담아 주세요” 굳이 1㎏을 오차 없이 맞추려 애쓰는 모습을 본 유철 대표의 일침이다. 포장작업을 시작한 지 시간이 꽤 지났다. 포장된 아로니아 상자를 보며 흡족해하고 있는데 유철 대표가 팔을 잡아끌었다. 사실상 마무리 단계인 바코드와 친환경 인증 스티커 출력 및 부착 작업이 아직 남았다.전자 모니터에 상품명과 중량, 가격, 상품 개수 등을 차례로 입력하면 곧바로 바코드와 친환경 인증 스티커가 출력된다. 포장된 아로니아 용기 상단에 바코드와 인증 스티커를 붙인 뒤 완성된 상품을 가판대 위에 얹었다. 가판대 위의 ‘상품’ 아로니아는 불티나게 팔렸다. 물론 개그우먼 김미화씨의 ‘존재’가 큰 효과를 냈지만 기자의 노고도 일부 포함됐다고 스스로를 격려했다.개그우먼 김미화씨는 “농사를 짓는 농업인으로서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참여했는 데 이렇게 지역농업을 위해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기업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꼈어요.저희 동네에도 이러한 공동체가 있었으면 좋겠네요”라며 “소비자들도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꼭 아셔야 하고 이런 사회적통합을 도와주는 따복공동체가 더 확대됐으면 좋겠어요. 청년부터 어르신 농부까지 세대를 넘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농사의 꽃은 새참이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 같다. 체험단 앞에 수고(?)한 만큼의 성찬이 차려졌다. 연예인과 농부, 청년체험단, 기자 등 흔히 볼 수 없는 조합이 새참상을 둘렀고 이내 아로니아 열매를 수확하느라 미처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박 기자, 농부 일일체험 어땠어요. 할만 했나요?”유철 대표의 갑작스런 물음에 불과 몇시간 전 폭염 속에서 주저앉을 뻔한 기억을 까맣게 지웠다.“언제든 불러만 주세요!”최근 지역마다 다양한 분야의 공동체가 형성돼 활발한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굳이 농업 분야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주변의 공동체를 찾아가 그 일원으로써 지역을 위해 활약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준상기자 사진=김시범기자

[1일 현장체험] 인천종합어시장 얼음창고 일꾼 도전

올해 여름은 유례없이 연일 30℃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전력 사용량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뉴스들도 매일 신문과 TV 등에 오르내린다.시민들은 올림픽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의 시원한 활약을 보면서 잠 못 드는 열대야를 버티고 있다.더위에 지칠 때면 누구나 ‘냉장고 안에 들어가 쉬고 싶다’거나 ‘해수욕장에서 아이스케키나 팔아볼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기자도 태양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얼음창고 안은 시원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실제 얼음창고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여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한 마음에 얼음창고 일일체험을 택했다. ■ 근대 역사와 함께 한 인천종합어시장일일체험을 위해 중구 연안부두에 있는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을 찾았다. 인천종합어시장은 개화기 인천의 역사와 함께 하며 성장한 곳이다. 협동조합에 따르면 개항장 무렵인 1880년대 말부터 인천에 살던 일본인들이 늘면서 생선 소비량도 많아져 자연스레 수산물 시장이 형성됐다.일본인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어로권과 판매권을 따내고 근대식 어선을 동원해 어획량을 늘려 갔다. 그러다 1890년 서울에서 내려온 정홍택 씨 형제가 중구 내동에 상점을 차리고 어부들에게 물량을 공급받아 독점 판매했고, 1902년 신포동에 수도권 최초로 상설 어시장을 개설했다. 이 어시장은 북성동으로 이전한 뒤 발전을 거듭했다.지금의 인천종합어시장은 인천시가 1975년 연안부두 일대를 메워 도시정비사업을 벌이면서 자리 잡았다. (주)인천개발공사는 북성동 어시장을 옮겨 관리하다 1981년 (주)인천종합어시장으로 바뀌면서 현재에 이른다.■ 얼음창고 직원도 찜통더위는 못 이겨인천종합어시장 수산물의 신선도를 책임지는 얼음창고는 협동조합 사무실 바로 아래층에 있었다. 사장님과 직원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곧바로 앞치마를 둘렀다.얼음창고에는 통얼음과 알갱이 얼음, 통얼음을 갈아 나오는 얼음가루까지 상인들의 요구에 맞춰 종류별로 만들어져 보관된다. 상인들은 편의상 얼음 덩어리는 ‘통얼음’, 알갱이 얼음은 ‘마대(자루)’, 얼음가루는 ‘고운 거’로 부른다. 생선 아래에 까는 얼음덩이는 통얼음을 전기톱으로 잘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칼집을 낸다.일단 밀린 배달부터 나가기로 했다. 창고에 있는 통얼음을 기계에 넣고 밖에서 페달을 밟으면 얼음가루가 나온다. 설명을 듣고 비닐봉지를 입구에 대고 조심스레 페달을 밟았다. 곱게 갈려 나오는 얼음가루를 비닐봉지에 담고, 바가지로 고무통에 남은 얼음가루를 떠 비닐에 꽉꽉 눌러 담았다. 속칭 ‘딸딸이’라고 불리는 손수레에 마대자루에 담은 ‘마대’ 세 자루와 ‘고운 거’ 두 자루를 실었다.“얼음 쏟으면 다 물어내야 해요.”농담처럼 말했지만,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던 기자는 사방에 가득 깔린 각종 생선과 해물들을 볼 시간도 없이 통로를 비집고 들어가 손수레 운전에만 집중했다. 시장 복도는 가득 깔린 자판에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다.30년 넘게 얼음창고 일을 했다는 사장 양흥권 씨는 “자판을 줄이자니 해산물이 적고, 손님이 많을 때는 시장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며 “요즘은 불경기와 휴가철이 겹쳐 한산한 편”이라고 설명했다.얼음을 주문한 점포 앞에 얼음을 내려놓자 아주머니들은 “초보인 거 같은데 새로 왔냐”, “직업 체험하러 왔냐”며 한마디씩 건넨다.기자는 얼음 배달에만 집중하느라 제대로 인사할 겨를도 없이 “수고하세요”라는 인사만 드리고 돌아왔다.그렇게 배달을 두세 번 돌자 땀이 줄줄 흐른다. 애초 편하게 일일체험을 하겠다는 생각은 오판이었다. 이런 감상(?)을 전하자 한 직원은 웃으며 “장사가 잘될 때는 열 자루도 싣고 다닌 적도 있다”며 “손님이 많으면 지나갈 수가 없어 자루를 들고 한참을 왔다갔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흔히 얼음창고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추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겨울에는 바닷가의 찬바람이 워낙 매서워 창고 안이 오히려 따뜻하다”고 설명했다.배달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가 얼음창고로 향했다. 창고 문을 열자 그제야 시원한 냉기를 느낄 수 있었다. 통얼음이 가득 세워진 영하 5℃의 창고 안에서 얼음 부스러기를 쓸며 땀을 식혔다.창고에 있는 통얼음은 갈고리로 모서리를 찍어 끌고 와 분쇄기에 싣는다. 120㎏의 통얼음을 살짝 기울인 뒤 타이어가 깔린 바닥에 조심스레 넘어뜨리고, 갈고리로 당겨 분쇄기 안쪽으로 넣어 고정시켰다.주문이 뜸해진 오후 3시. 직원들이 주문한 콩국수와 냉면이 도착했다. 이곳은 점심때가 따로 없고 주문이 뜸한 시각에 식사를 주문한다고 한다. 식사 시간을 틈타 궁금한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봤다.■ 40여년 긴 역사… 인천종합어시장 새 활로 ‘절실’양 사장은 20살 전부터 얼음창고 일을 시작해 아들과 딸을 키웠다. 새벽 5시에 냉동차량이 들어오면 통얼음을 창고에 옮기고, 밤새 녹은 얼음을 새로 세팅하려는 상인들의 주문에 정신이 없다. “지금이야 주문이 적으니 한 차에서 한 차 반 정도 분량의 얼음이 들어오는데, 장사가 잘될 때는 차가 줄을 섰어요.”수도권 최대 규모였던 인천종합어시장은 세월이 흐르면서 노량진 수산시장, 소래포구종합어시장에게 밀려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통로도 좁은 데다, 주위에 특별한 볼거리가 없으니 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말 그대로 시장만 들러 찾는 생선을 사면 바로 떠난다. 인천항으로 들어오는 수산물이 줄면서 공급보다 수요가 적어 얼음 값은 10년 전 가격 그대로다. ▲ 손수레에 얼음을 싣고 인천종합어시장을 돌며 배달하고 있다. 게다가 시장 건물은 40년이 다 돼 워낙 낡고, 경기 침체까지 겹쳐 얼음 주문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얼음창고 운영업체는 1년 단위로 조합과 계약하기 때문에 얼음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어 ‘삼중고’를 겪고 있다.“요즘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죠. 겨우겨우 먹고산다고 보시면 돼요.”시장에 들어선 점포는 500여 개지만, 문을 닫은 곳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시장이 잘 돼야 얼음창고도 잘 되는데, 시장이 어려우니 얼음창고 사업도 힘들 수밖에 없다.인천종합어시장은 새로운 부지로 옮겨 활기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새 부지로는 인천 앞바다를 볼 수 있는 제1국제여객터미널 부지를 희망하고 있다. 최운학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망 좋은 터미널에 노천 목욕탕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휴게시설까지 만들면 젊은 층과 가족 단위의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130년 전부터 인천 앞바다를 지켰던 인천종합어시장이 새로운 모습을 갖춰 예전의 활기를 되찾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김덕현기자사진=장용준기자

[1일 현장체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기동단속반

슈퍼마켓이나 시장에서 장을 볼 때 가격 못지않게 중요하게 보는 게 있다. 바로 원산지 표시다. ‘고기 마니아’로 불릴 만큼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사먹는 기자이지만, 아무리 꼼꼼히 살펴봐도 어느 게 수입산인지 국내산인지 제대로 구별할 수는 없다. 오로지 판매자가 말하는 대로, 진열대에 표시된 ‘원산지’를 믿고 상품을 고르고 값을 내는 게 고작이다. 대부분의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일 테다. 경제부 기자로 일하며 종종 원산지를 속여서 판매하는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작성할 때마다 더욱 씁쓸했던 것은 이러한 몇몇 불법 업소 때문에 소비자와 판매자, 생산자와의 믿음과 신뢰가 깨진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지난 3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원장 이재현, 이하 농관원 경기지원)을 찾아가 축산물 원산지 위반 단속현장에 함께 나섰다. 농관원 경기지원은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고, 국내 농축산물의 올바른 유통질서를 확립하고자 원산지 관리와 품질검사 등을 시행하고 있다. 원산지 위반 업소를 단속하는 ‘기동단속반’의 하루는 예상보다 험난했다. ■ 시세차익 노린 ‘원산지 위반’ 기승… 험난한 하루의 시작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은 경기도는 물론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전역을 담당하고 있다. 농관원 경기지원에는 관내 사무소 등을 포함해 원산지 현장 단속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동단속반 인원이 40명이다. 총 20개 반으로 편성돼 원산지 위반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기동단속반은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명돼 수사권한이 있다. 농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법무부가 진행하는 교육과정을 듣고, 이론과 전문적인 실습으로 실무를 익힌다. 단속, 서류 작성, 검찰 송치, 구속까지 농축산물 원산지와 관련해서는 일반 경찰과 똑같은 업무를 하는 셈이다. 농관원 경기지원 유통관리과 기동단속반은 1ㆍ2팀으로 나뉘어 있어 2인 1조, 혹은 3인 1조로 원산지 단속을 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휴가철에는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 야간 단속에도 나서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축산물 소비가 늘어나면서 축산물 원산지 위반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관원 경기지원에서는 지난 7월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경기도와 인천,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축산물 판매업소에 대한 원산지표시 위반 행위를 집중단속하고 있다. 이날 박종구 팀장과 임상균 주무관, 최현민 주무관, 조명현 주무관과 한팀이 되어 수원시 팔달구 관내의 축산물 판매소 현장 단속에 나섰다. 기자는 박 팀장임 주무관과 한 조가 됐다. 경력 14년차의 베테랑 박 팀장에게 단속 시 알아야 사항을 단단히 배웠다. 드디어 단속에 나선 곳은 수원 팔달구 일대의 정육 마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나왔습니다.” 박 팀장의 말에 단속이 시작됐다. 축산물이 보관된 진열대를 꼼꼼하게 훑어 보며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을 했다. 거래명세서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축산물을 판매하는 업주들은 의무적으로 거래명세서를 보관해야 하는데, 수개월간의 거래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하며 실제 들여온 가격과 시세가 맞는지, 유통경로 등을 살펴볼 수 있다.이후 냉장창고에 보관된 수입산이 진열장과 같은지 재고를 확인해서 철저하게 수입산과 국내산 원산지 표시를 가려낸다. 특히 돼지고기는 쇠고기와 달리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 쇠고기는 한우와 수입산의 DNA가 달라 비교하면 되지만, 돼지고기는 육안으로 비교하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다.항생제를 채취해 비교하는 방법을 할 수도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다양한 검사방법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육안으로도 자세히 보면 국내산 돼지고기와 수입산을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 주무관은 “국산은 수입산 보다 더 길이를 길게 늘어뜨리고, 색깔 등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알려줬다. 임 주무관의 말대로 수입산과 국내산을 늘어뜨려 비교하는 사이, 진열대를 확인하던 박 팀장의 눈에 쇠고기 이력번호가 잘못 표시된 게 들어왔다. 두 달 전에 들어온 소의 이력번호를 붙여놓은 것. 쇠고기 이력제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소의 출생부터 도축 일자 등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표시다. 소비자들이 믿고 안심하고 농축산물 등을 살 수 있도록 하고자 시행됐다.하지만, 아직 쇠고기 이력은 신경 쓰지 않아 이력제가 표시된 매표를 바꾸지 않고, 수개월 전에 도축된 소의 잘못된 정보를 붙여서 판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 축산물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려고 만든 만큼, 위반 시 4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 위반 사항이다. ■ 진화하는 수법 맞서 꼼꼼히 단속… 명확한 증거 찾아내라!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동네 정육점으로 깔끔하고 아담한 가게였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저희 업소는 한우ㆍ한돈만을 판매합니다’ 라는 플래카드가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진열대를 꼼꼼하게 살펴보던 중 단속반의 눈에 미심쩍은 고기가 눈에 들어왔다. 진열대에 ‘국내산’ 원산지가 표시된 삼겹살을 꺼내 한 덩어리씩 확인 작업에 나섰다.임 주무관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나왔다. 단속반 앞에는 진열대의 국내산 고기와 냉장창고의 국내산 고기, 냉장창고의 수입산 고기 3종류가 모두 나와 있는 상황. 비전문가인 기자가 보기에도 진열대에 ‘국내산’으로 표시됐던 고기는 냉장고에서 나온 수입산과 기름 모양, 길이, 색깔이 너무나도 같았다.이만하면 국내산이라고 더는 우기기 어려운 상황. 주인은 끝까지 발뺌했다. 임 주무관은 “돼지고기는 쇠고기와 달리 국내산과 수입산의 구별이 어려워 위반을 해도 잡아떼는 업주들이 많다”면서 “단속을 하기가 쉽지 않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칼을 들고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자백을 받아내려면 간담이 서늘해질 때도 잦다고 한다. 무엇보다 잡아떼는 업주들의 기세에 눌리지 않도록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거짓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주인과의 실랑이가 벌어진 지 한 시간 반여가 흘렀을까.결국, 상점 주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진술서를 작성했다.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해 판매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형사처벌을 받는다.또한, 위반 업소명과 위반사항이 한국소비자원, 농관원 누리집 등에 공개되며, 상습범은 가중처벌을 받는다. 상습자를 엄벌하고자 2년간 2회 이상 거짓 표시한 경우에는 위반금액의 4배 이상 과징금을 부과한다. 원산지를 미표시한 경우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번 단속에 적발된 업주는 다음날 오전 농관원 경기지원으로 출석해 조사 등을 받고 나서 형사처벌에 처한다. 지속적인 단속에도 원산지 표시 위반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가격 차이 때문이다. 농산물은 수입산과 국내산이 크게 7배가량 차이가 나고, 축산물은 2~3배 차이가 난다. 벌금을 낸다고 하더라도 큰 시세 차익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유혹에 빠진다는 거다. 특히 FTA로 관세가 줄어들고 수입 물량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원산지 표시 위반은 더욱 횡행하고 있다.축산물 원산지 집중단속이 시작된 지난달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적발된 업소만 해도 81개소에 달한다.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여서 판매하는 원산지 거짓표시 업소가 85개소, 원산지 미표시 업소가 23개소로 위반 품목도 돼지고기, 염소고기, 닭고기, 쇠고기 등 다양했다. 원산지 표시가 이처럼 중요한 이유는 뭘까. 소비자들에게 알권리를 제공하고, 그에 합당한 가격을 내도록 할 뿐만 아니라 농축산물의 올바른 유통질서를 정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FTA로 수입산 농축산물이 밀려들어 오는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날 기동단속반으로 업소 단속에 나선 곳은 4곳. 이 가운데 1곳이 거짓표시로 적발됐다.원산지를 속여서 판매하는 업소를 기사로만 작성하다가 실제로 마주하니 허무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줄이고 건전한 농축산물 유통질서 확립해 기여하는 기동단속반으로 경험해보니 조금은 안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묘해지는 위반 수법, 업주들과의 실랑이로 어려움은 많지만, 원산지 기동단속반이 건전한 농축산물 유통질서 확립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오늘도 현장을 누비고 있기 때문이다. 정자연기자사진=오승현기자

[1일 현장체험] 인천항 자동차 선적

인천내항에 줄지어 서 있는 자동차를 보면 인천시민의 한 사람으로 뿌듯하기만 하다. 한 달 평균 2만8천대의 국산 신차가 인천항을 통해 수출된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 수출 현장에서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자동차 전용 선박에 선적하기 위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직접 체험하면서 수출역군이 된 양 자부심마저 들기도 했다.인천항은 평택항 등 경쟁항에 밀려 자동차 물동량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물류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되면서 자동차 수출 전용부두도 건설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자는 하루 동안 세계 방방곡곡을 누빌 국산 자동차의 먼 여정에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선적 전 과정을 체험했다. ■ 세계 누빌 국산 자동차의 위용지난해 인천항을 통해 수출된 국산 신차는 31만7천대에 달한다. 중고차까지 포함하면 50만대에 육박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신차 16만5천대, 중고차 10만7천대가 이곳 인천항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진출했다. 인천항은 명실공히 자동차 수출의 메카인 셈이다. 7월 29일 인천내항 야적장을 가득 채운 국산 신차는 우리나라 제2의 무역항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은 자동차의 행렬은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대의 사열과 같은 모습이었다. 세계 유수 자동차와의 전쟁같은 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국산 자동차는 국제무대 진출을 앞두고 엔진을 멈춘 채 서 있었다. 유럽 등 머나먼 곳으로의 여정을 앞둔 국산 자동차는 내려앉은 먼지를 씻어주는 여름 비를 맞으며 세계를 대표하는 명차의 반열에 오르기 위한 첫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국산 자동차의 행렬 너머로 유럽으로 싣고 갈 자동차 전용 선박인 카르멘(CARMEN)호가 입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틀간 GM에서 생산한 신차 3천대가 카르멘호에 실린 뒤 유럽으로의 여정을 떠나기로 돼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이날 국산 신차의 선적은 인천항만공사와 인천항운노동조합, 하역업체인 선광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인천항운노조 이경우 차장은 “자동차 선적의 최대 관건은 얼마나 빠른 시간에 정확하게 이뤄지는가에 달렸다”며 “최대한 효율적으로 선적하기 위해 모든 일이 분업화돼 있다”고 설명했다.야적장에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에는 고유 인식코드인 바코드가 붙어 있다. 이 바코드는 자동차의 기본 사양과 함께 도착할 국가가 입력돼 있다. 또 선내 고박될 위치 정보까지 포함돼 있다. 야적장 바닥에 고유 번호는 바코드에 입력된 정보를 토대로 결정돼 있다. 야적에서 선적까지 모두 5번의 확인과정을 거쳐야 한다.선광 김민철 감독은 “GM에서 자동차를 실어오면 바코드 입력정보에 맞게 야적장 바닥에 고유번호에 맞춰 야적하게 된다”며 “이때 첫 확인 작업이 이뤄지고, 선박에 오르기 전에 바코드 확인 작업을 한 번 더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박에 올라간 자동차는 이미 정해져 있는 선내 층수 등 위치에 주차하고 나서 선내 3번째 검수가 이뤄진다”며 “선내 바닥과 고정하는 라이싱 작업을 마친 뒤 고박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흠집이나 이상 여부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고 덧붙였다.고박까지 마친 자동차는 마지막 스캐닝 작업을 모두 마친 뒤 선박과 함께 인천항을 떠나게 되는 시스템이다. 자동차 선적 전 과정은 모두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철저하게 분업화 돼 있다. 선박 내로 자동차를 싣는 드라이빙 작업, 자동차를 검수하는 스캐닝 작업, 자동차를 선박에 고박하는 라이싱 작업 등 전문성을 갖춘 근로자들은 궂은 날씨에도 각자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야적장에서 선박까지 ‘안전 선적’ 특명!바닥에 고유번호와 야적된 자동차의 정보가 맞는지 확인 작업을 했다. 선광 김민철 감독과 자동차의 외관을 꼼꼼히 살폈다. 얼짱 각도보다 비스듬한 15도 시선에서 자동차의 외관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스크래치나 흠집을 잡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이후 드라이빙 작업을 직접 체험했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국산 신차는 그 나라의 운전 시스템에 맞춰 생산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와 달리 오른쪽 좌석에 운전석이 있어 운전이 낯설었다. 하지만 23년 무사고 운전실력으로 곧 익숙해질 수 있었다.야적장에서 선박 내로의 이동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선내 고박 위치에 정확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주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자는 드라이빙 기사님의 도움으로 주차를 시도했다.양옆 다른 자동차와의 간격은 주먹크기인 10cm, 앞뒤 간격은 30cm에 불과하다.자칫 접촉사고가 우려되는 순간이다. 주차를 돕는 기사님과 드라이빙 기사님들 사이에 정해 놓은 신호가 있다. 호루라기를 한 번 불면 반 바퀴를 돌리게 돼 있었다. 이 지시대로 일사불란하게 주차가 이뤄지고 있었다. 기자는 세계 곳곳을 누빌 국산 신차에 조금이라도 흠집이라도 생길까 우려돼 주차는 전문가에게 아쉽게 맡겨야 했다.■ 세월호의 교훈… 고박작업 만전정확한 라인에 주차된 차에 2~3명의 고박(라이싱)작업 근로자들이 달라붙었다. 기자는 고박에 필요한 장비를 나르며 라이싱 작업자들을 도왔다. 앞뒤 각각 2개의 케이블 양쪽은 고리로 돼 있었고, 이 고리를 선박 내 바닥 구멍에 고정시킨 뒤 최대한 케이블을 팽팽하게 조이는 작업이 라이싱 작업이다.선박이 운항 중 심하게 움직여도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이 작업은 2~3차례 확인 작업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는 김민철 감독의 설명이었다. 김민철 감독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잘못된 고박 작업으로 인해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가장 신경 써야 할 작업이 바로 이 라이싱 작업이다”고 강조했다.기자는 케이블 고정부터 팽팽하게 조이는 작업을 함께하면서 먼 길 떠나는 자식을 보내기 위해 준비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온 정성을 쏟았다.■ 비와 땀… 뿌듯함으로 씻어내다자동차 전용 선박은 철선이다. 이 때문에 여름이면 선박 내는 용광로를 방불케 한다. 선박 내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자동차 엔진 열이 더해져 금새 땀으로 젖었다. 이날 간간이 내린 비는 더위를 식혀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이날 1천500대의 국산 신차를 카르멘호에 실었다. 긴박한 작업 탓에 긴장을 늦출 겨를이 없었고, 선박을 오가며 비인지 땀인지도 모른 채 옷이 모두 흠뻑 젖었다. 어느새 야적장에 있던 자동차 반이 선박에 무사히 선적됐다.나머지는 다음날 모두 마친 뒤 선박은 유럽으로 향하게 된다. 빈 야적장에는 또 다른 국산 신차들이 또 가득할 터다. 비든 땀이든 상관없다. 하루 동안의 수출역군이 된 기자는 뿌듯함에 삼복더위에 시원함마저 느꼈다.서툴기만 한 기자의 체험을 도와준 김민철 감독과 다음에 꼭 소주한잔을 하자며 인사를 나눴다. 기자의 체험이 시간을 요하는 전문 근로자들의 작업에 방해됐음은 분명하다. 그래도 이해해 주신 모든 근로자들과 인천항만공사, 인천항운노조 등 관계자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말을 전한다. 정민교기자사진=장용준기자

[1일체험] 인천국제공항 문화행사 '왕가의 산책' 중전마마 도전기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여행가방 싸들고 산으로, 계곡으로, 강으로, 바다로 간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피서객들도 많고, 한국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상당하다.올해 상반기동안 비행기를 타고 국내외를 오간 여행객들은 무려 4천98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중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국내외를 오간 여행객들은 2천714만3천718명이다. 하루 평균 15만명 이상이 인천공항을 이용한 것이다.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1년 연속 1위에 빛나는 대한민국 대표공항이다. 그리고 인천공항에는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고급 정보가 있다. 바로 인천공항에서 조선시대의 왕과 왕비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는 사실이다.■ 공항에서 만나는 한국의 전통 ‘왕가의 산책’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후원하는 ‘왕가의 산책’은 조선시대 궁중생활을 재현한 전통 퍼레이드다. 조선시대 임금과 중전, 공주 등 왕족과 상궁, 나인 등 궁녀, 갑사, 좌통례, 위장, 운검, 의장 등 20~25명이 행렬을 이뤄 산책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2010년부터 인천공항 3층 출국장 면세구역과 4층 한국문화거리 등에서 하루 2~4회가량 진행되고 있다. 2009년 처음 특별행사 형태로 시작했는데 관람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2010년부터 정식 프로그램으로 안착했다.2012년과 2014년 2차례에 걸쳐 전문 자문위원단의 고증과 검증을 받았으며, 영조와 정조시대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조선시대 궁중의상과 고품격 행사를 보여주고 있다.햇수로 7년째 접어든 ‘왕가의 산책’은 벌써 8천회 가량 공연을 펼쳤다. 이제는 명실공히 인천공항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춘앵전 공연이나 국악공연, 궁중행악인 취타대(吹打隊), 전통혼례 신행길놀이, 부채춤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왕족의 산책길 재현에 집중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초창기에는 일반인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일도 있었으나 보안구역인 출국장에서 진행되는 공연인 터라 참여가 쉽지 않아서 지금은 오디션으로 선발된 전문 출연진들 중심으로 공연하고 있다.기자는 ‘왕가의 산책’을 직접 체험할 그 어려운 기회를 잡아냈다. ■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까다로운 보안의 장벽을 뚫고 ‘왕가의 산책’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27일 오전 10시에 ‘왕가의 산책’ 담당인 한국문화재단 윤세용 매니저와 만날 약속을 했는데 그만 보안통과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미리 출입과 촬영 허가를 받아놓았지만, 중간에 착오가 생겨 30분 가까이 시간을 보내버렸다. 11시30분 본 행사에 앞서 분장도 하고, 연습도 하고, 리허설도 해야 하는데 황금같은 시간 30분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서둘러 보안구역 깊숙한 곳에 있는 ‘왕가의 산책’팀 대기실로 이동, 윤 매니저와 만나 ‘왕가의 산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나인이나 상궁 역할이면 좋겠다고 의사를 전달했었는데 윤 매니저는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면서 중전 역할을 제안했다. 시간은 촉박했지만, 중전의 화려한 의상에 걸맞는 분장이 필요했다. ‘왕가의 산책’ 전속인 김민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도움을 받아 거의 변신에 가까운 분장을 받았다. 가체와 의상은 본래 중전 역할인 승혜진씨(24)의 지원을 받아 완성했다. 동선을 확인하거나 리허설을 할 시간도 없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마음의 준비도 없이, 출연진들과 제대로 인사나누지도 못한 채 중전이 되고 말았다. 파트너인 임금 역할의 황성운씨(24)에게 의지하면서 드디어 산책길(?)에 나섰다. 50분가량 걸리는 퍼레이드에서 중전의 가장 큰 임무는 임금과 보조를 맞춰 걸으면서 관광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가체는 조금 무겁기도 했고, 계속 웃어야 하는 일도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나를 향하는 것 같았고, 쉴 새 없이 카메라 세례가 쏟아졌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 일이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죽어도 중전은 못하겠다고 버텼을거다. ■미소의 힘을 배우다임금과 너무 떨어져서 걸으면 임금과 중전의 사이가 나빠 보인다고 하고, 너무 붙으면 걷는 게 불편해서 계속 걸음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비록 중전의 머릿속은 하얗고 눈앞은 캄캄한 상태였지만 여행객들은 ‘왕가의 산책’ 행렬을 열렬하게 맞아줬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환하게 웃으면서 손인사를 나눴다. 비행기 시간에 맞추느라 바쁜 걸음이더라도 행렬과 만나면 가던 길을 멈추거나 되돌아오면서 미소로 인사했다. “꺄악~ 눈이 마주쳤어”라고 환호해주는 어린이들이나 함께 사진을 찍어줘서 “고맙다”고 감사를 전하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속으로 ‘넘어지지만 말자’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50분 퍼레이드가 끝났다. 출연진들은 대기실로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만나는 여행객들과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대기실 입구에서는 ‘하아~’ 한숨소리가 먼저 나왔다. 가체에다 여러겹 한복까지 갖춰 입고 있으니 땡볕에 나가 있었던 것처럼 땀이 흠뻑 났다. 좁은 대기실에서 출연진들이 부대끼며 의상을 갈아입고 왔다갔다 해야 하는 터라 더위에 사람의 열기가 더해져 정말 더웠다. 기자는 단 1번 행사에 참여했을 뿐이지만 출연진들은 오늘 하루 동안 모두 4번의 행사를 해야했다. 진심으로 “수고하셨어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인삿말을 건넸다. 초보 중전 때문에 2배로 더 고생한 임금님 성운씨는 “손인사 하는 모양새가 서툴긴 했지만 끝까지 잘 따라와 주고 웃으면서 인사한 건 잘했다”면서 기자를 다독여줬다. 성운씨는 “여행객들이 행렬을 보면서 여행과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즐거운 추억거리로 간직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출연하면서 우리 문화를 더 잘 알게 돼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표했다. 기꺼이 기자에게 중전을 양보해준 혜진씨는 “여행객들이 ‘왕가의 산책’ 행렬을 보면서 한복이나 한국문화에 관심을 보이고 기억해주는 게 정말 감사하다”면서 “행렬을 하는 동안은 정말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윤세용 매니저는 “인천공항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왕가의 산책’은 작은 문화행사지만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면서 “인천공항에서 행렬을 만나거든 따뜻한 눈길과 손인사로 격려해주시면 매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미경기자

[1일 현장체험] 경기도야생동물구조센터 구조원

경기도는 지난 2009년부터 환경파괴와 각종 개발 때문에 점점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야생동물구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이곳에서는 수의사 4명과 공중방역수의사 1명, 동물구조 근로자 4명 등이 매일 경기도 전 지역에서 어려움에 처한 야생동물들을 구조하고 치료해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의 체험을 통해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야생동물과 이들을 보호하고자 땀흘리는 수의사들 그리고 인간과 야생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경험했다.■ 경기도, 전국 최다 야생동물 구조지역경기도는 도시화가 가장 많이 이뤄진 지역이기도 하면서 가장 많은 인구가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야생동물과는 큰 연관이 없는 지역이라고 생각하면서 일에 들어갔다.하지만 정반대였다. 가장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이다 보니 곤경에 처해있는 야생동물을 발견하는 횟수도 많았고 그 때문에 경기도야생동물구조센터는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곳이었다. 2013년 1천147건, 2014년 1천136건, 지난해 1천138건 등 매년 1천100건 이상의 야생동물구조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데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도 많이 늘어나면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이곳 수의사들의 일과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아침이면 이곳에서 보호하고 있는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를 챙겨주고 밤새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센터에서는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검은머리독수리 등 조류와 고라니, 담비와 같은 포유류 등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지속적인 관심 속에 건강을 회복하는 중이었다. 여러 야생동물이 있다 보니 식사준비도 다양하게 이뤄진다.특히 얼마 전 구조센터에 들어온 새끼 담비(멸종위기 2급)의 경우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어린 녀석으로 그동안 경기도권에서 발견이 되지 않다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수의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맹금류들을 위한 산 병아리부터 고라니 등 초식동물을 위한 신선한 채소와 사료, 작은 조류들을 위한 곤충, 어린 포유동물에게 급식하기 위한 분유까지 하나하나 맞춤형 배급이 이뤄졌다.이곳 수의사들은 날마다 숙직을 번갈아가면서 야간에도 야생동물의 건강상태를 검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일부 개체의 경우 두 시간 간격으로 먹이를 줘야 하기 때문에 새벽 시간에도 자다 깨서 급식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등 갓난아기 돌보는 일 못지않은 고단함을 감수해야 했다.아침 배급이 끝나면 매일 쇄도하는 야생동물 구조 요청을 소화하기 위한 일정 조정에 들어간다. 넓디넓은 경기도 전역에서 신고되기 때문에 4개 팀이 권역별로 2인 1조로 묶어 구조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기자가 갈 곳은 양평과 여주로 소쩍새와 새호리기가 상처를 입은 채 구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곳 수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강청근 주무관과 함께 구조용 차량을 이용해 양평으로 이동했다.■ 양평·여주서 ‘생사의 갈림길’ 울부짖음이동 중 강 주무관으로부터 구조센터에서 수의사들이 하는 역할과 어려움을 들었다. 각종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들을 보호하기 위해 각 지역을 돌아다녀야 하는 것부터 치료하는 과정, 재활하는 과정, 방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이해를 돕는 시간이 됐다.하루에 예정된 출동횟수 외에도 긴급하게 걸려오는 응급전화에 따라 수차례씩 출동이 반복되기도 했으며 응급한 상황은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급하게 진행해야 하는 등 가히 ‘야생동물 119구조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최근 들어서는 각종 장애물이 많이 설치되면서 조류의 구조횟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새들이 비행하던 도중 새로 생긴 구조물에 부딪히면서 부상을 당해 날지 못하다가 사람들의 눈에 띄어 구조가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었다.이날 여주에서 발견된 여름 철새인 새호리기(멸종위기 동물 2급) 역시 어딘가에 날개를 부딪쳐 날지 못하다가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가 이뤄진 상태였다. 왼쪽 날개가 축 쳐지면서 날지를 못하고 있어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응급처치를 해야 할 상황은 아니어서 센터로 이송을 위한 절차만 간단하게 진행됐다.양평군이 위탁해 운영되고 있는 양평군내 사설 동물병원에서는 부모를 잃은 소쩍새 유조(어린 새)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 새들은 부모 새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발견되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고 한다.때로는 부모가 사냥하러 간 사이에 사람들의 눈에 띄어 미아 새로 오인되는 일도 있어 이런 경우에는 성급하게 구조를 하기보다는 하루 정도는 부모 새가 다시 접근하는지를 기다려야 한다.일정은 급하게 돌아갔다. 두 마리의 구조동물을 구조차량에 태우고서는 쉴 틈 없이 곧바로 센터로 이송작업이 이뤄졌다. 서둘러 치료를 해야지만 회복도 빨라질 수 있었고 언제 또 응급 전화가 걸려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센터로 조기복귀가 이뤄져야만 했다.■ 인간과 야생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센터로 복귀해서는 일단 구조된 동물에 대한 종합적인 검진이 시작됐다. 수의사들은 부상 정도와 건강상태를 확인하면서 그에 따른 치료를 바로바로 진행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와 재활을 해야 하는 경우 등 상황에 맞는 치료를 하고 재활과정을 결정했다.어린 개체들은 인큐베이터에서 치유과정을 보내기도 했으며 부상 정도가 심한 동물들은 수의사들이 정성껏 마련해준 친환경 분위기의 입원실에서 회복단계를 진행했다. 일부 철새들은 치료과정이 길 경우 이동해야 할 시기를 놓치는 일도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와 재활이 중요했다. ▲ 차량에 치여 다리가 부러진 고라니 새끼 치료를 돕고 있다. 이곳 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야생동물 중에는 부상 정도가 심해 다시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조류들도 있었다. 경남에서 발견된 이후 수차례의 방생 조치가 이뤄졌음에도 복귀할 수밖에 없었던 검은머리독수리와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수리부엉이, 뒷다리 두 개 모두 골절된 고라니들은 이곳 센터를 새로운 보금자리 삼아 남은 생을 살아가야 했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동물들 역시 부상을 당하면서 생긴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간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그만큼 생존 영역을 위협받는 야생동물들의 고통에 안타까움이 앞섰다.이러한 사회변화 속에 이곳 경기도야생동물구조센터는 앞으로 인간과 야생이 함께 어우러질 기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18년 완공을 하는 이곳 센터가 위치한 평택시 진위면 동천리 일대에 생물자원의 현지보존을 강화하고 다양한 생태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특히 멸종위기종 복원, 연구에 그치지 않고 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교육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어서 어린 학생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회와 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의무 등을 일깨워 줄 것으로 기대된다.사람에 의해 삶의 터전에서 내쫓기고 다쳐서 생사에 갈림길에 서기도 했던 야생동물들을 정성껏 돌보고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는 이곳 수의사들과 하루를 보내면서 기자도 자연과 인간이 공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정진욱기자사진=김시범기자

[1일 현장체험] SK 와이번스 ‘배트보이’

‘두두두두, 다다다다’ 프로야구 KT 위즈의 선두타자 이대형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하지만 그는 바람 소리밖에 나지 않을 만큼 빠르다. 이 소리는 이대형의 발소리가 아니라, 방망이를 주우러 나간 배트걸의 뜀박질 소리였다. 한 경기에 3안타 이상을 치지 않고선, 이들 배트걸보다 먼 거리를 뛰는 선수는 없다. 기자는 10일 KT 위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있는 인천시 남구 문학경기장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그라운드의 꽃 ‘배트보이(걸)’ 체험을 했다. ■ 불볕더위 속 체험 스타트… 그리고 호된(?) 신고식이날은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다. 최고 기온은 33도에 달했고, 경기장을 찾은 양팀 관중의 열기는 뜨거웠다.특히 배우 서강준이 시구자로 나와 기자 옆을 지나칠 때는 잠시 맥반석 오징어가 된 듯 굴욕을 겪어야 했다. 만으로 꼬박 서른 번째 맞이한 생일치고는 상당히 혹독한 날이었다.여러모로 ‘열’ 받는 상황에서 KT 위즈의 방망이가 첫 회부터 덩달아 불을 뿜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이대형이 우익수 앞 안타로 포문을 열더니 SK 와이번스 선발 박종훈을 신나게 두들겼다. KT는 유한준, 이진영의 안타와 김상현의 홈런 등을 묶어 1회에만 5점을 뽑아냈다. KT 선수들은 자신들의 방망이를 배트걸이 아닌 배트보이가 챙겨주는 것이 마뜩찮았는지, 계속해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들은 헬멧을 쓰고 앉아있는 것만으로 땀이 줄줄 나는 한여름에 한 회에만 무려 8번의 ‘빠던’을 시전하며 호된 신고식을 선사했다.앞서 말했듯 배트보이(걸)은 그라운드의 꽃으로 불린다. 국내 구단 중에는 SK를 비롯해 6개의 팀이 배트보이가 아닌 배트걸을 운영하며 ‘아재팬’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일부 배트걸은 방망이를 줍거나 공을 건네는 것만으로 기사화가 될 만큼 야구팬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고 있다.배트보이는 보통 구단에서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직접 고용해 일급제로 운영한다. 이들은 경기시작 1시간 전쯤 구장 내 별도로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 유니폼과 헬멧 등을 착용하고 경기준비를 시작한다. 기자는 SK 와이번스측의 도움을 받았다. 일일사수로 나선 3년차 배트걸 김연희(23) 선배와 2년차 손유미(22) 선배의 지시에 따라 등번호 29번이 새겨진 에이스 김광현의 유니폼을 입고 본격적인 경기준비에 나섰다.오늘의 근무위치는 원정팀 KT의 더그아웃인 3루. 경기장을 확인하러 나서는 심판진과 가벼운 눈인사를 나눈 후 의자와 공인구를 챙겨 근무위치로 향했다. 개념 없는 배트보이로 찍히지 않으려고 선배들에게 원정팀 더그아웃에서 주의해야 할 점과 배트 수거 타이밍 등을 교육받고 가벼운 조깅으로 몸을 풀었다. ■ 오늘 근무지는 3루… 원정팀 방망이를 책임져라! 배트보이의 역할은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단순한 업무는 아니다. 그라운드 위를 재빠르게 뛰어다닐 체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주심과 원활히 소통하면서 신속하게 공과 방망이를 나르고 파울 볼도 주워야 하기 때문에 룰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다. 자칫 인플레이 상황을 방해하거나 방망이회수를 제때 하지 않는다면 경기의 흐름을 그르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선수 이상으로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배트보이는 각 위치에 따라 1루 근무자가 홈팀을, 3루 근무자가 원정팀의 야구방망이를 책임지고 관리한다. 아웃 여부와 상관없이 선수가 공을 치고 타석을 벗어나면 뛰어나갈 준비를 한다. 이후 안타나 아웃이 확정되고 주자의 위치 등 판정이 완료되면 재빠르게 방망이를 회수하게 된다. 1루 근무자는 심판에게 공을 건네주거나 마운드에 로진을 갖다 주는 역할이 추가된다. 배트보이는 담당구역의 팀이 수비에 들어가면 잠시 숨 돌릴 틈을 갖는다.근처에 떨어진 파울 볼을 주워두기만 하면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없다. 이날 초반부터 대량실점을 한 SK는 곧바로 이어진 1회 말 공격에서 고메즈, 박정권의 연속안타와 정의윤의 타점으로 2점을 따라잡았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손뼉을 칠 뻔 했지만, 원정팀 KT의 더그아웃인 3루에 있었기 때문에 홈팀을 응원하는 감정표현은 할 수가 없다.1회 초 내내 뒤에 앉아 기자를 한껏 부려 먹던 손유미 배트걸은 “상대방 더그아웃에서 우리 팀 잘한다고 함부로 좋아했다가는 무개념 배트보이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외(?)로 체력 소모 큰 배트보이1회 경기에만 30분 이상의 긴 시간이 지나고 곧이어 2회초 경기가 시작됐다. 그래도 1회부터 스파르타식 경력을 쌓았더니 2회부터는 일이한결 수월했다. 방망이를 갖고 오는 동선이나 타이밍이 익숙해지면서 점점 프로 배트보이가 돼가는 것 같았다.KT 타선도 잠시 힘을 빼며 보조를 맞췄다. 리드오프로 나선 9번 타자 박기혁이 내야땅볼로 물러났고, 이대형은 내야안타로 빠져나갔지만 이어진 전민수의 타석에서 도루 실패로 아웃됐다. 전민수는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2회 초 공격이 싱겁게 끝났다.여유가 생기자 공수교대가 이뤄지는 2분의 짧은 쉬는 시간 동안 배트보이의 고충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어떤 점이 가장 힘드냐는 기자의 질문에 3루를 같이 맡았던 손유미 배트걸은 “아무래도 지금 같은 여름이 체력소모도 심하고 땀도 많이 나 힘이 든다”며 “특히 비라도 조금 오는 날이면 그라운드가 미끄럽고 옷이 젖어 곤욕”이라고 말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비가 와서 우천취소가 되면 그날 일당도 같이 취소된다고 하니, 허구연 의원의 ‘기승전돔’식 해설이 새삼 이해가 됐다.■ 짧은 체험이었지만 야구 구성원으로서의 하루 ‘짜릿’양팀의 소득 없이 2회가 끝나고 곧 3회 초 KT의 공격이 시작됐다. 오늘 기자가 체험하기로 한 배트보이 역할은 3회까지. 경기에 방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이닝 제한을 받았다. 이때 타석에 나선 KT 유한준 선수가 떠나는 기자가 아쉬웠는지, 좌중간을 가르는 큼지막한 솔로 홈런으로 1점을 추가하며 방망이를 던졌다. 기자는 조용히 뛰어나가 방망이를 주워왔고 양팀의 스코어는 6:2, 4점차로 벌어졌다. 이어진 SK의 3회 말 공격이 별 소득 없이 끝나면서 기자의 배트보이 체험 이닝도 함께 종료됐다.시계를 들여다보니 체험을 시작한 지 벌써 2시간이 훌쩍 지났다. 경기시간으로만 따져도 1시간이 넘는 시간이었는데, 왠지 훌쩍 지나간 느낌이다. 김연희 배트걸은 “제가 좋아하는 야구경기에 관람자가 아닌 구성원으로서 직접 참여한다는 게 정말 짜릿하고 뿌듯하다”며 “치어리더 등에 비해 주목도는 떨어지지만 그라운드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여자라는 점에서 항상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 가는 걸 모를 만큼 재밌었다니, 9회까지 다 하고 가는 게 어떠냐”고 제의해 기자를 당혹케 했다. 기자는 선수들이 싫어한다는 핑계를 대고 더그아웃을 빠져나왔다.경기는 7:6, 한 점차 박빙으로 끝나고, 관중이 모두 집으로 돌아갔지만 기자는 SK행복드림구장을 바라보며 쉽게 떠나지 못했다. 직접 그라운드 안에서 움직이며 존재하던 그 순간의 재미와 긴장감이 잊히지 않아서다. 배트걸들이 그토록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은 순간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배트걸의 모습을 통해 기자의 모습을 투영해본다. 참 보람이 넘치는, 꼬박 만으로 서른 번째 기자의 생일이었다.박연선기자사진=장용준기자

[1일 현장체험] 청소년 쉼터 ‘FOR YOU’ 급식봉사

10년 전쯤 가끔씩 가는 곱창집이 있었다. 맛과 서비스가 그리 뛰어나지도 않았고 매장 규모도 작았지만 단순히 집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평소대로 그곳을 찾았던 어느 하루. 허리도 굽고 얼굴에 주름꽃이 만개한 할머니한분이 껌과 초콜릿 등 각종 주전부리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가게로 들어왔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는 테이블마다 다가가 거나하게 취한 손님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도했지만 늘상 거절되기 일쑤였다. 잔정이 조금은 있는 기자가 어줍잖게 주머니에 있는 천원짜리 지폐 몇장을 꺼내려고 할 때, 한쪽 구석에서 식사중이던 가게 사장이 할머니를 불러 세웠다. 영업방해를 운운하며 쫓아낼 거라는 우려와는 달리 “식사는 하시고 돌아다니시냐”면서 파고드는 추위를 막기 위해 할머니 얼굴을 칭칭 감은 목도리를 걷고 함께 식사를권했다. 잠시 쭈뼛거리던 할머니는 사장과 함께 찌개와 밑반찬 등이 놓인 테이블에 앉아 몇 술을 뜨셨고 옆테이블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기자는 사장의 작은 배려로 제공된 ‘따뜻한 밥 한끼’가 찬 바람에 얼어붙은할머니의 몸을 녹이는 것 같아 왠지 모를 짠함이 밀려왔다. ‘따뜻한 밥 한끼’는 먹는 사람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도 훈훈하게 해주는 감동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인의 추천으로 위기 청소년들에게 수년째 정성어린 음식을 제공하는 청소년 쉼터 ‘FOR YOU’의 급식봉사활동 일일체험에 도전했다.재료 손질과 양념 만들기에 열중하느라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 같아 고민하던 중 문득 방송에서 수십번은 봤던 모 셰프의 ‘허세 소금뿌리기’가 생각났다.■ 설거지까지 깔끔 마무리! 보람·자부심 소중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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